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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6권
반랄밀제 한역
현성주 번역
이 때 관세음(觀世音)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셀 수 없는 항하사겁(恒河沙劫)전의 일을 생각해 보니, 관세음(觀世音)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을 때, 저는 그 부처님께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듣고 생각하고 닦는 지혜[聞思修]로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처음에 듣는 성품 가운데[聞中]서 성품의 흐름[流; 法流]을 따라 들어가니, 소리의 대상[所: 聲塵]이 없어지고, 소리의 대상[所]과 들어간 지혜[入]가 이미 고요해지니, 소리의 움직임과 조용한 두 모양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점차 증진(增進)하여 듣는 지혜[聞; 動靜을 아는 지혜]와 듣는 대상[所聞; 動靜]이 다하고, 들음이 다한 자리[盡聞; 듣는 지혜와 듣는 대상이 사라짐]에도 머물지 않으니, 깨닫는 지혜[覺; 能覺, 들음이 다한 줄 아는 智慧]와 깨닫는 대상[所覺; 들음이 다한 곳]이 공하여, 공(空; 覺과 所覺이 空함)을 깨달은 지혜[覺; 空을 아는 智慧]가 지극히 원만해져서, 공의 지혜[空; 能空, 覺과 所覺이 滅한 줄 아는 智慧]와 공의 대상[所空;
覺과 所覺이 滅한 곳]이 멸하자, 생멸(生滅; 動·靜·根·覺·空)이 이미 멸하여, 적멸(寂滅)한 경지가 앞에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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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홀연히 세간과 출세간을 초월하여 시방이 원만하게 밝아지면서 두 가지 뛰어난 능력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위로 모든 시방 부처님의 본래 깨달음의 묘한 마음과 합하여 모든 부처님의 사랑의 힘과 동일한 능력이며, 둘째는 아래로 시방의 일체 육도중생(六道衆生)과 합하여 모든 중생의 간절한 소원[悲仰]과 동일한 능력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관음여래(觀音如來)를 공양하며, 그 여래께서 가르쳐주신 '환술(幻術)처럼 듣는 성품을 훈습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금강삼매[如幻聞薰聞修金剛三昧]'를 받들어 닦아서 여래와 사랑의 힘이 같기 때문에, 제 몸은 서른두 가지의 순응력[三十二應]을 성취하여 모든 국토에 들어갑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들이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서 정진하여 샘이 없는 법을 닦고 뛰어난 견해[勝解]가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고,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고요한 경지가 묘하게 밝아서 뛰어난 미묘함이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독각(獨覺)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며,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12인연(因緣)을 끊고, 인연이 끊어진 훌륭한 성품에 뛰어난 미묘함이 원
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연각(緣覺)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합니다.
만일 배우는 단계의 수행자들이 4제(諦)의 공한 이치를 얻고 도를 닦아 열반[滅]에 들려고 할 때, 뛰어난 성품이 원만하게 드러나면, 저는 그 앞에 성문(聲聞)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음욕에 얽힌 마음[欲心]을 밝게 깨달아서 음욕의 경계[欲塵]를 범하지 않고 몸을 청정하게 지니고자 하면, 나는 그 앞에 범왕(梵王)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해탈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천주(天主)가 되어 모든 하늘을 거느리고
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제석(帝釋)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자재한 몸으로 시방세계를 유행(遊行)하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자재천(自在天)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자재한 몸으로 허공을 날아다니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대자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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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自在天)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귀신(鬼神)을 통솔하여 국토를 구제하고 보호하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 앞에 천대장군(天大將軍)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세계를 통치하면서 중생을 지키고 보호하기를 좋아하면, 나는 그 앞에 사천왕(四天王)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하늘 궁전에 태어나서 귀신 부리기를 좋아하면, 저는 그 앞에 사천왕국(四天王國)의 태자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인간의 왕위에 오르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귀족의 우두머리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추앙 받는 일을 좋아한다면, 나는 그 앞에 장자(長者)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중생들이 명언(名言)을 이야기하면서 청정하게 살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거사(居士)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중생들이 국토를 다스리면서 방읍(邦邑)을 바로잡아 결단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황제 신하의 몸[帝官身]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온갖 음양 등의 술수[諸數術]로 사람들의 몸과 생명을 조절하여 기르면서 스스로 살아가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바라문(婆羅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어떤 남자가 배우기를 좋아해서 출가하여 모든 계율을 지키려고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비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어떤 여인이 배우기를 좋아해서 출가하여 모든 금계(禁戒)를 지키려고 하면, 저는 그 앞에 비구니의 몸을 나타내어 법
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어떤 남자가 5계(戒)를 받아 지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우바새(優婆塞)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또 여자가 스스로 5계를 지키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우바이(優婆夷)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어떤 여인이 집안 살림살이로 출세해서 관저[家]와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황후의 몸[女主身]과 재상 부인[國夫人]과 고위 관직의 부인[命婦]과 정사(政事)에 모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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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여인[大家]의 모습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남근(男根)을 허물지 않고자 한다면, 저는 그 앞에 동남(童男)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처녀(處女)가 그대로 처녀의 몸으로 남아 있기를 좋아하여 사나운 침범을 원하지 않는다면, 저는 그 앞에 동녀(童女)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하늘들이 하늘의 무리에서 나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하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용들이 용의 무리에서 나오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용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야차(夜叉)들이 본 무리[本倫]에서 떠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야차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건달바(乾闥婆)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건달바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아수라(阿修羅)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아수라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긴나라(緊那羅)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긴나라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며, 만일 마호라가(摩呼羅伽)들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마호라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만일 중생들이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좋아하여 사람으로 태어나는 길을 닦고자 한다면, 저는 사람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하고, 만일 사람이 아닌 무리로서, 형상이 있는 중생이나 형상이 없는 중생이나 생각이 있는 중생이나 생각이 없는 중생이 그 무리에서 벗어나기를 좋아한다면, 저는 그 앞에 다 그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서 성취케 합니다.
