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경전/장아함경

불설장아함경 제3권

블로그스타 2017. 5. 10. 00:58

불설장아함경 제3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③

2. 유행경 제2 중(中)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여덟 가지 무리[衆]가 있다. 무엇을 여덟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찰리중(刹利衆), 둘째는 바라문중(婆羅門衆), 셋째는 거사중(居士衆), 넷째는 사문중(沙門衆), 다섯째는 사천왕중(四天王衆), 여섯째는 도리천중(忉利天衆), 일곱 번째는 악마중[魔衆], 여덟째는 범천중(梵天衆)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에 내가 찰리중과 왕래하며 함께 앉아 있기도 하고 일어나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눈 일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나는 정진한 선정[定]의 힘으로 모든 것을 마음대로 잘 나타내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좋은 빛깔이 있으면 내 빛깔은 그들보다 더 훌륭하게 나타냈고, 그들에게 묘한 소리가 있으면 내 소리는 그들보다 더 나았다. 그들은 나를 피해 물러갔지만 나는 그들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면 나도 말할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이 말할 수 없는 것까지도 나는 다 말할 수 있었다. 아난아,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는 내가 거기서 사라지면 그들은 내가 하늘인지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범천 무리들에게 수없이 오고 가면서 그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였지만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매우 기이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일찍이 없었던 일을 능히 이처럼 성취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이 미묘하고 희한한 법이야말로 아난아,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들이다. 오직 여래만이 능히 이 법을 성취하였다.”

 

세존께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능히 수(受)가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상(想)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과, 관(觀)이 일어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을 안다. 이것은 곧 여래의 매우 기이하고 특별하고 일찍이 없었던 법이다. 너는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한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향탑(香塔)1)으로 가자.”

거기에 이르러서 곧 어느 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현재 향탑 부근에 있는 비구들에게 두루 알려 강당으로 모이게 하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 모두 모이게 하였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중들이 이미 모였습니다.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곧 강당에 나아가 자리에 앉아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러한 법을 몸소 체험하여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이른바 4념처(念處)ㆍ4의단(意斷)ㆍ4신족(神足)ㆍ4선(禪)ㆍ5근(根)ㆍ5력(力)ㆍ7각의(覺意)ㆍ성현팔도(聖賢八道)가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법 가운데서 서로 화합하고 존경하고 순종하며 다투거나 송사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내 법 가운데서 힘써 공부하면서 함께 맹렬히 정진하고 함께 즐겨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이런 법들을 몸소 체험하여 그대들에게 널리 드러내었다. 이른바 관경(貫經)ㆍ기야경(祇夜經)ㆍ수기경(受記經)ㆍ게경(偈經)ㆍ법구경(法句經)ㆍ상응경(相應經) ㆍ본연경(本緣經)ㆍ천본경(天本經)ㆍ광경(廣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증유경(證喩經)ㆍ대교경(大敎經)이 그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잘 받아 지니고 헤아리고 분별하여 일을 따라 수행해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머지않아, 지금부터 석 달 뒤에는 반열반에 들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 모두 깜짝 놀라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득하여 제 몸을 땅에 던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왜 이다지도 빨리, 부처님께서 멸도하신단 말인가?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세간의 안목이 사라지다니. 우리들은 이제 망해 버렸구나.”

또 어떤 비구는 슬피 울면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몸부림치며 울부짖으면서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것은 마치 두 동강 난 뱀이 꿈틀거리고 헤매며 갈 곳을 알지 못해 하는 것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잠깐 그쳐라.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라. 하늘이나 땅이나 사람이나 모든 물질은 한번 나면 끝나지 않는 것이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有爲]들을 변하여 바뀌지 않게 하려 해도 그것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전에도 말했지만 은혜와 사랑은 무상한 것이며, 한 번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다. 이 몸은 내 소유가 아니며, 이 목숨은 오래가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자재하여

아늑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리라.

대중들을 화합시키기 위해

이 뜻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이미 늙은 나이라

남은 목숨이 얼마 안 되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이제 마땅히 목숨 버리겠다.

 

생각에 방일(放逸)함이 없게 하고

비구의 계율을 다 갖추며

스스로 마음을 거두어 잡아

그 마음을 지키고 보호하라.

 

만일 내가 가르친 법에서

방일하지 않는 사람은

능히 괴로움의 근본을 끊을 것이니

나고 늙고 죽는 고통 사라지리라.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너희들을 훈계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하늘의 악마 파순은 아까 내게 와서 이렇게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하십시오.’

나는 대답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반드시 나의 모든 비구들이 모이고 또 나아가서는 모든 하늘들까지도 두루 신통을 보아야만 할 것이다.’

파순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옛날 울비라(鬱鞞羅) 니련선(尼連禪) 강가에 있는 아유파니구율나무(阿遊波尼俱律) 밑에서 처음으로 도를 이루셨을 때 저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에 아무런 욕심이 없으시니 곧 반열반에 드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빨리 멸도하십시오.〉

 

그때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나는 스스로 그때를 안다. 여래는 아직 멸도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나에게 많은 제자들이 모이고, 나아가서는 하늘신과 사람들까지 모두 신통 변화를 보게 하고 나서야 멸도 할 것이다.〉

이제 여래의 제자들은 이미 다 모였고 나아가 하늘신과 사람들까지도 신통과 변화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마땅히 멸도하십시오.’

나는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파순아, 부처는 스스로 그때를 알고 있다. 나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석 달 뒤에 나는 분명히 반열반에 들 것이다.’

그때 악마 파순이 생각했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시지 않으신다. 이번에는 반드시 멸도하실 것이다.’

악마는 기뻐 뛰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악마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나는 차바라탑에서 고요한 마음으로 삼매(三昧)에 들어 목숨을 유지해 주던 온갖 인연이 되는 요소[壽行]를 버렸다. 바로 그때 땅이 크게 진동하니, 하늘과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두려워 털이 곤두섰다. 부처가 큰 광명을 놓자 두루 비쳐 그 빛은 끝이 없었고, 어두운 지옥까지도 그 광명을 받아 서로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게송으로 말했다.

 

유위와 무위 두 가지 행위 중에

나는 이제 유위(有爲)를 버리고

안으로 삼매(三昧)를 오로지하여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이 했네.

 

그때 현자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여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건대 세존이시여, 멸도에 들지 마시고 1겁(劫) 동안만 더 머물러 계십시오. 중생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사람들과 하늘을 이익되게 해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아난이 이렇게 세 번을 간청하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의 정각도(正覺道)를 믿느냐?”

 

아난이 대답했다.

