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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삼매경

블로그스타 2017. 5. 9. 20:45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1) 상권

 

지루가참(支婁迦讖) 한역

한보광 번역

 

1. 문사품(問事品)

 

부처님께서 나열기(羅閱祇) 마하환가련(摩訶桓迦憐)에 계실 때 대비구승 5백 인은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나, 오직 아난 존자만이 여기에 이르지 못하였다. 당시 발타화(颰陀和)2)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그는 다른 5백의 보살들과 함께 5계를 받아 지니고 있었다. 보살들은 해질 무렵에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5백의 사문들도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먼저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위신력을 나타내시니 멀리서 오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 바로 이때 10만의 비구들이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먼저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위신력을 놓으시니 마하바화제(摩訶波和提) 비구니를 비롯한 3만의 비구니들도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위신력을 나타내시니 나린나갈(羅憐那竭)보살은 사위타리대국(舍衛墮梨大國)에서 왔고, 교일도(橋日兜)보살은 점파(占波)대국에서 왔고, 나라달(那羅達)보살은 피라사(彼羅斯)대국에서 왔으며, 수심(須深)보살은 가라위(加羅衛)대국에서 왔고, 마하수살화(摩訶須薩和)보살과 아난빈저(阿難邠抵) 가라월(迦羅越:居士)은 함께 사위대국에서 왔으며, 인저달(因坻達)보살은 구섬미(鳩睒彌)대국에서 왔고, 화륜조(和輪調)보살은 사기(沙祇)대국에서 왔다. 

한 사람의 보살마다 각각 2만 8천 인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나열기(羅閱祇)의 왕 아사세(阿闍世)도 10만 인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와서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사천왕ㆍ석제환인(釋帝桓因)ㆍ범삼발마이긍천(梵三鉢摩夷亘天)ㆍ아가이타(阿迦貳吒)천왕 등은 각각 수억의 천자들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난두(難頭)용왕ㆍ화난(和難)용왕ㆍ사갈(沙竭)용왕ㆍ마난사(摩難斯)용왕ㆍ아뇩달(阿耨達)용왕 등도 각각 수억의 용왕들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사방의 아수륜왕(阿須倫王)도 아수륜 대중 수억을 데리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모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하늘ㆍ용ㆍ아수륜민(阿羞倫民)ㆍ열차(閱叉) 귀신ㆍ가류라(迦留羅) 귀신ㆍ견다라(甄多羅) 귀신ㆍ마후륵(摩睺勒) 귀신 등과 모든 사람과 사람 아닌 것 등이 수없이 많았으므로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었다.

 

발타화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단정히 하고 차수(叉手)하고 꿇어 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 여쭐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여쭌 것은 까닭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중천(天中天)께서 저의 말을 들어 주신다면 지금 마땅히 여쭈어 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묻고자 하는 바를 바로 물어 보아라. 마땅히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보살은 마땅히 어떤 삼매를 지어야, 얻는 지혜가 큰 바다와 같으며 수미산과 같겠습니까?

들은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마침내 사람 가운데 뛰어난 자[將]가 될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성불하여 끝내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마침내 어리석은 곳에 다시 태어나지 않겠습니까?

가고 오는 일을 미리 알며, 부처님을 떠나는 일이 없고 꿈속에서라도 부처님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단정한 몸을 받아 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그 안색이 뛰어나 비할 수 없으며, 어려서는 항상 존귀하고 위대한 집안에 태어나고, 또 그 부모ㆍ형제ㆍ일가ㆍ친척ㆍ면식(面識)이 있는 이들이 모두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뛰어난 재주와 넓은 지식으로 강론(講論)하는 것이 보통 사람과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겠습니까?

스스로 절도를 지키며 항상 안으로는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결코 자만하지 않으며 항상 자애로울 수 있겠습니까?

 

지혜가 통달하여 밝기가 무리와 같지 않고, 위신력은 비할 데 없으며, 정진은 미치기 어려워 모든 경전의 가르침 속에 들어가겠습니까?

많은 경전 중에 들어 있는 모든 경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함이 없으며, 편안하고 즐겁게 선(禪)에 들고 정(定)에 들고 공(空)에 들며, 상(想)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겠습니까?

3사(事) 중에 있어서 두려움이 없으며,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경전을 설하며 그들을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태어나고자 하는 곳은 어디든지 스스로 원하는 대로 되어, 본공덕력(本功德力)의 믿는 힘과 다르지 않으며, 태어나는 곳마다 체력이 강하며, 애욕(愛欲)과 근력(根力)이 없지 않겠습니까?

향하는 곳에 밝은 힘과 생각하는 것에 밝은 힘과 보는 것에 밝은 힘과 믿는 것에 밝은 힘과 원하는 일에 밝은 힘이 있겠습니까?

묻는 것이 큰 바다와 같이 다함이 없으며, 달이 가득 찰 때와 같이 두루 비추어 밝음을 얻지 못하는 자가 없으며, 해가 처음 떠오를 때와 같고 큰 횃불이 비춤에 걸림이 없는 것과 같겠습니까?

 

집착하지 않는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머묾이 없으며, 금강찬(金剛鑽)3)과 같아서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겠습니까?

편안하기가 수미산과 같아 동요하지 않으며, 문지방이 바르고 견고하게 놓인 것과 같겠습니까?

마음이 부드럽기가 마치 고니의 털과 같아서 거칠거나 강하지 않게 되겠습니까?

몸은 집착함이 없어 산천을 즐기는 들짐승과 같게 되겠습니까?

 

항상 스스로를 지켜 번거로움을 쫓는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사문 도인들의 많은 가르침을 받게 되면 모두 지키며[護視], 가벼운 놀림을 당할지라도 끝내 화를 내지 않아 모든 마군들이 능히 동요치 못하도록 하겠습니까?

모든 경전을 이해하여 지혜에 들어 모든 부처님의 법을 배워 능히 스승으로 삼을 만한 자가 없게 되겠습니까?

위력(威力)과 성의(聖意)를 동요시킬 자가 없으며, 깊이 들어가는 행은 항상 행하는 바가 없이 따라 행하며 언제나 유연(柔軟)하게 되겠습니까?

 

경전 가운데에 있어 항상 대비심으로 여러 부처님을 계승하여 받들어 섬김에 싫어함이 없겠습니까?

행하는 여러 가지 공덕이 모든 곳에 이르러 미치며, 행함이 항상 지극하고 믿음이 항상 바르게 되어 혼란스럽게 할 자가 없게 되겠습니까?

행함이 항상 정결하므로 일에 임함에 결코 어려움이 없겠습니까?

청정하여 지혜가 참으로 밝아 즐거운 행을 얻어 5개(蓋)4)를 다 없애겠습니까?

지혜로운 행은 점차로 성불의 경계(境界)를 따라 여러 국토를 장엄하며, 계를 지킴에 청정하여 아라한과 벽지불의 마음으로, 짓는 바가 모두 구경(究竟)에 이르겠습니까?

 

공덕을 지음에 있어서도 항상 가장 먼저 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도 이와 같겠습니까?

보살 중에 가르침을 싫어하는 자가 없으며, 마땅히 짓는 법도도 다함이 없어 일체의 나머지 도에 있어서도 미치지 않음이 없겠습니까?

일찍이 부처님을 여의지 않았지만, 부처님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항상 모든 부처님을 염하기를 마치 부모를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습니까?

점차로 제불의 위신력을 얻어 모든 경전의 뜻을 알게 되고, 눈이 밝아져 보는 것에 걸림이 없어 제불(諸佛)이 모든 사람 앞에 나타나게 되겠습니까?

 

비유컨대, 환술사가 자재하게 만들어 낸 모든 법과 같아 미리 헤아리지 않아도 즉시 법을 이루고, 또한 오는 바도 없고 가는 바도 없는 것이 환화(幻化)와 같겠습니까?

과거ㆍ미래ㆍ현재를 생각하는 것이 꿈과 같아서 가지고 있는 모든 분신(分身)이 널리 제불의 국토에 두루 이르러, 마치 해가 비추면 물에 그 그림자가 두루 나타나는 것과 같겠습니까?

생각하는 바가 모두 메아리를 얻는 것과 같으며, 역시 옴도 없고 감도 없으며, 생사 또한 그림자와 같겠습니까?

 

곧 생각하고 아는 바가 마치 공(空)과 같아서 법에는 망상이 없겠으며, 우러러 귀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일체가 평등해서 다름이 없겠습니까?

경전의 모든 가르침을 올바르게 알아서 마음으로 헤아리지 않으며, 모든 불국토에 마음이 집착되지 않아서 마음이 가는 바가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국토를 나와도 장애됨이 없겠습니까?

다라니문[陀憐尼門]에 완전히 득입(得入)하여 모든 경전에 있어서 하나를 들으면 만 가지를 알겠습니까?

 

제불께서 설하신 경전을 실로 잘 수지하며, 제불을 모시고 모든 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으며, 실로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을 얻어 용맹하여 어려운 바가 없으며, 그 행보가 마치 용맹한 사자와 같아서 두려움이 없겠습니까?

모든 국토에 이 말씀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일찍이 잊은 때가 없어, 일체 제불의 뜻과 같아서 다름이 없겠습니까?

실로 본래 경전이 없음을 알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경전을 얻기를 원한다면, 바로 스스로 알아서 설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과 같이 끝내 싫어하는 마음이 없겠습니까?

 

세간 사람의 스승이 되어 의지하여 가까이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그 행은 가는 곳마다[方幅] 아첨하거나 거짓됨이 없으며, 모든 국토를 밝게 비추어 쾌청하여 3처(處:身ㆍ口ㆍ意)에 집착하지 않아 행함에 장애가 없어 중생 가운데에 따를 자가 없겠습니까?

근본 진리법[本際法]을 사모함이 없어, 일체지[薩芸若]5)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불도에 들어감에 있어 일찍이 무섭지 않게 하여 두려울 때가 없게 하겠습니까?

부처님의 모든 경전이 있는 곳을 확실히 알아서 대중 가운데 복을 받지 않은 자가 없으며, 부처님의 한량없는 대자비를 보고 기뻐하여 배우는 제불의 경전을 통달하여 대중 가운데에 있어도 두려워함이 없고, 대중 가운데에 있어서 뛰어나게 되어 능가하는 자가 없게 되겠습니까?

명성은 더 없이 널리 퍼지고 모든 의문을 없애어 알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되겠습니까?

 

경 가운데에 지극히 존귀한 자가 되어 사자좌에 앉아서 자재하게 제불이 법을 가르치는 것과 같고, 실로 제불의 만 가지의 법문을 분명히 알아서 모두 만억(萬億)의 소리에 들어가겠습니까?

제불의 경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 항상 염하여 좌우에 두어서 일찍이 제불의 자비를 떠나지 않으며, 부처님 경전 가운데 즐거이 행하여 항상 부처님을 따라 출입하고, 항상 선지식의 주변에 머무는 것을 지극히 싫어할 때가 없게 되겠습니까?

 

시방세계의 제불의 국토에 있어서 머무르는 바가 없고, 모든 원과 행이 미쳐 시방세계의 만민을 해탈하게 하며, 지혜의 보배가 모든 경장(經藏)을 체득함에 미치며, 몸은 허공과 같아 생각이 없겠습니까?

 

사람으로 하여금 보살도를 구하게 하여 불종자[佛種]를 끊지 않게 하겠으며, 보살도를 행하여 일찍이 마하연(摩訶衍:大乘)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또한 마하승나승열(摩訶僧那僧涅)6)의 광대한 도를 체득하겠습니까?

속히 일체지를 체득하여 모두 제불에게 칭찬받아 부처님의 10력의 경지[十力地]에 가까이 가서 일체의 생각하는 모든 것에 들어가고, 일체의 헤아림을 모두 깨달아 알 수 있겠습니까?

모든 세간의 변화를 훤히 알아 일의 성패와 나고 죽음을 밝게 알겠습니까?

 

모든 경전의 보배 바다에 들어가 제일 수승한 경전을 열어서 모두 보시하겠습니까?

모든 국토의 행과 원에 있어서 또한 머무르지 않으며, 대변화를 다하여 부처님께서 즐거이 행하시는 것처럼 마음을 한번 돌이켜 부처님을 염하면 모든 사람 앞에 드러나게 되겠습니까?

일체가 성취되어[一切適] 다시 원함이 없고, 마침내 태어날 곳이 없게 되겠습니까?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불국정토를 다 보고, 제불이 설하신 경을 들으며 낱낱의 부처님과 비구승을 모두 볼 수 있겠습니까?

그때에 선인ㆍ나한ㆍ벽지불의 안식(眼識)을 갖지 않을 수 있게 되겠습니까?

이 사바세계에서 목숨을 마치고 저 불국토에 태어나 제불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사바세계에 앉아서 모두 제불을 볼 수 있으며, 모두 제불이 설하는 경을 듣고 다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컨대 제가 지금 부처님의 면전에서 부처님과 보살을 우러러 보는 것처럼 이와 같이 일찍이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일찍이 경전을 듣지 않은 적이 없게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기특하고 기특하구나. 물은 내용을 들어보니, 깨달은 것도 많으며 안온한 곳도 많아서 세간 사람들이 다시 헤아릴 것이 없게 하는구나. 천상천하가 모두 이것으로 편안해지는구나. 

지금 그대들이 나에게 이와 같이 물을 수 있는 것은, 전세 과거 부처님 때에 듣고 행하여 공덕을 지었기 때문이다. 여러 부처님에게 공양하였으며, 경전 읽기를 즐겼으며, 도행을 행하고 금계를 지킨 까닭이다.

 

스스로 불법을 지켜 청정행을 하여 번뇌에 물들지 않고, 항상 걸식하여 살며, 자주 여러 보살들과 만나서 모든 보살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가르쳐 대자애(大慈哀)를 다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체의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마음으로 언제든지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한다면 바로 부처님을 뵐 수 있다. 

원하는 바 크고 깊은 행을 다하여 항상 부처님의 지혜를 염(念)하고, 모든 경전에서 가르친 계를 지녀, 모든 불심을 구족하기를 금강(金剛)과 같이 하면, 모든 세간 사람들의 마음에 염하는 바를 알아 실로 제불이 앞에 나타나리라.”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공덕으로는 알 수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현재에 부처님께서 모두 앞에 나타내는 삼매[現在佛悉在前立三昧]’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가 물은 것을 모두 얻을 것이다.”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건대 부처님께서 가엾이 여겨 설하여 주십시오. 지금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은 제도한 바가 많으며 안온하게 하는 바가 많습니다. 원하건대 부처님이시여, 모든 보살을 위해서 대광명을 드러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시셨다. 

“일법행(一法行)을 항상 익히고 항상 지켜 다른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 모든 공덕 중에 가장 으뜸이다. 무엇을 제일법행(第一法行)이라고 하는가? 그 삼매는 ‘현재에 부처님께서 모두 앞에 나타내는 삼매[現在佛悉在前立三昧]’라고 한다.”

 

2. 행품(行品)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염하는 바가 현재에 있으면 정의(定意)가 시방세계 부처님께 향하며, 그 정의가 있으면 일체보살의 높은 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정의라고 하는가? 염불의 인연에 따라서 부처님을 향하여 염하므로 마음이 어지럽지 않은 것이다. 지혜로워서 정진을 버리지 않고 선지식과 더불어 공관(空觀)을 닦으며, 잠을 줄이고 모임에 가지 않으며, 악지식을 피하고 선지식을 가까이하며, 정진이 흐트러지지 않고 음식은 만족할 줄을 알며, 의복을 탐내지 않고 목숨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홀로 친족을 피해 고향을 떠나 평등심을 배우고, 자비심을 얻어 계행(戒行)을 지켜 번뇌를 떨쳐버리고 선정을 닦는 것이다. 물질(色)에 따르지 않으며, 5온을 받지 않으며, 몸이 늙어 감을 싫어하지 않으며, 4대(大)에 얽매이지 않으며, 바른 뜻을 버리지 않으며, 색을 탐하지 말고 부정함을 알며, 시방의 사람을 버리지 않고 시방의 사람을 구제하며, 시방의 사람을 헤아려 나와 같이 생각하되,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일체의 욕망으로 인해서 계를 버리지 않고 공행을 익히며, 독경을 하고자 함에 있어서 계를 범하지 않으며, 선정을 잃지 않으며, 불법(佛法)을 의심치 않으며, 부처님에 대해서 논쟁하지 않으며, 불법을 저버리지 않으며, 비구승을 산란케 하지 않아야 한다. 망어(妄語)를 여의고 덕 있는 사람을 도우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세속적인 말을 멀리하여 즐기지도 들으려고도 하지 말 것이며, 불법에 대해서는 모두 즐거이 들으려고 해야 한다.

 

인연에 따라 생을 받아 태어나니, 여섯 가지[六味]에 맛들이지 말며, 5해탈(解脫:習)로 훈습하고, 열 가지 악[十惡]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열 가지 선[十善]을 익혀야 한다. 아홉 가지 번뇌[九惱]를 밝히기 위하여 여덟 가지 정진[八精進]을 행하며, 여덟 가지 게으름[八懈怠]을 버려야 한다. 여덟 가지 방편[八便]을 익히고, 아홉 가지 사유[九思]와 여덟 가지 도가념[八道家念]를 익혀야 한다.

