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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 제2권
구마라집 한역
3. 비유품(譬喩品)
그때 사리불이 뛸 듯이 기뻐하며 일어나 합장하고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며 여쭈었다.
“이제 세존의 이러한 법문을 들으니, 마음이 매우 기뻐 미증유[未曾有]를 얻었습니다. 왜냐 하면 제가 옛적에 부처님을 따라서 이런 법문을 들을 때, 모든 보살들이 성불하리라고 수기 받는 것을 보았으나, 저희들은 그와 같은 일에 참여하지 못하여 스스로 슬퍼하며 한탄하기를, ‘여래의 한량없는 지견을 잃었다’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숲 속이나 나무 밑에서 홀로 앉기도 하고 또는 거닐기도 하면서 매양 생각하기를, ‘우리들도 법의 성품에 함께 들었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는 소승법으로 제도하려고 하시는가?’ 하였더니,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일 뿐 세존의 잘못은 아니었습니다. 왜냐 하면 만일 우리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는 방법[所因]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렸다면 반드시 대승으로 해탈할 수 있었을 텐데, 저희들은 방편과 마땅함을 따라 말씀하시는 줄을 알지 못하고 처음에 부처님의 법을 듣고는 곧 믿어서 증득하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적부터 날이 저물고 밤이 새도록 항상 스스로를 책망하였더니, 이제 부처님께 듣지 못했던 미증유한 법을 듣고는 모든 의심과 뉘우침을 끊어 몸과 마음이 매우 태평하게 되었사오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부처님의 참된 아들이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을 듣고 귀의하였으며, 법을 따라서 화생(化生)1)하였으며, 부처님 법의 분한[法分]2)을 얻은 줄을 알았습니다.”
그때 사리불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런 법문 내가 듣고
미증유법 얻었으며
마음 크게 즐거웁고
의심 또한 없습니다.
옛날부터 교화받아
대승법을 잃지 않고
부처님 말씀 희유하사
번뇌 다시 없게 하시니
나는 이미 번뇌 다하였지만
듣고는 역시 걱정 없나니
산골짜기 숨어서나
수풀 속을 찾아가서
앉거나 거닐 적에
항상 이 일 생각하며
내 스스로 책망하길
어찌 자신을 속였던가.
나 또한 불자로서
무루법에 들었거늘
위없는 도 미래세에
연설하지 못할런가.
금색 몸에 32상(相)
10력(力)과 여러 해탈
그 모두 한가지 법
이런 일을 못 얻었고
여든 가지 묘한 상호3)
18불공법(不共法)4)과
이와 같은 공덕들을
나는 모두 잃었구나.
나 혼자 거닐면서 보니
부처님은 대중 가운데 계시나
시방세계에 이름 퍼져
많은 중생 이롭게 하거늘
나는 이런 이익 못 얻으니
스스로 속음이라.
밤낮없이 나는 항상
이런 일만 생각하고
잃었나, 안 잃었나
여쭈려고 하였으나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
칭찬하심 내가 보고
낮이거나 밤이거나
이런 일만 사량터니
부처님 말씀 들을 때
뜻을 따라 하신 말씀
번뇌 없고 부사의라,
도량으로 이끌건만
삿된 소견 잘못 들어
범지(梵志)5)의 스승이 되었더니
세존께서 내 맘 알고
열반법을 설하시거늘
나쁜 견해 다 버리고
공법(空法)을 증득하여
그때 내가 생각하기를
이제 열반 얻었노라.
그러나 알고 보니
참 열반이 아니로다.
만일 부처가 되었다면
32상 구족하고
천인ㆍ야차들과
용신들이 공경하리니
그때에야 비로소 다 없어진
남음 없는 열반이라 할 것을.
부처님 대중 가운데서
나의 성불 수기하니
그 법문을 듣고서야
모든 의심 풀렸노라.
부처님 말씀 처음 듣고
마음 크게 놀라서
부처 탈 쓴 마군의
농락인가 하였더니
부처님께서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방편으로 말씀하시매,
마음이 편안하고
그 의혹 없어지네.
지난 세상 부처님들
방편 속에 계시면서
이러한 법 말한다고
세존께서 말씀하시며
이 세상과 오는 세상
한량없는 부처님들
여러 가지 방편으로
이러한 법 말씀하시며
지금 세존께서도
탄생하여 출가하사
법륜 굴려 설법할새
방편으로 설하시니
세존의 참된 설법
파순(波旬)6)이야 할 수 있나.
마군이 부처 지은 것이 아닌 줄을
내가 바로 알았노라.
의심 그물에 걸리어서
마군인가 하였더니
세존 말씀 듣자오니
깊고 멀고 미묘하사
청정한 법 설하시니
내 마음이 환희하여
의심 모두 없어지고
참된 지혜 들었나니
나도 필경 성불하여
천상 인간 공경받고
무상 법륜 굴리어서
보살 교화하리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천인ㆍ사문ㆍ바라문 대중들 가운데서 말하노라. 내가 옛날 2만억 부처님 계신 데서 위없는 도를 위하여 너를 교화하였고, 너도 또한 오랜 세월을 두고 나를 따라 배웠으니, 내가 방편으로써 너를 인도하였으므로 내 법 가운데 나게 되었느니라.
사리불아, 예전에 내가 너를 가르쳐 부처님의 도에 뜻을 두게 하였는데, 네가 지금 잊어버리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멸도를 얻었노라 하기에, 내가 이제 너로 하여금 본래 원하고 행하던 도를 기억하게 하기 위하여 성문들에게 이 대승경을 말하노니, 이름이 『묘법연화경』이요, 보살을 교화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이다.
사리불아, 너는 오는 세상에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겁을 지내면서 여러 천만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바른 법을 받들며, 보살이 행할 도를 구족하여 마땅히 부처가 되리니, 명호는 화광(華光)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며, 그 세계의 이름은 이구(離垢)이니, 땅이 편편하고 반듯하며 깨끗하고 장엄하며 태평하고 풍성하며, 천인과 사람들이 치성하여 유리로 땅이 되고, 8방으로 뻗어나간 길은 황금으로 줄을 꼬아 드리웠으며, 그 길 옆에는 7보로 된 가로수가 있어 항상 꽃과 열매가 무성하며, 화광여래께서도 또한 3승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시리라.
사리불아, 그 부처님께서 출현하신 때가 비록 나쁜 세상은 아니지만, 본래부터 원하던 인연으로 3승법을 말씀하시느니라. 그 겁의 이름은 대보장엄(大寶莊嚴)이니, 왜 대보장엄이라 이름하는가 하면, 그 나라는 보살로써 큰 보배를 삼기 때문이니라. 그 많은 보살들은 한량없고 가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숫자로나 비유로도 미칠 수가 없나니, 부처님의 지혜가 아니고는 알 사람이 없느니라. 보행할 적에는 보배로운 꽃이 발을 받드나니, 이 보살들은 처음으로 발심한 사람들이 아니고, 오랜 옛적부터 덕의 근본을 심었으며, 한량없는 백천만억 부처님 계신 데서 범행을 깨끗하게 닦았으므로, 여러 부처님들께서 칭찬하시던 바이며,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닦았고, 큰 신통을 구족하여 모든 법에 들어가는 문을 잘 알았으며, 참되고 거짓이 없었으며, 의지력이 견고하였으니, 이런 보살들이 그 나라에 가득하니라.
사리불아, 화광부처님의 수명은 12소겁이니, 왕자로서 성불하기 전은 제외하느니라. 또 그 나라 백성의 수명은 8소겁이니라. 화광여래께서 12소겁을 지내고는 견만(堅滿)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시면서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느니라.
‘이 견만보살이 다음에 부처를 이룰지니, 그 명호는 화족안행(華足安行)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 하며, 그 부처님의 국토도 또한 이와 같으리라.’