“예, 저는 진실로 부처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네가 만일 믿는다면, 너는 왜 세 번이나 나를 귀찮게 하느냐? 너는 직접 부처님께 듣고, 직접 부처님께 받기를 ‘능히 4신족(神足)을 닦아 익히되 항상 생각하여 잊지 않는 자들은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죽지 않고 1겁을 더 넘게 살 수 있다. 부처는 4신족을 이미 많이 닦아 익혔고 생각을 오로지해 잊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원하기만 한다면 여래는 죽지 않고 1겁이 넘게 여기 머무르며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고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때는 왜 멸도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 청하지 않았느냐? 내 말을 두 번만 들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세 번이나 듣고도 너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이 세상에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하여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주며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라고 왜 내게 권해 청하지 않았느냐? 이제야 그런 말을 하니 어찌 어리석다 하지 않겠는가?내가 세 번이나 기미[相]를 나타내 보였는데 너는 세 번이나 잠자코 있었다. 너는 그때 왜 내게 ‘여래께서는 1겁이나 혹은 1겁 이상을 더 머물러 계시면서 세상을 위해 어둠을 없애주고 많은 이익을 얻게 해 주십시오’ 라고 청하지 않았느냐? 그만두라, 아난아. 나는 이미 목숨을 버렸다. 이미 버렸고, 이미 뱉은 이상 여래가 스스로 한 말을 어기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유하건대 부귀한 장자(長者)가 음식을 땅에 뱉었다면 그것을 기꺼이 도로 집어먹으려 하겠느냐?”

 

“아닙니다.”

 

“여래도 그렇다. 이미 버리고 이미 뱉었는데, 어떻게 다시 거짓말을 하란 말이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암바라(菴婆羅) 마을로 가자.”

아난이 곧 가사와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그리고 발지국을 경유하여 암바라 마을에 이르러, 어느 숲에 머무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대중을 위해 계ㆍ정ㆍ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계를 닦아 선정을 얻으면 큰 과보(果報)를 얻고, 선정을 닦아 지혜를 얻으면 큰 과보를 얻으며, 지혜를 닦아 마음이 깨끗해지면 등해탈(等解脫)을 얻어 3루(漏)인 욕루(欲漏)ㆍ유루(有漏)ㆍ무명루(無明漏)를 다하게 된다. 해탈을 얻고 나면 해탈지(解脫智)가 생겨 태어남과 죽음을 이미 다하고, 깨끗한 행이 이미 확고해지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쳐서 다시는 뒷세상의 목숨을 받지 않는다.”

 

세존께서는 암바라 마을에서 적당히 머무셨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위의(威儀)를 차려라. 내가 장차 첨바(瞻婆) 마을ㆍ건다(揵茶) 마을ㆍ바리바(婆梨婆) 마을을 거쳐 부미(負彌)성으로 가야겠다.”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가는 길에 발지국을 경유하여 다른 성에 들렀다가, 부미성 북쪽에 있는 시사파(尸舍婆)숲에 도착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마땅히 너희들에게 네 가지 큰 교법(敎法)을 설명하겠다. 자세히 잘 듣고,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무엇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여러분,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이런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한 헐뜯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虛實)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本末)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면 마땅히 그에게 말하여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현사(賢士)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첫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현자들이여,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화합한 승단에서 견문이 많은 장로(長老)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고,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장로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두 번째 큰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受持)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律儀)를 수지한 많은 비구들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들에게서 직접 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 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내용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많은 비구들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하여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그대는 마땅히 그것을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세 번째 교법이다.

 

또 어떤 비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나는 어떤 마을, 어떤 성, 어떤 나라에서 법을 수지하고 계율을 수지하고 율의를 수지한 어떤 비구에게서 이러한 법과 이러한 계율과 이러한 가르침을 직접 들었고 직접 받았다.’

이와 같이 말하면 그분에게서 직접들은 것이라고 하는 만큼 믿지 않으면 안 되고, 또 헐뜯어서도 안 된다.

마땅히 모든 경전에서 그 허실을 따져보고 법과 계율에 의거하여 그 본말을 규명해 보아야 한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에 있는 것도 아니며, 계율도 아니며, 법도 아니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부처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그대가 그 어떤 비구에게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는데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어긋난다. 현사여, 그대는 그것을 받아 지니지 말고, 또 남에게 말하지도 말며, 마땅히 그것을 버리시오.’

만일 그가 한 말이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한 것이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그대가 한 말은 진실로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내가 모든 경전과 계율과 법에 의거해 살펴보았더니 그대가 아까 한 말은 법과 서로 맞기 때문이다. 현사여, 마땅히 힘써 받아 지니고, 또 남을 위하여 널리 말하며, 부디 버리지 마시오.’

이것이 네 번째 큰 교법이다.”

 

부처님께서는 부미성에서 적당하게 계실 만큼 계시다가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파바(波婆)2)성으로 가자.”

“예.”

아난은 곧 옷과 발우를 챙기고 모든 대중들과 함께 세존을 모시고 따랐다. 간 길은 말라(末羅)3)를 경유하여 파바성의 사두원(闍頭園)에 이르렀다. 당시 공사자(工師子)4) 주나(周那)5)는 부처님께서 말라를 거쳐 그 성에 오셨다는 말을 듣고 곧 옷을 장식하고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주나를 위하여 설법하고 교화하셨으며, 가르침을 베풀어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해 주셨다. 주나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곧 부처님께 청했다.

“내일은 저희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십시오.”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셨다. 주나는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것을 알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돌아가서는 그날 밤으로 공양을 준비했다. 이튿날 시간이 되자 ‘성자께서는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하고 알려왔다.

 

세존께서는 법복을 입고 발우를 들고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그의 집으로 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주나는 곧 음식을 차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바치고, 따로 전단 나무 버섯[栴檀樹耳]6)을 지졌다. 그 버섯은 아주 진귀한 것이므로 오직 세존 한분께만 드렸다.

 

부처님께서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버섯을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말라.”

주나는 그 분부를 받고 감히 다른 비구들에게는 주지 못하였다. 당시 그 대중 가운데에 늘그막에 출가한 한 장로 비구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다른 그릇에다 그 음식을 조금 얻어먹었다.

 

그때 주나는 대중의 공양이 끝난 것을 보고 나서 발우와 식기를 모두 거두었다. 그리고 손 씻을 물을 돌리고 나서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감히 여쭙니다. 크고 거룩한 지혜를 가지신 분이시고

바르게 깨달으신 분, 두 가지를 구족하신 분이시며

마음을 잘 다루어 항복받으신 분이시여,

이 세상에는 몇 종류의 사문이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그대가 질문한 사문은

보통 네 종류가 있다.

그들의 뜻과 취미가 각각 다르니

너는 그것을 분별해 알라.

 

첫 번째는 도를 행함이 특별히 뛰어난 이

두 번째는 도의 뜻을 잘 설명하는 이

세 번째는 도를 의지해 생활하는 이

네 번째는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 이이다.

 

어떤 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하고

도의 뜻을 잘 설명한다고 하며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하고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하는가?

 

능히 은혜와 사랑의 가시밭 건너

열반에 들되 의심이 없고

하늘과 사람의 길 훌쩍 벗어나면

이것을 도가 특별히 뛰어나다고 한다.