 

또한 선법(禪法)만 듣기를 집착하지 말며, 교만하지 말며 자만심을 버려 설법을 듣고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며, 불법 닦기를 원하며, 세간의 이익에 따르지 말며, 자신의 몸만을 생각하지 말고, 시방의 사람을 여의고 홀로 깨달음 얻기를 원하지 말며, 목숨에 집착하지 말고 5온을 깨달아서 미혹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 

소유(所有)를 따르지 않고 무위를 구하며, 생사를 바라지 않으므로 몹시 생사를 두려워하여 5온을 도둑처럼 여기고, 4대를 뱀처럼 생각하며, 12쇠(衰)를 공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오랫동안 삼계에 머무는 것이 안온하지 못하므로 무위를 얻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탐욕을 바라지 말며, 생사를 버리기를 원하고, 사람들과 다투지 말며, 생사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항상 부처님 앞에 서라.

 

이 몸 받은 것을 꿈처럼 생각하고 믿음으로써 다시 의심하지 말며, 그 뜻이 변함없어야 한다. 일체의 과거나 미래나 현재의 일 등에 대한 생각을 없애고, 항상 제불의 공덕을 염하며, 스스로 귀의하여 부처님께 의지해야 한다.

 

정의(定意)에 있어서 자재함을 얻어 부처님의 외형적 모습에 집착하지 말며, 일체가 하나임을 헤아려 천하와 상대를 지어 다투지 말고, 행함에 있어서도 다투지 말며, 인연에 따라 받아들이고 불지(佛地)에서 옳은 법들로 제도하라. 

중도의 법을 얻었으면 공을 요달한 마음으로 사람을 유(有)도 아니고 멸(滅)도 아니라고 생각하라. 스스로 무위를 증득하여 지혜의 눈[黠眼]으로 청정하게 하라.

 

일체가 둘이 아니며, 깨달은 마음은 중앙과 변방[中邊]이 없으며, 일체의 부처님도 일념에 들고 이 지혜를 의심함이 없으며, 능히 나무랄 데가 없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까닭에 부처님의 지혜는 다른 사람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며, 선지식을 만나면 부처님과 같이 여겨야지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 

언제나 보살과 함께 지내며 여의는 때가 없으므로 비록 일체의 마군이라 할지라도 능히 움직일 수 없으리라. 

모든 사람을 거울 속에 있는 형상처럼 보고 모든 부처님을 그림처럼 보며 일체를 법에 따라 행하면, 청정한 보살행에 들어가리라.”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러한 행법을 지키면 삼매에 도달해 곧 삼매를 얻을 것이니, 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그 앞에 나타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현재제불실재전립삼매(現在諸佛悉在前立三昧)를 얻을 수 있는가?

이와 같으니라. 발타화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는 계를 온전히 지키고 홀로 한곳에 머물러서 마음으로 서방의 아미타불을 염하되, 마땅히 지금 현재 들은 그대로 염해야 한다. 이곳으로부터 천억만 불국토를 지나면 수마제(須摩提)라는 나라가 있다. 그곳의 모든 보살 가운데에서 경을 설하고 계시며, 대중들은 항상 아미타불을 염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예컨대 누군가 잠이 들어 꿈속에서 온갖 금ㆍ은ㆍ보배를 보고 부모ㆍ형제ㆍ처자ㆍ친족ㆍ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다고 하자. 그 사람은 꿈에서 깨면 사람들에게 그것을 이야기하고 난 후, 스스로 눈물을 흘리며 꿈속에서 본 것을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발타화보살이여. 서방 아미타부처님의 정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문이나 재가자는 마땅히 그곳의 부처님을 염하고 계를 어기지 말아야 한다. 일심(一心)으로 염하기를 하루 밤낮이나 혹은 7일 밤낮으로 하면, 7일이 지난 후엔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할 것이며, 깨어 있을 때 보지 못한다면 꿈속에서라도 친견하리라. 비유하면 사람이 꿈속에서 보는 것과 같이 밤인지 낮인지 알지 못하고 안인지 밖인지도 알지 못하며, 어둠속에 있다고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막혀 장애가 있다고 보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은 마음으로 마땅히 이렇게 염(念)해야 한다. 그때 대산수미산(大山須彌山)이라는 여러 부처님 나라의 으슥하고 어두운 곳이 모두 환히 열릴 것이니, 눈에도 가림이 없고 마음에도 걸림이 없으리라. 이런 보살마하살은 천안통을 가지지 않고도 꿰뚫어 보고, 천이통을 가지지 않고도 모두 들으며, 신족통을 가지지 않고도 그 부처님의 국토에 이르리라. 

이 사바세계에서 목숨을 마치고 저 부처님의 국토에 태어나 친견하는 것이 아니라, 곧 이 사바세계에 앉아서 아미타부처님을 친견하며 경전을 설하시는 것을 듣고 모두 수지하여 체득하며, 삼매 가운데에서 모두 잘 구족하여 이것을 사람들을 위해서 설한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은 타사리국(墮舍離國)에 수문(須門)7)이라는 음녀(婬女)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또 어떤 사람은 아범화리(阿凡和梨)8)라는 음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또 어떤 사람은 우파원(優陂洹)9)이라는 음녀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때 제각기 음녀를 생각하자 그들은 그 세 여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도 소문만 듣고 음란한 생각이 일어나 곧 꿈속에서 각자 그 음녀들의 처소에 갔다. 그러나 그때 그들은 모두 왕사성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생각하고는 각자 꿈속에서 음녀의 처소에 가서 함께 잠을 자고, 잠에서 깨어난 뒤에 각자 그 일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로 너에게 설명했듯이, 너도 이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경을 설명해 이 지혜를 이해하고 불퇴전의 지위에 이르러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를 얻게 하라. 그러한 후에 부처가 되리니, 그 이름을 선각(善覺)이라고 하리라.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이 이 사바세계의 국토에서 아미타불에 대해서 듣고 끊임없이 생각하면 그로 인하여 아미타불을 친견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을 친견한 뒤에 묻기를, ‘마땅히 어떠한 법을 지녀야 아미타불의 국토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면, 아미타불께서 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나의 국토에 태어나고자 하는 이는 항상 나를 끊임없이 염하되, 염하기를 지켜 쉬지 않으면 이와 같이 나의 국토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하리라.”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이와 같이 염불하므로 마땅히 아미타불 국토에 태어난다. 항상 이와 같이 불신(佛身)이 32상을 모두 구족하여 광명으로 훤히 비추는데,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단정한 모습으로 비구승 가운데서 경을 설하며 경을 설함에 ‘색이 무너지지 않는다(不壞不敗)’고 염해야 할 것이다. 

‘색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괴로움ㆍ사상(思想)ㆍ생사(生死)ㆍ식(識)ㆍ혼(魂)ㆍ신(神)ㆍ지수화풍(地水火風)과 세간과 천상, 그리고 위로는 범천과 대범천에 이르기까지 색이 허물어지지 않는다. 또 염불하기 때문에 공삼매를 얻으니 이와 같이 염불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로서 삼매 중에서 증득한 자가 누구인가? 나의 제자인 마하가섭과 인저달(因坻達)보살과 수진(須眞) 천자와 그때 삼매를 아는 사람과 삼매를 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삼매를 증득한 자이다. 

무엇을 증득하는가? 이 삼매를 증득하면 공삼매[空定]를 알게 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에 한 부처님께서 계셨는데 그 명호가 수파일(須波日)이라고 했다. 그때 어떤 사람이 황야[大空澤]를 헤매다가 음식을 구하지 못하여 목마르고 굶주려서 누워 있었는데 잠이 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감미롭고 향기 나는 음식을 먹었으나, 꿈이 깬 후에 배가 고픔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스스로 일체의 모든 것은 다 꿈과 같다고 깨달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이 공하다고 생각한 까닭에 문득 무생법인[無所從生]의 법락(法樂)을 얻어 불퇴전지[阿惟越致]를 체득(逮得)한 것이다. 

이와 같다. 발타화여, 보살이 향하는 곳에 현재의 부처님께서 계신다는 것을 듣고 항상 그쪽을 향하여 부처님을 친견하기를 염하되, 유(有)와 무(無)로써 염하지 말고 내가 서 있는 것이 공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부처님께서 서 계시는 것도 그와 같이 염하라. 진귀한 보배가 유리 위에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보살도 시방의 무수한 부처님의 청정함을 보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멀리 다른 나라에 가서 고향의 가족과 친척과 재산을 생각하면, 그 사람은 꿈속에서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친척을 만나보고 기뻐하며 함께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는 깨어나서 꿈속에서 본 것을 아는 이들에게 말하며 ‘내가 고향에 가서 나의 가족과 친척을 만나보았다’고 하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도 이와 같다. 그가 향하는 곳의 부처님의 명호를 듣고 항상 그쪽을 염하면서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하면, 보살은 모든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으니, 이는 진귀한 보물을 유리 위에 올려놓은 것과 같으리라. 

비유하자면 어떤 비구가 죽은 사람의 뼈를 앞에 두고 보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푸르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희게 보이기도 하며 때로는 붉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검게 보이기도 한다. 그 뼈는 가져 온 자도 없고 또 지금 여기에 뼈라는 것도 없으며, 본래부터 가져 온 적도 없는데, 마음으로 생각을 지음으로 인하여 있게 된 것이다.

 

보살도 이와 같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인하여 삼매 중에 서서 어느 곳의 부처님이든 보기를 원하면 곧 보게 되리라. 무슨 까닭인가?

이와 같다. 발타화여, 이 삼매는 불력(佛力)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삼매에 드는 자는 세 가지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부처님의 위신력과 부처님의 삼매력과 부처님의 본원공덕력을 가지게 된다. 이 세 가지의 능력 때문에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비유컨대 발타화여, 젊은 사람이 단정하고 예쁘게 꾸며서 깨끗한 그릇에 좋은 삼기름[麻油]을 담거나, 좋은 그릇에 깨끗한 물을 담거나, 방금 닦은 거울이나, 티 없는 수정에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하여 자신을 비추면 모든 것이 저절로 나타나는 것과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발타화여, 삼기름이나 물이나 거울이나 수정에 사람이 저절로 나타난다면, 참으로 그 모습이 밖으로부터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발타화가 말씀드렸다. 

“그렇지 않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삼기름이나 수정이나 물이나 거울이 깨끗하기 때문에 절로 그 모습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그 모습은 역시 안으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며, 밖으로부터 들어간 것도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발타화여, 그와 같다. 발타화여, 몸이 청정하면 비추어지는 것도 청정하니, 부처님을 친견하고자 하면 곧 친견할 수 있다. 부처님을 친견하였을 때 바로 여쭈면 묻는 즉시 대답할 것이며,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어디로부터 오셨으며, 나는 어디로 가는가?’ 또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도 오신 곳이 없고 나 역시 갈 곳이 없다’고 하고, 또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삼계는 뜻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본다. 마음이 부처를 만들고 마음이 스스로 보므로 마음이 부처이고 마음이 여래이며 마음이 나의 몸이다. 마음이 부처를 보지만, 마음은 스스로 그 마음을 알지 못하며 스스로 마음을 보지 못한다. 마음에 망상[想]이 있는 것을 어리석음이라 하고, 마음에 망상이 없는 것을 열반이라 한다. 이 법은 즐거워할 것도 없다. 모두 망념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일 망념이 없어지면 생각하는 자가 있더라도 또한 없는 것임을 분명히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삼매 중에 있는 보살이 보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으셨다.

 

마음이 마음을 알지 못하니

마음으로 마음을 보지 못한다. 

마음에 망상을 일으키면 어리석고

망상이 없으면 열반이라네.

 

이 법은 견고함이 없어

언제나 생각에 자리하나

공함을 알고 보는 자는

일체 상념이 없다네.

 

3. 사사품(四事品)

 

“보살아, 이 삼매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법[四事品]이 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능히 무너뜨릴 수 없는 신심(信心)이요, 둘째는 능히 따를 자가 없는 정진(精進)이요, 셋째는 능히 미칠 자가 없는 지혜에 들어감이요, 넷째는 항상 훌륭한 스승을 따름이니, 이를 네 가지 법이라고 한다.

 

보살아, 또한 이 삼매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3개월 동안 손가락을 튕길 만큼의 짧은 순간이라도 세간사를 생각해서는 안 되며, 둘째는 3개월 동안 손가락을 튕길 만큼의 짧은 순간이라도 눕거나 밖에 나가서는 안 되며, 셋째는 3개월 동안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경행을 하되 잠시라도 쉬거나 앉아서는 안 되며, 넷째는 사람들을 위해서 경전을 해설하되 세간 사람들에게 의복과 음식을 바라서는 안 되니, 이를 네 가지라고 한다.

 

보살아, 또한 이 삼매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사람들을 모아서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도록 권함이며, 둘째는 사람들을 모아서 경전을 듣도록 권함이며, 셋째는 질투를 하지 않음이며, 넷째는 사람들에게 불도를 배우도록 권함이니, 이를 네 가지라고 한다.

 

보살아, 또한 이 삼매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불상을 조성하거나 혹은 불화를 그려서 이것을 삼매에 들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함이며, 둘째는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좋은 베와 비단에 이 삼매에서 얻은 것을 그리게 함이며, 셋째는 스스로 교만한 사람들로 하여금 불도에 들어가게 함이며, 넷째는 항상 불법을 외호(外護)함이니, 이를 네 가지라고 한다.”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찬탄하셨다.10)

 

항상 즐거이 불법 믿으며

경 읽고 공(空) 염하길 멈추지 말고

잠잘 때를 제외하고 석 달 동안

정진을 게을리 말라.

 

앉아서 경을 설할 때 자세하고 널리 배우며

공양 보내오는 자 있을지라도

좋아하여 탐하지 않으면

속히 이 경의 가르침 얻으리라.

 

부처님 모습 금빛 같으며

상호는 32상이어라. 

상호마다 백 가지 공덕 있으니

천상의 금으로 조성한 듯 단정하구나.

 

과거불ㆍ미래불께 이미 귀의하였고

현재불은 사람 중 가장 존귀하시니

항상 부처님께 공양하길 염하여

꽃ㆍ향ㆍ도향11)ㆍ음식 갖추어 공양하여라.

 

이 훌륭한 뜻을 지닌 까닭에

삼매를 떠나 멀리 있지 않으니

악기로써 불심을 노래하고

항상 즐거워하여라.

 

삼매 구하는 자 불상 조성함에

갖가지 구족하고

가지가지 아름다워

그 모습 금빛 같구나.

 

삼매 구하는 자 흔쾌히 베풀며

청결 고귀한 계행 수지하여

게으름 버리니

머지않아 삼매 얻으리라.

 

늘 사랑하는 마음으로 화내지 않고

항상 가여운 마음 내어

평등한 마음으로 증오함 없으면

이제 머지않아 삼매 얻으리라.

 

정성 다해 훌륭한 스승 모시기를

부처님 섬기듯 하며

성냄 질투 탐욕의 마음을 내지 말고

경의 가르침 베풀되 대가를 바라지 말라.

 

이러한 가르침대로 경법을 굳게 지녀

이에 따라 모두 들어가면

이는 제불의 도에 드는 지름길일세. 

이와 같이 행하는 자 머지않아 삼매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보살은 마땅히 자심(慈心)으로 항상 스승을 기쁘게 하여야 하며, 마땅히 스승을 뵙기를 부처님과 같이 하여 모든 것이 구족하게 받들어 섬겨야 한다. 이 삼매경을 서사(書寫)하고자 하거나 혹은 배우고자 할 때도 보살이 스승을 공경하듯이 해야 한다. 발타화여, 보살이 스승에게 화를 내거나 스승의 허물을 가지고 스승을 보기를 부처님같이 하지 않는 자는 삼매를 얻기가 어렵다. 발타화여, 비유하자면 눈 밝은 사람이 한밤중에 별을 보면 별의 숫자가 매우 많음과 같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삼매에 들어 동쪽을 향해 백 불ㆍ천 불ㆍ만 불ㆍ억 불을 친견하듯이 시방세계의 모든 제불을 친견하리라.”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은 불안(佛眼)과 같이 모두 알고 모두 본다. 발타화여, 이와 같이 보살이 지금 현재제불실재전립삼매(現在諸佛悉在前立三昧)를 얻고자 하거든 보시를 구족하게 하며, 지계ㆍ인욕ㆍ정진ㆍ일심(一心)ㆍ지혜(智慧)ㆍ도탈지혜(度脫智慧)도 모두 구족하게 해야 한다.”

이때 부처님께서 찬탄하셨다.

 

마치 청정한 눈을 가진 사람이

한밤중에 위를 쳐다보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 별을

낮에도 생각으로 모두 보는 것과 같네.

 

보살도 이와 같이 삼매를 체득한 자는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부처님을 친견하고서

삼매에서 깨어나더라도 모두 생각해내어

자재하게 제자들을 위해 설할 수 있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청정한 눈으로

항상 세간을 보듯이

보살도 이와 같은 삼매를 얻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님 친견하네.