이를 '묘하고 청정한 서른두 가지의 순응력으로 국토에 들어가는 몸'이라고 하오며, 모두 듣는 성품을 훈습(熏習)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삼매에서 나온 무심작용의 묘한 힘[無作妙力]으로 자재하게 성취한 법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듣는 성품을 훈습하여 듣는 성품을 수행하는 삼매의 무심작용의 묘한 힘[聞熏聞修金剛三昧無作妙力]으로, 시방삼세(十方三世)의 일체 6도(道) 중생과 함께 간절한 소원[悲仰]이 동일하기 때문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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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중생이 저의 몸과 마음에서 열네 가지 무외공덕(無畏功德)을 얻게 합니다.
첫째는 저는 스스로 소리를 관찰하지 않고 관찰하는 자체를 관찰함에 따라, 저 시방 고뇌중생들이 그 음성을 관찰케 하여 해탈할 수 있게 하고, 둘째는 알고 보는 작용을 돌이켜 회복함에 따라, 중생들이 큰불 속에 들어갈지라도 불이 태울 수 없게 하며, 셋째는 성품으로 관하여 듣고 돌이켜 회복함에 따라, 중생들이 큰물에 떠내려갈지라도 물에 빠지지 않게 합니다.
넷째는 허망한 생각을 단멸(斷滅)하여 마음에 살해하려는 생각이 없어짐에 따라, 중생들이 귀신 세상에 들어가도 귀신이 해칠 수 없게 하고, 다섯째는 듣는 성품을 훈습해서 듣는 성품을 성취하여 여섯 감관을 소멸하고 근원을 회복하여 소리와 들음이 동일함에 따라, 중생들이 피해를 당할 지경에 놓일지라도, 칼은 조각조각 부서지고, 군사의 무기[兵戈]는 마치 물을 베고 빛을 불어 끄듯이, 성품이 흔들리지 않게 하며, 여섯째는 듣는 작용을 훈습한 지혜[聞熏
]가 정교하게 밝고 밝음이 법계에 두루 원만하여 온갖 깊은 어둠[幽暗]이 제 성질을 전혀 지키지 못함에 따라, 그 중생들 곁에 야차(夜叉)·나찰(羅刹)·구반다귀(鳩槃茶鬼)·비사차(毘舍遮)·부단나(富單那) 등이 가깝게 있을지라도 눈으로 볼 수 없게 합니다.
일곱째는 소리의 성질이 원만하게 소멸하고 관찰하여 듣는 작용을 돌이켜 들어가서 소리의 온갖 허망한 경계를 벗어남에 따라, 그 중생의 몸에 구금(拘禁)하고 묶는 칼[枷: 칼 또는 項鎖]과 족쇄(足鎖)가 붙을 수 없게 합니다.
여덟째는 소리를 멸하고 듣는 성품이 원만하여 두루 사랑의 힘이 나옴에 따라, 그 중생들이 험한 길을 갈지라도 도적이 겁탈할 수 없게 하고, 아홉 번째는 듣는 본성을 훈습하여 소리의 경계[塵]를 벗어나서 요망한 색[色]이 겁탈할 수 없음에 따라, 음욕이 많은 중생들을 애정의 탐욕에서 멀리 벗어나게 하며, 열 번째는 소리가 순수하고 소리의 경계가 없어져서 감관[根]과 경계[塵]가 원만하게 융통하여 마주할 자와 마주할 상대가 없어짐에 따라, 노여움과
원한[忿恨]이 많은 일체중생을 온갖 성냄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열한 번째는 소리의 경계[塵]를 소멸하여 밝음을 돌이켜서 법계(法界)의 몸과 마음이 유리처럼 밝게 사무쳐 장애가 없어짐에 따라, 어둡고 우둔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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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막힌 일체 아전가(阿顚迦: 阿顚底迦 Acchatika의 줄임이며, 一闡提라고도 함]들을 어리석은 어둠에서 영원히 벗어나게 하며, 열 두 번째는 형체를 두루 녹여 듣는 본성을 회복하여 도량에서 움직이지 않고 세간을 끌어들이지만 세계를 허물지 않으면서, 티끌처럼 많은 여래들을 공양하며 각각 부처님의 곁에서 법왕자(法王子)가 됨에 따라, 자식이 없어서 남자아기를 원하는 법계의 중생들에게 복덕(福德)과 지혜를 갖춘 남자아기를 탄생케 하며, 열세
번째는 여섯 감관을 원만하게 통달하여 차별 없이 밝게 비추고, 시방세계를 머금어 크고 둥근 거울의 공한 여래장[大圓鏡空如來藏]을 세워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여래의 비밀법문을 받들어 순종하고 받아들인 법을 잃지 않음에 따라, 자식이 없어서 여자아기를 원하는 법계의 중생들에게 단정하고 복덕을 갖추고 유순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귀하게 여길 잘 생긴 여자아기를 탄생케 합니다.
열네 번째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일월에서 현재 세간에 살고 있는 62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법왕자들이 법을 닦고 모범을 드리워 중생들을 교화하고 있으나, 중생에 맞춰 따르는 방편과 지혜는 각기 다릅니다. 제가 얻은 원만하게 통달한 근본 감관[本根]의 경우에는, 묘한 귀의 문을 연 뒤에 몸과 마음이 미묘하게 두루 법계를 머금어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의 이름을 부르는 중생의 공덕을 저 62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법왕자들의 이름을 다 부르는
중생의 공덕과 비교해도, 두 사람의 복덕은 동등하여 다르지 않게 합니다. 세존이시여, 나의 한 이름의 공덕이 저 수많은 이름의 공덕과 다르지 않음은 제가 수행하여 진실하고 원만한 통달 법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중생들이 복을 갖추도록 베푸는 열네 가지 두려움이 없는 힘'이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이 원만한 통달 법을 얻고 더없이 높은 도를 닦아 증득했기 때문에, 또 네 가지 부사의한 무심 작용의 묘한 공덕[無作妙德]을 잘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제가 처음에 묘하고 또 묘한 듣는 마음을 얻고, 마음이 정밀하여 듣는 작용을 버리니,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작용이 따로 가로막히지 않게 되어, 한결같이 원만하고 융통하고 청정하고 보배로운 깨달음을 성취하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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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따라서 저는 뜻대로 여러 가지 묘한 용모를 나타내어, 한없는 비밀신주(祕密神呪)를 마음대로 설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머리 세 머리, 다섯 머리 일곱 머리, 아홉 머리 열 한 머리에서, 이렇게 백 팔 머리 천 머리 만 머리, 팔만 사천 금강머리[爍迦羅首]를 나타내기도 하고, 두 팔 네 팔, 여섯 팔 여덟 팔, 열 팔 열두 팔, 열네 팔 열여섯 팔, 열여덟 팔 스무 팔에서, 스물네 팔까지, 이렇게 일백 팔 팔천 팔, 만팔 팔만 사천 수인 팔[母陀羅臂: 結印, 手印]을 나타내기도 하며, 두 눈 세 눈, 네 눈 아홉 눈에서, 이렇게 백팔 눈 천 눈,
만 눈 팔만 사천 청정한 보배의 눈[淸淨寶目]을 나타내기도 하며, 때로는 자비로, 때로는 위엄으로, 때로는 선정으로, 때로는 지혜로, 중생을 구제하여 보호하는데 뛰어나게 자재한 능력을 얻었습니다.
