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전/장아함경

불설장아함경 제1권

블로그스타 2017. 5. 10. 00:54

불설장아함경(佛說長阿含經) 제1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分)] ①

 

1. 대본경(大本經)1) 제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의 기수(祇樹) 화림굴(花林窟)에서 큰 비구(比丘)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여러 비구들은 걸식한 뒤에 화림굴 강당에 모여 서로 의논하고 있었다.

“여러 어진 비구들이여, 오직 무상존(無上尊)만이 가장 기이하고 빼어나시다. 신통(神通)은 멀리 통달하시고 위력은 넓고 크시다. 과거의 무수한 부처님께서 열반(涅槃)에 드셔서 모든 결사(結使:번뇌)를 끊고 희론(戱論)을 없앤 것을 아시며, 또 그 부처님들의 겁수(劫數)의 많고 적음과 명호(名號)와 성자(姓字)와 태어난 종족과 잡수신 음식과 수명의 길고 짧음과 겪으신 괴로움과 즐거움을 아신다. 또 그 부처님들은 어떠한 계(戒)를 가졌고 어떠한 법을 가졌으며 어떠한 지혜를 가졌고 어떠한 앎을 가졌으며 어떻게 머무셨는가를 아신다. 어떤가? 모든 어진 이들이여, 여래(如來)께서는 법성(法性)을 잘 분별하시기 때문에 이러한 일들을 아시는가? 혹은 모든 천인(天人)들이 와서 일러주기 때문에 이런 일을 아시는가?”

 

그때 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 계시면서 청정한 천이통(天耳通)으로 모든 비구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셨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화림(花林) 강당으로 가셔서 자리에 앉으셨다.

 

부처님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물으셨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여기 모여 무슨 논의들을 하고 있었는가?”

비구들은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말씀드렸다.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들은 평등한 믿음을 가지고 집을 떠나 수도(修道)하고 있다. 대개 행해야 할 일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모든 성현(聖賢)들이 법을 강(講)하신 일이며, 둘째는 그분들이 침묵하신 일이다. 너희들이 논의하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어야 한다. 여래의 신통과 위력은 넓고 커서 전생의 무수한 겁(劫) 동안의 일들을 안다. 그것은 법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하고, 또 모든 천인들이 와서 말해주기 때문에 아는 것이기도 하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다.

 

비구들이 모두 법당에 모여

모든 성현들의 일을 이야기할 때

나는 고요한 방에 있으면서

천이통으로써 다 들어 알았네.

 

부처님의 지혜 광명 두루 비치어

법계(法界)의 이치를 분별하고

과거의 일을 잘 아나니

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일이며

 

이름과 성과 그 종족과

수명 또한 알며

그분들이 머물렀던 곳을 따라

청정한 법안(法眼)으로 모두 기억한다네.

 

모든 천인은 큰 위력 있고

그 용모는 매우 단정하고 엄숙한데

그들 또한 내게 와 말해 주기에

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던 일과

 

이름과 성과 그 종족을 기억하고

간절한 그 음성 두루 아나니

천상과 인간에서 가장 존귀한 부처는

과거의 모든 부처님 기억한다네.

 

부처님께서는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여래가 숙명(宿命)을 아는 지혜로써 알고 있는, 과거 모든 부처님들의 인연에 대해 듣고 싶은가? 만일 그렇다면 내가 말해 주리라.”

 

그때 모든 비구들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때입니다. 저희들은 즐겁게 듣고자 합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때를 맞추어 강설해 주시면 마땅히 받들어 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 기억하라. 나는 마땅히 너희들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그때에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듣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91겁(劫) 전에 비바시(毘婆尸) 여래(如來)ㆍ지진(至眞)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아, 그 다음에는 과거 31겁(劫) 전에 시기(尸棄)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아, 또 그 다음에는 과거 31겁 중에 비사바(毘舍婆) 여래ㆍ지진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비구들이여, 또 그 다음으로 현겁(賢劫) 중에는 구루손(拘樓孫)부처님과 구나함(拘那含)부처님과 가섭(迦葉)부처님께서 계셨고, 나도 지금 이 현겁 중에서 가장 바른 깨달음을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과거 91겁 전에는

비바시부처님께서 계셨고

다음으로 31겁 전에는

시기부처님께서 계셨다네.

 

또 그 겁 중에

비사바여래께서 출현하셨네.

지금 이 현겁 중

헤아릴 수 없는 나유타 세(歲)에

 

대선인(大仙人) 네 분께서

중생을 가엾이 여겨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구루손부처님ㆍ구나함부처님과

가섭부처님ㆍ석가모니부처님이라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비바시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8만 세였고, 시기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9만 세였다. 비사바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6만 세였고, 구루손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4만 세였다. 구나함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3만 세였고, 가섭부처님 때에는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였다. 그리고 이제 내가 세상에 출현하였는데,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100세를 넘는 이는 적고 넘지 못하는 이는 많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8만 4천 세였고

시기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7만 세였네.

 

비사바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6만 세였으며

구루손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4만 세였네.

 

구나함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3만 세였고

가섭부처님 때의 사람들

그 수명은 2만 세였네.

그리고 지금 내 시대의 사람들은

그 수명이 100세를 넘지 못하네.

 

“비바시부처님은 찰리(刹利) 종족 출신으로서 그 성은 구리야(拘利若)이고, 시기부처님과 비사바부처님의 종족과 성도 마찬가지이다. 구루손부처님은 바라문 종족 출신으로서 그 성은 가섭(迦葉)이고, 구나함부처님과 가섭부처님의 종족과 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제 나 여래ㆍ지진은 찰리 종족 출신으로서 성은 구담(瞿曇)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여래와

시기부처님과 비사바부처님

이 세 분의 등정각(等正覺)은

그 성이 구리야시다.

 

그 다음의 세 분 여래

그 성은 모두 가섭이시고

나는 이제 위없이 높은 이로서

모든 중생들을 인도하나니

 

천상ㆍ인간에서 제일 용맹스러운

나의 성은 구담이고

앞의 세 분 등정각

그 종족은 찰리이시다.

 

그 다음의 세 분 여래

그 종족은 바라문이시며

지금 위없이 높은 나는

용맹스런 찰리 종족 출신이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파파라(波波羅:파타라)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셨고, 시기부처님께서는 분다리(分陀利)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비사바부처님께서는 바라(婆羅)2)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구루손부처님께서는 시리사(尸利沙)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구나함부처님께서는 오잠바라(烏暫婆羅:우담바라)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고, 가섭부처님은 니구율(尼拘律)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셨다. 이제 여래ㆍ지진인 나는 발다(鉢多)나무 밑에 앉아서 최정각을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바시여래께서는

파파라나무로 나아가

바로 그곳에서

최정각을 이루셨다네.

시기부처님께서는 분다리나무 밑에서

도를 이루어 유(有)의 근본 없애셨네.

 

비사바여래께서는

바라나무 밑에 앉아

해탈지견(解脫知見)과

걸림 없는 신족통(神足通)을 얻으셨네.

 

구루손여래께서는

시리사나무 밑에 앉아

일체의 지혜가 맑고 깨끗해져

물듦도 없고 집착도 없으셨네.

 

구나함모니께서는

오잠바라나무 밑에 앉아

바로 그곳에서

모든 탐욕의 번뇌를 없애셨네.

 

가섭부처님께서는

니구루(尼拘樓)나무 밑에 앉아

바로 그곳에서

모든 유(有)의 근본을 없애셨네.

 

지금 나 석가문(釋迦文:석가모니)은

발다나무 밑에 앉았나니

여래의 10력(力)을 갖추고

모든 번뇌 끊어 없애

모든 악마의 원한을 항복받고

대중에게 큰 광명을 널리 편다네.

 

일곱 부처님께서는 정진(精進)의 힘으로

광명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제각기 나무 밑에 앉으셔서

거기서 정각을 이루셨다네.

 

“비바시여래께서는 3회(會)의 설법을 하셨다. 제1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16만 8천 명이었고, 제2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10만 명이었으며, 제3회 때에는 제자의 수가 8만 명이었다. 시기여래께서도 3회의 설법을 하셨다. 제1회 때 제자들의 수는 10만 명이었고, 제2회 때 제자의 수는 8만 명이었으며, 제3회 때 제자의 수는 7만 명이었다. 비사바여래께서는 2회의 설법을 하셨다. 처음에는 제자의 수가 7만 명이었고, 다음번에는 제자의 수가 6만 명이었다. 구루손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4만 명이었으며, 구나함여래께서도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3만 명이었다. 가섭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을 하셨는데 그 제자의 수는 2만 명이었고, 지금 나도 1회의 설법에 제자의 수는 1,250명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관(觀)이라는 이름의 비바시부처님께서는

그 지혜 헤아릴 수 없으며

두루 널리 보아 두려움 없어

3회의 설법에 제자는 많았네.