 

형상으로 부처님 보지 않고 10종력(種力)12)만 보니

탐욕을 가진 세간 사람과는 다르네. 

모든 독 소멸시킨 청정함으로 다시 다른 생각 없으면

보살도 이와 같은 공덕을 얻느니라.

 

이 경을 듣고 따르기를 열반과 같이 하며

이 법이 공하고 공함을 들으면 두려움이 없느니라. 

나는 마땅히 이와 같이 경을 설하여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불도를 얻게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의 비구 아난이 총명하여

경을 듣고 곧 수지하는 것처럼

보살도 이와 같이 삼매를 체득하여

수많은 경전을 듣고 모두 수지하라.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미타불찰의 모든 보살들이

항상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을 친견하듯이

보살도 이와 같이 삼매를 얻어

항상 수 없이 많은 부처님을 친견한다.

 

목마른 자 물 찾듯 애심(哀心)으로 믿으며

항상 지극한 대자비로 세속의 일 버리고

경을 지녀 즐거이 보시하면

청정해져서 머지않아 삼매를 얻으리라.

 

4. 비유품(譬喩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삼매를 구하는 보살이 이미 삼매를 얻었다고 하여 정진하지 않는다면 비유컨대 다음과 같다. 발타화여, 어떤 사람이 배에 귀한 보배를 가득 싣고 대해를 건너려고 하였지만 미처 이르지 못하고 배가 부서져 버리면, 사바세계의 사람들은 모두 크게 슬퍼하기를, 자신이 보배를 잃었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이 이 삼매경을 듣고도 사경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독송하지 않고 법을 수지하지 않으면, 일체 하늘과 사람들 모두가 크게 슬퍼하고 걱정하여 말하기를, 자신이 보배로운 경전을 잃었다고 하니, 이는 이 깊은 삼매를 잃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경은 부처님께서 부촉하신 바이며, 칭송하신 바이다. 이 깊고 미묘한 삼매경을 듣고도 사경(寫經)하지 않고 배우지 않고 독송하지 않고 호지하지 않고 법에 맞게 수지하지 않는 자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여 스스로 자신을 높게 여긴다. 이 경의 뜻은 받아들이지 않고 높은 재주만 바라서 오히려 이 삼매를 즐거이 배우지 않는다. 

비유컨대 발타화여, 어리석은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한 줌의 전단향을 주지만 그것을 기쁘게 받지 않고 오히려 더러운 전단향을 준다고 말하였다. 그것을 준 사람이 그에게 말하기를, ‘이것은 전단향이니 그대는 더럽다고 말하지 말라. 먼저 받아 냄새를 맡아보면 향인지 아닌지 알 것이며, 시험 삼아 이것을 살펴보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알 것이다’라고 하나, 어리석은 사람은 눈을 감고 보지도 않고 굳이 냄새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들은 자가 이와 같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도리어 버리는 것은 계를 지니지 않는 사람이며, 오히려 진귀하고 보배로운 경전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고 무지(無智)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정을 얻어 구족하게 해탈했다고 하면서 오히려 세간을 유(有)라고 하여 공에 들지도 못하고, 무(無)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니, 이 사람은 이 삼매경을 듣고서도 기뻐하지도 않고 믿지도 않으며 삼매에 들지도 못한다. 오히려 경솔하게 희롱하여 말하기를, ‘부처님께도 심오한 경전이 있는가, 또한 위신력이 있는가, 아난과 같은 비구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세간에 말을 퍼뜨린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은 이 삼매경을 지닌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서로 말하기를, ‘이 말은 무슨 뜻이냐, 또 이것은 어디서 나왔느냐?’라고 하면서 ‘너희들 스스로 모여서 만든 것일 뿐이지 이 경은 부처님께서 설한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장사하는 사람이 마니주를 가지고, 농사짓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보이니, 그 사람이 장사꾼에게 묻기를 ‘이것은 얼마짜리인가?’라고 하니, 장사꾼이 ‘한밤중 어두운 곳에 이 마니주를 가져다 두면 그 밝기가 그곳을 가득 비출 수 있는 보배이다’라고 답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농사꾼은 마니주의 가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오히려 이 마니주에 대해서 반문하여 말하기를, ‘그것은 능히 소 한 마리 값이 되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차라리 소 한 마리와 바꾸려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이보다 더 비싸지는 않을 것 같으니, 나에게 주는 것이 좋을 것인데 싫으면 그만두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그 사람이 이 삼매를 듣고도 믿지 않고 반대하는 모습은 이 경에서 말한 바와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이 삼매를 지니고 받아 믿는 자는 곧바로 행하므로 사방에서 모두 옹호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으며, 계행(禁戒)을 완전히 갖추어 지니므로 칭송을 받고 슬기롭고 깊은 지혜로 남을 위해서 이 삼매를 설하리라. 보살이 마땅히 이 삼매를 지녀 널리 사람들에게 가르쳐서 점점 서로 전해지면, 당연히 이 삼매는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전세(前世)에 부처님 전에 공양도 하지 않고, 공덕도 짓지 않으면서, 오히려 자신이 잘난 체하고 많은 비방과 질투를 행하면서 재물과 이익을 탐하며, 오직 명예만 구하면서 시끄럽게 떠들므로 선지식을 만나지 못한다. 또한 경에 대해서도 밝지 못하여 이 삼매를 듣고도 믿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으므로, 삼매 중에 들어가지 못한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비방하여 말하기를, ‘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면서 자기들이 이 경을 만들었을 뿐이지, 이 경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이르셨다. 

“지금 내가 그대들에게 갖추어 말하니,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도를 구하는 선남자ㆍ선여인들이 이 삼천국토에 가득한 진보로써 부처님께 보시한다 할지라도 그 공덕은 이 삼매를 듣는 것만 같지 못하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즐거이 믿는 자는 그 복이 몇 곱절로 늘어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이 삼천국토에 가득한 진귀한 보배로 부처님께 보시하여 부처를 구하는 것보다도 어떤 사람이 이 삼매를 지니는 자와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이 삼매를 듣고 믿는 자가 그 복이 몇 곱절이나 더 많으리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미혹하여 잘난 체하며, 믿지 않는 자와 악지식을 섬겨서, 이 경을 듣고도 믿지 않고 즐거워하지도 않으면, 이것은 나의 경전 가운데 있어서 원수와 다름이 없다. 이처럼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자만[自大]에 차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점차로 그 말을 듣고 그것을 따라 믿으니, 이것은 불법(佛法)을 파괴하는 것이 된다. 그 사람이 서로 일러 말하기를, ‘이 경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가 아닌 것이다’라고 하면 바로 그것은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믿는 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숙세에 일찍이 과거불을 친견한 자이다. 이미 이러한 까닭으로써 나는 이것을 믿는 자를 위하여 이 삼매를 설할 뿐인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항상 불법을 보호하고, 이 경을 듣고 즐거이 믿는 자는 마땅히 부처님을 떠나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계를 굳게 지키는 자는 항상 바른 마음으로 경을 공경한다. 내가 이런 연고로써 이러한 사람을 위해서 설할 뿐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설하는 바와 다름이 없다. 그 때문에 이와 같은 말을 설할 뿐이다. 지금 내가 이 삼매를 설하는 것을 보는 자는 후세에 이 삼매를 듣고 마침내 의심하지 않고 비웃지 않으며,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릇된 스승 곁에 가지 않고 바로 훌륭한 스승 곁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공덕이 적은 무리들은 또한 더욱 나쁜 스승을 섬기게 될 것이다. 이런 무리의 사람들은 이 삼매를 듣고도 믿지 않으며 즐거워하지도 않고, 그 속에 들어갈 수도 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오래 배우지도 않고 다시 부처님에 대한 믿음도 적으며, 지혜도 적기 때문에 믿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비웃지 않고, 비방하지도 않는 자는 기뻐하여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든가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으며, 즐거이 사경(寫經)하고 즐거이 배우며 즐거이 독송하고 즐거이 수지(受持)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다 미리 알고 미리 보건대, 이미 그 사람은 오직 한 부처님에게만 공덕을 지은 것이 아니라, 두 부처님 세 부처님 혹은 열 부처님만이 아닌 모든 수백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들었다. 오히려 후세에 이 삼매를 듣는 자가 경전을 쓰고 배우며 독송하고 지니기를 최후의 하루 낮 하루 밤까지 하면 그 복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스로 아유월치(阿惟越致)의 경지에 이르러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설하는 비유를 들어라. 비유하면 발타화여, 어떤 사람이 한 불국토를 모두 티끌처럼 부수고, 그 사람이 이 하나의 티끌을 가지고 또 모두 부수어 한 불국토의 티끌처럼 만들며, 모두 다시 낱낱의 티끌을 가지고 또다시 부수어 한 불국토의 티끌처럼 만든다고 하자. 어떠하냐? 발타화여, 이 티끌은 그 수가 얼마나 많겠느냐?”

 

발타화가 말하였다. 

“매우 많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비유를 인용하리라. 만약 어떤 한 보살이 그 중 한 티끌을 가져다 한 불국토에 둘 때, 그 티끌 수만큼의 불국토에 진보를 가득 채워 그것을 가지고 모든 부처께 공양한다고 해도 이 삼매를 듣는 것 보다는 못하다. 다시 한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서 사경하고 배우며 독송하고 지녀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기를 잠깐만 하여도 이 보살의 공덕은 또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지닌 자가 사경하고 배우며 독송하고 지녀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한다면 그 복 또한 그러하리라. 하물며 이 삼매를 지키고 다 구족한 자이겠는가.”

부처님께서 그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삼천대천세계의 국토에

진보를 가득 채워 보시하더라도

이 경전을 듣지 않으면

그 공덕과 복이 적음이라.

 

보살이 온갖 덕을 구하려 하면

마땅히 이 삼매를 익히고 봉행하고

속히 이 경전을 독송할지니

그 공덕과 복이 한량없음이라.

 

한 불국토의 티끌 수만큼의 세계를

모두 부수어 티끌로 만들어도

그 제불국토가 이 수보다 많으니

그 속에 진보를 가득 채워 보시하여도

 

세존의 4구(句)의 뜻을 수지하여

사람을 위해서 설한다면

이 삼매는 제불의 지혜이니

그것을 듣는 공덕은 비교할 바 없느니라.

 

하물며 어떤 사람이 몸소 강설하고

수지하고 독송하며 잠깐이나마 염하고

더욱더 증진해서 봉행하는 자는

그 공덕과 복이 한량없느니라.

 

설령 일체가 다 부처가 되어

성스럽고 청정하며 제일가는 지혜가

모두 억 겁 동안 그 수보다 많더라도

한 게송을 강설하는 공덕과 같으니라.

 

열반을 찬탄하는 복덕에서

무수억겁 동안 다 찬탄하여도

그 공덕을 다할 수가 없듯이

삼매의 한 게송의 공덕도 그러하니라.

 

모든 부처님 나라의

사방과 사우(四隅)와 상하에

진보로 가득 채워

부처님께 공양하여도

 

이 삼매를 듣는 자가

얻는 복덕은 그보다 많으며

자세히 독송하고 강설하는 자는

그 공덕을 견줄 수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끝내 자만심을 일으키지 않고

악도에도 나아가지 않으며

깊은 법을 알아서 의심하지 않는 것은

삼매를 행한 덕이 이와 같으니라.

 

배우는 사람이 나를 보고 받들며

덕을 존중하고 정진하여 집착하지 않아

믿음과 지혜를 더하는 보살이 되어

힘써 삼매를 배우면 부처님께서 칭찬하리라.

 

그대들에게 부촉하노니, 항상 가르침을 권장하면서

힘써 정진하여 게으르지 말고

스스로 용맹정진하면

대도를 얻어 다시는 윤회하지 않으리라.

 

이 삼매를 수지 독송하여

면전에서 백천의 부처님을 친견하면

설사 최후에 큰 두려움 만나더라도

이 삼매를 지녔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느니라.

 

이것을 행하는 비구가 나를 보고

항상 부처님을 따라 멀리하지 않으며

보살이 삼매를 듣고 닦아서

뜻을 마땅히 수지하여 남을 위해 설해야 한다.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면

그것을 널리 통달한 지혜라고 이르며

다라니를 체득하여 부처님께 칭찬받으니

곧 불도를 이루어 지혜가 바다와 같으니라.

 

항상 이 삼매를 독송하고 설하며

마땅히 세존의 가르침인 불법을 따르면

그 종성(種姓)이 등각 얻음을 듣게 되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다름이 없느니라.



반주삼매경 중권

 

지루가참 한역

한보광 번역

 

5. 무착품(無着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삼매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부처가 지금 너희 앞에서 경을 설하듯, 보살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께서 다 앞에 계신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땅히 제불의 단정함을 구족하게 염하여 낱낱의 모든 상호를 속히 친견하고자 해야 하며, 능히 제불의 정상(頂上)을 볼 수 있는 자가 없음을 알고 생각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구족하게 지어 제불을 친견하게 되면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하라. 

‘내 몸도 속히 저렇게 되고, 저런 신상(身相)도 속히 얻으며, 저런 지계삼매 또한 속히 얻으리라.’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마음으로 얻고 몸으로 얻으리라.’

 

또 이렇게 생각하라. 

‘부처님도 마음으로 얻지 않았고 몸으로 얻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부처를 얻은 것도 아니고 형상으로 부처를 얻은 것도 아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마음이라고 한다면 부처는 마음이 없고, 물질[色]이라 한다면 부처는 물질이 없으므로, 이런 마음과 물질[心色]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부처님은 물질[色]을 다하고, 부처님은 느낌[痛痒]ㆍ생각[思想]ㆍ의지[生死]ㆍ의식[識]을 다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다했다[盡]고 설한 뜻을 어리석은 사람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이것을 훤히 알아서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 

‘어떠한 생각을 지녀야 부처가 될 수 있을까? 몸으로 부처가 되어야 할까, 지혜로 부처가 되어야 할까?’

또 이와 같이 생각하라. 

‘몸으로 부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지혜로 부처가 되는 것도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지혜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고, 또 스스로 나[我]를 찾아보아도 끝내 찾을 수 없으며, 얻을 것도 없고 볼 대상 또한 없다.’

 

일체법은 본래 있는 바가 없는데 있다[有]라고 생각하는 것은 집착으로 인한 것이며, 있지 않은 것[無有]을 오히려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 역시 집착이다. 이러한 두 가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말며 그렇다고 다시 적당하게 그 가운데서 얻으려고 하지도 말라. 다만 이렇기 때문에 양 극단[邊際]에도 있지 않고 그 중간에도 있지 않으며 유도 아니고 또한 무도 아니다. 왜냐하면 제법은 공하여 열반과 같아 부서지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견고하지도 않으며, 그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양끝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생각도 없어 동요하지 않는다. ‘동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으로 헤아리지 않으므로 동요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은 부처님을 친견함에 있어 보살의 마음으로 염하며 집착함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있는 바가 없음을 설했기 때문이다. 경전에서 있는 바가 없음을 설했으므로 그 속에는 본래 무너지고 본래 끊어졌음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집착할 바가 없음’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이 보살이 이 삼매를 지키려면 마땅히 이렇게 부처를 보아야지 부처를 집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집착하는 바가 있으면 그것은 곧 스스로를 불태우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큰 쇳덩어리를 불 속에 집어넣어 태우면 새빨갛게 되는 것과 같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손으로 잡지 않을 것이니, 왜냐하면 그 사람의 손을 태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발타화여, 보살은 부처님을 보고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물질[色]ㆍ느낌[痛痒]ㆍ생각[思想]ㆍ의지[生死]ㆍ의식[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집착하는 자는 자신의 몸을 불태우게 되기 때문이다. 부처를 친견하면 마땅히 그 공덕을 염하고, 대승법을 구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삼매에 들었을 때 집착하는 바가 있어서는 안 된다. 집착하지 않는 자는 속히 이 삼매를 얻으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새로 닦은 거울이나 기름 가득찬 그릇에

치장한 여인이 스스로 모습 비추어 보면

그 가운데 음욕심이 일어나는 것처럼

방일한 모습에 점차 미혹되네.

 

지성(至誠)하지 못함을 따라 헛되게 법을 버리고

색(色)을 좇아 그 몸 사르면

여인의 재앙 이로부터 일어나니

제법이 무상하여 공함을 알지 못한 까닭이라.

 

상념[想]이 있는 보살 또한 이와 같으니

내 마땅히 성불하여 감로법 얻어

인민의 고통 해탈시키고자 하나

사람이란 상념[人想]이 있어 알지 못하네.

 

사람의 본성 구하여도 얻지 못하며

생사와 열반 또한 본래 없으니

물에 비친 달과 같이 제법은 품을 수 없어

불도를 관찰하니 돌아갈 곳 없네.

 

총명한 보살은 마땅히 이를 알아

세간이 다 본래 없음을 터득하여

모든 사람과 사물에 집착 없으면

속히 세간에서 불도를 얻으리라.

