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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장아함경

불설장아함경 제5권

블로그스타 2017. 5. 10. 01:00

불설장아함경 제5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1분] ⑤

3. 전존경(典尊經)1) 제3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기(羅閱祇:왕사성) 기사굴산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풍악을 담당한 천신[執樂天] 반차익자(般遮翼子)2)가 사람들이 없는 고요한 밤에 큰 광명을 놓아 기사굴산을 비추면서 부처님께 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 있었다. 반차익이 세존께 여쭈었다.

“어제 범천왕이 도리천에 와서 제석(帝釋)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서 직접 들은 것을 이제 여기에서 세존께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고 싶으면 어서 말하라.”

 

반차익이 말했다.

“한때 도리천의 모든 하늘이 법강당(法講堂)에 모여서 강론(講論)하고 있었는데, 그때 사천왕은 각기 자신이 맡고 있는 방면을 따라 제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제뢰타(提帝賴吒)3)천왕은 동방에 앉아 서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루륵(毘樓勒)4)천왕은 남방에 앉아 북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루박차(毘樓博叉)5)천왕은 서방에 앉아 동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으며, 비사문(毘沙門)6)천왕은 북방에 앉아 남쪽을 향했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사천왕이 모두 앉은 다음에 저도 앉았습니다. 또 다른 대신천(大神天)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전에 부처님 밑에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다가 여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도리천에 태어난 자들로서 저 모든 하늘들에게 다섯 가지 복(福)을 더하게 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하늘의 수명[壽]이며, 두 번째는 하늘의 몸[色]이며, 세 번째는 하늘의 이름이며, 네 번째는 하늘의 즐거움이며, 다섯 번째는 하늘의 위엄과 덕이었습니다. 모든 도리천은 기뻐 뛰면서 말하기를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阿須倫)7)의 무리는 줄어드는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은 모든 하늘 사람들이 기뻐하는 마음을 알고 곧 도리천의 모든 하늘을 위하여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며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禮敬)올리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

또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인제(因提)8)는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한다네.

 

도리천의 모든 천신들은 이 게송을 듣고 더욱 기뻐 어쩔 줄을 몰라 하였고,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게 되었으며, 아수륜 무리들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석제환인은 도리천 천신들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곧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그대들은 여래의 8무등법(無等法)을 듣고자 하는가?’

모든 도리천이 말했습니다.

‘기꺼이 듣고자 원합니다.’

 

제석이 말했습니다.

‘잘 듣고 잘 들어,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여러분, 여래께서는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 10호를 구족하고 계신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여래(如來)ㆍ지진(至眞) 등의 10호를 구족하신 부처님과 같은 이를 보지 못했다. 불법은 미묘하여 강설하기에 좋고 지혜로운 자가 행하는 것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미묘한 법이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부처님께서는 이 법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깨닫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셨으므로 스스로 즐거워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능히 이 법에 대하여 스스로 깨닫고 통달하여 걸림이 없어 스스로 즐거워함이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부처님께서는 이 법을 스스로 깨달으시고는 또 능히 열반에 이르는 지름길을 열어 보이시고 친근하게 하여 점점 나아가 적멸(寂滅)로 들어가게 하셨다. 마치 항하(恒河)와 염마(炎摩) 두 강물이 모두 큰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부처님께서도 그러하셔서 능히 열반의 지름길을 잘 열어 보이시고 친근히 하고 점점 나아가 적멸로 들어가게 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능히 열반의 지름길을 열어 보이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권속(眷屬)을 성취하셨다. 찰리ㆍ바라문ㆍ거사(居士)ㆍ사문ㆍ지혜 있는 자들은 다 이 여래께서 성취하신 권속들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권속을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대중(大衆)을 성취하셨으니 이른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이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대중을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말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셨다. 말씀과 행동이 일치하고 행하시는 것은 말씀과 일치하셨다. 그리하여 법마다 모두 성취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 법마다 성취하심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여래께서는 많은 이익을 주고 많은 안락을 주셨으며, 자비심으로써 하늘과 사람들을 이익되게 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에 있어서 많은 이익을 주고 안락을 줌에 있어서 부처님만한 이를 보지 못했다. 여러분, 이것이 여래의 8무등법이다.’

 

도리천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일 세간에 8불(佛)이 나오시게만 한다면 반드시 모든 하늘 무리를 크게 불어나게 하고 아수륜의 무리들은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도리천이 말했습니다.

‘8불은 고사하고 바로 7불이나 6불 나아가 2불만 세상에 출현하시게 하더라도 크게 모든 하늘 무리를 불어나게 하고 아수륜 무리를 줄어들게 할 것입니다. 하물며 8불이겠습니까?’

석제환인은 도리천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부처님께 직접 듣고 부처님께 직접 받았는데 〈같은 때에 두 부처님께서 출세하시게 하려 해도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다만 여래로 하여금 세상에 오래 머무르시게 하여 불쌍하게 여기셔서 많은 이익을 주게 하고, 하늘과 사람들이 안락을 얻게 한다면, 곧 모든 하늘 무리는 크게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반차익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법강당(法講堂)에 모여서, 같이 의논하고 생각하며 헤아리고 관찰하였으며 교령(敎令)함이 있었습니다. 그런 후에 사천왕을 위해 설법하자 사천왕은 가르침을 받고 각각 제자리에 앉았고, 앉은 지 오래지 않아 크고 이상한 광명이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때 도리천은 이 광명을 보고 모두 크게 놀랐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변괴가 있으려는 것인가?’

다른 대신천(大神天)의 위덕(威德)있는 자들도 또한 놀라고 두려워했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변괴가 있으려는가?’

