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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무량수경


조위 강승개 한역
해동사문 무심보광 국역


제1장 서분(序分)


    제1절 경문의 증명(證信序)


  1. 육성취(六成就)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1) 성문대중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 중에서 계셨는데 대비구 스님 일만이천 인과 함께 하시었다. 이들은 이미 육신통을 통달한 대성인들로서 그 이름은 요본제존자(了本際尊者), 정원존자(正願尊者), 정어존자(正語尊者), 대호존자(大號尊者), 인현존자(仁賢尊者), 이구존자(離垢尊者), 명문존자(名聞尊者), 선실존자(善實尊者), 구족존자(具足尊者), 우왕존자(牛王尊者), 우루빈나가섭존자(優樓頻螺迦葉尊者), 가야가섭존자(伽耶迦葉尊者), 나제가섭존자(那提迦葉尊者), 마하가섭존자(摩訶迦葉尊者), 사리불존자(舍利弗尊者), 대목건련존자(大目犍連尊者), 겁빈나존자(劫賓那尊者), 대주존자(大住尊者), 대정지존자(大靜志尊者), 마하주나존자(摩訶周那尊者), 만원자존자(滿願子尊者), 이장애존자(離障閡尊者), 유관존자(流灌尊者), 견복존자(堅伏尊者), 면왕존자(面王尊者), 이승존자(異乘尊者), 인성존자(仁性尊者), 가락존자(嘉樂尊者), 선래존자(善來尊者), 나운존자(羅云尊者), 아난존자(阿難尊者) 등 모두 이와 같이 뛰어난 상수제자들이 있었다.


  2) 보살대중
  또한 대승의 여러 보살들도 함께 있었는데 보현보살(普賢菩薩), 묘덕보살(妙德菩薩), 자씨보살(慈氏菩薩), 등 현겁 중의 일체 보살과 또 현호(賢護) 등의 16보살과 또한 선사의보살(善思議菩薩) 신혜보살(信慧菩薩) 공무보살(空無菩薩) 신통화보살(神通華菩薩) 광영보살(光英菩薩) 혜상보살(慧上菩薩) 지당보살(智幢菩薩) 적근보살(寂根菩薩) 원혜보살(願慧菩薩) 향상보살(香象菩薩) 보영보살(寶英菩薩) 중주보살(中住菩薩) 제행보살(制行菩薩) 해탈보살(解脫菩薩) 등이었다.


  2. 보살의 수행공덕(八相示現)

  이 모든 보살들은 보현보살의 덕을 좇아서 무량한 행원(無量行願)을 갖추어 일체 공덕의 법에 안주(安住)하느니라. 시방세계에 다니면서 중생을 위하여 선교방편을 행하고, 불법장(佛法藏)에 들어 피안을 구경(究竟)하고, 무량세계에 몸을 나투어 등각(等覺)을 이루었느니라. 도솔천궁에 있을 때에는 정법을 널리 펴다가, 천상을 버리고 왕궁에 내려와서 모태에 강신(降神)하였느니라.
  그리고 오른편 옆구리로 태어나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니 광명은 찬란하여 널리 시방세계를 비추었고,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六種震動) 하였느니라. 이 때 스스로 소리 높여 “ 나는 마땅히 세상에서 위없는 성인이 되리라”고 크게 외치니 제석천과 범천이 받들어 모시고 천인들도 우러러 귀의하였느니라.
  장성하면서 산수와 문예를 배우고, 활쏘기와 말타기 등의 무예도 익혔으며, 또한 널리 신선술에 있어서도 깊은 경지에 이르렀고, 수많은 서적을 독파하였느니라. 또한 후원에 노닐 때에는 무예를 닦았으며, 궁중에 있을 때에는 세속의 오욕을 즐기기도 하였느니라.
  그러다가 어느 날, 사람의 늙고 병들어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는 세상의 무상함을 깨달아 나라와 재물과 왕위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서 도(道)를 배우기로 결심하였느니라.
  그래서 백마를 타고 나와 출가하여 보관과 영락과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왕궁으로 돌려보내고는 화려한 왕자의 옷을 벗어버리고 법복으로 갈아입었으며, 머리와 수염을 깎았느니라. 그리고 나무 밑에 정좌하고 앉아 6년 동안 부지런히 고행을 하였느니라.
  오탁(五濁)의 사바세계에 태어나서 뭇 중생들의 인연을 따랐으므로 먼지와 번뇌가 쌓여 맑은 물에 목욕을 하고, 천인이 드리운 나뭇가지를 잡고 강의 언덕에 올라올 수가 있었느니라. 그 때 신령스러운 새들이 도량까지 날아왔으며, 길상동자는 보살이 성불할 것을 이미 알고 성불의 상서로움을 의미하는 길상초(吉祥草)를 바치자 그를 애민이 여기어서 이 보시를 받아 보리수 아래에 깔고 결가부좌(結跏趺坐)로 앉았느니라.
  그리하여 대광명을 떨치니 마왕이 이를 알고 그들의 권속을 거느리고 와서 핍박하고 시험하였으나 지혜력(智力)으로 이들을 모두 항복 받았으며, 미묘법을 얻어 마침내 가장 높은 깨달음(最正覺)을 성취하였느니라.
 그 때 제석천과 범천왕이 나타나서 법륜(法輪)을 굴리기를 청하여 빌었느니라. 이에 부처님께서는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사자후로 설법을 하였느니라. 이 때 법고(法鼓)를 치고, 법라(法螺)를 불고, 법의 칼(法劍)을 가지고, 법의 깃발(法幢)을 세우고, 법의 우레(法雷)를 떨치고, 법의 번개(法電)를 번득이며, 법의 비(法雨)를 내리고, 법의 보시(法施)를 베푸는 등 항상 법음(法音)으로써 모든 세계를 깨우치게 하였느니라.
  그 광명은 무량한 불국토를 두루 비추니 일체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모든 마군세계의 궁전이 흔들리니 그들의 무리들은 겁내고 두려워서 항복하여 귀의(歸伏)하지 않을 수 없었느니라.
  그리고 삿된 법을 쳐부수어 없애고, 모든 삿된 견해를 소멸시켜 번뇌의 티끌을 떨쳐 버리고, 탐욕의 구덩이를 허물었느니라. 정법의 성을 엄히 지키면서 널리 법의 문을 열었느니라. 또한 번뇌의 때를 씻어 청정하고 순수한 광명을 나투어서 불법으로 사람들을 바르게 교화하였느니라. 여러 나라에 들어가서 풍성한 공양을 받으시므로 그들이 공덕을 짓고 복을 받도록 하시며, 법을 베풀고자 하실 때에는 기쁜 마음으로 미소를 나투시어 모든 법의 약(法藥)으로 중생의 삼고(三苦)를 구제하였느니라.
  또한 무량한 공덕의 보리심 나투시어 그들에게 장차 보살이 될 것을 수기하시고 등정각(等正覺)을 성취케 하셨느니라.
  그런 뒤 멸도(滅度)를 나타내 보이시나, 중생의 구제에는 다함이 없으시어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고, 온갖 선근을 심어 공덕을 구족케 하심이 미묘하여 다 헤아리기가 어렵느니라.

  3. 보살의 교화

  이와 같이 보살은 모든 불국토에 다니시면서 널리 중생에게 불법을 가르치며 그 수행이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느니라. 비유하면 보살은 마치 환술사가 여러 가지 다른 형상을 나타내기를, 때로는 남자로 때로는 여자의 모습으로 변화시키기를 자재로히 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이 모든 보살도 이와 같이 일체의 법을 배우고 통달하여 닦았으므로 항상 마음이 평온하여 중생의 교화에 바치지 않음이 없었고, 무수한 불국토에 몸을 나투어 중생을 교화하되 교만하고 방자하지 않았으며, 못내 중생을 애민이 여기나니 보살은 이러한 법을 모두 구족하느니라.
  또한 보살은 대승경전의 묘법을 밝히고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서 시방세계의 중생을 제도하나니, 무량제불이 함께 그들을 호념하느니라. 또한 보살은 부처님이 지니신 모든 공덕을 이미 갖추었으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경계를 모두 얻었느니라. 부처님의 교화를 능히 선양하여 다른 보살들을 위하여 큰스승이 되고 미묘하고 깊은 선정과 지혜로써 중생을 제도하느니라. 제법의 체성에 통달하여 중생의 사정을 잘 알 뿐만 아니라 모든 국토의 형세를 분명히 알고 계시느니라.
  그리고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에는 마치 그 몸을 나투기를 번개와 같이 빨리 하며, 능히 두려움이 없는 일체지혜를 배워서 이 세상 모든 것은 환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깨닫느니라. 마군의 그물을 찢어 버리고,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며, 성문(聲聞) 연각(緣覺)의 지위를 초월하여 공삼매(空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를 성취하느니라. 또한 능히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성문승(聲聞乘) 연각승(緣覺乘) 보살승(菩薩乘)의 삼승(三乘)의 모습을 나투며, 그들 중에 성문과 연각을 위해서는 멸도(滅度)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느니라.
  그러나 보살은 본래 지은 바도 없고 얻은 바도 없으며 일어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평등한 진리를 얻었으므로 무량한 다라니와 백천삼매와 모든 근기의 지혜를 성취하느니라.
  그리고 법계를 두루 관찰하는 선정(廣普寂定)으로 깊은 보살의 법에 들어 부처님의 화엄삼매를 얻어 모든 경전을 선양하고 연설하느니라. 깊은 선정에 머무르면서 현재의 무량한 모든 부처님을 친견함에 있어서 일념 사이에 두루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삼악도 중생의 여러 가지 고통과 수행할 여가가 있는 이나 없는 이의 근기에 따라 진실한 도리를 분별하여 가르치며, 모든 여래의 변재지혜(辯才智慧)를 성취하느니라.
  또한 보살은 세간의 여러 가지 언어에 통달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세간의 모든 법을 초월하며, 마음은 항상 해탈법에 안주하여 일체 만물에 있어서 자유자재하며, 가엾은 중생을 보게 되면 자발적으로 정다운 벗이 되어 주시고, 중생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시느니라.
  그리고 여래의 깊고 미묘한 법을 수지하여 중생세계에 부처님의 종자를 보호하고, 항상 끊어지지 않도록 불법을 굳게 지키느니라. 대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며, 자애로운 말씀으로 법의 눈을 뜨게 하며, 삼악도의 길을 막고, 좋은 문을 열어 주며, 중생이 청하지 않았건만 스스로 찾아가 불법으로써 모든 중생에게 베푸는 것이 마치 지극한 효자가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과 같으니라.
  모든 중생을 자신과 같이 생각하며, 일체의 선근을 심어 모두 피안에 이르게 하느니라. 이렇게 하여 모든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과 지혜를 갖추니 그 존귀하고 깨끗함은 불가사의 하느니라.
  이와 같이 무수한 보살들이 일제히 와서 모이게 되었느니라.


    제2절 설법의 인연(發起序)


  1. 아난의 질문

  그 때 부처님께서는 온몸에 기쁨이 넘치고 기색은 청정하시며, 얼굴의 모습은 거룩하고 엄숙하셨다. 아난존자는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무릎을 꿇고 합장 공경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늘 세존께서는 온몸에 기쁨이 넘치고 기색은 청정하시며 얼굴의 모습은 거룩하고 엄숙하심이, 마치 밝고 깨끗한 거울에 모든 것이 비치는 것과 같으며, 얼굴의 빛이 뛰어남이 한량이 없사온데 저는 일찍이 지금과 같이 수승하고 신묘함을 본 적이 없사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생각건대, 금일 세존(世尊)께서는 그 위의가 기이하고 특별하시며 세웅(世雄)께서는 제불이 머무는 바의 경계에 머무르시고 세안(世眼)께서는 대도사의 대행에 머무르시고 세영(世英)께서는 가장 수승한 도에 머무르시고 천존(天尊)께서는 여래의 덕을 행하십니다. 과거, 미래, 현재의 부처님은 부처님과 부처님이 서로 생각하시어 중생을 제도하시는데, 금일의 부처님께서도 제불을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십니까?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위엄이 넘치고 신령스러운 광명이 빛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찌 된 것이냐? 아난아! 모든 천신들이 너에게 묻도록 가르쳐서 묻는 것이냐? 아니면 네가 스스로 너의 지혜로써 나의 장엄한 모습을 보고 묻는 것이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모든 천신이 저에게 와서 가르쳐 준 것이 아니고 스스로 저의 소견으로 여쭐 뿐입니다.”


  2. 부처님의 말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아난이여! 참으로 기특한 질문이다. 너의 깊은 지혜와 참으로 미묘한 변재로써 중생을 불쌍히 여겨 이와 같이 지혜로운 질문을 하는구나. 여래는 다함이 없는 대자비로서 삼계(三界)를 가엾이 여기는 까닭으로 세상에 출현하여 진리를 널리 펴서 중생을 건지고 진실한 이익을 베풀고자 함이니라. 무량억 겁 동안 불법을 만나기 어려우며, 여래를 친견하기 어려움이 마치 삼천 년 만에 한 번씩 피는 우담발라화를 만나는 것과도 같으니라. 이제 그대가 묻는 바는 모든 천상과 사람들을 크게 이익 되게 할 것이며 길을 열어 교화할 것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라. 여래의 정각(正覺)은 그 지혜가 헤아릴 수 없고 중생을 제도함이 많으니, 이러한 지혜는 걸림이 없고 단절됨이 없느니라. 한 끼니의 밥을 가지고도 능히 한량없는 백천 겁의 무수 무량한 수명을 머무르게 하느니라. 그리고 온몸이 기쁨에 넘쳐 훼손되지 않으며, 거룩한 모습과 빛나는 얼굴은 다르지 않느니라. 그 까닭은 여래는 언제나 선정과 지혜가 지극하여 다함이 없고, 일체법에 자유자재함을 얻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명심하여 들어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아난이 말씀드렸다.
  “그러하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듣기를 원하옵니다.”


제2장 정종분(正宗分)


    제1절 극락정토의 발원 인연(법장비구의 발원과 수행)


  1. 과거 53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과거 아득히 먼 옛날(無央數劫)에 정광여래(錠光如來)께서 출현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모두 도를 얻게 하시고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부처님들이 출현하셨는데, 그 이름은 광원불, 월광불, 전단향불, 선산왕불, 수미천관불, 수미등요불, 월색불, 정염불, 이구불, 무착불, 용천불, 야광불, 안명정불, 부동지불, 유리묘화불, 유리금색불, 금장불, 염광불, 염근불, 지동불, 월상불, 일음불, 해탈화불, 장엄광명불, 해각신통불, 수광불, 대향불, 이진구불, 사염의불, 보염불, 묘정불, 용립불, 공덕지혜불, 폐일월광불, 일월유리광불, 무상유리광불, 최상수불, 보리화불, 월명불, 일광불, 화색왕불, 수월광불, 제치명불, 도개행불, 정신불, 선숙불, 위신불, 법혜불, 난음불, 사자음불, 용음불, 처세불 등 여러 부처님들이 지나가셨느니라.
  그 다음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이 세자재왕여래(世自在王如來) 응공(應供) 등정각(等正覺) 명행족(明行足)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조어장부(調御丈夫) 천인사(天人師) 불(佛) 세존(世尊)이라 하느니라.“


  2. 법장비구의 발심

  1) 국왕의 출가
  “그 때 국왕이 있었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바르고 참된 무상보리심을 발하여 나라를 버리고 왕위를 내어놓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법장(法藏)이라고 하였느니라. 그의 재주와 용맹과 철학(才勇哲)은 세상에서 뛰어났느니라. 세자재왕여래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노래로써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였느니라.”


  2) 찬불게(讚佛偈)
  빛나신 상호 우뚝하시고
  위엄과 신통 그지없으니
  이처럼 밝고 빛나는 광명
  뉘라서 감히 따르리이까.

  햇빛과 달빛 여의주 빛
  맑은 진주빛 눈부시지만
  여기에 온통 가리워져서
  검은 먹덩이 되고 맙니다.

  여래의 얼굴 뛰어나시사
  이 세상에는 짝할 이 없고
  바르게 깨달은 이의 크신 소리
  시방세계에 두루 들리네.

  계율과 다문(多聞)과 정진
  삼매와 지혜
  거룩한 위덕 견줄 이 없이
  한없이 수승하고 희유합니다.

  바다같이 넓고 깊은 제불의 법을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해
  끝까지 밝히고 속까지 뚫어
  바닥과 주변에 두루 비치네.

  어두운 무명(無明) 탐욕과 분심
  부처님은 영원히 여의었으며
  사자와 같이 영특한 이의
  신묘한 공덕을 헤아릴 수 없네.