 

제불은 마음 따라 도를 얻으니

마음은 청정하고 티 없이 밝으며

5도(道)1)는 청결하여 색(色)을 받지 않으니

이것을 깨닫는 자 대도를 성취하리라.

 

제법에는 형색(形色)과 번뇌 없으며

상념[想]을 여의면 공하여 공한 생각조차 없어

음욕 끊은 즉시 마음 해탈하니

이를 아는 자 삼매 얻으리라.

 

부지런히 받들어 행하며 불도 구하고

제법이 본래 청정함 늘 들으며

행하여 구함도 없고 구하지 않음도 없으면

이 삼매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유(有)를 관찰하니 허공과 같고

도의(道意)가 적멸함을 제일로 살피며

상(想)도 지음[作]도 들음[聞]도 없으면

이것이 존귀한 불도의 깨달음이라.

 

일체 색을 봄에 있어 상념(想念)하지 않고

눈은 집착하는 바 없어 오고 감 없으며

항상 제불을 허공처럼 관하면

이미 세간의 구하는 바 모두 해탈함이라.

 

이 사람 청정하여 눈에 때 없으니

부지런히 받들어 행하여 항상 고요하며

무량한 경법(經法) 모두 수지하고

삼매를 사유하여 분별하리라.

 

이 삼매 행하여 집착하는 바 없으면

모든 어리석음 없애 선정 얻어서

부처도 봄이 없고 현성도 없으니

모든 외도 이를 듣고 의혹 일으키네.

 

생각을 초월하여 마땅히 뜻을 구해야

마음이 청정하여 부처를 보며

부처를 볼 뿐 다시 보려고 하지 않으면

이로써 존귀한 삼매를 알리라.

 

땅ㆍ물ㆍ불도 장애하지 못하고

바람과 허공도 덮지 못하니

이러한 정진 행하여 시방을 보면

앉아서 멀리 교화하는 법을 듣고 받네.

 

여기서 내가 경을 설하는 것처럼

불법 즐기는 자 면전에서 부처님 친견하리니

부지런히 수행하되 집착하지 말고

오직 세존께서 설하신 법에 따르라.

 

이와 같은 수행자 생각한 바 없이[無所念]

오로지 불법 들어 법시(法施) 일으키고

마땅히 염하여 이 삼매 깨달아

부처님 설하신 바를 두루 독송하여라.

 

과거 제불이 모두 이 법을 논하고

미래 세존 또한 이와 같으리니

뜻을 분별하여 찬설하고 선포하며

모두 이 삼매 강설을 찬탄하리라.

 

나도 이와 같이 사람 중에 존귀하고

세간에서 위없는 중생의 어버이 되어

모든 도안(道眼) 깨달아

해설하고 고요한 삼매[寂三昧] 보이노라.

 

대저 이 삼매 들은 바 있으면

항상 몸은 안온하고 마음 또한 거칠지 않으니

이는 제불의 무량한 공덕이므로

존귀한 불도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불가사의한 온갖 경전 널리 모아

일체제불의 가르침에 이르고자 한다면

속히 모든 번뇌 버리고

정진하여 이 청정한 삼매[淨三昧] 행하여라.

 

현세에서 무수한 부처님을 친견하고

모든 부처님 따라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한다면

속히 형상을 버려 집착 없애고

이 청정하고 고요한 삼매를 행하여라.

 

이와 같이 탐욕과 성냄 없애며

어리석음을 떠나 사랑도 미움도 버리고

무지도 버리고 의심도 없애면

이와 같이 공삼매(空三昧) 얻으리라.

 

6. 사배품(四輩品)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이르기 어려운 천중천(天中天)께서 이 삼매를 설해주셨는데, 만약 어떤 보살이 애욕을 버리고 비구가 되어 이 삼매를 듣는다면, 마땅히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지니며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보살이 애욕을 버리고 비구가 되어 마음으로 이 삼매를 배우고, 삼매를 독송하고, 삼매를 가지고 싶어 한다면, 마땅히 청정하게 계를 지켜야 하니 털끝만큼이라도 어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보살이 계를 어기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체 모든 금법(禁法)을 지키고 출입의 행법을 모두 지키며 털끝만큼이라도 계를 어겨서는 안 되는 것이니, 항상 두려운 마음으로 아부를 멀리 하며 실로 마땅히 금계(禁戒)를 지켜야 한다. 이렇게 지키는 것을 청정지계(淸淨持戒)라 한다. 보살이 계를 어기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보살이 색(色)을 구하는 것이다. 색을 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람이 ‘이 공덕으로 나는 다음 생에 천신이나 혹은 전륜성왕으로 태어나리라’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비구나 보살은 계를 결여한 것이다. 그런 사람이 오랫동안 이 행을 지키고 계를 지키고 스스로 복을 지켜, 태어나는 곳에서 애욕을 즐기려고 원하는 것을 계를 훼손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나 비구가 이 삼매를 배우기 원한다면 청정히 계를 지니고 모두 갖추어 이 계를 지켜 아첨하지 말아야 되니, 계를 지키는 것은 지자의 칭송하는 바가 되며 나한이 칭송하는 바가 된다. 경 가운데에서 마땅히 보시해야 하며, 마땅히 염한 바 강함을 정진해야만 하며, 믿음을 두텁게 해서 권장함을 즐겨야 한다. 항상 화상을 받들어 모시고 마땅히 좋은 스승을 받들어 모셔야만 한다. 이 삼매를 들려주고 이 삼매의 도리를 들려주는 그 사람 보기를 부처님과 같이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스승 보기를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과 같이 한다면 그는 속히 삼매를 얻으리라. 만약 좋은 스승을 공경하지 않고, 좋은 스승을 가볍게 여기며, 좋은 스승을 기만한다면, 설령 오랫동안 이 삼매를 배우고 오랫동안 지니며 행하여도 스승을 공경하지 않는 그런 자는 이를 금방 잃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있는 곳에서 이 삼매를 듣게 되면, 마땅히 그들을 부처님처럼 보아야 한다. 또한 들은 삼매의 도리를 마땅히 존경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들은 이 삼매의 도리에 대해 아첨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보살은 아첨하는 마음을 갖지 말고 항상 혼자 한곳에 머물기를 즐기며, 몸과 목숨을 아끼지 말고 사람들이 구하는 바를 희망하지 말라. 항상 걸식하고 별도의 부탁을 받지 말며, 질투하지 말고 스스로 절도(節度)를 지켜 법답게 머물며 가진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경행하며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눕거나 출입하는 것도 삼가라. 

이와 같다. 발타화여, 이와 같이 경에서 가르치니, 애욕을 버리고 비구가 되어 이 삼매를 배우려는 자는 마땅히 이와 같이 지켜야 한다.”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참으로 이르기 어려운 천중천께서 이렇게 설법해 주셨지만 후세의 게으른 보살들은 이 삼매를 듣고도 정진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나는 나중에 당래의 부처님 곁에서 이 삼매를 구하겠다’고 말하고, 또 ‘우리는 몸이 몹시 피곤하고 허약해 아마도 이 삼매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 경을 듣고도 게으르고 정진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부지런히 정진하며 이 경을 배우려는 보살들도 있을 것이니, 그들은 마땅히 이 경에 있는 법의 가르침에 따라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 경의 가르침에 따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세간 사람들이 얻는 바를 바라지 않으며, 칭송하는 자가 있어도 기뻐하지 않고, 발우와 침구와 의복을 과하게 탐내지 않으며, 애모하는 바가 없고 항상 욕심이 없을 것입니다. 이 경을 듣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며 항상 정진할 것입니다. 그들은 ‘나는 나중에 당래 부처님 처소에서 삼매를 구하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나의 근육ㆍ뼈ㆍ골수ㆍ살이 다 마르고 썩는 한이 있더라도 이 삼매 배우기를 끝내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생각하며, 또 스스로 ‘나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게으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또한 이 경을 듣고는 기뻐하지 않는 때가 없을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발타화야, 그대가 말한 바와 다름이 없으니, 나도 함께 기뻐하며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함께 기뻐한다.”

이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설한 법같이

모든 것 배워 고요한 곳에 머물러

공덕 행하여 스스로 절제하면

이 삼매 얻기 힘들지 않으리라.

 

항상 걸식하고 별청(別請) 받지 말며

모든 욕락(欲樂) 흔쾌히 버리고

이 삼매 듣고 따르며

법사(法師) 공경하길 부처님을 대하듯 하라.

 

이 삼매 염송하길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며

경법에 인색하지 말고

공양 구함 없이 경을 베풀어라.

 

이 삼매 수지하는 자

그런 자가 바로 불제자이니

배워 봉행하길 이같이 하면

머지않아 삼매 얻으리라.

 

항상 끊임없이 정진하며

졸음 쫓고 마음 열어

악지식 멀리한 후

이 법 따라 행하여라.

 

방일함을 없애 쉬지 말고

여럿 모이는 곳 항상 멀리하며

비구는 이 삼매를 구해

부처님 가르침을 이와 같이 따르라.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구니가 보살도를 구해 이 삼매를 배우고 지키고자 하면 마땅히 어떠한 법을 지녀야 이 삼매를 배우고 지키는 데 머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니가 대승을 성취하려고[摩訶衍三拔致] 이 삼매를 배워 지키고자 한다면 마땅히 겸손히 공경하며, 질투하지 말고, 성내지 말며, 교만함을 버리고, 자신을 귀하게 생각함을 버리며, 게으르지 말라. 마땅히 정진하여 잠자지 말고 눕거나 출입하는 일을 삼가며, 재물과 이익을 다 버리고 모든 것을 정결하게 호지하여라. 신명을 아끼지 말며, 항상 마땅히 경을 좋아하며, 많이 배우기를 구하라. 마땅히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려 번뇌의 그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땅히 좋은 의복과 장신구로 치장하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말며, 좋은 발우와 의복을 탐하지 말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아첨하지 말라. 이 삼매를 배울 때는 부처님 뵙는 것처럼 선지식을 공경해야 하며, 이 경전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 삼매를 지켜라.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구니들이여, 공경 행하여

질투하지 말고 성냄 떠나

교만 없애고 자만 버릴지니

이를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마땅히 잠을 멀리 하고 정진하며

욕심 버리고 목숨도 탐하지 말며

일심으로 이 법 사랑할지니

이와 같이 삼매 구하여라.

 

탐욕과 음욕을 좇지 말고

성내고 어리석음도 버려

마군의 그물에 떨어지지 말며

이와 같이 삼매 구하여라.

 

만약 이 삼매 배우려 하면

희롱 없애 몸에 집착 말며

일체 모든 의심 버리고

헛되이 꾸미지 말고 지성으로 하라.

 

작은 사랑 버리고 항상 큰 사랑으로

선지식 공경하되 자신 내세우지 말며

마땅히 모든 악을 떠나

이와 같이 삼매 구하여라.

 

수행하여 법 구하려 하면

발우와 의복에 탐착하지 말며

누군가에게서 이 삼매 들을 때

부처님 보는 것과 다름없이 하라.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집에서 도를 수행하는 재가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나서 배우고 싶어 하고 지키고 싶어 한다면 마땅히 어떻게 이 법 가운데 들어가 삼매를 배우고 지켜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재가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나서 배우고 지키려 한다면 마땅히 5계를 지니기를 견고하고 정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술을 마시지도 말고 남에게 권하지도 말아야 한다. 여인과 정 통하기를 스스로 하지도 말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권해서도 안 된다. 처자에게도 애정을 갖지 말며, 남녀를 생각하지도 말며, 재산을 생각해서도 안 된다. 항상 처자를 멀리하고 사문처럼 행동하며, 항상 8관재(關齋)를 지키고 재를 행할 때는 마땅히 절에서 행해야 한다. 항상 보시를 행하되 내가 스스로 그 복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만민을 위해 써야 하며, 항상 선지식을 크게 받들어야 한다. 계를 지키는 비구를 보면 가벼이 여기지 말고 그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행하고 나서 이 삼매를 배우고 지켜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재가보살이

이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배우기를 다하여

마음에 탐욕이 없어야 하네.

 

이 삼매 외울 때

사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처자에 탐착해서도 안 되고

재색(財色)도 멀리해야 하네.

 

항상 5계 받들어 지녀

달마다 8관재 행하되

재는 절에서 행해야

삼매를 배워 통달할 수 있으리라.

 

타인을 나쁘게 말하지 말고

얕보지도 말며

마음으로 영화를 바라지 말고

이 삼매를 행해야 하네.

 

모든 경법 받들어 섬기고

항상 도를 좋아해야 하며

아첨하고 거짓된 마음 품지 말고

인색하고 투기하지 말아야 하네.

 

이 삼매 배우려면

항상 공경 행하며

자만과 게으름 버리고

비구 스님 받들어 섬겨야 하네.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약 우바이가 대승을 성취하려고 이 삼매를 듣고 나서 배우고 지키고자 한다면 마땅히 어떤 법을 행해야 이 삼매를 배우고 지킬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우바이가 대승을 성취하려고 이 삼매를 듣고 나서 배우고 지키려 한다면 마땅히 5계를 지니고 스스로 세 가지에 귀의해야 한다. 무엇이 세 가지 인가?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하고, 가르침에 귀의하며, 비구 스님들께 귀의해야 한다. 외도를 섬기지 말고 하늘에 예배하지 말며, 좋은 날을 가리지 말고 희롱삼아 말을 하지 말며, 자만하지 말고 탐심을 갖지 말라. 우바이는 항상 보시하는 마음을 내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을 듣고자 하며 있는 힘을 다해 배우고 물어야 한다. 우바이는 항상 선지식을 공격해야 하고 싫어하거나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만약 비구나 비구니가 지나가거든 항상 손님의 자리에 모셔서 음식을 접대해야 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우바이가

이 삼매 염송하려면

마땅히 불법의 가르침 따라

5계 다 받들어야 하네.

 

이 삼매 지킬 때

마땅히 부처님을 존경하고

가르침과 비구들을 존경하며

선지식 공경해야 하네.

 

외도를 섬기지 말고

하늘에 제사지내지 말아야 할 것이니,

이 삼매 행하는 자

그런 사람 보면 서서 맞이해야 하네.

 

살생과 도둑질과 음욕 없애며

진실로 이간질 하는 말 하지 말고

술집 가지 말며

마땅히 이 삼매 행해야 하네.

 

마음에 탐욕 품지 말고

항상 보시 생각하며

아첨하는 마음 없애고

남의 단점 말하지 않아야 하네.

 

비구와 비구니를

항상 공경히 섬기고

들은 가르침은 모두 받아들여

삼매 배우기 이와 같이 해야 하네.

 

7. 수결품(授決品)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稀有)하신 천중천ㆍ여래[怛薩阿竭]께서 곧 이 삼매를 설하심은 모든 보살이 원하는 바이니, 정진 수행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도 이 삼매는 염부리(閻浮利)에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한 후에 이 삼매는 마땅히 40년 동안 존재하고 그 후에는 사라질 것이다. 그 뒤 난세에 불경(佛經)이 사라지려고 할 때에는 모든 비구들이 더 이상 불교를 이어받지 않을 것이며, 그 후의 난세에는 나라들이 서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바로 그때 이 삼매가 염부리(閻浮利)에 다시 나타날 것이니,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이 삼매경이 다시 출현하는 것이다.”

 

발타화보살과 나린나갈(羅隣那竭)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난세에는 저희들이 함께 이 삼매를 보호하고, 이 삼매를 지니고, 구족하게 사람들을 위해 이것을 설하고, 이 경전을 듣게 하여 싫어함이 없게 하겠습니다.”

 

마하수살화(摩訶須薩和)보살ㆍ교일도(憍日兜)보살ㆍ나라달(那羅達)보살ㆍ수심(須深)보살ㆍ인저달(因坻達)보살ㆍ화륜조(和輪調)보살도 함께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세간이 문란해질 때에는 이 경전을 저희들이 함께 호지해서 불도를 오래 머물게 하겠습니다.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 있으면 저희들이 함께 설해 주어 이 깊은 경전을 가르쳐 주고, 세간에 믿는 사람이 적더라도 저희들은 모두 수지하겠습니다.”

 

이때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5백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 부처님 앞에서 합장하고 나아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난세에는 이 삼매를 듣고 모두 스스로 옹호하고 지니기를 원하겠습니다.”

 

5백 명의 대중과 이 여덟 보살에게 부촉하실 때, 부처님의 미소 짓는 입 안에서 금색 광명이 나와 시방세계의 헤아릴 수 없는 불국정토에 이르러 모두 다 비추었고, 돌아와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머리 위로 들어갔다. 

이때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가사를 입고 부처님 전에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멈추어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그 마음 청정하고 행에 더러움 없으시며

신통 다함없어 큰 변화 일으키시니

이미 모든 장애 떠나 뭇 지혜 초월하시고

광명으로 어둠을 없애 번뇌를 벗어나셨네.

 

지혜 무량하여 마음 두루 아시고

천중천 부처님은 가릉빈가 소리로

일체 외도 능히 제압하시니

어떤 연고로 미소 짓고 미묘한 광명 내십니까?