그때 대범천왕은 곧 동자(童子)로 변화하였는데 머리에는 5각(角)의 상투를 틀고[頭五角髻]9) 대중들이 있는 바로 위의 허공에 서 있었습니다. 얼굴 모양은 단정하여 대중에서 뛰어났고 몸은 자금색으로서 모든 하늘의 광명을 덮었습니다. 도리천은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았고 또 공경하지도 않았으며 또 앉기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범천동자[梵童子]는 마음에 드는 자리로 가서 앉았고 앉아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10)이 왕위에 올랐을 때 기뻐 날뛰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와서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다시 스스로 몸을 변화시켜 동자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머리에는 5각 상투를 하고 대중들이 있는 바로 위의 허공에 앉았습니다. 마치 역사(力士)가 편안한 자리에 앉아 있듯이 굳건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며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경하였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은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

또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인제(因提)는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

여래께 예배한다네.

 

모든 도리천 신들이 동자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제석천이 여래의 8무등법에 대하여 말하신 것을 듣고는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러자 범천의 동자가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어떤 것이 여래의 8무등법입니까? 저도 듣기를 원합니다.’

제석은 곧 동자를 위해 여래의 8무등법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도리천의 모든 신들과 동자는 그 말을 듣고 더욱 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동자는 하늘신들이 기뻐하는 것을 보고 더욱 기뻐 뛰면서 곧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비할 데 없는 한 가지 법에 대하여 듣고 싶지 않습니까?’

하늘들은 말했습니다.

‘기꺼이 듣고자 원합니다.’

 

동자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듣기를 원한다면 잘 듣고 잘 간직하십시오. 마땅히 그대들을 위하여 설명하겠습니다.’

곧 모든 하늘신에게 말했습니다.

‘여래께서 옛날 보살이었을 때에 그분이 태어난 그 고장에서 제일 총명하고 지혜로웠습니다. 여러분은 마땅히 아십시오. 아득히 먼 옛날에 세상에 지주(地主)11)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 첫 번째 태자의 이름은 자비(慈悲)12)였습니다. 왕에게는 전존(典尊)13)이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 대신의 아들 이름은 염만(焰鬘)14)이라고 하였습니다. 태자 자비에게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또 여섯 찰리 대신들과도 친구간이었습니다. 지주 대왕은 깊은 궁중에 들어가 유희하고 오락하려 할 때에는 나라 일을 전존 대신에게 맡기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궁중에 들어가 여자와 음악 따위의 5욕(欲)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곤 하였습니다. 전존 대신은 나라 일을 처리하려 할 때에는 먼저 그 아들에게 물은 뒤에 일을 결정하고, 어떤 처분할 일이 있어도 역시 그 아들에게 묻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전존이 갑자기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때 지주왕은 그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 불쌍히 여기고 슬퍼하여 가슴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아아, 무슨 죄가 있어 이 나라의 훌륭한 기둥을 잃었는가?’

태자 자비는 혼자서 묵묵히 생각했습니다.

‘왕은 전존을 잃고 매우 걱정하고 괴로워하신다. 이제 나는 대왕에게 가서 〈그가 죽었다고 해서 걱정하고 괴로워할 것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존에게는 염만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도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그 아버지보다 뛰어납니다. 그러니 이제 그를 불러 나라 일을 다스리게 하십시오〉하고 여쭈어야겠다.’

자비 태자는 곧 왕에게 나아가 위의 사실로써 자세히 그 부왕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 곧 염만을 불러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너에게 너의 아버지의 자리를 맡겨 재상의 인(印)을 준다.’

염만은 정승의 인을 받자, 왕은 궁중으로 들어가려고 다시 뒷일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재상 염만은 다스리는 이치에 밝아 전에 아버지가 하던 일을 다 알았고 아버지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일까지도 염만은 다 알았습니다. 그 뒤 그의 이름은 나라 안에 널리 퍼져 천하가 모두 그를 대전존(大典尊)이라 불렀습니다. 그 뒤에 대전존은 생각했습니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비록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나는 이제 저 여섯 찰리 대신들에게 먼저 가서 이렇게 말해야겠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대들에게도 마땅히 따로 왕토(王土)를 봉(封)하게 될 것이니 그 자리에 오르는 날까지 서로 잊지 말자.〉’

 

전존은 곧 여섯 찰리 대신들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여러분, 마땅히 아시오. 지금 지주왕은 나이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잇게 한다 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소. 그대들은 태자를 찾아가서 이 뜻을 말하시오.

〈저희 태자[尊]15)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오래된 벗입니다. 태자께서 괴로우면 저희도 괴롭고 태자께서 즐거우면 저희도 즐겁습니다. 지금의 왕은 이미 늙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지금 태자께서 왕위를 이어 받아도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태자께서 만일 왕위에 오르신다면 마땅히 저희에게도 땅을 봉해 주십시오.〉’

여섯 찰리 대신은 그 말을 듣고 곧 태자에게 나아가 위와 같은 일을 말했습니다. 태자가 대답했습니다.

‘만일 내가 왕위에 오른다면 누구에게 국토를 나누어 주고 나라를 봉해 주겠는가?’

 

그런 일이 있은 후 왕은 오래지 않아 갑자기 죽었습니다. 나라 안의 대신들은 곧 절하고 태자를 왕위에 오르게 하였습니다. 왕위에 오른 뒤 잠자코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재상을 세워 마땅히 선왕(先王)을 따르겠다.’

다시 생각했습니다.

‘누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바로 저 대전존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자비왕은 곧 대전존을 불러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너를 재상의 자리에 앉히고 그 인신(印信)을 줄 것이다. 그대는 마땅히 부지런히 나라 일을 걱정하고 잘 다스리도록 하라.’

전존은 왕의 명령을 따라 곧 인신을 받았습니다. 왕은 늘 궁중에 들어가 놀면서 뒷일은 대전존에게 맡겼습니다.

 

대전존은 또 혼자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제 여섯 찰리에게 가서 그 옛날에 한 말을 기억하는가를 물어 봐야겠다.’

그는 곧 찰리들을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그대들은 옛날에 한 말을 기억하는가? 이제 태자는 왕위에 올라 궁중 깊숙한 곳에서 5욕으로써 스스로 향락을 누리고 있다. 그대들은 지금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물어보시오.

〈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올라 5욕을 스스로 즐기고 계십니다. 옛날에 하신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여섯 찰리는 이 말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말하였습니다.