둘째는 제가 듣고 생각하는 지혜로 여섯 경계를 벗어 나옴이 마치 소리가 담을 넘어도 장애가 없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저는 묘하게 낱낱 형상을 나타내어 낱낱 주문을 설할 수 있으며, 그 형상과 그 주문은 중생들에게 두려움이 없는 법을 잘 베푸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국토에서는 저를 '두려움이 없는 법을 베푸는 자'라고 부릅니다.
세 번째는 제가 본래 묘하고 청정하고 원만하게 통달한 근본 감관[本妙圓通淸淨本根]을 수행하였기 때문에, 유행(遊行)하는 세계마다 중생들이 몸에 지닌 진귀한 보배의 애착을 버리면서 저에게 가엾게 여겨 구제해 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제가 부처님의 마음을 얻고 구경(究竟)법을 증득했기 때문에, 가지가지 진귀한 보배로 시방 여래(十方如來)께 공양하게 되었으며, 한편으로는 법계의 육도중생(六道衆生)이 아내를 구하면 아내를 얻게 하고, 자식을 원하면 자식을 얻게 하며, 삼매를 구하면 삼매를 얻게 하고, 긴 수명을 원하면 긴 수명을 얻게 하며, 이와 같이 또 대열반(大涅槃)을 구하면 대열반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원만한 통달한 법을 물으시니, 제 경우로는 귀의 문에서 원만하게 비춰 밝히는 삼매로부터 인연하는 마음[緣心]이 자재하고, 그 자재한 마음으로[因] 흐르는 모양[流相]에 들어가서 삼마제(三摩提)를 얻고 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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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는 법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세존이시여, 저 부처님 여래[佛如來; 觀世音]께서는 '원만하게 통달하는 법문을 훌륭하게 얻었다'고 감탄하시며, 큰 법회에서 저를 수기하시어 관세음(觀世音)의 이름을 내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저의 관찰하여 듣는 법이 시방에 원만하게 밝혀졌기 때문에 관음(觀音)이란 이름이 시방세계에 두루 알려진 것입니다.
이 때 세존께서 사자좌(師子座)에서 온몸[五體]으로 똑같은 보배의 광명을 놓으셔서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여래와 법왕자보살(法王子菩薩)들의 이마를 비추셨으며, 저 모든 여래께서도 온 몸으로 다 같이 보배의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은 미진 세계를 거쳐 와서 부처님의 이마를 비추고, 아울러 법회의 뛰어난 보살과 아라한들을 비췄다. 그러자 숲과 나무와 못과 시냇물들은 다 법을 연설하였으며, 교차된 광명은 서로 짜여 보배 실 그물처럼 어우러지니, 대중
들은 이전에 본적이 없는 광경을 보면서 모두들 널리 금강삼매(金剛三昧)를 얻었다. 즉시 하늘에서 온갖 보배의 연꽃이 비 오듯 내리니, 푸른 색 노란 색 붉은 색 하얀 색이 사이마다 섞이고 현란하게 조화되어 시방허공은 온통 일곱 가지 보배 색으로 변했다. 이 사바세계의 대지와 산과 강은 동시에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으며, 오직 시방의 티끌처럼 많은 국토가 합쳐서 하나가 된 세계만 보이는 가운데, 자연히 울려 퍼지는 범패(梵唄)와 영가(詠歌)의 소리
가 들릴 뿐이다.
여기에 여래께서 문수사리법왕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스물다섯 뛰어난 무학보살(無學菩薩)과 아라한(阿羅漢)들을 보아라. 그들은 각기 최초의 성도방편(成道方便)을 설하면서 다들 진실한 원통 법을 닦았다고 말했다. 저들의 수행은 참으로 우열과 전후의 차별이 없다. 내가 이제 아난을 깨우치려면, 25행(行) 가운데 어떤 법이 그 근기에 가장 알맞겠으며, 또 내가 열반한 뒤에 이 사바세계 중생들이 보살 법[菩薩乘]에 들어가서 더없이 높은 도를 구하려면, 어떤 방편문(方便門)을 닦아야 쉽게
성취할 수 있겠느냐."
문수사리법왕자가 부처님의 자비로운 뜻을 받들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까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의 위신(威神)을 받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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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송으로 부처님께 답하였다.
깨달음의 본래성품 고요하고 원만하며
원만하게 고요한 깨달음은 미묘합니다.
覺海性澄圓 圓澄覺元妙
원래 밝음 비치어 밝힐 대상 생겨나니
밝힐 곳 서고 나서 밝은 성품 없어졌고
미혹 망상 아득하여 허공으로 변했으며
넓은 허공 의지하여 모든 세계 세워지자
헛된 생각 가라앉아 온갖 국토 되었으며
허망하게 지각하여 중생으로 변합니다.