사리불아, 이 화광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도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물기는 32소겁이며,7) 상법(像法)8)도 또한 32소겁을 머무르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오는 세상
성불하실 높은 세존
그 명호 화광여래
무량 중생 제도하리.
많은 부처님 공양하며
보살행9)과 10력
모든 공덕 구족하여
위없는 도 증득하리라.
무량한 겁 지낸 뒤에
대보장엄겁이 되면
세계 이름 이구(離垢)리니
청정하고 때 없으며
유리로 땅이 되고
황금줄을 길게 늘여
7보로 된 가로수엔
꽃과 열매 만발하고
그 세계 보살들은
뜻과 바람 견고하며
큰 신통 바라밀다
모두 다 구족하며
무수한 부처님께
보살도10)를 잘 배우니
이러한 대사들을
화광여래 교화하셨네.
왕자로 태어나서
그 영화를 다 버리고
최후의 몸 받은 뒤에
출가하여 성불하네.
화광불의 세간 수명
길고 긴 12소겁
그 나라의 인민들은
8소겁 수명이라.
그 부처님 멸도 후에
정법이 머물기는
32소겁이니
중생들을 제도하고
그 정법 끝난 뒤엔
상법 또한 32겁
사리가 유포되어
천상ㆍ인간의 공양받으리.
화광불이 하시는
그 일은 모두 이와 같으니
복과 지혜를 구족하신 거룩하신 세존은
가장 훌륭하여 비길 바 없으니
그가 곧 네 몸이라,
마음에 기뻐하라.
그때 사부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의 모든 대중들은, 사리불이 부처님 앞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 그 마음이 환희로워 헤아릴 수 없이 뛰면서 제각기 몸에 입었던 훌륭한 옷을 벗어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석제환인과 범천왕들도 무수한 천자들과 함께 하늘의 기묘한 옷과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들을 부처님께 흩어 공양하니, 그 하늘 옷이 허공에 머물러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백천만 가지의 풍악이 일시에 울려 퍼지고, 하늘 꽃이 비오듯 내리더니, 이런 소리가 허공에서 들렸다.
“부처님께서 옛날 바라나에서 처음으로 법바퀴를 굴리시더니, 지금 또 위 없는 큰 법륜을 굴리시도다.”
그때 여러 천자들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옛날 옛적 바라나에서
4제(諦)11) 법륜 굴리어
5중(衆)12) 생멸하는
모든 법을 말하더니
위없이 큰 법륜을
이제 다시 굴리시니
깊고 깊은 미묘한 법
믿을 이가 없습니다.
저희들이 옛날부터
그 법 많이 들었지만
미묘한 이런 법은
내 아직 못 들었는데
오늘 이 법 설하시니
우리들도 따라 기뻐
지혜 큰 사리불이
세존의 수기 받으니
저희들도 그와 같이
오는 세상 성불하여
세간에서 높고 높은
세존이 되오리다.
부사의한 부처님 도
근기 따라 설하시니,
내가 지은 복덕과
금세나 지난 세상
부처님 찾아뵙고
갖추어 쌓은 공덕
미묘하고 큰 불도에
마음 다해 회향하리.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의심이 없어 부처님 앞에서 친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받았거니와, 여기 마음이 자재한 1천 2백사람들이 옛날 배우는 자리에 있을 적에 부처님께서 항상 교화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나의 법은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능히 여의고 필경에는 열반에 드느니라’ 하시매,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들도 각각 나[我]라는 소견과 있다. 없다 하는 소견 따위를 없애고 스스로 열반을 얻었다고 생각하더니, 지금 세존 앞에서 전에 듣지 못하던 법을 듣고는 모두 의혹에 빠져 있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사부대중을 위하여 그 인연을 말씀하여 의심을 풀도록 하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가지가지의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와 방편으로 설하시는 것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는 것이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이와 같이 말한 것은 모두 보살을 위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사리불아, 내 이제 다시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분명하게 말하리니, 지혜 있는 사람들은 이 비유로써 이해할 수 있느니라.
사리불아, 옛날 옛적에 어느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長者)13)가 살았느니라. 나이는 매우 늙었으나 재산이 한량없었으며, 전답과 가옥 그리고 하인들도 대단히 많았느니라. 그런데 그의 집은 매우 크고 넓었으나 대문은 꼭 하나뿐이었고, 그 안에 1백 명, 2백 명 내지 5백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느니라.
그 집은 모두 낡아서 벽과 담은 무너졌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롭게 생겼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불이 나 한창 타고 있었느니라. 그때 그 집 안에는 10명, 12명, 혹은 30명이나 되는 장자의 여러 아들들이 있었고, 장자는 사면에서 큰불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이 불난 집에서 무사히 나왔지만, 여러 아이들이 이 불타는 집에서 장난하고 노느라고, 깨닫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불이 곧 몸에 닿아서 그 고통을 한없이 받으련만, 걱정하는 마음도 없고 나오려는 생각도 못하는구나.’
사리불아, 장자는 또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기운이 세니 옷 담는 상자나 책궤 따위에 담아 들고 나오리라.’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느니라.
‘이 집의 문은 단 하나뿐으로 매우 좁아서 소견 없고 장난을 좋아하는 어린 것들이 혹 땅에 넘어져 불에 타지나 않을까? 그러므로 내가 그 어린것들한테 이 집이 한창 불에 타고 있어 무섭다는 말을 일러 주고, 지금 빨리 뛰어나오지 아니하면 불에 타서 죽는다고 하리라.’
이와 같이 생각한 장자는 그 여러 자식들한테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다. 아버지는 애가 타서 좋은 말로 타이르고 달랬지만, 그 어린 자식들은 장난에만 정신이 팔려서 믿지도 않고 놀라지도 아니하고 두려워하지도 아니하여 나오려는 마음이 전연 없었으며, 또 불이 어떤 것이며 집은 어떤 것이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가는지도 모르고 다만 동서로 내달리고 놀면서 아버지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느니라.
그때 장자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이 집은 벌써 맹렬한 불길에 싸여 타고 있으니, 저 자식들이 지금 나오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게 되리라. 내 이제 방편과 수단으로 자식들로 하여금 이 화재를 면하게 하리라.’
그 아버지는 여러 자식들이 장난감을 좋아하는 줄을 미리 잘 알았기 때문에 가지가지 기이한 장난감을 보면 반드시 좋아하리라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이 좋아하고 갖고 싶은, 희유하고 얻기 어려운 장난감이 있는데, 지금 너희들이 가지지 아니하면 이 뒤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여러 가지 양 수레[羊車], 사슴 수레[鹿車], 소 수레[牛車]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이 이 불타는 집에서 빨리 나와 가져라. 너희들이 달라는 대로 나누어주겠노라.’
그때 여러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장난감이 마음에 들었으므로 좋아하며 서로 밀치면서 그 불붙은 집에서 뛰쳐나왔느니라. 그때 장자는 여러 자식들이 불타는 집에서 탈 없이 나와 한데 사거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시 꺼리는 마음이 없이 흐뭇하여 기쁨을 억제할 수 없었느니라.
그때 여러 자식들이 아버지에게 말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주신다던 양 수레, 사슴 수레, 소 수레의 장난감을 지금 주십시오.’
사리불아, 그때 장자는 여러 아들들에게 평등하게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으니, 그 수레는 크고 높아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되었으며, 주위에는 난간을 두르고 사면으로 풍경을 달았고, 그 위에는 휘장을 쳤는데, 모두 보배로 꾸몄고, 보배로 된 줄을 얽어 드리웠고, 화려한 영락을 드리웠으며, 부드러운 자리를 겹겹으로 깔고, 붉고 아름다운 베개를 안치했으며, 흰 소가 메게 했으니, 빛깔이 깨끗하고 몸이 충실하며 큰 힘이 있어 걸음이 평탄하고 바람같이 빨랐으며, 여러 시종들이 호위하였느니라. 왜냐 하면 이 장자의 재물은 한량이 없어 창고마다 가득 찼으므로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나의 재산이 한량없으니, 변변치 못한 조그만 수레를 아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이 어린것들이 다 나의 자식인지라 사랑에 치우침 없이, 이와 같이 7보로 꾸민 많은 수레를 평등한 마음으로 골고루 나누어 주리니, 여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되리라. 왜냐 하면 나는 이런 것으로 온 나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모자라지 아니할 것이거늘, 하물며 나의 아들들이겠는가!’