 

제일의 진리 그 뜻을 잘 알아

도에는 더러움과 때 없음을 설명하고

어질고 자비스럽게 사람의 의심 풀어주면

이것을 도를 잘 설명한다고 한다.

 

법의 글귀를 훌륭히 연설하고

도를 의지해 스스로 살아가며

더러움 없는 곳을 멀리 바라보면

이것을 도를 의지해 생활한다고 한다.

 

속으로는 간사하고 삿된 마음 품고서

겉으로만 청백한 듯 모양 꾸미며

거짓과 속임으로 성실하지 못하면

이것을 도를 행하는 척 더러움만 짓는다고 한다.

 

어떤 이를 선과 악이 함께 있으며

깨끗함과 더러움이 뒤섞인 자라고 하는가?

겉으로 아름다움 드러난 듯하지만

마치 구리쇠에 금칠한 것 같은 자이다.

 

속인들은 마침내 그 모습 보고

성지(聖智)의 제자라 부르는구나.

그러나 다른 이도 다 그런 것은 아니니

맑고 깨끗한 믿음 버리지 말라.

 

어떤 사람은 대중을 거느리되

속은 흐리면서 겉은 깨끗해

간사한 흔적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다.

 

그러므로 얼핏 겉모양 보고

한눈에 곧 존경하고 친하지 말라.

간사한 자취 당장은 가리지만

실제로는 방탕한 생각 품었다.

 

주나는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시고 가르치셔서 이롭고 기쁘게 하셨다. 대중들은 부처님을 에워싸서 모시고 돌아갔다. 가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등병[背痛]을 앓고 있다. 너는 자리를 깔아라.”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그때 아난은 작은 자리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까 주나가 후회하고 한탄하지는 않더냐? 만일 그런 마음이 들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겠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주나가 비록 공양을 바쳤지만 그것은 아무 복도 이익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공양을 받으시고 곧 반열반을 취하시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아라. 그런 말 말아라. 이제 주나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수명을 얻고, 좋은 몸을 얻으며, 힘을 얻고, 훌륭한 명예를 얻으며, 살아서는 많은 재보(財寶)를 얻고, 죽으면 하늘에 태어나서 하고자 하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가 처음 도를 이루었을 때 공양을 베푼 자와 부처가 멸도할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 가서 주나에게 ‘주나여, 나는 친히 부처님께 듣고 나는 친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거두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해 주어라.”

 

아난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곧 그의 집으로 찾아가 주나에게 말하였다.

“나는 직접 부처님께 들었고,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주나여, 너는 공양을 베풀었기 때문에 이제 큰 이익을 얻고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얻으셨을 때에 공양을 베푼 자와 멸도하실 때에 공양을 베푼 자, 이 둘의 공덕은 똑같아서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주나는 집에서 공양을 올리고 나서

비로소 이런 말씀 처음 들었네.

여래의 병환이 더욱 심하여

목숨이 이제 끝나려 한다고.

 

비록 전단 버섯을 먹고서

그 병세 더욱 심해졌지만

병을 안으신 채 길을 걸어서

천천히 구이성(拘夷城)으로 향해 가셨네.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조금 걸어가시다가 어떤 나무 밑에서 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내 등병의 통증이 너무 심하구나. 자리를 깔아 다오.”

 

“예.”

아난이 곧 자리를 깔자 여래께서는 거기서 쉬셨다. 아난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아라한 제자 복귀(福貴)7)가 구이나갈성(拘夷那竭城)8)에서 파바성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도중에서 나무 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었는데, 그 용모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며 마음[意]을 잘 다스려 최상이며 제일가는 적멸(寂滅)을 얻은 모습이었다. 마치 큰 용(龍)과 같고 맑고 깨끗해 더러움이 없는 물과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는 곧 즐겁고 기쁘고 착한 마음이 생겨났다. 그는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집을 떠나 수행하는 사람이 맑고 깨끗한 곳에서 한가히 지내는 것을 즐기고자 하는 것은 매우 기특한 일입니다.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가도 그것을 듣거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언젠가 저의 스승께서는 구이나갈성과 파바성 중간쯤 되는 곳의 길 가 나무 밑에서 고요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때 500대의 수레가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지만 그는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때 어떤 사람이 제 스승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조금 전 수레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보지 못했소.’

‘소리는 들었습니까?’

‘듣지 못했소.’

‘당신은 분명 여기에 있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있었습니까?’

‘여기 있었소.’

‘당신 정신이 멀쩡합니까?’

‘제정신이오.’

‘당신은 깨어 있었습니까, 자고 있었습니까?’

‘자지 않았소.’

그때 그 사람은 가만히 생각하였습니다.

‘이 일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집을 나와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을 한곳에 모아 정진하는 것이 이와 같구나. 저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다니.’

그리고는 곧 스승에게 말했습니다.

‘조금 전 500대의 수레가 이 길을 따라 지나갔습니다. 그 수레 소리가 우르르하고 울렸는데도 오히려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소리를 듣겠습니까?’

그는 곧 스승에게 예배하고 나서 기뻐하면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내 이제 너에게 물을 것이니 네 마음대로 대답해보아라. 많은 수레가 진동하며 지나갔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과,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듣지 못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되느냐?”

 

복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천만 대의 수레 소리라 한들 어찌 우렛소리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수레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레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깨어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언젠가 아월(阿越)촌을 유람하면서 어떤 초막에 있었다. 그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뇌성과 함께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나는 초막에서 나와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있었다. 그 군중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내게 와,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한 뒤 나를 따라 경행하였다.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그에게 물었다.

‘저 대중들이 저렇게 모여 무엇을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셨습니까? 깨어 계셨습니까,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나는 이곳에 있었고 자지도 않았다.’

그때 그 사람은 ‘부처님처럼 선정[定]을 얻은 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뇌성벽력 소리가 온 천지에 요란한데 혼자 고요히 선정에 들어 깨어 계시면서도 듣지 못하시다니’ 하고 감탄하고는 곧 나에게 말했다.

‘아까 검은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 뇌성과 벼락이 쳐, 황소 네 마리와 농부 형제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저 대중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곧 법의 기쁨을 얻어 내게 예배하고 떠나갔다.”

 

그때 복귀는 백천 냥의 가치가 있는 황금빛 나는 두 벌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이 옷을 세존께 바칩니다. 원컨대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복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옷 한 벌은 내게 주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어라.”

