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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장아함경

불설장아함경 제6권

블로그스타 2017. 5. 10. 01:01

불설장아함경 제6권

 

후진(後秦) 불타야사(佛陀耶舍)ㆍ축불념(竺佛念) 한역

 

[제2분] ①

5. 소연경(小緣經)1) 제1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청신원림(淸信園林) 녹모강당(鹿母講堂)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견고한 신심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여 도를 닦은 두 바라문이 있었으니, 한 사람은 바실타(婆悉吒)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바라타(婆羅堕)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거닐며 경행(經行)하고 계셨다. 바실타가 부처님께서 경행하시는 것을 보고 재빨리 바라타에게 가서 말했다.

“그대는 아는가? 여래께서 지금 조용한 방에서 나와 강당 안을 경행하고 계신다. 우리들이 함께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면 혹 여래의 말씀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라타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함께 세존께 나아가 이마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頭面禮足]부처님을 따라 경행하였다.

 

세존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두 사람은 바라문(婆羅門)의 종족으로 태어나서 견고한 믿음으로써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지금은 내 법 가운데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으니, 모든 바라문이 너희들을 싫어하고 꾸짖지 않겠는가?”

 

그들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큰 은혜를 입고 도를 닦고 있으나 사실 저희들은 저 모든 바라문들에게 혐오와 꾸짖음을 받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들이 무슨 일로 너희들을 혐오하고 꾸짖는가?”

 

그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들은 ‘우리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 세계에서 청정한 깨달음을 얻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청정한 종족을 버리고 저 구담(瞿曇)의 다른 법으로 들어갔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들은 우리가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을 보고 이런 말로 우리를 꾸짖어 나무라곤 합니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보아라. 모든 사람들이 마치 짐승처럼 어리석고 미련하고 무식하여 거짓으로 스스로 일컫기를 ‘바라문 종족이 가장 으뜸이고, 다른 종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 종족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지만 바실타야, 이제 나의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 가운데에서는 종성(種姓)도 필요 없고 자신들에 대한[吾我] 교만한 마음도 품지 않는다. 세속의 법에서는 그것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 법은 그렇지 않다. 만일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으로서 자기의 종성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품는다면 나의 법 가운데서는 끝내 무상(無上)의 도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만일 능히 종성의 관념을 버려 여의고 교만한 마음을 없애면 곧 내 법 가운데서 도를 이루어 정법(正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낮은 부류를 미워하지만 내 법은 그렇지 않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족성(族姓)에는 네 가지가 있으니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 칭찬하는 것도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나무라는 것도 있다. 어떤 것을 네 가지 족성이라고 하는가? 첫째는 찰리종(刹利種)이며, 둘째는 바라문종(婆羅門種)이며, 셋째는 거사종(居士種)이며, 넷째는 수다라종(首陀羅種)이다. 바실타야, 너는 들어라. 찰리종 중에도 살생(殺生)하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는 자도 있으며, 음란한 자도 있고 속이고 거짓말하는 자도 있으며, 이간질하는 자도 있고 욕설을 하는 자도 있으며, 말을 꾸미는 자도 있고 간탐하는 자도 있으며, 질투하는 자도 있고 삿된 견해를 가진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이와 같아서 온갖 열 가지 악행이 섞여 있다. 바실타야, 대개 착하지 않은 행(行)에는 착하지 않은 과보[報]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에는 곧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만 있고 바라문종에는 없다고 한다면 곧 저 바라문종은 마땅히 스스로 ‘우리 바라문종이 가장 으뜸이며, 다른 종성은 비천하고 열등하다. 우리 종성은 맑고 희나, 다른 종성은 검고 어둡다. 우리 바라문종은 범천의 계통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착하지 않은 행을 행하며 착하지 않은 과보가 있고 검고 어두운 행을 행하면 검고 어두운 과보가 있음이, 바라문종ㆍ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도 반드시 있는 것이라면 곧 바라문종만 유독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가운데는 살생하지 않는 자가 있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거짓말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으며, 욕설을 하지 않고 말을 꾸미지 않으며, 간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자도 있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그와 같아서 다 같이 열 가지 선행[善]을 닦을 수 있다. 대개 착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착한 과보가 있고 청정하고 깨끗한[淸白] 행을 행하면 반드시 청정한[白] 과보가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과보가 유독 바라문종에만 있고 찰리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에는 없다면 곧 바라문종은 마땅히 ‘우리 종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네 가지 족성에 다 같이 이 과보가 있다면 곧 바라문만 유독 ‘우리 종족은 청정하여 가장 으뜸이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현재 바라문종을 보면 서로 결혼하여 출산하고 하는 것들이 세간과 다름이 없다. 그런데 거짓으로 ‘우리는 범천의 종성으로서 범천의 입에서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또한 청정할 것이다’라고 자랑하고 있다. 바실타야,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의 내 제자들은 종성이 한결같지 않고 출신이 각기 다른데도 내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도를 닦고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묻기를 ‘너는 누구의 종성이냐?’고 하거든, 마땅히 그에게 ‘나는 바로 사문 석가종[釋種]의 아들이다’라고 대답하여라. 또 스스로 말하되, ‘내가 바로 바라문종이다. 친히 범천의 입에서 나왔고 법화(法化)를 좇아 생겨나서 현재에도 청정하고 후세에도 청정할 것이다’라고 하여라. 어째서인가? 대범(大梵)이란 곧 여래의 칭호[號]로서 여래는 세간의 눈이며, 세간의 지혜이며, 세간의 법이며, 세간의 범(梵)이며 세간의 법륜(法輪)이며, 세간의 감로(甘露)이며 세간의 법주(法主)이다.