이때 아들들은 각각 큰 수레를 타고, 처음 보는 좋은 일을 얻었으니, 본래 바라던 것만이 아니었느니라.
사리불아,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이 장자가 아들들에게 보배로 된 큰 수레를 평등하게 나누어 준 것이 허망하다고 하겠느냐?”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자기의 자식들로 하여금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 그 생명을 보전시킨 것만도 허망한 것이 아니오니, 왜냐 하면 만일 목숨만 보전하면 이미 장난감을 얻은 것이 되거늘, 하물며 방편으로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게 하여 구제함이오리까!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비록 조그만 수레 하나를 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허망한 것이 아니오니, 왜냐 하면 이 장자가 앞에서 생각하기를, ‘내가 방편을 써서 자식들로 하여금 나오게 하리라’ 하였으니, 이런 인연으로 허망함이 없습니다. 하물며 장자가 자기의 재물이 한량없음을 알고, 자식들을 이롭게 하려고 큰 수레를 나누어줌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바로 네 말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아버지가 되느니라. 여러 가지 두려움과 쇠함과 고뇌와 근심과 무명과 어둠이 영원히 다하여 남음이 없으며, 한량없는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음을 성취하였고, 큰 신통력과 큰 지혜력이 있으며, 방편과 지혜의 바라밀다를 갖추어 대자대비에 항상 게으름이 없으며, 항상 선한 일로 일체를 이롭게 하려 하느니라. 그러므로 삼계(三界)라는 썩고 낡은 집의 불타는 속에서 태어나서 중생들을,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근심하고 슬퍼하며 고통하고 고뇌하며 어리석고 아둔한 3독(毒)14)의 불에서 제도하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교화로 얻게 하느니라.
여러 중생들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근심과 슬픔과 고통과 고뇌 속에서 시달리는 것을 보며, 또한 5욕(欲)과 재물을 위하여 가지가지 고통을 받으며, 또 탐하고 구하느라 현세에서 많은 고통을 받다가, 후세에는 다시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고통을 받으며, 만일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빈궁하고 곤란하여 많은 고생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괴로움과 원수를 만나는 괴로움, 이러한 가지가지 고통 속에 중생이 빠져 있으면서도, 즐거워하고 유희하느라고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며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며, 싫증을 내지도 않고 해탈을 구하려 하지도 아니하며, 삼계의 불타는 집[火宅]에서 동서로 뛰어다니느라 큰 고통을 당하면서도 걱정할 줄 모르는구나.
사리불아, 부처님께서 이런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셨느니라.
‘내가 중생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마땅히 이러한 고통에서 건져내어 한량없고 가없는 부처님 지혜의 낙을 주어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하리라.’
사리불아, 여래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셨느니라.
‘만일 내가 신통한 힘과 지혜의 힘만으로써 방편을 버리고, 중생들에게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는 것만 찬탄하면 중생들이 이것만으로는 제도를 얻지 못하리라. 왜냐 하면 이 중생들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근심하고 슬퍼하고 고통받고 고뇌하는 시달림을 면하지 못하고, 삼계라는 불타는 집에서 타고 있으니, 어떻게 능히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하리오.’
사리불아, 마치 저 장자가 몸과 팔에 기운은 있으나 쓰지 않고, 은근하게 방편으로 여러 자식들에게, 불타는 집에서 화재의 난을 면케 하는 보배로 된 큰 수레를 주듯이, 여래께서도 또한 그와 같아서 비록 힘과 두려움 없음이 있지만, 쓰지 아니하시고, 다만 지혜와 방편으로써 삼계의 불타는 집에서 중생들을 제도하시려고, 3승인 성문ㆍ벽지불ㆍ불승을 설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너희들은 삼계의 불타는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말며, 누추한 빛[色]ㆍ소리[聲]ㆍ냄새[香]ㆍ맛[味]ㆍ촉감[觸]을 탐내지 말라. 만일 탐내고 애착하면 곧 불에 타게 되느니라. 너희들이 삼계에서 빨리 나오면 마땅히 성문이나 벽지불 또는 불승을 얻으리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하여 이 일을 보증하노니, 허망하지 아니하리라. 너희들은 다만 부지런히 정진하라. 여래는 이러한 방편으로써 중생들을 권유하여 인도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이런 말씀을 하셨느니라.
‘너희들은 반드시 알라. 이 3승법은 다 이 성인이 칭찬하는 바이며, 자재하여 얽매임이 없고 의지하거나 구할 것이 없으니, 이 3승을 타기만 하면 번뇌가 없는 5근ㆍ5력ㆍ7각지ㆍ8정도ㆍ선정ㆍ해탈ㆍ삼매 등으로 스스로 즐길 것이며, 한량없는 안온과 쾌락을 얻게 되리라.’,
사리불아, 만일 어떤 중생이 안으로 지혜가 있으며,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삼계에서 빨리 뛰어나오려고 열반을 구하면, 이런 이는 성문승이라 이름하나니, 저 아들 가운데서 양의 수레를 구하려고 불타는 집에서 나온 이와 같으니라.
만일 또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연의 지혜를 구하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고요한 데를 즐기며, 모든 법의 인연을 깊이 알면 이런 이는 벽지불이라 이름하나니, 저 아들 가운데서 사슴 수레를 구하려고 불타는 집에서 나온 이와 같으니라.
만일 또 어떤 중생이 부처님 세존을 따라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일체지(一切智)15)와 불지(佛智)16)와 자연지(自然智)17)와 무사지(無師智)18)와 여래의 지견과 힘과 두려움 없음을 구하며, 한량없는 중생들을 가엾게 생각하여 안락하게 하며, 천상ㆍ인간을 이익 되게 하려고 모든 이를 제도하여 해탈시키려고 하면, 이런 이는 대승이라 이름하며, 보살이 이런 승(乘)을 구하므로 마하살이라 하나니, 저 아들 가운데서 소의 수레를 구하려고 불타는 집에서 나온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저 장자가 자기 자식들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와 두려움 없는 곳에 이른 줄을 알고는, 자기의 재물이 한량없는 것을 생각하고 큰 수레를 여러 자식들에게 평등하게 나누어 준 것과 같이, 여래도 그러하여 온갖 중생의 아버지가 되었으므로, 한량없는 억천의 중생이 부처님 법문으로써 삼계의 괴롭고 두려우며 험한 곳에서 나와 열반의 즐거움을 얻은 것을 보고는, 여래가 그때 생각하기를,
‘내게는 한량없고 가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 없는 것 등의 여러 부처님의 법장(法藏)19)이 있으며, 이 중생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이니 평등하게 대승을 줄 것이요, 한 사람만 홀로 멸도를 얻게 할 것이 아니며 모두 여래의 멸도로써 열반하게 하리라’ 하고, 삼계를 벗어난 모든 중생들에게 다 부처의 선정과 해탈의 오락 기구를 주었으니, 모두 한 모양과 한 종류로서 성인들께서 칭찬하시는 바이니, 능히 깨끗하고 묘하고 제일가는 즐거움을 내느니라.
사리불아, 저 장자가 처음에는 세 가지 수레로 여러 자식들을 끌어낸 뒤에 보배로 장엄한 제일 편안한 큰 수레를 주었지만, 장자에게는 허망한 허물이 없는 것과 같이 여래도 그러하여 허망함이 없나니, 처음에는 3승을 말하여 중생들을 인도한 뒤에, 다만 대승으로 제도하여 해탈케 하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는 한량없는 지혜와 힘과 두려움이 없는 법장이 있어서 온갖 중생에게 대승의 법을 주건만 능히 그것을 받지 못하느니라.
