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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宋) 계빈국(罽賓國)삼장 담마밀다(曇摩蜜多) 한역
윤옥선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거라산(佉羅山)1) 정각선인(正覺仙人)의 처소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큰 비구 성문들과 또한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祗) 항하 모래와 같이 많은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머무시면서 『여래공덕경(如來功德經)』을 말씀하시어 마치셨다. 이때 서방에서 어떤 여래의 보배구슬이 나타나 한량없는 백천의 석가비릉가(釋迦毗楞伽) 마니보2)로 주위를 두루 장엄하니 이 보배 구슬의 빛이 다른 모든 색의 광명을
가려버리고 오직 여래와 여의보주(如意寶珠)만을 드러내어 나머지 무량무변 불가설(不可說)의 색은 허공처럼 보였다.
여래의 위엄있는 빛이 지극하여 다시 밝게 드러나니 이곳의 모든 군중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고 각각 서로를 보지도 못하며 대중과 모든 색이 다 남김없이 없어져 눈으로 대할 것이 없었다. 색신(色身)으로 감촉할 수 없고 관찰하고 보는 것마다 오직 허공을 볼 뿐이요, 또한 일월성신(日月星辰)과 지계(地界)․수계(水界)․화계(火界)․풍계(風界)를 볼 수 없었다. 눈으로는
1) 범어로 Kharadiya라 하며, 거라제야산(佉羅提耶山)․거라타산(佉羅陀山)․가라타산(伽羅陀山)으로 음차하여 쓴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이 산에서 『지장보살십륜경(地藏菩薩十輪經)』을 설하셨다.
2) 염부제에 있는 온갖 보물을 모아 만든 것보다 더 값진 위화보(威華寶)를 온 천하에 가득 채워서 비교하더라도 그 값으로는 이 비릉가에 미칠 수 없다고 하는 귀중한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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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할 것이 없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코로는 향기를 맡지 못하니, 심(心)과 심수(心數)3)도 없고 아(我)와 아소(我所)4), 6입(入)5)과 생각을 일으킴도 없었다. 문득 다른 곳을 보니 모든 있는 곳마다 오직 부처님 몸의 색상과 광명만을 볼 뿐이었다. 또다시 멀리 보니 여의보주가 한량없는 백천의 석가비릉가 마니보로 주위를 두루 장엄하여 나머지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
여기 대중 가운데 10지(地)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과 수릉엄삼매를 얻은 자와 일생보처(一生補處)6)에 있는 자, 최후신(最後身)7)을 얻은 자들은 이와 같은 상을 보았으나, 두려워하거나 놀라지 않았으니, 모든 법과 진여(眞如)의 실제 성품을 알았기 때문에 놀라지도 두려워 떨지도 아니하였던 것이다. 나머지 모든 보살마하살과 성문(聲聞)ㆍ천(天)ㆍ용(龍)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긴나라
(緊那羅)ㆍ구반다(拘槃茶)ㆍ비사차(毗舍遮)ㆍ부단나(富單那)ㆍ가라부단나(迦羅富單那)ㆍ사람 같으면서 사람이 아닌 것들의 모임 가운데 있던 자들은 매우 놀라고 두려워 떨며 근심을 내니 이것과 저것에 어둡게 가리워져 그 마음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각각 서로 보지 못하며, 보았어도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이고 무슨 인연 때문이며, 누구의 힘으로 그렇게 된 일인지 물을 곳이 없었다. 이때 대중 가운데 범덕(梵德)이라는 보살마하살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
송으로 말씀드렸다.
모든 법과 진여의 성품을
사람들은 알지 못하니
색음(色陰)에 의지해 머물러서
6정(情)과 6근(根)에 가리워졌기 때문이네.
3) 대경(對境)의 일반적인 모습을 인지하는 정신작용을 심(心)이라고 하고, 대경의 특수한 모습을 인취(認取)하는 것을 심수(心數) 혹은 심소(心所)라고 한다.
4) 자기를 주관하는 것을 아(我)라 하고, 나에게 딸린 것으로 내가 집착하는 나의 소유물을 아소(我所)라고 한다.
5) 눈․귀․코․혀․몸․뜻의 6근(根)을 6입(入), 혹은 6처(處)라고 한다.
6) 한 번의 생만 지내면 부처님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등각(等覺)의 지위이다.
7) 생사에 유전(流轉)하는 가장 마지막의 몸으로 아라한이나 등각보살의 몸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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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음(陰)도 보지 못하고
오직 색음 구하기만을 생각하며
이 가운데 어떤 사람은
불법을 의심하나이다.
만약 이것과 같이 저것 또한 그러하다는
허공상(虛空相)을 빨리 깨닫게 되면
저 삼매가 굳세어서
그 몸을 말할 수가 없나이다.
여의대보주(如意大寶珠)가
그의 정수리 위에 나타나고
석가비릉가의 마니보가
모두 멀리에서 저에게 나타나네.
이 큰 지혜의 중생들은
수릉엄삼매를 건너
모든 지혜를 얻은 자들로
세존을 뵙고자 왔나이다.
이제 매우 깊은 법을 설하시어
다시는 의심함이 없게 하시고
이 중생들을 안위(安慰)케 하시어
모두 세존께 귀의하니
굳센 자의 수행처를
중생들에게 가르쳐 능숙하게 하소서.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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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느니라. 너의 말과 같아서
삼매에 든 자의 수행처이니
만약 정주처(正住處)를 듣는다면
이 지혜로운 중생은 머물 것이니라.
이것이 바로 허공장보살의
수행처이니
의지함도 없고 희론도 없으면
저 삼매가 나타날 것이다.
중생은 두 가지 견해에 집착하여
항상 빼앗김을 당하나니
단견(斷見)과 상견(常見)8)에 집착하면
너나 없이 항상 어둠에 가리워지니
이와 같은 두 가지 견해 등으로
해탈을 얻고자 하면
그 성품으로는 모든 지위를
속히 증득한다고 말할 수 없다.
“또다시 선남자야, 이 초발심 보살마하살의 초경계상(初境界相)을 말하자면 6바라밀(波羅蜜)과 나아가 모든 생멸(生滅)의 여실한 성품에 이르기까지를 아는 것이니, 그런 후에야 모든 법이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며, 성품도 없고 생겨나고 없어짐도 없으며, 경계도 없고 움직이거나 흔들림도 없음을 알게 되느니라.
8)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여 실재하지 않는 것과 같이 사람도 죽으면 몸과 마음이 모두 없어져서 공무(空無)로 돌아간다고 고집하는 그릇된 소견을 단견(斷見)이라 하고, 사람은 죽더라도 자아(自我)는 없어지지 않으며 5온(蘊)은 과거나 미래에도 끊어짐이 없다고 고집하는 그릇된 소견을 상견(常見)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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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모든 행을 닦고 이와 같이 단견과 상견을 모두 버리고 끊어서 두려움을 내지 않으며 모든 법에 대하여 경계심을 내지 않고 빨리 6바라밀을 완전하게 갖추어야 다시 단견과 상견에 머무르지 않느니라.”