  크신 도덕과 넓은 공덕
  밝으신 지혜는 깊고도 미묘하며
  광명으로 빛나는 거룩한 상호
  대천세계에 두루 떨치네.

  원컨대 나도 부처님 되어
  거룩한 공덕 저 법왕처럼 갖추어
  끝없는 생사 모두 건지고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지이다.

  보시(布施)를 베풀어 뜻을 고르고(調意)
  계행 지니어(持戒) 분한 일 참으며(忍辱)
  끊임없는 정진(精進) 거듭하면
  이러한 삼매 지혜(智慧)가 으뜸일세.

  나도 맹세코 부처님 되어
  이러한 원을 모두 행하고
  두려움 많은 중생 위하여
  편안한 의지처가 되어지고져.

  가사 수많은 부처님이 계시기를
  백천만억이나 되며
  그 수효 무량하여
  항하의 모래보다 많을지라도

  이렇듯 많은 부처님들을
  받들어 섬겨 공양을 한들
  보리도를 굳게 구하여
  물러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하리.

  항하의 모래 수효와 같이
  많고 많은 부처님세계
  그보다 더 많아 셀 수 없는
  그처럼 많은 세계의 국토에

  부처님 광명 널리 비치어
  모든 국토에 두루하거늘
  이러한 정진과 위신력을
  무슨 지혜로 셀 수 있으리.

  만약에 내가 부처가 되면
  국토의 장엄은 으뜸이 되고
  중생들은 한결같이 훌륭히 되며
  도량은 가장 수승하오리.

  이 나라는 영원히 행복하여서
  세상에서 둘도 없으며
  모든 중생 가엾이 여겨
  내가 마땅히 제도하리라.

  시방에서 오는 중생들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리니
  나의 나라에 오게 되면
  쾌락(快樂)하고 안온(安穩)하리라.

  원컨대 부처님, 굽어 살피사
  진실한 저의 뜻을 증명하옵소서
  저 국토에서 세운 발원
  모든 힘을 다해 하리다.

  시방세계에 계신 모든 부처님
  밝으신 지혜 걸림없으니
  저의 마음 저의 수행을
  항상 살펴주소서

  만일 이 몸이 어찌하다가
  모든 고난에 빠진다 한들
  제가 행하는 정진을
  참지 못하고 후회하리까.


  3. 대발원의 인연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법장비구는 저 세자재왕 부처님 앞에서 이와 같은 게송으로 여래를 칭송한 다음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얻고자 발원하였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널리 경법(經法)을 설하여 주소서. 마땅히 저는 수행하여 불국토를 이룩하고 한량없이 청정미묘하게 그 국토를 장엄하겠습니다. 그러하오니 저로 하여금 금생에 빨리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여 모든 생사의 고난의 근원을 없애게 하여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세자재왕 부처님께서 법장비구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바와, 불국토를 장엄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대 스스로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4. 법장비구의 선택

  “법장비구가 세자재왕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그와 같은 뜻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제가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널리 모든 부처님들께서 정토를 이룩한 수행법을 자세히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것을 듣고 마땅히 말씀하신 바와 같이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겠습니다.’
  그때 세자재왕 부처님은 법장비구의 뜻이 밝고 고결하며 원력이 심오하고 광대함을 아시고 법장비구를 위하여 법을 설하셨다.
  ‘비유컨대, 비록 큰 바닷물이 아무리 깊다고 할지라도 한 사람이 되로써 계속 퍼내기를 수억 겁 동안 한다고 하면 바닥이 드러나 미묘한 보배를 얻을 수 있듯이,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쉬지 않고 도를 구한다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니, 어떠한 소원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라고 하시면서 세자재왕 부처님은 곧 법장비구를 위하여 이백십억의 여러 불국토와 천인의 선과 악 및 각 국토의 거칠고 미묘함에 대하여 널리 설하시고, 법장비구의 소원대로 이를 낱낱이 나투어 보여 주셨느니라.”


  5. 오겁의 사유(思惟)

  “이 때에 법장비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듣고,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를 모두 둘러보고 나서 위없이 수승하고 가장 뛰어난 원을 세웠느니라. 그 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할 뿐만 아니라 뜻은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志無所着) 일체 세간의 어느 누구도 여기에는 미치지 못하였느니라. 그런 후 완전히 5겁 동안 사유하였으며 불국토를 건설하고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법을 받아들였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부처님 국토의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42겁이니라. 이 때에 법장비구는 이백십억 불국토의 청정한 수행법을 받아들였느니라.”


  6. 사십팔대원

  “이와 같이 수행하고 나서 다시 세자재왕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합장하여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불국토를 장엄할 청정한 수행을 섭취하였습니다.’
  세자재왕 부처님께서 법장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비구여! 지금이야말로 그대의 서원과 수행의 결과를 모든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어 기쁘게 보리심을 일으키게 할 때이니라. 보살들은 이를 듣고 나서 이 법에 의해 수행하여 한량없는 대원(大願)을 성취할 것이니라.’
  다시 법장비구는 세자재왕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잘 듣고 살펴주소서. 제가 세운 서원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삼악도가 본래없길 서원하고(惡趣無名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에 지옥 아귀 축생 등의 삼악도(三惡道)가 있다고 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 삼악도에 불생하길 서원하며(無墮惡道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의 중생들이 수명이 다한 뒤에 다시 삼악도에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 금색광명 현현하길 서원하고(同眞金色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온몸에서 찬란한 금색광명이 빛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 하나같이 수승하길 서원하며(形貌無差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모습이 모두 훌륭하지 않고 잘난 이나 못난 이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5) 숙명통이 이뤄지길 서원하고(成就宿命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숙명통(宿命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 겁의 옛일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6) 천안통이 얻어지길 서원하며(生獲天眼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천안통(天眼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세계를 볼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7) 천이통이 이뤄지길 서원하고(生獲天耳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천이통(天耳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여러 부처님의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8) 타심통이 얻어지길 서원하며(悉知心行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타심통(他心通)을 얻지 못하여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9) 신족통이 이뤄지길 서원하고(神足超越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신족통(神足通)을 얻지 못하여 일념(一念) 사이에 백천억 나유타의 불국토를 지나가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0) 누진통이 얻어지길 서원하며(淨無我想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누진통(漏盡通)을 얻지 못하여 자신의 몸에 집착하는 생각을 낸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1) 정각세계 이뤄지길 서원하고(決定正覺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반드시 멸도(滅度)에 이르는 정정취(正定聚)에 머물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2) 무량광명 비춰지길 서원하며(光明普照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광명이 한량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불국토를 비출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3) 무량수명 성취되길 서원하고(壽量無窮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저의 수명이 한정이 있어서 백천억 나유타 겁에 이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4) 성문연각 무수하길 서원하며(聲聞無數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성문들의 수효가 한량이 있어서 삼천대천세계의 성문(聲聞) 연각(緣覺)들이 백천 겁 동안 세어서라도 그 수효를 모두 알 수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5) 중생수명 무량하길 서원하고(衆生長壽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의 수명이 한량없지만, 단지 중생제도의 서원에 따라 수명의 길고 짧음을 자재로히 함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와 같이 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6) 좋은일만 있어지길 서원하며(皆獲善名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에게는 나쁜 일이라고는 이름조차도 들을 수 없을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7) 시방제불 찬탄받길 서원하고(諸佛稱讚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한 제불이 저의 이름을 칭찬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18) 십념왕생 성취되길 서원하며(十念往生願/念佛往生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 중생들이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좋아해서 나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하여 십념 정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역죄를 지었거나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하겠습니다.

  19) 임종시에 내영인접(來迎引接) 서원하고(臨終現前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 중생들이 보리심을 일으켜서 모든 공덕을 닦고 지극한 마음으로 나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발원하였으나, 그들의 임종시에 내가 대중들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0) 지심회향 극락왕생 서원하며(廻向皆生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 중생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저의 국토를 생각하여 모든 공덕의 근본을 심고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하지만, 이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1) 삼십이상 구족하길 서원하고(具足妙相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이 모두 삼십이상(三十二相)의 모습을 원만히 성취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2) 일생보처 성취되길 서원하며(咸階補處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모든 불국토의 보살들이 저의 나라에 와서 태어나면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소원에 의해 중생을 위하여 큰 서원을 세우고 선근 공덕을 쌓아 일체 중생을 제도하거나 혹은 모든 불국토를 다니면서 보살의 행을 닦아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며, 또한 항하사와 같은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세우고자 하는 이는 제외합니다. 그 이외의 사람들은 보살의 보통행인 지위(地位)를 초월하여 바로 보현보살의 십대원을 닦도록 하고자 합니다만,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3) 제불에게 공양하길 서원하고(晨供他方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부처님의 신통력을 입어 식사하는 사이에 수없는 불국토를 다니면서 여러 부처님께 공양할 수 없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4) 마음대로 공양하길 서원하며(所須滿足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모든 부처님 앞에서 공덕의 근본을 나타내려고 할 때, 구하는 공양물을 마음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5) 일체지로 연설하길 서원하고(善入本智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일체지(一切智)를 얻어 능히 불법을 연설할 수 없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6) 나라연신 얻어지길 서원하며(那羅延力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금강역사와 같은 나라연신(那羅延身)을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7) 일체만물 장엄하길 서원하고(莊嚴無量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중생들과 일체 만물은 정결하고 찬란하게 빛나며, 그 모양이 지극히 수승하고 미묘함을 능히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모든 중생들이나 천안통을 얻은 이가 능히 그 이름과 수효를 명료하게 알 수 있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8) 보배나무 알아보길 서원하며(寶樹悉知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을 비롯하여 공덕이 적은 이들까지도 그 도량의 나무가 한없이 빛나고 그 높이가 사백 유순이나 되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29) 변재지혜 성취되길 서원하고(獲勝辯才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스스로 경전을 읽고 외우며 남에게 설법할 수 있는 변재와 지혜를 얻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0) 변재지혜 무량하길 서원하며(大辯無邊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의 지혜와 변재에 한량이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1) 청정국토 비춰보길 서원하고(國淨普照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불국토는 한량없이 청정하여 시방일체의 무량무수한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모두 낱낱이 비춰봄이 마치 맑은 거울로 얼굴을 비춰보는 것과 같지 않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2) 장엄국토 성취되길 서원하며(無量勝音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땅과 허공에 있는 궁전이나 누각, 연못과 흐르는 물, 꽃이나 나무 등 나라 안에 있는 모든 만물들은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백천 가지의 향으로 이루어지며, 꾸밈이 장엄하고 기묘하여 모든 인간계나 천상계보다 뛰어나며, 그 향기가 시방세계에 두루 퍼져 이를 맡은 보살들은 모두 부처님의 행을 닦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3) 광명으로 중생구제 서원하고(蒙光安樂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의 몸에 저의 광명을 입어, 그들의 몸에 비치기만 하여도 그들은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 인간계와 천상계를 초월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4) 이름듣고 총지얻길 서원하며(成就總持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중생들이 제 이름을 듣고 보살의 무생법인(無生法忍)과 모든 깊은 다라니(總持)를 얻을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5) 여인몸을 벗어나길 서원하고(永離女身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여인들이 제 이름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믿고 좋아하며, 보리심을 일으키고,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을 싫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마친 후에 다시 여인의 몸을 받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6) 이름듣고 성불하길 서원하며(聞名至果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보살들이 제 이름을 듣고 목숨이 다한 후에도 항상 청정하게 수행하고 범행을 닦아 성불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7) 천인들이 공경하길 서원하고(天人敬禮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불국토의 천인과 사람들이 제 이름을 듣고 오체투지하여 머리 숙여 예배하고 환희심을 내어 믿고 좋아하며(歡喜信樂) 보살행을 닦음에도 불구하고 천인과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는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8) 생각대로 옷입기를 서원하며(須衣隨念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사람들과 천인들이 의복을 얻고자 하면 생각하는 대로 바로 생기며, 부처님이 찬탄하시는 바와 같은 법다운 미묘한 옷이 저절로 몸에 입혀지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바느질이나 물들이거나 빨래할 필요가 있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39) 청정쾌락 누려지길 서원하고(纔生心淨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사람들과 천인들이 누리는 상쾌한 즐거움이 모든 번뇌를 여읜 비구들과 같지 않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0) 나무에서 불국보길 서원하며(樹現佛刹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청정한 불국토를 보고자 하면, 원하는 대로 보배 나무에서 모두 비춰보게 할 것입니다. 이는 마치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1) 모든육근 구족하길 서원하고(無諸根缺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성불할 때까지 온몸에 부족한 점이 있어서 구족하지 못한 자(不具足者)가 있으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2) 삼매중에 제불공양 서원하며(現證等持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들은 이는 모두 청정한 해탈삼매(解脫三昧)를 얻고, 이 삼매에 머물러서 한 생각 동안에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도 삼매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3) 좋은가문 태어나길 서원하고(聞生豪貴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도 수명이 다한 후에 존귀한 집안에 태어나지 못한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4) 모든공덕 구족하길 서원하며(具足善根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모든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여 보살행을 닦아 모든 공덕을 구족할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5) 모든부처 항상뵙길 서원하고(供佛堅固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모든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모든 부처님을 두루 뵐 수 있는 삼매(普等三昧)를 얻을 것이며, 이 삼매에 머물러 성불할 때까지 항상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일체제불을 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6) 원력대로 법문듣길 서원하며(欲聞自聞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그 나라 보살들이 그가 원하는 뜻에 따라 법문을 듣고자 하면 저절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7) 보리자리 얻어지길 서원하고(菩提無退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모든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도 불퇴전(不退轉)에 이르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48) 삼법인을 얻어지길 서원하며(現獲忍地願)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다른 국토의 모든 보살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바로 제일 음향인(音響忍), 제이 유순인(柔順忍), 제삼 무생법인(無生法忍)에 이르지 못하고, 모든 불법에 대해 불퇴전에 이르지 못하면, 저는 차라리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


  7. 서원의 노래(重誓偈)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법장비구는 이와 같은 서원을 세우고 나서 다시 게송으로 아뢰었다.

  ‘내가 세운 이 서원은 세상에 없는 일
  위없는 바른 길 가고야 말리
  이 원을 원만히 이루지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한량없는 오랜 겁 동안
  내가 만약 큰 시주가 되지 못하여
  가난하고 고통받는 중생 제도 못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위없는 부처가 되어
  그 이름 온 세계에 떨칠 적에
  듣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맹세코 부처는 되지 않으리.

  욕심 여읜 바른 생각 깊이 지니고
  청정한 지혜로 도를 닦으며
  위없는 진리 구하고져 뜻을 세워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 되리라.

  신통으로 큰 광명 내어
  끝없는 모든 세계 두루 비추어
  세 가지 어두운 때(三垢) 녹여 버리고
  중생들의 온갖 재난 구제하리라.

  그대들의 지혜 눈 열어 밝히고
  앞 못 보는 장님들 눈을 띄우며
  여러 가지 나쁜 길 막아 버리고
  좋은 세상 가는 길 활짝 열리라.
 
  공덕과 길상을 두루 갖추어
  거룩한 빛 사방을 널리 비치니
  해와 달 밝은 빛 무색케 되고
  천상의 광명도 숨어버리네.

  중생들을 위하여 교법(法藏)을 열고
  공덕 보배 널리 베풀어
  언제나 많은 대중 모인 곳에서
  사자후로 설법하리라.

  온 세계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한량없는 공덕을 두루 갖추고
  서원과 지혜를 모두 이루어
  삼계의 영웅이신 부처 되리라.

  걸림없는 부처님 지혜와 같이
  모든 것을 통달하여 두루 비치니
  바라건대 내 공덕 지혜힘으로
  가장 높은 부처님과 같아지이다.

  내 만약 이 소원 이루어지면
  삼천대천세계가 감동하오며
  허공에 가득한 하늘 사람들
  진기하고 미묘한 꽃비 내리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비구가 이 게송을 읊고 나자 이 때 대천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미묘한 꽃비가 흩날리며, 저절로 음악이 울리며, 허공에서 찬탄해 말씀하셨다.
  ‘결정코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리라.’고 했다. 이에 법장비구는 이와 같은 큰 서원을 구족하여 원만히 성취하려는 진실한 마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세간에서 벗어나 간절히 열반(寂滅)의 경계를 원하였느니라.”