사리불아,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들은 방편으로써 1불승에서 분별하여 3승을 말하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어떤 장자
크나큰 집 지녔으나
그 집 오래되어
퇴락하고 낡았으며
당사(堂舍) 아주 위태롭고
기둥 뿌리 썩어 들고
대들보는 기울어져
축대마저 무너지니
담과 벽이 헐리고
발랐던 흙 떨어지고
지붕도 썩어 내리며
서까래도 부서지고
막혀 버린 골목에는
오물만이 가득하고
그 가운데 5백 식구
우글우글 살더라.
소리개ㆍ올빼미ㆍ부엉이ㆍ독수리
까마귀ㆍ까치ㆍ비둘기와 뻐꾸기며
독사ㆍ뱀ㆍ살무사ㆍ전갈
지네들과 그리마들
도마뱀과 노래기들
족제비ㆍ살쾡이ㆍ온갖 쥐와
이런 따위 나쁜 벌레
서로서로 기고 뛰며
똥오줌 냄새 나는 곳
더러운 것 가득한데
말똥구리 벌레들
날아들어 위를 덮고
여우ㆍ이리ㆍ야간(野干)20)들이
죽은 것을 서로 물고
뜯으며 찢어 널어
살과 뼈가 낭자하며
배 주린 뭇 개들이
몰려와서 끌고 당겨
굶주리고 두려워하며
이리저리 먹을 것 찾아다니며,
서로 다퉈 끄달리고
으르렁 짖어대며
그 집안의 무서움이
이와 같이 험하구나.
여기저기 간 데마다
도깨비나 망량 귀신
야차와 악귀들이
사람 고기 씹어 먹고
악독한 뭇 벌레들
사나운 짐승들이
새끼쳐 젖먹이고
제각기 기르거든
야차들이 달려와서
잡아먹고 배부르면
악한 마음 치성하여
무서웁게 악을 쓰며
구반다(鳩槃茶)21)의 귀신들이
흙더미에 걸터앉아
어떤 때는 땅 위로
한자 두자 솟아 뛰고
이리저리 뒹굴면서
제멋대로 장난하고
개다리 붙들어서
소리를 못 지르고
다리로 목을 눌러
개를 놀려 좋아하고
또다시 여러 귀신
그 키가 장대하여
검고 야위어 벗은 몸이
그 가운데 항상 있어
사납게 악을 쓰며
먹을 것을 서로 찾네.
또다시 어떤 귀신
목구멍이 바늘구멍
어떤 귀신들은
머리가 소대가리
사람ㆍ개 잡아먹고
머리 몰골 흉악하며
기갈에 시달려서
울부짖고 내달리네.
야차와 아귀들과
사나운 새 짐승들
배고프고 굶주려서
창 틈으로 살펴보니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무서움이 한이 없네.
이렇게 낡은 집이
한 사람에 속했더니
그 사람 집 나온 지
오래지 않았을 적
그 뒤에 그 집에서
홀연히 불 일어나
사면으로 한꺼번에
불길이 충천하여
대들보 서까래 기둥이
튀는 소리 진동하며
꺾이고 부서지고
담과 벽이 무너지니
온갖 귀신들은
소리소리 울부짖고
부엉이 독수리나
구반다 귀신들은
얼떨떨 황급하여
나올 줄을 모르더라.
악한 짐승 독한 벌레
구멍 찾아 숨어들고
비사사(毘舍闍)22) 귀신들도
그 가운데 머물더니
복덕 없는 연고로
불길에 쫓기면서
서로 다퉈 해치어
피 마시고 살을 먹고
여우의 무리들은
벌써 모두 죽었거든
크고 악한 짐승들이
몰려와서 씹어 먹고
구린 연기 자욱하여
사면에 가득하네.
지네와 그리마
독사의 뭇 것들이
불에 데고 뜨거워서
구멍에서 나올 적에
구반다 귀신들이
날름날름 주워 먹고
또 모든 귀신들은
머리마다 불이 붙고
배고프고 뜨거워서
황급하게 달아나니
그 집이 이와 같이
지독하게 무서우며
독한 피해 화재까지
그 재난 적지 않네.
이때에 집 주인은
대문 밖에 서 있더니
당신의 여러 자식
장난을 아주 즐겨
이 집 안에 들어갔고
어린것들 소견 없어
노는 데만 팔려 있소.
어떤 이가 전해 주니
장자는 이 말 듣고
불타는 집 뛰어들어
방편으로 구제하여
불타 죽게 안 하려고
여러 자식 타이르며
많은 환난 설명하되
악한 귀신, 독한 벌레
화재까지 일었으니
뭇 고통 점차로
끊임없이 상속하고
살무사와 독사ㆍ전갈
여러 가지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이며
여우와 개의 무리
부엉이ㆍ독수리ㆍ소리개ㆍ올빼미
노래기 따위들이
배고프고 목이 말라
이런 고통 난리 속에
큰 불까지 일어났네.
여러 자식 무지하여
아버지 말 건성 듣고
노는 데만 정신 팔려
희롱을 일삼으니
이때에 그 장자는
이런 생각 다시 하되
자식들 이 같으니
내 더욱 걱정이라.
지금 이 집에는
기쁨 하나 없건마는
여러 자식들
노는 데만 빠져 있어
내 말을 안 들으니
장차 불에 타리로다.
그때 문득 생각하고
방편을 베풀어서
자식들에게 하는 말이
내게는 가지가지
놀기 좋은 장난감에
보배 수레 있나니,
양 수레ㆍ사슴 수레
큰 소가 끄는 수레들이
문 밖에 놓여 있다.
너희들은 나오너라.
내가 너희 위하여
이런 수레 만들었으니
너희들 마음대로
타고 끌고 놀아 보라.
이런 수레 있단 말을
그 자식들 듣고서는
앞뒤를 다투면서
밀치고 뛰쳐나와
그 무서운 화재를
무사하게 면하였네.
장자는 자식들이
불타던 집 빠져나와
사거리에 앉은 것을
사자좌(師子座)23)에서 굽어보고
스스로 흐뭇하여
내 이제 즐겁도다.
이 여러 자식들은
기르기도 어려우니
어린 것들 무지하여
위험한 집에 들어 있어
독한 짐승 득실득실
도깨비도 무서운데
맹렬하게 쫓는 불길
사방에서 타건마는
철 모르는 자식들이
놀기에만 팔린 것을
내가 이미 구하여서
재난에서 벗어나니
그러므로 사람들아,
내 마음이 즐거워라.
그 때에 여러 자식
편안하게 앉아 있는
아버지께 나아가서
바라보고 하는 말이
세 가지 보배 수레
우리에게 주옵소서.
조금 전에 하신 말씀
너희들이 나온다면
세 가지의 수레를
주신다고 하셨으니
지금 바로 그 때이라.
나누어 주옵소서.
큰 부자인 장자는
그 많은 창고마다
금ㆍ은ㆍ유리이며
차거와 마노들과
여러 가지 보배로써
큰 수레를 만드는데
훌륭하게 장식하고
난간을 둘렀으며
사면에 풍경 달고
황금줄을 늘였으며
진주로 만든 그물
장막처럼 위를 덮고
금빛 꽃과 여러 영락
곳곳마다 드리우고
갖가지 채색으로
그림 그려 둘렀네.
부드러운 비단으로
앉을 자리 만들고
천냥 억냥 값나가는
훌륭하고 묘한 천,
희고 깨끗한 것으로
그 위를 덮었으며
몸매가 아름답고
살이 찌고 기운이 센
크고 흰 소에다
멍에 수레 메었으며
많고 많은 신하들이
모시고 호위하는
이러한 좋은 수레
자식한테 주었더니,
여러 자식 이 때에
즐거워 뛰놀면서
보배의 수레 타고
사방으로 다니면서
쾌락하게 노는 모양
자재하여 걸림 없네.