부처님께서 이것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모든 대중의 견(見)ㆍ문(聞)ㆍ각(覺)ㆍ지(知)9)가 본래의 색상과 같아졌다.
이때 세존께서 오른쪽 팔을 늘어뜨리시고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왔구나.”
이 말을 마치시고 여러 대중에게 알려 말씀하셨다.
“이 보살이 얻은 여러 가지 삼매는 대해와 같고, 보살계를 지님은 수미산과 같으며, 통달한 지(智)10)는 허공과 같으며, 부지런히 정진함은 질풍과 같고, 인(忍)11)을 닦음이 금강과 같으며, 혜(慧)12)는 허공과 같으니, 여러 보살들 가운데 아름다운 깃발과 같으니라. 열반을 향하는 자는 모든 선근의 장(藏)13)으로 인도하고, 가난한 자는 보배병[寶甁]을
얻으며, 어둠 속에 들어간 자에게는 해가 되고, 길을 잃은 자에게는 달이 되며,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큰 수미산이 되고, 번뇌하고 가슴 태우는 자에게는 감로가 되느니라.
모든 선근을 심은 자에게는 결단이 되며, 대열반으로 나아가는 자에게는 다리가 되고, 악도에 떨어진 자에게는 배가 되며, 하늘에 나고자 하는 자에게는 사다리가 되고, 비방하고 욕하는 자는 구제함을 얻고, 머리가 뜨거운 자에게는 덮개가 되어주느니라.
모든 외도들에 대해서는 사자왕과 같고, 여러 견해를 받아들임은 수경(水
9) 눈으로 빛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알고, 몸으로 감촉하고, 뜻으로 법을 아는 것. 심식(心識)의 객관세계에 접촉함을 상징한다.
10) 결단(決斷)하는 뜻. 모든 사상과 도리에 대하여 시비(是非)와 사정(邪正)을 분별 판단하는 마음의 작용으로 혜(慧)의 여러 작용 가운데 하나이다.
11) 자기의 마음에 거슬리는 일에 대하여 성내지 않고 참는 것. 또는 도리에 안주하여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 또는 네 가지 선근(善根) 가운데 하나인 인위(忍位).
12) 사리를 추리 판단하는 정신작용으로 심소(心所)의 이름이다. 우주간의 모든 법을 『구사론』에서는 75, 『유식론』에서는 100으로 나누는데 그 중에 하나가 혜(慧)이다. 『구사론』에서는 모든 심식(心識)을 따라서 혜가 일어난다고 하고, 『유식론』에서는 어리석고 우매한 마음에는 심소가 없어서 바깥 경계에 대하여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는 판단작용을 한다고 한다.
13) 저축한다, 포함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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鏡)과 같으며, 마귀의 원한 가운데에서는 갑옷이 되고, 계를 훼손한 자에게는 약이 되며, 모든 선의 근본이 되는 행의 지위에서 머리 꾸미개를 만드는 자에게는 꽃이 되고, 행을 갖춘 자에게는 곳간[藏]이 되며, 부끄러움이 없는 자에게는 가장 묘한 의복이 되며, 아픈 자에게는 좋은 의사가 되느니라.
굶주린 자는 밥을 얻으며, 목마른 자는 월주(月珠)를 얻고, 피곤해서 견디지 못하는 자에게는 침상이 되며, 삼매와 정행(正行)을 닦는 자에게는 해가 되고, 보리를 향하는 자에게는 큰 수레가 되며, 선정에서 노니는 자는 훌륭한 지위 얻게 되고, 보리(菩提)를 돕는 자는 보배 바퀴를 얻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이 바라밀을 향하는 자의 과보이니라.
이 선남자는 또한 10지(地)에 나아가 수행하는 자의 여의보주이며, 이 선남자는 수릉엄삼매에 나아가 행하는 자의 파리질다라수(波利質多羅樹)14)이며, 그릇된 생각과 번뇌를 끊으려는 자에게는 칼이며, 습기를 깨뜨림에 금강저와 같아서 능히 모든 마구니를 항복시키며, 좋은 방편이며, 뜻을 열어 펼치며, 모든 불법이 의지하는 바이다. 또 연각의 머리장식이요, 성문의 의복이요, 모든 하늘과 안목 있는 사람의 바른 길이며, 축생이 돌
아갈 곳이며, 아귀를 도와주고, 지옥 중생을 구제하며, 모든 중생의 복전(福田)15)이며, 모든 보살마하살의 큰 수레이다.
이 선남자는 3세의 여래ㆍ응공(應供)16)ㆍ정변지(正遍知)17)를 가장 훌륭히 보필하는 신하이며, 법을 보호하는 성문(城門)이며, 이 선남자는 마침내 18불공법(不共法)까지 두루 갖추어 스스로 장엄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어서 빠짐없이 갖추었다.
14) 범어로 Parijata라 하며 향변수(香遍樹)라 번역한다. 콩과 식물로 키가 크고 껍질은 엷은 회색이며 작은 가시가 많다. 잎은 깃털처럼 생겼고 꽃은 주머니 모양으로 크고 붉다. 이 나무는 도리천의 제석궁인 선견성 동북쪽에 있다고 한다.
15) 여래나 비구 등 공양을 받을 만한 법력이 있는 이에게 공양하면 복이 되는 것이, 마치 농부가 밭에 씨를 뿌려 수확하는 것과 같으므로 복전이라 한다.
16) 범어 아라한을 번역한 말. 온갖 번뇌를 끊어서 천상과 인간의 중생들로부터 공양을 받을 만한 덕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17) 부처님의 열 가지 이름 가운데 하나. 부처님께서는 모든 지혜를 갖추시어 우주간의 온갖 현상에 대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 정진도(正眞道)ㆍ등정각(等正覺)ㆍ정등각(正等覺)ㆍ등각(等覺)ㆍ정각(正覺)이라고도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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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남자는 모든 중생들이 마땅히 공양해야 하니 오직 여래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응공 가운데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니라. 너를 비롯한 대중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받들어 우러르고 마땅히 공양구를 갖추어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여야 한다. 갖가지 마니보[珍寶]18)와 당번(幢幡)ㆍ보개(寶蓋)ㆍ도향(塗香)19)ㆍ말향(末香)ㆍ의복과 구슬로 만든 목걸이와 갖가지 물건으로 깨끗하게 잘 닦여진 도로(道路)에서 갖
가지로 장엄하고 찬탄할 것이니, 너를 비롯한 모두가 오래지 않아서 마땅히 공덕의 그릇을 얻을 것이니라.”
그때 모든 대중들이 모두 함께 화합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나타난 곳을 향하여 손을 모아 합장하니 그 마음은 즐겁고 얼굴에는 기쁨이 있으며, 맑고 깨끗한 눈으로 자세히 바라보았다. 이때 대중들 중에 여러 큰 보살ㆍ큰 성문ㆍ천주(天主)ㆍ용왕ㆍ야차주(夜叉主)ㆍ아수라주ㆍ가루라주ㆍ긴나라주ㆍ마후라주와 오통선(五通仙)이 각각 생각하기를 ‘마땅히 가장 좋고 가장 아름다운 공양거리를 마련하여 이 선남자를 공양하리라’라고 하였다.