  8. 법장비구의 수행

  “아난아, 그 때 법장비구는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천인, 마왕, 범천, 용신, 팔부대중(八部大衆)이 있는 가운데서 이와 같은 큰 서원을 세우고, 한결같이 장엄하고 미묘한 국토를 세우는데 뜻을 오로지 하였다. 그가 세우고자하는 불국토는 한량없이 넓고 뛰어나게 아름다워 비할 데가 없고, 건립한 국토는 영원히 쇠퇴하거나 변하지도 아니하니, 이는 보살이 무한히 오랜 세월 동안 무량한 공덕과 수행을 쌓았기 때문이니라.
  그는 탐욕과 성냄과 남을 해치는 짓은 하지 않았으며, 또한 욕심내는 마음과 성내는 마음과 남을 해치는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감각의 대상인 모양, 소리, 향기, 맛, 촉감, 분별하는 생각(色聲香味觸法)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았느니라. 또한 인욕의 힘을 성취하여 많은 고통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고,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아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이 항상 삼매에 잠겨서 밝은 지혜는 어디에도 걸림이 없었느니라.
  그리고 거짓과 아첨하는 마음이 없고, 온화한 얼굴과 인자한 말씀으로 미리 중생들의 뜻을 알고 법을 설하여 주었느니라. 또한 용맹정진하여 뜻과 서원을 굽히지 않았고, 청정하고 높은 진리를 구하여 모든 중생에게 은혜를 베푸셨느니라.
  삼보(三寶)를 공경하고 스승과 어른을 받들어 섬겼으며, 큰 장엄으로 여러 가지 행을 구족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공덕을 성취하게 하였느니라. 또한 그는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의 법에 머물러 모든 형상은 본래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일어난 것도 아니므로 모든 존재는 변화하는 것임을 관하였느니라.
  그리고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쳐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해로운 말을 멀리하고, 자기도 이롭고 타인도 이로워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이로운 좋은 말을 익혔느니라. 그래서 그는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재물과 처자의 인연까지도 끊어버리고, 스스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을 닦으셨으며, 남에게도 이를 가르쳐 수행하도록 하였으니 이와 같이 그는 한량없는 세월 동안 무수한 공덕을 쌓으셨느니라. 그래서 그가 태어나는 처소는 마음대로 자유자재하였으며, 무량한 보배로운 법문이 저절로 우러나와 수없이 많은 중생을 교화하여 안온하게 하고, 무상의 바른 진리를 깨닫게 하였느니라.“


  9. 수행의 결과

  “그는 때로는 장자(長者) 거사(居士)나 부유하거나 존귀한 재상이 되기도 하였으며, 혹은 찰제리의 국왕, 전륜성왕(轉輪聖王) 육욕천주(六欲天主)로부터 범천왕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대로 태어나서 항상 사사(四事)로써 일체제불을 공양하고 공경하였느니라. 이러한 공덕은 이루 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느니라.
  그의 입에서 나는 향기는 청결하여 마치 우발라화(優盋羅花) 같고,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전단향의 향기를 내어 그 향내음이 두루 무량세계를 풍기느니라. 또 그 모습은 단정하고 상호는 뛰어났으며, 그의 손에서는 항상 무량한 보배와 의복과 음식 및 진기하고 미묘한 꽃과 향과 온갖 그림과 당번(幢幡) 등 장엄한 도구가 나왔느니라. 이와 같은 것들은 모든 천인들 것보다도 뛰어나고 훌륭한 것으로 그는 모든 법에 있어서 자유자재함을 얻었느니라.”
 

    제2절 아미타불과 극락정토의 장엄


  1. 정보(正報)의 장엄
 
  1) 10겁전의 성불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열반에 드셨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성불하지 못하셨습니까? 지금 현재에도 계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보살은 이미 성불하여 현재는 서방(西方)에 계시는데, 그 세계는 여기서부터 십만억찰(十萬億刹)을 지나간 곳에 있으며, 그 부처님 세계의 이름은 안락(安樂)이라고 하느니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그 부처님이 성불하신 지는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성불하신 지는 무릇 십겁(十劫)이 지났느니라. 그 불국토는 금•은•유리•산호•호박•자거•마노 등 칠보로써 땅이 이루어져 있고, 넓고 광대하여 끝이 없느니라. 그 보배들은 서로 섞이어서 눈부시게 빛이 나고 아름다우며, 화려하고 청정하게 장엄된 것이 시방의 모든 세계의 것보다도 더 뛰어났는데, 그것은 마치 육천(六天: 他化自在天)의 보배와도 같으니라. 또한 그 국토에는 수미산(須彌山)이나 금강철위(金剛鐵圍)와 같은 일체의 산이 없으며, 크고 작은 바다, 시내, 우물, 골짜기 등이 없지만, 보기를 원하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바로 나타나느니라. 또한 지옥, 아귀, 축생 등 여러 고난에 가득한 악취(惡趣)도 없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사계절도 없어 춥거나 덥지도 아니하여 항상 온화하고 쾌적하느니라.”
  그 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국토에 수미산이 없다면, 사천왕(四天王)과 도리천(忉利天)은 어디에 의지해 머무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3 염천(燄天)으로부터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기까지 모든 천상들은 어디에 의지해 머물러 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자신이 지은 업력의 과보는 불가사의하므로 그 과보에 의지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었다.
  “제불의 세계도 역시 불가사의하여 그 세계에 사는 모든 중생들도 지은 공덕과 선근의 힘으로 땅에 머물러 사느니라. 그러므로 수미산이 없더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는 이 법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 중생들을 위하여 그들의 의혹을 풀어 주기 위해 짐짓 여쭈어 보았습니다.”
 
  2) 무량한 광명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불(無量壽佛)의 위신력과 광명은 가장 높고 뛰어나서 모든 부처님의 광명이 능히 미치지 못하느니라. 혹은 부처님의 광명은 백 부처님의 세계나 천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기도 하나니, 이를 요약하면 동방의 항하사 불국토를 비추며, 남•서•북방 및 사유(四維)•상하에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혹은 부처님의 광명은 일곱자를 비추기도 하고, 일 유순 이•삼•사•오 유순을 비추는데, 이와 같이 점차로 배가 되기도 하며, 또는 자유자재로 나아가서 한 불국토를 비추기도 하느니라.
  그러므로 무량수불을 무량광불(無量光佛) 무변광불(無邊光佛) 무애광불(無礙光佛) 무대광불(無對光佛) 염왕광불(燄王光佛) 청정광불(淸淨光佛) 환희광불(歡喜光佛) 지혜광불(智慧光佛) 부단광불(不斷光佛) 난사광불(難思光佛) 무칭광불(無稱光佛) 초일월광불(超日月光佛)이라고 부르기도 하느니라.
  중생들이 이러한 광명을 만나면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마음이 저절로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부드럽고 상냥해지며, 기쁨과 환희심이 넘치고 착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느니라. 만약 삼악도(三惡道)의 괴로움에서 이 광명을 보면 모두 휴식을 얻으며, 다시는 괴로움을 겪지 않고 목숨이 다한 뒤에 모두 해탈을 얻게 되느니라.
  무량수불의 광명은 찬란하여 시방세계를 비추고 그 명성이 모든 불국토에 들리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이러한 것은 나 혼자만이 그 광명을 찬탄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제불과 성문•연각•보살들도 모두 함께 한결같이 찬탄하느니라. 만약 중생이 그 광명의 위신력과 공덕에 대하여 듣고 밤낮으로 칭송하여 지극한 마음이 그치지 않는다면, 원하는 대로 그 나라에 태어나게 되며, 여러 보살들과 성문 대중들이 그를 위하여 함께 찬탄하고 그 공덕을 칭찬할 것이니라. 그러한 후 깨달음을 이루었을 때 널리 시방세계 제불과 보살들이 그 광명을 찬탄함도 그와 같으니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밤낮으로 한 겁 동안 무량수불의 광명과 위신력의 위대하고 미묘함에 대하여 밤낮으로 일 겁 동안 설하여도 다할 수가 없느니라.”


  3) 무량한 수명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불의 수명은 매우 길어서 헤아릴 수 없는데 그대가 어찌 알겠는가? 가령 시방세계의 무량한 중생들이 사람의 몸을 받아 성문이나 연각이 되어 다 함께 모여 고요히 생각하고 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지혜를 다하여 백천만 겁 동안 그 수명을 계산하고 세어 보아도 그 끝을 다 알 수 없느니라. 또한 성문과 보살 및 천인들의 수명도 이와 같아서 세어 보거나 비유로도 능히 알 수 없느니라. 그런데 그 세계의 성문과 보살의 수가 한량없이 많은데 그들은 모두 지혜와 신통력이 통달하여 그 위신력이 자재하여 능히 손바닥 위에 일체 세계를 올려놓을 수도 있느니라.”


  4) 무수한 대중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의 처음 법회 때에 모인 성문과 보살들의 수는 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지금의 대목건련(大目犍連) 같은 이가 백천만억이나 되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 아승지 나유타 겁이나 혹은 그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헤아린다 하더라도 그 수효를 다 알 수는 없느니라. 비유하면 깊이와 넓이가 한량없는 큰 바다에서 가령 어떤 사람이 가는 털 하나를 백 개로 쪼개어서 그 하나의 터럭을 가지고 한 방울씩 적시어 낸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털끝에 적신 바닷물과 큰 바닷물 중 어느 것이 많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 털끝에 적신 물과 큰 바닷물을 비교한다면, 그 많고 적음을 어찌 산수나 말로써 능히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불의 처음 법회 때 모인 성문이나 보살들의 수효는 목련존자와 같은 이들이 백천만억 나유타 겁 동안 헤아려서 알 수 있는 숫자는 대단히 적으니라. 이는 마치 털끝에 묻은 물 한 방울과 같고 헤아리지 못하는 숫자는 큰 바닷물만큼이나 되느니라.”


  2. 의보(依報)의 장엄

  1) 칠보수(七寶樹) 장엄
  “또한 그 나라에는 칠보로 된 온갖 나무가 세계에 가득하다. 금으로 된 나무, 은나무, 유리나무, 파려나무, 산호나무, 마노나무, 자거나무 들이 있는데 혹은 두 가지 보배, 세 가지 보배, 내지 일곱 가지 보배가 합하여져서 이루어졌느니라.
  혹은 금나무에 은으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고,
  은나무에 금으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며,
  유리나무에 파려(玻瓈)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고,
  수정나무에 유리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며,
  산호나무에 마노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고,
  마노나무에 유리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며,
  자거나무에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잎과 꽃과 열매가 달리기도 하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자마금(紫磨金)의 뿌리와 백은의 줄기, 유리의 큰 가지, 수정의 작은 가지, 산호의 잎, 마노의 꽃, 자거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또 어떤 보배나무는 백은의 뿌리와 유리의 줄기, 수정의 큰 가지, 산호의 작은 가지, 마노의 잎, 자거의 꽃, 자마금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유리의 뿌리와 수정의 줄기, 산호의 큰 가지, 마노의 작은 가지, 자거의 잎, 자마금의 꽃, 백은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수정의 뿌리와 산호의 줄기, 마노의 큰 가지, 자거의 작은 가지, 자마금의 잎, 백은의 꽃, 유리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산호의 뿌리와 마노의 줄기, 자거의 큰 가지, 자마금의 작은 가지, 백은의 잎, 유리의 꽃, 수정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마노의 뿌리와 자거의 줄기, 자마금의 큰 가지, 백은의 작은 가지, 유리의 잎, 수정의 꽃, 산호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어떤 보배나무는 자거의 뿌리와 자마금의 줄기, 백은의 큰 가지, 유리의 작은 가지, 수정의 잎, 산호의 꽃, 마노의 열매가 달렸느니라.
  이와 같은 보배나무들은 가지런히 줄을 지어 있는데, 줄기와 줄기는 서로 마주 보고, 가지와 가지가 서로 이어져 있으며, 잎과 잎이 서로 향하고, 꽃과 꽃이 서로 이어져 있으며, 열매와 열매가 서로 닿아 있느니라. 그 아름다운 모습은 찬란한 광채에 눈이 부시어 바라볼 수 없으며, 때때로 맑은 바람이 불면 다섯 가지 소리(五音聲)를 내니 미묘한 궁(宮) 상(商)의 음악 소리가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느니라.
  또한 무량수불이 계시는 도량의 나무는 높이가 4백만 리이고, 그 밑둥의 둘레는 50유순(由旬)이며, 그 가지와 잎은 사방으로 20만 리나 퍼져 있으며, 온갖 보배로 자연히 이루어져 있고 월광마니(月光摩尼)와 지해륜보(持海輪寶)와 같은 보배 중의 보배로 장엄되어 있느니라. 그리고 작은 가지 사이로는 보배로 된 영락이 드리워져 있는데 그 색깔은 백천만 가지로 다르게 변하여 한량없는 광명이 끝없이 빛나고 있느니라. 아름다운 보배의 그물이 덮여 있나니, 일체 장엄이 곳에 따라 나타나 있느니라.”
 
  2) 법음수(法音樹) 장엄
  “미풍이 서서히 불면 모든 가지와 잎을 움직여서 무량한 묘음의 음성을 연출하는데, 그 소리가 흘러 모든 불국토에 울려 퍼지느니라.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고, 불도(佛道)에 이를 때까지 귀가 청정하고 투철하여 괴로움과 병환을 만나지 않으며,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귀로 그 소리를 들으며, 코로 그 향기를 맡고, 혀로 그 맛을 보며, 몸으로 그 빛의 촉감을 느끼고, 마음으로 그 인연을 생각하느니라. 따라서 일체 모든 깊고 깊은 법인(法忍)을 얻어 불퇴전지에 머물러 불도에 이를 때까지 육근(六根)이 청정하여 모든 번뇌와 병환이 없느니라.
  아난아, 저 국토의 사람들로서 나무를 보는 자는 삼법인(三法忍)을 얻으니 첫째는 음향인(音響忍)이며, 둘째는 유순인(柔順忍)이며, 셋째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이니라. 이것은 모두 무량수불의 위신력(威神力) 때문이며, 본원력(本願力) 때문이며, 만족원(滿足願) 때문이며, 명료원(明了願) 때문이며, 견고원(堅固願) 때문이며, 구경원(究竟願)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의 제왕들은 백천 가지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전륜성왕으로부터 제육천(第六天)에 이르면 기악과 음악이 천억만 배나 수승해지느니라. 그리고 제육천에 있는 만 가지 음악은 무량수국에 있는 칠보나무 가운데 하나의 음성만도 못하며, 그보다 천억 배나 더 수승하느니라. 또한 그 곳에는 자연스럽게 울리는 만 가지 기악이 있으며 그들의 음악 소리는 모두 진리를 말하는 법음(法音)이 아닌 것이 없으니, 맑고 애절하며 미묘하고 온화하여 시방세계의 음악 소리 가운데 가장 뛰어나느니라.”


  3) 칠보누각과 연못의 장엄
  “또 강당과 정사(精舍)와 궁전과 누각이 있는데 모두 칠보로 장엄되어 있으며, 이들은 모두 자연히 생긴 것이다. 그 위에는 진주와 명월마니 등의 여러 가지 보배로 엮은 그물이 덮여 있느니라. 그 안팎과 좌우에는 여러 가지 목욕할 수 있는 연못이 있는데 그 크기는 십 유순, 이십 유순, 삼십 유순 나아가서 백천 유순이나 되는 것도 있느니라.
  가로 세로 깊이가 모두 같고, 맑고 깨끗한 팔공덕수(八功德水)가 가득 차 있는데, 청결하며 향기롭기가 마치 감로수(甘露水)와 같으니라.
  황금 연못 바닥에는 백은 모래가 깔려 있고,
  백은 연못 바닥에는 황금 모래가 깔려 있으며,
  수정 연못 바닥에는 유리 모래가 깔려 있고,
  유리 연못 바닥에는 수정 모래가 깔려 있으며,
  산호 연못 바닥에는 호박 모래가 깔려 있고,
  호박 연못 바닥에는 산호 모래가 깔려 있으며,
  자거 연못 바닥에는 마노 모래가 깔려 있고,
  마노 연못 바닥에는 자거 모래가 깔려 있으며,
  백옥 연못 바닥에는 자금 모래가 깔려 있고,
  자금 연못 바닥에는 백옥 모래가 깔려 있으며,
  혹은 한 가지, 두 가지, 세 가지 내지 칠보로 이루어졌느니라.
  연못가의 언덕에는 전단향 나무가 있는데, 꽃과 잎이 드리워져 있으며 그 향기는 널리 퍼져 있느니라.그리고 그 물 위에는 천상의 우발라화(優盋羅華) 우담발화(優曇發華) 구물두화(拘物頭華) 분타리화(分陀利華)의 찬란한 빛이 서로 어우러져서 가득 덮고 있느니라.
  그 곳의 보살과 성문들은 이 보배 못에 들어가서 마음 속으로 물이 발까지 잠기기를 바라면 물이 발까지 잠기며, 무릎까지 닿기를 바라면 무릎까지 이르며, 허리까지 닿기를 바라면 허리까지, 목까지 닿기를 바라면 목까지 이르며, 온몸을 씻고자 하면 저절로 목욕을 하게 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바라면 물은 곧 원상태로 돌아가느니라. 차고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자연히 마음에 바라는 대로 되느니라.
  그리고 그 연못에서 목욕을 하게 되면 정신이 맑아지고 온몸이 상쾌하여 마음의 때가 씻어지느니라. 또한 그 물은 너무나 맑고 투명하여 마치 물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보배로 된 모래는 환하게 드러나 아무리 깊은 곳일지라도 비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물결은 굽이쳐 흐르다가 서로 합해져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잔잔하게 흐르며, 한량없이 아름다운 소리가 저절로 나고, 듣고자 바라는 대로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느니라. 혹은 부처님의 음성을 듣고, 혹은 진리의 소리를 듣고, 혹은 스님의 소리를 들으며, 고요한 소리, 공 무아의 소리, 대자비의 소리, 바라밀의 소리, 십력(十力) 무외(無畏) 불공법(不共法)의 소리, 모든 신통력의 소리, 조작이 없는 진리의 소리, 나고 멸함이 없는 소리, 무생법인의 소리, 내지 감로관정(甘露灌頂) 등 여러 가지 미묘한 진리의 소리를 듣기도 하느니라.
  이와 같은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듣는 바에 따라서 한량없는 환희심을 내어 마음이 청정해지고, 탐욕심이 없어져서 적멸한 진실의 뜻에 따르게 되느니라. 또한 삼보력(三寶力)과 무소외(無所畏)와 불공법(不共法)을 수순하여 지혜를 통달한 보살과 성문들이 행한 도를 따르게 되느니라. 따라서 거기에는 삼악도와 고난 등의 이름조차도 없으며, 오직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상쾌하고 즐거운 소리만이 있을 뿐이므로 그 나라의 이름을 안락(安樂)이라고 하느니라.


