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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명경(金光明經) 제1권
북량(北涼) 삼장법사(三藏法師) 담무참(曇無讖) 한역
동국역경원 국역
1. 서품(序品)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실 때에 한량없고 매우 깊은 법의 성품인 여러 부처님의 행하신 곳에 노니시니, 여러 보살보다 뛰어나시어 행하심이 깨끗하셨다.
이 금광명경은
모든 경전 중의 왕이니
이 경을 들은 이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리.
위없고 미묘하고
매우 깊은 뜻을 간직하고 있다고.
이러한 경전은
어느 때나 사방의
네 부처님께서
돌보아 주시나니
동쪽의 아촉불(阿閦佛)
남쪽의 보상불(寶相佛)
서쪽의 무량수불(無量壽佛)
북쪽의 미묘성불(微妙聲佛)이시네.
내가 이제 마땅히
참회하는 법을 말하리니,
여기서 나오는 공덕이야말로
이보다 더 함이 없네.
모든 괴로움 부숴 버리고
좋지 못한 업(業) 끝내리니
온갖 지혜도
이것이 근본일세.
한량없는 공덕도
이것으로 장엄(莊嚴)하며
온갖 고통은 없애 주고
그지없는 즐거움 주게 되오리.
몸이 어디가 불구자이거나
목숨이 짧거나
가난하고 곤궁하거나
천신(天神)들이 버리고 떠났거나
친척간에 소송으로 싸우거나
왕법(王法)에 걸리거나
각각 서로 다투어서
재물을 없애거나
근심 걱정에 공포심까지
불길한 별과 모든 재앙
삿된 저주(咀呪) 등등
변괴가 끊이지 않거나
밤에 누우면 나쁜 꿈 꾸고
낮이면 수심 짓고 근심하는 이들
깨끗하게 목욕하고
이 경의 말씀 들을지니
지극한 마음 청정하게
정결한 옷 갈아입고서
오로지 한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의
매우 깊이 행하신 법문 말씀 들으면
이 경의 위덕이야말로
이러한 여러 가지 나쁜 변괴를
모두 없애 주고
고요하고 기쁜 일 가져다 주리.
이 세계를 옹호하는 사천왕들은
모든 권속과
수많은 야차들을
거느리고
이 경전 가져 외우는 이에게
모두 와서 정성드려 옹호하리.
대변천(大辯天)신
니련하(尼連河)신과
귀자모(鬼子母)신
견뢰(堅牢)지신
대범존천(大梵尊天)
삼십삼천(三十三天)
대신용왕(大神龍王)
긴나라(緊那羅)왕
가루라(迦樓羅)왕
아수라(阿修羅)왕들도
그들의 권속을 거느리고
이 경 외우는 이에게 와서
밤낮을 떠나지 않고
옹호하리.
내가 이제 말하려는
모든 불세존의
매우 깊고 비밀하고 미묘한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시던 것은
억백천 겁 동안에도
만나기 어려운 것.
이 경의 말씀을 듣거나
남을 위하여 설명하거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거나
이 경전에 공양을 올리면
이런 사람들은
한량없는 오랜 세월을 두고
언제나 끊임없이 하늘 사람들과
8부 신장들에게 공경함을 받으리.
이렇게 닦고 수행하여서
공덕을 쌓은 이는
생각할 수 없고 그지없는
복 덩어리를 얻으리.
또한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깊은 행을 가진 보살들에게
돌보아 주심을 받으리.
깨끗한 옷을 입고
좋고 묘한 향을 피워
자비의 마음으로 이 경에 공양 올리어
언제나 떠나지 말고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더러운 때 한 점 없게 하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경전을 깊이 좋아하라.
이 경 설하는 말씀을 듣기만 하더라도
결정코 인도(人道)에 태어나되
사람 몸 받음은 물론
악업 짓지 않고 정도(正道)의 생활하리.
만일 참회(懺悔)하는 법문을 듣고서
마음 속에 지녀 잊지 않으면
이런 좋은 선근(善根)
모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리.
2. 수량품(壽量品)
그 때에 왕사성에 신상(信相)이라는 이름을 가진 보살마하살이 있었다.
그는 일찍이 지난 세월 한량없는 억 나유타(那由陀) 백천 부처님께 공양하여 모든 선근을 심은 이었다.
이 신상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떤 인연(因緣)으로 석가여래(釋迦如來)의 목숨은 짧아서 겨우 80년만 사시게 되었을까.'
또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말하면 두 가지 인연이 있으면 목숨이 길다고 하셨는데,
그 둘이란, 첫째는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남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겁 동안에 산목숨을 죽이지 않는 계행[不殺戒]을 닦아 열 가지 착한[十善] 업을 갖추셨고, 음식으로써 남에게 보시한 것이 한량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 자신의 뼈와 살과 피를 굶주린 중생들에게 내주어 배불리 먹게 하셨거늘, 하물며 그 밖의 음식이겠는가.'
신상보살은 이렇게 성심으로 부처님을 생각하였다.
신상보살이 이렇게 생각할 적에 그가 있는 방이 저절로 넓어지고 장엄하게 꾸며졌다.
검푸른 하늘빛의 유리(琉璃)보배와 가지가지 보배가 사이사이 섞이어 땅 바닥이 되었는데,
마치 부처님들께서 계시는 정토(淨土)세계와도 같았다.
묘한 향기는 모든 하늘나라의 향기보다 훨씬 더 낫고, 연기 구름이 드리워 퍼져서 그 방안에 가득 찼다.
방 네 구석에는 네 가지 보배로 된 훌륭한 높은 평상이 저절로 나타났는데 순전히 하늘 옷으로 자리[敷具]가 깔려졌다.
이 훌륭한 평상 위에는 여러 부처님들께서 수용하실 여러 가지 보배로 된 연꽃이 있고,
이 연꽃 위에는 네 분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동쪽에는 아촉불(阿閦佛), 남쪽에는 보상불(寶相佛), 서쪽에는 무량수불(無量壽佛), 북쪽에는 미묘성불(微妙聲佛)이셨다.
이 네 분 부처님께서 사자좌(獅子座) 위에 앉으시어 큰 광명을 놓으사, 왕사성과 삼천대천세계며, 나아가 시방(十方)의 항하(恒河 :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여러 부처님 세계에까지 두루 비추니, 온갖 하늘 꽃이 비오듯 내리고 하늘의 풍악이 흘러 퍼졌다.
이 때에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천상의 기쁨을 받았는데,
몸의 여러 기관이 병신인 불구자는 이내 온전한 몸이 되었다.
말하자면 온갖 세간의 모든 이익과 전에 없던 처음 보는 일이 모조리 나타났다.
이 때에 신상보살은 여러 부처님과 희유한 일들을 보고 즐거워 뛰놀면서 공경하며 합장하고 여러 부처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염불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석가여래께서는 한량없는 공덕이 있으시건만, 오직 수명에 대해서는 의혹심(疑惑心)이 난다.
어찌하여 여래의 수명이 이렇듯 80뿐이실까.'
이 때에 네 분 부처님께서는 옳게 다 아시는[正遍知] 지혜로 신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착한 남자여, 그대는 지금 여래의 수명이 짧다고 생각하지 말라.
왜냐 하면 착한 남자여, 우리들은 천상 사람이나 세간 사람이나 마군(魔軍)의 무리나 범천(梵天)이나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이나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을 막론하고 여래가 아니고서는 여래의 수명을 생각하고 계산하여 그 한계를 알아내는 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이 때에 네 분 여래께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지신 수명을 말씀하시려고 하니, 욕계천(欲界天)·색계천(色界天)과 용·귀신·건달바(乾闥婆)·아수라(阿修羅)·가루라(迦樓羅)·긴나라(緊那羅)·마후라가(摩睺羅迦)와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마하살들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신상보살마하살의 방에 모두 와서 모였다.
이 때에 네 분 부처님께서는 대중 가운데서 간략하게 게송의 비유로써 석가여래께서의 가지신 수명을 말씀하셨다.
온갖 여러 가지 물이
몇 방울인 것은 알 수 있을지라도
석존(釋尊)의 수명은
능히 셀 수 없네.
여러 수미산(須彌山)들이
몇 근(斤)·양(兩)인지 알 수 있을지라도
석존의 수명은
능히 헤아릴 수 없네.
온갖 대지(大地)에 있는
티끌 수효는 알 수 있을지라도
석존의 수명은
능히 셀 수 없네.
허공의 나눠진 경계[分界]는
오히려 끝난 데를 알 수 있지만
석존의 수명은
능히 계산할 수 없네.
억백천만 겁의 긴 세월
누가 능히 셀 수 있으랴.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명도
이렇게 한량없고 가없네.
이러한 까닭으로
남의 목숨 해치지 말고
남에게 음식 보시 한없이 하라고
두 가지 인연을 말씀하셨네.
이 까닭에 신상보살이여,
석존의 수명은 계산할 수 없으니,
한량없고 가없으며
또한 끝난 데 없어라.
이러니 그대는 지금
석가여래의
한량없는 수명에 대하여
의심을 내지 말아야 하네.
이 때에 신상보살마하살은 네 분 부처님께서 석가여래의 수명이 한량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마음 속 깊이 믿고 이해하여 기쁨을 걷잡지 못하고 뛰놀았다.
이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의 법문을 말씀할 적에 한량없고 가없는 아승기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네 분 부처님께서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시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셨다.
3. 참회품(懺悔品)
그 때에 신상보살은 그 날 밤 꿈에 금으로 된 쇠북을 보았다.
그 모양은 예쁘고 컸으며, 그 광명이 널리 비추는 것이 마치 햇빛[日光]과 같았다.
또한 그 광명 속에는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께서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나무 밑에서 유리(琉璃)로 만든 평상에 앉으셔서 한량없는 백천 권속에게 둘러 싸여 법문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다.
어떤 바라문 같은 사람이 북채로 쇠북을 쳐서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 소리는 참회하는 게송을 연설하였다. 이 때에 신상보살은 꿈을 깨고 나서는 꿈 속에서 들은 참회의 노래를 성심으로 생각하여 기억했다. 그리고는 밤이 새고 아침이 되자 왕사성에서 떠났다.
그 때에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 중생들이 신상보살과 함께 기사굴산으로 가서 부처님 계신 데에 이르렀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부처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에 물러 앉아 공경하는 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존안(尊顔)을 우러러보면서 잠시도 눈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았다.
신상보살은 꿈속에서 보았던 금 쇠북 이야기와 참회의 노래에 대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젯밤에 꿈꾼 일을
지성으로 잊지 않고 기억하나이다.
꿈에 본 그 금 쇠북
어여쁜 그 모양이 황홀합니다.
그 광명 크고도 치성(熾盛)하여
햇빛보다 밝고 빛나며
시방의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두루 비추었네.
이 광명 속에서
여러 부처님들
보배나무 아래
유리 보배로 된 평상에 앉으사
한량없는 대중에게 둘러싸여서
설법하시는 것 뵈었나이다.
어떤 바라문이
이 금 쇠북 치는 것 보았사온데
그 쇠북 소리에서는
이런 게송을 말하더이다.
이 큰 금 쇠북에서
나오는 묘한 소리는
지난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여러 가지 고통을 없애 주나니
지옥과 아귀
축생들의 괴로움과
가난과 곤궁
그 밖의 여러 가지 고통도
이 쇠북에서 나오는
아름답고 묘한 소리는
중생들이 당하는 온갖 괴로움을
모조리 덜어 없애 주나니
온갖 두려움 끊어 주어서
무서움 없이 살게 되기를
마치 모든 부처님께서
두려움 없음을 얻은 듯이
모든 부처님 성인(聖人)들께서
이룩하신 공덕은
나고 죽는 것을 여의고
큰 지혜의 저 언덕에 가는 것일세.
이런 중생들이
얻는 공덕은
선정과 관법(觀法)을 돕는 도법(道法)인데
마치 저 큰 바다와 같네.
이 쇠북에서 나오는
이런 묘한 소리는
중생들로 하여금
매우 깊은 범음(梵音)을 얻게 하리.
부처님의 위없는
보리의 훌륭한 과(果)를 얻게 하고
위없는 법수레를 운전케 하여
미묘하고 청정케 하여 주리.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오랜 세월을
이 세상에 머무르면서
바른 법문을 연설하여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네.
번뇌는 끊게 하고
모든 괴로움 덜어 주어
탐욕·성냄·어리석음을
모두 없애서 고요케 하오리.
중생이 어쩌다가
지옥(地獄)에 떨어져서
큰불이 이글이글
그 몸을 태우고 지질 적에
이 금 쇠북에서 나오는
미묘한 소리를 들으면
가르치는 말씀을 따라
곧 부처님께 예배하리.
또한 중생들로 하여금
백 생 천 생과
천만억 생의 옛 일을 아는
숙명통(宿命通)을 얻게 하리.
올바른 마음으로
모든 불세존을 생각게 하며
위없고 미묘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게 하오리.
이 금 쇠북 속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는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을 만나 뵙게 하리.
온갖 나쁜 업장(業障)
멀리 여의고
한량없고 깨끗한 업
잘 닦게 되리.
천상 사람·세간 사람
그 나머지 중생들의
생각하는 여러 일과
소원하고 구하는 것
이 금 쇠북 속에서
나오는 그 소리는
모두 그들에게
구족하게 성취시켜 주리.
어떤 중생 잘못하여
큰 지옥에 떨어지면
맹렬히 타는 불꽃 속에서
몸을 태워 고통 받다가
구호해 주는 이 없어
모든 고난에서 옮겨 다닐 적에
쇠북 소리는 이들에게
모든 고통을 없애 주리.
어떠한 중생이
온갖 괴로움에 부닥치어
세 갈래 나쁜 곳에 헤매다가
인도(人道)에 태어나도 고통은 그대로.
그렇지만 이 금 쇠북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들의 온갖 괴로움을
모조리 덜어 없애 주네.
의지할 데 없고 돌아갈 곳 없고
구호해 주는 이 없을 적에
나는 이들을 위하여
돌아가 의지할 곳 되겠나이다.
모든 부처님이시여,
이제 마땅히 증명해 주시고
오랜 옛적부터 나에게 주시던
대비(大悲)의 마음 새삼 내사이다.
곳곳마다 계신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지금 세상에서
복과 지혜를 갖추신 부처님이시여.
내가 본래 지은
나쁜 여러 가지 업을
이제 모든 부처님[十力] 전에
숨김없이 참회하나이다.
부처님과 부모님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착한 법도 알지 못하여
여러 가지 악업만 지었네.
저 혼자만 종족과 문벌과
많은 재산의 힘만 믿고
젊어서 방일(放逸)하면서
모든 악행만 지었나이다.
마음 속으론 불선만 생각하고
입으로는 악업을 지어
마음이 하자는 대로
제 허물은 보지 못했네.
범부의 어리석음에
아는 것 없는 어두움이 덮여
악한 벗만 가까이하니
번뇌 때문에 마음만 어지럽고
다섯 가지 욕심으로
분심(忿心)과 성만 내되
그칠 줄 모르니
이래서 온갖 악업만 짓나이다.
외도[非聖]를 가까이하여
인색과 질투심을 내고
가난한 탓으로 간사하고 아첨하여
악한 업만 짓게 되네.
남에게 얽매어서
언제나 두려움만 있고
자유를 얻지 못하여
모든 악을 저지르네.
탐욕·성냄·어리석음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애정에 붙잡혀서
온갖 악을 짓고 있나이다.
옷과 밥과 여색(女色)과
그리고 모든 고뇌에
이끌려 지내는 까닭에
온갖 악업 많이 지었나이다.
몸·입·뜻의 악으로
모여진 세 가지 악업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지금 모조리 참회하나이다.
어쩌다 부처님·법·스님네를
공경하지 아니한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지금 모조리 참회하나이다.
어쩌다 연각(緣覺)과 보살들께
공경하지 아니한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지금 모조리 참회하나이다.
무지한 탓으로
정법을 비방하고
부모와 존장을
공경 아니한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지금 모조리 참회하나이다.
어리석음과 번뇌에 가려
교만 방탕했고
탐·진·치 세 가지 독(毒)으로
지은 온갖 죄악
이런 여러 가지 죄를
지금 모조리 참회하나이다.
나는 지금
한량없고 가없는
삼천대천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께 공양 올리옵나니,
나는 마땅히
시방세계의 많은 중생들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고통을
빼어 없애 주렵니다.
나는 서원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아승기 중생들을
안정시켜서 그들로 하여금
10지(地)에 머무르게 하오리.
벌써부터 안정을 얻어
십지에 머무른 이들은
부처님의 바른 깨달음[正覺]을
모조리 구족하게 하렵니다.
한 중생을 위하여
억 겁의 오랜 세월을 닦듯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고통바다[苦海]를 건너게 하리.
나는 꼭 이들
많은 중생을 위하여
미묘하고 매우 깊은
참회법을 연설하리라.
금광명경의 법문은
천 겁이란 오랜 세월을 두고
지은 모든 악과 극중(極重)한 악업을
모조리 덜어 없애 주네.
누구든지 성심으로
한 번 참회하는 이는
이런 많은 죄가
모두 멸하여 없어지나니.
내가 여기서 벌써
참회의 법문 말씀했거니와
이 금광명경은
청정하고 또한 미묘한 법문.
온갖 여러 가지
업장을 빨리 멸해 없애고
나는 마땅히 안정하여
십지에 머무르리라.
열 가지 보배로
다리[脚]삼아
부처님의 위없는
공덕 광명을 성취하여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삼계의 고통바다 건너게 하리.
모든 부처님께서 가지신
매우 깊은 법장(法藏)은
생각하기 어려운
한량없는 공덕과
갖가지 지혜를
모두 갖췄네.
백천 선정과 다섯 근[五根]·다섯 힘[五力]과
7각지(覺支)·8정도(正道)며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다라니와
부처님의 열 가지 힘[十力]까지
나는 성취하리.
대자비를 가지신
모든 부처님이시여,
적은 정성을 증명하사
나의 참회를 받으소서.
백 겁이나 오랜 세월을 두고
여러 악을 지었으매
이런 인연으로써
큰 고통과 근심이 생기나이다.
가난과 곤궁
수심과 놀람
두려움의 악업으로
마음이 항상 비겁하고 용렬하여
곳곳마다
잠시도 기쁨이 없네.
시방세계에 계신
지금 세상의 부처님이시여,
중생들이 받고 있는
온갖 두려움을 없애 주사이다.
원컨대 정성어린
나의 참회를 받으사
나로 하여금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사이다.
나의
번뇌 업장의 때를
원컨대
이 세상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대비의 물로써
씻으사 깨끗하게 해 주소서.
지난 세상에 지은 모든 악은
지금 다 참회하옵고
지금 세상에서 지은 죄는
성심으로 드러내 참회하나이다.
아직 짓지 않은 죄는
다시는 짓지 않겠삽고
이미 지은 죄업들은
감히 덮어 감추지 않으리라.
몸으로 지은 세 가지 업
입으로 지은 네 가지 업
뜻으로 행한 세 가지 업을
지금 모두 참회하나이다.
몸과 입으로 짓고
뜻으로 지은
열 가지 악한 업을
남김없이 참회하나이다.