이때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사바세계를 변화시켜 땅을 손바닥처럼 평평하게 만들어서 7보로 장엄하고, 모든 산과 넓은 들판과 언덕ㆍ담장ㆍ벽ㆍ기와ㆍ조약돌ㆍ재ㆍ똥ㆍ더러운 냄새ㆍ먼지ㆍ안개구름ㆍ번개ㆍ건달바의 소리를 없애고 모든 나무를 변화시켜 7보로 만들었고 꽃과 과일과 향을 만들어 빠짐없이 갖추게 하였다.
땅에 있는 초목과 나뭇가지와 줄기와 나뭇잎 또한 변화시켜 7보로 만들었으며, 온 사바세계의 모든 병을 없앴고, 모든 지옥과 축생․아귀의 고뇌를 없앴으며, 의복과 음식과 구슬로 만든 목걸이와 같은 장식품을 얻었으며,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은 뜻대로 이루어서 묘한 색신이 단정하고 엄숙하여 위엄과 덕망이 제일가며, 사지와 몸이 온전하였고 모든 번뇌를 없애서 마음에 적정함을 얻었다. 모든 선근에 그 마음이 흔쾌하고 기뻐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삼보에 안주하
니 여기에 모인 대중들은 두 손에 자연히 여의보주가 있게
18) 이 구슬은 용왕의 뇌 속에서 나온 것이라 하며 사람이 이 구슬을 가지면 독이 해칠 수 없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등 온갖 재난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19) 인도 지방에서 나는 향기로운 풀로 만든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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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고, 하나하나의 여의보주마다 각각 밝은 빛을 내어 이 사바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또한 이 보배구슬이 신기하고 즐거운 소리를 내었고 여러 가지의 보배와 아름다운 옷과 구슬로 만든 목걸이를 비 오듯 내렸으며, 여러 가지 금으로 만든 목걸이와 진주 목걸이를 비 오듯 내렸다. 또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과 청련ㆍ홍련ㆍ적련ㆍ백련 및 수견화(水堅華)를 비 오듯 내리고, 다시 많은 마발향(摩鉢香)과 우두향(牛頭香)ㆍ전단향(栴檀香)ㆍ말향(末香)을 내려서 길을 장엄하였다. 그 길 양쪽으로 칠보당(七寶堂)을 제석당(帝釋堂)처럼 만들었으며 그
당 안에 여러 채녀를 마치 마왕의 아내같이 만들어 놓고 오악(五樂)을 연주하여 기쁘고 즐겁게 하였다.
부처님 머리 위 허공 중에 조화를 부려 하늘 보개를 만드니 1백 유순(由旬)을 가득 채웠고, 맑고 묘하며 아름답고 깨끗한 보배 그물로 장엄하였으며, 진주 꾸러미를 늘어뜨려 장엄하였는데 그 가운데에 뭇 기악을 연주하니 천상의 음악보다 더 아름다웠다. 밭의 초목과 숲속의 꽃과 잎새, 모든 과일 가운데에서 각각 묘한 소리를 내니 모든 천상의 음악보다 아름다웠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음을 얻었다.
이때 일체의 모든 대중들은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장엄을 짓는 것을 보고서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라 여기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이런 선장부(善丈夫)가 되어서 부처님 앞에 마땅히 무슨 자리를 만들어 놓을까?’
이때 부처님 앞에 보배 연꽃이 나왔는데 흰색 은(銀)으로 줄기를 만들고 황금으로 잎을 만들었으며, 마노(馬瑙)로 기대(基臺)를 만들고 범마니보(梵摩尼寶)로 그 실뿌리가 이루어졌는데 가로 세로가 10리였다. 또다시 이와 같은 무량 백천 송이의 온갖 보배 연꽃이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었는데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홀연히 꽃 위에서 결가부좌하고 앉아 있으며, 그 머리 위에 여의보주가 있는 것을 보았으며, 허공장보살이 데리고 있는 권속들 또한 각각 보련화
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미륵 보살마하살이 게송으로 약왕보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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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셨던
위대한 이름을 가진 보살들처럼
세존께 공경하며 예배드리고
그런 뒤에 자리로 나아가야 하거늘
이 선장부(善丈夫)는 와서
대장엄을 나타내 보이고는
세존께 예배도 하지 않고
문득 그가 이미 자리에 있음을 보았나이다.
이때 약왕보살이 게송으로 미륵보살에게 대답했다.
이 대장부를 보니
불법에 잘 머물러서
중생을 보지 않고
일체의 상에도 의지하지 않는구나.
이때 미륵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약 중생을 보지 않는다면
실제에 안주할 터인데
무슨 뜻으로 구태여 장엄하나이까.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이때 약왕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대답했다.
이 방편이 굳세고 강건함은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다.
제일의(第一義)20)를 알지 못하면
20) 제1차적인 절대통일의 원리. 가장 뛰어난 도리. 구경(究竟)의 진리. 선종에서는 말이나 생각을 초월한 절대의 이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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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의 망상행일 뿐이며
세제(世諦)21)에 밝은 자는
진여에 미혹하기 때문에 고통을 받으니
이러한 것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이런 장엄을 나타낸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약왕보살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선장부(善丈夫)야, 네가 말한 것과 같아서 가령 모든 범부는 하나의 수다원(須陀洹) 해탈행처(解脫行處)를 알 수 없고, 모든 중생이 수다원을 얻더라도 하나의 사다함(斯陀含) 해탈행처를 알 수 없으며, 모든 사다함․아나함(阿那含)․아라한도 또한 하나의 벽지불(辟支佛) 해탈행처를 알지 못하며, 모든 중생이 벽지불을 이루어 홀로 한 마리의 기린(麒麟)22)이 된다 하더라도 또한 하나의 무생인(無生忍)
선남자야, 이 허공장보살은 무생인과 무애변과 수릉엄삼매를 얻어서 이 대중들이 과거 무량겁 동안 마음에 선근을 심었음을 아는 까닭에 당연히 이 대장엄을 나타내고 이욕지(離欲地)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이 선남자는 서방에서 모습을 감추고 이곳에 이르렀으며 여러 성문․연각과 함께 무량공처삼매(無量空處三昧)에 들어가 신통을 나타내니 모든 중생
21) 세(世)는 세간․세속이요, 제(諦)는 진리․사실이니 세간 일반의 도리나 사물로 세속지(世俗智)의 대경이 되는 것.
22) 상상 속의 동물로 성군(聖君)이 나서 왕도 정치가 실현되면 나타난다고 함. 살아 있는 풀을 밟지 않고 살아 있는 짐승을 먹지 않으며, 모습은 사슴 같고 이마는 이리, 꼬리는 소, 발굽은 말과 같고, 머리 위에 뿔이 한 개 있다고 함. 수컷을 기(麒)라 하고, 암컷을 린(麟)이라 한다.
23)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로 결정된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10신위(信位) 가운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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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기해 하고 특별하게 여기며, 다시 세속의 이치[世諦]에 장엄을 나타내 보이니 한량없는 모든 중생을 교화하려 하기 때문이니라.