 

바실타야, 만일 찰리종 중에 불(佛)ㆍ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10호(號)를 구족하신 분을 독실하게 믿고 법을 독실하게 믿되, 여래의 법은 미묘하고 청정하여 현재 세상에서 수행해야 하고 언제나 설법하여 열반[泥洹]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이는 것이며, 또 그것은 지혜로운 자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서 어리석은 범부들은 미칠 수 없는 가르침임을 믿으며, 또 스님을 독실하게 믿되, 스님은 성품이 착하고 질박하고 곧아서 곧 도과(道果)를 성취하고 권속(眷屬)을 성취하며 부처님의 진정한 제자로서 법과 법을 성취한다. 이른바 대중[衆]은 계중(戒衆)을 성취하고 정중(定衆)ㆍ혜중(慧衆)ㆍ해탈중(解脫衆)ㆍ해탈지견중(解脫智見衆)을 성취한다. 수다원(須陀洹)을 향하는 이 수다원을 얻은 이, 사다함(斯陀含)을 향하는 이 사다함을 얻은 이, 아나함(阿那含)을 향하는 이 아나함을 얻은 이, 아라한(阿羅漢)을 향하는 이, 아라한을 얻은 이 등 사쌍팔배(四雙八輩)가 바로 여래의 제자중(弟子衆)이다. 그들은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한 세상의 복전(福田)으로서 마땅히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믿거나, 또 계(戒)를 독실하게 믿어 거룩한 계를 구족하여 이지러지거나 샘[漏]이 없고 모든 흠[瑕]이나 틈[隙]이 없으며 또 더러운 점이 없어 지혜로운 이가 칭찬하는 바로서 선적(善寂)을 구족할 것이라고 믿는 자가 있다면 바실타야, 모든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마땅히 이와 같이 독실하게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중성취(衆成就)와 성계(聖戒)를 믿을 것이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하는 자가 있다면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도 모두 아라한을 공양하고 공경 예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내 친족인 석가종족은 또한 파사닉왕(波斯匿王)을 받들어 섬기고 예경하며, 파사닉왕은 다시 와서 나를 공양하고 예경한다. 그렇지만 그는, ‘사문 구담(瞿曇)은 호족(豪族)의 출신이나 내 종성은 낮고, 사문 구담은 큰 부자이며 큰 위덕이 있는 가문의 출신이나 나는 낮고 빈궁하고 비루하며 하찮은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여래를 공양하고 예경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여 말하지 않는다.

파사닉왕은 법에서 법을 관찰하여 진실과 거짓을 밝게 분별하기 때문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여래를 공경할 따름이다.

 

바실타야, 이제 마땅히 너를 위하여 네 족성의 본연(本然)을 설명하겠다. 천지의 시작과 종말, 겁(劫)이 끝나 무너질 때에 중생들은 목숨을 마치고 모두 광음천(光音天)에 태어났는데, 자연 화생(化生)하여 생각[念]만으로 음식을 삼고2) 광명을 스스로 비쳐 신족(神足)으로써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 뒤에 이 땅은 모두 물로 변해 온통 가득 차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는 해나 달이나 별도 없고, 밤이나 낮이나 연월(年月) 따위의 세수(歲數)도 없고 오직 큰 어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는 이 물이 변하여 천지(天地)가 되었고, 광음(光音)의 모든 하늘[天]들은 복이 다해 목숨을 마치고 다시 이곳에 태어났었다. 그러나 이곳에 났더라도 여전히 생각만으로 음식을 삼고 신족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며 몸에서 광명을 스스로 비추면서 이곳에 오래도록 머물며 각각 스스로 일컫기를 ‘중생, 중생’이라고 했다. 그 뒤로는 이 땅에서 소밀(酥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저 처음 온 천신으로서 성질이 경솔한 자는 이 샘을 보고 스스로 생각에 잠겨 말했다.

‘이것이 뭘까? 맛을 보아야겠다.’

그리고 곧 손가락을 물에 넣었다가 꺼내어 맛보았다. 이렇게 두세 번 하다가 점점 그 감미로움을 깨닫고 드디어 손으로 움켜쥐어 마음껏 그것을 마셨으나, 이러한 즐거움에 집착하여 끝내 만족할 줄 몰랐다. 그 밖의 중생들도 그를 본떠 그것을 먹어 보았고, 이렇게 두세 번 되풀이하는 동안에 그 감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계속해서 먹어대자 그들의 몸은 점점 추하게 되고 살결은 굳어져 하늘의 묘한 색(色)을 잃게 되었다. 또 신족은 없어져 땅을 밟고 다니게 되었고 몸의 광명도 갈수록 사라져서 천지가 깜깜해지게[大冥] 되었다.

 

바실타야, 마땅히 천지의 정해진 법칙은 큰 어둠 이후에는 반드시 일월(日月)과 성상(星象)이 허공에 나타나고 그런 뒤에 곧 밤과 낮ㆍ어둠과 밝음ㆍ연월(年月)과 세수(歲數) 등이 생긴 것이다. 그때의 중생은 다만 지미(地味:단 샘물)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즐겁고 광택이 있었다. 곱고 추하고 단정함이 여기에서부터 처음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거기에서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성내고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미는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지비(地肥:大地生成物)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맛을 갖추어 향기롭고 조촐하여 먹을 만했다.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했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거기에서 단정한 자는 교만한 마음이 생겨 누추한 자를 업신여겼고 누추한 자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 단정한 자를 미워했다. 중생들은 이로부터 각각 서로 다투게 되었고, 이때 지비는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이 땅에는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겨났는데, 역시 향기와 맛은 먹을 만했지만 먼저 것보다는 못했다. 중생들은 다시 이것을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갈수록 누추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오히려 얼굴빛이 좋고 윤택하였다. 단정함과 누추함을 두고 서로 시비(是非)가 지나침에 따라 마침내 다툼[諍訟]이 생기게 되었고, 지비는 결국 다시 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이 땅에는 저절로 멥쌀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등겨가 없고 빛깔과 맛이 구족하며 향기롭고 깨끗하여 먹을 만했다. 이때 중생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그 세계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곧 남녀는 서로 보게 되자 점점 정욕이 생겨 갈수록 서로 친근하게 되었다. 다른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서로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그리고 곧 배척하고 대중 밖으로 쫓아내 3개월이 지난 뒤에 돌아오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잘못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지금은 옳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때 그 중생들은 법이 아닌 것을 익혀 시절(時節)도 없이 정욕(情欲)을 마음껏 즐겼고, 그러다 부끄러워하는 마음[慚愧]이 생겨 결국엔 집을 짓게 되었다. 이때부터 세계에는 처음으로 집[房舍]이 생기게 되어 법답지 않은 것을 좋아하여 익히니 음욕은 갈수록 더해만 갔다. 곧 포태(胞胎)가 있게 된 것은 부정(不淨)으로 생겨났으니 세간의 포태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중생들은 저절로 난 멥쌀[粳米]을 먹었는데, 취하는 대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생겨났다. 그 중생들 가운데 게으른 자가 가만히 혼자 생각하여 말했다.

‘아침에 먹을 것을 아침에 가져오고 저녁에 먹을 것을 저녁에 가져오는 일은 나를 힘들게 하니, 이제부터 하루 먹을 것을 한꺼번에 가져오자.’