열 가지 악업을 멀리 여의고
열 가지 선업을 닦고 행해서
10주(住)에 안주하리
10력(力)을 이룬 부처 될 때까지.
지은 악업 때문에
받아야 될 나쁜 과보를
지금 부처님 전에
성심으로 참회하나이다.
이 국토에서나
나머지 다른 세계에서
지은 선법(善法)들은
모두 다 회향하나이다.
내가 닦고 행해온
몸·입·뜻의 선업으로
오는 세상에서
위없는 도 증득하기 발원하네.
삼계의
여섯 갈래 험난 속에서
어리석고 무지하여 지은
여러 가지 나쁜 죄업을
지금 부처님 전에
모두 참회하나이다.
이 세상에서
나고 죽는 험난과
가지가지 음심과 탐욕
어리석고 시끄러운
여러 가지를
내가 지금 부처님께 참회하나이다.
마음이 경솔하고 조바심 나는 일,
나쁜 벗 사귀게 되는 재난
삼계의 험난함과
탐·진·치 삼독의 난 등
무난(無難)을 만나기 어렵고
좋은 때 만나기 어려우며
공덕 닦기 어렵고
부처님 만나기 또한 어렵네.
이런 모든 재난을
나는 이제 참회하나이다.
내가 의지할 데는
모든 부처님 뿐
그러므로 나는 이제
부처님께 정례하나이다.
금 빛이 황홀하고 찬란함이
마치 수미산과도 같으시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부처님께 정례하나이다.
그 몸 빛 위없으사
천진스런 순금의 빛 같으시고
깨끗하신 두 눈은
검푸른 유리보배 같으시네.
공덕과 위신은
널리 알려지신 소문이고
크게 자비하신 부처님의 햇빛은
모든 어둠을 깨뜨리시네.
때 없이 깨끗하시어
모든 티끌을 여의시었고
위없는 부처님의 햇빛
널리 비추시네.
번뇌의 불꽃 이글이글하여
이내 마음을 태우거든
오직 부처님께서만이
청량한 달과 같이 이 불길 소멸시켜 주시네.
서른두 가지 훌륭하신 몸매[三十二相]
여든 가지 잘 생기신 모양[八十種好]으로
그 몸을 장엄하시었으니
늘 뵈어도 싫지 않네.
높고 높으신 공덕
밝게 빛나시매
삼계에 편히 계시사
세상에 두루 비춤이 햇빛 같네.
마치 유리와 같이
깨끗하여 더러운 흠 없고
묘한 빛깔 넓고 크시어
여러 가지로 각각 다르시네.
분홍에 붉은 그 빛깔
마치 처음 돋는 아침 해와 같고
파리(頗梨)와 백은(白銀)같은
고운 빛 그물
부처님의 해를
갖가지로 꾸미셨네.
욕계·색계·무색계의 삼계 중에
나고 죽는 큰 바다에서
출렁대는 장마의 물결은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네.
쓰고도 독한 그 맛
머트럽고 신산한데
부처님의 밝은 빛이
모조리 말려 없애 주시네.
장하고 단정하옵신
그 몸매에
금빛 광명이
온갖 것을 두루 비추시며
지혜의 큰 바다
삼계에 가득 차셨네.
이런 까닭에
나는 이제 경례하나이다.
큰 바닷물의
그 양을 알아내기 어렵듯이
땅덩이를 부숴놓은 티끌을
계산해 알아내기 어렵듯이
수미산의 모든 것을
저울에 달아 헤아리기 어렵듯이
허공의 끝 간 데를
찾아 얻기 어렵듯이
모든 부처님의 공덕도
이렇듯 한량이 없어
중생은 누구든지
알아 낼 일 없어라.
한량없는 오랜 세월을 두고
마음껏 생각해 볼지라도
부처님의 공덕은
끝 간 데를 알 수 없으리.
땅 위의 모든 산
세어 알 수 있어도
털끝으로 바닷물 찍어내
말릴 수 있어도
모든 부처님의 공덕은
알아 낼 이 없으리.
훌륭한 몸매로 장엄하시고
명칭이 널리 퍼져 찬탄 받는데
이러한 공덕을
우리들로 하여금 모두 얻게 하시네.
내가 닦은
선근 인연으로
머지 않은 미래세에
부처 되어서
묘한 법을 강설하여
중생에게 이롭게 하리.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 건져 주고
악마와 그 권속까지
항복받아서
위없고 깨끗한
법 수레를 운전하리.
이내 목숨 한량없어
오랜 세월 이 세상에 있으면서
감로의 법 맛으로
여러 중생 충족케 하리.
나는 여섯 가지 바라밀을
하나도 빼지 않고 갖추 가지리
마치 지난 세상에 모든 부처님께서
성취하신 것처럼
모든 번뇌는 끊어버리고
온갖 괴로움 없애 버리며
탐욕·성냄과 어리석음까지
모조리 소멸하여 없애 버리리.
나는 지나간 세상의
백 생·천 생·천만억 생
오랜 세월의 숙명의 일을
하나도 빼지 않고 생각해 내리.
항상 정성스런 마음으로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오며
설하시는 위없고 미묘한
바른 법문을 듣자오리다.
나는 지은 선업(善業)으로서
언제나 모든 부처님 만나 뵈오며
나쁜 짓은 멀리 여의고
모든 착한 일을 닦으리.
온갖 이 세계 안에
가득 찬 중생들의
한량없는 모든 고통은
내가 맹세코 모두 없애 주려네.
어떤 중생이
눈이나 귀 모든 기관(器官)이 망가져서
불구자 되었으면
나는 모두 구족하게 하여 주리라.
시방세계의 모든 중생
병으로 고생하며
몸이 야위어 쇠약해졌으되
구호해 주는 이 없을 때에
그 고통
덜어 주어
평시처럼
힘 얻게 하리.
어떤 중생 국법을 범하여
형벌을 받으려 할 적에
한량없는 그 공포
수심·걱정·고통과 근심
이런 것을
모조리 벗어나게 하리.
매를 맞고 채찍질을 받거나
옥에 갇혀 칼 쓰고, 수족 묶여
갖가지 고통스런 악한 형벌이
그들의 몸을 핍박할 때에도
한량없는 백천 가지
수심·근심·놀랍고 무서움
여러 가지 공포심이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적에도
이렇게 그지없는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고통 근심을
발원하고 맹세하거니와
모조리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리.
어떤 중생 불행히도
굶주리고 목말라 애를 쓰거든
갖가지 맛난 음식 얻어서
배불리 먹게 하리.
소경은 보게 하고
귀먹은 이 듣게 하며
벙어리는 말하고
헐벗은 이 옷을 얻게 하리.
가난하고 궁핍한 이는
보물 갈무리를 즉시 얻어
광마다 가득 가득
없는 것이 없게 하리.
이 세상의 온갖 중생
모조리 편안하고 기뻐서 희희락락.
한 사람의 중생이라도
고통 받는 일 없게 하리.
중생들은 서로 만나면
좋은 얼굴과 기쁜 태도로
몸매도 단정하여
보는 이가 기뻐하게
남의 착한 일만을
언제나 생각하네.
모든 중생들이
생각하는 대로
음식을 배불리 먹는
공덕을 갖추게 하리.
가지가지
풍악과
공후(箜▩)·쟁(箏)·피리와
크고 작은 거문고 등을 연주하여
갖가지 미묘한 음악을
그들이 얻어 듣기를 원하네.
강·못·늪과
샘물에는
금빛의 연꽃이 가득 가득,
우발라꽃도 피어지이다.
모든 중생들의
생각을 따라
의복·음식
돈과 보물
금·은·유리
진주와 옥
여러 가지 영락들을
또한 즉시 얻게 하여지이다.
나쁜 소리는 듣지 말고
그리고 나쁜 일은
모든 중생들이
보지 않게 되기를 원하나이다.
모든 중생들이
얼굴과 몸매가 잘 생겨서
각각 만나면 서로서로
사랑스럽게 생각하기를
이 세상에서 필요한
살아가는 데 쓸 물건은
중생들이 생각하는 대로
무엇이고 구족하도록
모든 중생들이
구하고 찾는 물건은
무엇이고 필요한 대로
생각만 하면 즉시 얻도록
모든 나무에는 향화가 가득
언제나 밤낮으로 공중에서
가루향과
몸에 바르는 향이 내려서
수용하는 중생들이
즐겁게 하여지이다.
모든 중생
언제나
불가사의 시방세계
부처님과
위없는 묘법과
청정하여 때 없는
모든 보살님과
성문 대중께
공양 올리도록
여러 중생 언제나
3악(惡)과 8난(難)을
멀리 여의고
재난 없는 곳을 얻어 만나
모든 부처님께
뵙게 하고저
원컨대 모든 중생
언제나 존귀한 집에 태어나서
재물과 보화가 풍성하게 많아
편안하고 즐겁게 하여지이다.
얼굴 잘나고 몸매도 곱게
그 몸 훌륭하게 꾸미어서
모든 공덕은 모조리 성취하여
그 이름 크게 날려지이다.
원컨대 모든 여인
모조리 남자가 되어
지혜를 갖추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게으르지 말도록
누구나 빼지 말고 보살도를
닦고 또 행하되
부지런히 성심으로
6바라밀을 닦아 익히도록
언제나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께서
보배나무 밑
유리 평상에 앉으셔서
편안히 선정에 머물러
자재 안락하여
정법을 설하시면
여러 대중이 기꺼이 들음이 보여지이다.
내가 지금 세상이나
지나간 세상에서
지은 악업으로 말미암아
모든 험난한 일이 있어
악한 과보를 받아 얻었으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일이 있거든
모조리 소멸시켜서
조금이라도 남는 게 없어지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삼계의 번뇌 속에서
나고 죽는 그물에 얽매여서
빽빽하고 굳건하여 벗어날 수 없거든
서원코 지혜의 칼로써
베어 끊고 찢어 헤쳐서
모든 고통 덜어 없애고
빨리 보리를 이루게 하리.
이 염부제와
타방 여러 세계
중생들이 짓고 있는
미묘한 모든 선근 공덕
나는 진정으로
따라 기뻐하나이다.
내가 지금
따라서 기뻐한 공덕과
몸·입·뜻으로
지은 선업으로
오는 세상에서
위없는 도를 이루고
때 없이 깨끗한
좋은 과보 얻어지이다.
부처님[十力]께 예경하고
찬탄하오면
믿는 마음 깨끗하여
의심 없나니
이와 같이
설한 대로 참회하면
60겁의 죄에서
뛰어넘게 되리.
선남자와
선여인인
모든 왕족 바라문들이
부처님께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게송을 찬탄하면
이 세상에 날 적마다
숙명을 얻게 되고
모든 기관이 구족하여
청정하고 단정하여
많은 공덕
모두 성취하리.
세세생생 태어나는 나라마다
언제나 임금님과
재상 대관들에게서
공경함을 받으리.
한 부처님과
다섯 부처님 열 부처님께
심은 공덕만으로는
이 참회 들을 수 없으리.
한량없는 백천만억 여러 부처님께
많은 선근을 심은
뒤에라야 비로소
이 참회 얻어 들으리.
4. 찬탄품(讚歎品)
그 때에 부처님께서 지신견뢰선녀천(地神堅牢善女天)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금용존(金龍尊)이란 임금이 있었는데,
항상 노래로써 지나간 세상, 오는 세상, 지금 세상의 여러 부처님을 찬탄하셨느니라.
나는 지금 지나간 세상
오는 세상 지금 세상의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께
존중하고 경례하고 찬탄하나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청정하시고
미묘하고 고요하시네.
빛깔 중의 상등 빛깔
번쩍이고 빛나는 황금빛일세.
이 세상 모든 음성 가운데
부처님 소리가 가장 훌륭하나니
마치 대범천왕의 음성과 같이
깊고 멀고 또한 우렁차네.
머리카락은 검푸르고
빛깔도 고우신데
나나니벌이나 공작새로는
견줄 수 없는 아름다운 빛.
곱고도 하얀 이는
흰 눈과 같아
빛나는 금빛 얼굴
뚜렷하게 분명히 빛나시네.
그 눈매 길고 크사
때 없이 깨끗하심이
마치 푸른 연꽃이
물에 비춰 핀 듯.
넓고도 긴 혀는
붉은 빛깔에 빛나시네.
마치 처음 핀 꽃처럼
그 광명 비추어 환히 빛나네.
양미간의 흰 털[白毫]은
희기가 달빛과도 같이
오른쪽으로 말려들어 윤택 나는 것이
마치 유리(琉璃)와 같이 맑네.
눈썹은 가늘고도 길어
그 모양 초생달과 같고
빛나는 검은 빛은
벌보다도 더 곱네.
높고 둥글고 곧은 코는
금덩어리로 부어 만든 듯
묘하고도 아름답게
입 위에 우뚝
여래의 수승한 몸매는
모두 다 최고일세.
입 속의 진정한 맛 알기에도
대등할 이 없어라.
온몸의 털구멍마다
한 개의 돌려난 털[旅毛]이
연하고 가늘고 검푸름은
마치 공작새의 목털 같네.
처음 탄생하시면서
몸에서 큰 광명 놓으사
널리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나라에 비추시었네.
욕계·색계·무색계의 중생들
여러 가지 고통 없애 주시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다 기쁨을 받게 하셨네.
지옥·축생
그리고 아귀
모든 인간과 천상 사람들은
편안하여 아무 근심도 없게
온갖 나쁜 갈래
없애버렸네.
부처님의 몸빛 훌륭하여서
마치 황금 덩어리 같고
얼굴 맵시 깨끗하여
보름달과 같네.
부처님의 몸매 밝고 빛나
아침 해가 떠오른 듯
걷고 멈추는 위엄있는 거동
마치 사자왕과도 같네.
미끈하신 팔 드리우시고
서시면 무릎을 지나시네.
두 팔을 앞뒤로 저으시면
사라나무 가지가 바람에 너울거리네.
둥근 광명은 한 자[尋]나 되어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시네.
마치 백천 개의 해와 달을
한 데 뭉친 것처럼.
부처님의 몸매 깨끗하고 묘해
더러운 때 아주 없고
몸에서 놓으신 광명은
온갖 부처님 세계를 널리 비추시네.
부처님의 광명은 어마어마해
밝은 불길이 이글이글
한량없는 해와 달을
모두 가려 숨겨버리네.
부처님의 해, 등불과 횃불
한량없는 세계를 환히 비추니
여기 사는 중생들
그 빛 찾아 부처님을 뵈옵네.
본래에 닦으신
백천 가지 행업으로
모이고 싸인 공덕
부처님 몸 장엄하셨네.
통통하고 둥근 팔
코끼리 코 같고
손과 발은 깨끗하고 부드러워
사랑하고 공경하기 싫증 나지 않네.
지나간 세상 오는 세상의 여러 부처님
작은 티끌처럼 많으시고
지금 세상의 여러 부처님도
또한 이렇게 많으신데
이와 같이 많은 여래께
나는 지금 모두 절하나니
청정한 몸과 입
뜻을 기울여 경례하나이다.
좋은 향과 꽃을 올려
공양 드리고
백천 가지 공덕을
노래 불러 찬탄하나이다.
비록 혀가 백 개라도
천 겁의 긴 세월에
부처님의 공덕은
찬탄하여 끝낼 수 없으리.
여래께서 가지신
지금 세상의 공덕은
갖가지로 깊고 단단하면서
미묘하기도 제일가네.
천 개의 혀로
한 부처님 찬탄해도
공덕의 적은 부분도
못 다하거늘
하물며 여러 부처님의 공덕을
어찌 다 탄미(歎美)하리.
땅에서 하늘까지
큰 바다를 만들고
유정천(有頂天)에 이르기까지
그 속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한 터럭 끝으로
물을 찍어내어
그 물방울 수효를 안다하더라도
부처님의 한 공덕은 알 길이 없네.
나는 지금 몸·입·뜻을
모두 다 깨끗이 하여
부처님께 정례하고
그 공덕 찬탄하나이다.
여러 가지 닦은
온갖 선업으로
모든 중생과 함께
위없는 도를 증득하고저.
금룡왕은 이렇게
부처님을 찬탄한 뒤
다시금 이러한 한량이 없는
서원을 세우되
나는 오는 세상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 동안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꿈 속에서
묘한 쇠북 보고
참회하는 깊은 소리
얻어 듣고저.
지금 내가 찬탄하는 부처님 얼굴
깨끗하고 훌륭하여라.
바라건대 오는 세상 태어날 적에
나도 이런 얼굴 얻어 지이다.
모든 부처님의 공덕은
생각할 수 없어
백천 겁의 오랜 세월에
만나 뵙기 매우 어렵네.
바라건대 닥쳐오는
한량없는 세상에서
밤이면 꿈에라도 그 몸매 뵙고
낮에는 설하시는 말씀 듣고서.
나는 6도(度)의 행을
갖추 갖추 닦아서
모든 중생 제도하여
고통 바다 넘어서게 하리.
이런 뒤에 내 몸은
위없는 도를 이루어
나[我]가 있는 세계는
이 세상에서 둘로 없게 하리라.
금 쇠북 바쳐
부처님을 찬탄한 인연
이 과보로
오는 세상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을 만나
수기(授記)를 받으리.
금룡(金龍)과 금광(金光)
나의 두 아들도
항상 나의 집에 태어나서
다 함께 수기를 받아 지이다.
어떤 중생이
구호해 주는 이 없어
모든 고통으로 핍박받아
의지할 곳 없을 적에
나는 그 때에
고통 받는 그들을 위하여
큰 구호자와
의지할 곳이 되어 주리.
모든 괴로움은
씨도 없이 덜어 없애 주고
여러 중생들에게
좋은 즐거움을 베풀어 주리.
내가 오는 세상에
보살도를 닦을 적에
이 세상이 끝나도록
수행하는 데 노력하려네.
이 금광명의
참회한 인연으로
악의 바다
업의 바다
번뇌의 큰 바다가
모두 말라 버렸으니
바라건대 나의 공덕 바다
모두 성취하고
지혜의 큰 바다도
청정하고 구족하여지이다.
한량없는 공덕으로
보리도를 돕는 일
마치 큰 바다 속에
모든 보배가 구족하듯이.
금광명의
참회한 힘으로써
보리 공덕의 광명
걸림 없고
지혜의 광명 티끌 없어
깨끗이 비추어 사무치네.
나는 다음 세상에서
몸의 광명이 널리 비추고
공덕과 위신의 광명
치성하게 빛나리.
삼계 중에서
가장 우뚝 뛰어나고
여러 가지 공덕의 힘은
조금도 줄어들지 말기를.
나는 중생을 제도하여
괴로움의 바다를 넘어서게 하고
그 다음엔 그들을
공덕의 큰 바다에 편히 들게 하리.
나는 다음 세상에서
오랜 세월에 보리도를 닦을 적에
옛날 여러 부처님들께서
보리를 행한 것 같이 하리.
3세(世)의
깨끗한 나라에서
부처님의
한량없는 공덕과 같이
오는 세상의 나의 세계도
이와 같은 뛰어남을 얻어
부처님의 공덕 정토와
같아지이다.