이 선남자가 만약 제일의제와 무생인을 장엄하여 나타내면 하늘과 사람이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며 미혹되어 마음을 잃어버리고 8지 보살에 이르러도 또다시 마음을 잃어서 그 행상(行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느니라. 이와 같은 깊은 공덕법(功德法)24)에 들어가 이 선남자는 방편을 잘 알아서 모든 부처님의 진리의 바다를 건너 의혹을 끊었다. 저절로 모든 방편을 잘 알아서 모든 보살마하살 중에서 왕의 깃발과도 같으니라.
선남자야, 이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들에게 천도(天道)25)와 열반도(涅槃道)를 보여주어 중생의 번뇌를 풀고 마음의 병 또한 치료하며, 4대(大)26)로 이루어진 몸 안에 있는 모든 근심을 덜어내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모든 그릇된 생각에 시달리면서 생사의 광야를 헤매는데도 방편을 알지 못한다면 무엇을 천도니 열반도니 하고 부르겠느냐? 이러한 모든 중생이 만약 허공장 보살마하살의 이름을 부르고 예배하고 여러 가지 이름난 향을 태우며 공양올린다면, 이 선남자는 마음의 선근을 관찰하여 번뇌가 마음을 덮고 있음을 보며, 과거에 마음에 선근을 심었음을 알고, 또한 현재에 불보․법보․승보를 공양하고 보시와 지계의 덕을 닦았음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일들을 혹은 꿈속에서 방편으로 보이며 정직한 도를 나타내느니라. 방편의 힘으로 말미암는 까닭에 모든 악견(惡見)ㆍ악사(惡事)ㆍ악원(惡願)ㆍ악구(惡求)ㆍ악귀(惡歸)ㆍ악취(惡趣)에 대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으며, 몸ㆍ입ㆍ뜻의 행위가 모두 다 정직해지며, 소원이 정직해지며, 진실한 선지식을 가까이 하게 되며, 모든 악의 냄새나는 번뇌와 악견과 모든 병을 빨리 벗어나게 되며, 악도와 악업을 빨리 다하게 되니 소원이 선하기 때문이며 선업을 행하
기 때문이니라. 빨리 마음의 자재함을 얻은 자
24) 좋은 일을 쌓는 공과. 불도를 수행하는 덕을 말한다.
25) 6도 가운데 하나로 천취(天趣)라고도 한다. 10선(善)을 닦으면 욕계천에 나고, 선정을 닦으면 색계천ㆍ무색계천에 태어나나니 이것도 중생들이 윤회하는 길의 하나이다.
26) 인간의 몸은 지대(地大)ㆍ수대(水大)ㆍ화대(火大)ㆍ풍대(風大)의 네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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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매우 깊은 인위(忍位)에 머무르게 되느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갖가지 병이 그의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며, 귀먹고, 눈멀고, 말도 못하며, 여러 근(根)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며, 사지가 따로 놀아 장차 죽을 형편에 놓인 자는 일심으로 허공장보살의 이름을 불러야 하리니, 모든 병을 없애고자 하는 까닭이요, 병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침수향(沈水香)과 견흑침수약다갈류향(堅黑沈水若多竭流香)을 살라 허공장보살에게 예배하면, 이 선대장부가 밤에 꿈속에서 바라문의 모습을 만들어서 그 사람 앞에 나타나리라. 혹은 석가상(釋迦像)․대공덕천상(大功德天像)․묘음천상(妙音天像)․찰제리상(刹帝利像)․대신상(大臣像)․병리상(兵吏像)․양의상(良醫像)으로 나타나고 혹은 부모상으로 나타나며, 혹은 남녀상으로 나타나 밤에 꿈속에서 병든 사람 앞에서 갖가지 병에 따른 탕약(湯藥)을 사실처럼 말하리니 병
든 사람이 한 번 먹으면 병환이 모두 없어질 것이니라.
다시 이와 같이 계획하는 일을 구하거나 많이 배우고자 하며, 고요하고자 하며, 선(禪)을 수행하여 혜를 얻고자 하며, 이름이 불려지기를 원하며, 재주가 뛰어나기를 구하며, 장애 없음을 얻고자 하며, 훌륭한 외모를 얻고자 하며, 땅을 얻고자 하며, 세력을 얻고자 하며, 재능을 얻고자 하며, 훌륭한 음성을 얻고자 하며, 지식을 얻고자 하며, 가족을 얻고자 하며, 공덕을 얻고자 하며, 보시와 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를 얻고자 하며, 아름다운 말을
얻고자 하며, 다른 사람의 공경을 얻고자 하며, 모든 악을 벗어나서 편안히 보시에 머무르거나 지혜에 머무르고자 하며, 오래 살고자 하며, 갖가지 필요한 도구를 얻기를 원하며, 얻었다면 잘 쓰기를 원하며, 인색한 사람에게 권하여 보시를 행하게 하고자 하며, 파계(破戒)한 사람은 지계(持戒)에 머무르게 하고자 하며, 게으름 피는 사람은 정진에 머무르게 하고자 하며, 어리석고 어두운 사람은 권하여 지혜에 머무르게 하고자 하며, 아직 승(乘)
27) 범어로 Yana라 하며, 실어서 나른다는 뜻이다. 사람을 실어 이상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교법을 의미하며 다섯 종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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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정하지 못한 자는 권하여 성문에 머무르게 하며, 스스로 승을 가진 자는 권하여 연각에 머무르게 하느니라.
이 선남자가 이러한 방편을 지어서 모든 중생에게 보이나니, 만약 어떤 중생이 큰 자비를 버리고 떠나서 스스로 자기의 몸을 보호하고 마음으로 중생을 버린다면 이런 마음에 내가 어떤 방법으로 저 사람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무르게 하며, 편안히 방편과 4범행처(梵行處)에 머무르게 하며, 내지 그를 큰 자비에 머무르게 할 수 있겠느냐? 이 사람이 허공장 보살마하살에게 공경히 예배드리고 아련야처(阿練若處)28)나 숲속, 조용하고
평안한 곳에서 침수향, 견흑침수약다갈류향을 태워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하고 오체투지하여 시방에 두루 예를 올리면서 이때 이 다라니 구절을 말해야 하느니라.