사리불에게 말하노니,
나도 또한 그와 같아
성인 중에 가장 높은
세간의 아버지라.
일체 중생들이
모두 나의 자식인데,
세상 욕락 깊이 들어
지혜로운 맘 하나 없고
삼계의 불안함이
불타는 집 같으며
여러 고통 가득하여
무서움이 한이 없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근심 항상 있어
이러한 불길들이
치성하여 쉬잖는데
삼계의 불타는 집
여래는 일찍 떠나
고요한 데 있으면서
숲과 들에 편안하니
이 삼계 모두가
지금은 내 것이오.
그 가운데 있는 중생
다 나의 아들인데
여러 가지 환난들만
가득한 그 세상을
오직 나 아니면
구호할 이 없으리라.
타이르고 가르쳐도
믿지 않는 그 마음은
여러 가지 욕락에
탐착하기 때문이니
이러한 방편으로
3승법을 설한 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 고통 알게 하고
세간에서 벗어난 길을
연설하여 보임이라.
이 여러 자식들이
그 마음을 결정하면
3명[明]24)이나
6신통(神通)25) 구족하여
연각이나 불퇴하는
보살법을 얻으리라.
사리불아,
나는 중생 위하여서
이러한 비유들로
1불승을 말하노니,
이제 너희들이 이 말을
믿고 수행하면
오는 세상 누구든지
불도 이루리라.
이 승(乘)은 미묘하고
청정하기 제일이라,
모든 세간에서
위가 없이 높을새
부처님도 기뻐하며
중생들도 찬탄하고
공양하고 예배하며
한량없는 억천의
여러 힘과 해탈과
선정과 지혜들과
여러 가지 불법으로
이런 법을 얻으면
자식들로 하여금
밤과 낮의 오랜 세월
유희토록 하여 주며
그리고 여러 보살들
성문의 대중들이
이 수레를 타기만 하면
도량에 곧 이르리라.
이와 같은 인연으로
시방에 구하여도
다른 승은 없나니
부처의 방편일세.
사리불에게 말하노니
너희들은 모두 다
나의 아들이요,
나는 너희들의 아버지라.
너희들 오랜 겁을 두고
많은 고통에 타거늘
내가 모두 제도하여
삼계를 벗어나게 하리라.
내가 앞서 말하기를
네가 멸도했다고 하였으나
다만 생사 끝났을 뿐
참 멸도가 아니니라.
마땅히 네 할 일은
부처의 지혜리니
만일 어떤 보살들이
이 대중 가운데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부처님 법 듣는다면
불세존이
비록 방편 썼지마는
교화되는 중생들은
모두 다 보살이라.
어떤 사람 지혜 작아
애욕에 집착하면
이런 사람 위하여서
고제(苦諦)26)를 말하거늘
중생들은 모두 기뻐
미증유를 얻나니
부처 말한 괴로움이란
진실하여 틀림없다.
만일 또 어떤 중생
괴로움의 근본 모르고서
고의 원인 집착하여
잠시도 못 버릴새.
이런 사람 위하여서
방편의 도 말하며,
모든 고통 원인은
탐욕이 근본이라
만일 탐욕 멸하면
의지할 바 없으니
온갖 고통 멸하는 것
그 이름이 셋째 진리[第三諦]27)
멸제(滅諦)를 위하여서
도제(道諦)28) 수행하여
고의 속박 벗어나면
해탈 얻었다 하느니라.
이 사람 어찌하여
해탈을 얻었는가.
허망함 여읜 것이
해탈이라 하거니와
실지로는 일체 해탈
얻은 것이 아니므로
부처 하는 말
참 멸도가 못 된다고 하니
이 사람은 위없는 도
아직 얻지 못한 고로
멸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노라.
나는 법의 왕이라,
모든 법에 자재하여
중생 안온시키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이니
사리불아,
나의 이 법인(法印)29)은
세간 이롭게 하려고
설하는 것이니라.
가는 곳 어디든지
함부로 선전 말고
만일 듣는 사람
기뻐 받아 지니면
이런 사람 바로 알라.
아비발치(阿鞞跋致)30)니라.
이 경전 받아 지녀
믿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지난 세상
부처님을 찾아뵙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이 법문 들었노라.
만일 어떤 사람
너의 말을 믿는다면
이가 곧 나를 보며
또한 너를 보고
비구승과 보살까지
본다고 말하나니
이러한 『법화경』은
깊은 지혜 위함이니
얕은 사람 들으면
미혹하여 모르나니
일체 성문이나
그리고 벽지불도
그 힘이 이 경전에
미칠 수가 없느니라.
사리불도
오히려 이 경에는
신심으로 들어가거늘
하물며 다른 성문이랴.
그 다른 성문들은
부처님 말 믿으므로
자신의 지혜가 아니니라.
또 사리불아,
교만하고 게으르거나
나[我]란 소견 가진 이에겐
이 경전 설하지 말고
앎이 얕은 범부들도
5욕에 깊이 묻혀
들어도 모르리니
그에게도 말을 말라.
믿지 않는 어떤 사람
이 경전을 훼방하면
일체 세간에서
부처 종자 끊음이니
혹은 얼굴 찌푸리며
의혹을 품으리니
너는 잘 들어라.
이런 사람 죄보를.
부처가 있거나
멸도한 후에라도
이런 경전 비방하고
경전 읽고 쓰는 이를
경멸하고 미워하며
원한까지 품으면
이 사람의 죄보도
네가 이제 들으리라.
그 사람은 죽은 뒤에
아비지옥 들어가서
1겁을 다 채우고
그리고 다시 나서
이렇게 나고 죽고
수없는 겁 지내리라.
지옥에서 다시 나와
여우나 개의 무리
축생으로 태어나서
그 형상이 수척하고
못 생기고 더러워
살 닿는 것 싫어하며
미움받고 천대받아
언제든지 배가 고파
앙상하게 말라붙고
살아서는 죽을 고생
죽어서는 자갈 무덤
부처 종자 끊은 고로
이런 죄보 받느니라.
만일 또 낙타로나
당나귀로 태어나면
무거운 짐 항상 싣고
채찍을 맞으면서
여물만 생각할 뿐
다른 것은 모르나니
이 경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만일 여우로 생겨나면
온몸엔 옴과 버짐
한 눈까지 멀어서
마을에 들어가면
어린애들 매를 맞고
모든 고통 다 받다가
잘못하면 죽게 되고
만일 죽게 되면
구렁이 몸 다시 받아
징그럽게 큰 길이가
5백 유순이나 뻗어나고
귀 먹고 발이 없어
구물구물 기어가면
온갖 작은 벌레
비늘 밑을 빨아먹어
밤낮으로 받는 고통
쉴 사이가 없나니
이 경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어쩌다가 사람 되면
모든 감관이 암둔하며
난쟁이ㆍ곰배팔이ㆍ절름발이
장님ㆍ귀머거리ㆍ곱사등이 되어
그 사람 말하는 것
듣는 사람 믿지 않고
입에서는 추한 냄새
귀신들이 따라붙고
빈궁하고 천박하여
사람들의 부림 받고
병이 많고 수척하여
의지할 데 전연 없고
다른 사람 친하려도
붙여 주는 사람 없고
어떤 소득 있더라도
금방 다시 잃어지며
만일 의사 되어
병 치료를 한다 해도
오히려 병만 더해
혹은 도리어 죽게 되며
자신이 병날 때는
구원해 줄 사람 없고
좋은 약을 먹더라도
병세 더욱 악화되며
다른 사람 반역죄나
강도질과 절도죄에
이유 없이 말려들어
애매하게 벌 받으니
이러한 죄인들은
영영 부처 못 보며
성인 중의 왕이신
부처님 교화해도
이러한 죄인들은
항상 난처(難處)31)에 나서
귀먹고 산란하여
법을 듣지 못하며
항상 강변 모래처럼
무수한 오랜 세월
태어나도 불구되어
귀먹고 말 못하리.