元明照生所 所立照性亡
迷妄有虛空 依空立世界
想澄成國土 知覺乃衆生
깨달음의 둥근 데서 불쑥 생긴 저 허공도
넓은 바다 작디작은 한 방울의 거품인데
생멸 따라 변화하는 티끌처럼 많은 국토
하나같이 허공에서 생겨 나온 존재이니
물거품이 사라지면 저 허공도 본래 없는데
그 가운데 삼계인들 어느 곳에 기대리까.
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
有漏微塵國 皆從空所生
漚滅空本無 況復諸三有
근원으로 가는 성품 두 갈래 길 없사오나
방편 따라 가는 길엔 여러 문이 있습니다.
歸元性無二 方便有多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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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성품 무엇에나 거침없이 통달하여
알맞음도 거슬림도 한결같이 방편 되나
초심자가 수행하여 선정삼매 들 때에는
늦고 빠른 근기 달라 한결같지 않습니다.
聖性無不通 順逆皆方便
初心入三昧 遲速不同倫
색상이란 망상으로 얽혀 짜인 경계로서
정교하게 추궁해도 사무칠 수 없사온데
명철하게 꿰뚫어서 알아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色想結成塵 精了不能徹
如何不明徹 於是獲圓通
음성이란 온갖 말이 두루 섞인 경계로서
낱말들과 이름들과 구절들의 내용일 뿐
한 마디로 일체 뜻을 담아내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音聲雜語言 但伊名句味
一非含一切 云何獲圓通
향냄새란 화합으로 맡아 아는 경계로서
인연 화합 떠난다면 향냄새가 원래 없어
항상 느껴 알 수 없는 오락가락 저 냄새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香以合中知 離則元無有
不恒其所覺 云何獲圓通[128 / 252] 쪽
맛봄이란 그 자체가 본연 아닌 경계로서
혀를 대어 맛볼 때만 온갖 맛을 알게 되니
그 느낌이 한결같이 있지 않는 저 맛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味性非本然 要以味時有
其覺不恒一 云何獲圓通
감촉이란 닿음 따라 밝혀 아는 경계로서
닿는 대상 없어지면 감촉인줄 모르는데
대고 떼는 그 성질이 정처 없는 감촉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觸以所觸明 無所不明觸
合離性非定 云何獲圓通
법 경계란 뜻을 따라 인연하는 경계로서
경계 따라 인식할 때 그 대상이 있게 되니
능과 소를 떠나서는 알지 못할 저 법으로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法稱爲內塵 憑塵必有所
能所非遍涉 云何獲圓通
보는 성품 환히 밝혀 온갖 것을 본다 해도
보는 앞은 분명하나 뒤는 밝게 볼 수 없어
네 구석에 하나 반이 보는 작용 부족한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見性雖洞然 明前不明後
四維虧一半 云何獲圓通
코로 쉬는 들숨날숨 들이쉬고 내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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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나는 그 중간에 어우러진 숨결 없어
내쉬거나 들이쉴 뿐 두루 밟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법으로 원통 법을 이루리까.
鼻息出入通 現前無交氣
支離匪涉入 云何獲圓通
맛을 보고 아는 데는 그 까닭이 확실해서
단맛 쓴맛 있어야만 이를 따라 느끼지만
단맛 등이 없어지면 아는 작용 없어지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舌非入無端 因味生覺了
味亡了無有 云何獲圓通
몸의 작용 닿는 경계 합할 때는 동일하나
각기 따로 지각할 때 원만하지 못하면서
몸과 촉의 경계선이 어디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이 법으로 원통 법을 이루리까.
身與所觸同 各非圓覺觀
涯量不冥會 云何獲圓通
뜻 감관은 생각으로 어지럽게 뒤섞여서
고요하여 맑은 경지 볼 여가가 아예 없어
생각하고 기억하며 벗어날 줄 모르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知根雜亂思 湛了終無見
想念不可脫 云何獲圓通
세 가지가 섞여 합한 안식으로 보는 작용
그 근원을 따져보면 제 모양이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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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부터 애매하여 결정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識見雜三和 詰本稱非相
自體先無定 云何獲圓通
시방곳곳 막힘없이 마음으로 듣는 법은
마음 다한 첫 수행의 큰 힘에서 나왔으니
초심자가 들기에는 너무 높은 경지인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心聞洞十方 生于大因力
初心不能入 云何獲圓通
코끝에다 모은 생각 본래부터 방편으로
그 마음을 잡아들여 머물도록 단속할 뿐
머물 때는 그 마음이 머무를 곳 머무르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鼻想本權機 秖令攝心住
住成心所住 云何獲圓通
설법이란 음성으로 문자들을 농하는 일
여러 생을 갈고 닦아 깨친 이는 가능하나
이름이나 구절들은 무루법이 안 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說法弄音文 開悟先成者
名句非無漏 云何獲圓通
지와 범의 계율 닦아 이 한 몸을 단속하나
이 한 몸을 떠나서는 단속 대상 전혀 없어
원래부터 모든 것에 원만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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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持犯但束身 非身無所束
元非遍一切 云何獲圓通
신통술은 본래부터 많은 생에 닦은 인연
법 경계를 분별함과 무슨 상관있으리까.
생각하는 인연들은 물체에서 못 떠나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神通本宿因 何關法分別
念緣非離物 云何獲圓通
흙의 요소 그 본질을 세밀하게 살핀다면
단단하고 걸리어서 뚫려 있지 아니하고
변화하는 생멸 법은 진실성품 아니거니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若以地性觀 堅礙非通達
有爲非聖性 云何獲圓通
물의 요소 그 본질을 면밀하게 살핀다면
생각이나 기억들은 진실 법이 아니어서
부동불변 여여 경지 추궁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若以水性觀 想念非眞實
如如非覺觀 云何獲圓通
불의 요소 그 본질을 자상하게 살핀다면
존재현상 싫어함도 해탈이라 할 수 없어
초심자가 방편 삼아 수행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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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 252] 쪽
若以火性觀 厭有非眞離
非初心方便 云何獲圓通
바람요소 그 본질을 섬세하게 살핀다면
흔들림과 고요함이 서로기대 마주 서니
마주서면 무상각을 성취하지 못 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若以風性觀 動寂非無對
對非無上覺 云何獲圓通
공의 본질 그 바탕을 깊이깊이 살핀다면
둔탁하고 어두움은 깨달음이 원래 없어
깨달음이 아니라면 보리라고 못하는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若以空性觀 昏鈍先非覺
無覺異菩提 云何獲圓通
인식 성질 그 근본을 꼼꼼하게 살핀다면
관찰하는 인식부터 영원히 머물지 않고
마음 쓰는 그 자체가 부질없고 허망한데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若以識性觀 觀識非常住
存心乃虛妄 云何獲圓通
변천하는 온갖 행이 영원하지 아니해서
염불하는 그 성품도 원래부터 생멸인데
원인결과 지금 와서 달리 받긴 하였으나
어떻게 원만한 통달 법을 이루리까.