이 선남자는 저 사람을 위하여 사람 모습의 상과 사슴 모양의 상, 말 모양의 상, 혹은 하늘 모양의 상을 나타내며, 저의 공덕에 따라 이와 같은 모양의 상을 나타내어 하나의 방편을 설명하여 보이나니, 이 방편 때문에 능히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의 중생들 중에 승(乘)을 정하지 못한 자와 성문승이나 연각승으로 정한 자들을 교화하여 이 중생들이 한 때에 손가락 한 번 퉁기는 사이 약간의 방편 지혜로 능히 걸림이 없는 대승에 머물러 물러나지 않는 마음
을 얻고, 여러 가지 삼매와 다라니를 얻고, 또한 인(忍)을 얻어서 10지에
28) 범어로 Aranya라 하며, 적정처(寂靜處)․무쟁처(無諍處)라 번역한다. 시끄러움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수행하기에 적당한 숲이나 넓은 들, 모래사장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후일 절[寺]의 의미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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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히 머무르게 하나니 이는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방편과 지혜, 대비의 힘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설령 허공의 끝은 알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선남자가 지혜와 방편, 대자와 대비, 삼매의 힘으로 중생을 교화함은 그 끝을 알 수 없으니 이는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불가사의한 끝이 없는 공덕을 성취하였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만약 어떤 중생이 홀리거나 어지러움에 빠지지 않고 바르게 위의(威儀)를 행하며, 정견(正見)을 성취하고 질박하고 곧아서 속임이 없으며, 자신을 찬탄하고 기리지 않으며 질투를 떠나고 간사하지 않아서 착한 마음을 가진다면 이와 같은 사람들은 이 선남자가 불쌍히 여겨서 방편의 지혜와 바르게 행하는 정진을 보이느니라. 이 방편의 지혜와 바르게 행하는 정진력 때문에 모든 고뇌를 벗어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모든 선근을 모두 무상도로 회향
(廻向)하여 물러나지 않음을 얻고 정진의 힘으로 6바라밀을 가득 채워 매우 부지런히 정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곧 깨닫게 되니 허공장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한량없는 공덕을 이루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니라.”
이때 미륵 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오직 이 선남자의 머리 위에만 여의보주가 지극히 미묘한 색으로 단정하고 엄숙하며 불꽃이 타오르는 듯이 보여서 나머지 보살들과는 다르게 특이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이 허공장 보살마하살은 대비를 이루어 중생을 이롭게 하고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만약 어떤 중생이 근본중죄(根本重罪)를 범하여 마땅히 악도(惡道)에 떨어져 모든 선근행을 뽑아 끊게 되었다면 이와 같은 중생은 이 선남자가 묘약을 줄 것이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큰 무명에 떨어져 악견(惡見)으로 어둡게 가려지고 뇌옥(牢獄:감옥)에 묶여 갇히게 되었다면, 태양처럼 크게 빛을 비추어 주어서 그가 잘못을 뉘우치고 근본악을 끊게 하여
능히 중생의 마음에 의심의 독화살을 없애버리느니라.
혹 어떤 중생이 마음 그릇을 깨뜨려 버리고 근본중죄를 범하여서 모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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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잃어버려 마땅히 악도에 떨어져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으며, 모든 밝은 지혜와 처소를 버렸다면, 이 선남자가 능히 이러한 죄에 가리워진 중생들을 선도(善道)에서 안주하게 하리니 보배 지팡이와 같으니라.
또한 모든 악취와 번뇌를 씻으며 악도를 변하게 해서 인간계와 천상계에 편안히 머무르고 열반의 즐거움에 이르게 함이 마치 커다란 수레와 같으니라. 만약 어떤 중생이 많은 욕망에 이끌려 몹시 성내고 분노로 마음을 어지럽히며, 혹은 어리석음이 많아서 무명에 덮이고 가려 인과가 없다고 말하며, 두려움 없음을 보지 못하고 후세를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재물을 탐하여 싫어할 줄도 모르며 항상 열 가지의 악업을 행한다면, 이 선남자가 그를 위하여 악도(惡道)를
막아 편안히 하늘과 사람에 머무르게 하여 열반의 즐거움에 이르게 함이 마치 커다란 수레와 같으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모든 천상과 인간이 마땅히 공양하니 이 선남자는 여래를 빼고는 유일한 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智)니라.”
이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이름하여 근본죄를 범하였다고 하며, 중생이 이 근본죄를 이미 범하여 모든 선근행을 뽑아 끊어버려서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면, 범하여 근본죄에 떨어진 까닭에 모든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人天樂]을 여의게 되나, 다시 이 선남자로 말미암아서 저 중생들에게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과 열반의 즐거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관정찰리왕(灌頂刹利王)이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에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관정찰리왕이 다섯 가지 근본죄를 범하게 되면 먼저 심은 모든 선근이 무너지고, 범하여 근본죄에 떨어진 까닭에 모든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여의고,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만약 관정찰리왕이 탑에 있는 물건을 빼앗거나, 혹은 승가의 물건이나 초제승물(招提僧物)을 빼앗되 만약 스스로 취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취한다면, 이것을 첫 번째 근본중죄를 범한 것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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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법을 비방하여 일부러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도 성문의 말이라 하고, 연각의 말이라 하며, 대승의 말이라 해서 비방하여 막고 고루하게 하여 퍼져나가지 못하게 한다면, 이것을 두 번째 근본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나를 위해 출가하여 머리카락을 깎고 가사를 입은 이로서 능히 계를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계를 깨뜨리거나 깨뜨리지 않거나 간에 그의 가사를 벗기고 속가로 되돌려 보내고, 혹은 그의 몸을 매질하여 벌주고, 가두어서 옥에 감금하며, 혹은 그의 목숨을 끊는다면, 이것을 세 번째 근본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찰리왕이 자재한 힘으로 다섯 가지 무간죄(無間罪)29)를 짓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여 다섯 가지 무간죄를 짓게 한다면, 다섯 가지 무간죄의 한 가지씩 죄를 짓는 것이니, 이를 네 번째 근본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찰리왕이 인과가 없다고 설하여 다른 세계를 부정하면서, 10악(惡)을 행하면서 많은 중생에게 권하여 10악업을 짓게 하면, 이를 다섯 번째 근본중죄를 범한 것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약 관정왕이 이 다섯 가지 근본중죄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범하게 되면 과거에 심은 모든 선근이 깨지고, 범하여 중죄에 떨어지며, 모든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여의어서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게 되나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허공장 보살마하살이 변방에 태어나되 혹은 사문의 모습과 복장과 위의를 나타내고, 혹은 바라문의 모습과 복장과 위의를 나타내니, 있는 곳마다 태어나는 곳에 따라 모든 찰제리를 위하여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일체지(一切智)
30)와 같은 법문을 설하며, 매우 깊은 경전을 설하고 다라니와
29) 5역죄(逆罪)라고도 한다. 이 죄를 짓게 되면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므로 5무간죄라 하는 것이다. 소승(小乘)의 5역죄는 아버지를 죽이는 것, 어머니를 죽이는 것, 아라한을 죽이는 것, 승단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고, 대승(大乘)의 5역죄는 탑사(塔寺)를 파괴하고 경상(經像)을 불사르고 삼보의 재물을 훔치는 것, 삼승법(三乘法)을 비방하고 성스러운 가르침을 가볍고 천하게 여기는 것, 스님들을 욕하고 부
리는 것, 소승의 5역죄를 범하는 것, 인과의 도리를 믿지 않고 열 가지 불선업(不善業)을 짓는 것이다.
30) 일체 만법의 각각 다른 모습을 하나하나 정밀하게 하는 지혜로 부처님의 지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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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지(忍辱地)를 설명하여서 펼쳐 열어 보이느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관정왕은 먼저 지은 악과 불선업을 부끄러워하고 잘못을 뉘우쳐 또다시 짓지 않으며, 보시에 안주하고 적정에 들어 마음을 조복하고 매우 열심히 행을 닦아 대도(大道)로 향하느니라.