지옥 중에 항상 있어
공원처럼 생각하고
악도를 드나들기
자기의 안방처럼
낙타ㆍ나귀ㆍ개ㆍ돼지
그런 것으로 태어남도
이 경전 비방한 탓
죄값이 이렇노라.
인간으로 태어나도
눈ㆍ귀 먹고 말 못하고
빈궁하고 못난 꼴로
수종다리 조갈증세
여러 가지 이런 병을
옷 삼아 입었으며
몸은 항상 추한 냄새
때가 많고 더러우며
나란 소견 집착하여
성내는 일 더욱 많고
음탕한 맘 치성하여
금수도 안 가리니
이 경을 비방하면
이런 죄보 받느니라.
사리불에게 고하노니
이 경 비방하는 이
그 죄보 말하려면
겁 다해도 말 못하리.
그러한 인연으로
너에게 말하노니
무식한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하지 말라.
만일 영리한 이
지혜가 아주 밝고
많이 듣고 잘 알며
부처님 도 구하거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일찍이
백천억 부처님 뵙고
선한 근본 심었으며
신심이 견고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정진하여
자비로운 맘 닦으며
신명 아니 아끼거든
이 경 가히 설해 주며
만일 어떤 이가
한결같이 공경하며
어리석은 범부 여의고
산수간에 홀로 있거든
그런 이에게는 설해 주라.
또 사리불아,
만일 어떤 사람이
악지식(惡知識)을 버리고
선지식을 친근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만일 어떤 불자
깨끗한 계율 가지되
밝은 구슬 같아
대승경을 구하는 이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어떤 사람 성냄 없이
마음 곧고 부드러워
일체를 가엾게 여기고
여러 부처님 공양커든
그런 이에게 설해 주며
또 어떤 불자들이
여러 대중 가운데서
청정한 마음으로
가지가지 인연들과
비유와 언사들로
걸림없이 설법하면
그런 이에게 말해 주며
만일 어떤 비구
일체 지혜 위하여서
사방으로 법 구하여
합장하고 받들며
대승경을 즐겨 믿고
그 밖의 다른 경전
한 게송도 안 받으면
그와 같은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해 주며
뜻과 마음 견고하여
부처님 사리 구하며
이 경전을 구하여
정수리에 받들며
그 사람 다시는
다른 경전 구함 없고
외도(外道)32) 경전 안 보거든
이러한 사람에겐
이 경을 설해 주라.
사리불아, 말하노니
이러한 모양으로
불도를 구하는 이도
겁 다해도 끝이 없어
이와 같은 사람들은
능히 믿고 이해하리니
너는 반드시 그런 이에게
『묘법연화경』을 설해 주라.
4. 신해품(信解品)
이때 혜명(慧命)33)인 수보리와 마하가전연(摩訶迦栴延)과 마하가섭(摩訶迦葉)과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이 부처님으로부터 일찍이 듣지 못하였던 법과,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34)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일심으로 합장한 채, 허리를 굽혀 공경하며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면서 여쭈었다.
“저희들은 대중의 우두머리로서 나이가 이미 늙었으며, 저희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미 열반을 얻었노라’ 하면서 더 할 일이 없다 하여, 다시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지도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옛날부터 법을 설하신 지 오래이거늘, 저희가 그때 자리에 있었으면서도 몸이 게을러서 공하고 모양이 없고[無相] 지을[無作] 것이 없는 것만 생각했을 뿐, 보살의 법과 신통에 즐거워함과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함과, 중생을 성취하는 일에는 마음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삼계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도록 하셨으며, 또 저희들이 나이가 늙었사오매, 부처님께서 보살을 교화하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는 조금도 좋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문들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 주심을 듣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함을 얻었습니다. 지금 뜻밖에 희유한 법을 들었으니 매우 기쁘고 다행스러우며, 큰 이익을 얻사오매 구하지 않은 무량한 보물을 저절로 얻은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밝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가 다른 지방에 살기를 10년, 20년, 50년을 지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매우 빈궁하여 사방으로 의식(衣食)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본국을 향하게 되었나이다. 또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찾아 오랫동안 다녔으나 만나지 못하고, 중도에 어떤 성에 머물러 살게 되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부자가 되어 재물이 한량없었으니, 금ㆍ은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파리ㆍ진주 같은 보물이 창고마다 가득하였고, 남종ㆍ여종ㆍ상노ㆍ시종ㆍ청지기ㆍ서기들을 많이 거느렸으며, 코끼리ㆍ말ㆍ수레와 소와 양이 무수히 많았으며, 재물이나 곡식을 거래하는 이익이 다른 나라에까지 미쳐서 장사꾼과 거간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窮子]은 여러 지방과 여러 마을을 전전하다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과 이별한 지가 50여 년이 지난 줄을 항상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말하지 아니하고 스스로 마음속에 한탄하기를, ‘이미 늙고 자식은 없으니 이제 죽게 되면, 창고마다 가득한 금ㆍ은 등의 재물은 누구에게 전해 줄 것인가?’ 하면서 은근히 아들을 기다렸으며, 다시 생각하되, ‘내가 만일 아들을 만나서 재산을 전해 주게 되면, 한없이 쾌락하여 다시 근심이 없으리라’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한편 빈궁한 아들은 품팔이를 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의 대문 앞에 이르러 멀리서 그의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사자좌에 걸터앉았는데 보배궤로 발을 받쳤고, 여러 바라문과 찰리(刹利)35)와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천 냥, 만 냥이나 되는 진주와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였고, 시종과 하인들이 흰 불자(拂子)36)를 들고 좌우에서 모셨으며, 보배 안장을 위에 덮고 여러 가지 꽃 번개를 드리우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훌륭한 꽃들을 흩었으며, 보물들을 벌려 놓고 내고 들이며 주고받는, 이러한 장엄스런 일들이 특별히 위덕이 있게 보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그 아버지가 큰 세력을 가진 줄을 알고는 곧 두려운 생각을 품어 그곳에 온 것을 후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은 아마 왕이거나 혹은 왕족이리니, 내가 품팔이 할 곳이 아니로다. 다른 가난한 마을에 찾아가서 마음대로 품을 팔고 의식을 구함만 같지 못하리라. 만일 여기 오래 머물렀다가는 혹 붙들어 강제로 일을 시킬지도 모르리라.’
이렇게 생각한 그는 거기서 빨리 달아났습니다.
이때 대부호 장자는 사자좌에서 자기 아들을 문득 알아보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생각하였습니다.
‘내 창고마다 가득 찬 재물을 이제 전해 줄 데가 있구나. 내가 항상 이 아들만 생각하였으나 만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스스로 왔으니 나의 소원을 성취함이로다. 내 비록 늙었으나 그래도 아까운 마음이 있었노라.’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때 한 사자가 달려가 붙드니, 그 빈궁한 아들은 놀라 원망스럽게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붙들어 갑니까?’
사자는 더욱 단단히 붙들고 강제로 데려오려 하자, 그때 빈궁한 아들은 ‘나는 아무 죄도 없이 붙잡혔으니 반드시 죽는 것이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층 더 놀랍고 무서워 땅에 넘어져 기절해 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사자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을 억지로 붙들어 올 것은 없다. 그 얼굴에 냉수라도 끼얹고 다시 소생케 하고 더 말하지 말라.’
왜냐 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과 뜻이 하열한 줄을 알며, 한편 자기는 호화롭고 부귀하여 그 아들이 어려워하는 줄로 짐작하였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아들인 줄을 알지만, 방편으로써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아들이란 것을 알리지 않고 사자를 시켜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를 놓아줄 터이니 네 마음대로 가거라.’