 

시기여래의 광명은 흔들림 없어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애고

한량없는 큰 위덕(威德)은

아무도 능히 헤아리지 못하네.

그 부처님도 3회의 설법에

제자들이 널리 모여들었네.

 

비사바여래께서는 번뇌를 끊고

대선인(大仙人)이 되어 요집(要集)하니

그 이름 사방에 퍼져

묘한 법의 큰 이름 높이 떨쳤고

2회의 설법에 제자들 많아

널리 깊은 뜻 연설하셨네.

 

구루손여래께서는 1회의 설법에

가엾은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셔서

도사(導師)로서 그들을 교화하시니

1회의 설법에 제자들 많았네.

 

구나함여래께서는

위없이 높기 또한 그러하니

자마금(紫磨金)빛 몸에

그 얼굴 원만하셨고

1회의 설법에 그 제자들 많아

미묘한 법을 널리 연설하셨네.

 

가섭부처님께서는

모공 하나에 털도 하나씩

한결같은 마음으로 어지러운 생각 없고

한결같은 말씀 번거롭지 않아

1회의 설법에 그 제자 많았네.

 

능인(能仁:석가모니)께서는 마음이 적멸(寂滅)하고

석종(釋種)으로 사문(沙門)의 우두머리이며

하늘 중의 하늘로서 가장 높은 이

나의 1회 설법회상에 제자 모였네.

 

그 모임에서 내가 이치를 드러내고

청정(淸淨)한 가르침 널리 펼치자

마음은 항상 기쁨에 차고

번뇌가 없어져 다시는 태어나지 않게 되었네.

 

비바시부처님과 시기부처님께서는 3회 설법하시고

비사바부처님께서는 2회 설법하셨네.

그 다음 네 부처님께서는 각각 1회씩

선인(仙人)들을 모아놓고 연설하셨네.

 

“당시 비바시부처님께는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건다(騫茶)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제사(提舍)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시기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아비부(阿毘浮)이고, 다른 한 사람은 삼바바(三婆婆)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비사바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부유(扶遊)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울다마(鬱多摩)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구루손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살니(薩尼)이고, 다른 한 사람은 비루(毘樓)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구나함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서반나(舒槃那)이고, 다른 한 사람은 울다루(鬱多樓)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가섭부처님께도 두 제자가 있었다. 한 사람은 제사(提舍)이며, 다른 한 사람은 바라바(婆羅婆)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었다. 지금 내게도 두 제자가 있다. 한 사람은 사리불(舍利弗)이고, 다른 한 사람은 목건련(目揵連)인데 모든 제자들 중에 제일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건다와 제사 등은

비바시부처님 제자이고

아비부와 삼바바는

시기부처님 제자라네.

 

부유와 울다마는

제자 중의 제일이니

악마의 원한 항복받은 두 사람

비사바부처님 제자라네.

 

살시(薩尸)3)와 비루 등은

구루손부처님 제자이고

서반나와 울다루는

구나함부처님 제자라네.

 

제사와 바라바는

가섭부처님 제자이고

사리불과 목건련은

나의 제일 제자라네.

 

“비바시부처님의 집사(執事)제자 이름은 무우(無憂)이고, 시기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인행(忍行)이다. 비사바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적멸(寂滅)이고, 구루손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선각(善覺)이다. 구나함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안화(安和)이고, 가섭부처님의 집사제자 이름은 선우(善友)이다. 그리고 나의 집사제자 이름은 아난(阿難)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무우와 인행

적멸과 선각

안화와 선우

일곱 번째 아난

 

이들은 부처님의 시자(侍者)가 되어

모든 이치를 두루 아나니

밤이나 낮이나 방일(放逸)하지 않고

자신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였네.

 

이들 일곱의 어진 제자는

일곱 부처님을 항상 모시고

즐거이 공양(供養)해 섬기다가

고요히 멸도(滅度)로 돌아갔다네.

 

“비바시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방응(方膺)이고, 시기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무량(無量)이다. 비사바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묘각(妙覺)이고, 구루손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상승(上勝)이다. 구나함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도사(導師)이고, 가섭부처님께 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집군(集軍)이다. 그리고 이제 내게 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은 라후라(羅睺羅)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방응과 무량

묘각과 상승

도사와 집군

일곱 번째 라후라

 

이들은 모두 다 걸출하고 귀한 아들

그들은 부처님의 종성(種姓)을 이었네.

법을 사랑하고 보시(布施)를 좋아했고

거룩한 법에 두려움 없었네.

 

“비바시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반두(槃頭)이고 찰리의 왕종(王種)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반두바제(槃頭婆提)4)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城)의 이름도 반두바제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변안(遍眼:비바시)의 아버지는 반두

그 어머니는 반두바제라네.

반두바제라는 성(城)도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그 성에서 설법하셨네.

 

“시기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명상(明相)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광요(光耀)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광상(光相)이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시기불의 아버지는 명상

그 어머니는 광요라네.

명상성(明相城)5)에 계시면서

위덕으로 외적을 항복받았네.

 

“비사바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선등(善燈)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칭계(稱戒)였다. 그리고 그 왕이 다스렸던 성의 이름은 무유(無喩)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비사바불의 아버지

이름은 선등이고 찰리의 왕종이었네.

그 어머니는 칭계이고

성의 이름은 무유였다네.

 

“구루손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사득(祀得)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선지(善枝)였다. 당시 왕의 이름은 안화(安和)였고, 왕의 이름을 따라 성의 이름도 안화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사득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선지라네.

왕의 이름은 안화인데

안화성에 살았었네.

 

“구나함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대덕(大德)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선승(善勝)이었다. 그 당시 왕의 이름은 청정(淸淨)이었고, 왕의 이름을 따라 성의 이름도 청정이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대덕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선승이라네.

왕의 이름은 청정인데

청정성에 살았었네.

 

“가섭부처님의 아버지 이름은 범덕(梵德)이고 바라문의 종족이며, 그 어머니의 이름은 재주(財主)였다. 당시 왕의 이름은 급비(汲毘)였고, 그가 다스린 성의 이름은 바라내(波羅㮈)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 범덕은 바라문의 종족

그 어머니는 재주라네.

왕의 이름은 급비였는데

바라내성에 살았었네.

 

“나의 아버지 이름은 정반(淨飯)이고 찰리의 왕종이며, 어머니의 이름은 대청정묘(大淸淨妙)였다. 왕이 다스리는 성의 이름은 가비라위(迦毘羅衛)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찰리족 이름은 정반

어머니는 대청정이라네.

땅은 넓고 백성은 풍족했나니

나는 거기서 태어났다네.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인연으로서 그분들의 이름과 종족과 출생한 곳들이다. 어떻게 지혜 있는 자로서 이런 인연을 듣고도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숙명지(宿命智)로써 과거 부처님의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너희들은 듣고 싶지 않은가?”

 

모든 비구들이 대답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때입니다. 저희들은 즐거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잘 들어라, 그리고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내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겠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6)을 알아야 한다. 비바시보살이 도솔천(兜率天)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에 들 때, 오른편 옆구리로 들어갔으며 바른 생각[正念]이 어지럽지 않았다. 그때 땅이 진동하며 큰 광명을 놓아 온 세계를 두루 비추니 해와 달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도 모두 환하게 밝아졌고, 유명계(幽冥界)에 있던 중생들도 저마다 서로 볼 수 있어 그 사는 곳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 광명은 또 악마의 궁전까지도 비추었다.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을 비롯한 모든 하늘과 사문과 바라문,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중생들도 모두 큰 광명을 받았다. 그리하여 모든 하늘의 광명은 자연히 나타나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빽빽한 구름이 허공에 모였을 때

번갯불이 천하를 비추듯이

비바시가 내려와 태에 드실 때

빛나는 그 광명 또한 그랬네.

 

해와 달이 미치지 못하던 곳도

큰 밝음 두루 입지 않은 데 없었고

태 안은 깨끗해 더러움 없었으니

모든 부처님의 법은 다 이런 것이라네.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을 알아야 한다. 비바시보살께서 어머니 태 안에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 해서 어지럽지 않았다. 4천자(天子)7)가 각각 창을 잡고 그를 호위해, 사람이나 혹은 사람 아닌 것들이 그를 침노하거나 해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방에 있는 4천자에게는

큰 이름과 위엄과 덕이 있네.

하늘나라 제석이 보낸 그들은

보살을 잘 지키고 보호했네.