  3. 정토의 안락

  1) 왕생인의 덕상
  “아난아 저 불국토에 왕생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와 같이 청정한 몸과 여러 가지 미묘한 음성과 신통력 등의 공덕을 구족하게 되며, 그들이 거처하는 궁전과 의복과 음식 및 여러 가지 미묘한 꽃과 향 등의 장엄구들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는 마치 육욕천(六欲天)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과도 같으니라.
  만약 음식을 먹고 싶을 때에는 칠보로 된 그릇이 저절로 앞에 나타나는데 금, 은, 유리, 자거, 마노, 산호, 호박, 명월주, 진주 등으로 만든 여러 가지 그릇들이 생각하는 대로 나타나고, 갖가지 맛있는 음식들이 저절로 가득하게 되느니라.
  비록 이러한 음식이 있을지라도 실지로 먹는 거싱 아니며, 다만 그 빛깔과 향기를 보고 들어 마음으로 먹으면 자연히 배가 부르게 되느니라. 몸과 마음이 유연해져서 맛에 탐착하지 아니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그릇과 음식은 자연히 사라지며, 식사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나느니라.
  저 불국토는 청정하고 안온하며 미묘하고 쾌락하여 무위열반(無爲涅槃)의 경계에 버금가느니라. 그 곳에 있는 성문과 보살과 천인 및 사람들은 지혜가 매우 밝고 신통이 자재하며, 모두 같은 모습으로 다르게 생긴 사람이 없으나 다만 다른 세계의 인연에 수순하여 인간과 천상의 이름이 있을 뿐이니라. 그들의 얼굴과 모습이 단저앟고 미묘하여 세상에서 뛰어나고 매우 드물며, 용모가 미묘하여 천인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며, 모두 자연의 허무의 몸과 무극의 몸을 받았느니라.


  2) 걸인의 비유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이 세상의 가난한 거지가 임금의 옆에 앉아 있는 것과 같으니 그 모습과 형상이 어떠하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가령 거지가 임금 곁에 있다면 파리하고 누추하고 더럽기가 비유할 수 없을 정도이며, 그 차이는 백천만억 배나 되어 가히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까닭은 가난한 사람은 대단히 천한 사람이므로 옷은 몸을 가리지 못하고 음식은 겨우 목숨을 부지할 정도로만 먹어서 항상 굶주리고 춥고 괴로움에 시달려서 사람의 도리는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과거 전세에 공덕을 심지 않고, 재물을 모으기만 하고 베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부유하면서도 더욱 재물에 대해 욕심을 내어 오직 황당무계하게 가지려고만 하여 탐내고 구함에 있어 조금도 싫어함이 없었습니다. 또한 착한 일은 행하지 않고 악한 일만 범하여 산처럼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목숨이 다하게 되면 애써서 모아 놓은 재물은 다 사라지고, 몸에는 고통만 쌓여서 이것이 근심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니 자기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으며, 도리어 그 이익은 남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믿을 만한 선도 닦지 않았으며, 믿을 만한 공덕도 쌓지 않았으므로 죽어서 악도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죄업을 다하여 악도를 벗어난다고 하여도 천하고 어리석고 비천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보여질 뿐입니다.
  세상의 임금이 존귀한 까닭은 모두 다겁 생으로부터 쌓은 공덕 때문입니다. 자비심으로 은혜를 널리 베풀고 어진 마음과 사랑으로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며, 신의(信義)를 지키고 착한 일을 행하고 남의 뜻을 거역하거나 싸운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목숨이 다하게 되면 지은바 복에 따라서 선도(善道)에 태어나게 되니 천상에 태어나서 이러한 복락(福樂)을 누리게 됩니다. 그리고 선을 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지금 사람 몸을 받아 왕가로 태어나서 저절로 존귀한 신분이 되고, 위의와 용모는 단정하여 여러 사람들의 공경의 대상이 되며, 좋은 의복과 귀한 음식을 마음대로 입고 먹으니 그것은 모두 과거 다겁 생으로부터 지은 공덕의 결과로 이와 같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극락대중의 용모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대의 말이 옳으니라. 그러나 비록 임금은 인간 중에서는 존귀하고 형색이 단정해 보이지만, 전륜성왕(轉輪聖王)과 비교하면 매우 비루하기가 마치 거지가 임금 옆에 있는 것과도 같으니라. 전륜성왕의 위엄 있는 모습은 미묘하고 수승하여 천하에 제일이니라. 그러나 이것도 도리천왕(忉利天王)과 비교하면 또한 추하고 비루하여 그 모습을 견줄 수 없기가 마치 만억 배나 되느니라. 그러나 도리천왕도 육욕천왕(六欲天王)과 비교하면 견줄 바가 못되느니라. 또한 가령 이러한 육욕천왕도 무량수불국(無量壽佛國)의 보살이나 성문들과 비교하면 빛나는 얼굴과 단정한 용모의 차이는 백천만억 배나 되어 가히 헤아릴 수 없느니라.”


  4) 천인의 즐거움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국에 있는 모든 천인들의 의복과 음식, 꽃, 향, 영락, 비단, 일산, 당번과 미묘한 음악과 거처하는 저택과 궁전과 누각 등은 각각 그 형색에 맞추어서 높고 낮으며, 크고 적으니라. 또 한 가지 보배나 두 가지 보배 내지 무량한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그들이 바라는 대로 생각에 따라서 나타나느니라.
  또한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미묘한 옷이 그 땅에 깔려 있느니라. 모든 천인들이 그것을 밟고 거닐며, 무량한 보배그물이 온 불국토를 뒤덮고 있는데 그것은 모두 금실과 진주와 백천 가지의 온갖 보배로 기묘하고 진귀하며 장엄하게 꾸며져 있느니라. 또한 사방에 두루 드리워져 있는 보배방울은 찬란히 빛나며, 그 장엄함은 극에 달해 있느니라.
  자연히 덕스러운 온화한 미풍이 불어오면 그 바람은 잘 조화되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으며, 서늘하고 따뜻하며, 부드러워 세지도 약하지도 않느니라. 이러한 바람이 모든 그물과 보배나무를 스쳐 지나가면 한량없이 미묘한 법음을 내고, 만 가지 온화한 덕의 향기를 풍기느니라. 이 소리를 듣고 향기를 맡은 사람은 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음의 때가 저절로 사라지며, 그 바람이 몸에 닿으면 모두 쾌락을 얻게 되느니라.이를 비유하면 비구가 멸진삼매(滅盡三昧)를 얻는 것과도 같으니라,
  또한 바람이 불면 꽃잎에 온 불국토에 가득 차는데, 그 꽃의 색깔에 따라 서로 어울려서 혼란스럽지 않으며, 유연하게 빛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기느니라. 발로써 꽃잎을 밟으면 아래로 네 치나 들어가고, 발을 떼면 다시 전과 같이 올라오며, 꽃잎이 다 시들면 땅이 바로 갈라져 땅 속으로 깨끗하게 흔적 없이 사라지느니라. 계절에 따라 바람이 불면 꽃이 흩날리는데, 이와 같이 하기를 하루에 여섯 번씩 되풀이 되느니라.
  또한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연꽃이 세계에 가득히 피어 있는데 보배 꽃송이마다 백천억 개의 꽃잎이 있고, 그 꽃잎의 광명은 한량없는 빛깔로 이루어져 있느니라. 푸른 연꽃에서는 푸른 빛이 나고, 흰 연꽃에서는 흰빛이 나며, 검은 연꽃에서는 검은 빛이 나고, 노란 연꽃에서는 노란빛이 나며, 붉은 연꽃에서는 붉은 빛이 나고, 자주색 연꽃에서는 자줏빛이 나는데 화려하고 찬란하기가 마치 하늘의 해와 달과도 같으니라.
  그리고 하나하나의 꽃잎마다 삼십육 백천억의 광명을 발하고, 그 하나하나의 광명 속에 삼삽육 백천억 부처님이 나투시는데, 몸은 자마금색이고 그 상호는 특별히 수승하느니라. 한 분 한 분의 모든 부처님들은 백천 가지 광명을 비추시어 널리 시방의 중생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시느니라.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들은 각각 한량없는 중생들을 부처님의 바른 도리 안에 편안히 머물게 하시느니라.


    제3절 극락왕생의 인연


  1. 범부의 왕생

  1) 정정취(正定聚)의 나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극락국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모두 정정취(正定聚)에 머물게 되느니라. 그 까닭은 그곳에는 사정취(邪定聚)나 부정취(不定聚)가 없기 때문이니라. 시방세계의 항하사와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들도 무량수불의 불가사의한 위신력과 공덕을 찬탄하시느니라. 모든 중생들은 그 명호를 듣고 신심을 내어 기뻐하거나 혹은 한 생각만이라도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 극락국에 태어나기를 발원한다면 바로 왕생하여 불퇴전에 머물게 될 것이니라. 오직 오역죄를 저지른 자와 정법을 비방한 자는 제외되느니라.”


  2) 삼배왕생(三輩往生)

  ① 상배왕생(上輩往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시방세계의 모든 천인과 사람들 가운데는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지극히 바라는 세 가지 무리들(三輩)이 있느니라.
  그 중에 상배자(上輩者)란 집을 나와서 욕심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 보리심을 내어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무량수불을 염하며 여러 가지 공덕을 닦아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라.
  이러한 중생이 목숨을 마칠 때에 여러 대중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투시느니라. 그러면 그는 바로 그 부처님을 따라 극락국토에 왕생하여 칠보로 된 연꽃 가운데 저절로 화생(化生)하여 불퇴전의 경지에 머물며, 지혜와 용맹을 갖추고 신통이 자재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이 세상에서 아미타불을 친견하고자 원하는 사람은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공덕을 닦고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느니라.“


  ② 중배왕생(中輩往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중배자(中輩者)란 시방세계의 여러 천인과 사람들 중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로서 비록 출가하여 사문이 되어 큰 공덕은 쌓지 못하였지만,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오로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무량수불을 염하느니라. 이들은 다소의 착한 일도 하고 계율도 받들어 지키며, 탑을 세우고 불상을 조성하며, 스님들에게 공양도 올리고 부처님 전에 비단으로 만든 천개(天蓋)도 걸고 등불도 밝히며, 꽃도 뿌리고 향도 사르며, 이러한 공덕을 회향하여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라.
  이러한 중생이 목숨을 마칠 때에 무량수불이 몸을 화현(化現)으로 나투시는데, 그 광명과 상호가 실제 부처님과 같은 모습으로 여러 대중들과 함께 그 사람 앞에 나타나시느니라. 그러면 그는 바로 그 화현의 부처님을 따라 극락국에 왕생하여 불퇴전에 머물게 되니 공덕과 지혜는 상배의 다음에 가느니라.


  ③ 하배왕생(下輩往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하배자(下輩者)란 시방세계의 여러 천인과 사람들 중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자로서 비록 여러 가지 공덕은 짓지 못하였지만,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오로지 한결같은 뜻으로 내지 십념만이라도 무량수불을 염하면서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해야 하느니라. 또는 심오한 법을 듣고 환희심으로 믿고 즐거워하여 의혹을 일으키지 아니하고 한 생각만이라도 저 무량수불을 생각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니라.
  이러한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 꿈에서 부처님을 뵈옵고 왕생하게 되며 공덕과 지혜는 중배의 다음에 가느니라.“


  2. 보살과 성중의 왕생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불의 위신력은 다함이 없으므로 시방세계의 한량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께서 찬탄하지 않으신 분이 없느니라. 저 동방의 항하의 모래와 같이 많은 불국토의 보살들도 다 무량수불이 계시는 곳에 와서 공경하고 공양하느니라. 그리고 모든 보살들과 성문 대중들은 무량수불이 설하는 가르침을 듣고서는 널리 중생을 교화하느니라. 이러한 도리는 남•서•북방과 사유(四維)와 상•하의 모든 불국토의 보살들도 이와 같으니라.”


  3. 찬탄송
 
  이 때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다.
  동방의 여러 불국토는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데
  그 나라 보살대중들이
  무량수불(無量覺) 찾아 뵙네.
 
  남 서 북방 사유와
  위와 아래 또한 같아
  그 나라 보살대중들도
  무량수불(無量覺) 찾아 뵙네.

  일체의 모든 보살들이
  하늘의 미묘한 꽃과 보배로운 향과
  한량없이 비싼 옷을 가져와서
  무량수불(無量覺)에게 공양하네.

  모두들 천상음악 연주할 때
  밝고 곱고 화평한 노래 불러
  가장 높은 부처님을 찬탄하여
  무량수불(無量覺)께 공양하네.

  신통과 지혜 모두 통달하여
  심오한 법문에 노닐면서
  공덕장(功德藏)을 구족하니
  미묘한 지혜 짝할 이 없네.

  태양 같은 지혜로서 이 세상을 비추어
  생사의 구름 없애 주니
  보살들이 공경하여 세 번 돌고
  위없는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네.

  청정하고 장엄한 저 국토의
  미묘하고 불가사의함을 보고
  무상심을 발하므로 인연하여
  나의 국토 그와 같이 되어지길 발원하네.

  그 때 무량수불(無量覺)께서
  반가운 얼굴로 미소지으시니
  입에서 무수한 광명이 나와
  시방세계 두루 비추시네.

  그 광명이 되돌아서 몸을 감싸고
  세 번 돈 뒤 정수리로 들어가니
  일체 모든 천인 대중
  펄쩍 뛰며 모두 함께 기뻐하네.

  그 때 관세음보살이
  옷깃 여미고 머리 숙여 여쭙기를
  부처님께서 무슨 일로 웃으신지
  그 까닭을 일러 주소서.

  우레처럼 우렁찬 범음성(梵音聲)으로
  여덟 가지 미묘한 소리를 내어
  내 이제 보살들께 수기 주리니
  이 말을 똑똑히 명심하여라.

  시방세계에서 모여든 저 보살들
  저마다 지닌 소원 내가 모두 알고 있으니
  지성으로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 원하면
  반드시 수기 받아 부처가 되리라.

  일체 법이 꿈과 같고 허깨비 같으며
  메아리 같은 줄을 밝게 깨닫고
  미묘한 소원 모두 이루게 되면
  반드시 이와 같은 극락국토 성취하리라.

  모든 법이 번개나 그림자 같음을 깨닫고
  끝까지 보살도를 닦아 행하여
  여러 가지 공덕 두루 갖추면
  반드시 수기 받아 성불하리라.

  모든 법의 성품 공하며
  무아임을 통달하고
  오직 청정 불국토를 구하면
  반드시 이와 같은 국락국토 성취하리라.

  여러 세계 부처님들 보살에게 이르기를
  안양국의 부처님(安養佛)을 찾아가서 친견해라
  법문 듣고 기꺼이 받아 행하면
  청정한 저 국토를 하루 속히 얻으리라.