다음으로 대신이 근본중죄를 범함에 또한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하면, 만약 저 대신이 탑에 있는 물건을 빼앗거나 승가의 물건, 초제(招提) 승물을 빼앗는다면 이것을 첫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대신이 나라의 성(城)과 촌(村)․읍(邑)․취락(聚落)을 부순다면 이것을 두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대신이 정법을 비방하고, 부처님 말씀을 듣고는 성문의 말이라 하고 연각의 말이라 하거나 일체지를 행하는 자의 말이라 여겨서 비방하고 막으며 감추고 가려 덮는다면, 이것을 세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여러 대신들이 부처님을 위해 출가하여 삭발하고 가사를 입은 사람을 보고는 계를 지키거나 지키지 않거나 계를 깨뜨리거나 깨뜨리지 않거나 간에 그의 법복을 벗겨 속세로 돌려보내고 그 몸을 때리며 벌하여 붙잡아 가두거나 그의 목숨을 끊는다면, 이것을 네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대신이 다섯 가지 무간죄 가운데 어느 하나의 악업을 범한다면 이것을 다섯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지은 모든 선근이 무너지고 모든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떠나서 마땅히 지옥에 떨어지리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이 허공장보살이 이러한 이들을 위해서 변방에 태어나 사문의 형색을 짓거나, 바라문 내지 남자나 여자의 형상을 지어서 있는 곳마다에서 법을 설하고, 대신을 위해서 일체지와 같은 법을 설하며 모든 깊고 깊은 경전과 다
라니와 인욕지의 행을 설하여서 열어 보이고 연설하니, 대신이 듣고 나서 지었던 악업을 부끄러워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감히 짓지 않으며 보시에 안주하고 적정하여 마음을 조복하여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여 대도로 향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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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자야, 성문제자(聲聞弟子)가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에도 또한 다섯 가지가 있느니라.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하면, 살아 있는 것을 죽이는 것, 음탕한 욕심, 훔치고 빼앗는 것, 망령된 말,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는 것이니, 이를 성문이 다섯 가지의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만약 어떤 성문이 어느 하나의 근본중죄를 범한다면 의심의 화살이 마음에 있게 되어 모든 근(根)을 태워버리고 반드시 악도에 나아가느니라. 허공장보살이 이런 것들을 위하여 있는 곳마다 태어나되 혹은 사문의 형색과 위의를 짓고 내지 남자 등의 상을 지
어서 설법을 하여 성문인이 부끄러워하고 잘못을 뉘우치도록 하며 다시는 감히 죄를 짓지 않으며 적정에 안주하고 마음을 조복하여 위없는 큰 도로 향하게 하느니라.
선남자야, 처음 대승으로 향하는 선남자가 근본 등의 중죄를 범하는 것에 여덟 가지가 있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하면, 만약 어떤 중생이 악업의 인연으로 오탁악세(五濁惡世)에 태어났으나 적은 선근(善根)으로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하여 이 대승의 매우 깊은 묘법을 듣고는 조금 깨닫고 조금 알고 조금 선근이 있게 된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 제일무상등경(第一無相等經)을 듣고는 평범하고 어리석은 이를 위하여 법륜을 굴려서 분별하고
해설하니 이 평범하고 어리석은 이가 듣고는 놀라고 두려워하여 물러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잃어버리고 성문승을 바라고 구하게 되나니, 이를 이름하여 초발심 보살이 첫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 죄 때문에 닦았던 선근이 모두 파괴되고 범하여 중죄에 떨어지며 천상과 인간의 즐거움과 열반의 즐거움을 여의며 보리심에서 물러나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보살은 마땅히 상대의 마음과 선근을 알고 난 뒤에 알맞은 설법을 할 것이니, 마치 큰 바다를 건널 때 차츰차츰 깊고 넓어지는 것과 같아서 이런 까닭에 허공장보살이 그 땅에 태어나서 그와 같은 모습을 하고 그를 위하여 설법하는 것이니라. 이를 이름하여 첫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
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행자가 허공장보살을 보고자 한다면 자기가 지은 악한 죄를 참회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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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 밤이 된 뒤에 침수견흑향과 침수약다갈류향을 태우며 합장하고 허공장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이 선남자는 공덕에 따라서 허공장보살을 보리니 나타난 바의 형색은 그 자신과 같으며 사문, 바라문과 여자 같은 갖가지 형색으로 그를 위하여 설법할 것이니라. 이 초발심 보살이 범한 근본중죄를 곧 참회하면 위없는 큰 방편행과 삼매와 인욕지와 다라니를 감내하여 편안히 10주(住)31)와 10지(地)32)에 이르러 능
히 악도를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나지 않음을 얻으며 6바라밀에 대정진력을 얻음이 마치 금강과 같으니 마땅히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닫게 되리라.
만약 그 앞에 몸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이런 초행 보살은 샛별이 나올 때 자리에서 일어나 샛별을 향하여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니라.
‘나무가루나(南無呵嘍那), 나무가루나, 대비를 성취하신 이여, 이제 처음 염부제(閻浮提)에서 나오시어 원컨대 대비로써 저를 덮어 보호하시고 저의 말을 대비하신 허공장보살께 아뢰어 밤에 꿈속에서 저에게 방편을 보이게 하여 이러한 인연으로 범한 근본중죄를 뉘우치고 대승의 방편과 지혜의 눈을 이루게 하소서.’
그러면 곧이어 잠자는 중에 샛별이 나올 때에 허공장보살이 곧 꿈속에서 스스로 색신을 나타내어 그에게 잘못을 뉘우치게 하여 모든 악을 멸하여 버리면 곧 삼매를 얻으리니, 이것을 일러 보리의 마음을 잊지 않고 대승에 잘 머무르며 6바라밀을 갖추었다 하느니라.
만약 초행 보살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은 능히 6바라밀을 행할 수 없으며, 또한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을 수 없으니 너희들이 속히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낸다면 생사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라 하고, 나머지도 이와 같이 말한다면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이 두 번째 근본중죄를
31) 보살이 수행하는 52계위 중에 제11위에서 제20위까지를 말한다. 10신위(神位)를 지나서 마음이 진제(眞諦)의 이치에 안주(安住)하는 위치에 이르렀다는 의미에서 주(住)라고 한다.