 

바르고 참되게 깨달으신 분이시여, 해설해 주소서

일체 중생 가엾이 여기심 존귀하시니

부처님의 부드러운 음성 들으면

모두 알아 속된 행 성스러워지리.

 

세존에 의한 감응은 점치는 것이 아니니

모든 성인 도사들도 비웃지 못하네. 

지금 누가 수기 중에 있는지를

원컨대 세존이시여, 이 뜻을 설해 주소서.

 

오늘날 누가 도덕 잘 지키고

누가 묘행을 얻었으며

누가 지금 깊고 깊은 법장을 받아

중생들이 귀의하는 위없는 도덕을 얻겠습니까?

 

오늘날 누가 세간을 불쌍히 여겨

누가 이 법의 가르침 받들며

누가 부처님의 지혜 견고히 세울 수 있는지를

원컨대 세존이시여, 설해 주소서.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을 위해 게송을 읊으셨다.

 

부처가 아난에게 말하니, 너는 보지 않았느냐. 

5백 명 대중이 앞에 서서

그 마음 기뻐하며 노래하기를

저희도 이 법을 체득하겠노라고 하였다.

 

얼굴에 기쁨 가득 부처를 우러르며

저희들 언제나 이와 같이 되겠습니까 하고

모두가 서서 부처를 찬탄하며

저희들 다음 회상에선 이와 같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지금 여기 5백 명의 대중들은

비록 이름 다르지만 근본수행 같으니

항상 즐거이 이 깊은 경전 받들기를

미래세에도 이와 같이 할 것이라.

 

이제 내 부촉하여 그대들에게 이르니

부처의 지혜 무량하여 그대들의 근본을 안다. 

그대들은 한 부처님만 친견한 것 아니니

또한 여기에 서지 않고도 그 지혜를 얻으리라.

 

그대들의 과거 생을 낱낱이 살펴보니

일찍이 8만 부처님을 친견하며

5백 대중은 도에 들어

항상 경의 뜻을 이해하여 부지런히 행을 성취하였네.

 

무수한 모든 보살 권유하여

항상 자애(慈哀)을 행하고 경법을 옹호하며

일체 중생 교화시켜

모두 대도행(大道行)을 체득케 하였네.

 

과거 모든 세존 친견하니

그 수는 80억 나유타[那術]2)

넓고 큰 이름과 덕에 마음 해탈하여

이 법 옹호하고 3전법륜[三轉行]3) 행하였네.

 

현세 여기에서 나의 가르침 받아

이 사리 나누어 공양하고

부처님의 교화를 진리에 안주해 수습하고

모두 다 독송하기를 부촉하네.

 

탑이나 사찰이나 산중에 머무르면서

천룡과 건다라(乾陀羅)에게도 부촉하고

각각에게 경전 전수해 주니

수명이 다하면 천상에 나리라.

 

천상의 수명 다한 후 세간에 돌아와

각각 다른 가문[種姓]으로 태어나도

다시 이 불도 행하여

소원대로 이 경을 분별하리라.

 

이 경법 좋아하고 즐기는 까닭에

구하자마자 얻어 지니고 봉행하며

무수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기쁘고 한량없는 마음 견줄 데 없으리라.

 

이들은 지혜로 법을 싫어하지 않으며

몸과 수명 탐하지 않고

일체 외도에게 항복을 받아

경법 베풀어 그 뜻을 넓히리라.

 

이 경법을 능히 얻고 지녀

독송하고 강설할 자 없으나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부대중인

5백 대중은 능히 지켜 감당할 수 있으리라.

 

이 여덟 보살인 발타화

나린나갈ㆍ나라달

마하수살ㆍ화륜조

인저달ㆍ수심ㆍ교일도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 등은

현묘한 법 받들어 그 뜻 숭상하고

항상 이 경전의 가르침으로 세간을 가엾이 여겨

방등경 선양하고 널리 유포하라.

 

발타화 등 여덟 보살

5백 대중의 영웅 되어

항상 방등경 받들어 지녀

세속에 있어도 집착하는 바 없으니,

 

일체 속박 벗어난 공혜(空慧) 알며

자마금색(紫磨金色)과 같은 모든 복덕상으로

항상 자애롭게 중생 제도하며

안온을 베풀고 모든 번뇌 없애주네.

 

그 목숨 다한 후 법가(法家)에 태어나

다시는 3악도에 돌아가지 않고

세세생생 수순하고 화합하여

그런 후에 존귀한 불도(佛道)를 얻게 되네.

 

이미 8난처(難處) 버리고

일체 악도 멀리 하였으니

그 공덕행 측량하기 어려우며

받는 복덕 헤아리기 어렵네.

 

마땅히 다시 미륵부처님 친견하여

모두 함께 일심으로 귀의하고

모두 함께 자애(慈哀)로써 공양하니

무상적멸구(無上寂滅句)를 얻으리라.

 

그 마음 한결같이 온화하게 가져

바른 뜻으로 사람 중에 존귀한 분[人中尊] 섬기며

속세 일에 의지 않고 무생법인 증득하여

한시바삐 무상대도행 얻으리라.

 

그는 항상 이 경법 받들어 지니길

아침부터 밤늦도록 독경하며

많은 공덕 심고 범행 닦아

미륵불 친견할 때도 이와 같이 하리라.

 

이 현겁에 출현하시는 부처님

세간을 불쌍히 여겨 광명 놓으시니

그분들 계시는 곳마다에서 널리 법을 지니며

과거ㆍ현재ㆍ미래불을 받들어 섬기리라.

 

모든 제불을 다 공양하고

삼세불을 친견해 모든 3독(毒) 없어져서

한시바삐 존불도(尊佛道)를 체득하리니

그 불가사의함 한량없으리라.

 

그 중 먼저 불도 얻은 자 있어

뒷사람들 서로 전하며 함께 공양하리니

셀 수 없는 나유타겁 동안

이와 같이 하고서야 마침내 끝내리라.

 

이 자리의 거사 발타화

나린나갈ㆍ나라달

수살화ㆍ교일도 등은

항하(恒河)의 모래같이 많은 제불 이미 친견했네.

 

바른 법의 교화를 항상 받들고

제불의 한량없는 가르침 널리 선포하며

도행 무량하여 일컬을 수도 없으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억 겁에 이르네.

 

가령 어떤 사람이 명호를 수지하여

두루 다니는 곳이나 혹은 꿈속에서도

이와 같이 용맹하게 세간 인도하면

모두 마땅히 무상도를 체득하리라.

 

부처님 친견하거나 음성을 듣고

그 마음 뛸 듯 기뻐하는 자 있으면

모두 불도 얻어 다시는 의심 없으리니

하물며 받들어 공양하는 자이랴.

 

만약 이를 성내고 비난하여

악의로 질타하는 자 있어도

이 여덟 보살 위신력의 은혜로

불도를 얻을 수 있으니 하물며 공경하는 자이랴.

 

그가 받는 법은 불가사의하고

명칭과 수명 무량하며

광명 한량없고 덕 의심 없으니

지혜 무량하고 행도 그러하네.

 

무량한 부처님을 항상 면전에서 친견하니

청정한 계(戒) 항하의 모래알 같으며

이에 널리 두루 보시행하여

이로써 무상도를 구하네.

 

무수한 억 겁 동안 그 복덕 설할지라도

그 공덕 말로 다할 수 없으니

이 경법 받아 독송하는 자는

대도(大道)를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이 경전 흔쾌히 좋아하여

수지 독송하고 강설하는 자는

마땅히 알아야 하리, 5백 인 중 한 사람으로

그 마음 애락(愛樂)하여 마침내 의심 없네.

 

가령 이 경법 베풀고

도를 사랑해 부지런히 닦으며

청정히 지계(持戒)하고 잠을 멀리하면

이 삼매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편안함 얻고자 하면 경계(經戒)를 펴고

비구는 가르침 받아 한적한 곳에 머물며

항상 걸식[分衛]4)하며 만족할 줄 알면

마침내 이 삼매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모든 번잡함 멀리하여 별청 받지 말고

입으로 맛을 탐하지 말고 애욕 버리며

이 경법 들려준 자를

세존처럼 공경하며 항상 공양하여라.

 

간탐(慳貪)을 없애고 이 법 수지하며

음욕 끊고 어리석음 버리며

대도 일으켜 마음에 의심 없애고

그런 후에 이 삼매를 배워 행하라.

 

집착 없이 행하고 모든 욕심 버리며

항상 스스로 삼가며 분노와 원망 버리고

정진하며 불법 봉행해야 하니

그런 후에 이 삼매를 배우라.

 

남녀와 소유를 탐하지 말고

교만심과 처첩을 멀리하며

집에서 도 닦으며 항상 부끄러워할지니

그런 후에 이 삼매 배우고 외우라.

 

유순하게 행하여 해치는 마음 없애고

모든 악을 버려 비방함 즐기지 말며

색심으로 구하지 말고 무생법인 얻어

마땅히 이 삼매를 독송하라.

 

만약 비구니가 이 법을 배워

항상 공경하며 교만심 버리고

희롱과 거만함 멀리한다면

이 삼매 얻기 또한 어렵지 않네.

 

항상 정진함에 수면 멀리하고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으며

법을 즐겨 목숨 아끼지 말고

그런 후에 이 삼매 배우고 외우라.

 

음욕의 마음 제어하여 집착 버리고

성내는 마음을 없애고 아첨함을 버리면

마침내 다시는 마군의 그물에 걸림 없으리니

이 삼매 지녀 이와 같이 얻으리라.

 

모든 중생에게 평등 행하며

방일과 온갖 번뇌 없애고

급한 성격과 거친 말 없앨지니

그런 후에 이 삼매 배우고 외우라.

 

발우ㆍ침구ㆍ의복을

잠깐이라도 탐해서는 안 되며

훌륭한 스승 공경하여 부처님처럼 대할지니

그런 후에 이 삼매 배우고 외워라.

 

선리(善利)를 얻어 악도를 벗어나고

일심으로 부처님 가르침 즐거이 믿으면

일체 8난처 멀리 벗어나리니

이 경전 지니는 자 이와 같이 얻으리라.

 

8. 옹호품(擁護品)

 

발타화보살ㆍ나린나갈보살ㆍ교일도보살ㆍ나라달보살ㆍ수심보살ㆍ마하수살화보살ㆍ인저달보살ㆍ화륜조보살은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모습을 친견하였다. 이 여덟 보살은 모두 크게 환희하여 5백 벌의 겁파육(劫波育)5)의 비단옷과 보배로써 보시하였으며, 몸을 바쳐 스스로 귀의하여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발타화 등은 5백 보살 중에서도 스승으로서 항상 정법을 지니며, 모여서 가르침에 따라 환희하지 않는 자가 없다. 즐거운 마음[歡樂心], 때를 따르는 마음[隨時心], 청정한 마음[淸淨心]으로 욕심을 버렸다.”

 

이때 5백의 대중이 모두 손을 단정히 모으고 부처님 앞에 섰다.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보살은 몇 가지 일을 가져야 이 삼매를 얻겠습니까, 천중천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四事]가 있으면 속히 삼매를 얻는다. 무엇이 넷인가? 첫째 외도를 믿지 않는 것이며, 둘째 애욕을 끊는 것이며, 셋째 행을 법에 맞게 하는 것이고, 넷째 다음 생을 탐하지 않는 것이니, 이 네 가지로 보살은 속히 삼매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배우고서 지니고 독송하고 지킨다면, 금생에 곧 5백 가지의 공덕을 스스로 얻으리라. 비유컨대 발타화여, 자비심이 있는 비구는 끝내 독이 해치지 못하고, 병기(兵器)가 해치지 못하며,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고, 물에 빠지더라도 죽지 않고, 제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해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보살이 이 삼매를 지니면 마침내 독이 해치지 못하고, 병기(兵器)가 해치지 못하며, 불이 능히 태우지 못하고, 물에 빠지더라도 죽지 않고, 제왕이라도 그를 해치지 못한다. 

비유컨대 발타화여, 겁이 다하여 타서 없어질 때에도 이 삼매를 지닌 보살은 설사 불 속에 떨어진다 할지라도 불이 곧 소멸되기가 마치 큰 항아리의 물로써 작은 불을 끄는 것과 같으리라.”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한 말은 틀림없다. 이 보살이 삼매를 지니면, 제왕ㆍ도둑ㆍ물ㆍ불ㆍ용ㆍ뱀ㆍ열차(閱叉:夜叉)ㆍ맹수ㆍ이무기ㆍ교룡ㆍ사자ㆍ호랑이ㆍ늑대ㆍ개ㆍ사람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ㆍ원숭이ㆍ아귀ㆍ구원 귀신(鳩洹鬼神) 등이 사람을 희롱하려 하고, 죽이려 하고, 사람의 발우와 침구를 뺏으려 하고, 사람의 선정을 깨려 하고, 사람의 생각을 빼앗으려 하지만, 이 보살에게는 그렇게 하려고 해도 끝내 그럴 수가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것과 다름이 없으니, 숙세의 과보를 제외하고 그 나머지는 받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것과 다름이 없으니, 만약 보살이 이 삼매를 지닌다면 결코 눈병이 나지 않고 귀ㆍ코ㆍ입 등 몸에 병이 없으며, 마음에도 근심이 없고 액난도 없을 것이다. 이 보살이 죽거나 죽음에 임박해 이런 질환이 생긴다 해도 부처의 말이 틀렸다고 하리라. 그러나 그가 숙세에 지은 업에 대해서는 예외이다.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은 모든 하늘이 칭찬하고, 모든 용이 칭찬하며, 모든 열차와 귀신이 칭찬하고, 모든 아수륜이 칭찬하며, 가류라(迦留羅) 귀신ㆍ진타라(眞陀羅) 귀신ㆍ마후륵가(摩睺勒迦) 귀신ㆍ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人非人] 등도 모두 이 보살을 칭찬하고, 천중천이신 제불도 이 보살을 칭찬하리라.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은 모든 하늘의 보호를 받고, 모든 용의 보호를 받으며, 사천왕ㆍ석제환인ㆍ범삼발천(梵三鉢天)도 모두 이 보살을 보호하고, 열차 귀신ㆍ건달바[乾陀羅] 귀신ㆍ아수륜 귀신ㆍ가류라 귀신ㆍ진타라 귀신ㆍ마후륵가 귀신ㆍ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 등이 다 함께 이 보살을 옹호하며, 천중천이신 제불도 다 함께 이 보살을 옹호하리라.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은 모든 하늘이 경애하고, 모든 용ㆍ열차 귀신ㆍ건타라 귀신ㆍ아수륜 귀신ㆍ가류라 귀신ㆍ진타라 귀신ㆍ마후륵 귀신ㆍ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것 등도 다 함께 이 보살을 경애하며, 천중천이신 제불도 모두 애욕이 없는 도의 공덕[道德]을 가졌으므로 이 보살을 경애하리라.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은 모든 하늘이 보고 싶어 하며, 모든 용ㆍ열차 귀신ㆍ건타라 귀신ㆍ아수륜 귀신ㆍ가류라 귀신ㆍ진타라 귀신ㆍ마후륵 귀신ㆍ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 등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이 보살을 보고 싶어 하리라. 천중천이신 제불도 모두 제각기 이 보살을 자기 처소로 오게 하려 할 것이니, 자기 백성으로 삼고 싶어 오게 하려는 것이다.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에게는 모든 하늘이 그 처소로 찾아갈 것이며, 모든 용ㆍ열차 귀신ㆍ건타라 귀신ㆍ아수륜 귀신ㆍ가류라 귀신ㆍ진타라 귀신ㆍ마후륵 귀신ㆍ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들이 모두 그 보살의 처소로 찾아가 만날 것이다. 천중천이신 제불도 이 보살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 꿈속에서도 볼 것이니, 모든 부처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혹은 모든 부처님께서 제각기 자신의 명호를 말씀하시기도 하리라.

 

또한 발타화여, 이 보살에게 아직 외우지 못한 경이나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경전이 있다면, 이 보살은 이 삼매의 위신력으로 꿈속에서 그 경전의 이름을 저절로 얻고 그 낱낱의 경전 말씀을 샅샅이 보고 샅샅이 들으리라. 만일 낮에 얻지 못한다면 밤에 꿈속에서라도 다 보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1겁, 또다시 1겁을 더 지난다 해도 이 삼매를 지니는 보살의 공덕을 내가 다 설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애를 써 이 삼매를 얻은 자이랴.”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삼매적정의 뜻을 배우고 독송한다면

설사 그 공덕을 찬탄하고자 할지라도

비유컨대 항하의 모래 한 알 줄이는 것과 같네.

 

칼이나 창으로도 상처 내지 못하고

도적이나 원수라도 해치지 못하며

국왕과 대신이 기쁘게 대할 것이니

이 삼매 배우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독사가 독을 품으면 참으로 두려우나

저 수행자 보면 독이 속히 제거되어

다시는 성내어 악한 기운 내뿜지 않으니

이 삼매 독송하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원수와 싫어하는 사람 능히 대적치 못하며

하늘ㆍ용ㆍ귀신ㆍ진타라

그 위엄스러운 빛을 보고 침묵하니

이 삼매 배우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산과 들의 이리와 이무기

사자ㆍ호랑이ㆍ사슴ㆍ원숭이들도

해칠 마음 없어 독을 감추고

모두 와서 친히 이 수행자 옹호하네.