  장엄한 정토(嚴淨國)에 가기만 하면
  바로 신통 묘용 두루 갖추고
  반드시 무량수 부처님(無量覺)께 수기 받아서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리라.

  저 부처님 본원력(本願力)에 의하면
  그 이름만 듣고도 왕생하길 원하는자는
  모두 다 그 나라에 이르러
  저절로 불퇴전에 이르게 되리라.

  보살들이 지극한 원을 세워
  자신이 사는 땅이 극락과 다름없기를 바라고
  모든 중생 제도하기를 생각한다면
  그 이름 시방세계 두루 떨치리라.
  
  수많은 부처님을 섬기는 일로
  모든 국토 두루 날아다니며
  기쁜 마음으로 공경한 후에
  다시 안양국(安養國)에 돌아오리라.
 
  전생에 착한 공덕 못 쌓은 이는
  이 경의 가르침 들을 길 없으며
  청정한 계행을 지킨 이라야
  부처님 바른 법문 들을 수 있네.

  일찍이 부처님을 친견한 이는
  즉시에 이러한 일을 능히 믿어서
  겸손하게 공경하며 듣고 받들어 행해
  펄쩍 뛰며 크게 기뻐하리라.

  교만하고 악하고 게으른 사람은
  이 법문 만나도 믿기 어렵지만
  전생에 부처님 친견한 이는
  이와 같은 가르침 즐거이 들으리라.

  성문이나 보살들은
  부처님의 거룩한 마음 다 알지 못하네
  비유하면 날 때부터 눈먼 사람이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 인도하는 것과도 같네.

  여래의 크신 지혜 바다는
  깊고도 넓어서 끝이 없으니
  성문이나 보살로는 헤아릴 수 없고
  오로지 부처님만이 홀로 분명히 아시네.

  가령 모든 사람이
  구족하게 모두 다 도를 이루어
  청정한 지혜로써 본래 공함을 깨닫고
  억 겁 동안 부처님 지혜 생각하고서
 
  있는 힘 다하여 끝까지 강설하여도
  목숨이 다하도록 알지 못하리
  부처님 지혜는 한량이 없어
  이와 같이 청정한 곳에 이르게 되리라.

  이 목숨 오래 살기 매우 어렵고
  부처님 만나 뵙긴 더욱 어려우며
  사람으로 믿음과 지혜 갖추기 심히 어려우니
  좋은 법문 들었을 때 힘써 닦으라.

  법문 듣고 잊지 않으며
  친견하고 공경하여 큰 경사 얻으면
  나의 착한 친구가 되니
  그러므로 마땅히 발심하여라.
 
  설령 온 세계에 불길이 가득하여도
  반드시 뚫고 나아가 불법을 들어
  마침내 불도를 이루어서
  생사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리라.


    제4절 정토의 안락

  1. 보살과 대중의 덕상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국토의 보살들은 모두 마땅히 구경의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게 되느니라. 그러나 그 본원에 의해 중생을 위한 큰 서원의 공덕으로 스스로 장엄하여 널리 일체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자 하는 보살들은 일생보처에 머무는 것에서 제외되느니라.
  아난아, 저 불국토 안에 있는 모든 성문들의 몸에서 나오는 광명은 한 길이 되며, 보살의 광명은 일백 유순을 비추느니라. 그런데 그 중에서 두 보살이 가장 존귀한데 위신력과 광명이 널리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 두 보살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보살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고, 또 한 보살은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이라고 하느니라. 이 두 보살은 이 사바세계에서 보살행을 닦았으며, 수명이 다하자 몸을 바꾸어 저 극락국에 태어났느니라.
  아난아, 저 나라에 태어나는 중생들은 모두 삼십이상(三十二相)을 갖추고, 지혜가 충만하며, 모든 법에 깊이 들어가 요지와 오묘한 뜻을 끝까지 추구하여 깨닫고 신통력이 자재하며, 육근이 밝고 예리하리라. 그러므로 아무리 둔한 근기라고 할지라도 두 가지 인은 성취하고, 근기가 수승한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느니라. 또한 저 보살들은 성불할 때까지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신통이 자재하며, 항상 숙명통(宿命通)을 얻느니라. 다만 일부러 타방의 오탁악세(五濁惡世)에 태어나 중생들과 같은 모습으로 나투고자 하는 사람은 나의 국토에 왕생하는 것에서 제외되느니라.“
 
  2. 보살들의 공양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국토의 보살들은 아미타불의 위신력에 힘입어 한 번 식사하는 사이에 한량없는 시방세계를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느니라. 마음으로 생각한 대로 꽃과 향기, 음악, 일산과 깃발 등 무량무수한 공양구가 저절로 나타나느니라. 이러한 것들은 생각하는 대로 바로 나타나는데 진귀하고 미묘하고 특별하여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니라.
  곧 이것을 가지고 모든 부처님과 보살, 성문, 대중들에게 받들어 뿌리면, 이것이 허공 중에서 꽃과 일산으로 변화하며, 그 광명은 찬란하게 빛나고 향기는 널리 퍼지느니라. 그 꽃은 둘레가 4백 리나 되며, 이와 같이 점차로 커져서 삼천대천세계를 뒤덮는 것도 있느니라. 공양이 끝나면 꽃들은 차례로 변하여 없어지느니라.
  모든 보살들은 다 같이 매우 기뻐하며, 허공에서 함께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고 미묘한 소리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로서 찬탄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한량없이 기뻐하느니라.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난 보살들은 식사를 다하기도 전에 홀연히 가볍게 날아 본국인 극락국으로 돌아오느니라.


  3. 법문의 공덕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불께서 여러 성문과 보살 대중을 위하여 법을 설하실 때에는 모두 칠보로 된 궁전에 모이게 하여 가르침을 널리 선포하고 오묘한 법을 설하시면, 이를 듣는 이들은 환희심에 넘치고 마음이 열려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이가 없느니라. 이 때 사방에서 자연히 미풍이 불어와서 보배나무를 스치면 다섯 가지 소리(五音)가 울려 퍼지고, 무량하고 미묘한 꽃이 바람에 실려와서 비오듯이 흩날리느니라.
  이와 같은 자연의 공양이 끊이지 않고 모든 천인들도 모두 천상의 백천 가지 꽃과 향과 만 가지의 악기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과 보살과 대중들에게 공양하느니라. 그들은 널리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여러 가지 음악을 연주하면서 앞뒤를 오고가며 서로 번갈아 가면서 공양하는데 그 때의 즐거움은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느니라.


  4. 보살과 성중의 자리이타의 공덕

  1) 보살대중의 마음가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극락세계에 태어난 모든 보살들은 법을 설할 수 있는데, 언제나 바른 법(正法)만을 설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따름에 있어서 잘못되거나 빠뜨리는 것이 없느니라. 그 국토에 있는 모든 물건들에 대하여 내 것이라는 마음이 없으니 그것에 대한 집착하는 마음도 없느니라. 그리하여 가고 오고 나아가고 머무는 데에 조금도 인정에 걸림이 없고 뜻에 따라 자유자재 하느니라.
  또한 친한 이나 서먹서먹한 이도 없으며, 너와 나의 차별이 없으니 다툼도 없고 시비도 없으며, 모든 중생들을 대자비로 이익케 하는 마음뿐이니라. 부드럽게 조복시켜 원한의 마음이 없으며, 번뇌를 여의고 청정하여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평등한 마음, 수승한 마음, 깊은 마음, 안정된 마음, 법을 사랑하고, 법을 즐기며, 법을 기뻐하는 마음뿐이니라. 모든 번뇌를 없애 악취의 마음을 여의고 모든 보살들이 행한 바를 닦아 한량없는 공덕을 구족하고 성취하느니라.


  2) 보살의 오안(五眼)
  “그들은 깊은 선정과 육신통(六神通)과 삼명통(三明通)과 지혜를 얻어 뜻은 칠각지(七覺支)에 머물러 마음은 불법을 닦느니라. 육안(肉眼)은 맑고 밝아서 사물을 분명하게 보지 못함이 없고, 천안(天眼)을 통달하여 보는데 한량이 없으며, 법안(法眼)으로는 현상계의 이치를 관찰하여 도를 성취하고, 혜안(慧眼)으로는 진리를 보아 피안에 이를 수 있게 하며, 불안(佛眼)을 구족하여 법성(法性)을 깨닫느니라.”
 
  3) 보살의 지혜
  “그리고 보살들은 걸림 없는 지혜로 중생을 위하여 불법을 연설하고, 삼계가 본래 공하여 집착하고 취할 바가 없음을 관찰하며, 뜻은 오로지 불법을 구하는 데만 두어서 모든 변재를 갖추어 중생의 번뇌로 인하여 생기는 병을 없애느니라. 여래로부터 생기는 법은 여여(如如)함을 알고, 선을 닦고 악을 멸하는 가르침의 방편을 잘 알아 세속의 말은 좋아하지 않고 정법의 진리만을 즐거이 말하느니라.
  또한 여러 가지 선행을 닦고 마음은 항상 부처님의 도를 숭상하며, 일체의 법은 모두 적멸(寂滅)함을 깨달아 육신과 번뇌의 두 가지를 다 여의었느니라. 깊고 깊은 심오한 법을 들어 마음의 의혹과 두려움이 없이 한결같이 올바르게 수행하느니라.
  그들의 대비(大悲)는 심원하고 미묘하여 보살피지 않는 중생이 없으며, 일승법(一乘法)을 끝까지 밝혀서 피안에 이르게 하느니라. 의혹의 그물을 끊었으므로 지혜는 마음에서 우러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남김없이 아느니라. 지혜는 바다와 같고 삼매는 수미산과 같으며, 지혜의 빛은 해와 달보다도 밝고 맑으며, 청정하고 깨끗한 불법을 원만히 갖추었느니라.


  4) 보살의 마음
  “그리고 보살의 마음은 마치 설산(雪山)과 같아서 모든 공덕을 평등하게 비추고, 마치 대지와도 같아서 깨끗하고, 더럽고, 좋고, 나쁘고의 차별심이 없으며, 마치 청정한 물과 같아서 번뇌의 여러 가지 때를 씻어내고, 마치 타오르는 불꽃과 같아서 일체 번뇌의 섶을 태워 없애며, 마치 태풍과 같아서 모든 세계에서 일어나는 장애를 없애고, 마치 허공과 같아서 일체의 모든 존재에 자ᅟᅵᆸ착하는 바를 없애며, 마치 연꽃과 같아서 모든 세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마치 대승(大乘)과 같아서 모든 중생을 태우고 생사의 바다를 벗어나게 하며, 마치 두터운 구름과 같아서 법의 천둥을 쳐서 깨닫지 못한 중생을 깨우치게 하고, 마치 큰비(大雨)와 같아서 감로수와 같은 법을 내려 중생들의 마음ㅇ르윤택하게 하며, 마치 금강산과 같아서 여러 마구니와 외도들도 움직일 수없고, 마치 범천왕과 같아서 모든 훌륭한 법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며, 마치 니구류나무(尼拘類樹)와 같아서 널리 모든 것을 덮고, 마치 우담발화 같아서 희유하여 만나기 어려우며, 마치 금시조(金翅鳥)와 같아서 외도들을 위엄으로 조복시키고, 마치 날아다니는 새와 같아서 모아 두거나 쌓아 두는 것이 없으며, 마치 황소의 왕과 같아서 능히 그를 이길 수 있는 이가 없고, 마치 코끼리왕과 같아서 삿된 무리들을 조복 받으며, 마치 사자왕과 같아서 두려울 바가 없느니라.
  그리고 보살의 마음은 넓은 허공과 같아서 대자비심을 평등하게 베풀고, 질투하는 마음을 끊어 버렷기에 이기려고 하지 않으며, 오로지 법을 구하는 것을 즐겨하여 싫어하거나 만족해 하는 마음이 없고, 항상 법을 널리설함에 잇어서 피로하다고 생각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려는 뜻은 아ㅖ 없느니라.
  불법의 북을 치고, 불법의 깃발을 세우며, 지혜의 태양을 비추어 중생의 어리석고 우매함을 ㅈ거하고, 항상 육화경(六和敬)을 닦으며, 늘 법보시(法布施)를 행하여 용맹하게 정진하여 마음에 물러나려는 나약한 생각이 없느니라.


  5) 보살대중의 공덕
  “또한 보살들은 세상의 등불이 되어 가장 수승한 복전(福田)이 되고, 항상 중생을 인도하는 스승이 되어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이 없으며, 오직 바른 진리(正道)만을 좋아하지 다른 기쁨이나 슬픔은 없느니라. 모든 탐욕심을 뽑아내어 중생을 편안하게 하기 때문에 그 공덕과 지혜가 스승함으로써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느니라.
  보살들은 삼구(三垢)의 장애를 없애고 온갖 신통력에 자재하며, 직접적인 원인의 힘(因力), 간접적인 연의 힘(緣力), 의지의 힘(意力), 서원의 힘(원력), 방편의 힘(방편력), 끝내 변하지 않는힘(상력), 선을 행하는 힘(선력), 선정의 힘(정력), 지혜의 힘(혜력), 법문을 듣고 얻는 힘(다문력), 보시의 힘(포시력), 지계의 힘(지계력), 인욕의 힘(인욕력), 정진의 힘(정진력), 선정의 힘(선정력), 지혜의 힘(지혜력) 등 육바라밀의 힘(육바라밀력), 바르게 생각하는 힘(정념력), 바르게 관찰하는 힘(정관력), 육신통의 힘(육신통력), 삼명의 힘(삼명력), 법답게 모든 중생을 조복시키는 힘(조복력) 등을 모두 갖추었느니라.
  또한 보살들은 그 몸매와 상호와 공덕과 변재를 두루 갖추어 장엄하였으므로 비길 만한 사람이 없으며, 그들은 무량한 제불을 항상 공경공양하므로 여러 부처님들도 그들을 함께 칭찬해 주시느니라. 그리고 보살들은 모든 바라밀을 끝까지 수행하여 공삼매(空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와 나고 멸함이 없는 삼매(不生不滅三昧) 등의 모든 삼매를 닦아 성문과 연각의 경계를 멀리 여의느니라.
  아난아, 저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느니라. 나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간략히 설했을 뿐이니, 만약 자세히 말한다면 백천만억 겁 동안 설해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제5절 세간의 고통


  1. 정토왕생을 권함

  부처님께서 미륵보살과 모든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무량수국의 성문과 보살들의 공덕과 지혜는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또한 그 나라의 미묘하고 안락하며 청정한 것은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으니라.
  어찌하여 힘써 선을 행하며, 도의 자연스러움을 믿어 상하귀천의 차별 없이 평등하고 막힘 없이 자유로운 생활을 구하지 않는가? 각자 부지런히 노력하고 정진하여 스스로 구하면 반드시 윤회의 고리를 끊고 안양국(安養國)에 왕생하여 단숨에 오악취(五惡趣)를 끊게 되리니, 악도는 저절로 패쇄되며, 성불의 길에 오르게 되느니라. 가기 쉬운 극락에는 가는 사람이 없고 그 나라에 가는 일은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며 자연히 이끌려서 가게 되느니라. 그런데도 어찌하여 세상 일을 버리지 않고 부지런히 수행하여 성불의 덕을 구하지 않는가? 극락세계에 왕생하면 수명과 즐거움이 다함이 없느니라.“


  2. 고뇌의 세간


  1) 탐욕의 허물

  

  ① 세상 사람의 탐욕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저속하여 급하지도 않는 일로 서로 다투므로 모진 죄악과 큰 고통 속에서 몸을 수고로히 하며, 오로지 자신의 생활만을 위하여 허덕이고 있느니라. 그것을 위해서는 신분의 높고 낮음도 관계 없고, 가난하거나 부자도 관계 없으며, 남녀노소도 관계 없이 모두가 재물만을 구하기를 시름하며, 이는 돈이 많은 이나 없는 이도 모두 같으니라.
  그리하여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며, 근심하고, 고통스런 생각을 거듭 쌓아 마음으로 헛되게 욕심을 부려 편안할 때가 없느니라. 땅이 있으면 땅을 걱정하고, 집이 있으면 집을 걱정하며, 소나 말 등 육축(六畜)이나 노비, 재물과 옷, 음식 등 모든 물건을 걱정하고 생각을 거듭하며, 한탄을 계속하고 걱정하며 두려워하느니라.
  그러나 뜻밖에도 수재나 화재를 입거나 도적을 맞기도 하며, 원한 있는 집안이나 빚쟁이 때문에 재물을 물에 떠내려보내기도 하고, 불태우거나 빼앗기기도 하니 흩어져 없어지느니라. 이로 인한 근심으로 자책하고 놀라 근심에서 벗어날 때가 없고, 분한 마음을 품어 근심과 번뇌를 여의지 못하며, 마음과 생각이 굳어서 헤어나지 못하느니라. 혹 재난으로 몸이 상하여 목숨을 다하게 되면 재물은 버리고 가야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죽음까지 따라가는 것은 없느니라.“


  ② 부귀한 사람의 탐욕

  “이는 존귀한 사람이나 부자에게도 이러한 근심이 생기기는 마찬가지이며, 이와 같은 근심과 고통은 끝이 없으니 마치 결국 갖가지 근심과 두려움은 추운 곳에나 무더운 곳에 사는 고통과 같으니라.”