빈궁한 아들은 매우 기뻐하며, 땅에서 일어나 어느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의식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장자는 그 아들을 타일러서 데려오려고 방편을 써서 모양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두 사람의 사자를 가만히 보내면서 이렇게 일렀습니다.
‘너희는 거기에 가서 그 빈궁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저기 일할 곳이 있는데, 품삯은 다른 데보다 배를 준다고 하고, 만약 그가 허락을 하거든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키되, 혹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거름을 치우는 일로 우리 두 사람도 그대와 함께 그 일을 한다고 하여라.’
두 사람은 즉시 빈궁한 사람을 찾아가서 그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빈궁한 아들은 그들을 따라가 선금을 받고 거름을 치우는데, 아버지는 그를 볼 때마다 가엾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방 안에서 일하는 아들을 바라보니, 그 몸은 야위어 초췌하였고, 흙과 먼지가 온몸에 가득하여 더럽기가 짝이 없는지라, 아버지는 곧 영락과 좋은 의복과 장식품을 벗어 버리고, 허름하고 때가 묻은 옷으로 바꾸어 입고, 또 먼지를 몸에 바르고 오른손에는 거름 치우는 기구를 들고 나가 여러 일꾼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라.’
그러면서 이러한 방편으로 그 아들에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는 다른 데로 가지 말고 항상 여기에서 일을 하여라. 그러면 너의 품삯도 올려 줄 것이요, 또 필요한 물건이 있거든 항아리ㆍ쌀ㆍ밀가루ㆍ소금ㆍ장 할 것 없이 무엇이든지 말하여라. 늙은 하인이 있으니 달라는 대로 줄 것이다.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지 않느냐. 그러므로 다시 걱정하지 말고 편히 잘 있거라. 왜냐 하면 나는 이미 늙었고 너는 아직 젊기 때문이다. 너는 일할 적에 항상 속이거나 게으르거나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으니, 다른 일꾼들처럼 나쁘지가 않더라. 이제부터는 나의 친자식과 같이 생각하겠노라.’
그러면서 장자는 이름을 다시 지어 주고 아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런 귀여움을 받는 것이 기뻤으나, 전과 같이 머슴살이하는 천한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하였으므로, 20년 동안을 항상 거름만 치우고 있었습니다. 그 뒤 얼마쯤 지나더니 마음을 서로 믿고 통하여 안팎을 무난하게 드나들면서도 거처하기는 그전과 같았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장자는 병이 생겨 죽을 때가 멀지 않은 것을 알고, 빈궁한 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나에게는 지금 금ㆍ은 보배가 많아 창고마다 가득하므로, 그 속에 많고 적은 것이라든지 주고받을 것을 네가 다 알아서 처리하라. 내 뜻이 이러하니 너는 그대로 하여라. 왜냐 하면 지금은 너와 내가 다를 것이 없으니, 마땅히 마음을 잘 써서 허비하지 말고 잃지 않도록 하라.’
이때 빈궁한 아들이 명령을 받고 금ㆍ은 진보의 여러 재산과 창고를 맡았으면서도 한 가지도 욕심을 내지 않고, 거처하는 곳도 예전 그대로이며, 용렬한 마음 또한 조금도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 얼마를 지난 뒤에 아들의 마음이 점점 열리고 커져서 큰 뜻을 이루고, 예전의 비열했던 마음을 스스로 뉘우칠 줄도 알았습니다. 그 아버지가 임종할 때에 이르러,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들과 국왕과 대신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다 모인 뒤에는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시라. 그는 나의 아들이오. 내가 그를 낳았으나 어느 성중에서 나를 버리고 도망하여 50여 년 동안 외롭게 떠돌아다니며 고생을 했소. 그의 본래 이름은 아무개였고, 내 이름은 아무개였소. 오래전부터 무척 걱정하며 찾았더니, 홀연히 여기에서 만났소. 이는 내 진실한 아들이며, 나는 그의 아비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다 이 아들의 것이며, 이미 주고받던 것도 모두 이 아들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 미증유함을 얻어서 스스로 생각하기를 ‘나는 본래부터 바라는 마음이 없었는데 지금 이 보배가 창고에 저절로 이르렀구나’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대부호 장자는 곧 여래이시고 저희들은 다 부처님의 아들 같사오니,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세 가지의 괴로움[三苦]37)으로 인하여 나고 죽는 가운데 여러 가지 고통을 받으며, 미혹하고 무지하여 소승법에 집착하여 기뻐하였습니다. 오늘날 세존께서 저희들로 하여금 모든 법의 희롱거리인 거름[諸法戱論糞]38)을 생각하여 버리도록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은 그 속에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얻은 열반이란 것이 겨우 하루 품삯만 한데 마음이 크게 환희하고 만족스러워 스스로 생각하기를, ‘부처님 법에서 부지런히 정진한 연고로 얻은 것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저희들의 마음이 변변치 못하여 소승법에 탐착하여 기뻐하는 줄을 아시었으므로 내버려 두시고, ‘너희들도 마땅히 여래의 지견인 보배 광의 분[寶藏之分]이 있느니라’고 분별하여 주시지 않고, 세존께서 다만 방편으로써 여래의 지혜를 말씀하셨으나, 저희들이 부처님을 따라 열반의 하루 품삯을 겨우 받고는, 소득이 컸다고 만족하여 대승을 구하려는 뜻은 아예 가지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또 여래의 지혜로 인하여 모든 보살들에게 열어 보이며 연설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여기에 대하여 원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이 소승을 좋아함을 아시고 방편으로 우리들에게 설하셨건만, 저희가 부처님의 참 아들인 줄을 미처 몰랐기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이제야 부처님께서 불지혜에 아낌이 없으신 줄을 알았습니다. 왜냐 하면 저희들이 예전부터 부처님의 아들이지만, 다만 소승법을 좋아한 탓이리니, 만일 저희들이 대승을 기뻐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대승법을 설해 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경전 가운데서는 오직 1승만을 설하시고, 예전 보살들 앞에서는 성문들이 소승법을 좋아한다고 나무라셨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대승만으로 교화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들이 본래에는 바라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 법왕(法王)의 큰 보배가 저절로 이르렀으니, 불자로서 얻을 것을 모두 얻었습니다.”
그때 마하가섭이 이 뜻을 펴려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오늘날 저희들이
부처님의 말씀 듣고
환희하고 용약하여
미증유를 얻습니다.
성문들도 성불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시니
위없는 보배더미
안 구해도 절로 얻네.
비유컨대 어린아이
유치하고 소견 없어
아비 떠나 도망하여
타관 땅에 멀리 가서
이리저리 떠돌면서
50년을 살았거늘
그 아비 걱정되어
사방으로 찾았더라.
찾다가 지친 걸음
한 성중에 머물러서
큰 집을 지어 놓고
5욕락을 즐기나니
그 집이 큰 부자라
많은 금과 은이며
차거ㆍ마노ㆍ진주ㆍ유리
말과 소와 코끼리와
양과 연[輦]과 수레들과
논과 밭과 종들이며
거느린 그 하인들
한이 없고 가이없어
주고받는 이익들이
타국까지 미쳤으며
사고 파는 장사꾼들이
그 문전에 줄을 섰네.
천만억 사람들이
둘러서서 공경하며
임금이나 왕족들이
항상 공경하는 바요,
여러 신하 명문 호족
한결같이 공경하며
이러한 인연으로
오고 가는 사람 많고
부유하기 이와 같고
큰 세력도 가졌지만
나이가 늙어가니
아들 생각 더욱 간절
자나 깨나 생각타가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그 자식
떠나간 지 50여 년
창고마다 가득 찬
금은보화 많은 재산
많은 전답들을
어떻게 한단 말가.
그 때에 궁한 아들
먹고 살 의식 찾아
이 성에서 저 성으로
저 나라와 이 나라를
어떤 때는 얻게 되고
어떤 때는 소득 없어
굶주리고 못 먹어서
옴과 버짐 생겼으며
그토록 헤매던 길
아비 사는 성에 닿아
품팔이로 전전타가
아비 집에 이르렀네.