신상보살은 알지어다.
그때의 국왕인
금룡존왕은
바로 그대 몸,
금룡과 금공
두 왕자는
지금 그대 두 아들
은상(銀相) 등일세.
5. 공품(空品)
한량없는 다른 경전에서
이미 자세하게 공한 뜻 말했으니
이런 까닭에 여기서는
간략히 풀이해 말하려네.
중생의 근기
둔하고 지혜 적어
한량없는 공한 이치
알지 못하네.
그러므로 이 경에서
간략하게 풀이하리라.
신기하고 묘한 방편
가지가지 인연을
둔한 중생 위하는 까닭으로
대자비의 마음 일으켜서
나는 지금 이 경전을 연설하노라.
내가 아는 대로
중생의 뜻을 알고 보니
이 몸은 허망하고 거짓이어서
아무도 없는 빈 마을 같네.
여섯 기관[村落]에는
번뇌의 도둑놈이
제각기 따로 있어
각기 서로 모르고 지내네.
눈으로는 빛을 보고
귀로는 소리 듣고
코로는 냄새 맡고
혀로는 맛을 보고
몸[身根]으로는
닿는 것을 탐하여 받고
뜻[意根]으로는
모든 법을 분별하네.
6정(情)의 모든 근
여섯 경계를
제각각 반연하고
상관치 않네.
눈흘림 같은 마음이
육정에 의해 달려 다니며
언제나 망상으로
모든 법을 분별하나니.
마치 세상 사람들이
사람 없는 빈 마을에 돌아다니다
여섯 명의 도둑을 만나서
해침을 받았지만 피할 줄 모르듯
마음은 언제나 항상
6근(根)의 경계에 의지하고 있어
제각기 스스로
맡은 곳만 보고 있네.
빛·소리·냄새·맛
그리고 닿임·법을 따라서
마음은 그물에 든 새처럼
6정에 붙들려 있네.
그 마음은 언제나
모든 감각 기관에 붙어 있어
티끌 경계만 따라다니며
잠시도 놓지 못하네.
이 빈 몸 허망한데
길러서 무엇하리.
옳다 그르다 할 이 없고
정당한 주인조차 없네.
인과 연이 화합하여
이 몸 생기니
견실한 것 없고
망상 때문에
선악 업의 기관으로
빈 마을 되었네.
땅·물·불·바람 네 가지 요소가
화합하여 이 몸 생기니
때를 따라 늘고 줄어
서로 같이 해치고 있네.
마치 네 마리의 뱀이
한 궤짝 속에 들어있듯
네 가지 요소 독사 뱀은
그 성품 각각 다르네.
두 요소는 올라가고 두 요소는 내려가고
방향 또한 두 가지,
네 가지 요소의 독한 뱀
모조리 없어져 남은 것 없네.
땅·물의 두 뱀은
내려만 가고
불·바람의 두 뱀은
올라만 가고
마음과 알음알이 두 성품은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네.
업을 따라 과보를 받아서
인간 천상의 모든 갈래에 태어나고
지은 업보대로
삼계의 모든 곳에 떨어지리니.
물·불·바람 요소가
흩어져 없어질 적에
더러운 대소변
몸 밖으로 넘쳐흐르네.
송장에는 모든 벌레 생기니
이 몸 좋다 사랑해 무엇하리,
무덤 속에 버려 두면
썩어 없어지는 나무토막 같네.
착한 여인이여, 잘 보아라
이 세상 모든 법 이런 것이니
어느 곳에 사람이나
중생이 있는가.
본 성품은 공하고 조용하건만
무명으로 모든 것이 있게 되었고
땅·물·불·바람 네 가지 요소가
한 가지도 참된 것 없는 것일세.
본래부터 생멸도 없고
성품의 화합도 없네.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네 가지 요소는
근본부터 참된 것 아니지만
인과 연이 화합하여
있는 것일세.
무명이란 그 자체도
본래 없는 것.
허망한 그 생각이 인연이 되어
이것이 화합하여 생긴 것일세.
본래부터 아무것도 없는 까닭에
이름 붙여 무명이라,
그러므로 지금 내가
여기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일세.
무명과 행(行)
식(識)과 명색(名色)
6입(入)과 촉(觸)·수(受)
애(愛)·취(取)·유(有)
나고 늙어 죽는 근심 걱정이라고
이름지어서 부르는 것일세.
여러 가지 고통은
이루 생각할 수 없고
나고 죽는 것 끝이 없어
여섯 갈래 돌고 돌아 쉴 새 없느니.
본래부터 나는 것이 없고
화합마저 없건만
한 생각 잘못되어
마음이 지은 대로 생겨난 것.
나는 온갖 소견이
얽혀 있는 것 끊어버리고
지혜의 칼로
번뇌 그물 찢어 버리리.
5음(陰)의 집인 이 몸도
자세히 보면 비어서 없는 것이니,
위없는 도(道) 증득하면
그 미묘한 공덕으로써
감로 문을 활짝 열어 놓고
감로 그릇을 보여 주면서
감로 성에 들어가
감로 방 안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들에게
감로를 먹게 하고
불법의 소라 크게 불고
큰 법고 치면서
위대한 법의 횃불 밝게 태우며
훌륭한 법비를 내리게 하리.
나는 지금
온갖 번뇌를 끊어버리고
제일가는 미묘한 불법 깃대를
드높게 세워 놓았네.
나고 죽는 고통 바다에서
모든 중생을 건져내고
3악의 나쁜 갈래
괴로움을 아주 끊어주리.
번뇌의 불길 이글이글
중생들을 태우지만
구호해 주는 이 없고
의지할 데 없을 적에
나는 그 때 서늘하고 감미로운
감로수를 주어서
그들이 양껏 먹고
속 타고 뜨거움을 여의게 하리.
한량없는 오랜 세월
온갖 수행 닦으면서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공경하리.
보리의 도를
굳게 닦고 익혀서
여래의 진실한 법신을
구해 얻으려거든
소중타는
팔다리 손발
눈과 머리와
사랑하는 처자
돈과 보물
진주·영락
금·은·유리
모든 것을 내어 버려라."
금광명경(金光明經) 제2권
북량 삼장법사 담무참 한역
동국역경원 국역
6. 사천왕품(四天王品)
그 때에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 제두뢰타(提頭賴吒)천왕· 비류륵차(毘留勒叉)천왕· 비루박차(毘留博叉)천왕이 함께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미묘한 금광명경은 모든 경 중에 왕이며,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수호하여 생각하시는 바며,
보살들의 깊고 묘한 공덕을 장엄하며, 항상 하늘 사람들의 공경을 받으며, 천왕들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며,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들의 찬탄하는 바입니다.
이 경은 하늘 사람들의 궁전에 비추며, 이 경은 중생들에게 기쁨을 주며, 이 경은 지옥과 아귀와 축생들의 모든 강물을 말려 없애 주며, 이 경은 모든 공포를 없애며, 이 경은 다른 지방의 원수·도둑을 물리치며, 이 경은 흉년이 들어 곡식이 귀하고 굶주리는 것을 없애 주며, 이 경은 온갖 병을 낫게 하며, 이 경은 나쁜 별들의 재변을 소멸하며, 이 경은 온갖 근심을 없애 주오니, 중요한 것을 추려 말씀하오면, 이 경은 모든 중생들의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 가지 고통과 번뇌를 없애 주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미묘한 금광명경을 여러 사람들에게 널리 베풀어 말씀하실 때에 우리들 사왕과 권속들은 이 위없는 감로법문을 듣고 더욱 몸이 충실하며 마음이 용맹하여져서 모든 위엄의 덕을 갖추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은 바른 법을 말씀하고 바른 법을 닦아 행하며 세상의 법왕이 되어서 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과 하늘 사람과 용왕·귀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들은 법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며, 모든 나쁜 귀신으로서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무리들을 막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과 28부(部) 귀신들과 한량없는 백천 귀신은 사람의 눈보다 뛰어나는 하늘 눈으로써 언제나 이 염부제를 보살피고 옹호하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런 까닭에 우리들을 '세상을 보호하는 왕'이라 일컫나이다. 만일 이 나라에 해로운 일이 있거나, 원수가 국경을 침노하거나, 흉년들고 병이 도는 여러 가지 재난이 있을 적에, 어떤 비구가 이 경을 받아 지니면, 우리들은 그 비구에게 권하여 우리 힘으로써 그 비구를 그 나라의 도시나 작은 고을에 빨리 가서, 이 미묘한 금광명경을 널리 말씀하여 유포케 하여서, 이런 가지가지 재변을 소멸케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 임금들의 나라 안에 이 금광명경을 받아 지니는 이가 가게 되면, 이 나라 임금은 반드시 이 사람이 있는 처소에 찾아가서 이 미묘한 경전을 들어야 하며, 듣고는 기뻐하고 또 다시 이 사람을 보호하며 공경하여야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은 다시 지성스런 마음으로 이 임금과 그 나라 백성들을 옹호하여 모든 재난을 없애 주고 안락을 얻도록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이 경을 받아 지닐 적에, 어떤 임금이 그들에게 모든 것을 이바지하고 편한 장소를 베풀어 주면, 우리들 사왕은 또한 반드시 이 임금과 그 나라 백성들에게 온갖 편안함을 받게 하며, 아무 근심도 없게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4부 대중이 이 미묘한 금광명경을 받아 지니거나 읽거나 외울 적에 어떤 임금이 그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하게 여겨서 찬탄하면, 우리들 사왕은 또한 반드시 이런 임금은 모든 임금 중에서 언제나 제일 훌륭하게 위해져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히 여겨 찬탄함을 받게 하겠사오며, 다른 임금들로 하여금 이 임금을 우러러 흠모하며 그의 선한 일을 칭찬하도록 하겠나이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이 세상을 옹호하는 사천왕들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너희들 사천왕은 지나간 세상에서 벌써 한량없는 백천만억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히 여겨 찬탄하였을 뿐 아니라, 모든 부처님 계신데서 온갖 선근을 심었으며, 바른 법을 말하며 바른 법을 닦아 행하고 법으로써 세상을 다스려서 인간·천상의 왕이 되었으니, 너희들은 이 긴 밤에 중생들을 이롭게 하며 큰 자비심을 내어 중생들에게 온갖 즐거운 도구를 베풀어주고 나쁜 일은 막으며 온갖 착한 일을 하게 하여라.
이런 까닭으로, 어떤 임금이 이 미묘한 금광명경에 공양하고 공경하거든, 너희들은 반드시 이렇게 보호하고 염려하여 그의 고통을 없애 주고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너희들 사왕과 권속과 한량없는 백천 귀신들이 이렇게 이 경을 보호 염려한다면 이는 곧 지나간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옹호하고 유지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너희들 사천왕과 다른 하늘 대중과 백천 귀신들이 아수라와 싸울 적에는 너희들이 언제나 승리를 얻으리라. 너희들이 이 경을 보호하고 염려하면 온갖 고통 이른바 원수의 대적·흉년·질병들을 모조리 소멸해 없애게 되리라. 또 4부 대중들이 이 경을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거든 너희들은 부지런히 보호하여 좋지 못한 것은 없애 주고 편안케 하여 주어야 한다." 이 때에 사천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금광명경 미묘한 경전이 오는 세상에서, 그 자리에서나 또는 도시나 작은 고을에서 펼쳐져 유통될 적에 이 경전이 이르는 곳을 따라 그 나라 임금이 하늘의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또 이 묘한 경전을 지성으로 공경하여 들을 것이며, 아울러 이 경을 가지는 4부 대중을 소중하게 여겨 공양하고 이바지하여 모시면, 이 인연으로서 우리들도 그 때마다 이 미묘한 경전을 듣게 될 것이며, 듣고 나서는 몸과 기운이 충실하고 마음이 용맹하며 모든 위덕이 구족하게 되겠나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들과 한량없는 신장들은 언제나 형상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이 경전이 펴지는 곳을 따라 옹호하여 장난이 없게 하오며, 또 이 경을 듣는 여러 임금이나 그의 백성들을 보호하고 염려하여 환난은 덜어주고 안락을 받게 하며, 다른 지방에서 오는 원수와 대적들을 물리쳐 주겠나이다.
또한 어떤 임금이 이 경을 들을 적에, 그 이웃 나라에서 나쁜 생각으로 군대를 일으켜 이 나라를 치려 하더라도, 세존이시여, 이 경의 위신력으로써 그 때에 이웃 나라에도 다른 원수가 쳐들어가서 난리가 생길 것이며, 그 나라 안에 여러 가지 시끄러운 일과 재변과 질병이 일어나게 되나이다.
그 때에 그 다른 원수가 이러한 나쁜 재난을 일으킨 뒤에 군대를 동원하여 이 나라에 와서 싸움을 일으킨다면, 우리들은 권속과 수많은 귀신들과 더불어 형상을 숨기고 이 편을 위하여 구원하는 동시에 저 원수들이 저절로 물러가게 할 것이오며, 여러 가지 무서움과 갖가지 재난이 생기도록 만들면, 저 원수의 군대가 이 나라까지 침노하여 오지도 못할 것인데, 어떻게 이 나라를 파괴할 수 있겠나이까."
그 때에 부처님께서 사천왕들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희들 사천왕은 내가 백천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닦아 익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또한 국왕으로서 이 경을 받아 지니고 공경하고 공양하는 이를 옹호하여 재앙을 소멸하고 즐겁게 해 주며, 또 다시 궁전과 집과 도시와 촌락과 변두리의 국경을 옹호하여 그의 원수들을 모조리 물리쳐 주고 액난을 소멸하여 안락을 얻게 하며, 이 염부제(閻浮提:南贍部洲) 안에 있는 여러 국왕들로 하여금 모든 흉변이나 쇠망이나 싸우는 일이 없게 하려는구나. 너희들 사왕은 이런 줄을 알아라. 이 염부제 안에 8만 4천 궁성과 도시와 시골이 있고 8만 4천 임금들이 있어서 저마다 그 나라에서 기쁨을 누리고 또 그 나라에서 마음대로 지내고 있느니라. 자기가 가진 재물과 보배에 만족한 생각을 내어 서로 빼앗으려 하지 아니하고, 지난 세상에서 지은 업대로 업을 따라 과보를 받으며, 나쁜 마음으로 남의 나라를 탐내지도 아니 하느니라.
제각기 스스로 이익 하려는 마음을 내어 자비한 마음·안락한 마음·싸우지 않으려는 마음·파괴하지 않으려는 마음· 속박 받지 않는 마음·남을 해치려 하지 않는 마음을 내어 제각기 그 나라에 대하여 사랑하는 생각을 가지고, 윗사람 아랫사람이 화목하여 마치 물에 젖 탄 듯이 서로 사랑하여 선근(善根)을 늘게 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염부제가 편안하고 즐거우며, 인구가 많아지고 국토가 살찌니, 음양이 고르고 시절이 어긋나지 아니하며, 해와 달과 별들이 제자리를 떠나지 않느니라.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춰 아무런 재해와 횡액이 없으며, 백성들이 풍부하여 생활이 윤택하며, 제 것이 넉넉하므로 인색하거나 남의 것을 탐내지도 아니하고,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일이 없느니라.
골고루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치면 흔히 하늘에 태어나니, 천궁에 사람이 가득하고 하늘의 대중이 점점 많아지느니라.
만일 오는 세상에 어떤 임금이 이 경을 듣거나 지니는 4부중을 공양하고 공경하면, 이 임금은 너희들 사천왕과 수많은 권속과 신장들을 안락하고 이익케 하는 것이니라. 그 까닭을 말하면, 너희들 사왕이 만일 때때로 이 경을 들으면 벌써 바른 법의 물을 얻어 감로수를 먹은 것이 되므로 기운이 충실하며 마음이 용맹하여 모든 위엄을 갖추게 되리라. 이 임금들이 지극한 정성으로 이 경을 들으면, 그것은 곧 내게 벌써 공양한 것이며, 내게 공양하면 이것은 곧 지난 세상·오는 세상·지금 세상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한 것이며, 세 세상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면 한량없는 불가사의한 공덕을 얻는 것이니라.
이러한 인연으로 이 모든 임금들은 반드시 옹호를 받게 되고, 왕후와 궁녀와 왕후의 권속과 왕자들도 또한 꼭 보호를 얻어서 나쁜 일은 소멸하고 기쁨이 치성하며, 대궐의 전당과 누각들이 깨끗하고 안전하여 모든 지변이 없을 것이고, 궁전을 수호하는 신장도 위력이 높아져서 한량없는 기쁨을 받을 것이며, 이 나라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여러 가지 5욕락을 받게 되고, 온갖 나쁜 일은 모조리 소멸되리라.
이 때에 사천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는 세상에 어떤 임금이 자기 몸과 왕후와 궁녀와 모든 왕자들과 궁전과 집들을 보호하되, 제일 좋은 호신(護身)할 곳과 그가 차지한 영토가 가장 훌륭하게 되어서, 불가사의한 임금의 공덕을 구족하려고 하거나, 한량없는 복덕을 누리려 하거나, 나라 안에 원수·도둑이 침노하지 아니하고 모든 걱정과 고통을 없애고자 하려면, 세존이시여, 임금은 방탕하거나 마음을 산란케 하지 말고, 반드시 공경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게 궁전을 장엄하되 여러 가지 향수를 땅에 뿌리고 가지가지 꽃을 흩을 것입니다. 그리고 큰 사자좌를 차려 놓고 겸하여 수 많은 보물로 아름답게 꾸미며, 여러 가지 미묘한 당기[憧]와 번기와 보배로 만든 일산을 벌려 세울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깨끗하게 목욕하고 몸에 향을 바르고 좋은 옷을 입고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조그마한 자리에 앉아서 망령되이 높은 양 하지 않으며, 자재한 생각을 버리고 방탕한 버릇을 여의며, 겸손하고 하심(下心)하여 교만을 버리고 정당한 생각으로 이 경을 들어 받으며, 법문을 말하는 이에게 세존과 같은 생각을 내고, 또 대궐 안에 있는 왕후나 왕자나 궁녀와 권속에게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어 평화로운 낯으로 그들과 얘기하면서 여러 가지 공양거리로 법사에게 공양하기를 권할 것입니다. 그 임금이 그렇게 권면(勤勉)하고는 곧 한량없는 즐거운 마음을 내고, 기쁜 생각으로 몇 갑절 스스로 장려하며, 게으른 마음을 내지 아니하고 이로운 일을 지으며, 법을 말하는 이에게 더욱 공경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천왕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그 임금은 마땅히 희고 깨끗한 새 옷을 입고, 가지가지 영락으로 단정하게 장엄하고, 손으로는 흰 비단으로 만든 훌륭한 일산을 받고, 복장과 위의를 법도에 맞게 하고 몸소 나아가서 설법하는 사람을 맞아들여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이 임금이 이와 같이 하면 발을 들어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백천억 나유타 부처님들을 만나 공양함이 될 것이며, 다시 이렇게 많은 겁 동안에 나고 죽는 난관을 뛰어넘게 될 것이니라.