  ③ 가난한 사람의 탐욕
  “그런데 가난하고 천한 사람은 빈궁하여 항상 가진 것이 없고, 논밭이 없으면 논밭을 가지려고 애를 쓰며, 집이 없는 것도 걱정이어서 집을 가지려고 하고, 소, 말, 육축과 노비와 재물과 옷, 음식 등 모든 물건이 없는 것을 걱정하여 이를 가지려고 하느니라. 마침내 한 가지를 가지게 되ㅏ면 다시 하나가 부족하고,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적어 항상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느니라. 간혹 다 가지게 되기도 하지만, 곧 다시 잃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근심하고 괴롭게 재물을 구하여 다시 찾아도 그때마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라. 생각해도 아무런 이익이 없고, 몸과 마음만 수고로울 뿐이며, 앉으나 서나 불안하고 근심이 끊이지 않으며, 이와 같은 근심과 고통은 끝이 없으니 마치 결국 갖가지 근심과 두려움은 추운 곳에나 무더운 곳에 사는 고통과 같으니라. 혹 때로는 그로 인하여 목숨을 잃기도 하지만, 평소에 착한 일을 행하지도 않았고, 도를 닦거나 공덕을 쌓지 않았으므로 목숨이 다한 뒤에 죽어서 홀로 저승의 길을 가게 되며, 윤회하여 악도에 떨어지지만, 어느 곳이 좋고 어느 곳이 나쁜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가야하느니라.“


  2) 성냄의 허물


  ① 내세에 원수로 서로 해치는 허물
  “세상 사람들이여, 부모와 자식, 형제, 부부와 가족, 일가, 친척 간에는 마땅히 서로 공경하고 사랑해야지 결코 미워하거나 시기하지 말지니 있고 없는 것을 서로 도와서 탐하거나 아끼지 말며, 말과 안색은 항상 부드럽게 하여 서로 거스르지 말아야 하느니라. 혹 어느 때는 서로 다투어서 분한 마음을 내는 것이 금생에는 그 원한이 적고 미워하는 정도가 사소해 보이지만, 내세에는 그 마음이 심해져 큰 원수가 되고 마느니라. 어찌하여 그러한가 하면, 세상의 일이란 서로 미워하고 괴롭혀도 바로 서로의 사이가 깨어지지 않지만, 금생에 이를 풀지 못하고 죽으면서 독을 품고 노여움을 쌓고 마음에 분한을 품으면 자연히 깊이 새겨지고 자라나서 여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생에는 다 함께 같은 세상에 원수로 태어나서 다시 서로 크게 보복하게 되느니라.”


  ② 내세 악도의 허물
  “인간은 세간의 애욕 속에서 홀로 태어나고 홀로 죽으며 홀로 가고 홀로 오느니라. 자기가 지은 고통과 즐거움은 자기 스스로 감당할 뿐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사람이 없느니라. 선과 악은 변화하여 재앙과 복덕으로 서로 달리하여 미리 엄격하게 결정되어 기다리고 있으니 마땅히 홀로 받아야 하느니라. 서로 멀리 다른 곳에 태어나면 볼 수 없으니 이는 선, 악의 행위의 결과이므로 자연의 도리에 의해 각기 지은 바 소행에 따라서 태어날 뿐이니라.”

  ③ 서로 헤어져 만나기 어려운 허물
  “그리하여 가는 길은 멀고도 어두워 서로 헤어져 있는 기간이 매우 길며, 가는 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시 만나 볼 기약이 없으니 서글프고 아득하여 다시금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느니라. 그런데도 어찌하여 속세의 어지럽고 너절한 일을 버리지 않고, 몸이 젊고 건강할 때 힘써 선행을 행하고 정진하여 고해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어찌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진리의 대도를 구하려고도 하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어떠한 즐거움을 바라고 있는가?”
 
  3) 어리석음의 허물


  “이와 같이 세상 사람들은 선을행하면 좋은 과보를 받으며 도를 닦으면 도를 얻는다는 것을 믿지 않고, 또한 사람이 죽으면 다시 태어나며 은혜를 베풀면 복을 받는 것을 믿지 않느니라. 선과 악의 엄연한 사실을 도무지 믿지 않고 부정하여 마침내 복을 받지 못하느니라.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견해를 서로 서로 보고 배워서 앞사람이 하는 것을 뒷사람들이 똑같이 행하여 서로 이어받아 아버지는 자식에게 교훈으로 남기려고 하느니라.
  선인(先人)인 조상들은 평소에 모두 선을 닦지 않고, 도덕을 알지 못하므로 몸은 어리석고 정신은 어두우며, 마음은 막히고 생각은 옹졸하여 죽고 사는 생사의 이치와 선악의 도리를 스스로 알 수도 없고, 또 이를 말해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각각 길흉화복의 업보를 다투어서 짓기 때문에 한 사람도 인과의 도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조금도 괴이하지 않느니라.“

  ① 자타가 함께 우는 허물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도리로서 영원히 이어져 가는 것이니라. 어떤 부모는 자식을 잃고 울기도 하고, 어떤 자식은 부모를 잃고 울기도 하며, 형제, 부부 간에 서로 소리내어 울기도 하느니라. 죽음에 있어서 상하가 뒤바뀌어 차례가 없다는 것은 인생무상이 근본이기 때문이니라. 모든 것은 참으로 빨리 지나가고 보전될 수 없음을 가르쳐 깨닫게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이 적어 끊임없이 생사윤회를 거듭하여 쉬지 않느니라.”


  ② 악을 지어 고통받는 허물
  “이와 같은 사람은 미망 때문에 눈이 어두워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고 덤비며, 경전의 가르침을 믿지 않느니라. 마음은 멀리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없어 각자의 쾌락만을 바라고 있느니라. 어리석게도 애욕에 미혹되어 도덕을 깨닫지 못하고, 미움과 분노에 빠지며, 때로는 굶주린 이리와도 같이 재물과 여색을 탐내어 여기에만 머물러 도를 얻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다시 삼악도의 고통에 빠져 생사윤회가 끝이 없으니 슬프고 슬픈 일로서 매우 상심할만 하느니라.”

  ③ 친척이 서로 그리워하는 허물
  “어떤 때는 한 가족 중 부모나 자식, 형제나 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죽고 한 사람은 살아 남아 서로 슬퍼하고 애달파하며, 그리움과 근심에 얽매이고 마음은 비통하여 서로 잊지 못하며 날이가고 해가 지나도 맺힌 마음은 풀리지 않느니라. 그러므로 참된 진리의 길을 가르쳐 주건만 마음이 열리지 않고, 죽은 이의 은혜와 애정만을 생각하면서 욕정을 여의지 못하며, 마음은 혼미하고 답답하여 어리석은 미혹에 뒤덮이게 되느니라.
  따라서 깊이 생각하여 잘 헤아리거나 마음을 스스로 가다듬어 열심히 도를 행할 수 없으며, 세상 일을 끊어 버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면 도를 얻을 수 없으니 어찌 할 수 없느니라.“
 
  ④ 미혹을 지어 고통받는 허물
  “세상은 혼탁하고 마음은 어지럽고 번거로워 모든 애욕을 탐하니 도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고 진리를 깨닫는 사람은 적으니라. 세간의 일이란 부질없이 바쁘기만 하니 믿고 의지할 만한 것이 없느니라. 그리고 존귀하거나 천하거나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이나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모두가 부지런히 애쓰고 바삐 힘쓰다가 서로 이해 관계로 각기 살기가 있는 독을 품게 되는데, 이 악한 기운이 마침내 도리에 어긋나 큰 재앙을 일으키게 되느니라.
  이렇듯이 천지의 바른 도리를 거스르고 인간의 참다운 도리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그릇된 도리는 앞을 다투어 거듭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다만 극악한 죄업의 결과만을 기다릴 뿐이니라. 그래서 그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별안간 그 목숨을 빼앗아가서 악도에 떨어뜨리고 마는 것이니, 여러 생을 거듭하면서 괴로움을 받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악도 가운데서 돌고 돌며 수천억 겁의 오랜 세월이 지나도 벗어날 기약이 없으며, 그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니 참으로 가련하고 불쌍한 일이니라.“


  3. 거듭 왕생을 권함


  1) 부지런히 정진하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과 천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까지 그대들에게 세간사(世間事)에 대하여 말하였느니라. 사람들은 이 때문에 세상의 일에 얽매여서 도를 얻지 못하나니, 마땅히 깊이깊이 생각하여 어려울지라도 모든 악을 멀리 여의고 옳은 것을 선택하여 부지런히 행하여야 하느니라. 인간의 애욕과 부귀영화는 오래 보존할 수 없고 모두 덧없이 흩어지고 마는 것이니 즐길 만한 것이 못되느니라. 그러나 다행히 부처님이 계신 때를 만났으니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느니라.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안락국(安樂國)에 왕생하기를 바라는 자는 지혜가 밝게 통달하고 수승한 공덕을 성취할 것이니라. 모름지기 마음의 욕심대로 행동하지 말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거스르지 말 것이며, 옳은 일을 할 때에는 남보다 뒤쳐져서는 아니 되느니라. 만일 의심이 있거나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 내게 물어라. 마땅히 그를 위하여 말해 주겠느니라.“


  2) 미륵보살의 찬탄
  미륵보살이 무릎을 꿇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위신력이 존귀하시고 말씀하신 바는 참으로 시원하고 훌륭하십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 깊이 생각하니,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천박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이제 부처님께서 자비로 중생을 애민이 여기시어 대도(大道)를 드러내 보여 주시니 귀가 열리고 눈이 밝아져 길이 해탈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환희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모든 천인과 사람, 미물 곤충(蠕動之類)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은혜를 입고 근심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매우 깊고 훌륭하며 지혜는 밝게 상하, 팔방,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것을 두루 비추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제도를 받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께서 과거에 깨달음을 구할 때에겸허하게 고행을 하신 덕입니다. 은혜는 널리 미치고 복과 덕은 태산보다 높으며, 부처님의 광명은 두루 비치어 공의 도리를 통달하여 열반에 들게 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경전을 가르치기도 하며, 때로는 위엄으로 제압하여 교화하시니 시방세계를 감동케 함이 끝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진리의 왕이시고 그 존귀하심은 모든 성인보다 뛰어나시어 널리 일체 천상이나 인간들의 스승이 되고, 중생들의 마음 속에 원하는 바에 따라서 모두 도를 얻게 하십니다. 이제 부처님을 뵈옵고 무량수불에 대한 말씀을 들었으므로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고 마음이 열려 밝아지게 되었습니다.


  3) 진리의 요점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이 옳으니라. 만약 부처님을 따르고 공경하게 되면 진실로 큰 선근공덕이 되느니라. 천하에 부처님의 출세가 희유하신대(久久) 지금 출현하셨느니라. 지금 내가 이 세상에서 성불하여 불법을 연설하고 깨달음의 가르침을 널리 펴서 온갖 의혹의 그물을 끊고 애욕의 뿌리를 뽑아 모든 죄악의 근원을 막았으며, 삼계를 두루 다니는데 걸림이 없느니라.
  그리고 이 경전의 지혜는 모든 도 가운데 요긴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을 지나고 있으며, 소상하고 분명하니라. 내 이제 이 법문을 오취(五趣)의 중생에게 열어 보여 아직 제도하지 못한 중생을 해탈케 하여 결정코 생사를 여의고 열반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느니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라. 그대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이전부터 보살행을 닦아 중생을 제도하고자 한 지 이미 오래 되었으며, 그대로 인하여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이른 사람들의 숫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으니라. 그대를 비롯하여 시방세계의 천인과 사람 및 사중(四衆)들이 영겁 이전부터 오도(五道)를 돌아다니면서 두려워하고 받은 고통은 말할 수 없고, 현세에 이르기까지 생사의 윤회를 다 끊지 못하고 있느니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부처님을 만나 경의 법문을 듣고 또한 무량수불에 대해서 듣게 되었으니 어찌 통쾌하고 기쁘지 않겠는가?“
 
  4) 의혹중생 변지탄생(邊地誕生)
  “나는 그대들에게 기쁨을 더해 주고자 하느니라. 그대들은 이제 스스로 나고, 죽고, 늙고, 병들어 가는 괴로움을 싫어해야 하느니라. 이 세상에는 언제나 죄악이 넘치고 부정하여 진정한 즐거움은 없는 것이니 모름지기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더욱더 많은 선행을 닦도록 해야 하느니라. 인격을 닦고 몸을 청결하게 하며, 마음의 때를 없애고 말과 행동을 성실히 하여 안과 밖이 서로 같아야 하느니라. 또한 자신을 잘 다스리고 점차로 다른 사람도 구제하며, 맑은 정신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서로 권하여 선근을 쌓아야 하느니라.
  그러면 비록 한 생 동안의 수고로운 고통은 겪지만, 그것은 잠깐 사이에 지나가고, 다음 생에는 무량수불의 나라에 태어나 쾌락(快樂)이 한량없으며, 진리의 덕을 밝히고 얻어 생사의 뿌리를 영원히 뽑아 다시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과 고놔의 근심이 없게 되느니라. 그리고 그 수명은 일 겁, 백 겁, 천만억 겁을 살려고 하면 자재롭게 뜻에 따라 얻을 수 있느니라. 극락세계는 자연히 함이 없는 도를 얻어 열반의 도에 이를 수 있느니라.
  그대를은 모름지기 각각 정진하여 마음으로 원하는 바를 구해야 하느니라. 만약 의혹을 일으켜 도중에 후회하여 그만 두면 스스로 허물이 되어 얻을 수 없고, 저 극락세계의 변두리에 있는 칠보궁전에 태어나서 5백 년 동안이나 여러 가지 재난을 겪어야 하느니라.“
  

미륵보살은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의 간곡하신 가르침을 받들어 오로지 정성을 다하여 닦고 배워서 가르침대로 받들어 행하고 결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제6절 오탁악세(五濁惡世)


  1. 총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단정히 하고 생각을 바르게 하여 모든 악을 짓지 않으면, 매우 훌륭한 공덕이 되어 시방세계에서 가장 뛰어나서 비교할 것이 없느니라. 이러한 이유는 모든 불국토의 천인들은 저절로 선을 행하고 큰 악을 짓지 않으므로 교화하기가 지극히 쉽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이제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가 되어 오악(五惡)과 오통(五痛)과 오소(五燒)의 지극한 고통 속에 있는 중생들을 교화하여 오악을 버리게 하고, 오통을 제거해 주고, 오소를 여의게 하며, 그 뜻을 조복받고 교화시켜 오선(五善)을 수지하여 복덕과 제도와 장수와 열반을 얻게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어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오악이고, 어떤 것이 오통이며, 어떤 것이 오소인지를 말하며, 그리고 어떻게 하여야 오악을 없애고, 오선을 수지하여 복덕과 제도와 장수와 열반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말하여 주리라.”