‘왕께서는 천자의 자리에 올라 5욕으로써 스스로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옛날에 하셨던 말씀을 기억하십니까?〈국토를 나눈 봉읍(封邑)에 누가 거처하게 하겠는가?〉라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옛날에 한 말을 잊지 않았다. 국토를 나눈 봉읍을 그대들이 아니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이 염부제(閻浮提) 땅은 안은 넓고 밖은 좁은데 누가 능히 이것을 일곱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까?’

다시 생각했습니다.

‘오직 대전존만이 능히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곧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이 염부제의 땅을 일곱 부분으로 나누어라.’

 

대전존은 그것을 일곱 부분으로 나누었습니다. 왕이 다스릴 성ㆍ촌ㆍ읍ㆍ군ㆍ나라들을 다 몫을 정하고 여섯 찰리에게도 몫을 갈라 주었습니다. 왕은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내 소원은 이제 이루어졌다.’

여섯 찰리들도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이 사업을 이룬 것은 대전존의 힘이다.’

여섯 찰리왕은 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세워진 나라라서 반드시 재상이 될 사람이 필요하다. 누가 이 책임을 맡을 수 있을까? 저 대전존 같은 이라야 마땅히 이 나라 일을 겸해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 찰리왕은 곧 전존을 불러 명령해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재상이 필요하니 그대가 마땅히 우리를 위해 나라 일을 겸해 맡아 다스려주시오.’

그래서 6국은 각각 재상의 인을 내주었습니다.

 

그때 대전존은 재상의 인을 받자 여섯 왕들은 궁중으로 들어가 즐기고 놀면서 모두들 나라 일은 다 대전존에게 맡겼습니다. 대전존은 7국의 일을 다스리며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당시 그 나라에는 일곱 명의 큰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대전존은 또 그들의 집안일까지 처리해 주었습니다. 또 700명의 범지들을 가르쳐 경전(經典)을 읽고 외우게 했습니다. 그래서 일곱 왕은 전존을 공경해 신명(神明)과 같이 여기고, 그 나라의 일곱 거사는 대전존 보기를 대왕과 같이 하였으며, 700범지는 범천과 같이 여겼습니다. 이때 7국의 왕과 일곱 큰 거사와 700범지들은 모두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대전존 재상은 항상 범천과 서로 만나 서로 이야기도 하고 같이 행동하면서 친하게 지낸다.’

 

대전존은 잠자코 일곱 왕ㆍ거사ㆍ범지들의 속마음을 알고 생각했습니다.

‘저들은 내가 항상 범천과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 행동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사실 범천을 만나지도 못하였고 함께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 그저 침묵만 지키며 그런 허황된 칭찬을 받을 수는 없다. 나는 또 일찍이 여러 선배 노인들에게 이렇게 들었다.

〈여름 넉 달 동안 고요한 곳에 한가히 있으면서 4무량심(無量心)을 닦으면 범천이 곧 내려와 서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중생을 위하는 4무량심을 닦아 범천신을 내려오게 하여 만나보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여 대전존은 일곱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습니다.

‘원컨대 대왕이여, 나라 일을 돌보십시오. 저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합니다.’

일곱 왕은 그에게 말했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오.’

 

대전존 재상은 또 7명의 거사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각각 자기의 할 일을 힘써 하시오. 나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하오.’

거사들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는 또 700범지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마땅히 읽고 외우기를 힘쓰고 또 서로 가르치시오. 나는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고자 하오.’

범지들은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대사(大師)여, 이제 마음대로 하십시오.’

대전존은 성 동쪽에 한가하고 고요한 집을 짓고 여름 넉 달 동안을 거기서 살면서 4무량심을 닦았습니다. 그러나 저 범천은 그래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전존은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선배 노인들에게 이렇게 들었다.

〈여름 넉 달 동안 4무량심을 닦으면 범천이 내려와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은 감감하여 조금도 그럴 듯한 기미가 없다.’

대전존은 보름날 달 밝은 밤에 고요한 방안에서 나와 맨 땅에 앉아 있었는데, 그렇게 앉아 있은 지 오래지 않아 큰 광명이 나타났습니다. 전존은 잠자코 생각했습니다.

‘이제 이 이상한 광명은 장차 범천이 내려오고자 하는 징조가 아닐까?’

 

그때 범천왕은 곧 5각 상투를 한 동자로 변화하여 전존의 위 허공에 앉았습니다. 전존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으로써 말했습니다.

 

이것은 어떤 하늘의 모양이기에

허공에 앉아 있으면서

그 광명 사방에 비추니

마치 큰 불더미 타오르듯 하네.

 

범천 동자[梵童子]는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오직 범천세계의 모든 신들만이

내가 범천 동자인 줄 알 뿐이네.

그 밖의 모든 사람은

나를 화신(火神)16)이라 사당에 제사하네.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내 오늘 자문을 받았으니

가르침 받들어 공경을 다하리다.

온갖 맛있는 음식 차릴 것이니

원컨대 하늘께선 제 마음 알아주십시오.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전존이여, 네가 닦는 것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 것인가?

오늘 베푼 이 공양을

마땅히 너를 위해 받아 주리라.

 

그리고 또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네가 물을 것이 있으면 거리낌 없이 물어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말해 주리라.’

대전존은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현재의 일을 물을 것인가, 혹은 미래의 일을 물을 것인가?’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승의 현재 일은 또 묻기로 하고, 우선은 마땅히 미래 세상의 심원한 일을 물어 보리라.’

곧 범천 동자에게 게송으로 물었습니다.

 

저는 이제 범천 동자께 묻노니

나의 의심 남김없이 풀어 주십시오.

무엇을 배우고 무슨 법에 머물면

범천(梵天)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마땅히 나[我]라거니 남[人]이라거나 하는 생각 버리고

홀로 거처하면서 사랑하는 마음 닦아

욕심 없애고 냄새나고 더러운 것 없게 하면

범천에 태어날 수 있으리.

 

대전존은 이 게송을 듣고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범천 동자는 내게 게송으로써 〈마땅히 더러움을 없애라〉고 했는데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다시 물어 보리라.’