또 이 다음 세상 그렇게 많은 겁 동안에 항상 전륜왕(轉輪王)의 지위를 얻을 것이며, 그 걸음 걷는 대로 역시 이 세상에서 불가사의한 공덕의 자재한 힘을 얻을 것이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묘한 일곱 가지 보배로 만든 인간 천상의 궁전을 언제든지 얻을 것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목숨이 길고 말재주가 있어 사람들이 신용할 것이며, 두려울 것이 없고 큰 이름이 널리 퍼져 사람과 하늘의 공경을 받으며, 천상과 인간에서 최상의 기쁨을 누리고 굉장한 세력과 위엄을 구족하며, 몸매가 단정하고 아름답기 짝이 없으며, 항상 부처님과 선지식을 만나서 한량없는 복덕을 구족하게 성취하리라. 너희들 사왕이여, 이런 임금은 이러한 갖가지 한량없는 공덕과 이익을 보게 될 것이니라. 그러므로 이 임금이 마땅히 몸소 나아가서 법사를 맞이하되 한 유순(由旬)에서 백천 유순까지라도 나아갈 것이며, 설법하는 법사에게 부처님이란 생각을 내고 반드시 이렇게 생각해야 하느니라. '오늘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내 궁전에 오셔서 나의 공양을 받으시고 나를 위하여 법문을 말씀하시니, 내가 이 법문을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이미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들을 만날 것이며, 세 세상의 부처님께 공양한 것이어서 마침내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道)의 고통을 여읠 것이다. 나는 벌써 한량없는 전륜성왕과 제석천왕과 대범천왕의 씨를 심었으며, 한량없는 선근 종자를 심었으며, 백천억 중생들로 하여금 나고 죽는 고통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며, 한량없는 복덕을 쌓았으며, 후궁과 권속들은 이미 옹호하였으며, 집안의 재난을 이내 소멸시켰으며, 나라 안에는 다시 원수나 도둑의 재난이 없을 것이고, 다른 지방의 원수들도 침범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 사천왕이여, 임금이 마땅히 이렇게 바른 법에 공양하고 미묘한 경전을 깨끗이 받아 듣고, 또 금광명경을 지니는 4부 대중에게 공경하고 공양하고 소중하게 여기고 찬탄할 것이며, 또 이렇게 하여서 얻은 훌륭한 공덕을 회향하여 너희들과 권속과 하늘 신장들에게 보시할 것이니라. 이렇게 선근 공덕을 쌓아 모으면 이 세상에서 항상 한량없고 그지없는 불가사의하고 자재한 이익을 얻어 권세와 위덕을 구족하게 성취하고, 올바른 법으로 여러 나쁜 일들을 항복받게 되리라."
이 때에 사천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오는 세상에 어떤 임금이 이렇게 받는 법에 공경하며 지성으로 이 미묘한 경전을 들어 받자오며, 이 경을 받아 지니는 4부 대중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고 소중히 여기고 찬탄하며, 집과 방을 훌륭하게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며, 이 법문을 정성으로 들을 적에는 우리 사왕들도 또한 꼭 그 가운데 있어 함께 이 법문을 듣겠나이다. 이들 임금은 스스로 이익하기 위하여 자기가 얻는 공덕의 한 부분을 우리에게 베풀기를 원하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임금들이 법문을 말하는 이가 앉은 곳에서 우리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향을 피워 이 경에 공양하면, 이 묘한 향기가 잠깐 동안에 우리들 하늘 궁전까지 이르러서는 그 향기가 즉시 향기일산으로 변하나이다. 그 향기가 미묘하여 금빛이 찬란하게 우리들 궁전과 제석천왕의 궁전과 범천왕의 궁전에 비추면, 대변천신(大辯天神)·공덕천신(功德天神)·견뢰지신(堅牢地神)·산지귀신(散脂鬼神)·최대장군(▩大將軍)·28부 귀신대장·마혜수라(摩醯首羅)·금강밀적(金剛密迹)·마니발타(摩尼跋陁) 귀신대장·귀자모(鬼子母) 5백 귀자에게 둘러싸인 아뇩달(阿耨達)용왕·사갈라(娑竭羅)용왕들은 제각기 자기의 궁전에서 이 향기를 맡고
향기일산의 광명이[香蓋] 널리 비추는 것을 볼 것이며, 이 향기일산의 광명이 모든 하늘의 궁전에도 비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향기일산 광명이 너희들 사왕의 궁전에만 비추는 것은 아니다. 왜냐 하면 이 임금들이 손으로 향로를 받들고 경전에 공양할 때에 그 향기가 두루 퍼져, 잠깐 동안에 삼천대천세계의 백억 해와 달과 백억 큰 바다와 백억 수미산과 백억 큰 철위산(鐵圍山), 작은 철위산과 모든 산왕(山王)과 백억 4천하, 백억 사천왕, 백억 삼십삼천과 나아가 백억 비상비비상(非想非非想)천에까지 두루 퍼질 것이며, 이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백억 삼십삼천과 온갖 용·귀신·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들의 궁전과 허공에 여러 가지 향기의 일산이 가득 차고 그 일산의 금빛은 궁전까지 비출 것이다.
이러한 삼천대천세계에 퍼지는 갖가지 향기일산은 모두 이 금광명경의 위신력으로 퍼지는 것이니라.
이 모든 임금들이 손으로 향로를 받들어 경전에 공양할 적에 여러 가지 향기가 이 삼천대천세계에만 두루 퍼지는 것이 아니라, 잠깐 동안에 시방으로 한량없고 가없는 항하(恒河 :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백천만억 부처님 세계까지 퍼지며, 저 모든 부처님 위에 있는 허공에서 역시 향기일산이 되어 금빛에 널리 퍼지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여러 부처님들이 이 향기를 맡으며, 향기일산과 금빛 광명이 시방세계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여러 부처님 세계에서 이러한 신통변화를 짓는 것을 보시고는 여러 입에서 같은 목소리로 법문 말하는 이를 칭찬하시느니라.
'좋다, 좋다! 대사여, 그대가 이 뜻이 깊고 훌륭한 경전을 널리 말하여 유포하니, 이는 곧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공덕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 훌륭한 경전을 듣기만 하여도 그 얻는 공덕이 적지 아니한 것인데, 하물며 읽고 외우고 다른 중생들을 위하여 일러 보이며 그 뜻을 연설함에 있어서랴. 왜냐 하면 착한 남자여,
이 미묘한 금광명경은 한량없는 억 나유타 보살들이 듣기만 하면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에 시방으로부터 한량없고 가없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들이 여러 입에서 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착한 남자여, 그대는 오는 세상에서 반드시 도량의 보리수 밑에 앉아서 삼계 중에서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하여서 모든 중생들의 위에 뛰어날 것이며, 부지런히 수행한 까닭으로 여러 가지 고행을 받으며 보리도량을 훌륭하게 장엄하며,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외도들의 그릇된 학설을 꺾어 굴복시키고, 악마와 원수들의 나쁜 무리를 항복받고, 여러 법 가운데 제일이고 고요하며 깨끗하고 매우 깊은 위없는 보리의 도를 깨달을 것이다.
착한 남자여, 그대는 벌써 금강자리에 앉아서 부처님들이 칭찬하시는 열 두 가지 훌륭한 법 수레를 굴리었으며, 위없이 가장 큰 법의 북을 쳤으며, 위없이 가장 묘한 법의 소라를 불었으며, 위없이 가장 훌륭한 법의 당기[幢]를 세웠으며, 위없이 가장 밝은 법의 횃불을 밝혔으며, 위없는 감로 법비를 내렸으며, 한량없는 번뇌 원수를 끊었으며, 수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중생들로 하여금 가없는 무서운 큰 바다를 건너가서 그지없는 나고 죽는 윤회의 고통에서 해탈하여,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나게 하였느니라."
그 때에 사천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금광명경의 미묘한 경전은 오는 세상과 지금 세상에서 여러 가지 그지없는 공덕을 얻게 하나이다. 그러므로 임금들이 만일 이 훌륭한 금광명경을 듣기만 하여도 벌써 백천만억 부처님들께서 계신 데서 선근을 심은 것이 되나이다. 우리들이 이 임금을 공경하고 염려하는 까닭으로, 또 한량없는 복덕과 이익을 본 까닭으로, 우리들 사왕과 우리의 권속과 백천만억 귀신들은 자기 궁전에서 여러 가지 향기일산의 상서를 볼 적에 우리들은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아니하고 법문을 듣기 위하여 이 임금이 있는 처소에 이르러 법문을 강설하는 궁전에 갈 것이오며 대범천왕과 제석천왕과 대변천신·공덕천신·견뢰지신·산지귀신·대장군들과 28부 귀신대장·마혜수라·금강밀적·마니발타귀신·5백 귀자에게 둘러싸인 귀자모·아뇩달용왕·사갈라용왕·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귀신과 모든 하늘들, 이런 무리들이 법문을 듣기 위하여 모두들 몸을 숨겨 나타내지 않고 이 임금이 있는 곳에 이르러 법문을 강설하는 궁전에 가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과 권속과 수 없는 귀신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임금을 선지식으로 모시고 함께 착한 행을 닦는 큰 법시주로 받들겠사오며, 감로 법맛[法味]으로써 우리를 만족시켜 주었으므로 우리들은 반드시 이 임금을 옹호하여 쇠할 기운이 들고 걱정되는 것은 없애 주고 안락을 얻게 하겠으며, 그의 궁전이나 나라 안에나 도회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재앙과 근심을 모두 소멸시켜 주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임금이 이 경전에 대하여 싫은 마음을 내어 듣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공경·공양하지 않으며, 소중히 여기지 않고 찬탄하지 않거나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어 외우고 강설하는 4부중에 대하여 공경·공양하지 않으며 소중히 여기지 않고 찬탄하려고 하지 아니하면, 우리 사왕과 권속들과 많은 귀신들은 바른 법을 듣지 못하게 되어 감로수를 등지고 법의 큰 이익을 잃게 되며, 세력과 위덕은 없어질 것이고, 하늘 대중은 줄어들고 나쁜 갈래만이 늘게 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과 한량없는 귀신들이 그 나라를 버리게 되면, 우리들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를 보호하고 지키던 본래 있던 한량없는 선신(善神)들까지도 모두 그 나라를 버리고 떠나갈 것이며, 우리들 사왕과 모든 귀신들이 떠나간 뒤에는 그 나라에 반드시 여러 가지 재변이 생기게 되어 모든 백성들이 착한 마음은 잃어버리고 번뇌에 속박되어 성내고 다투고 싸워서 서로 파괴하며, 나쁜 병이 많이 유행하고 혜성이 나타나고 괴이하게 별이 떨어지며, 다섯 별들도 제 자리를 지키지 아니하고, 두 개의 해가 한꺼번에 뜨기도 하고 일식(日蝕) 월식이 잦으며, 흰 무지개 검은 무지개가 자주 나타나고 큰 지진이 일어나서 큰 소리를 내며, 폭풍과 나쁜 비가 없는 날이 없어 흉년들고 곡식이 귀하여져서 굶어 죽고 얼어죽는 이가 많으며, 다른 지방의 적들이 쳐들어와 백성들이 한량없는 고통을 받게 되어 그 나라 안에는 조금도 즐거운 데가 없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왕과 한량없는 백천 귀신과 아울러 그 나라를 지키던 여러 선신들이 멀리 떠날 적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나쁜 일이 생기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임금으로서 스스로 자기 몸을 보호하고 나라를 태평하게 하려거나, 나라 안 백성들로 하여금 기쁨을 누리게 하고자 하거나, 모든 외적들을 굴복받으려 하거나, 나라를 보호하고자 하거나, 바른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거나, 중생들의 공포를 덜어 주려면, 세존이시여, 이 임금들은 마땅히 이 경을 잘 들어야 할 것이며,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는 이를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되나이다.
우리들 사왕과 한량없는 귀신들이 이 법문을 들은 선근 인연으로 위없는 감로 법 맛을 얻어먹고 몸과 기운이 충실해지며 마음이 용맹하여지고, 하늘 사람들은 점점 늘어 많아지나이다. 그 까닭은 이 임금이 지극한 정성으로 이 경을 들었음에 있나이다. 저 범천이 말한 출욕론(出欲論)이나 석제환인의 종종선론(種種善論)이나 5통(通)을 얻은 사람의 신선지론(神仙之論) 따위가 있지만, 세존이시여, 범천이나 석제환인이나 5통 얻은 사람들이 지은 백천억 나유타의 좋은 논문이 있지만 이 금광명경은 그 가운데서 가장 뛰어나나이다.
그 까닭을 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금광명경은 중생을 위하신 것이니, 모든 염부제의 임금들로 하여금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게 한 것이며, 모든 중생에게 안락을 주기 위한 것이며, 모든 중생들을 사랑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통이 없게 하고, 다른 지방의 원수가 없어지고, 모든 재앙이 멀리 떠나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함이며, 나라 안에 근심 걱정이 없어지고,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다투는 일이 없게 하였나이다.
그러므로 임금된 이들은 제 각기 그 나라에서 법의 횃불을 밝히고 바른 법이 성행하여서 하늘 대중을 늘게 하여야 되나이다. 우리들 사왕과 한량없는 귀신과 염부제에 있는 모든 하늘의 신선들은 이 인연으로 감로 법식을 배불리 먹고 큰 위엄을 갖추며 정진하는 힘이 구족하여져서, 염부제 안이 편안하고 풍족하며 백성이 많아지고 사는 곳에서 기쁘게 지내나이다. 또 오는 세상 불가사의한 백천 나유타 겁 동안에 항상 미묘하고 제일가는 즐거움을 받으며, 수 없는 부처님을 만나 여러 가지 선근을 심고, 그런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오니, 이러한 한량없는 공덕은 모두 여래의 옳게 다 아시는 지혜로 말씀하신 데 있나이다.
여래께서 백천억 나유타 범천보다 뛰어나심은 대자대비한 힘으로써 하심이며, 또한 백천억 나유타 제석천왕 보다도 뛰어나심은 고행하신 힘으로써 하심이시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중생들을 위하여 이 금광명경을 연설하셨나이다.
염부제의 모든 중생이나 임금들이 세간에서나 출세간에서 하는 나라 일이나 지은 바 세상 논문은 모두 이 경으로부터 말미암았사오며, 중생에게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하여 석가모니 여래께서는 이 경을 말씀하여 선포하시었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인연이 있으므로 임금들은 마땅히 이 경을 들어 받잡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고 찬탄하여야 되나이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사천왕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사왕과 다른 권속과 백천 나유타 귀신들아, 이 여러 임금이 만일 지극한 마음으로 이 경을 듣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고 찬탄하거든 너희들 사왕은 마땅히 옹호하여 재난을 소멸하고 안락을 주어야 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널리 선전하고 유포하여, 인간에나 천상에서 큰 불사(佛事)를 지어 많은 중생들을 이롭게 한다면, 너희 사왕은 반드시 이 사람을 옹호하여 다른 사연으로 시끄럽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마음을 안정케 하고 즐겁게 해 주어서 항상 이 경을 선포하게 하여야 하느니라."
이 때에 사천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세존 앞에서 노래로써 찬양하였다.
부처님 달 깨끗하와
뚜렷하게 장엄하시고
부처님 해 빛나시와
일천 광명 놓으시다.
여래의 얼굴은
가장 훌륭하여 맑고도 깨끗하며
이는 희고 고르사 때 한 점 없음이
마치 연꽃 뿌리와 같네.
공덕이 한량없음은
바다와 같고
지혜의 못은 끝 단 데 없어
법의 물이 가득
백천 삼매는
덜한 것 없네.
발바닥은 반듯하고 통통하시며
일천 개의 금이 뚜렷
발가락 사이마다 붙은 꺼풀은
마치 거위의 발과도 같네.
빛나고 찬란한 광명은
보배 산 같으시고
미묘하고 깨끗하기는
순금과 같으시네.
가지신 복과 덕
이루 생각해 알 수 없으매
내 이제 지성으로
부처님 공덕사에 경례하나이다.
부처님의 참된 법신
허공과도 같아
중생에게 응하시어 형상 나타내심은
마치 물 속에 비친 저 달처럼.
아무런 걸림 없음은
아지랑이 같고 눈흘림 같네.
이런 까닭으로 나는 지금
부처님 달에 정례하나이다.
이 때에 세존께서는 노래로 대답하셨다.
이 금광명경은
모든 경전의 왕
매우 깊고 가장 훌륭하여
이 위에 뛰어날 것 없어라.
열 가지 힘을 지니신 세존께서
말씀하신 경전이니
너희들 사천왕은
부지런히 옹호하라.
이러한 인연으로
이 깊고 미묘한 경전은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기쁨을 주며
여러 중생을 위하여
안락하고 이익되게 하나니
염부제 안에서
오래오래 유포해야 하느니라.
이 경전은 반드시
삼천대천세계 안의
모든 나쁜 갈래
한량없는 고통을 없애 버린다.
염부제 안에 있는
여러 임금들은
대자대비와 어여삐 여기는 마음 내어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라.
그리고 이 미묘한 경을
유포하면
그 나라가 편안하고 풍년들어
나라 안에 사는
여러 백성들이
모두 다 즐거움을 받으리.
또 어떤 임금이
자기 몸을 사랑하거나
그 나라 안에
풍년들기를 바라거든
지극한 정성으로
깨끗하게 목욕하고
설법하는 처소에 가서
이 경전을 받아 들으라.
이 금광명경이 짓는
모든 좋은 일은
온갖 안팎의 원수·도둑을
항복받고
한량없는 걱정 근심
없애 주니라.
이 모든 경의 왕인 금광명경은
반드시 한량없는
염부제 중생들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느니라.
마치 보배 나무가
사람의 집 가운데 있어서
온갖 진귀한 보배를
두고두고 내 놓듯이
이 미묘한 경전도
또한 보배나무처럼
모든 왕들의
공덕을 모조리 내 놓으리.
맑고 차디찬 물
목마름을 덜어주듯
이 미묘한 경
이 물과 같이
모든 왕의 공덕이 갈증을
없애 주리.
마치 진귀한 보배와
여의주 보배 광주리를
모두 손에 들게 되어
마음대로 꺼내어 쓰듯이
이 금광명경도
보배 광주리처럼
모든 임금들에게
법의 보배를 뜻대로 주네.
이 금광명경의
미묘한 경전은
언제나 모든 하늘 사람들에게
공경을 받고 공양을 받느니라.
이 밖에 세상을 수호하는
사대천왕들도
위신과 세력으로
옹호하느니라.
시방의 모든 부처님도
언제나 이 경을 생각하시므로
누구나 이 광경을 연설하면
부처님께서는 착하다고 칭찬하시네.
백천 한량없는
귀신들도
시방세계에서 모여와
이 경 연설하는 사람을 옹호하리.
어떤 사람이고
이 미묘한 경을 얻어 듣고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서
한없이 뛰노닐면
염부제 안의
한량없는 대중이
모두 다 기뻐하여
모여들어 이 경을 들으리라.
이 경전을 들었으므로
여러 가지 위덕을 갖추게 되고
모든 하늘의 대중들은 늘 것이며
정기와 몸과 힘도 더욱 충실해지리.