  2. 살생의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첫번째 악이란 이와 같으니라. 모든 천인이나 인간을 비롯한 미물 곤충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을 지으려고 하는데, 그렇지 않는 존재들이 없느니라. 강한 자는 약한 자를 억누르고 나아가 서로 죽이며, 해를 끼치고 살육하여 서로 번갈아 가면서 물어뜯기만 하지, 착한 일은 할 줄 모르는 극악무도한 짓만 하므로 죽어서는 재앙과 벌을 받아 저절로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신명(神明)은 그의 행동을 기록하여 알고 있어 죄를 저지른 자를 용서하지 않으므로 가난한 사람, 천한 사람, 거지, 고아, 고독한 사람, 귀머거리, 장님, 벙어리, 바보, 포악한 사람, 미치광이, 불구자 등이 있느니라. 그러나 한편 존귀한 사람, 부자, 뛰어난 재주가 있는 사람, 지혜가 밝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과거세에 자비와 효행을 행하였으며 선을 쌓았기 때문이니라.
  세상에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상식적인 법도(常道)가 있으며, 나라에는 국법과 감옥이 있는데, 삼가지 않고 나쁜 짓을 하여 죄를 짓게 되면, 그에 따르는 재앙과 벌을 받게 되어 벗어나려고 하여도 벗어나기 어려우니라. 이러한 일은 이 세상에서 우리들의 눈 앞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로써 항상 볼 수 있는 일이니라.
  그러다가 목숨이 다하여 후세에 받는 괴로움은 더욱 심각하고 험난하느니라. 어두운 저승(幽冥)에 가서 몸을 받아 다시 태어나는데, 이를 현세의 왕법에 비유하면 그 고통스러움은 극형에처해진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피할 길 없이 자연히 삼악도의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며, 계속하여 몸은 바뀌어 다른 모습을 취하게 되고, 태어나는 처소도 달리하여 수명을 받게 되는데, 때로는 길고, 때로는 짧기도 하며, 그 영혼의 저절로 그 몸을 따라가느니라. 마땅히 태어날 때는 혼자 태어나지만 전생에 원한이 있으면 서로 같은 곳에 태어나서 다시 보복하기를 그치지 않으며, 그 악업이 다할 때까지 서로 떠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악도의 굴레를 벗어날 기약이 없고, 해탈하기도 어려우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써 다할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천지간에는 자연히 인과의 도리가 엄연하게 있어 비록 즉시에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응당히 선과 악에 따라서 그 업보는 반드시 돌아가고 마느니라. 그리하여 이것은 첫 번째의 큰 악이며(大惡), 현재에 받는 첫 번째의 큰 고통이며(一痛), 내세에 받을 첫 번째의 큰 불길(一燒)인데, 이와 같은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으니라. 


  그리하니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직 선을 행하고 악을 짓지 안흐면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이 첫 번째의 큰 선(一大善)이라고 하느니라.


  3. 도둑의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두번째의 악이란 이와 같으니라. 세상 사람들은 부모, 자식, 형제, 부부, 가족 사이에 도무지 의리가 없고 법도를 따르지 않으며, 사치하고 음란하며, 교만하고 방종하여 각자의 쾌락만을 생각하여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며, 서로 속이고 마음과 말이 각각 다르며, 말과 생각에 진실함이 없느니라.
  또한 신하는 아첨만 하고 충성심이 없으며, 말을 꾸며서 하고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착한 이를 비방하여 원망스러운 처지에 빠뜨리느니라. 한편 임금은 밝은 안목이 없이 신하를등용하므로 신하는 마음대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 많으며, 아첨하기 위하여 적당한 행동을 하느니라. 더러는 충실한 신하가 있어 나라의 법도를 잘 지키고 행동이 바르며, 나라를 잘 다스리는 경륜이 밝은 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임금의 지위에 있으면서 바르지 못하면, 필경에는 어진 신하를 잃고 마는 것이니 이는 천심(天心)을 저버리는 일이니라.
  신하는 임금을 속이고 자식은 부모를 속이며, 형제, 부부, 친척, 벗들이 서로 속이고,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은 마음을 품고, 스스로 자신들의 이익을 많이 가지려고 탐내고 소유하기를 바라느니라. 귀한 자나 천한 자나 아랫사람이나 윗사람의 마음가짐이 모두 그러하여 집안을 파멸시키고 자신을 망치며, 앞뒤를 돌아보지 않으므로 내외 가족이 이것으로 인하여 멸망하게 되느니라.
  또 어떤 때는 가족이나 친구, 마을 사람들 간에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함께 도모하다가 이해 과녜로 틀어지면, 서로가 미워하고 분노하며 원한심을 갖게 되느니라. 어떤 사람은 부자이면서도 인색하여 아끼기만 할 뿐 베풀 줄은 모르고, 오직 보물을 좋아하여 더욱 욕심내는 마음 때문에 마음은 수고롭고 몸은 고통스러워 하느니라. 이와 같이하여 필경에는 믿고 의지할 곳이 없어지며, 이러한 사람은 혼자 왔다가 혼자서 가므로 아무도 따르는 사람이 없느니라. 선과악, 재앙과 복덕은 몸을 받을 때마다 따라다니므로 어떤 사람은 안락한 곳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고통 속에들어가게 되느니라. 그런 후에야 뉘우치지만 어찌 돌이킬 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은 어리석고 지혜가 부족하여(心愚少智) 착한 이를 보면 도리어 미워하고 비방하며, 사모하여 따르려고 하지 않지만, 다만 그릇된 일만을 좇아서 함부로 법도를 어기고 마느니라. 항상 도둑과 같은 마음을 품어 남의 이익을 바라며, 재물이 있으면 탕진하여 없애버리고는 다시 구하느니라. 바르지 않은 사심을 품기 때문에 항상 두려움으로 가득하여 남의 눈치를 살피며, 미리 헤아리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일을 당하여서야 후회하느니라.
  금생에는 현행의 국법과 감옥이 있어 죄에 따라 재앙과 벌을 받아야 하며, 전생에 도덕을 믿지 않고 선을 닦지 않았으므로 금생에 다시 죄를 짓게 되느니라. 천신(天神)은 이를 반드시 명부에 기록하여 태어날 처소를 구별하며, 목숨이 다한 뒤에 악도에 떨어지게 하기 때문에자연히 삼악도는 고통과 괴로움이 한량이 없느니라. 그 속에서 돌아다니며, 세세생생의 수많은 겁이 지날지라도 여기를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써 다하기 어려우니라. 이것이 두 번째의 큰 악이고, 두 번째의 큰 고통이며, 두 번째의 큰 불길인데, 그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으니라. 


  그리하니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직 선을 행하고 악을 짓지 않으면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이 두 번째의 큰 선(二大善)이라고 하느니라.“


  4. 사음의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번째 악이란 이와 같으니라. 세상 사람들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서로 의지하고 살고 있는데, 그들이 누리는 수명은 얼마 되지 않느니라. 위로는 현명한 사람, 덕 있는 사람, 존귀한 사람, 부유한 사람이 있고, 아래로는 가난한 사람, 천한 사람(廝賤), 불구자(尫劣), 어리석은 사람이 있느니라.
  이 가운데는 착하지 못한 사람도 있어 항상 삿되고 악한 마음을 품으며, 오직 음란한 생각만 하여 번뇌가 가슴 속에 가득하여 애욕의 어지러운 생각으로 앉으나 서나 편안하지 않고, 탐하는 생각으로 질투(守惜)하여 부질없이 얻으려고만 하느니라. 아름다운 여자를 돌아보며(眄睞細色), 밖에서는 삿된 행동을 멋대로 하고 자기 부인은 싫어하고 미워하며, 남모르게 함부로 다른 여자의 집을 드나들면서 재산을 낭비하고 법도를 어기는 일을 하느니라.
  또 어떤 때는 한 패거리를 이루어 모임을 갖고 군대를 일으켜 서로 정벌하며, 공격하여 겁탈하고 살육하며, 강탈하는 무도한 짓을 하느니라. 악한 마음으로 항상 남의 재물을 탐내면서 스스로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며, 도둑질이나 사기로 이익을 조금 얻게 되면, 더 욕심을 내어 일을 꾸미게 되느니라. 그러나 이러한 사람은 항상 세력을 두려워하지만, 남에게는 공갈과 협박을 하여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아 자신의 처자권속에게만 주느니라. 방자한 마음과 쾌락만을 좇아 몸을 다 바쳐 즐기고, 친족이나 위 아랫사람도 가리지 않고 음란한 짓을 하므로 가족들과 사회가 모두 걱정하고 괴로워하느니라. 또한 국법으로 금한 것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으므로 형벌을 받게 되느니라.
  이와 같이 악한 사람은 인간뿐만 아니라 귀신들도 알고 있으며, 해와 달도 비춰 보고 있으며, 천지신명도 기록하여 알고 있으므로 자연히 삼악도에 떨어져 고통과 괴로움이 한량이 없느니라. 그 속에서 돌아다니며, 세세생생의 수많은 겁이 지날지라도 여기를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써 다하기 어려우니라. 이것이 세 번째의 큰 악이고, 세 번째의 큰 고통이며, 세 번째의 큰 불길인데, 그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으니라. 


  그리하니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직 선을 행하고 악을 짓지 않으면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이 세 번째의 큰 선(三大善)이라고 하느니라.“


  5. 거짓말의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번째 악이란 이와 같으니라. 세상 사람들은 착한 일은 닦으려고 생각조차도 않고, 서로 거짓말하는 것을 가르쳐서(敎令) 함께 온갖 나쁜 짓을 하며, 이간질과 욕설과 거짓말과 아첨하는 말을 일삼느니라. 남을 참소하여 해차고(讒賊) 서로 싸우며, 착한 사람을 시기하여 미워하고 현명한 사람을 무너뜨리느니라. 그리고 자기 부부(傍)만 즐기려고 하고 부모에게는 불효하며, 스승과 어른을 섬기는 일에는 소홀하고 친구 사이에도 신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지도 않느니라. 또한 존귀한 자리에 오르게 되면, 스스로 잘난 척하고 자기만이 도력이 있는 것처럼 여겨서 제멋대로 위세를 부리며, 남을 업신여기느니라.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악을 짓고도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고 스스로 강함을 내세워 남이 공경하고 어려워하기를 바라느니라. 그리고 천지신명과 해와 달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선을 행하려고 하지 않으므로 이를 항복받아 교화하기 어렵느니라. 그리고 방자하여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며 근심과 두려움이 없으므로 늘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있느니라.
  이와 같은 모든 악행은 천신이 기억하여 알고 있으며, 전생에 조금 지은 복덕에 의해 지금은 작은 선으로 겨우 부지하여 보호를 받고 있지만, 금생에 저지른 악행으로 복덕을 다 소멸시키면 모든 선신(善神)들이 다 떠나버리므로 몸은 홀로 남아 의지할 곳이 없게 되느니라. 그러다가 목숨이 다하게 되면, 자신이 지은 악업만이 돌아와서 자연히 쫓기어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수 없느니라.
  또한 이러한 이들의 이름을 기록한 것이 천지신명에게 있어서 그 죄로 인한 재앙에 이끌려 당연히 삼악도로 가게 되며, 자연히 그 업보를 받게 되니 벗어날 길이 없느니라. 다만 전생에 지은 과보에 의해 불가마 속으로 끌려가서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정신이 고통스러울 뿐이니 이 때 이르러 후회한들 어찌할 수 없느니라.
  천지의 도리는 어긋남이 없는 까닭에 자연히 삼악도에 떨어져 고통과 괴로움이 한량이 없느니라. 그 속에서 돌아다니며, 세세생생의 수많은 겁이 지날지라도 여기를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써 다하기 어려우니라. 이것이 네 번째의 큰 악이고, 네 번째의 큰 고통이며, 네 번째의 큰 불길인데, 그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으니라. 


  그리하니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직 선을 행하고 악을 짓지 않으면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이 네 번째의 큰 선(四大善)이라고 하느니라.“


  6. 음주의 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섯번째 악이란 이와 같으니라. 세상 사람들은 게을러서 어슬렁거리기만 하지, 그다지 선을 닦으려고 하거나 몸을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며, 일을 하지 않아서 가족과 권속들이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가난하여 고생하느니라. 그리고 부모가 가르치고 타이르면 눈을 부릅뜨고 화를 내며, 말대꾸를 하고 거친 소리로 거역하기를 마치 원수처럼 대하므로 차라리 자식이 없는 것만도 못하느니라. 가지고 베푸는데도 아무런 절도가 없으니 모두들 꺼려하고 싫어하며, 은혜를 배반하고 의리를 저버리며, 보답하여 갚은 마음도 없으니 빈궁하고 가난하여도 다시 누가 도와 주지 않으므로 얻을 수가 없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남의 것을 빼앗아 방자하게 놀면서 재산을 탕진해 버리고, 남의 것을 쉽게 얻는 도둑질 같은 것에 익숙해져서 그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느니라. 술에 빠지고 맛있는 음식만을 좋아하여 먹고 마시는데 절도가 없으며, 제멋대로 방탕하게 사느니라. 어리석고 둔하여 남과 다투며(노호저돌), 남의 사정을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남을 억누르려고만 하느니라. 다른 사람의 선행을 보면 질투하고 증오하며, 의리도 없고 예의도 없으며, 뉘우치고 반성할 줄 모르며, 남의 말은 듣지 않고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끝까지 우겨대므로 누가 충고하고 깨우쳐 줄 수조차도 없느니라.
  그리고 육친 권속 등 집안 살림이 있고 없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부모의 은혜도 모르고 스승이나 친구에 대한 의리도 없느니라. 마음으로는 항상 나쁜 일만을 생각하고, 입으로는 항상 나쁜 말만을 하며, 몸으로는 항상 나쁜 짓만을 행하면서 일찍이 착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느니라. 옛 성인들과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도를 닦아 해탈할 수 있음도 믿지 않으며, 죽은 뒤에 신명(神明)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윤회도 믿지 않고, 선을 행하면 선한 과보를 받고 악을 행하면 악한 과보를 받는다고 하는 인과의 도리조차도 믿지 않느니라. 참된 사람(眞人)을 죽이려 하고, 화합된 승가를 분열시키려고 하며, 부모와 형제, 권속들을 해치려고 하니 육친 권속들이 모두 그를 싫어하고 증오하여 차라리 죽기를 바라느니라. 


  세상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이와 같아서 사실은 어리석고 우매하지만, 자신은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느니라. 인생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어질지도 못하고, 순종하지도 않아 천지의 도리를 거스르면서도 요행을 바라고 오래 살려고 하지만, 반드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느니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가르치고 타일러 착한 일을 생각하게 하고, 생사와 선악의 도리를 일러 주지만, 그들은 믿으려고 하지 않느니라. 애써서 말하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으며, 마음은 막히고 생각은 열리지 않느니라.
  이러한 사람들은 수명이 다할 때에서야 비로소 뉘우침과 두려움이 번갈아 찾아오지만, 미리부터 착한 일을 하지 않고 마지막에 임해서 후회한들 어찌할 수 없느니라. 천지간에는 오도(五道)가 분명하고 그 이치는 매우 넓고 깊고 미묘하며, 선과 악의 과보에 응하여 재앙과 복덕이 서로 이어지고, 자신이 지은 업은 자기 스스로 받지 누가 대신하여 받을 수 없는 것이 자연의 도리이니라. 


  인과응보의 소행으로 오는 재앙은 목숨을 좇아 따라다니며 벗어날 수 없느니라. 착한 사람은 선을 행하므로 안락한 곳에서 더 안락한 곳으로 들어가고, 지혜는 더욱 밝아지지만 반면에 나쁜 사람은 악한 행을 하므로 괴로운 곳에서 더 괴로운 곳으로 들어가고, 지혜는 더욱더 어두워지느니라. 그 누가 이 이치를 잘 알고 있는가? 오직 부처님만이 알고 계실 뿐이니라. 말로 가르쳐 주고 열어 보여 주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적고, 생사윤회는 쉼이 없고 악도는 끊어지지 않느니라. 

  이와 같은 세상 사람들이 다 없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연히 삼악도에 떨어져 고통과 괴로움이 한량이 없느니라. 그 속에서 돌아다니며, 세세생생의 수많은 겁이 지날지라도 여기를 벗어날 기약이 없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로써 다하기 어려우니라. 이것이 다섯 번째의 큰 악이고, 다섯 번째의 큰 고통이며, 다섯 번째의 큰 불길인데, 그 고통스러움을 비유하자면 큰 불길이 사람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으니라. 


  그리하니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능히 마음을 가다듬어 삿된 마음을 억누르고 몸과 행동을 바르게 하여 오직 선을 행하고 악을 짓지 않으면 몸은 홀로 악도에서 벗어나며, 그 복덕으로 해탈하거나 혹은 하늘에 태어나거나 하여 열반의 도를 얻게 되니 이것이 다섯 번째의 큰 선(五大善)이라고 하느니라.“


  7. 거듭 고통을 설함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말한 이 세상의 다섯 가지 악의 지독한 괴로움은 이미 말한 바와 같으며, 그로 인하여 다섯 가지 고통과 다섯 가지 불길이 서로 원인이 되어 생겨나느니라. 그리하여 오직 악을 짓기만 하고 선을 닦지 않으면 모두 다 자연히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혹은 금생에 우선 불치의 중병에 걸려 죽고 싶지만 죽지도 못하고, 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으니 자신이 지은 죄악의 과보를 대중들에게 보이게 되느니라. 그러다가 몸이 죽으면 업을 따라 삼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 속에서 스스로 자신을 불태우게 되느니라.
  이것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계속 지속되어 함께 원한을 맺게 되니, 처음에는 적고 가벼운 악으로 시작된 것이 마침내 큰 악이 되고 마느니라. 모두 재물과 애욕을 탐착하여 은혜를 베풀지 못했기 때문이며, 어리석은 욕망에 쫓기고 마음 내키는 대로 생각하여 번뇌에 묶여서 풀려나지 못하느니라. 또한 자신의 많은 이익을 위하여 남과 다투면서도 조금도 반성하지 않느니라.
  부귀영화의 시절을 맞은 경우에도 다만 자신의 쾌락을 즐길 줄만 알았지 절제할 줄은 모르고 좋은 일은 하지 않았으므로 그 위세는 얼마가지 않아서 닳아 없어지고 마느니라. 몸의 수고로운 고통은 더욱 심하게 되어 오랜 후에는 매우 지독한 고통이 되느니라. 천지의 도리는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자연히 지은 바가 낱낱이 드러나고 형벌의 그물이 상하 모든 사람에게 상응하느니라. 홀로 두려워하며 그 속에 들어가고 말게 되니, 이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나니 애처롭고 불쌍한 일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이란 이와 같으므로 부처님은 그러한 것을 모두 애민히 여기시고 위신력으로 모든 죄악을 부숴 없애고 누구나 선으로 나아가게 하느니라. 악을 범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경전과 계행을 받들어 행하고, 도법(道法)을 수행하여 어긋나거나 잃지 않게 하며, 마침내 생사고해를 벗어나 열반의 길을 얻게 하느니라.”