대전존은 곧 게송으로 물었습니다.

 

범천 동자께서는 게송에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라 하셨는데

원컨대 지금 저를 위해 설명 해주십시오.

무엇이 이 세간의 문을 열기에

악에 떨어져 하늘에 나지 못하게 합니까?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속이고 질투하는 마음 품고

거만과 증상만(增上慢)을 익히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멋대로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

 

그것이 세간의 냄새나고 더러운 것이니

이제 너에게 설명해 알게 했으니

이것이 이 세간의 문을 열어 놓아서

악에 떨어져 하늘에 나지 못하게 한다.

 

대전존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범천 동자가 말한 더러움의 뜻을 나는 이제 이미 알았다. 그런데 단지 세속 생활을 통해선 그것을 없앨 길이 없다. 이제 나는 차라리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도를 닦는 게 낫겠구나.’

범천 동자는 그의 마음을 알고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네가 만일 용맹이 있다면

그 뜻은 훌륭하고 묘한 것이다.

그것은 지혜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

죽으면 반드시 범천에 태어나리.

 

여기서 범천 동자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대전존은 돌아와 일곱 나라 왕에게 나아가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오직 원컨대 마음을 써서 나라를 잘 다스리십시오. 이제 저는 집을 나오고 세상을 떠나 법복을 입고 도를 닦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직접 범천 동자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습니다.’

일곱 나라 왕은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대개 바라문은 재보(財寶)를 많이 탐한다. 우리는 이제 창고를 열고 많은 재보를 마음대로 가지게 하여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해야겠다.’

일곱 나라의 왕은 곧 전존에게 명령해 말했습니다.

‘만일 재물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모두 내어 줄 것이니 집을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전존은 이내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왕이 주시는 것을 이미 받은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저도 많은 재보를 가졌으니 지금은 그것을 모아 모두 왕에게 바치겠습니다. 원컨대 출가를 허락하셔서 제 소원을 이루게 해주십시오.’

 

그때 일곱 나라 왕은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대개 바라문은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탐한다. 이제 우리는 궁중의 예쁜 여자를 보내 그 마음을 만족시켜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

왕은 곧 전존에게 명령해 말했습니다.

‘만일 아름다운 여자가 필요하면 우리가 모두 너에게 줄 것이니 집을 떠날 필요가 없다.’

전존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제 왕이 주시는 것을 이미 받은 것으로 여기겠습니다. 저희 집에 아름다운 여자가 많은데 이제는 그들도 다 놓아 보내어 은혜와 사랑을 끊고 집을 떠나 도를 닦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직접 범천 동자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습니다.’

 

대전존은 자비왕에게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왕이시여,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왕께선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이

재물과 예쁜 여자 내려주시나

그것은 진실로 좋아할 것 아닙니다.

 

자비왕은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단특(檀特)의 가릉성(伽陵城)

아바(阿婆)의 포화성(布和城)

아반(阿槃)의 대천성(大天城)

앙가(鴦伽)의 첨파성(瞻婆城)

 

수미(數彌)의 살라성(薩羅城)

서타(西陀)의 노루성(路樓城)

바라(婆羅)의 가시성(伽尸城)

이 모두 그대 전존이 지었다.

 

그대에게 5욕 중 모자람이 있다면

내 마땅히 그대에게 모두 주리라.

마땅히 우리 함께 나라 일 다스리자.

집을 떠나갈 필요가 없다.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저는 5욕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세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미 하늘신의 말씀을 듣고 나니

다시는 집에 있을 마음이 없습니다.

 

자비왕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대전존이여, 그대가 한 말

어느 하늘신에게서 들었기에

5욕 버리고 떠나려 하는가?

이제 묻노니 내게 대답하라.

 

대전존이 게송으로 대답했습니다.

 

이전에 저는 고요한 곳에서

혼자 앉아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범천이 내려와

널리 큰 광명 놓았습니다.

저는 그에게 그 말을 듣고는

세간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비왕이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오. 대전존이여,

함께 착한 법으로 널리 교화하고

그 뒤에 함께 출가하여

그대가 나의 스승 되어다오.

 

비유하면 저 허공 가운데

맑고 깨끗한 유리가 가득 차 있듯이

지금 나의 깨끗한 믿음도

불법 가운데 두루 차 있네.

 

대전존이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모두 다 마땅히 5욕 버리고

온갖 더러움 덜어 없애서

청정한 행[梵行]을 깨끗이 닦아야 하리.

 

그때 일곱 나라 국왕이 대전존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7년 동안만 속가에 더 머물러라. 세상의 5욕을 우리와 함께 마음껏 즐긴 후 나라를 버려 제각기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출가하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는가? 그대가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이다.’

대전존이 일곱 나라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세간은 무상(無常)하고 사람의 목숨은 빨리도 흘러가니 순간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7년까지는 너무 멀지 않습니까?’

일곱 나라 왕은 또 말했습니다.

‘7년이 멀다면 6년, 5년 나아가 1년만이라도 고요한 궁중에서 세상의 5욕을 마음껏 함께 즐기자. 그 뒤에 나라를 버려 제각기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집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대가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이다.’

 

대전존은 다시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이 세간은 무상하고 사람의 목숨은 빨리도 흘러가니 순간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1년도 오히려 너무 멀 뿐입니다. 이처럼 줄여서 7개월 나아가 1개월이라 해도 오히려 또한 불가합니다.’

왕이 또 말했습니다.

‘7일 동안만 깊은 궁중에 있으면서 세상의 5욕을 마음껏 함께 즐기자. 그 뒤에 나라를 버려 각각 자제들에게 부탁하고 함께 집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대전존이 대답했습니다.

‘7일은 멀지 않으니 무를 수 있습니다. 다만 원컨대 대왕이여, 이 약속을 어기지 마십시오. 7일이 지난 뒤에도 왕께서 떠나지 않으신다면 저는 혼자 출가하겠습니다.’