그래서 곧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그 뒤 친구가 그를 불러 함께 쌀을 가지러 가자고 하자,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미 하루 먹을 양식을 한꺼번에 가지고 왔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네 마음대로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은 또 혼자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벌써 양식을 저축해 두었구나. 나도 이번엔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 사람은 곧 3일분의 양식을 저축했다. 그러자 다른 중생이 또 와서 말했다.

‘같이 쌀을 가지러 가자.’

그는 대답했다.

‘나는 벌써 3일분의 양식을 저축해 두었다. 너도 가지러 가려거든 가서 실컷 가져오도록 해라.’

그 사람도 생각했다.

‘이 사람은 영리해서 먼저 3일분의 양식을 가지고 왔구나. 나도 저 사람을 본받아 5일분의 양식을 저축해야겠다.’

그는 곧 가서 가지고 왔다.

 

그때 그 중생들은 서로 다투어 저축했다. 그러자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지더니 점차 등겨가 생겼고, 그것을 벤 뒤로 다시는 나지 않았다.

그때 저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 낭패하여 마침내 근심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각자 생각에 잠겨 말했다.

‘우리가 본래 처음 났을 때에는 생각을 음식으로 삼고 신족(神足)으로 허공을 날며 몸에서 광명이 나와 스스로 비추면서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렀었다. 그 뒤에는 이 땅에서 마치 소밀(酥蜜)과 같은 단샘[甘泉]이 솟아났는데 감미로워[香美] 먹을 만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함께 먹었었다. 그것을 점점 오래 먹게 되자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오히려 좋고 광택이 있었으니, 이 음식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얼굴빛에 차이가 생겼고, 이에 중생은 각각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단샘은 저절로 말라버렸다. 그 뒤로 이 땅에서 지비(地肥)가 생겨났는데 빛깔과 향기를 구족하고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하여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다.

 

그것을 많이 먹은 자는 얼굴빛이 초췌하고 그것을 적게 먹은 자는 얼굴빛이 좋고 광택이 났다. 중생은 여기서 또 서로 시비가 일어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고, 이때 지비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게 되었다. 그 뒤로 다시 거칠고 뻣뻣한 지비가 생겼는데 또한 향기롭고 맛이 좋아 먹을 만했다. 우리들은 또 그것을 다투어 먹었는데, 그것을 많이 먹은 이는 얼굴빛이 추하고 적게 먹은 이는 얼굴빛이 좋았다. 여기서 또 서로 시비(是非)가 생겨남에 따라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이때 지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저절로 멥쌀이 생겼는데 그것은 등겨도 없었다. 그때 우리들은 다시 그것을 취해 먹으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머물렀는데, 그곳의 게으른 자들이 서로 다투어 저축했고 이로 말미암아 멥쌀은 거칠고 더러워졌으며 또 등겨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벤 뒤로는 다시 나지 않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하고 그들은 다시 서로 말했다.

‘우리는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標識]를 세우자.’

그리고 곧 땅을 갈라 따로따로 표지를 세웠다.

 

바실타야,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처음으로 전지(田地)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때의 중생은 따로 전지를 차지하고 경계를 정하자 점점 도둑질할 마음이 생겨서 남의 벼를 훔쳤다. 그러자 다른 중생들이 그것을 보고 말했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네가 한 짓은 잘못이다. 자기에게도 전지가 있는데 남의 물건을 취하다니, 지금부터는 다시 그런 짓을 하지 마라.’

그러나 그 중생은 오히려 도둑질하기를 중단하지 않았고, 다른 중생들도 그를 꾸짖기를 그치지 않고서 곧 손으로 그를 때리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자기도 전지가 있으면서 남의 물건을 훔쳤다.’

그 사람도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이 사람이 나를 때렸다.’

그 대중들은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걱정하고 시름하고 또 번민하면서 말했다.

‘중생이 갈수록 악해져서 세간에 이런 착하지 않은 일이 있게 되었고 더럽고 부정(不淨)함이 생겼다. 이것이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生老病死] 원인이며 번뇌와 고통의 과보로 3악도(惡道)에 떨어지는 요인이다. 전지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이런 다툼이 생겼으니, 이제 차라리 한 사람을 세워 주인으로 삼아 이것을 다스리게 해서 보호해야 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어야 할 자는 꾸짖게 하자. 그리고 우리가 함께 쌀을 거두어 그에게 공급해주고 모든 다툼을 다스리게 하자.’

 

그때 그들 중에서 몸집이 크고 얼굴이 단정하며 위엄과 덕망이 있는 한 사람을 뽑아 그에게 말했다.

‘너는 이제 우리들을 위해 평등한 주인이 되어 마땅히 보호할 자는 보호하고 꾸짖을 자는 꾸짖고 마땅히 내쫓아야 할 자는 내쫓아라. 그러면 우리는 쌀을 모아 그대에게 공급해 주겠다.’

그러자 그 사람은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임금[主]이 되어 다툼을 판결해 주었고, 곧 여러 사람들은 쌀을 모아 그에게 공급해 주었다.

그 사람은 또 착한 말로 여러 사람을 위로했는데, 여러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다들 매우 기뻐하며 함께 찬탄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에 세간에는 다시 임금이라는 이름이 생겼고, 바른 법으로 백성을 다스렸기 때문에 찰리(刹利)라고 이름했다. 그래서 세간에는 찰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그 무리들 중에 어떤 사람은 혼자 이렇게 생각했다.

‘집[家]이란 큰 걱정거리[大患]이며, 집이란 독한 가시[毒刺]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山林) 속에 들어가 고요히 도를 닦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곧 집을 버리고 산림으로 들어가 고요히 깊은 생각에 들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릇을 가지고 마을로 들어가 걸식(乞食)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즐겁게 공양하고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훌륭하다. 이 사람은 사는 집을 버리고 혼자 산림에 살면서 고요히 도를 닦아 모든 악을 여의었구나.’

여기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바라문(婆羅門)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그 바라문 가운데 고요히 앉아 참선(參禪)하고 명상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곧 인간 세상으로 들어가 글을 외우고 익히기를 업으로 삼고 또 스스로 일컫기를 ‘나는 참선하지 않는 사람[不禪人]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그를 ‘참선하지 않는 바라문’이라 불렀고, 인간 세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그를 또 ‘인간(人間) 바라문’이라고 불렀다. 이에 세간에는 바라문 종족이 있게 되었다. 그 중생 중에 어떤 사람은 살림 경영하는 것을 좋아해 많은 재보(財寶)를 저축했고, 이로 인해 여러 사람은 그를 거사(居士)라고 이름했다. 저 중생 중에는 손재주[機巧]가 많은 사람이 있어, 어떤 것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 그래서 세간에는 처음으로 수다라(首陀羅)라는 기술자[工巧]의 이름이 생겼다.