諸行是無常 念性元生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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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 252] 쪽
因果今殊感 云何獲圓通
저는 이제 제 소견을 부처님께 아룁니다.
세존께서 중생 위해 사바세계 나오셔서
이 세상의 중생들을 교화하는 진실 법도
부처님의 청정하신 음성 따라 듣게 되니
누구든지 수행하여 삼마제를 취하려면
듣는 성품 돌이켜야 들어가기 쉽습니다.
我今白世尊 佛出娑婆界
此方眞敎體 淸淨在音聞
欲取三摩提 實以聞中入
온갖 고통 벗어나서 해탈경지 이룬 이여
훌륭하다 그 이름 관세음보살이여
항하강의 모래처럼 많은 겁이 지나도록
티끌처럼 많고 많은 불국토에 들어가서
훌륭하고 걸림 없는 자재한 힘 성취하여
고통 받는 중생에게 무외법을 베풀면서
묘음으로 설법하고 세상 소리 관찰하여
때에 맞는 해조음과 집착 떠난 범음으로
이 세상을 구제하여 너나 없이 편케 하고
출세간의 수행자는 상주 진리 얻는구려.
離苦得解脫 良哉觀世音
於恒沙劫中 入微塵佛國
得大自在力 無畏施衆生
妙音觀世音 梵音海潮音
救世悉安寧 出世獲常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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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 252] 쪽
저는 이제 부처님께 제 진심을 아룁니다.
관세음이 설한 법을 비유하여 말한다면
사람들이 소리 없이 조용하게 쉬는 곳에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쳐서 소리 내면
온갖 곳에 고루 퍼져 한 순간에 다 들리니
이 경지가 바로 원만[圓]의 진실입니다.
我今啓如來 如觀音所說
譬如人靜居 十方俱擊鼓
十處一時聞 此則圓眞實
눈을 뜨고 본다 해도 막힌 곳을 볼 수 없고
입과 코의 그 작용도 이 경우와 한가지며
몸의 촉은 닿아야만 닿는 줄을 알게 되고
마음으로 생각할 땐 두서없이 섞이지만
소리 듣는 그 성품은 담과 벽에 막힘없어
먼 곳이나 가까운 곳 하나같이 다 들어서
다섯 감관 이와 달라 듣는 작용 못 따르니
이 경지가 바로 통달[通]의 진실입니다.
目非觀障外 口鼻亦復然
身以合方知 心念紛無緖
隔垣聽音響 遐邇俱可聞
五根所不齊 是則通眞實
소리 경계 그 본질은 움직이고 조용하여
듣는 성품 가운데서 있다 없다 작용하니
듣는 소리 없을 때는 듣는 성품 없다 하나
듣는 성품 실제로는 없어지지 아니하여
소리작용 없다 해도 없어진 일 원래 없고
소리작용 있다 해도 생겨난 일 본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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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멸의 두 경계를 뚜렷하게 떠났으니
이 경지가 바로 영원[常]의 진실입니다.
音聲性動靜 聞中爲有無
無聲號無聞 非實聞無性
聲無旣無滅 聲有亦非生
生滅二圓離 是則常眞實
깊이 잠든 꿈속에서 소리 듣고 생각하여
마음 쓰지 아니해도 생각 없지 아니하니
깨침으로 관찰하여 사유의 길 떠난 자리
몸과 마음 다하여도 따를 수가 없습니다.
縱令在夢想 不爲不思無
覺觀出思惟 身心不能及
넓고 많은 세계 중에 사바국토 중생들은
음성으로 담론하며 자기 뜻을 밝히지만
중생들은 우둔하여 듣는 본성 미혹하고
소리만을 따르면서 윤회하고 있습니다.
今此娑婆國 聲論得宣明
衆生迷本聞 循聲故流轉
아난 비록 많이 외워 아는 지식 뛰어나도
삿된 생각 떨어짐을 면할 길이 없었으니
음욕 늪에 빠지는 일 벗어나질 못했으나
소리 흐름 돌이키면 헛된 생각 없습니다.
阿難縱强記 不免落邪思
豈非隨所淪 旋流獲無妄
아난이여 너는 이제 나의 말을 잘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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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서
금강처럼 견고하고 환술처럼 부사의한
부처님의 근본이신 진실한 삼매를
너를 위해 설하여 밝혀 주리라.
阿難汝諦聽 我承佛威力
宣說金剛王 如幻不思議
佛母眞三昧
지금 너는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면서
하고 많은 비밀법문 남김없이 들었으나
처음부터 음욕번뇌 제거하지 못하다가
듣는 지식 쌓아올려 과오를 저질렀다.
汝聞微塵佛 一切袐密門
欲漏不先除 畜聞成過誤
들음으로 부처님의 바른 법을 지니면서
어찌하여 듣는 성품 들으려고 안 했느냐.
將聞持佛佛 何不自聞聞
들음이란 자연으로 발생하지 아니하고
소리 따라 이름이나 글자들만 있느니라.
聞非自然生 因聲有名字
듣는 성품 돌이켜서 소리에서 해탈하면
해탈한 자 네가 아닌 누구라고 하겠느냐.