32) 보살이 수행하는 계위 중 제41위부터 제50위까지를 말한다. 불지(佛智)를 생성(生成)하고 능히 주지(住持)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며 온갖 중생을 짊어지고 교화하여 이롭게 하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가 만물을 실어 윤택하고 이익되게 함과 같으므로 지(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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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초행자가 혹 ‘너는 어찌하여 계를 잘 지키고 조복하느냐? 다만 마땅히 보리의 마음을 빨리 내어라. 네가 마땅히 대승경전을 읽고 외운다면 신(身)․구(口)․의(意)의 악업이 청정하여져서 악보(惡報)를 받지 않으리라’라고 이와 같이 말하고, 나머지도 위와 같이 설한다면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이 세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초행자가 말하기를 ‘너는 큰 덕이 있으니 성문법을 여의어서 듣지도 말고 읽지도 말며 그의 말을 행하지도 말라. 너 선남자야, 마땅히 성문의 경과 법을 숨기고 감춰야 하리니, 성문법 가운데서는 대승을 얻을 수 없으며, 능히 너로 하여금 변제(邊際)33)를 얻게 할 수 없으니 오직 마땅히 대승경전을 들어 두어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하라. 너의 모든 악업이 마땅히 청정해지며 빨리 불도를 이루리라’라고 하여, 만약 이 말을
받아들이거나 이 견해를 취한다면 두 가지 모두 죄를 범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이 네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초행 보살이 거짓말[妄語]과 이간하는 말[兩舌]과 그릇된 다른 견해로 대승의 여러 가지 경전을 말하거나, 명예와 이익과 공양을 위하여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그가 들은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하여, ‘나는 대승을 알지만 나머지 사람은 그렇지 않다’라 라고 이와 같이 말하고,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으면 마음에 질투가 생겨서 그의 악명(惡名)을 말하여 비방하고 무너뜨리며, 스스로는 남보다 뛰어난 법을 얻었다고 말하면, 이 사람은 파괴하고 범하여
중죄에 떨어져서 대승법을 여의고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리라.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다가 배가 부서져 빠져 죽는 것과 같으니 이를 이름하여 초행 보살이 다섯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미래에도 마땅히 재가나 출가한 초행 보살이 있을 것이니 방광경전(方廣經典)을 읽고 외우되 이익과 공양 받기 위함인 까닭에 말하기를, ‘나
33) 변제정(邊際定)을 말한다, 색계의 제4 정려(靜慮)로 8재환(災患)이 없고, 지(止)와 관(觀)이 균등하여 가장 뛰어난 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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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이 묘한 법을 이해하고 너희들을 불쌍히 여긴 까닭에 너희들을 위하여 설하리라’라고 하니, 이는 초행 보살이 실제로는 중생의 마음을 이익되게 함이 없는지라, 마치 사람이 굶주려서 큰 과일 숲에 들어가서 여러 먹음직스런 과일은 버려두고 독이 든 과일을 먹고 죽는 것과 같으니라.
이 초행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대승의 정각보림(正覺寶林)에 들어가서는 이익과 공양 받음, 명예를 위하여서 대승경전을 설하여 근본중죄를 범하니 모든 지혜로운 자가 꾸짖고 책망하는 바이며 인천(人天)과 사중(四衆)34)이 마땅히 친근히 하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의 여섯 번째 근본중죄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찰리왕에게 국상(國相) 전다라35)와 신(臣) 전다라․병리(兵吏) 전다라․의(醫) 전다라가 있어 이와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재보로 비록 시혜(施慧)를 행하더라도 방일(放逸)하고 교만하며 많은 스님들을 파괴하고, 왕의 신하임을 믿고서 스님의 물건을 빼앗으니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이 일곱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만약 찰리 전다라와 신 전다라․비구(比丘) 전다라 등이 사문(沙門)에게 눈을 부릅뜨고 성내며 정법(正法)을 법이 아니라고 설하고 비법(非法)을 법이라고 설하며, 모든 경과 계율을 버리고 때에 맞지 않는 의론(義論)과 비법(非法)을 세우며 반야를 배우는 것을 끊어서 비구를 어지럽게 하며, 여러 사문들로 하여금 깨끗한 신심을 잃게 하며 위의를 파괴하며 실제로는 사문이 아니면서 스스로 사문이라 말하고, 실제로는 맑고 깨끗한 행이 아니면서 스스
로 맑고 깨끗한 행이라고 말하여 모든 사부대중들로 하여금 더욱 공양하게 하면, 이러한 왕과 신하 및 비구는 둘 다 죄를 얻게 되리니 이것을 일러 초행 보살이 여덟 번째 근본중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이 초행 보살이 이러한 근본중죄를 범하면 수행이라 이름하지 않나니, 모
34) ①사부대중으로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를 말한다. ②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그 자리에 있던 대중들로 시종(始終)에 따라 발기중(發起衆)ㆍ당기중(當機衆)ㆍ영향중(影響衆)ㆍ결연중(結緣衆)의 네 가지로 나눈다. ③용상중(龍象衆):투쟁의 우두머리, 변비중(邊鄙衆):한 무리를 결성하는 것, 다문중(多聞衆):범부의 학자로 정의에 참여하는 대중, 대덕중(大德衆):세상의 본보기가 되는 이.
35) 악인․살인자란 뜻으로 인도 최하급의 종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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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선근을 끊고 인간과 천상의 즐거움을 여의어서 마땅히 악도에 떨어지리라. 선남자야, 허공장보살이 이런 것들을 위한 까닭에 형태에 따라 동류에 들어가 동일한 색상을 나타내어 그들을 위하여 수릉엄 등 갖가지의 경․율을 설하여 죄를 범한 자는 모든 악업을 뉘우치고 선근과 구경열반(究竟涅槃)을 성취하게 하느니라.
만약 선남자가 허공장보살을 예배하고 칭찬하면 이 사람은 현재에 큰 공덕을 얻으리라. 또다시 어떤 중생이 허공장보살의 이름을 듣고 형상을 만들어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하며 갖가지 공양구를 갖추어서 공양하면, 이 사람은 현재의 몸을 물이 떠내려 보내지 못하고 불이 태우지 못하며, 칼이 상처를 입히지 못하고 독이 해를 끼치지 못하며, 사람이면서 사람 아닌 것이 해를 입힐 수 없고, 또한 병통이 없고 굶주리거나 목마르는 근심이 없으리니, 죽
음에 다다랐을 때 이 허공장보살이 그가 섬기는 갖가지 천상과 일월 등의 상을 나타내어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각기 돌아갈 곳을 보게 하고 그 소원을 충만케 하여 이와 같은 게송을 설하느니라.
이 4성제(聖諦)를
지혜로운 자가 만약 보게 되면
생사를 지나
모든 흐름36)을 건널 것이다.
만약 어떤 중생이 깊이 마음으로 부처님을 믿으면 곧 부처님께서 몸을 나타내시어 이러한 게송을 설하느니라.
부처님의 지혜는 진실하니
만약 모든 유(有)37)를 건너
36) 6도(道)에 윤회하는 것이다.
37) ①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받게 되는 고(苦)와 낙(樂)이 제각기 다른 생(生)으로 3유(有)와 25유 등이 있다. ②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 자체, 정심(定心) 또는 의신(依身)․색계․무색계의 중생은 욕계의 중생이 바깥 대상물에 대하여 번뇌를 일으키듯이 내계(內界)의 정심(定心)에 애착하므로 유탐(有貪)이라 한다. 외도들은 이 경계를 해탈경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 깨우쳐 주기 위해 유탐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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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지혜를 증득하면
일체의 고(苦)에서 벗어나리라.
이 모든 중생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 부처님의 몸을 보고 마음 깊이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뛸 듯이 기뻐하다가 이미 목숨을 마치어 오탁악세를 떠나서 깨끗한 부처님 땅에 태어나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이 허공장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공덕을 성취하였으니 만약 모든 선정을 닦아 지혜와 자재로움을 늘리고자 한다면 마땅히 목욕하여 청결히 하고 밤이 된 뒤에 허공장에게 예배하고 나서 많은 공양을 올리고 이와 같이 말하라.