이 때에 사천왕은 이 노래를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미묘하고 고요한 법문을 일찍 들은 적이 없나이다. 우리가 이 법문을 듣고 나서 슬픈 생각과 기쁜 마음이 한데 얽히어서 눈물이 흐르고 온몸은 떨리며 팔다리는 맥이 풀려 편키만 하며, 또 다시 한량없는 불가사의의 묘한 즐거움을 갖추었나이다."
그들은 하늘 만다라꽃과 큰 만다라꽃으로 부처님 머리 위에 흩어서 공양 올렸다. 이렇게 부처님께 공양하고 나서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우리들 사천왕은 제각기 거느리고 있는 5백 귀신과 함께 언제나 금광명경 법문을 설하는 이를 따라 다니면서 수호하겠나이다."
7. 대변천신품(大辯天神品)
그 때에 대변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법문을 말하는 이에게 '말하기 좋아하는 변재'를 더 주어 그 말하는 것이 훌륭하고 차례가 분명하여 큰 지혜를 얻게 하며, 만일 이 경전 중에서 글자를 잊어버렸거나 뜻이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나는 이 법문을 말하는 비구로 하여금 도로 깨닫게 하며, 모두 기억하는 지혜를 주어 잊어버리지 않게 하겠사오며, 또 어떤 중생이 백천 부처님 계신 데서 선근을 심은 이가 있으면 법문 말하는 이로 하여금 이런 이들을 위하여 염부제에서 이 경전을 널리 퍼뜨리어 끊어지지 않게 하겠나이다.
또 한량없고 가없는 중생들로 하여금 이 경을 얻어 듣게 하며,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모두 맹렬하고 날카로워 생각할 수 없는 큰 지혜 뭉치와 측량할 수 없는 복덕의 과보를 얻게 하며, 한량없는 여러 가지 방편을 알게 하며, 온갖 언론을 통쾌하게 연설하게 하며, 이 세상의 여러 가지 기술을 통달하게 하며, 나고 죽는 데서 뛰어나 물러나지 않게 하며,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얻게 하겠나이다."
8. 공덕천품(功德天品)
이 때에 공덕천(功德天)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문을 말하는 이에게 저는 그가 필요한 물건, 옷이나 음식이나 좌복이나 의약이나 그 밖에 모든 필수품을 이바지하되, 부족한 것이 없게 하여서 그이로 하여금 안심하고 밤낮으로 기쁘게 이 경의 글귀를 기억하며 깊은 뜻을 분별하게 하겠나이다.
어떤 중생이 백천 부처님 계신 데서 여러 가지 선근을 심은 이가 있으면, 이 법을 말하는 이로 하여금 이런 이들을 위하여 염부제에서 이 경을 널리 퍼뜨려서 끊어지지 않게 하겠으며, 이 중생들이 이 경을 듣고는 오는 세상 한량없는 백천나유타 겁 동안에 항상 천상에나 인간 세상에 나서 복락을 받다가 모든 부처님을 만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며, 세 가지 나쁜 갈래의 고통은 모두 없어지게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나간 세상에 보화공덕해유리금산조명(寶華功德海琉璃金山照明)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께 모든 선근을 심었으므로 지금에 생각하는 곳, 보는 곳, 이르는 곳을 따라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기쁨을 받게 하며, 옷과 음식과 필요한 물품과 금·은·7보·진주·유리·산호·호박·벽옥과 보배 따위들도 모자라는 일이 없게 하겠나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미묘한 금광명경을 일컫고, 저를 위하여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며, 저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서 향을 사르어 공양하고,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따로 향과 꽃과 여러 가지 음식으로 저에게 이바지하며 여러 곳에 흩으면, 이 사람은 즉시 재물과 보배를 모을 것이며, 이 인연으로 땅의 맛[地味]이 점점 더해지며 땅 귀신과 하늘들이 모두 기뻐하며, 심는 곡식과 싹과 줄기와 가지와 잎과 열매가 무성하며, 나무를 차지한 신[主樹神]이 기뻐하므로 수 없는 여러 가지 물건이 나올 것이며, 그 때에는 제가 중생들을 사랑하여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많이 주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여기서 북쪽으로 비사문천(毘沙門天)에 한 성이 있는데 이름이 아니만타(阿尼曼陀)입니다.
그 성 안에 공덕화광(功德華光)이란 동산이 있고, 이 동산에서 가장 훌륭한 동산이 있는데 그 이름은 금당(金幢)이라 합니다. 칠보로 된 매우 미묘한 곳인데, 이 동산은 곧 제가 항상 있는 곳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재물을 늘리고자 하면 그 사람이 자기가 있는 데서 땅을 깨끗이 쓸고 물을 뿌려 씻고 목욕하고 새로 지은 흰 옷을 입고 몸에 좋은 향을 바르고, 저를 위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저 보화공덕해유리금산 세존의 이름을 세 번 일컬으며, 예배·공양하며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또 금광명경을 세 번 일컬으며 지성으로 원을 세우고 따로 향과 꽃과 여러 가지 아름다운 음식으로 제게 이바지하고 여러 곳에 뿌리면서, 그 때에 이러한 진언(眞言)을 외워야 하나이다.
참조: ★표시는 [㖃]입니다.
참조: ★표시는 [咃]입니다.
이 「관정장구(灌頂章句)」는 반드시 상서롭고 길하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아니하니 평등하게 행을 닦는 중생이나 중품 선근을 닦는 이는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 통달할 것이며, 일곱 낮 일곱 밤에 여덟 가지 계행을 받아 지니며, 아침 저녁으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향과 꽃으로 시방세계 부처님께 공양하며, 항상 자기와 중생들을 위하여 공덕을 회향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갖출 것이며, 또 서원을 세워서 '나의 구하는 것을 모두 상서롭고 길하게 하여지이다'고 하여야 되나이다.
자기가 거처하는 집이나 방을 깨끗하게 쓸 것이며, 자기가 있는 처소나 또는 고요한 곳에서 향과 진흙을 섞어 땅에 바르고 좋은 향을 사르며 좋은 자리를 펴고 여러 가지 꽃과 향을 땅에 흩어 놓고 저를 기다리면, 그 때에 저는 순식간에 그 방에 들어가 자리에 앉을 것이니, 이로부터 밤과 낮에 이 집이나 촌락이나 절이나 한데[露地]에서나 부족한 것이 없을 것이니, 돈이나 금이나 은이나 보배나 소나 양이나 곡식 따위가 구하는 대로 모두 구족하여 즐거움을 다 받게 되나이다.
그리고 자기가 지은 선근 중에 가장 훌륭한 분을 회향하여 저에게 주는 이에게는 제가 살아있는 동안 그 사람을 멀리 떠나지 아니하고, 그가 있는 곳을 따라 지극한 마음으로 보호하고 염려하여 요구하는 것을 모두 성취케 할 것이니, 마땅히 정성을 다하여 보승여래(寶勝如來), 무구치보광명왕상(無垢熾寶光明王相)여래, 금염광명(金焰光明)여래, 금백광명조장(金百光明照藏)여래, 금산보개(金山寶蓋)여래, 금화염광상(金華焰光明)여래, 대거(大炬)여래, 보상(寶相)여래 등 이런 여러 부처님께 정례하여야 하며 또 신상보살, 금광명(金光明)보살, 금장(金藏)보살, 상비(常悲)보살, 법상(法上)보살께도 경례하고 동방 아촉(阿閦)여래, 남방 보상(寶相)여래, 서방 무량수불(無量壽佛), 북방 미묘성불(微妙聲佛)께도 마땅히 경례하여야 되나이다."
9. 견뢰지신품(堅牢地神品)
그 때에 견뢰지신(堅牢地神)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미묘한 금광명경은 지금 세상에서나 오는 세상에서나 있는 곳마다 도시나 시골이나 산이나 못이나 빈터나 임금의 궁전이나 어디든지 세존이시여, 이 경전이 유포되는 곳을 따라, 그 땅에 사자좌(師子座)를 차려 놓고 법을 말하는 이로 하여금 그 사자좌 위에 앉아서 이 묘한 금광명경을 널리 연설하게 하면, 저는 그 가운데 있으면서 항상 호위하여 법상 아래서 몸을 숨겨 놓고 정수리로 그 이의 발을 받들겠나이다.
제가 그 법문을 들으면 위없는 감로 법 맛을 먹고 기운이 넘칠 것이며, 이 땅도 깊이 16만 8천 유순 밑에서 금강제(金剛際)로부터 바다 땅 위에 이르도록 여러 가지 맛이 모두 늘어서 많아지고, 땅이 걸고 기름지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을 것이며, 그리하여 염부제 안에 있는 약초나 나무가 뿌리·줄기·가지·잎사귀·꽃·열매 할 것 없이 모두 무성하고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와 맛이 모두 구족할 것이며, 중생들이 이것을 먹으면 목숨이 길어지고 몸과 기운이 충실하고 말 잘하고 편안하며, 6정(情)의 모든 근(根)이 구족·청정하고 위품과 도덕과 얼굴이 엄숙하고 단정할 것이며, 이러한 여러 가지를 성취한 뒤에는 짓는 사업도 흔히 뜻대로 성공하고 큰 세력을 얻어 용맹하고 꾸준히 나아가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리하여 염부제 안이 안락하고 풍성하며 백성이 많아지고 모든 중생들이 기뻐하고 마음과 뜻대로 복락을 누릴 것이며, 온갖 중생들이 이러한 위덕과 큰 세력을 얻고는 이 금광명경에 공양하며, 또 이 경을 받아 지니는 4부 대중을 공경하고 공양하게 되나이다.
저는 그 때에 반드시 그 곳에 가서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받게 하기 위하여 법문 말하는 이에게 청하여 이 미묘한 경전을 널리 퍼뜨리게 하겠나이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이 금광명경을 연설할 때에는 저와 권속들의 얻는 공덕이 예사 때보다 갑절이나 더하오며, 몸과 기력이 충실하고 마음이 용맹하여지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위없는 감로 법 맛을 먹으면, 이 염부제의 땅, 길이와 넓이 7천 유순이 모두 갑절이나 풍년들 것이며, 세존이시여, 이 대지는 중생들이 의지하여 사는 곳이므로 모든 필요한 물품들이 모두 풍성할 것이며, 모든 물품이 풍성하여지면 중생들이 뜻을 따라 수용하여 즐거움을 받으며, 여러 가지 음식과 의복과 이부자리와 궁전과 집과 나무숲과 동산과 강과 못과 샘물 등등, 땅을 의지한 것들이 모두 풍부하고 만족하게 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런 까닭으로 이 중생들은 저의 은혜를 알거든 반드시 이렇게 생각하여야 하나이다.
'나는 반드시 이 경을 듣고 공양하고 공경하고 소중히 여기고 찬탄하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는 자기가 사는 데를 나서서 도시거나 시골이거나 누구의 집이거나 빈터거나 간에 법문 말하는 곳에 가서 이 경을 들어야 하며, 듣고는 자기의 처소에 돌아가서 각기 서로 경하하면서 이렇게 말하여야 되나이다.
'우리는 지금 이 매우 깊고 위없이 미묘한 법문을 들었으니, 이미 불가사의한 공덕을 받은 것이며, 수 없이 많은 부처님들을 만난 것이며, 세 가지 나쁜 갈래의 괴로운 과보를 벗어난 것이다. 이 다음 세상에는 항상 천상에나 인간에 태어나서 기쁨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중생들이 제각기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이 경을 연설하되, 한 비유나 한 품이나 한 가지 인연을 말하거나, 혹은 또 한 부처님이나 한 보살·한 게송이나 한 구절만이라고 칭찬하거나 이 경의 제목만을 일컫더라도 세존이시여, 이 중생이 있는 곳에는 땅이 기름지고 풍년들어 다른 데 땅보다 훨씬 나을 것이며, 무릇 땅에서 생기는 물건들은 잘 자라고 무성하고 풍부하고 넓고 커져서 모든 중생들이 즐거움을 받을 것이고, 재물이 넉넉하여 보시를 잘 할 것이며, 마음이 항상 견고하여 3보를 독실하게 믿게 되나이다."
이 때 부처님께서는 견뢰지신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그 광명경의 한 구절 뜻만 듣더라도, 인간에서 목숨을 마친 뒤엔 마음대로 삼십삼천에 태어나느니라. 견뢰지신아, 만일 어떤 중생이 이 경에 공양하기 위하여 집을 장엄하거나 번기[幡] 하나 일산 하나를 펴서 바치고 달아매거나 옷 한 가지 만이라도 보시하면, 욕계 육천에 7보 궁전이 저절로 생기어 이 사람이 목숨을 마친 뒤에는 즉시 그 곳에 가서 태어나느니라.
지신아, 이 모든 7보 궁전 속에는 각각 저절로 일곱 천녀가 있어서 서로 반겨하고 즐기므로 밤낮으로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즐거움을 받으리라."
이 때 견뢰지신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법문 말하는 비구가 법상에 앉을 적에는 제가 밤낮으로 호위하고 떠나지 아니하며, 법상 밑에서 몸을 숨기고 그 이의 발을 정수리로 받들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 백천 부처님께서 계신 데서 선근을 심은 이가 있으면, 법문 말하는 이가 이 중생을 위하여 이 염부제에서 이 묘한 경을 널리 연설하여 퍼뜨려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며, 이 여러 중생들이 이 경을 듣고는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 겁 동안을 천상이나 인간에서 언제나 즐거움을 받을 것이며, 여러 부처님을 만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성취하고 세 가지 나쁜 갈래의 고통을 모조리 끊어 버리게 되나이다."
금광명경(金光明經) 제3권
북량 삼장법사 담무참 한역
동국역경원 국역
10. 산지귀신품(散脂鬼神品)
그 때에 산지귀신대장(散脂鬼神大將)과 28부 귀신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미묘한 금광명경을 지금 세상에서 나오는 세상에 이르기까지 있는 곳마다 도시나 시골이나 산이나 못이나 빈터나 임금의 궁전이나 간에 이 경전이 유포되는 곳을 따라서, 제가 이 28부 귀신들을 데리고 그 곳에 가서 몸을 숨기고 법문 말하는 이를 따라다니며 옹호하여, 모든 나쁜 일은 없애 주고 편안함을 얻게 하겠나이다. 또 법을 듣는 대중은 남자거나 여인이거나 사내아이거나 계집아이거나 이 경 가운데서 한 부처님 이름, 한 보살 이름이나 이 경의 제목만이라도 얻어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면 저는 반드시 따라 다니면서 호위하고 옹호하여 나쁜 일은 없애 주고 안락을 얻게 하겠나이다.
서울이나 도시나 임금의 궁전이나 집이나 빈터라도 모두 그렇게 편안케 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저의 이름을 산지귀신 대장이라 하는지 세존께서는 잘 아실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온갖 법과 온갖 인연법을 알며, 온갖 법을 분명히 알고 법의 차별한 경계를 알며, 법다이 온갖 법에 편히 머무르며, 본성품대로 온갖 법에서 온갖 법을 받아들이나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생각할 수 없는 지혜의 빛과 생각할 수 없는 지혜의 횃불과 생각할 수 없는 지혜의 행과
생각할 수 없는 지혜 덩어리와 생각할 수 없는 지혜 경계를 눈 앞에 보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든 법에 대하여 올바르게 알고 올바르게 보고 올바르게 분별할 수 있으며, 올바르게 인연을 알아서 올바르게 능히 깨닫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므로 산지대장이라 이름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산지대장인 저는 법문 말하는 이로 하여금 말솜씨를 장엄하여 변재가 끊어지지 않게 하며, 모든 음식의 정기가 털구멍으로 들어가서 몸과 기운이 충실하며, 마음이 날카로워 생각할 수 없는 지혜를 성취하여 올바르게 기억하게 하며, 이러한 일들을 모두 갖추어 정신이 피로하지 아니하고 몸으로 기쁨을 받아 마음에 항상 즐거움을 얻게 하나니, 그러므로 중생들을 위하여 이 경을 널리 연설할 수 있나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백천 부처님의 처소에서 선근을 심은 이가 있으면, 법문 말하는 사람이 이런 중생을 위하여 염부제 안에서 이 미묘한 경전을 널리 퍼뜨리어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며, 수 없는 중생들이 이 경을 듣고는 반드시 생각할 수 없는 지혜 덩어리를 얻으며, 생각할 수 없는 공덕 덩어리를 거두어서 오는 세상 한량없는 세월에 인간이나 천상에서 언제나 즐거움을 받을 것이고, 이 다음 세상에서 여러 부처님을 만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증득하고 온갖 고통과 세 가지 나쁜 갈래의 괴로움을 아주 없애게 되나이다.
보화공덕해유리금산광조(寶華功德海琉璃金山光照) 여래·응공·정변지께 귀의하오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동안 이렇게 찬란하고 미묘한 법의 횃불로 몸을 장엄하신 석가 여래·응공·정변지께 귀의하오며, 제일가는 위덕으로 여러 일을 성취하는 대공덕천에게 귀의하오며, 생각할 수 없는 지혜와 공덕을 성취하는 대변천에게 귀의하나이다."
11. 정론품(正論品)
이 때에 부처님께서 지신 견뢰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세상에 한 임금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역존상(力尊相)이며, 그의 아들 이름은 신상(信相)이었다.
오래지 아니하여 관정(灌頂)하는 지위를 받고 나라를 다스리게 되었다.
그 때 부왕이 태자 신상에게 말하였느니라.
'세상에는 올바른 언론이 있어 나라를 잘 다스리게 한다.
내가 옛날 태자로 있을 적에 얼마되지 아니하여 아버지의 왕위를 이어받게 되었는데,
그 때에 아버지께서 이 올바른 언론으로써 나를 위하여 말씀하셨고, 나는 이 언론으로 2만 년 동안 그 나라를 잘 다스렸다.
일찍이 한 생각도 법답지 아니한 행을 한 적이 없었으며, 나의 권속에게도 애착하는 정이 없었다.'
어떤 것을 세상을 다스리는 올바른 언론이라 하는가.
지신아, 그 때에 역존상 임금이 신상태자를 위하여 이런 게송을 말하였느니라.
모든 임금의 바른 언론에 대해
나는 지금 말하리.
중생을 이롭게 하고
모든 의혹을 끊기 위해.
인간의 제왕들과
모든 하늘의 천왕들아,
마땅히 기쁜 마음으로
합장하고 자세히 들으라.
모든 왕들이 화합하여
금강산에 모이니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일어나서 범왕에게 묻기를
큰 스승이신 범존께서는
하늘 중에서 자재로워
모든 의혹 끊으리니
나를 위하여 꼭 말씀하사이다.
어찌하여 사람을
하늘이라 이름하며
어째서 사람의 임금을
천자라고 부르나이까.
인간 속에 태어났으되
임금 궁전에 살고 있고
올바른 법으로 세상 다스리매
이름하여 하늘이라 하나이까.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
이렇게 묻고 물러나니
그 때에 범천왕은
게송으로 대답했네.
너는 나에게
이렇게 물었지만
나는
온갖 중생들을 위해
가장 좋은 언론을
부연해서 널리 얘기하련다.