 

대전존은 또 일곱 거사에게 찾아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각각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하시오. 나는 집을 떠나 무위(無爲)의 도를 닦고자 하오. 왜냐하면 나는 직접 범천에게서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소. 그러나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기 때문이오.’

그러자 일곱 거사가 전존에게 대답했습니다.

‘그 뜻이 훌륭하십니다. 마땅히 때가 되었음을 아십시오. 우리들도 함께 집을 떠나고자 합니다. 당신이 얻은 것과 같이 우리도 똑같이 얻을 것입니다.’

 

대전존은 또 700범지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그대들이여, 마땅히 힘써 읽고 외워 도의 뜻을 널리 탐구하고 또 서로 가르쳐주도록 하시오. 나는 집을 떠나 무위의 도를 닦고자 하오. 왜냐하면 나는 직접 범천에게 냄새나고 더러운 것에 대한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그것을 매우 싫어하게 되었소. 그러나 만일 집에 있으면 그것을 없앨 길이 없기 때문이오.’

그러자 700범지들이 전존에게 말했습니다.

‘큰 스승이시여, 집을 떠나지 마십시오. 집에 있으면 안락하고 5욕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시중을 들어 마음에 걱정과 괴로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집을 떠난 사람은 혼자 빈들에 있으면서 기대할 바가 하나도 없어 아무것도 탐하여 취할 것이 없게 됩니다.’

전존이 대답했습니다.

‘내 만일 집에 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집 떠나는 것을 괴로움으로 생각한다면 끝내 집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을 괴로움으로 알고 집을 떠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알기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것이다.’

범지들이 대답하였습니다.

‘대사께서 출가하신다면 저희 또한 출가하겠습니다. 대사께서 행하는 일이라면 저희도 또한 마땅히 다 행하겠습니다.’

 

대전존은 또 모든 아내들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뜻에 따라 집에 남고 싶은 자는 남고, 돌아가고 싶은 자는 돌아가라. 나는 집을 떠나 무위의 도를 닦고자 한다.’

위의 사실을 모두 설명하고 출가할 뜻을 밝혔습니다.

모든 부인들이 대답했습니다.

‘대전존께서는 한편으로는 우리의 남편이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아버지와 같습니다. 가령 지금 집을 떠나신다면 저희도 마땅히 따르겠습니다. 전존께서 행하시는 일이라면 저희도 마땅히 행할 것입니다.’

 

7일이 지난 뒤에 대전존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17)를 입고 집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때 7국왕, 7대거사, 700범지와 40부인들을 비롯하여 이와 같이 늘어나 8만 4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출가하여 대전존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대전존은 모든 대중들과 함께 여러 나라를 유행하면서 널리 교화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었습니다.

 

그때 범왕은 모든 하늘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때의 전존 대신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석가문(釋迦文:석가모니)부처님이 바로 그분이십니다. 세존께서는 그때 7일을 지낸 뒤에 집을 떠나 도를 닦고 모든 대중을 거느리고 여러 나라를 유행하시면서 널리 도화(道化)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셨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제 말에 의심이 있다면 지금 기사굴산에 계시는 세존께 가서 여쭈어 보십시오. 그리고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대로 마땅히 받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반차익은 다시 물었다.

“저는 이런 까닭으로 여기에 찾아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대전존이 곧 세존이란 말이 옳습니까? 세존께서는 7일이 지난 뒤에 집을 나와 도를 닦고 7국왕과 나아가 8만 4천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출가하여 여러 나라에 유행하시면서 널리 도화(道化)를 펴서 많은 이익을 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반차익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대전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바로 내 몸이었다. 그때 온 나라 남녀들이 모두 몰려오는 바람에 파손(破損)된 것도 있었고 이내 모두 소리를 높여 세 번을 외쳤다.

‘일곱 국왕의 대재상이신 대전존께 귀의합니다. 일곱 국왕의 대재상이신 대전존께 귀의합니다.’

반차익이여, 당시 대전존은 큰 덕의 힘이 있었으나 그 제자를 위해 가장 지극한 도를 설명할 수 없었기에 가장 지극한 범행을 얻게 하지는 못했고, 또 안은(安隱)한 곳에 이르게 하지도 못했었다. 그가 설명한 법을 제자들이 받아 행한 제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수행이 얕은 사람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나고, 다음에는 차례로 화자재천(化自在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염천(焰天)ㆍ도리천ㆍ사천왕ㆍ찰리ㆍ바라문ㆍ거사대가(居士大家) 등으로 태어나,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하게 지낼 수 있었다.

 

반차익이여, 저 대전존의 제자들은 모두 의심 없이 출가하여 과보(果報)가 있었고 교계(敎誡)도 있었으나 그것은 가장 지극한 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장 지극한 범행을 얻지는 못했고 안온한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다. 그 도가 뛰어난 자는 다만 범천에 태어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제자를 위해 법을 설명하여 곧 가장 지극한 도, 가장 지극한 범행, 가장 지극한 안온을 얻어 결국에는 열반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내가 설명한 법을 받아 행하는 제자는 유루(有漏)를 없애고 무루(無漏)를 이루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가 해탈하여 현재 세상에서 몸소 진리를 체험해 얻을 것이다.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확고해졌으며 할 일을 다해 마쳤으니 다시는 후생의 목숨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수행이 얕은 사람은 5하결(下結)18)을 끊고 곧 천상에서 반열반에 들어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다. 다음에는 3결(結)19)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반열반에 들어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3결을 다 끊어버리고 수다원(須陀洹)을 얻어 악한 세계[惡道]에 떨어지지 않고 이 세상에 일곱 번 왕래하고는 반드시 열반을 얻을 것이다. 반차익이여, 나의 모든 제자들은 의심 없이 출가하여 과보가 있고 교계(敎誡)도 있다. 그래서 구경 도법(究竟道法)과 구경 범행(究竟梵行)과 구경 안은(究竟安隱)하여 마침내 멸도에 돌아가리라.”