 

아주 나쁜 귀신 사람의 혼 빼앗고

제천과 인민을 해치려는 마음 품을지라도

그 위신력에 감화되어 자연히 항복하니

이 삼매 배우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그 사람 병들지 않아 고통 없고

귀와 눈이 총명하여 막힘없으며

언변과 지혜 특히 뛰어나리니

삼매 행하는 자 속히 여기에 이르리라.

 

그 사람 끝내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아귀도와 축생 벗어나

세세에 태어난 숙명 아니

이 삼매 배우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귀신ㆍ건타라가 함께 옹호하고

제천ㆍ인민도 이와 같으며

아수륜ㆍ마후륵 또한 그러하니

이 삼매 행하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제천이 실로 함께 그 공덕 노래하고

천ㆍ인ㆍ용ㆍ귀신ㆍ진타라

제불도 찬탄하며 소원대로 되게 하니

외워서 사람들에게 이 경을 설한 까닭이네.

 

그 사람 도 닦는 마음 물러남 없고

법의 지혜로운 뜻 다함이 없으며

용모 아름다워 견줄 데 없으니

이 경 외우고 익혀 사람들 교화하네.

 

나라끼리 서로 싸워 백성은 어려워지고

굶주림이 끊임없어 고난에 쌓여도

끝내 그 목숨 일찍 잃지 않으니

능히 이 경 독송하고 교화하는 사람일세.

 

용맹스럽게 모든 마군 항복받아

마음에 두려움 없어 머리털 서지 않으며

그 공덕 다 헤아릴 수 없으리니

이 삼매 행하면 이와 같음 얻으리라.

 

요사스런 방술ㆍ마술ㆍ부적

더럽고 삿된 도와 부정한 행위들이

끝내 그 몸에 들어오지 못하리니

불법 좋아함으로써 근본을 통달했기 때문일세.

 

모두들 다 함께 그 공덕 노래하리라. 

공혜(空慧)를 구족한 부처님의 아들이라고

그런 후 당래 최후말세에

이 경 손수 얻어 이와 같음 얻으리라.

 

항상 정진하여 환희용약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쁘게 이 법 받들며

경전 수지하며 강설하고 독송해야 하니

지금 나는 이로써 그들 위해 설하노라.

 

9. 찬라야불품(羼羅耶佛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찬라야불(羼羅耶佛)ㆍ달살아갈(怛薩阿竭)ㆍ아라하(阿羅訶)ㆍ삼야삼불(三耶三佛)6)이다. 세간에서 가장 존귀하고 세간을 편안하게 하며 경에도 매우 밝아 천상천하에서 그 명호를 천중천(天中天)이라 하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수달(須達)이었다. 그는 2만 인과 더불어 찬라야부처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찬라야부처님께 이 삼매에 대하여 여쭈었고, 찬라야부처님은 장자의 아들인 수달의 마음을 알고 곧 이 삼매를 설하셨다. 장자의 아들 수달은 이 삼매를 듣고 나서 크게 환희하여 모두 독송수지하고 사문이 되어 이 삼매 구하기를 8만 년 동안 하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부처님을 따라 매우 많은 경을 들었으며, 무수한 부처님을 좇아 경을 들어 그 지혜가 대단히 높고 밝았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그 후 수명이 다하여 도리천에 태어났으며, 그 후 다시 천상에서 내려와 세간에 태어났다.

 

이때 오랜 겁 전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술사파제(術闍波提)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7)이며, 그 부처님은 왕족 출신이었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다시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듣고 그것을 구하였다. 

이때 오랜 겁 전에 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뇌비라야(賴毘羅耶)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며, 그 부처님은 바라문종족이셨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다시 그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수지하며 8만 4천 년 동안 이 삼매를 구하였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그 후 8만 겁이 지난 후에 부처가 되었고 그 명호는 제화갈라(提和竭羅)였다. 이때 장자의 아들인 수달은 인품이 고명하고 용맹스러웠으며 지혜는 매우 광대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보았느냐? 발타화여, 공덕이 이와 같아 사람들이 불도를 성취하게 한다. 만약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려고 하면 마땅히 배워서 외우고 지니며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지켜야 한다. 이와 같이 하는 자는 머지않아 불도를 이루리라. 너희들은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삼매는 보살의 눈이며, 모든 보살의 어머니이며, 모든 보살이 우러러 귀의할[歸仰] 곳이며, 모든 보살이 출생하는 곳이니, 너는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삼매는 어둠을 없애고 온 세상을 밝힌다. 너는 알겠느냐?

발타화여, 이 보살의 삼매는 모든 부처님의 보고이며, 모든 부처님의 땅이며, 진귀한 보배를 지닌 바다의 샘이며, 무량공덕의 성(城)이며, 명철한 이익을 얻는 경이니, 당장 이 삼매가 나온 바를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이로부터 부처가 나오는 것이니, 이 경을 들으면 분명히 4의지(意止)8)에 서게 된다. 무엇이 4의지인가? 첫째, 자신의 몸을 관하고 타인의 몸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관하고 타인의 몸을 관하면 본래 몸은 없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괴로움을 관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괴로움을 관하고 타인의 괴로움을 관하면 본래 괴로움은 없는 것이다. 셋째, 자신의 뜻을 관하고 타인의 뜻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뜻을 관하고 타인의 뜻을 관하면 본래 뜻은 없는 것이다. 넷째, 자신의 법을 관하고 타인의 법을 관하는 것이다. 자신의 법을 관하고 타인의 법을 관하면 본래 법은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누가 믿을 것인가? 오직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과 아유월치(阿惟越致)와 아라한만이 믿을 뿐이다. 어리석고 미혹한 마음의 소유자는 현재 부처님께서 앞에 서 계시는 삼매[現在佛前立三昧]를 멀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으로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며 마땅히 부처님을 친견하려 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은 마땅히 부처님을 염하고 부처님을 친견해야 하며, 마땅히 경을 들어야 하지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본래 없으며, 이 법도 인연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래 공하여 있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각각 법을 염함을 행하지만 이 법 가운데에는 취할 바도 없고 이 법 가운데에는 집착할 바도 없으므로 공과 같이 매우 청정하다. 

이 법은 사람들 생각의 대상이 되지만 분명히 있는 바가 없다. 있는 바가 없는 이 법은 거짓 인연이므로 공적하여 열반과 같다. 이 법은 있는 바가 없기 때문에 본래 이 법은 없으며, 온 곳도 없고 역시 갈 곳도 없다. 사람 또한 본래 없으며 이 법은 집착하지 않는 자에게는 가까이 있고 집착하는 자에게는 멀리 있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지키는 자들은 생각[想]으로 생각 없음[無想]에 들어가 부처님을 친견하고 부처님을 염하며 깨달음을 지켜 경을 듣고 법을 염하나, 깨달음을 고수하여 나를 염해서도 안 되고 법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깨달음을 지킴이 있기 때문이다. 

발타화여, 깨달음을 지킴이 있으면 부처님을 친견하지 못하며, 집착하는 바가 털끝만큼이라도 있으면 법을 얻지 못한다. 바라는 것이 있어 타인에게 베풀면 그것은 바른 베풂이 되지 못하고, 바라는 것이 있어 계를 지키면 그건 부정한 것이 된다. 법을 탐하면 열반을 얻지 못하며, 경 가운데 아첨함이 있으면 고명함이 되지 못한다. 대중 모임 가운데에 있어서 즐거워하거나 다른 도에 대해 기뻐함이 있다면 마침내 한 가지도 얻지 못한다. 탐욕 가운데 있으면 염하기 어려우며, 성냄이 있다면 능히 인욕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바가 있으면 타인의 훌륭한 점을 설하지 못한다.

 

아라한(阿羅漢)의 도(道)만을 잘 구하는 자는 이러한 견해를 얻지 못하여 현재불실재전립삼매(現在佛悉在前立三昧) 가운데 온 바가 없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법락(法樂)을 생하여 그 가운데 서며 집착하는 것이 있어서 공(空)을 얻지 못하니, 보살은 끝내 이 경지를 얻지 못하여 간탐(慳貪)하게 된다. 해태심이 있으면 도를 얻지 못하고, 음욕과 질투가 있으면 관에 들지 못하며, 염하는 바가 있으면 삼매에 들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러한 공덕 헤아릴 수 없어

계 받들어 구족하니 허물없고

청정한 그 마음 번뇌 여의어

이 삼매 행해 이와 같음 얻으리라.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지혜는 넓고 커 모자람이 없으며

널리 통달한 모든 뜻 항상 잊지 않으니

공덕의 행이 밝은 달 같으리라.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깨달은 뜻 알려 해도 다 알 수 없고

무량의 도법 훤히 아니

무수한 모든 하늘 그 덕 옹호하네.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항상 스스로 면전에서 무수한 부처님 친견하고

무량한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을 듣게 되며

바로 능히 수지하고 염하여 널리 행하네.

 

가령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악한 죄 쓰라린 고뇌 모두 없애니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모든 부처님

다 같이 이 보살을 찬탄하네.

 

만약 보살이

미래 무수한 불세존을 친견하려면

한 마음으로 기뻐하며 정법에 머물러

마땅히 이 삼매 배우고 외워야 하네.

 

그처럼 이 삼매 가진 이 있으면

그 공덕과 복 헤아릴 수 없으며

사람 몸 받음이 가장 으뜸이니

초월한 출가로 걸식 행하네.

 

만약 말법에 이 경 얻는 이 있으면

공덕과 이익 가장 으뜸이고

그 복 얻음에 다함이 없으니

이 삼매 머무름에 이와 같음 얻으리라.



반주삼매경 하권

 

지루가참 한역

한보광 번역

 

10. 청불품(請佛品)

 

발타화보살은 의복을 단정히 하고 장궤차수(長跪叉手)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하여 내일 저희 집에서 공양을 올리고자 하니, 부처님께서는 어여삐 여겨 청을 받아 주시길 원합니다.”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은 묵묵히 모두 청을 받아들였다. 발타화보살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는 일어나 마하파유제(摩訶波喩提) 비구니 처소에 이르러 비구니에게 물었다. 

“원컨대 저의 청을 받아들여 내일 비구니들과 함께 저희 집에서 공양을 드소서.”

마하파유제 비구니는 그 청을 받아들였다.

 

발타화보살이 나린나갈보살에게 말하였다. 

“아우여, 모든 이웃 나라에서 새로 오는 사람이 있으면 모두 청하여 부처님 오시는 자리에 모이게 하여라.”

나린나갈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께 장궤차수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의 형이 부처님께 청하였습니다. 새로 오는 모든 사람들도 저희 집에서 음식을 먹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발타화보살ㆍ나린나갈보살ㆍ교일도보살ㆍ나라달보살ㆍ수심보살ㆍ마하수살화보살ㆍ인저달보살ㆍ화륜조보살은 모두 종친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또 비구 스님들에게도 예를 올렸다. 예를 올리고 나서 부처님 계신 곳에서 물러나 돌아가 나열기국의 발타화보살의 집에 가서 모두 서로 도와 공양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하였다. 사천왕과 석제환인과 범삼발(梵三鉢)1)도 모두 속히 가서 발타화보살을 도와 공양을 준비하였다.

 

이때 발타화보살은 종친들과 함께 나열기국을 장엄하여 여러 가지 그림과 번(幡)으로 그 나라를 장식하였다. 거리마다 모두 그림과 번을 걸고 온 나라 안 곳곳에 꽃을 뿌리고 향을 피웠으며, 백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부처님을 비롯하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및 모든 가난한 자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공양을 충분히 준비하였다. 왜냐하면 보시는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되어 인민과 날짐승과 기는 벌레 종류에 이르기까지 모두 평등하기 때문이다.

 

발타화를 비롯한 여덟 보살과 여러 종친들은 공양 시간이 되자, 부처님 전에 나아가 이마를 부처님 발에 대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공양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왕림해 주옵소서.”

 

이때 부처님께서는 비구 스님들과 더불어 모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함께 가셨다. 함께 맞이하러 온 자들도 모두 부처님을 수행하여 나열기국에 들어가 발타화보살의 집에 이르렀다. 

발타화보살은 이렇게 염원하였다. 

‘이제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나의 집이 대단히 넓어지고 모두 유리로 변해 안팎이 서로 훤히 보이게 하여, 성 밖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나의 집을 볼 수 있게 하고, 나의 집에서도 모두 성 밖을 볼 수 있게 하였으면 한다.’

곧 부처님께서는 발타화의 마음속 염원을 아시고는 바로 위신력을 나타내 발타화보살의 집을 엄청나게 넓어지게 하고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 집 안을 볼 수 있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먼저 발타화보살의 집에 들어와 앉으시고,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등 각각 다른 부류들도 모두 그 집 안에 앉았다. 발타화보살은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앉은 것을 보고는 몸소 부처님과 비구들께 공양을 올렸는데 약 백여 가지의 음식을 올렸다. 부처님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 모두가 바로 공양하였고, 여러 가난한 사람들도 모두 평등하게 공양하며 제각기 만족스러워하였다. 이들 모두는 부처님 위신력의 은혜를 입어 만족스러워하였다.

 

발타화보살은 부처님과 여러 제자들이 모두 공양 마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씻을 물을 돌린 후 부처님 앞에 작은 상을 놓고 앉아 경을 들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발타화보살과 사부대중의 제자들을 위하여 경을 설하시니, 기뻐하지 않은 자가 없었고, 즐거이 듣지 않는 자도 없었으며,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도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으로써 비구들과 모든 제자들의 청을 받아들인 후, 일어나서 비구들과 함께 떠나셨다. 

발타화보살은 공양을 마친 후 종친들과 함께 나열기국을 나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앞에 나아가 예를 갖추고 모두 물러나 한쪽에 앉았으니, 그들은 나린나갈보살ㆍ교일도보살ㆍ나라달보살ㆍ수심보살ㆍ마하수살화보살ㆍ인저달보살ㆍ화륜조보살이었다. 발타화보살은 모든 대중이 편안하게 앉은 것을 본 후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보살이 몇 가지 일을 해야 현재불실재전립삼매를 얻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 다섯 가지[五事]가 있으면 즉시 현재불실재전립삼매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배우고 지녀 진리를 행함에 마음이 전도(顚倒)되지 않아야 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깊이 경을 좋아하여 다할 때가 없고 끝이 없어야 한다. 모든 재앙을 벗어나고 모든 번뇌를 해탈하며 어두움을 버리고 밝음에 들어가며 모든 몽롱함을 다 소멸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보살은 온 곳이 없는 법락을 체득(逮得)하고, 이 삼매를 얻을 것이다. 또한 발타화여, 다시 다음에 태어날 곳을 바라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둘째다. 또한 다른 외도의 가르침[餘道]을 기뻐하거나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 셋째이고, 다시는 애욕을 즐기지 않는 것이 넷째며, 행을 지키되 다함이 없는 것이 다섯째이다.

 

또한 보살에게 다섯 가지[五事]가 있으면 곧 삼매를 얻는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로 보시하는 마음에 후회가 없어야 하고, 탐심이 없어야 하며, 아까운 생각이 없어야 하고, 그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하며, 보시한 후에 다시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발타화여, 보살은 경을 수지하고 보시하며, 남을 위하여 경을 설하며, 설하는 말은 진리에 안주하고 의심이 없고 애석함이 없어야 하며, 부처님의 깊은 말씀을 설하면서 자신의 행동도 그 삼매 중에 서야 한다.

 

다시 발타화여, 보살은 질투하지 않으며, 행한 일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고, 잠을 멀리하며, 5욕을 물리쳐야 한다. 자신의 좋은 점을 스스로 말하지 말고 남의 나쁜 점을 말하지도 말라. 남이 자기를 욕하거나 형벌을 주더라도 성내지 않고 원망하지 않으며 태만하지도 말아야 하니, 왜냐하면 공행(空行)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시 발타화여, 보살은 이 삼매를 스스로 배우고, 남에게 가르치고, 이 경을 서사(書寫)하되 좋은 비단에 싸서 오래 보존해야 한다.

 

다시 발타화여, 보살은 믿음에 있어 많이 즐거워하고, 장로와 선지식을 공경하며, 새로 배우는 사람들에게 만약 보시를 받으면 마땅히 은혜를 갚을 것을 생각해야 한다. 항상 식신(識信)을 내어 사람들에게서 적은 보시를 받더라도 크게 보답할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하물며 많은 보시를 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랴. 보살은 항상 경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되 반복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버리고 항상 반복해서 거듭 염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자는 삼매를 빨리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항상 법을 즐겨 깊은 깨달음에 있고

모든 습욕(習欲)으로 생을 탐하지 않으며

5도(道)를 거닐어도 집착함이 없으면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기꺼이 보시하되 대가를 생각하지 말고

은혜에도 집착 말고 생각도 쫓지 말며

베풂에 있어 받는 자에게 생색내지 말고

오직 부처님의 깊은 지혜 깨닫고자 해야 하네.