 

손에는 언제나 창을 잡고

보살을 호위해 떠나지 않아

사람도 귀신도 침노하지 못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천신들이 그를 옹호하는 것

천녀들이 천신을 보호하듯 하고

권속들도 모두 기쁨에 넘쳤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서도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몸은 편안하고 아늑해 아무런 괴로움도 걱정도 없었고 지혜는 더욱 늘어났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기 태를 관찰하다가 보살의 모든 신체 기관이 온전하고 온몸은 자마금(紫磨金)처럼 흠도 티도 없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안목 있는 사람이 유리를 들여다 볼 때 안팎이 맑게 트여 아무 장애가 없는 것 같았다. 비구들아,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맑은 유리구슬과도 같고

그 밝기는 해와 달 같았어라.

보살이 모태에 들어 계셨어도

그 어머니는 괴로움도 걱정도 없었네.

 

지혜는 그 때문에 더욱 늘어나고

태를 관찰해보니 황금상[金像] 같았어라.

어머니는 아기 배어도 안락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라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음은 맑고 깨끗해 아무런 욕심도 일어나지 않았고, 또 애욕의 불길에 마음을 태우지도 않았다. 이것이 모든 부처님의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보살은 모태에 들어 계시며

하늘 중에 하늘8)의 복 성취하셨네.

그 어머니 마음은 밝고 깨끗해

아무런 욕심도 일어나지 않았네.

 

모든 음욕을 버리고 떠나

물들지도 않고 가까이 하지도 않았기에

욕심의 불꽃에 타버리지 않았나니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는 항상 깨끗하다네.

 

부처님께서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도솔천에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 계실 때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 어머니는 다섯 가지 계(戒)를 받들어 지켜 그 범행(梵行)이 맑고 깨끗했으며 신심이 돈독하고 남을 사랑하였다. 모든 착함을 성취하고 편안하고 즐거워 두려움이 없었다. 그래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리천에 태어났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존귀한 이의 몸을 태에 지니고

정진하고 또 계를 지키면

다음 생엔 반드시 하늘 몸을 받으리니

이 인연으로 부처님의 어머니라 부른다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셨다. 그때 땅은 진동하고 광명이 널리 비쳤다. 어두운 곳들이 모두 밝음을 입은 것도 처음 태에 들어갈 때와 같았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태자가 날 때 온 땅은 진동하고

큰 광명 비치지 않는 곳 없었네.

이 세계나 다른 세계나

상하 사방의 시방 세계에

 

광명을 놓아 깨끗한 안목[目]9) 베풀고

하늘 세계의 몸 두루 갖추어

기쁨과 즐거움의 깨끗한 소리로

보살 이름 불러 찬양하였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마음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당시 보살의 어머니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앉지도 눕지도 않은 자세였다. 그때 4천자는 향수를 받들고 어머니 앞에 서서 ‘그렇습니다. 하늘의 어머니여, 지금 거룩한 아드님을 낳으셨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어머니는 앉지도 눕지도 않고

계(戒)를 지키고 범행을 닦았네.

부처님을 낳고 게으르지 않아

하늘 사람들이 받들어 모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마음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 몸은 맑고 깨끗해 더러움에 물들지 않았다. 마치 안목 있는 사람이 깨끗하고 밝은 구슬을 흰 비단 위에 던져도 두 가지 다 더러워지지 않고 둘 다 깨끗한 것처럼 보살께서 태에서 태어날 때에도 또한 그와 같았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깨끗하고 밝은 구슬을

비단 위에 던져도 때 묻지 않는 것처럼

보살이 태에서 태어날 때에도

맑고 깨끗해 더러움 없었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왔고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오른쪽 옆구리에서 나와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을 걸었는데 부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고 손을 들어 ‘천상과 천하에서 오직 나만이 가장 존귀하다. 중생들을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에서 건져주고자 한다’ 하고 외쳤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사자가 걸으면서

두루 사방을 살펴보듯이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 걸은

사람의 사자도 그러하였네.

 

또 마치 큰 용(龍)이 가면

두루 사방을 살펴보듯이

땅에 떨어지자 일곱 걸음 걸은

사람의 용도 그러하였네.

 

양족존(兩足尊)은 태어나실 때

고요하고 편안하게 일곱 걸음 걸으며

사방을 둘러보고 큰 소리로 외쳤나니

나고 죽는 고통을 마땅히 끊으리라.

 

그가 처음으로 세상에 날 때

짝할 이 없는 부처로서

스스로 나고 죽는 근본을 보아

이 몸이 마지막 몸임을 아셨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은 이러하다. 비바시보살께서 태어나실 때 오른쪽 옆구리로 나와, 생각을 오로지해 어지럽지 않았다. 그때 두 샘물이 솟아났으니, 하나는 따뜻했고 하나는 차가웠다. 그것으로 목욕물을 바쳤으니, 이것이 바로 상법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양족존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두 샘물이 저절로 솟아 나왔고

그 물을 보살에게 바치자

변안(遍眼:비바시)이 목욕하고 깨끗해졌네.

 

절로 솟은 두 샘물

그 물 참으로 맑고 깨끗하여라.

하나는 더운 물 하나는 찬 물

그것으로 일체지(一切智)를 목욕시켰네.

 

“태자가 태어나자 부왕(父王) 반두는 관상가와 여러 점술사를 불러 태자의 상을 보아 그 길흉(吉凶)을 점치게 했다. 관상가들은 명령을 받아 태자의 상을 보았다. 먼저 옷섶을 헤치고 그 원만한 상을 보고는 점쳐 말했다.

‘이런 상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는 필연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만일 속가 집에 있게 되면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4천하의 왕노릇을 할 것이다. 네 가지 군대[兵]를 구족하고 바른 법으로 천하를 다스릴 때에 치우치거나 억울함이 없게 하여 그 은혜가 천하에 두루 미칠 것입니다. 7보(寶)가 저절로 이를 것이며 천 명의 아들을 두는데 모두 건장하고 용맹스러워 외적을 항복받지만 무기를 쓰지 않고도 천하가 태평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집을 떠나 도(道)를 배우면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루어 10호(號)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때 여러 관상가들이 곧 왕에게 말하였다.

‘이 왕자님은 32상(相)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드시 두 길로 나아갈 것이니, 이는 필연이어서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세간에서 살아간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될 것이며, 만일 출가한다면 정각을 이루어 10호를 다 갖추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백복을 갖춘 태자 태어나니

관상가들이 점쳐 예언하는 말

책에 실려 있는 그대로라서

두 곳으로 갈 것 분명하다네.

 

만일 집에 있어 세상 일 즐기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리라.

7보는 얻기 어려운 것이지만

왕을 위해 7보가 저절로 이를 것이다.

 

진금(眞金)으로 된 천 개의 바큇살

둘레에는 황금의 덧바퀴 있고

굴리면 하늘에 날아 두루 다니네.

그러므로 이름하여 천륜보(天輪寶)라 한다네.

 

일곱 개 어금니 가진 잘 조련된 코끼리

앉을 자리 높고 넓으며 희기는 눈과 같네.

능히 허공을 날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두 번째 상보(象寶)라 하네.

 

말이 내달리면 천하를 주유하는데

아침에 떠났다간 저녁이면 돌아와 먹네.

붉은 갈기에 공작의 목

그러므로 세 번째 마보(馬寶)라 하네.

 

맑고 깨끗한 유리(琉璃) 구슬

그 광명은 1유순(由旬)을 비추네.

밤에 비추면 낮처럼 밝아

그러므로 네 번째 주보(珠寶)라 하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이

세상 어디에도 비길 데 없으니

모든 여자 중에서 제일이라

그러므로 다섯 번째 여보(女寶)라 하네.

 

왕에게 유리 보물을 바치네.

구슬과 옥과 갖가지 보배

기뻐하면서 받들어 올리니

그러므로 여섯 번째 거사보(居士寶)라 하네.

 

전륜성왕이 생각하는 그대로

군사들은 날쌔게 오고 또 가며

건장하고 날랜 것 왕의 뜻과 같으니

그러므로 일곱 번째 주병보(主兵寶)라 하네.

 

이를 이름하여 7보라 하니

윤보ㆍ상보ㆍ새하얀 마보

거사보ㆍ주보ㆍ여보와

전병보(典兵寶) 일곱이라네.

 

이것들을 보면 싫증이 없어져

5욕(欲)을 스스로 즐기게 될 것이나

만일 코끼리가 굴레를 끊듯

집을 떠나면 정각을 이루리.

 

왕에게 이러한 아들 있으니

두 가지를 구족한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

세상에 살면 법의 바퀴를 굴리고

도를 이루면 게으름 없으리.

 

“그때 부왕(父王)은 은근히 관상가에게 되풀이해 물었다.

‘너희들은 태자의 32상을 다시 한 번 살펴보라. 32상이란 어떤 것인가?’

관상가들은 태자의 옷을 헤치면서 32상을 설명하였다.