복귀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한 벌은 여래께 바치고 한 벌은 아난에게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주셨다. 복귀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하여 차근차근 설법하시고 가르치셔서 그를 이롭게 해 주시고 기쁘게 해 주셨다. 즉 시론(施論)ㆍ계론(戒論)ㆍ생천론(生天論)에 대해 말씀해 주시고, 애욕은 큰 재앙이며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가장 큰 번뇌로서 장애가 될 뿐이니, 이를 벗어나는 요긴한 길을 찾는 것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복귀의 마음이 기쁨에 차고 부드러워져 모든 개(蓋)와 전(纏)9)이 없어지고 쉽게 교화될 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대로 곧 복귀를 위하여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ㆍ괴로움의 벗어남에 대한 진리를 연설해 주셨다. 그러자 복귀는 신심(信心)이 맑고 깨끗해졌는데 마치 흰 천이 쉽게 염색되는 것처럼, 곧 그 자리에서 티끌을 멀리하고, 괴로움을 여의고, 모든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다. 그래서 법을 깨닫고 법을 얻어 결정코 바르게 머물러 나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게 되고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스님들에게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지금부터 목숨을 마칠 때까지 생물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간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나이다. 오직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바른 법 가운데에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소서.”

 

그는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돌아다니시며 교화하시다가 파바성에 오시게 되거든, 원하건대 뜻을 굽히시고 저희 촌락에 들러주십시오. 왜냐하면 저희 집에 있는 모든 음식과 의복과 침구류와 탕약을 세존께 바치고 싶어서입니다. 만일 세존께서 받아만 주신다면 우리 집안은 안락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말은 참 훌륭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복귀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그러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 기뻐하면서 떠났다.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난이 곧 황금빛 옷을 여래에게 올렸다. 여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곧 그것을 받아 입으셨다.

그때 세존의 용모는 조용하였고 위엄의 광명이 불꽃처럼 빛났으며 모든 감관[根]은 청정하였고 얼굴빛도 화열(和悅)하셨다. 아난은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생각했다.

‘내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지만 지금껏 부처님 얼굴이 저토록 광택이 있고 황금빛을 내는 것은 뵌 적이 없다.’

그리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신 지 25년이나 되었으나 아직까지 부처님 얼굴의 광명이 황금처럼 빛나는 것은 뵌 적이 없습니다.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원하건대 그 까닭을 들려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첫 번째는 부처가 처음으로 도를 얻어 위없는 정진(正眞)의 깨달음을 이룬 때이며, 두 번째는 멸도하기 위해 생명을 버리고 반열반에 드는 때이다. 아난아, 이 두 가지 인연이 있을 때 여래의 얼굴빛은 보통 때와 다르다.”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황금빛 옷은 찬란하게 빛나고

부드럽고 곱고 깨끗하구나.

복귀가 그 옷을 나에게 바쳤으니

백호(白毫)의 광명이 눈처럼 희구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분부하셨다.

“내가 목이 마르구나. 물을 먹고 싶으니 너는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여쭈었다.

“조금 전에 상류(上流)에서 500대의 수레가 물을 건너갔습니다. 그 흐려진 물이 아직 맑아지지 않아 발은 씻을 수 있어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세 번이나 분부하셨다.

“아난아, 물을 가져오너라.”

 

아난이 여쭈었다.

“구손(拘孫)강이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그 물은 맑고 시원해 마실 수도 있고 목욕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 설산(雪山)에 살면서 불도를 독실하게 믿는 귀신이 있었다. 그는 곧 발우에다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춘 맑은 물을 떠다 세존께 바쳤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가엾이 여겨 그것을 받으셨다. 그리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는 여덟 가지 음성10)으로

아난에게 물을 가져오라 하였네.

나는 목이 말라 물이 먹고 싶다.

물을 마시고 구시성(拘尸城)으로 가자.

 

부드럽고 온화하고 맑은 그 음성

말을 하면 사람 마음 즐겁게 한다네.

곁에서 나를 시봉하는 아난은

이내 부처에게 이렇게 말하네.

 

조금 전에 500대의 수레가

강을 건너 저 언덕으로 갔습니다.

그것이 이 물을 흐려 놓아

마시면 몸에 이롭지 않습니다.

 

구손강은 여기서 멀지 않고

그 물은 참으로 맑고 시원하니

거기 가시면 그 물을 마시기도 하고

또 몸소 목욕도 할 수 있습니다.

 

설산에 사는 어떤 귀신이

여래에게 물을 가져다 바치니

그 물을 마신 뒤에 힘이 솟아나

여러 대중 앞에서 사자 걸음 걸었네.

 

그 강은 신룡(神龍)이 사는 곳

맑고 깨끗해 더러움 없다.

성인은 설산(雪山)같은 얼굴빛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구손강 건너리.

 

세존께서는 곧 구손강으로 가셔서 물을 마시고 또 목욕도 하신 뒤에 대중들과 함께 거기서 떠나셨다. 가시는 도중에 어떤 나무 밑에서 쉬다가 주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승가리(僧伽梨)11)를 네 겹으로 접어 여기에 깔아라. 나는 등이 아파 잠깐 쉬고 싶구나.”

주나가 분부를 받고 자리를 깔자 부처님께서는 거기 앉으셨다. 주나는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저는 반열반에 들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을 알아라.”

이에 주나는 곧 부처님 앞에서 반열반에 들었다.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구손강에 이르러보니

맑고 시원하며 더러움 없었네.

사람 중에 높은 이 물에 들어가

목욕을 마친 뒤 저 언덕으로 건너갔네.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 되는

주나에게 명령하였네.

나는 지금 몹시 피곤하니,

너는 속히 자리를 깔아라.

 

주나가 이내 분부를 받고

네 겹으로 옷을 접어 자리를 깔자,

여래는 이내 거기서 쉬었고

주나는 앞에 나와 앉아서

 

곧 세존께 말하였네.

저는 멸도에 들고자 합니다.

사랑도 없고 또 미움도 없는 곳

저는 이제 그곳으로 가렵니다.

 

바다처럼 한량없는 공덕을 지닌

가장 훌륭한 이, 그에게 말씀하셨네.

너는 너의 할 일을 이미 마쳤으니

지금이 바로 적절한 때인 줄 알라.

 

부처가 이미 허락한 것 보고

주나는 몇 곱으로 정진을 더해

모든 행(行)을 남김없이 멸했으니

기름이 다한 등불 꺼지듯 하였네.

 

그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장례(葬禮)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우선 잠자코 너의 할 일이나 생각하여라.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원해 처리할 것이다.”

 

아난은 다시 세 차례나 거듭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신 뒤 장례의 법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례의 법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전륜성왕(轉輪聖王)과 같이 하라.”