旋聞與聲脫 能脫欲誰名
한 감관을 돌이켜서 근원으로 돌아가면
여섯 가지 감관들도 남김없이 해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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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根旣返源 六根成解脫
보고 듣는 작용들은 헛것 보는 눈병 같고
욕계 색계 무색계는 허공 꽃과 다름없다
듣는 본성 되돌려서 눈병 뿌리 제거하면
티끌번뇌 스러져서 깨달음이 맑아지리.
見聞如幻翳 三界若空花
聞復翳根除 塵銷覺圓淨
맑은 경계 끝 간 데서 본래 광명 통달하고
고요하게 밝게 비쳐 온 허공을 두루 삼켜
세상으로 돌아와서 온갖 것을 돌아보면
꿈속 일과 다름없이 허망하게 보이리니
꿈속에서 즐겨 노는 그림자 마등가가
어떤 수로 네 형체를 붙들 수 있겠느냐.
淨極光通達 寂照含虛空
卻來觀世間 猶如夢中事
摩登伽在夢 誰能留汝形
세상에서 묘한 술법 자랑하는 환술사가
교묘하게 환술 부려 남녀들을 부릴 적에
눈과 입과 손과 발이 움직임을 볼지라도
한 기틀의 발동으로 흔들리고 움직이니
한 기틀이 발동 멈춰 고요한 데 돌아가면
환술 따라 놀던 남녀 어디에서 찾겠느냐.
如世巧幻師 幻作諸男女
雖見諸根動 要以一機抽
息機歸寂然 諸幻成無性[138 / 252] 쪽
여섯 가지 감관으로 흔들리는 그 작용도
원래부터 한 정기의 밝은 데를 의지하여
따로 각기 여섯으로 어우러져 나눴으니
한 감관만 멈춰 쉬어 밝은 본성 회복하면
여섯 가지 감관들도 모든 작용 멈춰 쉬고
티끌 번뇌 때 번뇌를 마음대로 소멸하여
원만하게 밝고 맑은 묘한 경지 이루리라.
六根亦如是 元依一精明
分成六和合 一處成休復
六用皆不成 塵垢應念銷
成圓明淨妙
티끌번뇌 남은 동안 유학자리 머물다가
밝은 경지 완연하면 그게 바로 여래니라.
餘塵尙諸學 明極卽如來
아난이여 대중이여
너희들은 뒤바뀌어 듣는 틀을 되돌려라.
듣는 성품 돌이켜서 제 성품을 듣는다면
제 성품으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루리라.
원만한 통달법도 진실로 이와 같을 뿐이다.
衆及阿難 旋汝倒聞機
聞聞自性 性成無上道
通實如是
이것이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께서
한 길을 따라 행하신 열반의 문이다.
지난 세상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 열반의 문을 이미 성취하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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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상의 여러 보살들도
지금 원만한 밝음에 들어가고 있으며
미래에 닦고 배울 사람들도
마땅히 이러한 법을 의지하리라.
나 또한 이 방법으로 증득했으니
어찌 관세음보살만 그렇겠느냐.
此是微塵佛 一路涅槃門
過去諸如來 斯門已成就
現在諸菩薩 今各入圓明
未來修學人 當依如是法
我亦從中證 非唯觀世音
참으로 부처님 세존께서
제게 방편의 선택을 명하신 뜻은
말겁 세상을 구제하시고
세상 사람들을 구출하시려는 것이오니
말겁에 열반의 마음을 성취시키려면
관세음의 방편이 가장 뛰어납니다.
그 외 나머지 모든 방편들은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당한 일에 따라 번뇌를 버리게 하신 법이니
오래 닦고 배우거나 얕고 깊은 근기에게
한가지로 두루 설할 법이 못 됩니다.
誠如佛世尊 詢我諸方便
以救諸末劫 求出世間人
成就涅槃心 觀世音爲最
自餘諸方便 皆是佛威神
卽事捨塵勞 非是長修學
淺深同說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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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 없는 불가사의한
여래장에 머리 숙여 예를 올리오니
부디 미래중생에게 가피를 내리시어
이 문에 의혹이 없게 하시고
방편을 쉽게 성취케 하옵소서.
禮如來藏 無漏不思議
加被未來 於此門無惑
便易成就
아난과 말겁의 고해 중생들을
교화하기에 가장 알맞은 법이오니
단지 이 감관으로 닦기만 하면
원만한 통달이 다른 방편보다 훨씬 뛰어납니다.
이것이 저의 진실한 마음입니다.
堪以敎阿難 及末劫沈淪
但以此根修 圓通超餘者
眞實心如是
여기에 아난과 대중들은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훌륭한 가르침을 깨닫고, 부처님의 보리와 대열반(大涅槃)을 바라보니, 마치 볼일 때문에 먼 곳에 갔던 사람이 아직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확실하게 아는 것과 같았다.
법회에 모인 천룡팔부(天龍八部)와 배우는 단계의 이승[有學二乘]과 새로 발심한 보살들은, 그 수가 무려 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았으나, 모두들 본 마음을 깨닫고 번뇌를 멀리 벗어나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었다. 성비구니(性比丘尼)는 게송이 끝나자, 아라한을 성취하였으며, 한량없는 중생들은 다 '비할 데 없이 평등하고 더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 통달한 깨달음의 마음[無等等阿耨多羅三藐三菩提]'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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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옷을 바르고 대중 가운데서 합장하고 이마를 조아려 예를 올리면서 마음과 향할 길[迹]이 뚜렷이 밝은 가운데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였다. 미래의 중생들에게 이익을 베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 숙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미 성불법문(成佛法門)을 깨달았으니, 이 법으로 수행하는 데 아무런 의혹이 없습니다.
저는 항상 여래로부터 '자신은 아직 해탈하지 못했으나 남을 먼저 해탈시키려는 것은 보살이 발심이며, 자신이 이미 원만하게 깨달아서 남을 깨우치는 것은 여래가 세상에 순응하는 행이니라'는 말씀을 들어왔습니다. 제가 비록 아직 해탈하지 못했으나, 말겁(末劫)의 일체중생을 제도하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중생들이 부처님과 점차 더 멀어져서 삿된 스승의 설법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아질 때, 그 마음을 거둬들여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도량을 안전하게 설치해야만 온갖 마군(魔軍)의 장애를 멀리 벗어나서 보리의 마음이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아난을 칭찬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네가 물은 바와 같이 도량을 안전하게 설치하여 생사에 잠길 말겁(末劫)의 중생들을 구제하려면,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설하리라."