반차익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4. 사니사경(闍尼沙經)20) 제4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나제(那提)21)의 건치주처(揵稚住處)22)에 유행하시면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존자(尊者) 아난은 고요한 방에 앉아 잠자코 생각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다. 여래께서는 사람에게 기별(記別)23)을 주어 이익되게 한 일이 많으시다. 저 가가라(伽伽羅) 대신이 목숨을 마쳤을 때 여래께서는 그에게 기별하셨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친 뒤 5하결(下結)을 끊고 곧 천상에서 멸도하여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가릉가(迦陵伽), 세 번째로는 비가타(毗伽陀), 네 번째로는 가리수(伽利輸), 다섯 번째로는 차루(遮樓), 여섯 번째로는 바야루(婆耶樓), 일곱 번째로는 바두루(婆頭樓), 여덟 번째로는 수파두(藪婆頭), 아홉 번째로는 타리사누(他梨舍㝹), 열 번째로는 수달리사누(藪達梨舍㝹), 열한 번째로는 야수(耶輸), 열두 번째로는 야수다루(耶輸多樓), 이 모든 대신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 부처님께서는 또한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5하결을 끊고 곧 천상에서 멸도를 취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5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3결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적어져 사다함(斯陀含)을 얻고는 이 세상에 한 번 돌아와 곧 고제(苦際)를 모두 없앨 것이다.〉

또 5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기별하셨다.

〈3결을 끊고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일곱 번 오고 간 뒤에는 반드시 괴로움의 끝을 모두 없앨 것이다.〉

또 부처님의 제자가 여러 곳에서 목숨을 마쳤을 때에도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 기별하셨다.

〈누구는 어디에 태어나고 누구는 어디에 태어날 것이다.〉

앙가국(鴦伽國)ㆍ마갈국(摩竭國)ㆍ가시국(迦尸國)ㆍ거살라국(居薩羅國)ㆍ발지국(拔祇國)ㆍ말라국(末羅國)ㆍ지제국(支提國)ㆍ발사국(拔沙國)ㆍ거루국(居樓國)ㆍ반사라국(般闍羅國)ㆍ파루파국(頗漯波國)24)ㆍ아반제국(阿般提國)ㆍ바차국(婆蹉國)ㆍ소라바국(蘇羅婆國)25)ㆍ건타라국(乾陀羅國)ㆍ검병사국(劍洴沙國) 이상 16대국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도 기별하셨다. 그런데 마갈국 사람들은 모두 왕족으로서 왕이 친근히 하고 신임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목숨을 마쳤을 때 부처님께서 그들에게는 기별하지 않으셨다.’

 

아난은 고요한 방에서 일어나 세존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아까 고요한 방에서 묵묵히 스스로 생각하였습니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에게 기별을 주어 매우 이익되게 하신다. 16대국에서 목숨을 마치는 자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들 모두에게 기별하셨다. 그런데 오직 마갈국 사람은 왕이 친근히 하고 신임하던 이들만, 목숨을 마쳤을 때 유독 기별을 주지 않았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들에게도 기별하여 주십시오. 원컨대 세존이시여, 그들에게도 기별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 모두를 이익되게 하시고 천상과 인간이 모두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또 부처님께서는 마갈국에서 도를 얻었으면서도 그 나라 사람이 목숨을 마칠 때에는 그들에게만은 기별을 주시지 않으십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또 마갈국의 병사왕(缾沙王)26)은 우바새가 되어 부처님을 독실하게 믿고 많은 공양을 베풀다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이 왕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3보를 믿고 이해하며 공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래께서는 기별하여 주시지 않습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기별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고 하늘과 사람들로 하여금 안락을 얻게 해주십시오.”

아난은 마갈국 사람을 위하여 세존께 권하고 청한 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났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나가성(那伽城)27)으로 들어가 걸식을 마친 후 큰 숲[大林]에 이르러 어떤 나무 밑에 앉아, 마갈국 사람들이 목숨을 마친 뒤 태어난 곳을 깊이 생각하셨다. 그때 부처님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귀신이 있었는데 스스로 제 이름을 부르면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는 사니사(闍尼沙)28)입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무슨 일로 인하여 자신의 이름을 사니사사니사(闍尼沙)는 진(秦)나라 말로는 승결사(勝結使)라고 한다.라고 부르느냐? 너는 무슨 법으로 인하여 스스로 묘한 말로써 ‘도의 자취를 보았다’고 일컫느냐?”

 

사니사가 말했다.

“다른 까닭이 아닙니다. 저는 원래 사람의 왕으로서 여래의 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어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다가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러므로 비사문(毗沙門)천왕의 태자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법을 밝게 비추어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았고 7생 동안 항상 사니사라고 불려왔습니다.”

 

세존께서는 큰 숲에서 머무실 만큼 머무시다가 나다촌(那陀村)의 건치처(揵稚處)로 나아가 자리에 앉아 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아난을 불러 오라 하더라고 전하라.”

 

“예.”

그는 곧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어 아난을 불렀다.

 

잠시 후 아난이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한 뒤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여래를 뵈니 얼굴빛은 보통 때보다 좋으시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합니다. 무슨 생각에 머물러 계시기에 얼굴빛이 그러합니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아까 마갈국 사람 문제로 나를 찾아와 기별해 줄 것을 청하고 갔다. 나는 그때 곧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나라성(那羅城)으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걸식을 마친 뒤 저 큰 숲속으로 나아가 어떤 나무 밑에 앉아서 마갈국 사람이 목숨을 마친 뒤 태어난 곳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내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떤 귀신이 자기 이름을 불러대면서 나에게 말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저는 사니사입니다.’

아난아, 너는 저 사니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을 들으니 너무도 두려워 소름이 끼치고 털이 곤두섭니다. 세존이시여, 그 귀신은 반드시 큰 위덕이 있기 때문에 이름을 사니사라고 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먼저 그에게 물었다.

‘너는 무슨 법으로 인하여 스스로 묘한 말로써 〈도의 자취를 보았다〉고 말하느냐?’

그랬더니 사니사가 대답했다.