‘첫 번째는 발바닥이 평평한 것입니다. 발바닥이 평평하므로 땅을 딛을 때 안온합니다.

두 번째는 발바닥에 수레바퀴살의 무늬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천 개 바큇살로 되어 광명과 광명이 서로 비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거위왕처럼 생긴 얇은 비단결 같은 막이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손발이 천상의 옷처럼 매우 부드러운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가늘면서도 길어 아무도 따를 자가 없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는 발꿈치가 원만해 보기에 싫지 않은 것입니다.

일곱 번째는 장딴지가 사슴 다리 같아 아래위가 쪽 곧은 것입니다.

여덟 번째는 뼈마디가 서로 물려 마치 쇠사슬처럼 이어져 있는 것입니다.

아홉 번째는 남근(男根)이 말처럼 오므라들어 감추어져 있는 것입니다.

열 번째는 바로 서서 팔을 드리우면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입니다.

열한 번째는 낱낱의 털구멍마다 하나씩 털이 나 있고 그것이 오른쪽으로 감겼으며 빛은 감청색 유리와 같은 것입니다.

열두 번째는 검푸른 털이 오른쪽으로 감아 돌아 위로 쏠려 있는 것입니다.

열세 번째는 몸이 황금빛인 것입니다.

 

열네 번째는 살결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먼지가 묻지 않는 것입니다.

열다섯 번째는 두 어깨가 가지런하고 둥글며 풍만한 것입니다.

열여섯 번째는 가슴에 만(卍)자의 형상이 있는 것입니다.

열일곱 번째는 키가 보통 사람의 곱이나 되는 것입니다.

열여덟 번째는 일곱 부위10)가 모두 판판하고 두터우며 둥근 것입니다.

열아홉 번째는 몸뚱이의 길이와 너비가 니구로(尼拘盧)11)나무와 같은 것입니다.

스무 번째는 뺨이 사자와 같은 것입니다.

스물한 번째는 가슴이 방정(方整)한 것이 사자와 같은 것입니다.

스물두 번째는 이가 마흔 개나 되는 것입니다.

스물세 번째는 이가 방정하고 고른 것입니다.

스물네 번째는 이가 조밀하여 틈이 나 있지 않은 것입니다.

스물다섯 번째는 이가 희고 깨끗하고 고운 것입니다.

스물여섯 번째는 목구멍이 깨끗하여 갖가지 음식의 맛이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스물일곱 번째는 혀가 길고 넓어 좌우로 귀를 핥을 수 있는 것입니다.

스물여덟 번째는 범음(梵音)12)이 맑고 깨끗한 것입니다.

스물아홉 번째는 눈이 검푸른 것입니다.

서른 번째는 눈이 우왕(牛王)과 같고 아래위로 한꺼번에 깜박여지는 것입니다.

서른한 번째는 두 눈썹 사이에 보드랍고 가늘고 광택이 나는 흰 털이 있어, 펴면 한 길이나 되고 놓으면 오른쪽으로 소라처럼 감겨 진주(眞珠)와 같은 것입니다.

서른두 번째는 정수리에 육계(肉髻:살상투)가 있는 것이니, 이것이 32상입니다.’”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잘 머무를 수 있는 부드러운 발

땅을 밟아도 자국이 나지 않네.

천 개 바퀴살 모양 장엄하게 꾸며져

광명과 빛깔을 두루 갖추었네.

 

그 몸은 니구류(尼俱類)나무처럼

길이와 너비가 평등하며

여래와 같은 이 일찍이 없나니

말의 성기처럼 남근(男根)이 감춰져 있네.

 

황금 보배로 장엄한 몸은

모든 모양이 서로 비치고

속세를 따라 섞여 놀아도

티끌이나 먼지가 더럽히지 못하네.

 

하늘 빛깔은 지극히 부드럽고

하늘 일산은 저절로 덮어 주네.

범천의 음성에 자금(紫金)빛 몸

연꽃이 연못에서 갓 나온 것 같네.

 

왕이 관상가에게 물으니

관상가들은 삼가 왕에게 대답했네.

보살의 상을 칭찬하되

온몸은 광명을 갖추고

 

손과 발의 마디마다

안팎으로 훤히 드러나 보이네.

음식의 모든 맛을 제대로 맛보고

몸은 반듯하여 기울어지지 않네.

 

발바닥엔 수레바퀴 무늬 있고

그 목소리는 구슬픈 난새 같아라.

넓적다리 통통하여 두루 갖추었으니

그것은 전생 업이 그렇게 만든 것이네.

 

팔꿈치와 발꿈치는 원만한 모양

눈썹과 눈매 단정하고 엄숙하네.

사람 중의 사자로서 존귀하신 분

그 위대한 힘은 제일이라네.

 

그 뺨의 모양은 바르고 고르며

모로 누우면 사자와 같네.

고르고 바른 치아 모두 40개

가지런해 틈이 없어라.

 

들어 보지 못한 범천의 음성

멀리나 가까이나 인연 따라 들리네.

몸을 펴 굽히지 않아도

두 손으로 무릎을 만질 수 있네.

 

손은 가지런하고 또 부드러워

대인(大人)의 아름다운 모양 갖추었고

털구멍 하나마다 하나의 털이 나고

손가락 발가락 사이 얇은 막(膜) 있네.

 

정수리의 육계와 검푸른 눈동자

눈은 아래위로 깜빡이고

두 어깨는 둥글고 두둑하여

32상을 갖추고 있네.

발꿈치는 높고 낮음이 없고

사슴과 같은 종아리 가늘고 곧아라.

 

하늘 중의 하늘께서 이 땅에 오시어

마치 코끼리가 굴레를 벗어나듯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중생의 고통을 벗겨 주었네.

 

자비하신 마음으로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시고

법구(法句)의 뜻을 열어 보여

중생들로 하여금 받들게 하였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바시보살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때에 모든 천신은 허공에서 손에 일산과 보배 부채를 들고 추위와 더위, 바람과 비, 티끌과 흙을 막아 주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람 중에서 일찍이 없었던

두 가지 구족하신 높은 이[二足尊] 태어나셨네.

모든 하늘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배 일산과 보배 부채 바치네.

 

“그때 부왕은 네 유모를 두었는데, 한 사람은 젖을 먹이고 한 사람은 목욕시키고 한 사람은 향을 바르고 다른 한 사람은 같이 놀아주었다. 기쁨과 즐거움으로 받들어 기르며 게으름을 피우거나 싫어함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유모들은 자애로운 마음 있기에

아기 태어나자 곧 맡겨 기르라 했네.

한 사람은 젖먹이고 한 사람은 멱 감기고

한 사람은 향 바르고 다른 한 사람은 놀아주었네.

세상에서 가장 묘한 향을

사람 중의 높은 이께 발라드렸네.

 

“태자가 동자(童子)였을 때 온 나라의 남녀들은 아무리 그를 바라보아도 싫증이 없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공경하고 사랑하기

마치 갓 부어낸 황금상 바라보듯

남녀들이 다투어 자세히 살피며

보고 보아도 싫증이 없었다네.

 

“태자가 동자였을 때 온 나라 남녀들은 돌려가며 안아보고 마치 보배 꽃을 들여다보듯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두 가지를 구족한 존귀한 이 태어나자

많은 사람들 공경하고 사랑해

서로 다투어 돌려가며 안아보면서

마치 보배꽃 향기를 맡는 것 같이 했네.

 

“보살께서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그 눈을 깜박이지 않은 것이 마치 도리천(忉利天)의 천신과 같았다. 눈을 깜박이지 않기 때문에 비바시(毗婆尸)13)라고 이름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하늘 가운데 하늘이신 분, 눈을 깜박이지 않으심이

마치 도리천의 천신과 같았네.

빛깔을 보고 바르게 관찰하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하였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음성은 맑게 트이고 부드럽고 온화하여 마치 가라빈가(迦羅頻伽:가릉빈가)새의 소리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설산(雪山)에 사는 새가

꽃즙을 마시며 지저귀는 것처럼

저 두 가지를 구족한 높으신 분

그 음성 맑게 트임 또한 그러하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 눈은 멀리 1유순(由旬)까지 뚜렷이 볼 수 있었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맑고 깨끗한 업(業) 닦은 과보로

하늘의 미묘한 광명을 받았으니

보살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

1유순을 두루 볼 수 있으시네.

 

“보살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 차츰 자라났을 때, 천정당(天正堂)14)에 있으면서 도(道)로써 사람들을 교화시켰다. 그 은혜는 뭇 백성들에게 미쳐 이름과 덕망을 멀리 떨쳤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어린 나이에 천정당에 계시면서

도로써 천하를 교화하시고

모든 사무를 처리했으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했다네.

 

맑고 깨끗한 지혜 넓고 넓으며

그 깊이는 큰 바다와 같네.