 

바실타야, 지금 이 세간에는 네 가지 종성의 명칭이 있는데, 다섯 번째로 사문의 무리[沙門衆]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그 까닭은 바실타야, 찰리의 무리 중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생활방식[己法]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法服]을 입고 도를 닦았다. 그래서 처음으로 사문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가운데에서 어느 때 어떤 사람은 스스로 자기들의 생활방식을 싫어해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았으니, 그것을 사문이라고 이름했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身]의 행이 불선(不善)하고 입[口]의 행이 불선하며 뜻[意]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苦報]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 몸의 행이 불선하고 입의 행이 불선하며 뜻의 행이 불선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괴로운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종 가운데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사람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 몸의 행이 착하고 입과 뜻의 행이 착한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반드시 즐거운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 무리들 중에서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으로서 몸으로 두 가지를 행하고 입과 뜻으로 두 가지를 행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를 받는다.

 

바실타야, 찰리종 중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는 자가 있어 7각의(覺意)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族姓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無上梵行]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生死)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라문종ㆍ거사종ㆍ수다라종 중에서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옷을 입고 도를 닦아 7각의를 닦으면 오래지 않아 도를 이룰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저 족성자가 법옷을 입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을 닦아 현재의 법 가운데서 몸소 증득하여,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다해 마쳐 다시는 뒷세상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실타야, 이 네 종성 가운데서 명행(明行)을 모두 성취한 아라한[羅漢]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아라한을 다섯 종성 가운데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범천왕(梵天王)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明行)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라네.

 

부처님께서 바실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범천왕은 잘 말한 것이고, 잘못 말한 것이 아니며, 이 범천왕은 잘 받아들인 것[善受]이고, 잘못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나는 그때 곧 그 말을 인가(印可)했다. 무슨 까닭인가? 지금의 나 여래ㆍ지진(至眞)도 이 뜻을 말했기 때문이다.”

 

중생 중에서는 찰리가 훌륭하니

능히 종성을 버리고 떠나

명행을 성취한 사람이

세간에서 가장 으뜸이다.

 

세존께서 이 법을 연설해 마치시자, 바실타(婆悉吒)와 바라타(婆羅墮)는 번뇌가 없는 마음[無漏心]으로 해탈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6. 전륜성왕수행경(轉輪聖王修行經)3) 제2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라혜수(摩羅醯搜)에 계시면서 사람들과 유행(遊行)하시다가 1,250명 비구들을 데리고 차츰 마루국(摩樓國)에 다다르셨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熾燃], 법(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데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아야 한다.4) 어떤 것을 ‘비구가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데에 귀의하지 말라’고 하는가? 비구는 안 몸[內身]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힘써 게을리 하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애야 한다. 바깥 몸[外身]을 관찰하고 안팎 몸[內外身]을 관찰하여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말고 분명히 기억해 잊지 않아 세상의 탐욕과 걱정을 없앤다. 감각[受]과 뜻[意]과 법(法)의 관찰도 이와 같이 해야 한다. 이것을 ‘비구는 스스로 맹렬히 정진하되 법에 맹렬히 정진하고 다른 것에 맹렬히 정진하지 말며, 스스로 귀의하되 법에 귀의하고 다른 것에 귀의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이렇게 행하는 자는 악마도 방해하지 못하고 공덕이 날로 늘어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아득히 먼 과거 어느 때에 견고념(堅固念)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찰리수요두종(刹利水澆頭種)5)으로서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4천하(天下)를 다스렸다. 그때 왕은 자재(自在)하게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였으며 사람 중에서 뛰어나 7보(寶)를 구족했다.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이고, 넷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이고,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였다. 그는 천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용맹하고 건장하여 능히 원적(怨敵)을 항복받을 수 있었으니 무기를 쓰지 않고서도 저절로 태평스러웠다. 견고념왕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을 때에 금륜보(金輪寶)가 바로 그 허공에서 갑자기 본 자리를 이탈했다. 그때 윤보(輪寶)를 맡은 사람이 빨리 달려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본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견고념왕은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윤보가 자리를 이동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 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福樂)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으로써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마땅히 태자를 세워 4천하를 다스리게 하고 따로 한 고을을 떼어 이발사에게 주어 내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한 뒤 3법의(法衣)6)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아야겠다.’

 

견고념왕은 곧 태자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모르느냐?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금륜이 본 자리를 이탈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받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으로써 하늘로 옮겨가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기 위하여 4천하는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백성들을 잘 보살피도록 해라.’

이때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견고념왕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그때 왕이 출가한 지 7일이 지나자 그 금륜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왕에게 가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왕은 기분이 나빠서 곧 견고념왕에게 나아가 말했다.

‘부왕(父王)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견고념왕은 그 아들에게 대답했다.

‘너는 걱정하거나 근심하지 말라. 그 금륜보는 네 아비의 재산이 아니다. 너는 다만 전륜성왕[聖王]의 바른 법을 부지런히 행하여라. 바른 법을 행하고 나서 보름달이 밝을 때를 맞아 향탕(香湯)에 목욕하고 채녀(婇女)에게 둘러싸여 정법전(正法殿)에 오르면 금륜의 신보(神寶)는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그 윤보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고 광명과 빛깔을 구족하였는데,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의 것이 아니다.’

 

아들이 부왕에게 말했다.

‘전륜성왕의 바른 법은 어떤 것입니까? 또 마땅히 어떻게 행해야 합니까?’

왕이 아들에게 말했다.

‘마땅히 법에 의해 법을 세우고 법을 갖추어 그것을 공경하고 존중하라. 법을 관찰하고 법으로써 우두머리로 삼고 바른 법을 지키고 보호하라. 또 마땅히 법으로써 모든 채녀들을 가르치고 또 마땅히 법으로써 보호해 살피라. 그리고 모든 왕자(王子)ㆍ대신(大臣)ㆍ동료[群寮]ㆍ관리[百官]들과 모든 백성ㆍ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을 가르쳐 경계하도록 하고 아래로는 짐승들에 이르기까지 다 마땅히 보호해 보살피도록 하여라.’