전생에 지은 업보 모여서
인간에 태어났고
나라를 차지해서 다스리고 있으니
임금이라 일컫네.
어머니 태중에 있을 적에
모든 하늘이 수호하고
수호를 먼저 받으면서
그 뒤에 태중에 들어가기도 하네.
비록 인간 속에 있지마는
임금으로 태어나니
하늘들이 보호해
이러므로 또한 천자라 일컫네.
삼십삼천들은
제각기 자기의 공덕을
나누어서 이 사람에게 주니
그래서 천자라고 일컫는다.
천신의 가호로서 자재함을 얻어
나쁜 법 멀리하여 다시 일지 못하게
착한 법에 안주하여
닦아서 늘리고 더욱 넓히네.
중생들을
천상에 많이 나게 하니
반은 인간 임금이라 하고
음악을 맡은 이
나찰 방상씨
여러 가지 나쁜 짓을 못하게 하는 탓.
착한 일 가르쳐 닦도록 하매
또한 이름이 부모라고도.
과보를 분명하게 보이어 주니
모든 하늘이 보호하네.
선과 악의 모든 업이
지금 세상과 오는 세상에서
과보를 받게 되매
모든 하늘이 보호해 주네.
나쁜 일 하더라도
모르는 체하고
죄도 주지 않고
바르게 가르치지 않으면
선법은 멀리 떠나가고
나쁜 갈래만 늘어가리.
나라 안에서 간사한 일
싸우는 일 많게 되면
삼십삼천들은
각각 미워하는 생각 내네.
그 나라 임금이
나쁜 짓을 죄 주지 않으면
나라의 바른 법은 파괴되고
간사함와 속임이 성행하리니.
다른 나라 원수들이
앞을 다투어 침노해 오니
제 집에 있는
돈 재물 보배를
여러 악한 도둑들이
모여들어 빼앗아 가리.
바른 법으로 세상 다스려서
이런 짓 하지 말라.
만일 이런 나쁜 일만 행하면
그 나라는 아주 망해 버리리.
마치 미친 코끼리가
연꽃 핀 못을 짓밟듯이
모진 바람이 갑자기 불고
해로운 비는 자주 퍼부며
불길한 별은 자주자주 나타나고
해와 달은 그 빛이 없어지며
5곡의 결실은
모두 다 시원치 않네.
임금이 바른 법을 버리므로
그 나라에는 흉년만 들고
천상의 궁전에서는
모두 수심과 근심을 품네.
임금이 포학하고 진실치 않아
착한 일을 닦지 않으므로
모든 하늘의 왕들은
서로서로 이런 말 하네.
이 임금 몸소 나쁜 짓 하고
나쁜 이와 더불어 짝이 되어
나쁜 짓만 지으므로
하늘들의 노여움을 빨리 받았네.
하늘의 노여움으로
나라 곧 패하리니
법에 어긋나는 무기를 들고
간사하고 속이고 싸움질하고
나쁜 병은
그 나라를 휩쓰네.
모든 하늘의 천왕들이
이 임금을 갑자기 떼어버리니
그 나라는 그만 패망하고
걱정과 근심 그지없네.
형제와 자매
처자와 권속들은
뿔뿔이 흩어져 방랑하고
이 몸도 또한 소멸하여 없어지리.
별똥은 자주 떨어지고
두 해가 한꺼번에 뜨며
다른 나라 나쁜 도둑들이
그 나라를 침노하여 약탈하리.
흉년들어 백성은 굶주리고
갖은 질병은 많이 유행하며
믿음직한 대신들은
떠나가고 병들어 죽네.
코끼리 말 수레들은
눈 깜짝할 새에 없어지고
모든 백성 가산들과
나라 안에 있는 재산
서로 겁탈하려다
활과 칼에 맞아 죽네.
하늘의 다섯 별과 여러 별들은
지켜야 할 제자리 벗어나고
여러 가지 나쁜 질병
온 나라에 두루 퍼지네.
임금에게 곱게 뵈여
후한 국록 받는
높은 자리 대신들과 관료들은
나쁜 일만 자행하네.
이렇게 나쁜 짓 하는 사람
치우쳐 우대 받고
선한 일 닦는 이는
나날이 없어지네.
나쁜 짓 하는 이이게는
공경하는 마음 내건만
착한 일 닦는 이는
본 척도 아니하네.
이런 까닭으로 세간에는
세 가지 재변이 한꺼번에 일어나니
별들이 제 자리를 뜨고
모진 비바람이 몰아 퍼붓네.
이 비바람이
감로의 위없는 바른 법과
중생들의 무리와
땅의 기름진 것을 모조리 파괴하네.
나쁜 사람을 공경하고
모든 착한 이 헐뜯으므로
하늘이 우박을 퍼부으니
굶어 죽고 병나 죽기만 하네.
곡식과 갖은 과일
좋은 맛은 없어지고
병 많은 중생들이
나라 안에 가득 찼네.
달고 아름다운 싱싱한 과일은
날마다 훼손되어 줄어들고
쓰고 떫은 나쁜 과일은
때를 따라 늘고 자라네.
어렸을 때에 뛰고 놀던
정들고 사랑하는 고향은
모두 다 메마르고 황폐해져서
정 붙일 곳 전혀 없네.
중생들이 먹는
정묘(精妙)하고 맛 좋은 음식은
점점 줄어만 들어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네.
얼굴은 추하고 더러우며
기력은 쇠진하고 약해져서
아무리 먹더라고
배부른 줄 모르네.
기운과 정신이 용맹한 이는
모두 쇠잔하여 없어지고
게으름뱅이 느림뱅이
그 나라에 가득 찼었네.
질병이 많이 돌아
그 몸을 괴롭히며
나쁜 별들은 변동하고
나찰 귀신은 함부로 나다니네.
인간의 어떤 임금
법 밖의 짓 하게 되면
나쁜 친구 늘어가고
인간 천상의 사람들은 그 수효 줄어들며
삼계로 헤매면서
고초 많이 받으리.
이런 나쁜 일이
한없이 일어남은
모두 인간의 어떤 임금 때문이니
권속만 애착하여
그들의 나쁜 짓을
버려두고 법으로 다스리지 않은 까닭이네.
다행히 모든 천왕들께
보호를 받는
이러한 임금이면
결단코 이런 나쁜 짓 않으리.
착한 일 행한 이는
천상에 태어나고
나쁜 일 행한 이는
세 가지 나쁜 갈래에 떨어지리.
삼십삼천 여러 하늘들은
이런 비법의 임금이
나쁜 사람 그냥 두고 다스리지 않으므로
초조히 마음 조려
하늘 뜻과 부모 명령
순종 않고 어기는 이
버려두어 바로 다스리지 못하면
효자라고 할 수 없네.
모든 간사함과 나쁜 짓 일으켜
나라를 파괴한 사람은
그대로 내버려두지 말고
반드시 법대로 그 죄를 다스리라.
이렇게 하면 모든 하늘 왕은
이 임금을 옹호하며
나쁜 법은 없애 주고
착한 일 닦게 하리.
이 세상에서 잘 다스리면
임금 지위 높아지고
선업과 악업을
잘 일러주어
인과법칙 보여 주면
임금 자리 얻으리라.
모든 하늘은 옹호하고
이웃 임금은 도와 주리니
나 위하고 남 위해서
바른 법으로 나라 다스리라.
나라를 파괴하려는 이에겐
바른 말로 가르쳐서
자기 목숨과 나라를 위하여
바른 법을 닦게 하라.
나쁜 일은 행여 말고
내버려두지 말라.
그 밖의 다른 일로는
나라 파괴 못하느니.
나쁜 짓은 간사한 데 말미암고
그런 뒤에 나라가 멸망하나니
만일 간사한 일 많이 있으면
나라는 마침내 망하느니.
마치 큰 코끼리가
연꽃 핀 연못을 파괴하듯
모든 하늘 괴롭히면
하늘 왕은 성내느니.
나쁜 일 일으켜
나라에 가득 차니
마땅히 바른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라.
선한 일로 나라 교화하여
그릇된 법 따르지 말라.
차라리 몸과 목숨 버릴지라도
권속 사랑은 하지 말지니
친하고 안 친하고 간에
마음 항상 평등하게
친하고 안 친하고
하나로 화합하라.
바른 행의 소문은
삼계에 유포되고
바른 법으로 나라 다스리면
사람들은 많이 착한 일 하리.
언제나 착한 마음으로써
임금을 우러러 보라.
그러면 하늘대중 자꾸 늘어서
온 하늘에 가득 차게 되리.
이러므로 바르게 다스리면
인간의 임금
온갖 하늘들도
이 임금 애호하네.
마치 인간의 부모들이
그 자식 옹호하듯이.
하늘의 해와 달과
다섯 별과 여러 별들이
제 자리를 꼭꼭 지켜
상도(常度)를 잃지 않고
바람·비가 때 맞춰 내리고
모든 재난 없어지고
나라 안이 풍년들어
즐거운 일 더욱 치성하면,
인간과 천상 사람
더욱 느네.
이 인연으로
모든 임금들아,
차라리 목숨 버려 죽더라도
나쁜 일은 하지 말고
바른 법 귀한 보배이니,
버리지 말라.
바른 법이 보배이기에
세상 사람 즐거움을 받나니,
바른 법 닦는 이를
언제나 반드시 가까이하라.
공덕이 모여서
그 몸 장엄하였으니
자기 권속에는
언제나 만족한 줄 알라.
악인은 멀리하고
바른 법 닦아서
중생들을 편케 할지니,
모든 착한 법에서
가르치고 악을 막아서
나쁜 일은 멀리 여의도록.
이리하면 나라 안은
편안하고 풍성하고
임금도 마찬가지로
위덕을 갖추 얻으리.
모든 백성들이
짓는 나쁜 법을 좇아
반드시 항복받고
법대로 가르치고 타이를지니.
이 임금은 반드시
좋은 명예 얻으며
여러 중생 보호하여
편안하고 즐겁게 하리.
12. 선집품(善集品)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지신(地神)을 위하여 지난 옛적의 인연을 말씀하시며 노래로 읊으셨다.
내가 일찍이 옛적에
전륜성왕 되었을 때
동서남북 네 곳의 큰 땅덩이와
큰 바다를 버리었느니라.
또 바로 그 때에
4천하 그 가운데에
진기한 보배 가득 채워서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했노라.
무릇 보시를 행할 적엔
소중타는 여러 물건
모조리 버렸으니,
사랑스럽다고 안 버린 것 못 보았네.
지난 옛 세상
무수한 오랜 세월에
바른 법을 구하려고
언제나 몸과 목숨 버리었네.
또 지나간 옛 세상
생각할 수 없는 오랜 세월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보승(寶勝)이요.
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전륜성왕이 있었으니
그 이름 선집(善集)이네.
선집임금 4천하에
자재함을 얻으시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는 그 세력
큰 바다의 끝 닿은 데까지.
그 임금 나라의 서울은
이름이 수음존(水音尊)이니,
임금은 그 성중에
계시면서 교화하셨네.
그 임금 꿈 속에
부처님의 공덕 듣잡고
또한 큰스님 뵈왔으니
그 이름 부르기를 보명(寶冥)이라고.
여래의 바른 법문
훌륭하게 말씀하시니,
이른바 금광명
미묘한 경전
한낮의 밝은 햇빛이
두루 비추듯.
전륜성왕 선집이
이런 꿈 꾼 뒤에
즉시 깨어나 보니
마음의 기쁨 온몸에 가득하네.
대궐에서 얼른 나와
절을 찾아가
성스러운 대중에게
공양하고 공경해
선집성왕 대덕 스님께 묻기를
이 절 대중 가운데
보명이란 큰스님
계시온지
그리고 온갖 공덕
성취했는지.
그 때에 보명 큰스님은
굴 속에 앉아
꼼짝도 않고
금광명경을
바른 생각으로 사유하고
읽고 외우고 있었네.
이 때에 어떤 비구
선집성왕을 데리고
굴 있는 데 찾아 와
보명 비구 있는 데 이르렀네.
그 때에 보명 비구는
굴 속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몸매도 훌륭하게 장하려니와
그 위덕은 불꽃처럼 이글이글.
선집왕을 인도한 비구
왕에게 굴 속을 보이면서
이 굴 속에 있는 저 스님이
왕께서 물으신 보명입니다.
저 스님은 언제나 이 굴속에서
부처님께서 행하시던
모든 경의 왕이신 금광명경을
읽고 지니고 계시답니다.
이 때에 선집성왕
무릎을 꿇어
보명 큰스님께 절하고 나서
이런 말로 애원했네.
얼굴은 보름달과 같고
위엄과 덕은 불길처럼 치열하신 분이여,
모든 경의 왕인
금광명경을
스님께서는 나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이 때 보명 큰스님은
왕의 청을 받아들여
이 금광명경
일러줄 것을 허락하였네.
삼천대천 여러 세계
모든 하늘들은
설법이 있을 것을 알고 나서
모두들 기뻐하였네.
깨끗하고 미묘하고
조촐한 곳에
갖가지 보배를
땅에 깔고서
훌륭한 향수를
뿌린 다음
온갖 좋은 꽃을
가득 흩었네.
이 때 선집성왕은
손수 설법자리 깔아 놓고서
번기와 일산 달아
보배의 장식을 더욱 훌륭케 하고
왕은 계속해서 몸소
갖가지 미묘하고 훌륭한 가루향을
크고 높은 설법상 위에
골고루 받들어 흩어 뿌렸네.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마후라가와
긴나라 무리
천상의 만다라꽃
비내려서
설법상에 두루 흩어
거기에 그득하네.
생각할 수 없이
많은 백천만억
나유타의
한량없는 하늘들
한꺼번에 함께 모두 와서
설법할 처소에 모여 있네.
이 때에 보명 큰스님
굴 속에서 밖으로 나오시니
여러 하늘왕들
사라꽃으로
그에게 뿌려
공양 올리네.
보명 큰스님
목욕하시고
깨끗하고 묘한 새 옷 갈아입고서
설법상 앞에 가까이 나와
그 평상에
합장하고 경례하였네.
온갖 천왕과
하늘 사람들이
만다라꽃
큰 만다라꽃
마하만수꽃
여러 가지 보배 꽃을
하늘에서 비내리게 하고
한량없는 백천 가지
온갖 풍악 소리
저 허공 중에서
치고 불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
이 때에 설법하실 이
보명 큰스님
높은 설법상에 올라가서
가부하고 앉으시더니
보명 큰스님은 즉시
시방의 생각할 수 없는
많고 많은 천억의
여러 부처님들을 생각하면서
모든 중생들과
선집왕
그리고 그의 영토인
하나의 해와 달이
비추는 곳에 이르기까지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일으켰네.
이 때에 법사 보명스님
선집성왕을 위하여
묘한 경전인 금광명경을
알기 쉽게 말씀하시자,
선집 전륜성왕은
설법을 듣기 위하여서
보명 큰스님 앞에서
합장하고 공손히 서 있었네.
법문을 들은 선집왕
'거룩하십니다' 찬탄하고 나서
그 마음 슬퍼지면서
눈물 콧물 흘리며 한바탕 울었네.
곧 다시 기뻐서 날뛸 듯이
마음이 후련하고 기쁘기 한없으니,
금광명 이 경전에
공양하기 위한 까닭이네.
그 때에 선집왕은
여의주를 손에 들고
모든 중생 위하여서
큰 서원 세웠네.
바라옵거니와
오늘 이 즉시
염부제에 가득히
한량없는 진주 구슬 많은 7보와
묘한 영락을
내려주소서.
이러한 인연으로
한량없는 여러 중생
훌륭한 기쁨을
모두 받게 하여지다.
그러자 그 즉시로
하늘에서 이 땅 위에
7보와 모든 장식
천관과 귀고리와
가지가지 영락이며
맛난 음식 보배 평상
비내리듯 쏟아져서
4천하에 골고루 가득하게 쌓였네.
이 때에 선집왕은
4천하에 가득 찬
한량없는 7보들을
마음껏 가져다가.
보승여래 부처님의
말법시대 중에서
이것으로 보시하여
부처님·법·스님네께 공양하였네.
그 때에 선집왕을 위하여
법문 말씀한 보명스님은
지금 현재 계시는
아촉부처님 그 분이고.
그 때에 설법 들은
선집 전륜성왕은
지금의 이 몸인
석가모니 나로세.
나는 그 때에
이 대지의
4천하에 가득찬
여러 보물 내어버리고
금광명 이 경을
얻어 들었네.
경 말씀 듣고 난 뒤에
좋다고 찬탄 한 번 일컬었더니
이 선근
업·인연으로
금빛 몸에
백복장엄 얻었네.
한량없는
백천만억
수 많은 중생들이
언제나 나를 보고 기뻐하며
보고 또 보아도
싫다 아니하네.
나는 지나간 세상
99억천 겁 오랜 세월에
언제나 되었었지
전륜성왕이.
나는 또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백천 겁 오랜 세월에
항상 임금 되어서
적은 나라를 많이 거느렸네.
나는 또한 지난 세상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세월에
언제든지 석제환인(釋提桓因)과
정범왕(淨梵王) 노릇을 하였느니라.
나는 다시
부처님 만나뵈옵기
그 수효 한량없어
계산 못하네.
내가 얻은 공덕도
한량없고 가이없네.
모두 다 금광명경 듣고
좋다고 찬탄한 데 말미암으니
나는 원대로
보리를 이루어
바른 법의 몸을
벌써 얻었네.
13. 귀신품(鬼神品)
부처님께서는 또 다시 공덕천(功德天)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공양거리로써 지나간 세상·지금 세상·오는 세상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려 하거나 3세 부처님들의 행하시던 일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지극한 정성으로 이 경이 유포되는 곳, 도시나 시골이나 집이나 빈터를 막론하고 그 곳에 따라가서 고요한 마음으로 미묘한 이 금광명경을 지성껏 들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모든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자 하거나
3세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것을 알고 싶거든
서울이나 시골을 막론하고
이 금광명경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지성으로 받아 들으라.
이 미묘한 금광명경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이
공덕의 큰 바다가
한량없고 그지없네.
온갖 중생들로 하여금
해탈케 하여서
한량없는 고통과
모든 갈래의 괴로운 바다 벗어나게 하네.
이 매우 깊은 금광명경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뒤가
모두 다 좋고 훌륭하여
어떤 비유로도 말할 수 없네.
항하(恒河)의 모래알과
온 세상 대지의 티끌과
큰 바다의 많은 물과
온갖 크고 작은 여러 산
이런 것으론
비유할 수 없네.
이 경에 들어감은
법의 성품에 들어감과 마찬가지
깊기가 법의 성품 같아서
그 속에서 편안히 머무르리.
즉시 이 경전
금광명경 속에서
석가모니 나를
찾아 볼 수 있으리.
그리하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승기겁 오랜 세월에
천상·인간 중에 태어나
언제나 기쁨을 받으리.
이 경을 잘 믿고
알고 들으므로
이렇게 한량없고
생각조차 할 수도 없는
공덕과 복 덩어리
모두 얻으리.