모든 중생 기쁘게 하고

그들의 지혜 늘리고 넓혀 주었네.

 

“그때 보살이 밖으로 나가 유람하면서 구경하고 싶어서 마부에게 명령했다.

‘마부야, 보배 수레를 장엄하게 장식하여라. 저 동산으로 나가 돌아다니며 구경해야겠다.’

마부는 곧 수레를 꾸민 뒤에 돌아와 말씀드렸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태자는 곧 보배 수레를 타고 동산으로 향했다. 그때 도중에서 한 노인을 보았다. 머리는 희고 이는 빠지고 얼굴은 주름지고 허리는 꼬부라져 지팡이를 짚고 힘없는 걸음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태자가 시자(侍者)를 돌아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늙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늙었다고 하는가?’

‘늙었다는 것은 수명이 거의 다 되어 앞으로 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늙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한번 나면 반드시 늙는 법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매우 우울해져 곧 마부에게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가자고 명령하였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을 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늙음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노인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목숨

지팡이 기대어 비틀거리며 걸어가네.

보살은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父王)이 그 시자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부왕이 그 까닭을 묻자 시자는 대답했다.

‘길에서 노인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했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스스로 생각하였다.

‘예전에 관상가가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마땅히 방편을 써서 깊은 궁중에 있게 한 뒤 5욕(欲)의 향락으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예쁜 채녀(婇女)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왕은 이 말을 듣고

방편으로써 별궁을 장엄한 뒤

5욕의 향락을 더욱 늘려서

태자가 출가하지 않게 하였네.

 

“그 뒤 태자는 다시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구경하러 나갔다가 도중에 한 병자를 만났다. 그는 몹시 쇠약한 몸에 배가 부었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피었는데, 혼자 더러운 오물더미 위에 누워 있었으나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었으며, 심한 고통으로 못내 고통스러워하며 말도 하지 못했다.

태자는 마부를 돌아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병든 사람입니다.’

‘어떤 것을 병이라고 하는가?’

‘병이란 온갖 고통에 못 견디게 시달려 살지 죽을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나도 앞으로 저렇게 되어 저런 괴로움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어나면 반드시 병이 있게 마련입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우울해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병의 괴로움은 내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오랫동안 병 앓는 저 사람 보니

얼굴은 쇠퇴하고 말라빠졌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런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더냐?’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병자를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매우 언짢아 하셨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하였다.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지금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내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리고는 곧 다시 별궁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예쁜 채녀들을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

모두 미묘하여 기뻐할 만했네.

이것은 보살의 복으로 이룩된 것

그러므로 그 속에서 즐기는 것이라네.

 

“또 그 뒤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가는 도중에 한 죽은 사람을 보았다. 울긋불긋한 비단 깃발이 앞뒤에서 인도하고 일가친척들은 슬피 울부짖으며 상여를 따라 성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태자가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어떤 것을 죽음이라고 하는가?’

‘죽음이란 다한 것[盡]입니다. 숨길이 끊기고 열이 식어 모든 감각 기관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죽고 사는 것이 길을 달리하여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그럼 나도 반드시 저렇게 될 것이며 저런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태어난 자에겐 반드시 죽음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귀천이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태자는 마음이 서글퍼져 곧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궁중으로 돌아갔다. 태자는 잠자코 깊은 사색에 잠겨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죽음의 고통은 나에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처음으로 사람의 죽음을 보았을 때

그 사람 다시 태어날 줄 알았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다네.

나도 저 재앙 면하지 못하리.

 

“그때 부왕은 또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바깥 구경을 하고 즐거워하던가?’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을 묻자 마부는 대답했다.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그것을 보고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부왕은 잠자코 생각했다.

‘예전에 관상가들이 태자의 상을 보고 반드시 출가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오늘처럼 즐거워하지 않다가 그렇게 되지나 않을까? 내 다시 방편을 써서 온갖 풍류로 그 마음을 즐겁게 하여 출가하지 못하게 해야겠다.’

곧 별궁을 아름답게 꾸미고 예쁜 채녀를 가려 뽑아 태자를 즐겁게 하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동자(童子)는 큰 명예가 있어

아름다운 여인들이 주위를 에워쌌네.

5욕의 향락을 누리는 것

저 천상의 제석(帝釋)과 같았다네.

 

“또 어느 날 태자는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장식해서 타고 유람하러 나갔다가 도중에서 한 사문(沙門)을 만났다. 그 사문은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오직 땅만 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태자가 곧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사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문이라고 하는가?’

‘사문이란 모든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 사람입니다. 그는 모든 감각 기관을 잘 제어하여 바깥 욕망에 물들지 않고 자비스런 마음으로 어떤 생명도 해치지 않습니다. 괴로움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고 즐거움을 만나도 기뻐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잘 참는 것이 마치 대지(大地)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사문이라고 합니다.’

그때 태자는 말했다.

‘훌륭하구나, 이 도(道)야말로 바르고 참되어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 미묘하고 맑고 비었으니 오직 이것만이 참으로 기뻐할 만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마부에게 명령하여 수레를 돌려 다가갔다.

 

그때 태자는 그 사문에게 물었다.

‘그대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었구나. 마음에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사문은 대답했다.

‘출가자란 마음을 길들여 항복받아서 영원히 번뇌를 여의고자 하며, 자비심으로 모든 생물을 사랑하여 침노하거나 해치지 않고, 마음을 비워 고요하게 하며 편안한 속에서 오로지 도 닦기만을 힘쓰는 사람입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이 도야말로 가장 진실한 것이로다.’

그리고 곧 마부에게 명령했다.

‘너는 이 보배 옷과 수레를 가지고 돌아가 대왕께 여쭈어라. 나는 여기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으려 한다. 그 까닭은 마음을 다루어 항복받아 번뇌를 벗어버리고 맑고 깨끗하게 혼자 살면서 도를 구하기 위해서이다.’

그때 마부는 태자가 타고 갔던 수레와 입었던 옷을 가지고 부왕에게로 돌아갔다. 태자는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를 입고 수도 생활로 들어갔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태자는 늙고 병든 사람을 보고 이 세상의 고뇌(苦惱)를 알았으며, 또 죽은 사람을 보고 세상에 대한 집착이 없어졌다. 그리고 사문을 보자 확연히 깨달았다. 수레에서 내려와 한 걸음 두 걸음 걷는 동안에는 이 세상의 모든 집착과 속박으로부터 더욱 멀어졌으니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출가한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번뇌를 멀리 여읜 것이다.

당시 그 나라 사람들은 태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고 발우를 들고 집을 떠나 도를 닦는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말하였다.

‘그 도는 틀림없이 진실할 것이다. 그래서 태자가 나라의 영화로운 지위를 버렸고 소중한 것도 버렸을 것이다.’

그때 그 나라의 8만 4천 사람들은 태자를 찾아가 제자가 되어 집을 떠나 도 닦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깊고 미묘한 법을 선택하자

저들도 그 말 듣고 모두 따라 집을 떠났네.

은혜와 사랑의 감옥을 벗어나니

온갖 결박 모두 다 없어졌다네.

 

“태자는 그들의 소원을 받아들여 제자로 삼고 그들과 함께 유행하면서 곳곳에서 교화를 펼쳤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이르는 곳마다 사람들은 그를 공경하여 네 가지 일[事]로 공양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보살은 생각했다.

‘나는 대중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런 번거로운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제 이 군중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참 도를 구할 수 있을까?’

얼마 되지 않아 보살은 소원이 이루어져 한적한 곳에서 오로지 수도에 정진하게 되었다. 태자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중생들은 참으로 불쌍하다. 항상 어둠 속에 있으면서 몸은 언제나 위태롭고 약하며 남[生]이 있고, 늙음[老]이 있고, 병듦[病]이 있고, 죽음[死]이 있어 모든 고통이 모여 쌓인다. 여기서 죽어 저기에 나고, 저기서 죽어 여기기에 난다. 이런 괴로움의 무더기로 인하여 바퀴처럼 돌고 돌며 끝이 없구나. 나는 언제나 이 괴로움의 원인을 밝게 깨달아 태어나고 늙고 죽는 일을 없앨 수 있을까?’

 

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했다.

‘나고 죽음은 어디로부터, 무엇을 인연하여 생기는 것일까?’