 

아난이 또 여쭈었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의 장례법은 먼저 향탕(香湯)으로 몸을 씻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붓는다.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鐵槨]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그 겉을 거듭 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闍維)12)한다. 화장을 마친 뒤에는 사리(舍利)13)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表刹)14)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법왕(法王)의 탑을 보게 하여, 바른 교화를 사모해 많은 이익을 얻게 해야 한다. 아난아, 네가 나를 장사지내려 하거든 먼저 향탕으로 목욕시키고, 새 무명천으로 몸을 두루 감되 500겹으로 차곡차곡 묶듯이 감싸고, 몸을 황금 관에 넣은 뒤에는 깨 기름을 거기에 부어라. 다음에는 황금 관을 들어 두 번째 큰 쇠곽에 넣고, 전단향나무로 짠 덧관으로 겉을 거듭 싼다. 그 다음 온갖 향을 쌓아 그 위를 두텁게 덮고, 그리고 그것을 사유하여라. 사유를 마친 뒤에는 사리를 거두어 네거리에 탑을 세우고 표찰에는 비단을 걸어 온 나라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의 탑을 보게 하고, 여래 법왕의 도의 교화를 사모하여 살아서는 행복을 얻고 죽어서는 천상에 태어나게 하라.”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꿇어앉아 세존에게 말했네.

여래께서 이제 멸도하시고 나면

마땅히 어떤 법으로 장사지내야 합니까.

 

아난아, 너는 우선 잠자코

네가 해야 할 일이나 잘 생각하라.

이 나라의 모든 청신사들이

스스로 기꺼이 처리하리라.

 

아난이 이렇게 세 번 청하자

부처는 전륜왕의 장례법을 말했네.

여래의 몸을 장사지내려 하거든

천으로 싸서 관곽(棺槨)에 넣고

 

네거리에는 탑묘(塔廟)를 세워

중생을 이익되게 하라.

그것을 예배하는 모든 사람은

무량한 복을 모두 얻으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천하에는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으로 공양할 만한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여래(如來)로써 마땅히 그를 위하여 탑을 세울 만하다. 두 번째는 벽지불(辟支佛), 세 번째는 성문(聲聞)들, 네 번째는 전륜왕이다. 아난아, 이 네 종류의 사람은 마땅히 탑을 세워 향과 꽃과 비단 일산과 음악을 공양할 만하다.”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탑을 세울 만한 자로는 첫 번째는 부처님

다음은 벽지불과 성문(聲聞)

그리고 전륜성왕

그는 4역(域)을 다스리는 임금이다.

 

이 넷은 마땅히 공양 받을 만하기에

여래는 말하였네.

부처님과 벽지불 그리고 성문

그 다음은 전륜왕의 탑이라고.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구시성 말라의 쌍수(雙樹) 사이로 가자.”

 

“예.”

아난은 곧 대중들과 함께 부처님을 에워싸고 길을 걸어갔다.

 

그때 구시성에서 파바성으로 가던 한 범지(梵志)가 있었다. 도중에 멀리서 세존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부처님의 용모는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였다. 이 모습을 본 그는 곧 기쁨이 넘치고 선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문안을 드린 뒤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건대 구담(瞿曇)이시여, 그 마을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너는 이제 나에게 이미 공양하였다.”

 

그때 범지는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부처님의 대답은 처음과 같았다. 부처님께서 다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이 내 뒤에 있다. 너는 그에게 네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아난에게 나아가 인사를 한 뒤 한쪽에 서서 아난에게 말했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멀지 않습니다. 원하건대 구담께서는 그곳에서 쉬시고 이른 아침에 공양을 드신 뒤 성으로 가십시오.”

 

아난이 대답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범지여, 그대는 이미 우리에게 공양하였소.”

 

범지가 세 번이나 간청하자 아난이 다시 대답하였다.

“지금은 날이 너무 덥고 또 그 마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존께서 몹시 피곤해 하시니 수고롭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정을 판단하시고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깨끗한 눈[淨眼]인 부처가 길을 걷다가

몹시 지쳐 쌍수로 향하는데

범지가 멀리서 부처를 보고는

곧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네.

 

제가 사는 마을은 여기서 가까우니

가엾이 여기시어 하룻밤만 머무소서.

이른 아침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

그것 받으시고 저 성으로 향하소서.

 

범지여 내 몸이 몹시 피곤한데

길마저 멀어서 들를 수가 없구나.

저 시봉하는 자 내 뒤에 있으니

그에게 너의 뜻을 말하라.

 

범지는 부처의 가르침을 받고

곧 아난의 처소로 갔다네.

오직 원컨대 저희 마을로 가셔서

이른 아침에 공양 받고 떠나소서.

 

아난은 말했네. 그만두오, 그만두오.

지금은 날이 더워 갈 수가 없소.

세 번을 청하고도 원을 풀지 못하자

범지의 마음은 안타깝고 답답했다.

 

아아, 이 세계의 모든 유위법(有爲法)

흘러 변하고 항상 머물지 않으니

이제 나는 저 두 나무 사이에서

번뇌가 없어진 몸 아주 없애리.

 

부처와 벽지불 그리고 성문들

일체는 모두 반열반에 들어가니

무상은 가리는 것 없어서

마치 불이 산 숲을 태우듯 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구시성으로 들어가 말라족의 본생처(本生處)인 쌍수 사이를 향해 가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위하여 쌍수 사이에 누울 자리를 마련하되 머리는 북쪽15)으로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하면 내 법16)이 널리 퍼져 장차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다.”

 

“예”

아난은 북쪽으로 머리를 향하도록 자리를 깔았다.

 

그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를 네 겹으로 접어 오른쪽 옆구리를 붙이고 사자처럼 발을 포개고 누우셨다.

 

그때 쌍수 사이에 살면서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던 귀신은 때 아닌 꽃을 땅에 흩뿌렸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쌍수의 신들은 때 아닌 꽃을 나에게 공양했다. 그러나 이것은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 아니다.”

 

아난이 여쭈었다.

“그러면 어떤 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법을 받아 그 법을 잘 행하면 그것을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이 뜻을 관찰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부처가 쌍수 사이에서

옆으로 누우니 마음이 어지럽지 않네.

마음 깨끗한 나무 신(神)이

부처 위에 꽃을 뿌렸네.

 

아난이 부처에게 묻기를

어떤 것을 공양이라 합니까?

법을 받음과 법을 행함과

깨달음의 꽃을 공양이라고 한다.

 

수레바퀴만한 자금(紫金)의 꽃을

부처님께 뿌려도 공양 아니며

음(陰)ㆍ계(界)ㆍ입(入)17)에 나[我]라는 것 없다 함이

바로 첫째가는 공양이 된다.

 

그때 범마나(梵摩那)18)는 부처님 앞에서 부채를 들고 부처님께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물러가라. 내 앞에 있지 말라.”

 

그러자 아난은 잠자코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했다.

‘이 범마나는 항상 부처님의 측근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왔다. 그는 반드시 여래를 존경하여 보고 또 보아도 싫증이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에 다다르셨다. 마땅히 그가 지켜보도록 해야 할 텐데 물러가라 하시니 무슨 까닭일까?’