‘저는 다른 곳에서 다른 법(法)을 따른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옛날에 사람의 왕으로서 세존의 제자가 되었고 돈독한 신심으로 우바새가 되어 일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그 후 목숨을 마친 뒤 비사문천왕의 아들이 되었고 수다원을 얻어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이 세상에 일곱 번을 오고 간 뒤에 괴로움의 끝을 다하여 7생 동안을 사니사라고 이름했습니다. 언젠가 세존께서는 큰 숲 속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그때 천 개의 바퀴살이 있는 보배 수레를 타고 조그만 일로 비루륵(毗樓勒)천왕에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멀리 어떤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세존을 뵈었는데, 얼굴 모양은 단정하고 모든 감관[根]은 고요해 마치 깊은 못이 맑고 고요하며 투명한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부처님께 가서 마갈국 사람으로서 목숨을 마친 자들이 어느 곳에 태어났는가를 물어 보리라.〉

또 언젠가 비사문천왕은 대중 가운데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생의 지난 일들을

우리들은 스스로 기억하지 못하네.

이제 우연히 세존을 만나

목숨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네.

 

또 언젠가 도리천의 모든 하늘들은 조그만 일로 한 곳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때 사천왕은 각각 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두뢰타(提頭賴吒)29)는 동방에 앉아 서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루륵차천(毗樓勒叉天)30)은 남방에 앉아 북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루박차천(毘樓博叉天)은 서방에 앉아 동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비사문천왕은 북방에 앉아 남쪽을 향하고 제석은 그 앞에 있었습니다. 그때 4천왕이 모두 먼저 앉은 뒤에 저도 앉았습니다. 또 다른 여러 대신천(大神天)이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전에 부처님께 나아가 범행을 깨끗이 닦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도리천에 태어나 모든 하늘을 불어나게 하고 하늘의 5복을 받았으니, 첫 번째는 하늘의 수명이며, 두 번째는 하늘의 몸이며, 세 번째는 하늘의 이름이고, 네 번째는 하늘의 즐거움이며, 다섯 번째는 하늘의 위덕이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은 기뻐 뛰면서 말했습니다.

〈모든 하늘 무리는 더욱 불어나고 아수륜의 무리는 점점 줄어드는구나.〉

그때 석제환인은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이 기뻐하는 마음을 알고 곧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도리천의 모든 하늘신들은

제석과 서로 즐거워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31)

여래께 예경(禮敬)한다네.

 

모든 하늘이 누리는 복

수(壽)ㆍ색(色)ㆍ명(名)ㆍ낙(樂)ㆍ위(威)라네.

부처님 앞에서 범행을 닦아서

이곳에 와 태어났다네.

 

또 모든 하늘신들

그 광명과 빛깔 매우 높아라.

지혜로운 부처님의 제자들

여기 태어나 수승하구나.

 

도리천과 석제환인[因提]은

자신들의 즐거움 깊이 생각하면서

가장 훌륭한 법왕이신32)

여래께 예경한다네.

 

“사니사 신은 다시 말했다.

‘도리천의 모든 천신들이 이 법당에 모인 까닭은, 같이 의논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헤아려 어떤 지시[敎令]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후에 4천왕에게 명령했습니다. 4천왕은 분부를 받고 각각 제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들이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매우 이상한 광명이 사방을 비추었습니다. 그때 도리천 천신들은 이 기이한 광명을 보고 모두 크게 놀랐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괴변이 있으려는 것인가?>

위덕이 있는 다른 대신천(大神天)들도 또한 놀라고 두려워했습니다.

〈지금 저 빛은 참으로 이상하구나. 장차 무슨 괴변이 있으려는 것인가?〉

그때 대범왕(大梵王)은 곧 동자(童子)로 변화해서 머리에는 5각(角) 상투를 틀고 대중 위의 허공에 서 있었습니다. 얼굴 모양은 단정하여 대중들보다 뛰어났고 몸은 자금색으로 모든 하늘신들의 광명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때 도리천은 일어나 맞이하지도 않고 또한 공경하지도 않고 앉기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범천 동자[梵童子]는 마음에 드는 자리에 가 앉았고 앉아서는 기뻐하고 즐거워했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33)이 왕위에 올랐을 때 기뻐 날뛰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는 앉은 지 오래지 않아 다시 스스로의 몸을 동자의 모습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머리에는 5각의 상투를 틀고 대중 위의 허공에 앉았는데 그것은 마치 역사(力士)가 편안한 자리에 앉은 듯 굳건히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게송을 지어 말했습니다.

 

다루어 항복받는 위없이 높은 이

세상 사람들 밝은 세상에 태어나게 가르쳤네.

큰 밝음으로 밝은 법을 연설하시고

깨끗한 그 범행은 짝할 이 없어

맑고 깨끗한 중생으로 하여금

맑고 묘한 하늘에 나게 하셨네.

 

범천 동자는 이 게송을 마치고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그의 음성은 다섯 가지 청정함이 있기 때문에 범성(梵聲)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 그 소리가 바르고 곧은 것이며, 둘째 그 소리가 부드럽고 고상한 것이며, 셋째 그 소리가 맑고 트인 것이며, 넷째 그 소리가 깊고 그윽한 것이며, 다섯째 그 소리가 두루 퍼져 멀리 들리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범음(梵音)이라고 한다. 이제 나는 다시 설명할 것이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여래의 제자인 마갈의 우바새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아나함(阿那含)을 얻은 자도 있고 사다함(斯陀含)을 얻은 자도 있으며, 수다원을 얻은 자도 있고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태어난 자도 있으며, 화자재천(化自在天)ㆍ도솔천(兜率天)ㆍ염천(焰天)ㆍ도리천ㆍ사천왕에 태어난 자도 있다. 또 찰리ㆍ바라문ㆍ거사대가(居士大家)에 태어나서 5욕을 마음대로 즐기는 자도 있다.〉

범천 동자가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마갈의 우바새로서

목숨을 마친 모든 사람들

8만 4천 명은

모두 도를 얻었다고 나는 들었네.

 

수다원을 성취하여

다시는 악한 세계에 떨어지지 않고

함께 평탄하고 바른 길 걸어

도를 얻어 다 구제되었네.