그는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생(生)이 있기 때문에 늙음[老]과 죽음[死]이 있다. 그러므로 생은 늙음과 죽음의 인연이 된다. 생은 유(有)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는 생의 인연이다. 유는 취(取)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취는 유의 인연이 된다. 취는 애(愛)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애는 취의 인연이 된다. 애는 수(受)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수는 애의 인연이 된다. 수는 촉(觸)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촉은 수의 인연이 된다. 촉은 6입(入)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6입은 촉의 인연이 된다. 6입은 명색(名色)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명색은 6입의 인연이 된다. 명색은 식(識)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식은 명색의 인연이 된다. 식은 행(行)을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행은 식의 인연이 된다. 행은 치(癡)를 따라 일어난다. 그러므로 치는 행의 인연이 된다. 따라서 치를 인연해 행이 있고, 행을 인연해 식이 있고, 식을 인연해 명색이 있고, 명색을 인연해 6입이 있고, 6입을 인연해 촉이 있고, 촉을 인연해 수가 있고, 수를 인연해 애가 있고, 애를 인연해 취가 있고, 취를 인연해 유가 있고, 유를 인연해 생이 있고, 생을 인연해 늙음ㆍ병듦ㆍ죽음ㆍ걱정ㆍ슬픔ㆍ괴로움ㆍ번민이 있는 것이다. 이 괴로움의 무더기[苦盛陰]15)는 생(生)을 인연해 있으니 이것이 괴로움의 발생[苦集] 과정이다.’

보살이 괴로움의 발생 과정16)을 깊이 생각했을 때,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다.

 

그때 보살은 또 깊이 생각했다.

‘무엇이 없어야 늙음도 죽음도 없어지고, 무엇이 멸해야 늙음도 죽음도 멸할까?’

보살은 곧 지혜로써 그것의 유래를 관찰했다.

‘생(生)이 없으면 늙음과 죽음이 없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이 멸한다. 유(有)가 없으면 생이 없고, 유가 멸하면 생이 멸한다. 취(取)가 없으면 유도 없고, 취가 멸하면 유도 멸한다. 애(愛)가 없으면 취가 없고, 애가 멸하면 취도 멸한다. 수(受)가 없으면 애도 없고, 수가 멸하면 애도 멸한다. 촉(觸)이 없으면 수도 없고, 촉이 멸하면 수도 멸한다. 6입(入)이 없으면 촉도 없고, 6입이 멸하면 촉도 멸한다. 명색(名色)이 없으면 6입도 없고, 명색이 멸하면 6입도 멸한다. 식(識)이 없으면 명색도 없고, 식이 멸하면 명색도 멸한다. 행(行)이 없으면 식도 없고, 행이 멸하면 식도 멸한다. 치(癡)가 없으면 행도 없고, 치가 멸하면 행도 멸한다.

따라서 치가 멸하기 때문에 행이 멸하고, 행이 멸하기 때문에 식이 멸하고, 식이 멸하기 때문에 명색이 멸하고, 명색이 멸하기 때문에 6입이 멸하고, 6입이 멸하기 때문에 촉이 멸하고, 촉이 멸하기 때문에 수가 멸하고, 수가 멸하기 때문에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기 때문에 취가 멸하고, 취가 멸하기 때문에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기 때문에 생이 멸하고, 생이 멸하기 때문에 늙음과 죽음과 걱정과 슬픔과 괴로움과 번민이 멸한다.’

보살이 이렇게 괴로움의 음(陰)이 멸하는 과정을 깊이 생각했을 때, 지(智)가 생기고 안목이 생기고 깨달음이 생기고 밝음이 생기고 통(通)이 생기고 혜(慧)가 생기고 증(證)이 생겼다.

그때 보살은 이렇게 역순(逆順)으로 12인연을 관찰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고, 있는 그대로 보았다. 그래서 곧 그 자리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이루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말을 대중에게 이르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잘 들어라.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먼 옛날 보살은 관찰했다네.

 

늙음[老]과 죽음[死]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일까?

이렇게 바르게 관찰해 보고 나서

생(生)으로 말미암아 있는 줄 알았네.

 

생(生)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일까?

이렇게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생(生)은 유(有)에서 일어남을 알았네.

 

그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취(取)해

엎치락뒤치락 유(有)만 더욱 늘어나네.

그러므로 여래는 이렇게 말하나니

취는 곧 유의 인연이 된다.

 

갖가지 더러운 오물의 무더기에

바람 불면 악한 냄새 퍼지듯이

취(取)의 원인도 마찬가지로

애(愛)로 말미암아 널리 퍼진다네.

 

애는 수(受)로 말미암아 생기나니

괴로움을 일으키는 그물의 근본

물들고 집착하는 인연으로서

괴로움과 즐거움에 서로 호응한다네.

 

수(受)는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수가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수는 촉(觸)에서 생김을 알았네.

 

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촉은 6입(入)에서 생김을 알았네.

 

6입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6입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6입은 명색(名色)에서 생김을 알았네.

 

명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명색은 식(識)에서 생김을 알았네.

 

식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식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식은 행(行)에서 생김을 알았네.

 

행은 본래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 말미암아 행이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이 깊이 생각해 보고 나서

행은 치(癡)에서 생김을 알았네.

 

이와 같은 인연을

실의인(實義因)이라고 이름하네.

지혜의 방편으로 그것을 관찰하면

능히 인연의 뿌리 볼 수 있으리.

 

괴로움은 성현들이 지은 것도 아니며

아무런 인연 없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러므로 생멸 변화하는 이 괴로움을

지혜로운 사람은 끊어 없앤다.

 

만일 무명(無明)이 멸해 다하면

그때는 곧 행(行)이 없어질 것이며

만일 또 행이 멸해 다하면

그때는 곧 식(識)도 없어질 것이다.

 

만일 식이 아주 멸해 다하면

명색(名色) 또한 없어질 것이며

명색이 이미 멸해 다하면

6입(入)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6입이 아주 멸하면

촉(觸)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촉이 아주 멸해 다하면

수(受)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수가 아주 멸해 다하면

애(愛)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애가 아주 멸해 다하면

취(取)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취가 아주 멸해 다하면

유(有) 또한 없어질 것이며

만일 유가 아주 멸해 다하면

생(生) 또한 없어질 것이다.

 

만일 생이 아주 멸해 다하면

늙고 병드는 괴로움의 무더기도 없어져서

일체의 괴로움이 다할 것이니

이는 지혜로운 사람의 설명이다.

 

12연기(緣起)는 깊고 또 깊어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네.

오직 부처님만이 잘 아시니

이것이 있고 없어지는 인연에 대해

 

만일 능히 스스로 관찰하면

모든 입(入)이 없는 것이니

깊이 인연을 살펴보는 사람은

따로 스승을 찾을 것 없으리.

 

능히 음(陰)ㆍ계(界)ㆍ입(入)에 대하여

탐욕을 떠나 물들지 않는 자

온갖 보시(布施)를 받을 만하고

시주(施主)의 은혜를 깨끗이 갚으리.

 

만일 네 가지 변재[四辯才] 얻고

흔들림 없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능히 모든 결박을 풀고

번뇌를 끊어 방탕하지 않으리.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마치 썩고 낡은 수레 같으니

이 법을 자세히 새겨보면

곧 등정각(等正覺)을 이루리라.

 

마치 새가 허공을 날며

바람 따라 동서로 노니는 것처럼

보살이 모든 번뇌 끊어 없애기

가벼운 옷, 바람에 나부끼듯 한다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서

모든 법을 자세히 관찰하였네.

늙음과 죽음은 무엇을 인연해 있고

또 무엇으로 하여 없어지는가?

 

그분 이렇게 관찰해 보고 나서

맑고 깨끗한 지혜 생겨

늙음과 죽음은 생을 인연해 있고

생이 멸하면 늙음과 죽음도 멸함을 깨달았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두 가지 관법[觀]을 많이 닦으셨으니, 하나는 안은관(安隱觀)이며, 다른 하나는 출리관(出離觀)이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짝할 이 없는 여래께서는

두 가지 관법을 닦으셨으니

안은관과 출리관을 닦으시어

선인(仙人)께서는 저 언덕에 건너가셨네.

 

그 마음은 자유를 얻어

모든 번뇌를 끊어 없애고

산 위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니

그러므로 비바시라 이름하였네.

 

큰 지혜의 광명이 어둠을 없애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 같네.

세상을 위해 걱정 번민 없애주고

남ㆍ늙음ㆍ죽음의 괴로움도 가셔주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한적한 곳에서 또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제 이 위없는 법을 이미 얻었다. 이것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알기도 어렵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은 번뇌가 없고 맑고 깨끗해, 오직 지혜 있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지 범부(凡夫)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모든 중생들이 다른 주장과 다른 소견과 다른 감정과 다른 학문을 의지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제각기 다른 소견에 의지해 나름대로 구하는 바를 즐기고 제각기 배운 바에 힘쓴다. 그러므로 이 매우 깊은 인연의 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애욕이 끊어진 열반은 더더욱 알지 못할 것이다. 내가 저들을 위해 법을 설명해도 저들은 반드시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 하셨다.