아난과 대중은 '예[唯然]'라고 대답하고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항상 들어온 바와 같이 나는 계율[毗奈耶]에서 수행해야할 세 가지 결정된 뜻을 설해왔다. 아른 바 마음을 거둬들이는 계(戒)와 계에서 생기는 정(定)과 정에서 일어나는 혜(慧)이니, 이를 3무루학(無漏學)이라고 한다.
아난아, 어째서 내가 마음을 거둬들이는 수행을 계라고 했겠느냐.
만일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그 마음에 음욕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상속(相續)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에서 벗어나려는 데 있으나, 음욕 심을 버리지 못하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禪定)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음행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마의 길에 떨어져서, 상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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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魔王)이 되고 중품은 마의 백성이 되고 하품은 마의 여자가 된다. 저 온갖 마군(魔軍)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末法)에는 이 마의 백성들이 세상에 치성(熾盛)하여 음욕을 자행하면서 선지식(善知識)이라고 하며, 온갖 중생들을 애욕과 사견[愛見]의 구덩이에 떨어트려 보리의 길을 잃게 하느니라.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마지(三摩地)를 닦게 하려면 먼저 마음의 음욕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첫째로 결정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음행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모래와 돌을 삶아서 밥을 지으려는 격이니, 백천 겁을 지낼지라도 뜨거운 모래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밥의 재료가 아닌 돌과 모래이기 때문이다. 네가 음욕을 행하는 몸으로 부처님의 묘한 과위[妙果]를 구한다면, 아무리 묘하게 깨달을지라도 모두 음욕의 뿌리이니라. 뿌리가 음욕으로 얽혀 있으면 세 갈래 세상을 굴러다니면서 벗어날 수 없을 텐데, 여래의 열반을 어느 길에서 닦아 증득하겠느냐
.
반드시 음욕의 틀[婬機]을 몸과 마음에서 함께 끊어야 하고 끊었다는 생각까지 없어져야만 부처님의 보리를 바랄 수 있느니라.
나의 이러한 말이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파순(波旬)의 말이니라.
아난아, 또 만일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그 마음에 생명을 죽일 생각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상속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를 벗어나려는 데 있으나, 죽이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禪定)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살생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귀신의 길에 떨어져서, 상품은 큰 힘을 가진 귀신이 되고, 중품은 날아다니는 야차(夜叉)나 귀신의 우두머리가 되고, 하품은 땅에 다니는 나찰(羅刹)이 된다. 저 모든 귀신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末法)에는 이러한 귀신들이 세상에 성행하여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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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먹어야 보리의 길을 얻는다'고 말하리라. 아난아, 나는 비구들에게 다섯 가지 깨끗한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하였으나, 이 고기들은 모두 다 나의 신력(神力)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본래 생명이 없었느니라. 너희 바라문(婆羅門)들이 살고 있는 곳은, 땅이 찌는 듯이 덥고 습기가 심한 데다 돌과 모래가 많아서, 풀이나 채소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대비신력(大悲神力)으로 가피를 내려 큰 자비의 방편으로 고기라고 하니, 너희들은 그 맛을
보았을 뿐인데, 이 여래가 열반한 뒤에 중생의 고기를 먹는 사람을 어찌 나의 제자[釋子]라고 하겠느냐.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비록 삼마지(三摩地)를 얻은 듯 마음이 환하게 열릴지라도, 이들은 다 대나찰(大羅刹)들로서, 과보(果報)가 끝나면 반드시 생사고해에 빠질 자들이요, 불제자(佛弟子)가 아니니라. 이러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서로 죽이고 서로 삼키고 서로 잡아먹기를 그치지 않으니, 어찌 이런 사람들이 3계(界)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마지(三摩地)를 닦게 하려면, 음욕 다음에 살생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두 번째로 결정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살생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마치 제 귀를 막고 큰 소리 치면서 남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격이니, 이를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내는 짓'이라고 한다. 청정비구와 보살들은 좁은 길을 지날 때도 살아있는 풀을 밟지 않는데, 더욱이 손으로 뽑겠느냐. 또 어찌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보살이 중생들의 피와 고기를 취해서 음식으로 여겨 배를 채우겠느냐. 만일 비구들이 동쪽 나라에서 나는 명주실과 솜과 비단 등으로 짠 옷을
입지 않으며, 이 지방에서 나는 가죽 신발을 신지 않으며, 짐승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으며, 짐승의 젖과 젖으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구들은 세상을 진실하게 해탈하여 지난 세상의 빚을 갚고 3계(界)에서 떠돌지 않으리라. 왜냐 하면 다른 몸의 가죽 등[身分]을 입으면 다 그들과 인연을 맺기 때문이다. 마치 겁 초의 사람들이 그 땅에서 나는 온갖 곡식을 먹다가 발이 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와 같으니라.
반드시 몸과 마음으로 모든 중생의 몸이나 몸의 몫을 몸과 마음의 두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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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입거나 먹지 않도록 단속한다면 나는 이 사람들을 진정한 해탈자라고 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파순(波旬)의 말이니라.
아난아, 만일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그 마음에 훔칠 뜻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상속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를 벗어나려는 것이나, 훔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禪定)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훔치는 생각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삿된 길에 떨어져서, 상품은 정령(精靈)이 되고 중품은 요망한 도깨비[妖魅]가 되고 하품은 삿된 사람이나 온갖 도깨비에 홀린 자가 된다. 저 여러 삿된 자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末法)에는 이러한 요망한 삿된 무리들이 세상에 성행하여, 몰래 숨기는 간사한 속임수[內心]로 선지식이라 칭하여, 각기 스스로 훌륭한 사람의 법을 얻었노라 하면서, 무식한 사람을 현혹시켜서 두려움으로 마음을 잃게 하고 지나는 곳마다 그 집안의 재산을 탕진시키느니라. 내가 비구들에게 법에 따라 걸식[循乞]하도록 가르친 까닭은, 탐욕을 버리고 보리의 도를 성취시키려는 뜻이며, 또 비구들이 스스로 음식을 익혀 먹지 않도록 한 것도
, 남은 생을 3계(界)에 머물다가, 한 번만 왕래하여 가고 나면 되돌아오지 않음을 보이려는 뜻이다. 그런데 어찌 도적이 나의 의복으로 위장하여 여래를 팔아 여러 가지 나쁜 업을 지으면서 모두 불법(佛法)이라 하고, 출가하여 계를 갖춘 비구들을 소승도(小乘道)라고 비방하다가, 이로 인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의혹 시켜 그르쳐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게 하겠느냐.