 

이들 모든 중생의 무리

그들은 공덕으로 부지(扶持)되나니

지혜로써 은혜와 사랑을 버리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 거짓을 끊었네.

 

저 모든 하늘 무리에게

범천 동자는 이와 같이 기별하여

수다원을 얻었다고 말을 하자

모든 하늘신들 기뻐하였네.

 

비사문왕은 이 게송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했습니다.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진실한 법을 연설하시니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나는 본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이러한 법을 연설하시고, 미래에도 다시 이러한 법을 설하실 부처님께서 계셔서 이런 법을 연설하시고 도리천 모든 하늘신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리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러자 범천 동자가 비사문왕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느냐?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이와 같은 법을 말씀하심은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말이다. 여래께서는 다만 방편의 힘으로써 선(善)과 불선(不善)을 말씀하셔서 두루 갖추어 설법하여도 얻은 것이 없지만, 공(空)하고 깨끗한 법을 연설하셔서는 얻은 것이 있다. 이 법은 미묘하여 마치 제호(醍醐)34)와 같다.〉

 

범천 동자는 또 도리천 신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보고 기억하라. 나는 다시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겠다. 여래ㆍ지진(至眞)께서는 4념처(念處)에 대해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설명하신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는 내신(內身)을 관찰하되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고, 외신(外身)을 관찰함에 있어서도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수(受)ㆍ의(意)ㆍ법(法)에 대한 관찰도 그와 같이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오로지하여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내신에 대한 관찰을 마친 뒤에는 타신지(他身智)를 내고, 안으로 수(受)를 관찰한 뒤에는 타수지(他受智)를 내고, 안으로 뜻[意]을 관찰한 뒤에는 타의지(他意智)를 내고, 안으로 법(法)을 관찰한 뒤에는 타생지(他生智)를 낸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해 말씀하신 4념처이다. 또한 모든 하늘신들이여, 그대들은 잘 들어라.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설하신 7정구(定具:八正道 중 앞의 七支)에 대하여 내가 다시 설명하겠다. 어떤 것을 일곱 가지라고 하는가? 바른 소견[正見]ㆍ바른 뜻[正志]ㆍ바른 말[正語]ㆍ바른 행동[正業]ㆍ바른 생활[正命]ㆍ바른 방편[正方便]ㆍ바른 생각[正念]이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 7정구이다. 모든 하늘신들이여, 또 여래께서는 4신족(神足)에 대하여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첫 번째 욕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欲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고, 두 번째는 정진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精進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며, 세 번째는 의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意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고, 네 번째는 사유정멸행에 대하여 성취하여 수습한 신족[思惟定滅行成就修習神足]이다. 이것이 여래께서 능숙하게 잘 분별하여 말씀하신 4신족이다.〉

 

또 모든 하늘신들에게 말했습니다.

〈과거의 모든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타낸 한량없는 신족(神足)도 모두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오는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 나타낼 한량없는 신족도 모두 이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날 것이다. 지금 현재의 사문 바라문들이 무수한 방편으로써 나타내는 한량없는 신족 또한 모두 이 4신족으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이다.〉

그때 범천 동자는 곧 스스로 33신(身)의 모양으로 변화하여 삼십삼천(三十三天)과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자리에 앉아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지금 나의 신변력(神變力)을 보았는가?〉

〈예, 이미 보았습니다.〉

범천 동자가 말했습니다.

〈나도 또한 4신족을 닦았기 때문에 이렇게 무수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삼십삼천은 각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범천 동자는 혼자 우리 자리에 앉아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저 범천 동자의 한 화신(化身)이 말하면 다른 화신도 말하고, 한 화신이 침묵하면 다른 화신도 침묵하는구나.〉

그 범천 동자는 신족을 도로 거두고 제석의 자리에 앉아 도리천 신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이제 마땅히 설명할 것이니 너희들은 잘 들어라. 여래ㆍ지진(至眞)께서는 스스로 자기의 힘으로써 세 가지 지름길을 열어 스스로 정각(正覺)을 성취하셨다. 어떤 것을 세 가지라고 하는가? 혹 어떤 중생이 탐욕을 친근히 하고 착하지 않은 행을 익혔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 하여 진리에 대한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욕심을 떠나고 착하지 않은 행을 버려 환희의 마음을 얻고 편안하고 즐거워하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다시 큰 기쁨을 얻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行者)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킨다. 이것을 여래께서 스스로 자기의 힘으로써 첫 번째 지름길을 열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신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중생이 성내는 마음이 많아 몸과 입과 뜻으로 악한 업(業)을 버리지 못하였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을 만나 진리의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몸으로 짓는 악한 행동과 입과 뜻으로 짓는 악한 행동을 떠나 환희의 마음을 일으키고 편안하고 즐거워지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여래께서 두 번째 지름길을 여신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중생이 어리석고 어둡고 지혜가 없어 선과 악을 모르고 괴로움과 그 원인과 괴로움의 다함과 거기로 나아가는 길을 실답게 알지 못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뒤에 선지식을 만나 진리의 말씀을 듣고 법마다 성취하게 되면 착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알고 능히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멸함과 괴로움을 벗어나는 길을 사실 그대로 알며 착하지 않은 행실을 버려 환희의 마음을 내고 편안하고 즐거워지며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다시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마치 사람이 거친 음식을 버리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어 충족하고 나면 다시 더 맛있는 것을 구하는 것처럼, 행자도 그와 같아서 착하지 않은 법을 떠나 환희의 즐거움을 얻고 또 그 즐거움 속에서 더 큰 기쁨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을 여래께서 세 번째 지름길을 여신 것이라고 한다.

 

범천 동자는 도리천에서 이 바른 법을 연설하였고, 또 비사문천왕은 다시 권속을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했습니다.’

사니사(闍尼沙) 신은 다시 부처 앞에서 이 바른 법을 설명하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아난을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하고, 아난은 다시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를 위해 이 바른 법을 설명했다.”

 

아난은 부처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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