 

또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또 나라 경계[土境]에 살고 있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소행이 맑고 참되고 공덕이 구족하며 부지런히 힘써 게으르지 않고 교만을 버리고 인욕하며, 어질고 자애로우며, 또 고요히 홀로 제자신이 닦으며 홀로 스스로 그치고 쉬어 혼자 열반에 이르고, 또 자신도 탐욕(貪欲)을 없애고 남도 교화하여 탐욕을 없애게 하며 스스로 성냄[瞋恚]을 없애고 남을 교화하여 성냄을 없애게 하며 스스로 어리석음[愚癡]을 없애고 남을 교화하여 어리석음을 없애게 하거나, 또 물들 수 있는 곳에서도 물들지 않고 악(惡)에 처해 있으면서도 악하지 않으며, 어리석음[愚]에 있으면서 어리석지 않고 집착[着]할 만한데도 집착하지 않으며, 머물 수 있는 곳에서도 머물지 않고 살 수[居] 있는 곳에서도 살지 않고, 또 몸으로 행동하는 것[身行]이 올바르고 입으로 하는 말[口言]이 정직하며, 뜻의 생각[意念]이 올곧거나, 또 몸의 행동이 청정하고 입으로 하는 말이 청정하며, 뜻의 생각이 청정하거나, 또 정념(正念)이 청정하고 인혜(仁慧)에 싫증냄이 없으며, 옷과 음식에 대하여 만족할 줄 알고 발우를 가지고 밥을 빌어 중생을 복되게 하는 이런 사람이 있거든, 너는 마땅히 자주 찾아가 언제나 물어야 한다.

 

〈무릇 수행함에 있어서 어떤 것이 착한 것이며 어떤 것이 악한 것인가? 어떤 것이 범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범하는 것이 아닌가? 어떤 것을 친해야 하고 어떤 것을 친하지 않아야 하는가? 어떤 것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또 어떤 법을 베풀어 행하면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리겠는가?〉

너는 이렇게 물어본 뒤에 마음으로 관찰하여 마땅히 행해야 할 것은 곧 행하고 버려야 할 것은 곧 버려야 한다. 또 나라에 외로운 자와 늙은이가 있거든 마땅히 물건을 주어 구제하고 가난하고 곤궁한 자가 와서 구하는 것이 있거든 절대로 거절하지 말아야 한다. 또 나라에 옛 법[舊法]이 있거든 너는 그것을 고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전륜성왕이 수행해야 할 법이니, 너는 마땅히 받들어 행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전륜성왕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그 말대로 수행했다. 훗날 보름날 달이 찰 때를 맞아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높은 궁전에 오르자 갑자기 윤보가 저절로 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 윤보는 천 개의 바퀴살이 있었는데 광명과 빛깔을 구족하여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14척[丈四]이나 되었다. 그때 전륜성왕은 묵묵히 혼자서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서 들었는데 〈머리에 관정의식을 받고 임금이 된 찰리 종족이 보름날 달이 찰 때 향탕에 목욕하고 채녀들에 둘러싸여 보배 궁전에 오르면 금륜(金輪)이 갑자기 앞에 나타나는데 그 바퀴에는 천 개의 바큇살이 있고 광명과 빛깔이 구족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하늘의 장인이 만든 것으로서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순금으로 된 바퀴의 직경은 열네 자나 되면 이를 전륜성왕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수레바퀴가 나타난 것도 그런 일이 아닌가? 내 이제 이 윤보를 시험해 보아야겠다.’

 

전륜왕은 곧 4병(兵)을 모으고 금륜보를 향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다시 오른손으로 금수레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는 동방을 향해 법답게 구르되 법칙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자 윤보는 곧 동쪽으로 굴렀다. 왕은 곧 4병(兵)을 거느리고 그 뒤를 따랐고, 금륜보 앞에서는 네 신(神)이 인도했다. 윤보가 멈춰선 곳에서는 왕도 곧 수레를 멈추었다. 그때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小國] 왕들은 이 대왕이 오는 것을 보고 금발우에는 은좁쌀[銀粟]을 담고 은발우에는 금좁쌀[金粟]을 담아 왕에게 와서 머리를 대어 절하고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지금 이 동방의 토지는 풍요로우며 백성들은 불꽃처럼 왕성합니다. 그들은 성질이 어질고 온화하며 자비하고 효도하며 충성되고 유순합니다. 오직 원컨대 성왕(聖王)이시여, 여기서 정치를 행하십시오. 저희들은 마땅히 좌우에서 모시고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전륜성왕이 작은 나라 왕들에게 말했다.

‘그만두라, 그만두라. 제현(諸賢)들이여, 그대들은 이미 나를 공양하였다. 다만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부디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하지 말고, 온 나라 안에 법 아닌 것을 행하는 일이 없게 하라. 이것을 곧 내가 통치하는 방식[我之所治]이라고 말한다.’

 

모든 작은 나라 왕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 곧 대왕을 따라 여러 나라를 돌아서 동쪽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렇게 차례로 남방ㆍ서방ㆍ북방으로 윤보가 가는 곳마다 따라갔고, 그 여러 나라의 왕들도 각각 국토를 바치는 것이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에서와 같았다. 전륜왕은 금륜을 따라 온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도(道)로써 교화하고 백성들을 안위시킨 뒤 본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금륜보(金輪寶)는 궁문 위의 허공에 머물러 있었고 전륜왕은 기뻐 뛰면서 말했다.

‘이 금륜보는 진실로 나의 상서(祥瑞)이다. 나는 이제 참으로 전륜성왕이 되었다.’

이것이 금륜보를 성취한 경위이다.

 

그 왕이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렸을 때 금륜보가 허공에서 갑자기 본 자리를 이탈했다.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빨리 가서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본 자리를 이탈했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혼자 생각했다.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윤보가 자리를 이동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누렸으니, 마땅히 다시 방편을 써서 하늘의 복락을 받을 것이다. 당장 태자를 세워 4천하를 맡게 하고, 따로 한 고을을 떼어 이발사에게 주어 내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한 뒤에 3법의(法衣)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으리라.’

 

왕은 곧 태자에게 명령해 말했다.

‘너는 모르느냐? 내 일찍이 덕이 높은 장로에게 들었는데 만일 전륜성왕의 금륜보가 본 자리를 이탈하면 왕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인간의 복락을 받아 누렸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하늘로 옮겨가 즐거움[天樂]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출가하여 도를 닦고자 4천하를 모두 너에게 맡기니, 너는 마땅히 스스로 힘써 노력하여 백성들은 물론 동물에 이르기까지도 잘 보살피도록 하라.’