 

가엾은 중생에게 보시 행하되

그 마음 기뻐하며 후회하지 말고

항상 보시ㆍ지계ㆍ인욕과

정진ㆍ일심ㆍ지혜의 행을 세워야 하네.

 

6바라밀 구족하여 일체를 섭수하고

4등심(等心)2)인 자ㆍ비ㆍ희ㆍ호(護)의

선교방편으로 중생 제도하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보시 행함에 아끼고 탐내는 마음 버리고

그 마음 기쁘게 베풀어

이미 보시한 뒤에도 항상 기뻐할지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경법을 훤히 알아 문장을 분별하고

부처님께서 설하신 깊은 요의 들어

미묘한 도의 덕화 강설하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그 사람 이 삼매 배워 외우며

해탈지혜 구족하여 사람에게 설하고

이 경법 오래도록 머물게 하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항상 심오한 부처님의 경법 숨기지 말며

공양 바라서 강설하지 말고

오직 안온(安穩)한 불도의 경지 구할지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집착을 제거하여 모든 번뇌 버리고

거만과 교만을 버려서

자신을 칭찬하거나 남의 단점 말하지 말며

결코 아상(我想)을 내지 말아야 하리라.

 

열반적정에 들어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곧 능히 이 도의 정혜(定慧)를 깨달아

아첨하는 마음 버려 청정해지니

이로써 속히 불기인(不起忍) 체득하리라.

 

항상 지성(至誠)으로 수행하여 꾸밈 없애고

서원이 구족하여 부족함 없으며

온갖 바른 덕을 심어 삿된 행 없앨지니

이 법 좋아하는 자 도 얻음 빠르네.

 

독송하고 익힌 경전 늘 잊지 않고

항상 금계의 청정행 호지(護持)하여

이와 같이 행하는 자 불법 얻음 빠르니

하물며 이 적정삼매 받듦이랴.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무수겁 전 먼 옛날 제화갈라(提和竭羅)3)부처님께서 계실 때, 나는 제화갈라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듣고는, 바로 이 삼매를 수지하고 시방의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을 친견하여 모든 경전을 듣고 모든 것을 수지하였다. 이때 모든 부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기를‘무앙수겁(無央數劫)이 지난 뒤에 그대는 마땅히 부처가 되어 이름을 석가모니불이라고 하리라’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 발타화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특별히 너에게 말하리라. 지금부터 부처가 될 때까지 너희들은 이 삼매를 배워야 하니, 이는 불법 가운데서도 제일이라 어떤 것도 이에 미치지 못하고 온갖 생각을 벗어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 삼매에 서는 자가 있다면 불도를 염득(念得)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억념하노니 나는 먼 옛날 정광불 계실 때

그때 이 삼매 체득하여

시방의 무수한 부처님 친견하고

존귀한 불법의 심묘(深妙)한 가르침 들었네.

 

비유컨대 덕 있는 사람 보배를 찾아다니면

바라는 원과 같이 문득 그것을 얻나니

보살대사도 이와 같이

경에서 보배 구하여 곧 부처가 되리라.

 

발타화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삼매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천중천이시여.”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색(色)에 집착하지도 말고, 내세에 태어날 곳[所向生]도 집착하지 말며, 반드시 공(空)을 행하는 것이, 이 삼매를 마땅히 지키는 것이다. 무엇을 삼매라고 하는가? 마땅히 이 법을 따라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발타화여, 보살은 자신의 몸을 몸도 없고 관할 바도 없으며, 또한 볼 바도 없고 집착할 바도 없으며, 본래 보이지 않는 것도 없고 들리지 않는 것도 없다고 관찰하니, 경에서 설한 법과 같다. 보면서도 보는 바가 없고 집착하는 바도 없으니, 집착할 바 없이 도를 지키는 사람은 법 가운데서 의심할 바가 없다. 의심하지 않는 자는 부처님을 친견하게 되며, 부처님을 친견하는 자는 의심이 끊어지게 된다.

 

모든 법은 온 바가 없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보살이 법에 대하여 의심하는 생각이 있으면 곧 집착이 된다. 무엇을 집착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수명이 있고 덕이 있고 5음이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대상이 있고 생각이 있고 6근이 있고 욕망이 있다고 하니, 이것이 집착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은 제법에 집착할 것이 없다고 보고, 이 법을 또한 염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는다.

 

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유컨대 어리석은 사람은 외도를 배워서 스스로 사람에게 몸이 있다고 말하지만, 보살은 이렇게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살은 어떻게 보는가? 비유컨대 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과 아유월치와 벽지불과 아라한이 보는 것처럼 기뻐하지도 않고 근심하지도 않으니, 보살도 또한 이와 같이 보아, 역시 기뻐하지 않고 또한 근심하지 않는다. 이 삼매를 지키는 자도 역시 기뻐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다. 비유컨대 허공과 같이 색도 없고 생각도 없고 청정하여 티끌이 없다. 보살은 모든 법을 이와 같이 보기 때문에 눈에 걸림이 없이 모든 법을 보고, 이와 같이 보기 때문에 제불을 친견한다.

 

친견하는 제불의 모습은 마치 밝은 구슬[明月珠]을 유리 위에 둔 것과 같고, 해가 처음 돋을 때와 같으며, 보름날 달이 모든 별 가운데 있는 것과 같고, 차가월왕(遮迦越王:轉輪聖王)이 모든 신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때와 같으며, 도리천의 왕인 석제환인이 모든 하늘의 중앙에 있는 것과 같고, 범천왕이 모든 범천의 중앙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것과 같으리라. 큰불이 높은 산 정상에서 타는 것과 같고, 의왕(醫王)이 약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을 치유하는 것과 같으며, 사자가 나와서 홀로 거니는 것과 같고, 여러 들판의 기러기가 허공을 날아갈 때 앞장서는 길잡이와 같으리라.

 

겨울날 사방에서 보이는 높은 산꼭대기에 쌓인 눈과 같고, 더러운 냄새를 없애는 우주의 금강산과 같으며, 땅에 비가 내리고 물에 바람이 불어오듯 온갖 더러움이 청정해져 허공과 같으리라. 수미산 위의 도리천의 장엄과 같으니라. 

제불(諸佛)도 이와 같이 부처님의 지계와 부처님의 위신력과 부처님의 공덕으로 셀 수 없이 많은 국토가 모두 환히 밝아질 것이며, 이 보살은 시방의 부처님을 이와 같이 친견하고 경을 듣고서 모두 받아 지니게 되리라.”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더러움 없어 번뇌 여의었고

공덕 많아 끝내 집착하는 바 없으며

높고 위대한 신통 미묘한 음성

법고(法鼓)로 뜻을 펴고 여러 음성으로 깨우치네.

 

깨달은 천중천 모든 지혜 해탈하니

여러 가지 향화로써 공양하고

무수한 공덕으로 사리 받들며

번개(幡蓋)와 온갖 향으로 삼매 구하라.

 

법 들어 넓고 미묘한 배움 구족하고

전도(顚倒) 멀리 떠나 멸도 깨달으며

공법(空法)에도 끝내 집착하지 말고

미묘하여 걸림 없는 지혜에 뜻을 두라.

 

청정하기가 해와 달이 빛나듯 하고

자기 궁전에 선 범천과 같으니

항상 청정한 마음으로 세존 염하며

마음에 집착하지 말고 공이라 생각지도 말라.

 

비유컨대 겨울의 높은 산에 덮인 눈처럼

혹은 국왕이 사람 가운데 가장 존귀하듯이

청정한 마니주 뭇 보배보다 뛰어난 것처럼

마땅히 이와 같이 부처님 상호 관하여라.

 

마치 기러기의 왕 앞서 날며 인도하고

청정한 허공 더럽고 산란함 없듯이

자마금색(紫磨金色) 부처님 이와 같으니

불자여, 이러한 생각으로 세존께 공양하라.

 

모든 어두움과 어리석음 없애면

곧 청정삼매 속히 체득하며

모든 구하는 생각 버리면

더러운 행 없어 선정[定意]을 얻으리라.

 

번뇌 없애고 더러움도 버리며

성냄 버리고 어리석음도 없애면

그 눈 맑아지고 자연히 밝아져서

염불하는 공덕 걸림 없으리라.

 

불세존의 청정한 계율 생각하여

마음에 집착 없애 형상 구하지 말며

나와 내 것 보지 말고

모든 색에 있는 모습도 생각지 말라.

 

나고 죽음 버려 온갖 견해 없애고

아만을 버려 지혜 청정히 하며

교만 멀리하여 자만하지 말지니

적멸삼매 듣고 사견 여의어라.

 

부처님의 자손인 비구와

신심 있는 비구니ㆍ청신사와

탐욕 제거한 청신녀는

부지런히 배워 이 법 얻길 염하여라.

 

11. 무상품(無想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배워 속히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먼저 색과 생각을 끊고 스스로 교만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생각을 끊고 교만하지 않게 되어 모든 것을 버렸으면 마땅히 이 삼매를 배움에 다투지 말아야 한다. 다툰다는 건 무엇인가? 공(空)을 비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함께 다투지 말고, 공을 비방하지 말며 이 삼매를 염송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배워 외우려고 한다면 열 가지[十事]로써 그 가운데에 서야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다른 사람이 발우ㆍ침구ㆍ의복을 보시 받더라도 질투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마땅히 아랫사람을 사랑하고 윗사람에게 효순해야 한다. 셋째는 마땅히 보은에 대해서 거듭 생각해야 한다. 넷째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법이 아닌 것을 멀리 해야 한다. 다섯째는 항상 걸식을 행하며 별청을 받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는 부지런히 경행해야 한다. 일곱째는 밤낮으로 눕지도 출입하지도 말아야 한다. 여덟째는 항상 천상천하에 보시를 행하되 아까운 것이 없어야 하며 결코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 아홉째는 깊은 지혜에 들어가 집착하는 바가 없어야 한다. 열째는 먼저 선지식을 공경히 섬기고 부처님처럼 보아야 한다. 이런 후에 이 삼매를 염송해야 하니, 이것을 열 가지라 한다.

 

마땅히 법답게 이렇게 행하는 자는 여덟 가지[八事]를 얻으리라.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계행이 청정하여 구경에 이르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지혜 가운데서 출입하는 것이다. 셋째는 지혜에 있어서 청정하여 다시 태어남을 탐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는 청정한 눈으로 다시 생사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다섯째는 고명(高明)하여 집착이 없는 것이다. 여섯째는 청정하게 정진하여 스스로 부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일곱째는 공양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억지로 기뻐하지 않는 것이다. 여덟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러 다시는 동요(動搖)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여덟 가지라 한다.”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자는 생각 일으키지 말고

교만과 자만심 버리며

항상 인욕 행하여 번뇌가 없어야 하니

이와 같이 하면 곧 삼매 배우리라.

 

지혜로운 자는 마음 밝아 공에 대해 쟁론하지 말고

무상적정(無想寂定)의 열반에 들어

법을 비방하지도 부처에 대해 논쟁하지도 말지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밝은 자 이에 있어 교만심 없고

항상 부처님 은혜와 법사를 생각하여

굳고 청정한 믿음에 머물러 뜻을 움직이지 말지니

이때 이 삼매를 배우게 되리라.

 

마음에 질투심 품지 말고 어두운 생각 멀리하며

의심 일으키지 말고 항상 믿음 가지며

마땅히 정진하며 게으르지 말지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이를 배운 비구는 항상 걸식하며

별청을 수락하거나 모임에 가담치 말고

집착함이 없는 마음으로 쌓아 모으지 말지니

이와 같이 행하는 자 삼매 얻으리라.

 

만약 손수 이 법의 가르침 얻고 지녀

이 경전을 봉행한다면

이미 구족한 뜻 부처님과 같을 것이니

그런 후 이 삼매를 배워 외우라.

 

지극한 덕에 머물러 성실한 믿음 행하며

삼매를 배우고 독송하는 자는

속히 이 여덟 가지 법 얻으니

청정무구는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그 청정한 계율 끝까지 다하고

티 없는 삼매로 등견(等見)을 얻어

이와 같은 공(空)으로 생사 맑히니

이 법에 머물러 구족함 얻으리라.

 

지혜는 청정하여 남음이 없고

번뇌 없는 자 또한 집착 없으니

널리 들어 지혜 취하고 황당한 소리 멀리하며

행 얻음이 이와 같으면 현명한 지혜라 하리라.

 

뜻을 정진에 두면 잃는 것 없고

공양의 이익에 탐하지 않으며

속히 위없는 불도 이루어

이와 같은 덕 배우면 현명한 지혜라 하리라.

 

12. 십팔불공십종력품(十八不共十種力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위에서 설한 여덟 가지를 얻은 자는 다시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 일[十八事]를 얻게 되니, 그 열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첫째는 어느 날 부처가 되어 어느 날 열반에 들었는데 처음 부처가 된 날로부터 열반에 드는 날에 이르기까지 부처님은 고난이 없다. 둘째는 허물이 없다. 셋째는 잊어버림이 없다. 넷째는 마음이 항상 고요하지 않을 때가 없다. 다섯째는 결코 법상(法想)을 내어 내 것[我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섯째는 인욕하지 않는 때가 없다. 일곱째는 즐겁지 않은 때가 없다. 여덟째는 정진하지 않는 때가 없다. 아홉째는 생각하지 않는 때가 없다. 열째는 삼매에 들지 않는 때가 없다. 열한째는 알지 못하는 때가 없다. 열두째는 견혜(見慧)4)를 벗어나지 않는 때가 없다. 열셋째는 과거 셀 수 없는 세간사에 대하여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가 멈출 때가 없다.

 

열넷째는 미래 셀 수 없는 세간사에 대하여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가 멈출 때가 없다. 열다섯째는 지금 현재 시방세계의 무수한 세간사에 대하여 부처님의 걸림 없는 지혜가 멈출 때가 없다. 열여섯째는 몸으로 행동하는 것은 그 근본이 지혜이므로 항상 지혜와 더불어 구족해 있다. 열일곱째는 입으로 말하는 것은 그 근본이 지혜이므로 항상 지혜와 더불어 구족해 있다. 열여덟째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은 그 근본이 지혜이므로 항상 지혜와 더불어 구족해 있다. 이것을 부처님의 열여덟 가지 일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다시 집착함이 없이 법을 구하여 모두 지킨다면 이 삼매를 배우는 자에게는 열 가지 법호[十法護]가 있다. 열 가지 법호란 무엇인가? 부처님의 열 가지 힘[十種力]이다. 열 가지 힘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경계가 있는 것과 경계가 없는 것을 모두 아는 것이다. 둘째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본말을 모두 아는 것이다. 셋째는 해탈한 선정의 청정함을 모두 아는 것이다. 넷째는 모든 근기가 정진함에 있어서 제각기 다르게 생각하는 바를 모두 아는 것이다. 다섯째는 여러 가지 믿음을 모두 아는 것이다. 여섯째는 미세한 변화가 일고 있는 무수한 일조차도 모두 아는 것이다. 일곱째는 모든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요달하여 모든 것을 아는 것이다. 여덟째는 눈으로 보는 것을 걸림 없이 모두 아는 것이다. 아홉째는 시작과 끝이 없음을 모두 아는 것이다. 열째는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모두 평등하므로 집착함이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생한 바가 없는 이 법을 모두 보호하면 이 보살은 부처님의 열 가지 힘을 얻으리라.”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남다른 열여덟 가지 바른 깨달음의 법

열 가지 세존의 힘으로 나타나니

만약 이 삼매를 봉행하면

마침내 멀지 않아 속히 여기에 이르리라.

 

13. 권조품(勸助品)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 일[四事]을 지니고 이 삼매에서 환희심을 내야한다. 과거 부처님 때 이 삼매를 가지고 환희심을 내어 이 경을 배운 자 스스로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阿耨多羅三耶三菩阿惟三佛)5)에 이르러 지혜를 모두 구족하게 하였으니, 내가 환희심을 낸 것이 이와 같다. 

또한 발타화여,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보살도를 구하는 자가 있으면 이 삼매에서 환희심을 내어 이 삼매를 배우는 자 스스로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에 이르러 지혜를 모두 구족하게 할 것이니, 그들 모두 환희심을 내는 것이 이와 같을 것이다.

 

또한 발타화여, 지금 현재 시방의 셀 수 없이 많은 부처님도 과거 보살도를 구할 때 이 삼매에 든 자에게 환희심을 내어 이 삼매를 배우는 자 스스로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에 이르러 지혜를 구족하게 하였다. 

그들은 모두 환희심을 낸 복으로 시방세계의 인민과 하찮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을 얻게 한다. 이 삼매로 환희심을 낸 공덕으로 그들이 속히 이 삼매를 얻게 하고 오래지 않아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을 얻게 한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의 공덕은 이 삼매 중에서 네 가지로 환희심을 낸 것이다. 내가 이것에 대하여 약간의 비유로써 설하리라. 사람의 수명이 백 년인데 어떤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백 세가 되도록 쉬는 때 없이 온 사방과 상하를 질풍처럼 돌아다녔다고 하자. 어떤가, 발타화여. 그 사람이 다닌 거리를 계산할 자가 있겠느냐?”