그래서 아난은 곧 옷을 가지런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범마나는 언제나 부처님 곁에 있으면서 시중을 들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부처님을 공경하고 부처님을 뵙는 데에 싫증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부처님께서는 최후이십니다. 마땅히 그가 부처님을 지켜보도록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러가라 명령하시니 무슨 까닭이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구시성 밖 12유순은 모두 대신천(大神天)들이 사는 집으로서 빈틈이 전혀 없다. 이 모든 대신(大神)들이 이 비구가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은 부처님께서 최후를 맞이하여 곧 멸도에 드시려 하고 있으니 우리들 모든 신은 부처님을 한번 뵙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비구는 큰 위엄과 덕이 있어 그 광명이 눈부셔서 우리들이 부처님을 가까이하고 예배하고 공양할 수 없게 하는구나’라고 말하고들 있기 때문이다. 아난아, 이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명령하여 물러가라고 한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거룩한 비구는 원래 어떤 덕을 쌓았고 어떤 행을 닦았기에, 지금 그런 위엄과 덕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과거 91겁 전에 이 세상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그 명호는 비바시였다. 그때 이 비구는 환희심으로 손수 풀로 횃불을 만들어서 그 탑을 비추었다. 이 인연으로 지금 그의 위엄 있는 광명이 위로 28천(天)에 사무치고, 모든 하늘신의 광명이 미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때 아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길게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보잘것없이 작은 성, 거칠고 허물어진 땅에서 멸도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보다 큰 나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첨파(瞻婆)대국ㆍ비사리국ㆍ왕사성(王舍城)ㆍ바기(婆祇:跋祇)국ㆍ사위(舍衛)국ㆍ가유라위(迦維羅衛)국19)ㆍ바라나국 등이 있습니다. 그 땅에는 백성들도 많고, 불법을 즐겨 믿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는 반드시 그 사리를 잘 공경하고 공양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그런 생각을 가지지 말라. 이 땅을 보잘것없는 곳이라 말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옛날 이 나라에 대선견(大善見)이라는 왕이 있었다. 이 성은 당시 이름이 구사바제(拘舍婆提)였고 대왕의 도성(都城)으로서 길이는 480리 너비는 280리였다. 그 당시 천하게 여길 정도로 쌀과 곡식이 풍성했고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하였다. 그 성은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고 성을 둘러싼 난간도 또한 일곱 겹이며, 무늬를 아로새기고 조각[刻]하고 사이사이마다 보배 방울을 달았다. 그 성은 기초의 깊이가 세 길에 높이는 열두 길이었다. 성 위의 누각은 높이 열두 길에 기둥 둘레는 세 길이었다. 금성(金城)에는 은문(銀門), 은성에는 금문, 유리성에는 수정문, 수정성에는 유리문을 달았다.

 

그 성 주위는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고 사이사이마다 난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금다락에는 은방울을 은다락에는 금방울을 달았다. 보배 참호[寶塹]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우발라화ㆍ발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다리화 등의 연꽃이 피어 있었고, 밑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으며, 샛길 양쪽에는 다린(多隣)20)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금나무에는 은잎과 은꽃과 은열매이며, 은나무에는 금잎과 금꽃과 금열매이며, 수정나무에는 유리꽃과 유리 열매이며, 유리나무에는 수정꽃과 수정열매가 열렸다. 다린나무 사이에는 여러 욕지(浴池)가 있었는데 그 물은 맑고 깊고 깨끗하여 더러움이 없었고, 네 가지 보배 벽돌로써 그 가장자리를 둘러놓았다. 금사다리에는 은발판, 은사다리에는 금발판, 유리 사다리의 층계는 수정으로 발판을 만들고, 수정 사다리의 층계는 유리로 발판을 만들었다. 에워싼 난간은 빙 둘러 서로 이어져 있었고, 그 성의 곳곳에는 다린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금나무에는 은잎ㆍ은꽃ㆍ은열매이며, 은나무에는 금잎ㆍ금꽃ㆍ금열매이며, 수정 나무에는 유리꽃ㆍ유리 열매이며, 유리 나무에는 수정꽃ㆍ수정열매가 열렸다. 나무 사이에는 또 네 가지 보배 못이 있는데 네 가지 꽃이 피어 있었다. 거리와 골목은 잘 정돈되어 줄이 서로 맞았고, 바람이 불면 온갖 꽃들이 길가에 어지럽게 흩날렸다. 실바람이 사방에서 일어나 보배 나무에 불어오면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 나왔는데 마치 하늘 음악 같았다. 그 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서로 더불어 그 나무 사이에서 놀면서 스스로 즐겼다. 그 나라에는 언제나 열 가지 소리가 있었으니 고동 소리ㆍ북 소리ㆍ소고 소리ㆍ노랫소리ㆍ춤 소리ㆍ악기 소리ㆍ코끼리 소리ㆍ말 소리ㆍ수레 소리ㆍ음식을 먹으면서 장난하고 웃는 소리가 그것이었다.

 

그때 대선견왕에게는 7보(寶)가 갖추어져 있었고, 또 왕은 4덕(德)이 있어 4천하(天下)의 주인이었다. 어떤 것을 7보라 하는가? 첫 번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두 번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세 번째는 감마보(紺馬寶)이고, 네 번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 번째는 옥녀보(玉女寶)이고, 여섯 번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 번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선견대왕은 금륜보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왕은 언제나 보름날 달이 밝을 때면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올라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에워싸여 있었는데 저절로 윤보(輪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광택이 구족했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되어 있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었다. 대선견왕은 가만히 생각했다.

‘나는 일찍이 덕이 높은 노장에게서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머리에 물을 부어 새로이 왕이 된 찰리족(刹利族)의 왕이 보름날 달이 밝을 때 향탕에 목욕하고 높은 궁전에 오르면 아름다운 여자들이 둘러싸고 금륜(金輪)이 저절로 앞에 나타난다. 바퀴에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으며 광택이 난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이 세상 물건이 아니며, 순금으로 되어 있고, 바퀴의 직경은 14척이다. 이와 같으면 곧 그를 전륜성왕이라 한다.〉

이제 이 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닐까? 이제 나는 이 윤보(輪寶)를 시험해 봐야겠다.’

 

대선견왕은 곧 4병(兵)21)을 모으고, 금륜보(金輪寶)를 향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오른손으로 금륜을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굴러 항상한 법칙을 어기지 말라.’