  8. 선행을 권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와 지금의 모든 천인과 인간과 후세의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불법을 마땅히 마음 속 깊이 새기고, 능히 그 가운데서 마음과 행동을 바르게 해야 하느니라. 윗사람은 선을 행함으로써 아랫사람을 통솔하고 교화하며, 서로 가르침을 전하고, 각각 자신을 단정히 지키며, 성인을 존중하고 선한 사람을 공경하며, 어질고 인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평등하게 사랑해야 하느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감히 어기거나 비방하지 말아야 하며, 마땅히 해탈을 구하여 나고 죽음과 모든 악의 근원을 뽑아 없애고, 삼악도의 한량없는 근심과 두려움과 고통의 길을 여의어야 하느니라.
  그대들은 이 세상에서 널리 공덕의 근본을 심고 은혜를 베풀며, 계행을 깨뜨리지 말아야 하느니라. 인욕하고 정진하며, 일심과 지혜 등으로 더욱더 교화하고 공덕을 짓고 선을 닦아야 하느니라. 


  마음과 생각을 바르게 하고 하룻밤 하룻낮 동안만이라도 청정하게 범행을 닦고 계행을 지키면, 무량수국에서 백 년을 닦는 것보다도 더 수승하느니라. 왜냐하면 저 불국토에는 하염없이 저절로 모든 선이 쌓이고 악은 털끝만큼도 없기 때문이니라. 또 이 세상에서 열흘 밤낮으로 선을 행하는 것이 다른 제불국토에서 천년 동안 선행을 하는 것보다도 더 수승하느니라. 왜냐하면 다른 국토에는 선을 행하는 사람은 많고 악을 저지르는 사람은 적으므로 복덕이 저절로 있게 되며, 악을 짓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이 세계에는 악이 많으므로 자연의 도리에 따르지 않고, 부지런히 바라는 바를 구하려하고 서로 속이고 해치니 그 마음은 수고롭고 몸이 고달프기가 마치 쓴 것이나 독을 먹는 것과도 같으니라. 이와 같이 바쁘고, 괴롭기만 하여 잠시도 편안히 쉴 여가가 없느니라.
  그래서 나는 천인과 사람들을 가엾이 여겨 선을 닦도록 간곡히 가르쳤고, 근기에 따라 인도하여 경법(經法)의 가르침을 주었으니 이를 실행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각자의 소원에 따라 모두 깨달음을 얻으리라. 부처님이 가시는 나라와 도시와 마을마다 모두 교화를 입지 않은 곳이 없으니, 천하는 태평하고, 해와 달은 청명하며, 비와 바람은 때를 맞추어 내리고, 재앙과 전염병은 발생하지 않으며, 나라는 풍요롭고, 백성들은 안락하며, 군인과 무기는 아무 쓸모가 없을 것이며, 덕을 숭상하고, 어진 마음을 가지며, 부지런히 예의와 겸손한 마음을 닦을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천인과 사람들을 애민히 여기는 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지극하느니라. 이제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가 되어 다섯 가지 악을 항복시키고, 다섯 가지 고통을 소멸시키며, 다섯 가지 불길을 끊어 없애고, 선으로 악을 다스려 생사의 고통을 뽑아 내며, 다섯 가지 덕(오덕)을 얻어 무위의 편안함을 얻게 하리라. 내가 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경전의 가르침은 점점 없어지고 사람들은 아첨하고 거짓되어 여러 가지 악을 행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다섯 가지 고통과 다섯 가지 불길은 이전과 같아지며, 이러한 것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질 것인데, 이를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간략히 말한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러한 것을 잘 생각하고 서로 깨우쳐 주며, 경법(經法)에 따라 행하고 어기지를 말아야 하느니라.” 


  이 때 미륵보살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매우 훌륭하십니다. 세상 사람들은 실지로 부처님의 말씀과 같습니다. 여래께서 널리 자비를 베푸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모두 다 고해를 벗어나게 하시니 부처님의 엄중한 가르침을 받들어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제7절 부처님의 큰 지혜


  1. 아난의 아미타불 친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일어나서 법의를 단정히 하고 합장하고 공경하여 무량수불에게 예배하여라.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들도 항상 저 부량수불의 집착함이 없고 걸림이 없음에 대하여 찬양하고 찬탄하시느니라.” 


  이 때 아난은 일어나서 법의를 단정히 하고 몸을 바르게 하여 서쪽으로 향하여 합장하고 공경하며,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려 무량수불에게 예배하였다. 그리고 세존에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원하옵나니 저 무량수불의 안락국토와 모든 보살 및 성문대중들을 뵈옵게 하여 주소서.”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무량수불이 대광명을 놓아 널리 모든 부처님 세계를 비추시니 금강철위산을 비롯하여 수미산과 크고 작은 모든 산과 일체 만물은 다 한결같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비유하자면, 겁수(劫水) 때에는 온 세계가 물로 가득 잠겨 만물이 보이지 않고 물만 굽이쳐 흐르면 다만엄청난 물만 보이는 것처럼 저 부처님의 광명도 그와 같아서 성문과 보살들의 모든 광명은 다 가려지고 오직 부처님의 광명만이 밝고 혁혁하게 빛나고 있음을 뵈올 수 있었다. 


  이 때 아난이 친견한 무량수불의 위엄과 덕이 높음은 마치 수미산이 온 세계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것과도 같으며, 부처님의 상호와 광명이 비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보았다. 이 때 모인 사부대중들이 모두 한꺼번에 그것을 다 보았으며, 또한 저 극락국토에서 이곳을 보는 것도 이와 같았다.
 
  2. 태생의 왕생(胎生往生)

  이 때 부처님께서 아난과 자씨보살(慈氏菩薩)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저 국토를 볼 때 지상으로부터 정거천(淨居天)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있는 미묘하고 장엄하며 청정한 자연의 만물을 다 볼 수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네, 이미 다 보았습니다.”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그대들은 무량수불의 큰 소리가 모든 세계에 두루 울려 퍼져 중생을 교화하심을 들을 수 있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네, 이미 다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나라의 사람들이 백천 유순이나 되는 칠보궁전을 타고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고 시방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드리는 것을 그대들은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국토의 사람들 가운데는 태로 태어난(胎生)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태생한 이들이 사는 궁전 가운데는 어떤 것은 백 유순, 어떤 것은 오백 유순이나 되는 것도 있는데, 각기 그 가운데서 온갖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마치 도리천(忉利天)에서 자연히 받는 것과도 모두 같으니라.”


  3. 오지(五智)의 의심[疑惑五智]

  이 때 자씨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들은 어떠한 인연으로 저 나라의 사람들 가운데 태생(胎生)과 화생(化生)의 구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중생들은 의혹심(疑惑心)을 품은 채 모든 공덕을 닦아 그 국토에 태어나기를 원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들은 아직 부처님의 지혜(佛智), 불가사의한 지혜(不可思議智), 무엇이라고 이름할 수 없는 지혜(不可稱智), 대승의 넓고 큰 지혜(大乘廣智),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지혜(無等無倫最上乘智)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지혜는 믿지 않으나 죄와 복에 대해서는 믿어 선을 닦고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였느니라. 이러한 중생들은 저 궁전에 태어나서 오백세까지 살면서도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고, 법문도 듣지 못하며, 보살과 성문과 거룩한 성중(聖衆)도 보지 못하므로 그들을 그 국토에서는 태생(胎生)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지혜(佛智) 내지 부처님의 최상승지(勝智)를 분명하게 믿고, 여러 가지 공덕을 지어 극락세계에 태어나고자 신심을 회향한다면, 이러한 중생들은 칠보로 된 연꽃 속에 저절로 화생(化生)하느니라. 그들이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잠깐 사이에 몸에는 광명과 지혜와 공덕이 다른 보살들과 같이 구족하게 갖추어지느니라. 


  또한 자씨보살이여, 다른 불국토의 여러 대보살들이 발심하여 무량수불을 친견하기 위하여 공경 공양하고, 그 나라에 있는 모든 보살과 성문들에게도 이와 같이 한다고 하면, 그 보살들은 목숨을 마칠 때에 무량수국에 태어나는데 그들은 칠보로 된 연꽃 속에 저절로 화생(化生)하느니라.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알아라. 저 화생한 사람들은 지혜가 수승하지만, 저 태생한 사람들은 모두 지혜가 없기 때문에 오백세 동안 당연히 부처님을 뵐 수도 없고, 법문을 들을 수도 없으며, 보살과 성문 대중들도 뵐 수 없고, 부처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법식도 모르며, 공덕을 닦을 줄도 모르느니라. 마땅히 알아라. 이러한 사람들은 과거 세상으로부터 지혜가 없었으며, 의혹심을 가졌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자면, 전륜성왕이 따로 칠보궁전을 지어 두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로 장엄이 되어 있고, 자리가 깔려 있고, 장막이 쳐져 있고, 모든 천개와 비단 깃발이 걸려 있느니라. 만약 어린 왕자들이 왕으로부터 벌을 받게 되면, 저 궁전에 넣어 금사슬로 묶고, 음식이나 옷, 이부자리, 꽃과 향, 음악 등을 공급받게 되는데, 이것은 전륜성왕이 머무는 곳과 같아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느니라.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왕자들이 즐거워하겠느냐?” 


  “아닙니다. 그들은 여러 가지 방편을 사용하여 힘이 센 장사를 구하여 스스로 그곳을 빠져 나오려고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의 지혜를 의심한 까닭에 저 궁전에 태어나서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지는 한 번도 악한 일을 생각하지 않지만 다만 오백세 동안 삼보를 친견하지 못하므로 공양하여 여러 가지 선을 닦을 수도 없느니라. 이러한 것이 큰 괴로움이 되므로 비록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그곳을 좋아하지 않느니라.
  이러한 중생들이 자신의 죄의 근본을 알아 스스로 깊이 참회하고 책망하여 그곳을 떠나기를 구한다면, 바로 뜻을 이룰 수 있어 무량수불이 계시는 곳에 나아가 공경하고 공양하며, 또 무량무수한 부처님이 계시는 곳을 두루 다니면서 공덕을 쌓을 수 있느니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라. 만일 어떠한 보살이 부처님의 지혜를 의심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큰 이익일 잃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응당히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를 분명히 믿어야 하느니라.“
 
  4. 타방보살의 극락왕생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바세계에는 불퇴전(不退轉)에 오른 보살이 얼마나 있으며 저 불국토에 왕생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바세계에는 육십칠억의 불퇴전의 보살이 있어서 저 국토에 왕생하게 될 것이니라. 이러한 한 보살 한 보살들은 이미 일찍부터 무수한 제불에게 공양하였는데, 이는 미륵과도 같은 이들이니라. 또한 수행이 적거나 공덕이 적은 보살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그들도 모두 왕생하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다만 나의 국토에 있는 보살들만이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것이 아니고, 타방의 불국토에 있는 보살들도 모두 이와 같이 왕생하느니라.
  첫 번째 부처님은 원조불(遠照佛)이라고 이름하는데, 그곳에 있는 백팔십억 보살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두 번째 부처님은 보장불(寶藏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구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세 번째 부처님은 무량음불(無量音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이백이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네 번째 부처님은 감로미불(甘露味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이백오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다섯 번째 부처님은 용승불(龍勝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십사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여섯 번째 부처님은 승력불(勝力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만사천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일곱 번째 부처님은 사자불(師子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오백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여덟 번째 부처님은 구광불(垢光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팔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아홉 번째 부처님은 덕수불(德首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육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열 번째 부처님은 묘덕산불(妙德山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육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열한 번째 부처님은 인왕불(人王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 있는 십억 보살들이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열두 번째 부처님은 무상화불(無上華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수없이 많아 헤아릴 수 없는 보살들이 모두 불퇴전의 보살로서 지혜롭고 용맹스러우며, 이들은 이미 일찍부터 무량한 부처님을 공양하였느니라. 그들은 7일 동안에 다른 보살들이 백천억 겁 동안 닦아야 얻을 수 있는 견고한 법력을 성취하였으니 이들 보살도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열세 번째 부처님은 무외불(無畏佛)이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칠백구십억 대보살들과 헤아릴 수 없는 소보살들과 비구들도 모두 왕생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이러한 열네 곳의 불국토에 있는 보살들만이 왕생하는 것이 아니라 시방세계의 한량없이 많은 불국토에서도 왕생하는 이들이 이와 같이 매우 많아 헤아릴 수 없느니라. 내가 시방세계 부처님들의 이름과 저 불국토에 왕생하는 보살과 비구들의 수를 밤낮으로 헤아린다고 하여도 한 겁 안에는 다 헤아려 마칠 수가 없느니라. 나는 지금 그대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말하였을 뿐이니라.”


제3장 유통분(流通分)


    제1절 미륵보살에게 부촉함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저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뛸 듯이 기뻐하거나 내지는 다만 한 번만이라도 염(念)한다면 이 사람은 큰 이익을 얻고 위없는 공덕을 구족하게 됨을 마땅히 알아라. 그러므로 미륵이여, 설사 큰불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이것을 뚫고 지나가서 이 경의 법문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믿고 좋아하며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그와 같이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많은 보살들이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들으려고 하여도 들을 수 없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는다면, 위없는 도에서 끝내 물러나지 않을 것이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오로지 한마음으로 믿고 지니며, 수지독송하고, 가르침과 같이 행하여야 하느니라. 
  내가 지금 중생들을 위해 이 경을 설하고, 무량수불과 그 국토에 있는 모든 것을 보게 하였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모두 왕생을 구해야 하느니라. 내가 열반에 든 후에 다시 의혹을 일으켜서는 아니 되느니라.
  미래 세상에 경전과 도가 모두 없어진다고 할지라도 나는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중생들을 애민히 여겨서 특별히 이 경전만은 백 년 동안을 더 머물게 할 것이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전을 만나다면, 뜻하는 대로 모두 다 얻을 수 있느니라.“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 어렵고, 친견하기 어려우며, 모든 부처님의 경전과 도를 얻기도 어렵고, 듣기도 어려우며, 보살의 수승한 법과 모든 바라밀을 듣기 역시 어려우며, 선지식을 만나 법을 듣고 잘 수행하기도 역시 어려우며, 더구나 이 경을 듣고 믿고 좋아하며 수지하기는 더욱더 어려운 일로써 이보다도 더 어려운 일은 없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법은 이와 같이 짓고(如是作) 이와 같이 말하고(如是說) 이와 같이 가르치는(如是敎) 것이니라. 마땅히 믿고 따라서 가르침대로 수행하여라.“


    제2절 법문의 공덕  
  이 때 세존께서 이 경의 법을 설하실 적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구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었느니라. 그 가운데는 일만이천 나유타의 사람들이 청정한 법안(淸淨法眼)을 얻었고, 이십이억의 천인과 사람들이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었느니라. 또한 팔십만 비구들이 번뇌를 끊고 지혜를 얻었으며, 사십억 보살들이 불퇴전지를 얻었느니라. 그들은 큰 서원을 세운 공덕으로 스스로 장엄하여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정각을 이룰 것이니라.

    제3절 대중의 환희

  이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이 널리 시방세계의 국토를 비추며, 백천 가지 음악이 저절로 연주되고, 수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비오듯이 흩날렸느니라. 


  부처님께서 법문을 설해 마치시니, 미륵보살과 시방에서 온 모든 보살들과 장로 아라한과 여러 훌륭한 성문들과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크게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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