태자는 왕의 명령을 받아들였고, 왕은 곧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서 출가하여 도를 닦았다. 왕이 출가한 지 7일이 지나자 그 금륜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았다. 그러자 그 윤보를 맡은 사람이 곧 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지금 윤보가 갑자기 보이질 않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도 그리 걱정하지 않고 또 가서 부왕의 뜻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부왕은 갑자기 목숨을 마쳤다.

 

이전의 여섯 전륜왕은 차례대로 서로 이어 받아[展轉相承]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다. 그런데 오직 이 한 왕만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옛 법을 계승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 정치는 공평하지 않아 천하는 원망으로 호소하고 국토는 줄어들며 백성들은 죽어갔다. 그때 어떤 한 바라문 대신(大臣)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제 국토는 줄어들고 백성들은 죽어가고 갈수록 평상시만 못해집니다. 왕이시여, 지금 나라 안에는 지식 있고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통달해, 과거와 현재[古今]에 대해 환히 알고 선왕(先王)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治政之法]에 대해 갖추어 아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불러들여 그 아는 것을 물어 보지 않으십니까? 그들은 마땅히 잘 대답해 줄 것입니다.’

왕은 곧 모든 신하를 불러 선왕들의 나라 다스리는 법에 대해 물었으나, 모든 지혜 있는 신하들은 사실을 갖추어 대답했다. 왕은 곧 그 말을 듣고 옛날의 정치를 행하고 법으로써 세상을 보호했다. 그러나 아직도 외로운 이들과 노인들을 구제하지는 못했고, 신분이 낮고 빈궁한 사람들에게는 그 베풂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갈수록 빈곤해져 드디어 서로 침범하고 약탈하여 도둑이 매우 심하게 증가했다. 경관들은 그들을 붙잡아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도둑입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곧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은 즉시 창고의 물품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다시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은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은 다시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왕은 다시 창고의 재물을 내어 그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이 물건으로 부모를 공양하고 또 친척을 구제하라. 그리고 지금 이후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어떤 사람이 도둑질한 사람에게 왕이 재물을 주었다는 소문을 듣고 그도 남의 물건을 강도질하다가 또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주십시오.’

왕이 또 그에게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하였느냐?’

그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는 빈궁하고 굶주려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때 왕은 생각했다.

‘먼저 도둑질을 한 자는 내가 그 빈궁함을 보고 그에게 재물을 주면서 앞으로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다른 사람이 그 소문을 전해 듣고 다시 서로 본받아 도둑이 날로 증가해 이렇게 그치지 않고 있다. 내 이제 차라리 이 사람을 차꼬와 수갑을 채워가지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에서 죽여 뒷사람의 경계로 삼아야겠다.’

 

왕은 곧 측근 신하에게 명령하여 그를 묶게 하고 북을 치며 소리를 외쳐 모든 거리를 돌게 한 뒤 그를 싣고 성을 나가 넓은 들판에서 죽였다.

나라 사람들은 도둑질한 사람이 있으면 왕이 결박시켜 거리를 돌린 뒤 넓은 들판에서 죽인다는 것을 다 알았고, 사람들은 갈팡질팡하며 서로 상의해 말했다.

‘우리도 만일 도둑질을 한다면 또한 마땅히 이와 같아서 저들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에 백성들은 스스로를 방위[防護]하기 위해 마침내 칼과 활 따위의 무기를 만들어 서로 침노하고 잔인하게 해치며 공격하고 약탈하게 되었다. 이 왕 때부터 처음으로 빈궁함이 생겼고 빈궁함이 생긴 뒤에 처음으로 강도가 생겼으며, 강도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무기가 생겼고 무기가 생긴 뒤에 처음으로 살해하는 일이 생겼으며, 살해가 생긴 뒤에 곧 안색이 파리해지고 수명이 짧아졌다. 그때 사람의 수명은 바로 4만 살이었는데 그 뒤에 점점 줄어 2만 살이 되었다. 그래서 그 중생들에게는 오래 사는 이[壽]도 있고, 요절[夭]하는 이도 있으며, 괴로움[苦]도 생기고, 즐거움[樂]도 생겼다. 그 괴로움이 생긴 자는 다시 사음(邪淫)과 탐내어 취하는[貪取]마음을 내어 많은 방편을 써서 남의 물건을 도모했다. 이때 중생들에게는 빈궁함과 강도와 무기와 살해하는 일이 점점 심해져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1만 살이 되었다.

 

1만 살을 살던 때의 중생도 서로 강도질을 하다가 경관에게 붙잡혔다. 경관이 왕에게 나아가 말했다.

‘이 사람이 도둑질을 하였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이 사람을 다스려 주십시오.’

왕이 물었다.

‘네가 정말 도둑질을 했느냐?’

그가 대답했다.

‘저는 도둑질하지 않았습니다.’

문득 대중들 속에서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때 그 중생들은 빈궁함 때문에 곧 강도질을 했고, 강도질을 했기 때문에 곧 무기가 생겼으며, 무기가 생겼기 때문에 곧 살해하는 일이 생겼고, 살해하는 일이 생겼기 때문에 곧 탐취와 사음이 생겼으며, 탐취와 사음이 생겼기 때문에 곧 거짓말이 생겼고, 거짓말이 생겼기 때문에 그 수명은 점점 줄어 1천 살이 되었다.

1천 살 때에는 곧 입으로 짓는 세 가지 악행(惡行)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으니, 첫째는 이간질하는 말[兩舌]이며, 둘째는 욕설[惡口]이며, 셋째는 꾸밈말[綺語]이다. 이 세 가지 악업이 자꾸 퍼져 더욱 왕성하게 되자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500살이 되었다. 500살을 살 때의 중생들에게는 또 세 가지 악행이 생겼으니, 첫째는 법답지 않은 음욕[非法婬]이며, 둘째는 법답지 않은 탐욕[非法貪]이며, 셋째는 삿된 소견[邪見]이다. 이 세 가지 악업이 자꾸 퍼져 더욱 왕성해지자 사람의 수명은 점점 줄어 300, 200살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 시대의 사람들은 또 100살로 줄어들었는데, 그보다 넘는 이는 적고 그보다 적은 이는 많게 되었다.