수레바퀴는 곧 동으로 굴렀다. 선견왕은 곧 4병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신(神)이 인도하였다. 수레바퀴가 멈출 때에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때 동방의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곡식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곡식을 담아 왕에게 찾아 와서 머리 숙여 절하고 여쭈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이 동방의 토지는 기름지고 풍성하며 백성들도 불꽃같이 왕성합니다. 백성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애롭고 효성스러우며 충성스럽고 유순합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여기서 나라를 다스려 주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며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선견대왕은 그들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해 마쳤소. 다만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되,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며, 온 나라 안에 법답지 못한 일이 없게 하시오. 이렇게 하는 것이 곧 내가 다스리는 법이라오.’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받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수레바퀴가 가는 곳마다 모든 국왕들이 각각 그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왕들과 같았다. 그때 선견왕은 금륜을 따라 4해(海)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다시 본국 구사파성으로 돌아왔다. 그때 금륜보는 궁문(宮門) 위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대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진실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백상보(白象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正殿)에 올라가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상보(象寶)가 갑자기 앞에 나타났다. 그 털은 새하얗고, 일곱 군데[두 손바닥ㆍ두 발바닥ㆍ양 어깨ㆍ정수리]가 편편하며,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했다. 그 머리는 잡색이고 여섯 어금니는 가늘고 곧았으며 순금으로 사이가 메워져 있었다. 그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코끼리는 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좋을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때 선견대왕은 자신이 코끼리를 시험하고자 했다. 그것을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와 4해(海)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그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흰 코끼리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백상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마보(馬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맑은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마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몸은 검푸른 빛이었고 갈기와 꼬리는 붉었으며, 머리와 목은 코끼리와 같았고,22) 힘은 능히 날아다닐 만하였다.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말은 온순하고 영리하다. 만일 잘 길들일 수 있는 자만 있다면 타고 다니기에 적당할 것이다.’

곧 시험해 훈련시켜 보니 모든 능력을 구비하고 있었다. 선견왕은 자신이 마보를 시험하고자 곧 그 위에 타고 이른 아침에 성을 나가 4해를 두루 돌았는데 식사시간 쯤에는 벌써 돌아와 있었다.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검푸른 말은 진실로 나의 상서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감마보(紺馬寶)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신주보(神珠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선견대왕이 이른 아침에 정전 위에 앉아 있을 때 저절로 신주보가 갑자기 앞에 나타나 있었다. 바탕과 빛은 맑고 투명하며 흠도 티도 없었다. 그때 왕은 그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구슬은 묘하고 좋다. 만일 광명을 내뿜으면 이 궁전 안을 비출 것이다.’

선견왕은 이 구슬을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불러 이 보배 구슬을 높은 깃대 위에 두었다. 어두운 밤에 깃대를 들고 성을 나서자 그 구슬 광명은 모든 군사들을 마치 대낮처럼 비추었다. 또 군사들 바깥으로도 두루 뻗쳐 1유순(由旬)까지 비추었다. 그때 성중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대낮인 줄 착각하고 일을 시작했다. 선견왕은 이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제 이 신비한 구슬은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신주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옥녀보(玉女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옥녀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안색은 조용하고 얼굴은 단정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으며, 검지도 희지도 않고, 억세지도 여리지도 않았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몸이 차가웠으며, 온몸의 털구멍에서는 전단의 향기가 나고, 입에서는 우발라(優鉢羅)꽃 향기가 났다. 말씨는 부드럽고 연하며, 거동은 편안하고 상냥하였으며, 먼저 일어나고 뒤에 앉는 등 그 예의범절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선견왕은 맑고 깨끗해 집착이 없어 마음속에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더구나 다시 친근히 하려고 했겠는가?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옥녀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옥녀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거사보(居士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거사 장부가 갑자기 스스로 나타났는데, 그들의 보물 창고에는 저절로 쌓인 재보(財寶)가 한량없이 많았다. 거사가 과거에 지은 복으로 얻은 눈은 능히 땅 속에 묻혀 있는 보물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주인이 있는 것인지 주인이 없는 것인지 다 보아 알았다. 주인이 있는 것은 잘 보호해 주고 주인이 없는 것은 가져다가 왕에게 주어 쓰게 했다. 그때 거사보가 왕에게 가서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재물이 필요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마련하겠습니다.’

선견왕은 거사보를 시험하고자 곧 명령해 배를 준비하게 하여 배를 타고 나가 놀다가 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황금이 필요하다. 너는 빨리 내게 황금을 가져오라.’

거사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곧 언덕으로 올라가 보겠습니다.’

왕은 또 재촉했다.

‘나는 여기서 쓸 데가 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오라.’

 

거사보는 왕의 엄한 명령을 받고 곧 배 위에 꿇어앉아 오른손으로 물속을 더듬었다. 물속에서 보물이 든 병이 손을 따라 나왔다. 마치 벌레가 나무를 기어오르는 것같이 그 거사보도 역시 그러하여 손을 물속에 넣으면 보물은 손을 따라 올라왔고 어느새 배에 가득했다. 그래서 왕에게 여쭈었다.

‘조금 전 쓸 재물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선견왕이 거사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나는 필요 없다. 아까는 그저 시험해 보았을 뿐이다. 너는 이제 내게 공양해 마쳤다.’

그 거사는 왕의 말을 듣고 곧 모든 보물을 물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때 선견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거사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거사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선견대왕은 주병보(主兵寶)를 어떻게 성취했는가? 언젠가 주병보가 갑자기 나타났는데 지혜와 꾀가 있고 씩씩하고 용맹스럽고 영특한 지략으로 혼자 서 일을 결단하였다. 그는 곧 왕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토벌(討罰)할 일이 있으시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스스로 처리하겠습니다.’

선견왕은 주병보를 시험하고자 곧 4병을 모아 놓고 그에게 명령했다.

‘너는 지금 이 군사를 부려 보아라.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라.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못한 자는 엄숙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라.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라.’

주병보는 왕의 말을 듣고 곧 4병을 부려 아직 모이지 않은 자는 모으고 이미 모인 자는 놓아주었다. 아직 경계를 엄하게 하지 않은 자는 경계를 엄하게 하고 이미 경계를 엄하게 한 자는 풀어 주었다. 아직 가지 않은 자는 가게하고 이미 간 자는 멈추게 하였다. 선견왕은 그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주병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아난아, 이것이 선견전륜성왕이 7보를 성취하게 된 경위이다.

 

아난아, 어떤 것을 네 가지 신덕(神德)이라 하는가? 첫 번째는 오래 살고 일찍 죽지 않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며, 두 번째는 몸이 건강하고 병이 없음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며, 세 번째는 얼굴 모양이 단정함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고, 네 번째는 보물 창고가 가득 참에 있어 따를 자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전륜왕이 성취한 7보와 4공덕이라 한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은 오랜만에 수레를 타고 뒷동산으로 놀러 나가 곧 마부에게 말했다.

‘너는 수레를 잘 몰아 편안하고 조용하게 가라. 왜냐하면, 나는 국토와 인민이 안락하여 근심이 없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길에 늘어서 왕의 행차를 보던 백성들도 시자에게 말했다.

‘그대는 좀 더 천천히 가시오. 우리는 거룩한 왕의 위엄스런 모습을 자세히 뵙고 싶소.’

아난아, 그때 선견왕은 백성들을 사랑해 기르기를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듯이 하였고, 국민들이 왕을 사모하기는 마치 아들이 아버지를 우러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보물을 모두 왕에게 바치면서 말했다.

‘원컨대 받아 주셔서 마음대로 써 주십시오.’

왕은 대답했다.

‘그만두어라, 백성들이여. 내게는 보물이 있다. 그대들이나 써라.’