발타화가 대답하였다. 

“그 거리를 계산할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천중천이시여, 오직 부처님의 제자인 사리불과 아유월치(阿惟越致:不退轉)의 보살만이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모든 보살들에게 말하겠다.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사방 상하의 모든 국토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인 공간을 진귀한 보배로 가득 채워 부처님께 보시하더라도 이 삼매를 듣는 것만 못한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이 네 가지 일 가운데서 환희심을 낸다면 그 복덕은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보다 백 배ㆍ천 배ㆍ만 배ㆍ억 배나 된다. 알겠느냐?

발타화여, 보살이 환희심을 내는 그 복이 어찌 많은가? 이로써 마땅히 알라. 보살이 환희심을 내는 그 복은 대단히 존귀하고 크기 때문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경의 가르침에서

네 가지 환희심 가지네.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공덕행을 권하고 도우며

온 시방을 제도하니

날고 기는 온갖 벌레마저

모두 평등정각 성취하네.

 

비유컨대 사방과 상하

여기저기 온 곳을 두루

인생의 삶 백 년 동안

죽을 때까지 쉼 없이 다녔다 하자.

 

그 거리 계산하려 해도

헤아리기 어려우니

오직 부처님의 제자와

불퇴전의 보살만 안다네.

 

진귀한 보배 가득 채워 보시하여도

이 법 듣는 것만 못하니

네 가지로 권하여 도우면

그 복덕 저 보다 수승하네.

 

발타화여, 또다시

네 가지 환희를 관하여라. 

보시한 공덕을 억만 배 할지라도

권유하고 교화함만 못하리라.

 

14. 사자의불품(師子意佛品)

 

부처님께서 이때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먼 옛날 과거세에 아승기겁인 불가계(不可計) 불가수(不可數) 불가량(不可量) 불가극(不可極)의 아승기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사하마제(私訶摩提)6)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셨다. 그 위신력은 따를 자가 없고 세간을 안온히 하였으며 경에 있어서도 최고였으니, 천상천하에서 그 이름을 천중천(天中天)이라 하였다. 이 국토 중 광활한 곳에 있는 염부리(閻浮利) 국토는 풍요롭고 백성이 번성하며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때 염부리의 면적은 18만 구리나술(拘利那術)7) 유순(踰旬)이었다. 이때 염부리 내에는 대략 640만의 나라가 있었고 발등가(跋登加)8)라는 큰 나라가 있었으며, 그 나라 안에는 60억 명의 사람이 있었다.

 

사하마제부처님께서는 이 나라에 계셨다. 또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있었는데 이름은 유사금왕(惟斯芩王)9)이었다. 그는 사하마제부처님 처소로 찾아와 예를 갖추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사하마제부처님은 바로 그 왕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 곧 이 삼매를 설하셨다. 왕은 삼매를 듣고 환희심을 내어 바로 진귀한 보배를 부처님께 올렸고,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공덕으로써 시방세계의 인민이 모두 안온해지기를 염원하였다. 때가 되어 사하마제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유사금 전륜성왕도 수명이 다하였고, 후에 환생하여 다시 왕가에 태어나 태자가 되었는데, 그 이름이 범마달(梵摩達)이었다.

 

이때 염부제에 진보(珍寶)라는 고명한 비구가 있었는데, 당시 사부제자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위하여 이 삼매를 설하였다. 범마달 태자는 이 삼매를 듣고 환희심을 내었으며 뛸 듯이 기뻐하면서 이 경을 들었다. 이에 백억의 진보(珍寶)를 비구들 위에 뿌리고, 다시 좋은 의복을 공양하는 것으로써 발심하여 불도를 구하였다.

 

그리하여 천여 명과 함께 비구의 처소에 가서 삭발하여 사문이 되었고, 바로 비구의 처소에서 비구들을 따라 이 삼매를 배웠다. 천 명의 비구와 함께 스승을 모시며 8천 년 동안 쉬거나 게으름 없이 한 번도 거스르지 않고 이 삼매를 들었다. 이 비구 무리들도 이 삼매를 듣고 네 가지로 환희심을 내어 고명한 지혜에 들어갔다. 이 환희심을 낸 공덕으로 죽은 후에 다시 6만 8천 부처님을 친견하였다. 곧 한 부처님 한 부처님 처소에서 이 삼매를 듣고 스스로 배우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가르쳤다.

 

그 사람이 환희심을 낸 공덕으로 그 후에 부처가 되니, 그 명호가 저라유시체(坻羅惟是逮)10)ㆍ달살아갈(怛薩阿竭)ㆍ아라하(阿羅訶)ㆍ삼야삼불(三耶三佛)이었다. 그때 천 명의 비구들도 따라서 아뇩다라삼야삼보아유삼불을 얻었는데 모두 명호를 저라유시체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라 하였다. 그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민을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두 불도를 구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를 듣고 환희심을 내지 않는 자 누가 있겠느냐? 배우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느냐? 타인을 위해 설하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느냐? 지키지 않을 자 누가 있겠느냐?”

 

부처님께서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있어 이 삼매를 지킨다면 속히 부처가 되리라. 발타화여, 만약 어떤 보살이 40리 밖에서 이 삼매를 지닌 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보살은 이를 듣고 곧 마땅히 그 처소로 찾아가 구해야 한다. 이런 삼매가 있다는 것을 들어 알기만 해도 항상 마땅히 이를 구해야 하는데, 하물며 이를 듣고 배우는 자이겠는가. 혹은 거리가 백 리 혹 멀게는 4천 리가 되더라도 이 삼매를 지닌 자가 있다는 것을 들으면 마땅히 배우기 위해 그 처소로 찾아가야 한다. 들어 알기만 해도 이런데 하물며 이를 듣고 배우는 자이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을 떠나 멀리 있더라도 항상 마땅히 찾아가 스스로 구해야 하는데, 하물며 10리 20리의 거리에 삼매를 지니는 자가 있음을 듣고도 찾아가 배우지 않는단 말인가. 발타화여,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서 그 곳에 찾아가 이 삼매를 배우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스승을 10년이나 백 년 동안 섬기며 빠짐없이 공양해야만 한다. 그 보살을 우러르며 제 맘대로 쓰지 말고 마땅히 그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야 하며, 항상 스승의 은혜를 생각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하리라. 보살은 이 삼매를 가진 자가 4천 리 밖에 있다는 소식을 듣더라도 그곳으로 찾아가야 한다. 내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설사 그 삼매를 듣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은 정진행으로 구했기 때문에 끝내 다시는 불도를 잃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부처가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발타화여, 보살이 이 삼매를 듣고 일념으로 구하며 떠나지 않는다면 그 이익은 대단히 존귀할 것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건대 과거세에 여래가 있었으니

사람 가운데 존귀하여 사하말(私訶末)이라 하였으며

이때에 전륜성왕이 있어

그 부처님께 이르러 삼매 들었네.

 

지극한 마음과 현명한 지혜로 이 경 듣고서

마음에 기쁨 무량하여 법을 받들어 지니고

진귀한 보배를 그 위에 뿌리며

사람 중에 으뜸인 사자의불(師子意佛)께 공양했네.

 

마음으로 이와 같이 염하고 찬탄하되

나의 몸이 미래세에

빠짐없이 부처님 가르침 봉행하고

또한 마땅히 이 삼매 체득하리라.

 

이 복덕과 원으로 목숨 마친 후에

곧 다시 제왕가에 환생하여

이때에 존귀한 대비구 친견하니

이름은 진보이고 지혜 넓고 통달하였네.

 

이때 그로부터 이 삼매를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수지하니

좋은 물건과 천억의 진귀한 보배와

의복으로 공양하니 도를 위함이었네.

 

천 명이 함께 삭발하고

뜻을 세워 삼매를 즐거이 구하며

함께 8천 년을 빠짐없이

항상 비구 따르며 여의지 않았네.

 

한 번 듣고서 다시 들을 필요 없으니

이 삼매 비유컨대 바다 같으며

경전 지니고 외워 설하면

그는 태어나는 곳마다 삼매 들으리라.

 

쌓은 공덕으로 인하여

마땅히 제불의 대신통 친견하니

그는 8만 년 동안 온전히

친견하는 부처님마다 공양하였네.

 

일찍이 6만억 제불 친견하고

그 위에 다시 6천 세존께 공양하며

설하시는 법 듣고 크게 환희하고는

그 후 사자의불 친견하였네.

 

이 공덕으로 제왕가에 태어나

부처님 친견하니 명호가 견정진(堅精進)이라. 

무수한 모든 인민을 교화하여

일체 생사의 번뇌 해탈케 하였네.

 

이 법 배우고 외운 후

곧 또한 부처님 친견하니 명호가 견용(堅勇)이라. 

천상 세간에서 그 칭호를 외우면

삼매 소리 듣고 부처 이루리라.

 

어찌 수지하고 외우고 설하는 자이랴. 

모든 세계에 집착하는 바 없이

이 삼매 널리 펴서 베푸니

일찍이 불도 의심하거나 잊은 적 없네.

 

이 삼매경은 진실한 부처님 말씀이니

설사 이 경 먼 곳에 있음 들을지라도

불법 위하여 일부러 찾아가 듣고 받아

일심으로 외워서 잊지 말아야 하네.

 

찾아가서 구했지만 듣지 못할지라도

그 공덕과 복은 가히 다함이 없으며

그 공덕의 뜻 헤아릴 수 없으니

어찌 듣고 나서 바로 수지함이랴.

 

만약 이 삼매를 구하기 원한다면

마땅히 옛날의 그 범달(梵達) 생각하라. 

배우고 익히며 봉행함을 물러나지 않았으니

마땅히 비구가 경 얻길 이와 같이 해야 하네.

 

15. 지성불품(至誠佛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과거 때에 또한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가 살차나마(薩遮那摩)ㆍ달살아갈ㆍ아라하ㆍ삼야삼불이셨다. 그때 화륜(和輪)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이 비구는 이 삼매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그때 왕족이었는데, 꿈속에서 이 삼매를 듣고는 꿈에서 깨어나 곧 이 삼매를 지닌 비구를 찾아가선 그를 따라 사문이 되었다. 그렇게 그 비구 곁에서 이 삼매에 대해 한차례 듣고 싶어서 3만 6천 년이나 그 스승을 받들어 모셨지만, 마구니의 일이 자주 일어나 한 차례도 온전히 들을 수 없었다.”

 

부처님께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에 너희들에게 말해주노니, 너희들은 마땅히 빨리 이 삼매를 얻어 잊지 않도록 하라. 그 스승을 잘 섬기며 이 삼매를 지녀야 하니, 1겁 혹은 백겁 혹은 천겁에 이르더라도 게을리 하지 말아서 이 삼매를 얻어야 한다. 훌륭한 선지식을 지켜 떠나지 말며 음식ㆍ일용품ㆍ의복ㆍ침구와 천 만의 진귀한 보배로 스승을 섬겨야 한다. 스승에게 공양하되 아깝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만약 가진 것이 없다면 걸식을 해서라도 스승에게 공양하며 삼매를 얻으려고 해야지 싫증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떻게 공양해야 하는지는 어떤 말로도 부족할 뿐이다. 항상 마땅히 자신의 몸을 베어서라도 훌륭한 선지식께 공양해야 한다. 항상 몸까지도 아끼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것이야 말해 뭣하겠는가. 마땅히 훌륭한 스승 섬기기를 종이 주인을 섬기듯이 해야 한다. 이 삼매를 구하는 자는 이를 알아야 한다. 삼매를 얻고 나서는 마땅히 굳게 지니며 항상 스승의 은혜를 생각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삼매는 만나기 어려우니, 가령 이 삼매 구하기를 백억 겁에 이르도록 하여도 그 명성조차 알려지지 못하는데, 하물며 배우고 더욱이 행하여 남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겠느냐. 가령 항하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 불찰에 진보를 채워 보시한다면 그 복덕이 많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것은 이 삼매를 쓰고 경을 지니는 것만 못하니, 그 복은 지극하여 가히 헤아릴 수도 없다.”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스스로 과거세를 생각해 보니

그 햇수 꼬박 6만 년 동안이네

항상 법사를 따르며 떠나지 않았으나

처음에는 이 삼매 듣지 못했네.

 

기지성(其至誠)11)이란 명호의 부처님 계실 때

그때 화륜이라는 비구를 알았는데

그 부처님 세존 열반에 드신 후

비구는 항상 이 삼매에 들었네.

 

나는 그때 왕의 종족으로

꿈속에서 이 삼매에 대해 들었네. 

화륜비구가 이 경을 지니니

왕은 그를 따라 이 삼매 수지하라.

 

꿈에서 깨어나 곧 구하러 찾아가

이 삼매를 지닌 비구를 보자마자

곧 삭발하고 사문이 되어

한 번이라도 들으려고 8천 년을 배웠네.

 

그 햇수 8만 년을 채우도록

그 비구를 공양하며 섬겼으나

마장(魔障)이 자주 일어나

온전히 한차례를 들을 수 없었네.

 

이런 까닭에 비구ㆍ비구니와

청신사ㆍ청신녀여

이 경법 지니라고 너희들에게 부촉하노니

이 삼매 듣거든 속히 받아 행하여라.

 

익히고 지닌 그 법사 항상 공경하며

일 겁을 지나더라도 게을리 말며

도를 위해 천억 겁도 힘들다 여기지 않으면

마땅히 이 삼매 듣게 되리라.

 

천억이나 되는 의복과 침구를

비구는 집집이 걸식 행하여

이로써 법사를 공양할지니

이와 같이 정진하면 삼매 얻으리라.

 

마땅히 얻어야 할 등불과 음식

금은 진보로 공양 갖추며

자신의 몸이라도 베어 공양해야 하는데

공양함에 있어 하물며 음식이랴.

 

현명한 이 법 얻으면 속히 지녀 행하고

경전을 배우면 몇 번이라도 반복하니

만나기 어려운 이 삼매는

억 겁으로 늘 마땅히 구해야 하네.

 

여러 곳을 떠돌다 이 법 들으면

배우는 이들에게 널리 알려야 하니

가령 천억 겁을 지난다 해도

이 삼매는 구하여도 듣기 어렵네.

 

설령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

그 안에 가득 찬 진귀한 보배 보시할지라도

만약 이 한 게송 받아 설한다면

공경하고 외운 공덕 그보다 뛰어나네.

 

16. 불인품(佛印品)

 

부처님께서 이에 발타화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는다면 마땅히 환희심을 내야하고 마땅히 배워야한다. 배운 자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지니고 다른 이도 배우게 해야 하며, 이 삼매를 흰 비단에 쓰는 것을 좋아해야 하며, 불인(佛印)12)을 얻어 불인(佛印)을 잘 공양해야 한다. 무엇을 불인이라 하는가? 알음알이를 행함이 없고, 탐착함이 없고, 구함이 없고, 생각함이 없고, 집착함이 없고, 원함이 없고, 태어나기를 바람이 없고, 맘에 듦이 없고, 생함이 없고, 소유함이 없고, 취함이 없고, 되돌아봄이 없고, 가고 옴이 없고, 장애됨이 없고, 소유함이 없고, 맺음이 없는 것이다. 소유가 다하고 욕망이 다하며, 비롯한 생이 없고 사라질 것도 없으며, 파괴될 것도 없고 패할 것도 없으니, 도의 핵심과 도의 근본이 이 인(印) 가운데 있다. 아라한과 벽지불도 이를 파괴하지 못하고 손상시키지 못하고 흠을 내지 못하는데도 어리석은 자는 이 인을 의심하니, 이 인을 곧 불인(佛印)이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내가 이 삼매를 설하는 이 순간 8천 백억의 모든 하늘ㆍ아수륜ㆍ귀신ㆍ용ㆍ인민이 모두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고, 8백의 비구가 모두 아라한도를 얻고, 5백의 비구니도 모두 아라한도를 얻고, 만 명의 보살이 이 삼매를 얻어 모두 생한 곳이 없는 법의 즐거움을 얻고는 이 가운데 서며, 만 2천 보살이 또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다시 부처님께서 사리불ㆍ장로 목건련ㆍ아난 비구ㆍ발타화보살ㆍ나린나갈보살ㆍ교일도보살ㆍ나라달보살ㆍ수심보살ㆍ마하수살화보살ㆍ인저달보살ㆍ화륜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겁부터 불도를 구해 지금에 이르러 부처가 되었다. 이 경을 너희들에게 부촉하니, 배우고 독송하고 지니며 지켜 잊지 말라. 발타화보살이여, 이 삼매를 배우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구족하게 자세히 배우게 해야 한다. 들으려고 원하는 이에게는 마땅히 자세히 듣게 하여라. 타인을 위해 설하는 이는 마땅히 빠짐없이 설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경을 다 설하여 마치자 발타화보살 등과 사리불ㆍ장로 목건련ㆍ비구 아난 등과 여러 하늘ㆍ아수륜ㆍ용ㆍ귀신ㆍ인민이 모두 크게 환희하면서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물러갔다.



출처 http://kabc.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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