 

그때 범천왕이 비바시부처님의 이런 생각을 알고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세상은 곧 망하겠구나.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비바시부처님께서 그 깊고 미묘한 법을 알면서도 설법하시려 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정도의 짧은 시간에 범천궁(梵天宮)에서 순식간에 내려와 부처님 앞에 서서, 그 발 앞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서 있었다. 그때 범천왕은 오른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때를 보아 법을 베푸십시오. 지금 이 중생들은 번뇌가 적고 모든 감각 기관이 영리하며 공경하는 마음이 있어 교화하기 쉽습니다. 뒷세상에서는 구제할 수 없는 죄를 지을까 두려우니 온갖 악한 법을 멸하고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천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다만 나는 한적한 곳에서 혼자서 묵묵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얻은 바른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다. 내가 비록 저들을 위하여 설명하더라도 저들은 분명 이해하지 못하고 도리어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잠자코 있으며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나는 무수한 아승기겁(阿僧祇劫) 이전부터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위없는 행(行)을 닦아 오늘에야 비로소 이 얻기 어려운 법을 얻었다. 비록 내가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반드시 내 말을 실행하지 못하고 부질없이 수고롭기만 할 것이다. 이 법은 미묘하여 세상의 일들과 서로 반대되는 만큼 탐욕에 물들고 어리석음에 덮인 중생들이 믿고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범왕이여, 나는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설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때 범천왕은 세 차례에 걸쳐 더욱 간절히 설법하실 것을 청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설법하시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곧 망할 것입니다. 그것은 참으로 가엾은 일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지금 곧 널리 법을 펴셔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세 차례에 걸친 범왕의 간절한 청을 듣고 곧 부처의 눈[佛眼]으로써 세계를 두루 관찰해 보았다. 중생들 가운데는 더러움이 많은 자도 있고 적은 자도 있으며, 근성이 영리한 자도 있고 미련한 자도 있으며, 가르치기에 어려운 자도 있고 쉬운 자도 있음을 보았다. 쉽게 가르침을 받는 자는 후세에 받게 될 죄의 과보를 두려워하여 능히 악한 법을 끊어 좋은 세계에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우발라(優鉢羅)꽃ㆍ발두마(鉢頭摩)꽃ㆍ구물두(鳩勿頭)꽃ㆍ분타리(分陀利)꽃17)이 진흙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물속에 있는 것, 혹은 이미 나와 물과 수평을 이룬 것, 혹은 물 위까지 올라오기는 하였지만 아직 피지 못한 것 등의 차이가 있긴 하나 그것들은 다 물에 더럽혀지지 않고 쉽게 피어날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세계의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범왕에게 말씀하셨다.

‘내 너희들을 가엾이 여겨 이제 마땅히 감로(甘露)법문을 열어 설명하겠다. 이 법은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이제 내 말을 믿고 받아들여 즐거이 듣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겠지만, 혼란스러워하고 아무 이익이 없는 자를 위해서는 설법하지 않겠다.’

 

그때 범왕은 부처님께서 그의 청을 들어주심을 알고 기뻐 뛰면서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가 사라진지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는 조용히 혼자서 생각했다.

‘내가 누구에게 먼저 설법해야 할까?’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내 마땅히 반두성(槃頭城)으로 들어가 먼저 왕자 제사(提舍)와 대신의 아들 건다(騫茶)를 위해 감로의 법문을 열어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도(道)를 이룬 나무 밑에서 사라져 반두성에 있는 녹야원(鹿野苑)에 이르러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사자가 숲 속에서

자유로이 노니는 것처럼

저 부처님 또한 그렇게

자유로이 노닐며 걸림이 없었네.

 

“비바시부처님께서 동산지기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성으로 들어가서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에게 가서 〈정녕 궁금하십니까? 비바시부처님께서 지금 녹야원에 계시면서 그대들을 보고자 합니다. 지금이 바로 적당한 기회임을 아셔야 합니다〉라고 전하여라.’

그때 그 동산지기는 분부를 받고 두 사람의 처소로 찾아가 부처님의 말씀을 빠짐없이 전하였다. 두 사람은 그 말을 듣고 곧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차근차근 설법하셔서 가르침을 펼쳐 보여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하시고, 애욕[欲]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며 우환이 되는 심각한 번뇌임을 가르치시고, 세속을 떠나는 공덕은 가장 미묘하고 청정하기 제일이라고 찬탄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두 사람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기뻐하며 즐거이 믿어, 바른 법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곧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苦出要諦]를 두루 펴 해설하셨다.

 

그때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는 앉은 자리에서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이 청정해졌으니, 마치 흰 바탕이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

그때 지신(地神)이 곧 이렇게 외쳤다.

‘비바시여래께서 반두성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 그것은 어떤 사문 바라문, 모든 하늘이나 악마, 그리고 다른 세상 사람들로서는 굴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소리가 널리 퍼져 4천왕(天王)을 비롯해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까지 들렸고 잠깐 동안에 범천까지 들렸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기뻐하는 마음으로 뛰며 좋아해

저 여래를 기리어 칭찬했다네.

비바시는 비로소 부처님 되어

위없는 법륜(法輪)을 굴리셨다네.

 

처음으로 수왕(樹王) 아래에서 일어나

반두성으로 나아가셔서

건다와 제사를 위해

4제(諦)의 법륜을 굴리셨다.

 

그때 저 건다와 제사는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들인 후

깨끗한 법륜 안에서

청정한 행[梵行]을 닦아 따를 이 없었네.

 

저 도리천의 무리와

천제석(天帝釋) 무리들 이 말을 듣고

기쁨에 넘쳐 서로 알리니

온 하늘나라 들리지 않는 곳 없었네.

 

저 부처님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니

모든 하늘 무리들은 늘어나고

아수륜(阿須倫)18)은 줄어들었네.

 

신선이 된 그 분의 이름 널리 퍼졌으니

훌륭하신 지혜로 세상을 벗어나

모든 법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평등한 모든 법을 두루 관찰해

마음을 쉬어 더러움 없애고

나고 죽는 재앙을 멀리 여의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고통 없애어 모든 악 여의고

욕심을 벗어나 자유 얻으며

은혜와 사랑의 감옥을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바르게 깨달으신 이[正覺]ㆍ사람 중 높은 이[人中尊]

양족존(兩足尊)ㆍ조어장부(調御丈夫)로서

모든 속박을 풀어 헤치고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중생을 교화하고 이끄는 스승

악마의 원수를 항복받으시고

모든 악을 멀리 여의시며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번뇌를 떠난 힘 악마를 꺾고

모든 기관 안정되어 게으르지 않으며

번뇌를 다하고 악마의 결박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만일 결정법(決定法)을 배워 마치면

모든 법에 나[我] 없음을 깨달으리라.

이것은 법 중에서 최고의 법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내 몸을 이롭게 하기 바라지 않고

또한 명예도 구하지 않네.

오직 저 중생들 가엾이 여겨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중생이 받는 고통과 재앙

늙음ㆍ병듦ㆍ죽음의 핍박을 보고

이 3악취(惡趣)의 중생을 위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고

깊은 애욕의 근원을 뿌리 뽑으며

흔들림 없이 모든 속박 벗어나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이기기 어려운 것 나는 이겼으니

나 자신 스스로 항복받고

이기기 어려운 저 악마 이겨내어

지혜로 법륜을 굴리셨네.

 

이 위없는 법륜은

오직 부처님만이 굴리시나니

하늘ㆍ악마ㆍ제석ㆍ범천 중엔

굴릴 수 있는 자 아무도 없네.

 

중생에게 친근하게 법륜을 굴려

천상과 인간의 무리 이익되게 하니

천인사(天人師)께서는 이들을

저쪽 언덕으로 건네주셨네.

 

“그때 왕자 제사와 대신의 아들 건다는 법을 깨달아 과(果)를 얻고 진실하여 속임이 없으며 아무 두려움도 없게 되었다. 그들은 곧 비바시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부처님의 법 안에서 깨끗한 행(行)을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내 법은 청정하고 자유로우니, 이를 수행하면 모든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그때 두 사람은 곧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지 오래지 않아 여래께서는 또 3사(事)를 가르치셨다. 첫 번째는 신족(神足)이고, 두 번째는 관타심(觀他心)이며, 세 번째는 교계(敎誡)였다. 그들은 곧 번뇌를 여읜 마음의 해탈과 나고 죽음에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었다.

 

그때 반두성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면서 법의(法衣)를 입고 발우를 들고 깨끗한 행을 닦는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 서로들 말하였다.

‘이들로 하여금 세상의 영화로운 지위를 버리고 소중한 것을 버리게 한 것을 보니 그 도는 반드시 진실한 것일 것이다.’