 

또 어느 때 왕이 ‘내가 지금 궁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백성들은 왕에게 와서 각각 여쭈었다.

‘저희들이 이제 왕을 위하여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대답했다.

‘나는 이제 너희들의 공양을 받은 것으로 하겠다. 내게는 집을 지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물이 있다.’

백성들은 되풀이해 왕에게 말했다.

‘저희들도 왕과 함께 궁전을 짓겠습니다.’

왕이 백성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뜻에 따르겠다.’

백성들은 왕의 허락을 얻자 곧 8만 4천 대의 수레에 금을 싣고 와서 구사파성에 법전(法殿)을 지었다. 그러자 도리천의 묘장천자(妙匠天子)는 생각했다.

‘오직 나만이 능히 선견왕과 같은 정법전(正法殿)을 세울 수 있다.’

 

아난아, 그래서 묘장천은 정법전을 지었는데 길이는 60리, 너비는 30리이며, 네 가지 보배로 장엄했다. 밑바닥 기초는 평평하고 반듯하였으며 일곱 겹의 보배 벽돌로 그 계단을 쌓았다. 그 법전의 기둥은 8만 4천 개였는데 금기둥에는 은주두(銀株頭), 은기둥에는 금주두, 유리와 수정으로 된 기둥의 주두도 또한 그러했다. 법전의 둘레를 에워싼 사방의 난간은 모두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고, 네 개의 섬돌도 또한 네 가지 보배로 만들었다. 그 법전 위에는 8만 4천개의 보배 누각이 있는데, 금누각에는 은으로 창을 만들고, 은누각에는 금으로 창을 만들었으며, 수정과 유리 누각의 창도 또한 그러했다. 금누각에는 은평상을 두고 은누각에는 금평상을 두어 곱고 부드러운 금실로 짠 자리를 그 위에 깔았다. 수정과 유리 누각의 평상도 그러했다. 그 법전의 광명이 사람의 눈을 부시게 했는데 마치 태양이 너무 밝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것과 같았다.

선견왕은 혼자서 생각하였다.

‘내 이제 이 법전의 좌우에 다린동산의 연못[多隣園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못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나 되었다.

 

또 생각했다.

‘이 법전 앞에는 법의 못[法池]을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면 곧 그것을 만드는데 길이와 너비는 각각 1유순이었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하고 조촐하여 더러움이 없었다. 네 가지 보배 벽돌로 그 바닥과 벽을 쌓았고, 연못 사방에는 난간을 둘렀는데 모두 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의 네 가지 보배를 합해 만들었다. 그 못물 가운데에는 우발라꽃ㆍ파두마꽃23)ㆍ구물두꽃ㆍ분다리꽃 등 갖가지 꽃이 피어 미묘한 향기를 내어 사방에 풍겼다. 그 못 4면의 육지에도 꽃이 피어났으니 아혜물다(阿醯物多)꽃ㆍ첨복(瞻蔔)꽃ㆍ파라라(波羅羅)꽃ㆍ수만타(須曼陀)꽃ㆍ파사가(婆師迦)꽃ㆍ단구마리(檀俱摩梨)꽃들이었다. 사람을 시켜 못을 맡아보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들어가서 목욕하며 시원함을 즐기고자 하면 그들의 뜻에 따라주었다. 마실 것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마실 것을 주고, 밥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밥을 주었으며, 의복(衣服)이나 거마(車馬)나 향화(香華)나 재보(財寶)도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았다.

 

아난아, 그때 선견왕에게는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주(寶珠)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제상왕(齊象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마리의 말이 있었다.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보주로 고삐를 만들었는데 그 중에 역마왕(力馬王)이 제일이었다. 또 8만 4천 대의 수레가 있었다. 사자 가죽 고삐에 네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금륜보(金輪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구슬이 있었는데 신주보(神珠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가 있었는데 옥녀보(玉女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거사보(居士寶)가 제일이었으며, 8만 4천 명의 찰리가 있었는데 주병보(主兵寶)가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성(城)이 있었는데 구시파제(拘尸婆提)성이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궁전이 있었는데 정법전(正法殿)이 제일이었다. 8만 4천 개의 다락이 있었는데 대정루(大正樓)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개의 평상이 있었는데 모두 황금과 백은 등 온갖 보배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그 위에는 곱고 부드러운 담요와 털자리를 깔았다. 8만 4천 억 벌의 옷이 있었는데 초마의(初摩衣)ㆍ가시의(迦尸衣)ㆍ겁파의(劫波衣)가 제일이었고, 8만 4천 가지 음식이 날마다 차려졌는데 그 맛은 각각 달랐다.

 

아난아, 그 당시 선견왕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 중에서 제일가는 제상(齊象)을 타고 이른 아침에 구시(拘尸)성을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마리 말 중에서 제일가는 역마보(力馬寶)를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다. 8만 4천 대의 수레 중에 제일가는 금륜거(金輪車)에 역마보를 메어 타고 이른 아침에 나서서 천하를 살펴보고 4해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어느새 성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먹었으며, 8만 4천 가지 신주(神珠) 중에 제일가는 신주보로써 궁전 안을 비추어 밤낮으로 언제나 환하게 밝았다. 8만 4천 명의 옥녀(玉女) 중에 제일가는 착하고 현명한 옥녀보가 그 좌우에서 시중들었고, 8만 4천 명의 거사(居士)가 있었으니 재물을 쓸 일이 있으면 거사보에게 맡겼다. 8만 4천 명의 찰제리가 있었으니 토벌할 일이 있으면 주병보에게 맡겼고, 8만 4천 개의 성을 다스리는 도읍은 항상 구시성(拘尸城)으로 하였다. 8만 4천 개의 궁전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정법전(正法殿)이었고, 8만 4천 개의 누각 중에서 왕이 항상 거처하는 곳은 대정루(大正樓)였다. 8만 4천 개의 자리 중에서 왕이 항상 앉는 자리는 파리좌(頗梨座)였으니 선정에 들기에 편안했기 때문이며, 8만 4천억 벌의 옷은 제일 묘한 보배로 장식했는데 아무렇게나 입는 것은 부끄럽기 때문이다. 8만 4천 가지 음식 중에서 왕이 항상 먹는 것은 자연반(自然飯)이었으니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8만 4천 마리의 코끼리가 왕의 앞에 나타나 때로는 뛰고 밟아 서로 충돌해 중생을 다치게 한 것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그때 왕은 생각했다.

‘이 코끼리들이 자주 찾아오면 손상되는 것이 많겠구나. 지금부터는 100년에 한 마리씩 나타나는 것만 허락하리라.’

그리하여 차례로 100년에 한 마리씩만 나타났고 차례가 다 돌아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곤 하였다.”



출처 http://kabc.dongguk.edu/


'경전 > 장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설장아함경 제6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5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4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2권  (0) 2017.05.10
불설장아함경 제1권  (0) 2017.05.10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