 

이렇게 자꾸 악을 행하여 쉬지 않으면 그 수명은 점점 줄어 앞으로는 10살에까지 이르게 될 것이다. 10살 때의 사람들은 여자는 5개월7)이 되면 곧 시집을 갈 것이다. 이때 세간에는 소유(酥油)ㆍ석밀(石蜜)ㆍ흑석밀(黑石蜜)8) 따위의 온갖 감미로운 맛은 다시는 그 이름조차 듣지 못할 것이다. 메벼나 벼는 변해 가라지가 될 것이며 비단[繒]ㆍ명주[絹]ㆍ금빛 비단[錦]ㆍ무늬 비단[綾]ㆍ무명[劫貝:木花]ㆍ모직[白氎] 등 지금 세상의 이름난 옷들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고, 다만 거친 털로 짠 것을 제일가는 옷으로 삼을 것이다. 이때 이 땅에는 많은 가시나무가 날 것이며, 모기ㆍ등에ㆍ파리ㆍ이ㆍ뱀ㆍ살무사ㆍ벌ㆍ구더기 따위의 독충이 많을 것이다. 금ㆍ은ㆍ유리(琉璃)ㆍ구슬 따위의 이름난 보배는 모두 땅 속으로 묻히고 마침내 기와ㆍ돌ㆍ모래ㆍ자갈이 땅 위로 나올 것이다.

 

그때 중생의 무리들은 영원히 10선(善)의 이름은 듣지 못하고 오직 10악(惡)만 있어 세간에 충만할 것이다. 그때엔 곧 선법의 이름조차 없을 텐데 그 사람들은 무엇으로 선행을 닦을 수 있겠는가?

중생들은 극악해져 부모에게는 불효하고 스승과 어른에게는 공경하지 않으며, 충성하지 않고 의리가 없어 반역하거나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 도리어 존경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오늘날 선행을 닦아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과 어른에게 공경하고 순종하며, 충성스럽고 미덥고 정의를 생각하며 도를 따라 수행하는 사람이 곧 존경을 받는 것과 같아, 중생들은 10악을 많이 닦아 악도에 떨어질 것이다. 중생들이 서로 보기만 하면 항상 서로 죽이고자 하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슴 떼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며, 토지는 도랑ㆍ구덩이ㆍ시내ㆍ깊은 골짜기가 많이 있고 땅은 비고 사람은 드물어 오가는 이들은 사람이 두려워 겁내게 될 것이다. 그때엔 도병겁(刀兵劫:전쟁)이 일어나 손에 초목을 잡으면 그것이 다 창으로 변해 7일 동안 서로를 해칠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멀리 숲 속으로 도망쳐 구덩이에 의지해 있으면서 7일 동안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자비롭고 착한 말로 외칠 것이다.

‘그대들은 우리를 해치지 마시오. 우리도 그대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니, 초목의 열매나 먹으면서 생명을 보전합시다.’

그리고 7일이 지난 뒤, 숲에서 나올 때 살아 있는 사람은 서로 보고는 기뻐하고 경하(慶賀)하며 말할 것이다.

‘당신도 살았구려[不死], 당신도 살았구려.’

마치 부모가 외아들과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서로 만났을 때 그 기쁨이 무량한 것처럼 그 사람들도 이렇게 각각 기쁜 마음으로 서로 경하할 것이다. 그런 다음 서로 집을 물어 보았을 때에 그 집의 친족들이 많이 죽었으면, 그때는 다시 7일 동안 슬피 울고 부르짖고 서로 향해 통곡하면서 7일을 보내다가 다시 7일 동안은 서로 경하하고 즐거워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러다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이 너무나 많은 악을 쌓았기 때문에 이런 난리를 만나 친족들은 죽고 가족들은 망가졌다. 이제는 마땅히 조금씩이라도 함께 선(善)을 닦아야 하겠다. 무슨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살생(殺生)을 하지 말자.’

 

그때 중생들은 모두 자애로운 마음을 품고 서로 해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중생들 육신의 수명이 점점 불어나 10살이던 수명이 20살이 될 것이다. 20살 때의 사람은 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아 서로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나 20살이 되었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선한 일을 닦자. 마땅히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이미 살생은 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는 도둑질을 하지 말자.’

그리하여 이미 도둑질하지 않기[不盜]를 닦으면 수명은 늘어나 40살이 될 것이다. 4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앞으로는 사음(邪婬)하지 말자.’

이에 사람들은 모두 사음하지 않으므로 그 수명은 늘어나 80살이 될 것이다.

 

8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조금씩 더 선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앞으로는 거짓말[妄言]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160살이 될 것이다. 16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우리는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이간질하는 말[兩舌]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320살이 될 것이다. 32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조금씩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욕설[惡口]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욕설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640살이 될 것이다.

 

640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마땅히 꾸밈말[綺語]을 하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꾸밈말을 하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2천 살이 될 것이다. 2천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간탐하지[慳貪] 말자.’

그리하여 사람들은 모두 간탐하지 않고 보시(布施)를 행하므로 수명이 늘어나 5천 살이 될 것이다. 5천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질투하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선을 닦자.’

그리하여 그 사람들은 모두 질투하지 않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선을 닦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1만 살이 될 것이다.

 

1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바른 소견을 내어 전도(顚倒)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바른 소견을 내어 전도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수명이 늘어나 2만 살이 될 것이다. 2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不善法]을 없애자. 첫째는 법답지 않은 음욕[非法婬]이며, 둘째는 법답지 않은 탐욕[非法貪]이며, 셋째는 삿된 견해[邪見]이다.’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세 가지 착하지 않은 법을 없애므로 수명이 늘어나 4만 살이 될 것이다. 4만 살을 살 때의 사람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들은 선을 닦았기 때문에 수명이 늘어났으니, 이제 다시 조금씩 더 선한 일을 닦자. 어떤 선을 닦아야 할까? 마땅히 부모를 효도로 받들고 스승과 장로를 공경하여 섬기자.’

이에 그 사람들은 모두 부모를 효도로 받들고 스승과 장로를 공경하여 섬기므로 수명은 늘어나 8만 살이 될 것이다.

 

8만 살을 살 때의 여자들은 나이 500살이 되어야 비로소 시집을 갈 것이다.