이르는 곳마다
일백 유순(由旬) 테두리에
불이 나 그 속에서 몹시 타더라도
반드시 그 불 속 뚫고 지나가서
시골의 촌락이거나
고요한 절이거나
경 말씀하는 처소를 찾아가서
정성껏 받아 들어야 하네.
이 경을 들으므로
나쁜 꿈이나
저주(咀呪)나 방해나 여러 가지 음해나
나쁜 별의 재난이나
가지가지 나쁜 일
모조리 소멸되어 남는 일 없으리.
법문하는 곳마다
연꽃 법상 위에서
금광명경을 말하거나
쓰거나 외우다가
설법하던 그이가
법상에서 내려온 뒤에도
그 때에 대중은 누구든지
법사가 앉은 것을 뵙게 되리니.
그 법사는
부처님이나
혹은 등상불
보살님들의 등상
보현보살
문수사리
미륵대사
그 밖의 모든 형상이 나타나 보여.
이러한 모든 형상과
가지가지 일들이 보이다가도
눌러 다시 없어져서
전과 같이 다름없네.
이렇게 모든 공덕
성취한 뒤엔
여러 부처님께
찬탄을 받으리라.
거룩한 위덕 훌륭한 모양
한량없고 가없으며
큰 소문이 널리 퍼져
원수를 물리치리.
다른 곳 도둑들도
물러가서 흩어지고
억세고 기운 많아
강한 적을 파하리라.
나쁜 꿈 꾸어 마음 괴롭고
나쁜 업 또한 한량없어
이런 악한 일 있더라도
모두 없어지고 고요해지리.
전쟁터에 들어가도
언제나 남을 이기게 되고
염부제에
소문이 퍼져
온갖 원수 도둑을
모두 항복받아
온갖 나쁜 짓 멀리 여의고
모든 착한 일 닦아 익히면
진중에 들어가도 승리하리니
마음은 언제나 기쁘기만 하네.
대범천왕
삼십삼천
호세 사천왕
금강밀적
귀신왕
산지대장(散脂大將)과
선나(禪那)귀신
긴나라
아뇩달용왕
사갈라용왕들.
아수라왕과
가루라왕
대변천신이며
그리고 공덕천과
이런 우두머리의
여러 천신들.
언제나 이 법 듣는 이에게
공양을 올리면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법문이나 탑과 같은 생각을 가지네.
중생들로서 보는 이는
공경하고 기뻐할 것이며
모든 하늘 왕들도
또한 각기 그렇게 생각하리.
천왕들은 서로 말하기를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위엄과 공덕을
모두 다 성취케 하나니.
누구든지 이 설법 자리에
오기만 한다면
이 사람은 이루리.
위없는 선근 인연.
누구든지 이 경을
받아 듣기 위하여
몸매를 단정히 하고
법회의 처소에 나아가서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바른 신심을 내어
위없는 법의 탑에
공양하고 공경하라.
이러한 큰 자비로
중생을 이롭게 함은
이것이 한량없는
깊은 법보의 그릇이니
깊고 위없는 법의 성품에
능히 들어가리.
깨끗한 마음으로
이 경을 들었기 때문이며
이런 사람은
지난 세상
백천 부처님께
벌써부터 공양을 올리었느니라.
이러한 선근과
한량없는 인연으로
이 금광명 묘한 경을
반드시 받아 듣게 된다.
이러한 중생들은
언제나 어디서든지
한량없는 모든 하늘과 귀신왕에게
사랑하고 수호함을 받게 되리니
대변천과 공덕천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이며
한량없이 많은 귀신과
수 없는 신장역사(神將力士)는
밤낮으로 쉬지 않고
사방을 옹호하여서
모든 재화(災禍) 없애 주고
여러 가지 고통을 여의게 하네.
석제환인과
해와 달의 두 천자
염마라왕(閻摩羅王)과
바람신과 물신
위태천신(違駄天神)과
비뉴천(毘紐天)
대변천신(大辯天神)과
자재천
화신(火神)들이 나서서
기운차고 용맹하게
이 세상을 옹호하여
밤낮으로 떠나잖네.
대력귀왕(大力鬼王)
나라연(那羅延)
마혜수라천
이십팔부
여러 신장들과
산지대장 우두머리
백천귀신은
신통·용맹으로
이를 옹호해
두렵지 않게 해.
금강밀적
큰 귀신왕과
그의 권속
5백 무리들도
모두 다
보살의 화현으로서
경 듣는 이들을
모두 옹호하네.
마니발타(摩尼跋陁)
귀신왕과
부나발타(富那跋陁)와
금비라(金毘羅) 대장
아라바제(阿羅婆帝)
빈두로가(賓頭盧伽)와
황두대신(黃頭大神)들
하나하나 모든 신들이
각기 5백 권속 귀신을
거느리고 더불어
이 경을 듣는 사람
항상 수호하네.
질다사나(質多斯那)
아수라왕
건달바들과
나라라사(那羅羅婆)
기나사바(祁那娑婆)
마니건타(摩尼乾陁)와
니건타(尼揵陁)와
주량대신(主兩大神)
대음식신(大飮食神)
마하가타
금색발신(金色髮神)
반기귀신(半祁鬼神)들과
반지라(半支羅)와
차발라바(車鉢羅婆)
큰 위덕 갖춘
바나리신(婆那利神)
담마발라(曇摩跋羅)
마갈바라(摩竭婆羅)
침발귀신(針髮鬼神)과
수리밀다(繡利蜜多)
늑나시사(勒那翅奢)
마하바나(摩訶婆那)와
군다차(軍陁遮)와
검마사제(劒摩舍提)
이런 따위들이.
사라밀제(奢羅蜜帝)와
혜마발타(醯摩跋陁)와
살다기리(薩多琦梨)와
다혜파혜(多醯波醯)
아가발라(阿伽跋羅)
지라마가(支羅摩伽)와
앙굴마라(央掘摩羅)
이런 귀신들이
모두 헤아릴 수 없는
신통과 큰 힘으로
이 미묘한 경전
듣는 이를
부지런히 옹호하네.
아뇩달용왕
사갈라왕
목진린타왕과
이라발왕
난타용왕
발난타왕
이런 등등의
백천 용왕들
엄청난 신력으로
경 듣는 이를
항상 옹호하여
밤낮으로 안 떠나네.
파리라후(波利羅睺)
아수라왕
비마질다왕과
벌지(筏脂)
섬마리자(睒摩利子)
파하리자(波訶梨子)왕과
가라건타(佉羅騫陁)와
건타 등
아수라왕들이
큰 힘으로
경 듣는 이를
항상 옹호하며
밤낮으로 떠나지 않네.
하리제남(訶利帝南)이란
귀자모신과
그가 거느린 5백 귀신들
이 경 듣는 이에게 와서
자나깨나
옹호하며
건타와 건타리
큰 귀신과
여인 구라
구라단제(鳩羅檀提)
사람 정기 먹는
이런 귀신들이
모두 큰 힘을 가지고 와서
시방세계의
이 경 지니는 이를
부지런히 옹호하네.
대변천녀 등
한량없는 하늘 여인과
공덕천과
그의 권속
그리고 견뢰지신이며
동산에 심은 갖가지 과일을 차지한
과일대신[果實大神].
이러한 여러 신들이
기쁜 마음으로
이 경을
사랑하고 즐기고 친근히 하는
사람의 처소에 와서 극진히 옹호하리.
모든 중생들에게
목숨과 기운을 늘려 주고
공덕과 위엄과 용모를
예사 때의 갑절로 훌륭하게 해 주리.
다섯 별과 그 밖의 여러 별들의
변괴와 재난과 이상은
모조리 없애 주어
조금도 후환이 없게 하리.
잠들면 나쁜 꿈
깨나면 근심 걱정
이러한 나쁜 일도
모조리 없어진다.
땅 차지한 귀신의
세력도 크고 깊지만
이 경전의 힘으로
땅 맛을 변화시켜
이 땅의 겉에서
금강제(金剛際)에 이르기까지
놀랍게 투박한 땅 두께는
16만 8천 유순.
땅속의 훌륭한 맛
어디든지 두루 퍼져 있어
중생을 윤택하고 이롭게 하기 위해
모두가 솟아나도록 하네.
장하시다 이 경의 힘으로써
땅 밑에 있는 땅 맛을
백 유순 두께의 땅 위로
모조리 솟도록 하네.
모든 천상 사람에게도
정기를 크게 얻게 하고
몸과 기운을 더욱 충실케
그들로 하여금 기쁘고 즐겁게 하네.
염부제 안에 있는
모든 귀신
마음이 기쁨에 겨워
온갖 즐거움 누리네.
이 경의 힘으로써
모든 하늘은 환희하네.
온갖 곡식과 과일
모두 무성하고
논밭과 과수원엔
꽃들이 잘 피니
꽃향내 풍기어서
간 데마다 가득 넘치네.
백 가지 풀이며 여러 종류의 나무들
꼿꼿하게 잘 자라며
줄기는 부드럽고
비뚤어지거나 굽은 데 없네.
염부제에
있는 용녀(龍女)
그 수효 한량없어
생각조차 못하는데
이들도 기쁜 마음으로
한없이 뛰노니네.
간 데마다 있는 연못
장엄이 훌륭한데
못 속에
여러 가지 연꽃이 피었으니
푸른 꽃은 우발라(優鉢羅),
붉은 꽃은 파두마(波頭摩)요
누른 것은 구물두(拘物頭),
흰 연꽃은 분다리(分陁利)네.
대궐 안 높은 궁전
구름 안개 걷혀 있고
높고 넓은 허공에도
가린 티끌 하나 없어
사방이 청명하며
맑고도 깨끗한데
햇빛은 환히 밝아
일천 광명 놓네.
즐거워 뛰놀면서
어두움을 깨뜨리고
염부단금으로
궁전을 지었으며
그 가운데 있는 이는
위엄이 한량없는
해님 달님 천자들이
동서로 벌렸네.
이 경을 들었으매
정기도 충실하고
아침해가
염부제에 비출 적엔
즐거운 마음으로
밝은 빛 퍼지거든
한량없는 광명 볕살,
온 세상에 두루 가득.
해님이 뜨게 되면
엄청난 빛을 펴서
여러 못에 온갖 연꽃
가지가지 피게 하고
염부제에
많은 과일
때를 따라 무르익어
모든 중생들을 배부르게 하네.
이 때에 해와 달이
훌륭하게 잘 비추고
별들도 제 길 찾아
궤도를 어긋나지 않으며
바람이 고루 불어
오곡이 풍년들고
재물 보배 넉넉하여
모자랄 것 없노라.
금광명 훌륭한 경
퍼뜨리는 곳에나
이 경을 읽고 외워
강설하는 나라엔
나라 안 모든 곳에
좋은 이익 얻는 것
위에서 말한 대로
공덕이 한량없네."
14. 수기품(授記品)
그 때에 부처님께서 신상보살과 그의 두 아들 은상(銀相)·은광(銀光)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시려 하였다.
이 때에 위덕치(威德熾)왕을 으뜸으로 한 10천 천자가 도리(忉利)천으로부터 내려와서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가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신상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오는 세상에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불가칭계(不可稱計) 나유타 겁을 지나 금조세계(金照世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이름은 금보개산왕(金寶蓋山王) 여래(如來)·응공(應供)·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이라 할 것이다.
그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에 정법(正法)과 상법(像法)의 시대가 모두 다 지나고 나서 맏아들 은상이 그 세계에서 부처님이 될 것이니, 그 때의 세계 이름은 정당(淨幢)이라 고쳐질 것이고, 부처님 이름은 염부단금당광조명(閻浮檀金幢光照明)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그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에 정법과 상법이 모두 지나고 나서 둘째 아들 은광이 그 다음에 부처가 될 것이다.
그 세계 이름은 본래 이름이 같고 고쳐지지 아니할 것이며, 부처님 이름은 금광조(金光照)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이 10천 천자들은 이 세 보살이 수기 받는 것을 들었고 또 이런 금광명경을 들었다.
들은 뒤에는 기뻐하여 소중한 마음을 내었으니, 마음에 때 한 점 없이 깨끗하기 수정 같았고, 청정하고 걸림이 없어 마치 허공과 같았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이 10천 천자의 선근이 익은 줄 아시고 삼먁삼보리 수기를 곧 주셨다.
"너희 천자들은 오는 세상에서 아승기 백천만억 나유타 겁을 지내고 나서 이 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한 집에 있으면서 성과 이름이 같으며, 부처님 이름이 다같이 청목우발라화향산(靑目優鉢羅華香山)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불리워서, 이렇게 1만 부처님이 차례차례 세상에 나타나리라."
그 때에 도량에 한 보리수신(菩提樹神)이 있었는데 이름은 등증익(等增益)이었다.
보리수신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10천 천자는 도리천궁에 있다가 법문을 들으려고 여기에 온 것이온데 부처님께서 어찌하여 수기를 주시나이까.
세존이시여, 저는 일찍이 이 모든 천자들이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구족하게 닦았단 말을 듣지 못하였으며, 또 손·발·머리·눈·골수와 사랑하는 처자와 재물·곡식·피륙들과 금·은·유리·자거·마노·진주·산호·자개·벽옥과 좋은 음식·의복·금침·약품과 코끼리·말·수레와 궁전·가옥과 동산·수풀과 연못과 남녀 하인들을 보시하였다는 말을 일찍이 듣지 못하였습니다.
저 다른 한량없는 백천 보살들은 가지각색 생활에 필요한 공양거리로써 지나간 세상의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께 공경·공양하였사오며, 이런 보살들은 오는 세상에서도 역시 한량없이 소중한 물건인 머리·눈·골수·처자·재물·보배·곡식·피륙과 하인들까지 보시하면서 6바라밀다를 성취하고 나서 괴로운 수행을 고루 닦아 가지고 한량없고 가없는 오랜 세월을 지내고야 비로소 보리를 이루리라는 수기를 받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이 천자들은 무슨 인과 무슨 연으로 무슨 좋은 선근을 닦았기에 도리천으로부터 와서 잠깐 동안 법문을 듣고 이렇게 수기를 받는 것입니까.
바라옵건대, 그 까닭을 말씀하시어 저로 하여금 의심을 끊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는 보리수신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녀천(善女天)이여, 모두 인연이 있으며 미묘한 선근이 있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닦았느니라.
무슨 까닭이냐 하면, 이 천자들이 그 있는 곳에서 다섯 가지 욕락(欲樂)을 버렸으므로 이 금광명경을 와서 들었고, 법문을 듣고는 이 경에 대하여 깨끗한 마음이 은근하여 말한 대로 행을 닦았으며, 또 이 세 보살이 수기 받는 것을 들었으며, 또 지난 세상에 본래 보리심을 내고 서원을 세운 인연이 있었으므로 내가 지금 그들에게 모두 이 다음 세상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리라고 수기를 준 것이다."
15. 제병품(除病品)
부처님께서는 도량에 있는 보리수신에게 말씀하셨다.
"선녀천이여,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그들이 옛날에 서원을 세운 인연을 말할 것이다.
지나간 옛날 한량없는 불가사의 아승기겁 전에, 그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는데 이름은 보승(寶勝)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셨다.
선녀천이여, 그 때 이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정법이 끝나고 상법시대에 임금이 있었다.
이름은 천자재광(天自在光)왕이었는데, 바른 법을 닦으며 법대로 세상을 다스리니 백성들이 온화하고 순하여 부모에게 효도를 극진히 하였다.
그 임금의 나라에 지수(持水)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병 고치는 방문을 잘 알아서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여 주었으며, 좋은 방편으로 사람의 몸을 이룩한 땅[地大]·물[水大]·불[火大]·바람[風大]이 늘고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녀천이여, 그 때에 지수 장자의 집안에는 늦게 아들 하나를 낳았다.
이름을 유수(流水)라 했는데 몸집이 거룩하고 단정하기 제일이며, 얼굴이 잘생기고 위덕이 구족하였다.
성품이 총명하여 모든 언론과 여러 가지 기술과 글씨와 문장과 산수를 모두 통달하였다.
어느 때에 그 나라에 괴질이 유행하여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중생들이 앓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여러 가지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선녀천이여, 그 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가 이 한량없는 백성들이 갖은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대자대비한 마음을 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와 같이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이 갖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나의 아버지는 비록 의술이 능하여서 병을 잘 치료하며 좋은 방편으로 네 가지 요소[四大]가 더하고 덜하는 것을 잘 알기는 하지만, 나이가 벌써 늙고 몸이 노쇠하여 살 가죽은 늘어지고 얼굴엔 주름 잡히고 살은 야위어 기운이 쇠진하였다.
사지가 떨리어서 걸음을 걸을 적에는 반드시 지팡이를 짚어야 한다.
고단하면 그만 피로하여 저 도시와 시골로 돌아다닐 수 없으니,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이 다시 중병에 걸리면 그들을 구해 줄 이 없겠구나!
내가 이제 큰 의사인 아버지께 가서 병을 고치는 묘한 방문과 비밀한 술법을 여쭈어 보고 그 방법을 깨달은 뒤에 반드시 도시와 시골과 촌 집으로 다니면서 여러 중생들의 모든 병고를 다스리어 그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그 때에 장자의 아들은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의 아버지에게 가서 얼굴을 땅에 대어 절하고 물러앉아 합장하고, 네 가지 요소가 늘고 주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게송을 읊어 여쭈었다.
네 가지 요소와 모든 기관
쇠약하여 달라지니
모든 병 생기는 일
어찌하면 아오리까.
음식 먹는 시절이나
음식을 먹고 난 뒤
신열이 안 없어지는 것
어떻게 아오리까.
풍병(風病)·열병(熱病) 나는 일과
물 요소 많아 폐병(胏病) 나고
네 가지 요소 평등함을
어떻게야 알겠으며
어느 때엔 풍을 움직이고
어느 때엔 열을 움직이고
어느 때엔 물을 움직여
중생을 해치는 그 까닭 알아지이다.
그 때에 아버지 장자
그 즉시 게송 읊어
의술 방문 해설하여
그 아들에게 답하였네.
석달은 여름이요
석달은 가을이요
석달은 겨울이요
또 석달은 봄이니라.
이것은 열두 달을
석달씩 말하는 것.
이렇게 셈을 하면
일년이 네 철일세.
두 달씩 말하면
여섯 철이 꼭 되나니,
석 달씩 제철과 소속
두 달씩은 제 때로만
시절 따라 음식을
알맞게 먹으면
몸에 이익 된다고
의약 방문에 말한 것.
일년 중에 철을 따라
네 가지 요소와 여러 기관
교대하고 늘고 줄어
몸에 병이 생기는 것.
명의는
네 철을 순응하여
석 달씩을 조섭하여
5장 6부 조화하되
음식이나 약으로
병 따라 치료하네.
풍 많아 나는 병
여름에 발동하고
열병은
가을에 발병하며
풍과 열 균등한 병
겨울에 발동하고
폐병은
봄 되면 더 하나니.
풍으로 나는 병
여름에 생기거든
비니(肥膩)풀과 짠 것 신 것
더운 음식을 써야 하고.
열로 나는 병 가을에 앓거든
차고 단 약 줘야 하고
풍과 열 균등한 병 겨울에 앓거들랑
비니풀과 단 것 신 것 먹여야 하네.