그때 대부 장자
자기 집 문 안에서
보배 휘장 둘러치고
사자좌에 앉았으니
권속들이 둘러앉고
여러 사람 호위하며
그 중 어떤 사람
보물을 계산하고
주고받는 많은 재물
출납부에 기록하니
아버지의 준엄한 일
궁한 아들 바라보고
저 이는 국왕이나
혹은 왕족이려니,
여기를 왜 왔던가
스스로 놀라면서
또다시 생각하되
내 오래 있다가는
강제로 붙들리어
모진 노동 당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정신없이 도망하여
빈촌으로 찾아 들어
품을 팔아 일하더니
이때에 아비 장자
사자좌에 높이 앉아
멀리서 바라보고
제 아들을 알아보니
사자를 빨리 보내
붙들어 오게 할새,
궁한 아들 크게 놀라
기절하여 엎어지며
이 사람이 날 붙드니
나는 정녕 죽었노라.
어찌하여 의식 땜에
이렇게 된단 말인가.
그 아들 용렬하여
아비 말 믿지 않고
아비인 줄 모르는 것
장자가 짐작하고
방편을 다시 써서
사자들을 보내는데
애꾸눈과 난쟁이인
못난이를 시키면서
네가 가서 말하기를,
내게 와서 일을 하면
거름이나 치게 하고
품삯은 곱을 준다 하라.
궁한 아들 그 말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치는 일도 하고
집 안팎을 청소하네.
장자가 문틈으로
아들을 내다보니
어리석은 저 자식
비천한 일만 하니
가엾게 생각하여
아비인 그 장자
허름한 옷 바꿔 입고
거름치는 삼태 들고
아들한테 접근할새,
방편으로 하는 말이
부지런히 일 잘하면
품삯을 올려 주고
손발에 바를 기름
먹을 것도 넉넉하고
덮을 것도 따뜻하게
대우 잘 해주리니
부지런히 일을 하라.
너는 나의 아들 같다.
부드러운 말도 하고
장자가 지혜 있어
안팎을 출입토록
20년을 지내면서
집안 일을 보게 하고
금과 은과 진주ㆍ파려
있는 창고 보여 주고
주고받는 모든 살림
맡아서 보게 하나
대문 밖에 붙어 있는
초막에서 잠을 자며
나는 본래 가난뱅이
가진 물건 하나 없어라.
아버지가 아들 마음
점점 넓어짐을 보고
그 재산 물려주려
친척들과 국왕들과
대신들과 찰제리와
거사들을 모아 놓고
대중에게 하는 말
이 사람은 나의 아들인데,
나를 떠나 멀리 가서
50년을 지내더니
우연히 날 찾아와
20년이 또 지났소.
옛날에 한 성에서
이 자식을 내가 잃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이 자식을 찾느라고
무진 애를 쓰던 끝에
여기까지 온 것이오.
이제 내가 소유한
집이나 하인이나
아들한테 전해 주어
제 뜻대로 하게 하리.
가난하고 궁한 아들
뜻과 마음 용렬타가
이제야 아버지의
큰 재산 받게 되니
많은 집과 많은 재산
한량없는 금은보화
마음 크게 환희하여
미증유를 얻었더라.
부처님도 우리들이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너도 성불하리라고
말씀하지 않으시며
여러 가지 무루법(無漏法)39)을
저희들이 얻었다고
소승 이룬 성문이라
항상 말씀하더이다.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위없는 도 말씀하시며
이 법을 닦는 이는
성불한다 하옵기에
저희들은 말씀대로
모든 인연 비유들과
이야기로 보살들에게
위없는 도 말했더니
그때 모든 불자들이
저희들의 법문 듣고
밤낮으로 생각하며
부지런히 닦았으며
이때에 여러 부처님들께서
수기하여 하시는 말
너희들은 오는 세상
부처가 되리라.
시방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큰 법장을
보살들만 위하여서
참된 이치 연설하고
저희들을 위하여선
아무 말씀 안 하시니
마치 저 궁한 아들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
모든 보물 맡았으나
가질 생각 전연 없듯
저희들도 부처님의
법보장을 연설하나
구하는 뜻 없는 것은
역시 그러합니다.
저희들도 속으로는
번뇌 없어지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여
만족하다 여기옵고
이런 일은 알지마는
다른 일은 없으니
불국토를 청정히 함과
중생들 교화함을
저희들이 듣더라도
즐거운 맘 없었습니다.
그 까닭을 말하오면
이 세간의 온갖 법은
모두가 고요하여
남도 없고 멸도 없고
작거나 큰 것 없고
무루며 무위라고
이렇게 생각하니
즐거운 맘 없습니다.
저희들이 오랜 세월
부처님의 큰 지혜엔
탐착하는 일도 없고
원하지도 아니하며
저희들 얻은 법이
구경(究竟)이라 여기오며
저희들이 오랫동안
공한 법을 닦아 익혀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고통에서 해탈하고
최후 몸의 유여열반(有餘涅槃)40)
얻었노라 생각하며
부처님의 교화받아
참된 도를 얻었으니
부처님의 깊은 은혜
갚았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불자들에게
보살법을 말하여서
불도 얻게 하면서도
원하는 맘 없사올새,
도사(導師)41)께서 버리시고
저희 마음 아시므로
참된 이익 있느니라
권하시지 아니하여
아들 마음 용렬함을
장자가 이미 알듯
방편의 힘으로써
그 마음 조복한 후
많은 재산 물려주듯
부처님도 희유하사
소승에 집착함을 아시고
방편력을 쓰시어서
마음을 조복받고
큰 지혜 가르치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미증유를 얻습니다.
바라던 일 아니지만
저절로 얻사오니
한량없는 보배 얻은
궁한 아들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도와 과보 모두 얻어
무루법 가운데서
청정한 눈 얻은 것은
저희들이 오랜 세월
청정 계율 지니다가
오늘에야 처음으로
그 과보를 얻었으며
법왕의 법 가운데
범행을 오래 닦아
무루(無漏)의
큰 과보 얻사오니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된 성문이라,
불도의 소리로써
온갖 것을 듣게 하며
저희들이 오늘에야
참 아라한 되온지라,
모든 세간 하늘이나
사람과 마(魔)와 범천
많은 대중 가운데서
공양을 받게 되니
세존의 크신 은혜
희유합니다.
중생을 제도하사
이익 얻게 하시오니
억천 겁에 그 은혜를
누가 능히 갚으리까.
수족 되어 받들고
머리 조아려 예경하며
온갖 일로 공양해도
그 은혜 못 갚으며
머리 위에 받들거나
등에라도 업고 다녀
항하사 오랜 세월
마음 다해 공양하고
아름다운 음식과
한량없는 의복들과
훌륭한 이부자리
가지가지 탕약이며
우두전단(牛頭栴檀)42) 좋은 향과
여러 가지 보배로써
넓고 높은 탑 세우고
옷을 벗어 땅에 깔고
이러한 여러 일로
항하사 오랜 겁에
정성 다해 공양해도
그 은혜는 못 갚으리.
희유하신 부처님의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큰 신통과
무루ㆍ무위 법왕께서
용렬한 중생 위해
이런 일 참으시고
상(相)도 많은 범부에게
마땅하게 말씀하시네.
여러 부처님들
자재한 법 얻으시고
중생들의 모든 욕락
골고루 아시며,
또한 그 뜻과 힘에
감당할 바 아시고
무량한 비유로써
미묘한 법 말씀하실새,
지난 세상 중생들의
선근을 따르셔서
그 근기 성숙함도
못함도 다 아시어
갖가지로 요량하사
분별하여 아시고는,
1불승을 설하시려
3승법을 말씀하시네.
출처 http://kabc.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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