그때의 사람에게는 마땅히 아홉 가지 괴로움이 있을 것이니, 첫째는 추위, 둘째는 더위, 셋째는 굶주림, 넷째는 목마름, 다섯째는 대변, 여섯째는 소변, 일곱째는 욕심, 여덟째는 탐욕, 아홉째는 늙는 것이다. 대지는 평평하고 고르기 때문에 구덩이나 언덕이나 가시나무가 없을 것이며, 또 모기ㆍ등에ㆍ뱀ㆍ독사ㆍ독충 따위도 없을 것이며, 기와ㆍ돌ㆍ모래ㆍ자갈은 모두 변해 유리(琉璃)가 될 것이다. 백성들은 왕성하고 5곡(穀)도 지천에 깔려 풍성하고 즐겁기 끝이 없을 것이며, 8만 개의 큰 성(城)이 일어날 것이다. 마을과 성들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어 닭 우는 소리가 서로 들릴 것이다. 바로 그때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실 것이니 이름을 미륵(彌勒)이라 하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 등의 열 가지 명호[十號]를 구족하실 것이니, 그것은 지금 여래께서 열 가지 명호를 구족하신 것과 같을 것이다. 그는 저 여러 하늘들 중에 제석천[帝釋]ㆍ범천[梵]ㆍ악마[魔] 혹은 마천(魔天)과 악마의 하늘 그리고 모든 사문 바라문ㆍ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 중에서 몸소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그것은 또 내가 지금 여러 하늘들 중에 제석천ㆍ악마 혹은 마천과 사문 바라문ㆍ모든 하늘ㆍ세상사람 중에서 몸소 깨달음을 얻는 것과 같다.

그는 마땅히 설법하되, 처음 말도 훌륭하고 중간과 나중의 말도 훌륭하여 의미를 갖추어 담고 있을 것이며 범행(梵行)을 청정히 닦을 것이니, 그것은 내가 지금 설법하는 말이 처음과 중간과 나중이 모두 참되고 바르며 의미를 구족하고 범행이 청정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의 제자들은 수천 만 명이나 될 것이니, 오늘의 내 제자가 수백인 것과 같다. 그때의 사람들은 그 제자를 일컬어 자자(慈子)라 부를 것이니, 내 제자를 석자(釋子)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그때 양가(儴伽)라는 이름을 가진 왕이 있을 것이니, 그는 관정의식을 한 찰리 종족[刹利水澆頭種]의 전륜성왕으로 4천하를 맡아 바른 법으로 다스려 항복하지 않는 이가 없고 7보를 구족할 것이다. 첫째는 금륜보(金輪寶)이고, 둘째는 백상보(白象寶)이며, 셋째는 감마보(紺馬寶)이며, 넷째는 신주보(神珠寶)이며,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이며, 여섯째는 거사보(居士寶)이며, 일곱째는 주병보(主兵寶)이다. 왕에겐 천 명의 아들이 있어 용맹하고 웅렬(雄烈)하여 능히 외적을 물리칠 것이고, 사방에서 공경하고 순종하여 무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태평하게 될 것이다.

그때 성왕은 큰 보당(寶幢)을 세울 것이니, 둘레는 16심(尋)이며, 높이는 1천 심(尋)이나 되며 천 종류의 온갖 색깔로 그 깃대를 장엄하게 꾸밀 것이다. 그 깃대에는 백 개의 고(觚)가 있고 한 고에 백 개의 수술[枝]이 있는데, 보배 실로 짜서 만들고 여러 보물을 사이사이 껴 넣을 것이다. 여기서 성왕은 그 깃대를 부수어 사문 바라문과 온 나라 안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하고 그런 다음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집을 떠나 도를 닦고 위없는 행[無上行]을 닦아 현재 세계에서 몸소 진리를 깨달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을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이미 서며 해야 할 일을 이미 다해 마쳐 뒷세상의 목숨[後有]을 받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선행(善行)을 부지런히 닦으라. 선행을 닦음으로써 곧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은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며, 또 재보(財寶)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할 것이다. 마치 모든 왕이 전륜성왕의 옛 법을 따라 행하여 곧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은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하고, 또 재보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한 것과 같을 것이다. 비구도 이와 같아서 마땅히 선법을 닦으면 수명은 늘어나고 안색이 좋아지며 안온하고 쾌락할 것이며, 또 재보는 풍요롭고 위력을 구족할 것이다.

 

비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렇게 비구가 욕정(欲定)을 닦아 익히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멸(滅)의 행을 성취함으로써 신족(神足)을 닦는 것이다. 다음에는 정진정(精進定)ㆍ의정(意定)ㆍ사유정(思惟定)을 닦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멸의 행을 성취함으로써 신족(神足)을 닦는 것이니, 이것을 수명의 늘어남이라고 한다.

비구의 안색이 좋아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여기서 비구는 계율을 구족하고 위의를 성취하며 조그마한 죄를 보고도 큰 두려움을 느끼고 모든 계율을 골고루 배워 두루 채우고 모두 갖추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안색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또 어떤 것을 비구의 안온과 쾌락이라고 하는가? 여기서 비구는 음욕(淫欲)을 끊고 불선법(不善法)을 제거하고,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離生喜樂]이 있는 제1선(禪)을 행한다. 다음에는 각과 관을 없애고 안으로 믿어[內心] 기쁘고 즐거우며 생각을 거둬 전일(專一)하게 하여 각도 없고 관도 없으며, 선정에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定生喜樂]이 있는 제2선을 행한다. 다음에는 기쁨을 버리고 평정[護:捨], 마음을 오로지 하여 산란하지 않으며, 스스로 몸에 즐거움[身樂]을 알고 성현이 구하는 바인 평정[護]ㆍ기억[念]ㆍ즐거움[樂]으로 제3선을 행한다. 다음에는 괴로움과 즐거움도 버려 멸하는데, 걱정과 기쁨은 이미 멸하였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護]ㆍ기억[念]ㆍ청정(淸淨)으로 제4선을 행한다. 이것을 비구의 안온과 쾌락이라고 한다.

 

비구의 재보(財寶)가 풍요롭다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서 비구는 자비심을 닦아 익혀 한 세계[方]에 가득 채우고 다른 세계에도 그렇게 하며 넓게 두루 하여 둘도 없고 한량도 없다. 모든 번뇌와 원한이 없어지고 마음에는 질투와 미움이 없으며 고요하고 잠잠하고 유순한 경지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느낀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버리는 마음도 이와 같다. 이것을 비구의 재보가 풍요롭다고 하는 것이다.

비구 위력이 구족하다는 말은 어떤 것인가? 여기서 비구는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苦聖諦]를 사실 그대로 알고, 괴로움의 발생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習聖諦:集諦]ㆍ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盡聖諦:滅諦]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道聖諦]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을 비구가 위력을 구족한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모든 힘 있는 자를 두루 관찰해 보아도 악마의 힘을 넘어설 이가 없으나, 번뇌[漏]를 끊어 없앤 비구의 힘이라야 능히 그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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