그때 성 안에 살던 8만 4천 사람들은 녹야원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설법하셔서 보여주고 가르쳐주어 이롭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셨다. 즉 보시론(布施論)ㆍ계율론(戒律論)ㆍ생천론(生天論)을 말씀하시고, 애욕은 나쁘고 더러운 것이며 우환이 되는 심각한 번뇌임을 가르치시고, 세속을 벗어나는 공덕은 가장 미묘하고 맑고 깨끗하기 제일이라고 찬탄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대중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져 기뻐하고 즐거이 믿어 바른 법을 능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셨다. 그래서 곧 그들을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集聖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滅聖諦]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出要諦]를 널리 펴 해설하셨다.

 

그러자 8만 4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떠나 곧 법안(法眼)이 청정해졌으니 마치 흰 바탕은 쉽게 염색되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법을 알아 과를 얻고 진실하여 속임이 없으며 아무 두려움도 없게 되었다. 그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희들은 여래의 법 안에서 깨끗한 행[梵行]을 닦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들이여, 내 법은 청정하고 자유로우니, 수행하면 모든 괴로움을 없앨 수 있다.’

그때 8만 4천 사람들은 모두 구족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세존께서는 다시 3사(事)를 가르치셨다. 첫 번째는 신족이고, 두 번째는 관타심이며, 세 번째는 교계였다. 그들은 곧 번뇌를 여읜 마음의 해탈과 나고 죽음에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었다.

그때 8만 4천 사람들은 부처님께서 녹야원에서 사문도 바라문도 모든 하늘도 악마도 범천도 능히 굴릴 수 없는 위없는 법륜을 굴리신다는 말을 듣고, 곧 반두성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그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머리에 불붙은 사람 불을 끄려고

허둥지둥 꺼줄 곳을 찾아가듯이

그 사람들도 그와 같이

부리나케 여래께 나아갔다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신 것도 이와 같았다. 그때 반두성에는 16만 8천 명의 큰 비구들이 있었다. 제사비구와 건다비구는 대중들 앞에서 허공에 올라가 몸에서 물과 불을 내뿜는 등 모든 신변(神變)을 나타냈다. 그리고 다시 대중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연설했다. 그때 여래는 잠자코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이 성 안에는 16만 8천의 큰 비구들이 있다. 나는 마땅히 저들을 유행(遊行)하도록 해야겠다. 저들을 각각 두 사람씩 짝을 지어19) 6년 동안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게 한 뒤, 다시 이 성으로 돌아와 구족계를 연설하게 하리라.

 

그때 수타회천(首陀會天)20)은 여래의 마음을 알고,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저 하늘에서 사라져 갑자기 부처님 앞에 나타나서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반두성에는 비구들이 많습니다. 마땅히 각각 흩어져 여러 곳으로 유행하게 하였다가 6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이 성으로 돌아와 구족계를 연설하게 해야 합니다. 저는 마땅히 그들을 보호해 아무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이 천신의 말을 듣고 잠자코 있음으로써 인가(印可)의 뜻을 보이셨다.

 

수타회천은 부처님께서 침묵으로 허락하셨음을 알고 곧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홀연히 사라져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성 안에는 비구들이 많다. 너희들은 각각 흩어져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포교하다가, 6년이 지나거든 돌아와 계(戒)를 설하라.’

비구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각각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보내신 질서 바른 대중

아무 욕심 없고 집착도 없어라.

그 위엄은 금시조(金翅鳥)와 같고

빈 못을 버리는 학(鶴)처럼 떠나갔네.

 

“1년이 지난 뒤 수타회천은 모든 비구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의 순회 포교는 이제 1년이 지났고 앞으로 5년이 남았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6년을 마친 뒤에는 이 성에 돌아와 계를 연설해야 합니다.’

이렇게 6년이 지나자 수타회천은 또 비구들에게 말했다.

‘6년이 이미 지났으니 마땅히 돌아와 계를 연설하십시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이 천신의 말을 듣고 모두 의발(衣鉢)을 거두어 챙긴 뒤 반두성으로 돌아왔다. 거기서 녹야원에 계시는 비바시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잘 길들여진 코끼리가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듯이

그와 같이 저 비구 무리도

가르침을 따라 성으로 돌아왔네.

 

“그때 여래께서는 대중 앞에서 허공에 올라 결가부좌(結加趺坐)21)하시고 계경(戒經)을 연설하셨다.

‘인욕(忍辱)이 제일이며, 열반이 으뜸이다. 수염과 머리를 깎은 자로서 남을 해치지 않는 자가 사문이다.’

수타회천은 부처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게송으로 찬탄했다.

 

여래의 큰 지혜는

미묘하고 홀로 높아

지관(止觀)을 함께 갖추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셨네.

 

중생을 가엾게 여김으로써

이 세상에서 도를 이루어

네 가지 거룩한 진리로써

성문(聲聞)을 위해 연설하셨네.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을 멸하는 진리

거룩한 저 여덟 가지 바른 길로써

안락한 곳으로 중생을 인도했네.

 

비바시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모든 대중들 가운데 있으시니

마치 빛나는 태양과 같아라.

 

그리고 이 게송을 마치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지금 생각해 보니, 지난 날 어느 땐가 나는 라열성(羅悅城:왕사성)의 기사굴산(耆闍崛山:영취산)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까지 태어나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오직 수타회천에는 태어나지 못했다. 만일 내가 저 하늘에 태어난다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비구들아, 나는 그때 이런 생각도 했다.

‘나는 무조천(無造天)22)에 가고 싶다.’

그때 나는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여기서 사라져 갑자기 그 하늘에 나타났다. 그때 그 하늘신들은 내가 나타난 것을 보고는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섰고 그리고 이내 내게 말했다.

‘저희들은 모두 비바시부처님의 제자로서 그 부처님의 교화를 따랐으므로 여기에 태어났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처님의 인연 본말(本末)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또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는 또 시기부처님ㆍ비사바부처님ㆍ구루손부처님ㆍ구나함부처님ㆍ가섭부처님ㆍ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서 그분들의 교화를 따랐으므로 여기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부처님들의 인연 본말에 대하여 설명했다. 또 내가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色究竟天)에 갔을 때에도 또한 그러했다.”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힘센 사람이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나는 신족(神足)으로써

저 무조천(無造天)에 이르렀네.

 

일곱 번째 대선(大仙)께서

두 악마를 항복받으니

삿된 견해 없는 무열천(無熱天)23)은

손을 모아서 예배하였네.

 

주도(晝度)나무24) 향기처럼

석사(釋師:석가모니) 이름 멀리 들렸고

상호(相好)를 갖추어

선견천(善見天)에 이르렀네.

 

마치 연꽃이

물에 젖지 않는 것처럼

세존은 물듦 없이

대선견천(大善見天)에 이르렀네.

 

해가 처음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깨끗하여 티끌의 가림이 없고

또 밝은 가을 달처럼

일구경천(一究竟天)으로 나아갔네.

 

이 다섯 거처는

중생들이 깨끗하게 사는 곳

마음이 깨끗하여 이곳에 태어났고

번뇌 없는 곳으로 나아가네.

 

깨끗한 마음으로 와

부처님 제자가 되었고

더러움과 집착을 버리고 떠나

집착 없는 데에서 즐거워하네.

 

법을 알아 흔들림이 없는

비바시의 제자들

깨끗한 마음으로 조용히 찾아와

큰 선인(仙人)에게 나아갔네.

 

시기불의 제자들

번뇌도 없고 작위(作爲)도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찾아와

이유존(離有尊)께 나아갔네.

 

비사바불의 제자들

모든 감관 다 갖추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마치 해가 하늘을 비추는 듯.

 

구루손불의 제자들

모든 욕심을 버려 여의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묘한 광명의 불꽃 왕성하여라.

 

구나함불의 제자들

번뇌도 없고 작위(作爲)도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

그 광명 마치 보름달 같네.

 

가섭불의 제자들

모든 감관 다 갖추고

깨끗한 마음으로 내게 오니25)

 

혼란 없는 대선인(大仙人)

신족(神足)이 제일이라.

굳건한 마음으로

부처님 제자가 되었네.

 

깨끗한 마음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여래께 공경히 예배드리고

존귀하신 분께 자세히 여쭈었네.

 

태어난 곳과 도를 이룬 곳

이름과 성과 또 그 종족이며

심오한 진리를 깨달아

위없는 도를 이룬 사실을.

 

비구들은 고요한 곳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열심히 노력하고 게으르지 않아

가지가지 번뇌를 끊어 없앴네.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의

처음과 끝의 인연들이니

이는 석가여래가

연설한 것이라네.

 

부처님께서 이 큰 인연경(因緣經)을 연설해 마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출처 http://kabc.dongguk.edu/


'경전 > 장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설장아함경 제6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5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4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3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2권  (0) 2017.05.1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