만일 내가 열반한 뒤에 만일 어떤 비구가 발심하여 뜻을 결정하고 삼매를 닦으면서, 여래의 형상 앞에서 한 등불로 몸을 태우거나, 한 손가락을 태우거나, 향 하나로 몸을 태운다면, 나는 이 사람은 한량없는 지난 세상의 빚을 일시에 갚고 길이 세상을 하직하여, 영원히 온갖 번뇌를 해탈하리라고 설할 것이며, 비록 그 자리에서 더없이 높은 깨달음의 길을 밝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그 보리 법에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고 하리라. 만일 이렇게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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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작은 인연이라도 맺지 않는다면, 비록 무위법(無爲法)을 성취할지라도, 반드시 인간으로 환생하여 그 묵은 빚을 갚게 되니, 바로 내가 말먹이 보리를 먹은 일과 다르지 않으리라.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마지(三摩地)를 닦게 하려면 음욕과 살생 다음으로 훔치는 마음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세 번째로 결정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훔치는 마음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마치 어떤 사람이 새는 바가지에 물을 부어 채우려고 하나, 오랜 겁을 지내도 끝내 가득 채울 수 없는 것과 같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가사와 발우 외에 조금도 재물을 쌓아두지 않고, 얻은 밥을 남겨서 주린 중생에게 베풀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합장하여 대중에게 예배하거나, 다른 사람이 때리고 욕해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 버리고 몸과 살과 뼈와 피를
중생과 함께 하고, 여래의 불요의설(不了義說)을 자기 뜻대로 해석하여 초심자[初學]를 잘못 가르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사람을 인가하여 진정한 삼매를 얻었다고 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파순(波旬)의 말이니라.
아난아, 이러한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비록 몸과 마음이 살생과 투도와 음욕에서 벗어 나와 세 가지 행이 이미 원만할지라도, 만일 큰 거짓말[大妄語]을 자행하면, 삼마지(三摩地)가 청정하지 못하여 애욕과 사견의 마[愛見魔]로 변해서 여래의 종자를 잃게 되리라. 큰 거짓말이란 이른바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고 부풀리는 말이니라.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 위하여 앞사람에게 '나는 지금 수다원과(須陀洹
果)와 사다함과(斯陀含果)와 아나함과(阿那含果)와 아라한도(阿羅漢道)와 벽지불승(辟支佛乘)과 십지지전(十地地前)의 제위보살(諸位菩薩)을 얻었노라'고 하면서, 상대에게 예배와 참회를 바라고 공양을 탐내는 행위이니라. 이 일천제[一顚迦]는 깨달음의 종자를 마치 칼로 다라 나무 베어내듯 소멸시켰으니, 나는 이런 사람을 '영원히 선근(善根)을 죽이고 더 이상 지견(知見)이 없어서, 3도(途)의 고해(苦海)에 잠기기만 할 뿐, 삼매를 이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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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자'라고 단언하리라.
나는 보살과 아라한들에게 명하여 '너희들은 내가 열반한 뒤 응신(應身)으로 말법 세상에 태어나서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어 생사의 윤회에서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라. 때에 따라 사문(沙門)과 세속의 거사[白衣居士]와 왕[人王]과 재상[宰官]과 동남(童男)과 동녀(童女)로부터, 음녀(婬女)와 과부(寡婦)와 간사한 도둑[姦偸]과 백정[屠販]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여, 그들과 같은 일을 하고 불승(佛乘)을 찬양하여 그들의 몸과 마음을 삼
마지(三摩地)에 들게 하라. 그러나 오직 임종할 무렵, 남몰래 유언할 때를 제외하고는 끝내 스스로 나는 진실한 보살이다. 진실한 아라한이다라고 말하여, 초심자[末學]에게 부처님의 밀인(密因)을 가볍게 누설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으니, 어찌 이런 사람들이 중생을 어지럽게 미혹시키는 대망어(大妄語)를 저지르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마지(三摩地)를 닦게 하려면 음욕과 살생과 투도 다음으로 또 온갖 대망어(大妄語)를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네 번째로 결정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대망어를 끊지 않는다면, 마치 인분(人糞)을 깎아서 전단(栴檀)나무의 모양을 만들어 놓고 향내 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행이니라. 나는 비구들에게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라고 가르쳐 왔기 때문에, 비구들은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일체 행에 조금도 허망한 거짓이 없는데, 어찌 위대한 사람의 법[上人法]을 얻었노라고 하겠느냐. 헐벗은 거지가 제왕(帝王)을 사칭하다가 스스로 죽음을 취하는 것과 같은데, 더욱
이 어찌 감히 법왕(法王)의 이름을 훔치겠느냐. 수행의 첫 자리[因地]가 진실하지 못하면 과위(果位)도 구부러진 것을 부른다. 진실하지 못한 행으로 부처님의 보리를 구하려고 한다면 배꼽을 씹으려는 사람과 같으니, 무엇이 이뤄지기를 바라겠느냐.
만일 비구들의 마음이 활줄처럼 곧다면 일체가 진실하여 삼마지(三摩地)에 들어가도 영원히 마의 장애가 없으리라. 나는 이 사람에게 '보살의 더없이 높은 깨달음[菩薩無上知覺]을 성취할 자라고 인가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파순(波旬)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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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출처 http://abc.dongguk.edu/ebti/c2/sub1.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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