‘모든 중생에게 대자대비하신 이여, 원컨대 저에게 염정(念定)38)과 방편을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곧 다라니구를 말하라.
곧 저 사람에게 염정과 방편을 줄 것이니라. 만약 갖가지의 경론(經論)을 읽고 외우고자 한다면, 역시 샛별이 나올 때에 허공장보살을 공양하고 예배하고 나서 이와 같이 말하라.
‘대비하신 허공장이시여, 모든 중생을 끝까지 건져 구제하시고 원컨대 저
38) 정념(正念)이란 참된 지혜로 바른 길을 생각하여 삿된 생각이 없는 것이고, 정정(正定)이란 참된 지혜로서 산란하고 흔들리는 생각을 여의고 몸과 마음을 고요하게 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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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에게 염혜의 힘을 주소서.’
그리고 곧 다라니구를 말하라.
만약 바다를 건너려 하거나 복장(伏藏)39)을 구하려 하거나 선도(仙道)를 구하려 하며, 만약 묶여 갇혀 있거나 헤어짐이 있거나 원망하고 증오하는 이를 만나거나, 만약 물이나 불이나 칼이나 독(毒)이나 병이 있거나, 고도(蠱道)40)ㆍ사자ㆍ호랑이ㆍ이리ㆍ독사ㆍ도적 등 갖가지 무서운 것이 있거나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허공장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예배하고 공양하며 마땅히 저에 대하여 자비하
신 아버지 생각을 일으키며 이와 같은 게송을 말하라.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대비를 일으키소서.
세간을 이롭게 하시는 허공장보살이시여
원컨대 대비로 저를 자세히 살피시어
저의 이와 같은 모든 두려움을 구원하여 주소서.
크신 덕으로 저에게 공덕을 베풀어 이롭게 하소서.
저는 지금 고통과 핍박으로 가장 빈궁하나이다.
제가 존숭(尊崇)하는 대적정(大寂靜)께 귀의하오니
원컨대 현재의 즐거움과 내세의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39) 흙에 묻혀 있는 보배. 가난한 이의 집에 복장이 있으나 알지 못하던 것을 아는 이가 일러주어 파내는 것처럼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삼계에 유랑하던 것을 불법을 만나 깨닫게 되는 것에 비유한 말.
40) 사술(邪術)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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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허공장보살이 혹은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혹은 다른 사람의 몸을 드러내어 갖가지 형색으로 안위하여 주고 해탈을 얻게 하며 필요한 물건을 또한 모두 갖추어 만족하게 하느니라. 만약 여러 왕자가 왕위를 잇고자 하거나, 바라문에 처하고자 하거나, 많은 사람의 공교로운 지혜에 처하고자 하거나, 대위덕(大威德)에 처하고자 하거나, 대사유(大思惟)에 처하고자 하거나, 대해탈(大解脫)을 얻고자 한다면, 이 사람은 또한 밤이 된 뒤에 허공장보살의 이름을
부르고 예배하고 공양하며 성심으로 귀의해야 하리니, 허공장보살이 맑고 깨끗한 천이(天耳)로 멀리서 음성을 듣고는 그 사람 앞에 와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하여 원하는 바를 채워줄 것이니라.
선남자야, 허공장보살은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공덕과 지혜와 방편을 성취하였으니 가령 중생이 바닷물은 헤아려 알 수 있다 하여도 허공장보살의 공덕의 양은 능히 알 수 없으며, 다시 어떤 중생이 능히 시방 허공의 끝은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또한 허공장보살의 신통변화와 권세와 지혜의 힘은 알 수가 없으니 이런 까닭에 허공장보살의 정수리 위에 있는 보배 구슬의 빛이 이와 같은 것이니라.”
이때 모임의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부처님 발에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해야 능히 오탁악세에서 중생을 교화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허공은 묶임이 없고 풀어짐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사랑함도 없어서 그 본성이 맑고 깨끗한 것처럼 여래도 또한 그러하여 제일의공(第一義空)41)에 마음이 자재함을 얻으니, 그 성품이 청정하여 비록 악세에 처하더라도 때나 먼지에 더럽혀지거나 물들지 않아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까닭에 세상에 나타나느니라. 선남자야, 이 허공장보살이 6식(識)42)에 의지하여 머
41) 18공(空) 가운데 하나. 진실공(眞實空)․진경공(眞境空)이라고 하며 대승의 열반을 의미한다. 대승에서 모든 법의 제1원리인 열반은 소승에서 말하는 편진단공(偏眞但空)이 아니고 공한 것까지도 공한 중도실상(中道實相)의 공이므로 제일의공이라 한다.
42)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6경에 대하여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닿고, 아는 인식작용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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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름을 얻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각각 서로 의지하지 않으며 각각 행하는 곳도 없으니 모든 법이 공하여서 모이고 쌓임도 없이 본제(本際)가 여실(如實)합니다. 허공이 무너짐도 없고 이루어짐도 없으며 억상(憶想)으로 분별함도 없고 움직임도 없으며 사랑함도 없고 자식도 없으며 과(果)도 없고 보(報)도 없으며 문자(文字)도 없는 것과 같이,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법의 성품을 알아 무생인(無生忍)을 얻음이 이와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곧이어 주문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네가 지금 능히 항복안사자후보수다라니(降伏眼師子吼步水陀羅尼)를 설하여 모든 중생들이 죽음에 다다랐을 때 번뇌장과 업장ㆍ보장을 깨뜨리고 정토에 태어나게 하는구나. 너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모든 부처님 땅을 돌아다니며 색신을 나타내 보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대승경을 설하여 능히 모든 악을 끊게 하며, 왕 전다라ㆍ사문 전다라에게 모든 훌륭한 법을 닦게 하는구나.”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실 때 무량 아승기의 사람이 하늘의 갖가지 삼매와 다라니를 얻어 모든 인(忍)에 머무르고 10지(智)43)의 지위를 얻으며 십
43) ①소승에서 말하는 열 가지 지혜:세속지(世俗智)․법지(法智)․유지(類智)․고지(苦智)․집지(集持)․멸지(滅智)․도지(道智)․타심지․(他心智)․진지(盡智)․무생지(無生智). ②부처님의 열 가지 지혜. ③걸림이 없는 변재(辯才)를 나타내는 지혜:무애지(無礙智)․무착지(無著智)․무단지(無斷智)․무해지(無懈智)․무탈지(無奪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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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十千)44)의 사람이 무생법인(無生法忍)45)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중생의 다툼이
근본(根本)에 포섭되어 일어난다면
능히 모든 근본을 거두어 들여
속히 저를 볼 수 있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대중들이 기뻐하며 『허공장보살신주경』을 받들어 행하였다.
44) 1만(萬), 혹은 많은 수량을 의미한다.
45)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진여(眞如)의 법성(法性)을 인지(忍知)하고 거기에 안주하여 움직이지 않는 것. 보살이 초지(初地)나 7지․8지․9지에서 얻는 깨달음. 희인(喜忍), 오인(悟忍), 신인(信忍)이라고 이름하는 지위[位]로 극락세계에 왕생하기로 결정된 것을 의심하지 않는 것. 이 자리는 10신위(信位)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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