폐병은 봄철 되면
비니풀과 맵고 더운 것을 먹여야 하고
과식한 연후엔
폐병이 생기네.
밥 삭을 때엔
열병이 발하고
밥이 다 삭은 뒤엔
풍병이 나나니
이 같이 네 가지 병
세 때에 생기느니.
풍병은 야위나니
비니풀로 몸 보하고
열병엔 사하는 약
하리륵(訶梨勒)을 써야 하네.
풍과 열 균등한 병에는
세 가지 약 써야 되니
단 것과 매운 것과
비니풀을 말함이니라.
폐병으로 가래 생기면
토하는 약 먹거니와
풍과 열과 폐병이나
풍과 열 균등한 병
때를 어겨 나게 되면
의사에게 맡기어서
병을 따라 약과 음식
요량하여 쓰게 하라.
선녀천이여, 그 때에 유수는 아버지 의사에게 네 가지 요소가 줄고 느는 것을 물어 여기에서 병을 치료하는 온갖 방법을 알았다.
그 때에 유수는 의술을 알고서는 나라 안의 도시와 시골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가는 데마다 병들어 고통 받는 사람을 만나는 대로 좋은 말로 위로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나는 의사요. 나는 의사요. 병을 치료하는 좋은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 이제 당신의 병을 치료하여 쾌차하게 하리라.'
선녀천이여, 그 때에 사람들은 유수가 위로하는 부드러운 말을 듣고 병 고칠 것을 허락하고 기쁜 마음을 내어 한없이 좋아하고 뛰놀았다.
그 때에 백천 수많은 중생들이 중병에 걸려 위독하다가도 즉시 이 말을 듣고 기쁜 생각을 내었으므로 여러 가지 병이 곧 나아서 예사 때 같이 회복되고 기력이 충실하여졌느니라.
선녀천이여, 또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 중에 병이 심중하여 치료하기 어려운 이는 즉시 유수에게 찾아갔다.
그 때에 유수는 신기한 약을 주어서 먹게 하였고, 먹고는 병이 쾌차하여 예사 때와 같이 회복하였다.
선녀천이여, 이 장자의 아들 유수는 이와 같이 그 나라 안에서 중생들의 병을 치료하여 모두 낫게 하였느니라."
금광명경(金光明經) 제4권
북량 삼장법사 담무참 한역
동국역경원 국역
16. 유수장자품(流水長者品)
부처님께서 보리수신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流水)는 천자재광왕의 나라에서 여러 중생들의 한량없는 병환을 다스리어 그들의 몸이 보통 때같이 회복되어 모든 기쁨을 누리게 하였다.
그들은 병이 쾌차하게 되자, 복된 사업을 많이 행하였으며, 보시(布施)도 많이 하였고, 장자의 아들을 존중히 여기고 공경하면서 이러한 말을 하였다.
'장하십니다! 장자여, 복덕 될 일을 많이 하였으며, 중생들의 목숨을 한량없이 늘리었으니, 당신은 참말로 위대한 의사이십니다. 중생들의 한량없는 중병을 다스리었으니 당신은 약과 방문을 잘 아시는 보살이십니다.'
선녀천아, 그 때의 장자의 아들에게는 수공용장(水空龍藏)이라는 아내가 있어서 두 아들을 낳았는데, 하나는 수공(水空)이고 다른 하나는 수장(水莊)이었다. 어느 때에 유수는 두 아들을 데리고 도시와 시골로 다니다가 나중에 어떤 물 없는 큰 늪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랑이·늑대·여우·개·짐승·새들이 물고기를 실컷 먹고 모두 한쪽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에 유수는 ‘이 짐승들이 무엇 때문에 한쪽으로 달아날까 내가 꼭 가서 보리라’ 생각하고 따라 갔었다.
큰 늪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못 안에는 고기들이 많이 있었다.
유수가 이 고기를 보고는 가엾은 생각을 내었다.
그 때에 나무 귀신[樹神]이 몸을 반쯤 나타내고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착한 남자여,
이 고기들이 매우 불쌍하니 그대는 물을 주어 살게 하라.
그러기에 그대의 이름을 유수(流水)라 한 것이다.
또 두 가지 인연으로 유수라고 한 것이니, 하나는 물을 흘려 내리게 한다는 뜻이고, 하나는 물을 준다는 뜻이다. 그대는 이제 꼭 이름대로 실제로 행하라.'
이 때에 장자의 아들 유수는 이 고기의 수효가 얼마냐고 나무신에게 물었다.
나무신은 고기의 수효는 꼭 십천(十千)이라고 답하였다.
그 때에 유수는 그 엄청난 수효를 알고는 가엾은 마음이 더하였다.
선녀천이여, 그 때에 이 커다란 빈 늪은 햇볕에 쪼여서 거의 다 말랐고 이 십천 마리 고기들은 죽을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사방으로 몰려 다니던 고기들은 이 유수 장자를 보고 행여나 믿는 마음을 내어서, 장자의 가는 곳을 따라서 쳐다보며 잠깐도 눈을 딴 데로 돌리지 않았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사방으로 다니면서 물을 찾아보았으나 물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한 곳에 큰 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올라가서 가지를 많이 꺾어 가지고 늪에 돌아와 그 가지와 잎사귀를 못 위에 덮어서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다니면서 이 못 물이 본래 어디서 왔던가 하고 두루 찾아보았으나 그 근원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빨리 달려 멀리 한 곳에 이르니, 큰 강이 하나 있었다. 강 이름은 수생(水生)이었다. 그런데 그 때에 어떤 나쁜 사람들이 이 고기들을 잡으려고 이 강 상류의 험악한 곳에서 물을 다른 데로 터놓아서 아래로는 내려가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터놓은 자리가 너무 치달렸고 험악하여 막기가 어려웠고 그것을 막아 수리하려면 백천 사람이 90일 동안 작업을 하여도 마치기 어렵게 된 것이니, 혼자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곧 발길을 돌려 임금 계신 곳에 가서 머리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한 쪽에 물러앉아 합장하고 임금께 향하여 그 사연을 아뢰었다.
'나는 대왕의 나라 백성을 위하여 여러 곳에서 그들의 온갖 병을 치료하여 주노라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어떤 물 없는 늪에 이르렀습니다.
거기에는 큰 못이 있는데 물은 거의 말랐고 그 안에 있는 십천의 고기들이 햇볕에 드러나 금방 죽게 될 고통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바라건대 대왕이시여, 큰 코끼리 스무 마리를 빌려주시면 제가 여러 병든 백성들의 목숨을 구원하듯이 물을 길어다가 죽게 된 고기를 살리겠나이다.
임금은 즉시 대신에게 명령하여 유수의 소원대로 빨리 공급하여 주라고 말하였다.
대신은 임금의 명을 받고 유수 장자에게 말하였다.
'착한 보살이여, 당신이 코끼리 마구간에 가서 마음대로 골라 가지고 가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여 즐겁게 해 주시오.'
이 때에 유수 장자는 두 아들과 함께 코끼리 스무 마리를 끌고 또 성을 쌓는 사람에게서 가죽부대를 많이 빌려 가지고 재빨리 그 강물을 터 놓은 곳으로 갔다.
강물을 길어서 코끼리 등에 싣고 빨리 달려 물 마른 못으로 가서 코끼리 등으로부터 물 부대를 내리어 못에 부으니, 물은 예전처럼 못에 가득하였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못 언덕으로 거닐었다. 이 고기들도 또한 그를 따라서 못 가로 몰려다니고 있었다.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고기들이 어째서 나를 따라다닐까. 이 고기들은 필시 배가 고파서 다시 나에게서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리니, 내가 지금 주어야겠다.’
선녀천아, 유수 장자는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는 기운 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빨리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이면 부모가 자시려던 것이나 처자나 하인들이 먹으려던 것이거나 간에 모두 모아서 코끼리에 싣고 빨리 돌아오너라.'
두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대로 가장 큰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집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러한 사실을 여쭙고, 집에 있는 먹을 것을 거두어 코끼리에 잔뜩 싣고 아버지 있는 못 가로 빨리 돌아와 빈 못에 이르렀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 날뛰면서 싣고 온 먹을 것을 죄다 못에 넣어 고기들에게 먹게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오늘은 이 고기들에게 먹을 것을 보시하여 배부르게 하였지만, 오는 세상에는 마땅히 법식(法食)으로 보시하리라.’ 그리고 또 이런 일을 생각하였다.
‘지난날에 어느 고요한 곳에서 어떤 비구가 대승 방등경을 읽는 것을 들으니, 그 경 가운데 말하기를, 어떤 중생이든지 임종할 때에 보승여래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천상에 태어난다고 하였었다. 나도 이제 이 고기들을 위하여 묘하고 깊은 12인연을 말하여 주고, 또 보승여래의 이름을 일러주리라.’ 그 때에 염부제에 두 가지 사람이 있었는데, 하나는 대승 방등경을 깊이 믿는 이고, 또 하나는 비방만하고 믿지 아니하는 이었다. 유수 장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못 속에 들어가서 이 고기들을 위하여 깊고 미묘한 법문을 일러주리라.’
그리고는 곧 물 속에 들어가서 다음과 같이 일컬었다.
'나무 과거 보승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
보승여래는 지나간 세상에서 보살도를 닦을 적에 이러한 서원을 세운 일이 있었다.
'어떤 중생이나 시방세계에서 목숨이 마치려 할 때에 내 이름을 듣는 이에게는 나는 반드시 이들로 하여금 목숨이 마친 뒤에 곧 삼십삼천에 태어나게 하겠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또 다시 이 고기들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문을 일러 주었다.
'무명(無明)은 행(行)을 연(緣)하며, 행은 식(識)을 연하고 식은 명색(名色)을 연하고 명색은 6입(入)을 연하며, 6입은 촉(觸)을 연하고 촉은 수(受)를 연하며, 수는 애(愛)를 연하고, 애는 취(取)를 연하며 취는 유(有)를 연하고, 유는 생(生)을 연하며, 생은 노(老)·사(死)·우(憂)·비(悲)·고(苦)·뇌(惱)를 연하느니라.'
선녀천이여, 그 때에 유수 장자와 두 아들은 이런 법문을 일러주고는 곧 그 집으로 돌아갔다.
유수 장자는 그 뒤에 손님들을 모아놓고 잔치하면서 술이 취하여 누웠다. 그 때에 땅이 갑자기 크게 진동하면서 십천 고기가 한꺼번에 죽어서 도리천에 태어났다. 천상에 태어나서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무슨 선근 인연으로 도리천에 태어났을까’ 하면서 서로 이야기하였다.
'우리들이 지난날에 염부제에서 축생의 과보를 받아 물고기가 되었었는데 유수 장자가 우리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었고, 다시 우리를 위하여 매우 깊은 열두 가지 인연을 말하여 주고, 아울러 보승여래의 이름을 들려 준 인연으로 우리들이 이 도리천에 태어나 천자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당장 유수 장자 집으로 가서 은혜를 갚고 공양하여야 한다.'
그 때에 십천의 천자들은 곧 도리천으로부터 염부제에 내려와서 큰 의사 유수 장자의 집에 이르렀다.
그 때에 유수 장자는 누(樓)의 마루에서 누워 자고 있었다.
이 십천의 천자들은 십천 개의 진주와 묘한 하늘영락을 유수 장자의 머리맡에 놓아 두고, 또 십천 개는 발치에 두고, 또 십천 개는 오른 옆에 두고, 또 십천 개는 왼 옆에 두고, 작은 만다라꽃·큰 만다라꽃을 뿌려서 무릎까지 쌓이게 하였고, 여러 가지 천상의 풍류로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들려 주었다.
그래서 염부제에서 잠자던 사람들은 모두 잠을 깨었다. 유수 장자도 잠을 깨었다.
이 십천의 천자들은 허공중에 날아다니면서 천자재광왕 나라의 간 데마다 아름다운 하늘 연꽃을 뿌렸고, 이 모든 천자는 다시 본래 살던 빈 못에 가서도 하늘 꽃비를 내리고는, 도리천궁에 되올라가서 자유롭게 하늘의 다섯 가지 욕락을 뜻대로 즐기고 있었다.
그 때에 염부제에서는 그 이튿날 천자재광왕이 여러 대신들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무슨 인연으로 그렇게 훌륭한 상서로운 일과 큰 광명이 있었던가?' 대신들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도리천 천자들이 유수 장자의 집에 내려와서 사십천의 진주와 하늘 영락과 수없이 많은 만다라꽃을 뿌렸나이다.'
왕은 대신에게 명령하였다.
'유수 장자의 집에 가서 좋은 말로 위로하고 그를 불러오너라.'
대신은 장자의 집에 가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장자더러 대궐로 가자고 말하였다.
장자는 대신을 따라 대궐에 들어왔다.
임금은 어젯밤에 상서가 있었던 연유를 물었다.
유수는 이것은 아마 십천 고기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그러면 사람을 보내어서 그 사실을 조사하여 보라고 명령하였다.
유수는 그의 아들을 못 있는데 보내어 고기들이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보고 오라고 일렀다.
그 때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 못에 가 보았더니, 못 안에는 만다라꽃이 가득히 쌓여 있었고 못 가운데 고기들은 모두 죽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는 곧 돌아 와서 아버지에게 고기들이 모두 죽었더라고 말하였다.
유수 장자는 그 사실을 듣고 다시 임금에게 가서 십천의 고기들이 모두 죽었다더라고 여쭈었다.
임금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였다."
세존께서는 도량에 있는 보리수신에게 이어서 말씀하셨다.
"선녀천이여, 그 때의 유수 장자를 알고 싶은가. 그는 지금 나의 몸이고, 맏아들 수공은 지금의 라후라이고, 둘째 아들 수장은 지금의 아난이고, 십천 마리 고기는 지금의 십천의 천자이다.
그래서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준 것이다.
그 때에 몸을 반쯤 나타냈던 나무 귀신은 지금 너의 몸이니라."
17. 사신품(捨身品)
그 때에 도량에 있는 보리수신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듣기로는 세존께서 지난 세상에 보살행을 닦으실 적에 한량없는 백천 가지 괴로움을 받으시면서 몸과 생명과 살과 피와 골수까지 버리셨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옛날에 고행하시던 인연을 말씀하시어 중생을 이익케 하여 즐거움을 받게 하옵소서."
세존께서는 문득 신통을 나타내셨다.
그 신통력으로 이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며 큰 강당 안 대중 가운데 7보탑(七寶塔)이 땅 속으로부터 솟아 올라오니,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이었다.
그 때에 대중은 이 일을 보고 처음 보는 기쁜 생각을 내었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 탑에 예배하고 조심조심 탑을 돌고 자리에 돌아가 앉으셨다.
그 때에 도량 보리수신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세상에 큰 영웅이시라 세간에 나타나시면 모든 것들의 공경을 받으시며, 중생들 중에 가장 뛰어나고 가장 높으시온데, 어찌하여 이 탑에 예배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녀천아, 내가 보살행을 닦을 적에 내 몸의 사리(舍利 : 靈珠)를 이 탑에 넣어 두었다.
이 사리[身]로 말미암아 내가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느니라."
이 때에 부처님께서는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탑을 열고 그 속에 있는 사리를 꺼내어 대중에게 보여라.
이 사리는 한량없는 여섯 가지 바라밀다의 공덕을 닦아서 생긴 것이니라."
아난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나서 탑 앞에 가서 예배하고 공양한 뒤에 탑문을 여니, 그 속에는 7보로 만든 함이 들어있는 것이 보였다.
손으로 함을 열고 보니, 그것은 빛이 붉고 흰 묘한 사리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속에 있는 사리는 그 빛이 붉고 희나이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그 사리를 가져 오너라. 이것은 보살의 몸에서 난 사리다." 그 때에 아난은 7보 함을 받들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께 올렸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지금 이 사리에 예경하여라. 이 사리는 계(戒)·정(定)·혜(慧)를 닦아 익혀서 된 것이니, 매우 만나기 어려운 가장 으뜸가는 복밭[福田]이니라." 대중들은 이 말씀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보살의 사리에 경례하였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대중의 의심을 풀기 위하여 이 사리의 지나간 때의 인연을 말씀하셨다.
"아난아, 지나간 세상에 마하라타(摩訶羅陁)라는 임금이 있어, 선한 법을 닦으며 나라를 잘 다스려서 원수나 대적이 없었다. 이 임금이 아들 3형제를 두었는데 모두 얼굴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몸매가 훌륭하고 위엄과 덕행이 놀라웠다. 맏태자는 이름이 마하파나라(摩訶波那羅)이고 둘째는 마하제바(摩訶提婆)고, 막내는 마하살타(摩訶薩埵)였느니라.
어느 날 이 세 왕자들은 동산을 노닐면서 구경하다가 차츰차츰 큰 대숲 속에 이르러 쉬고 있었다. 맏태자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내 마음이 대단히 무섭고 두렵다. 이 숲 속에서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왕자는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나는 오늘 몸은 아끼지 않거니와 다만 사랑하는 이를 여읠까봐 걱정된다.' 막내 왕자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홀로 아무런 공포도 걱정도 없다.
산 속이 고요한 것은 신선들이 칭찬하는 것이니, 이 곳이 매우 조용하여 노니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구나.' 이 때에 왕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다가 범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범은 새끼를 낳은 지 이레가 되었는데, 일곱 마리 새끼들에게 둘러 싸여 먹을 것을 먹지 못하여 지쳤고 몸이 야위어서 머잖아 죽을 것 같았다.
맏태자가 이 범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상도 하다. 이 범은 새끼 낳은 지 이레가 지났는데 일곱 마리 새끼에게 에워싸여 먹을 것도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다가 배가 몹시 고프면 반드시 저 새끼라도 잡아 먹겠구나.' 막내 왕자가 이렇게 물었다.
'이 범은 예사 때에는 무엇을 먹습니까?' 맏이가 답하였다.
'이 범들은 오직 싱싱하고 더운 고기와 피를 먹느니라.' 막내가 말하였다.
'형님들 중에 누가 이 범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겠습니까?' 둘째 왕자가 말했다.
'이 범이 오래 굶어서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몸이 야위고 피곤하여 쓰러져서 목숨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으니, 다른 데 가서 먹을 것을 구할 겨를이 없겠다. 설사 구하더라도 그 동안에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터이니, 누가 이 범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할 것인가.'
맏태자가 말하였다. '가장 버리기 어려운 것으로 제 몸보다 더한 것이 없느니라.'
둘째 왕자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탐욕 때문에 목숨을 아까워하는 탓으로 이런 데서 몸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며, 지혜가 적기 때문에 이런 일에 겁을 내지만, 만일 보살들로서 남을 이익케 하며 자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위하는 이면, 이 몸을 버리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 없을 것이다.'
세 왕자들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눈을 딴 데로 옮기지 않고 이 범만을 바라보다가 이러한 말만을 남긴 채 떠나가고 말았다. 막내 왕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이 몸을 버릴 때가 돌아왔다.
왜냐 하면 나는 오랜 옛적부터 수 없이 이 몸이 죽어 버렸지만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고, 항상 애착하고 아껴 집에서 살게 하며, 또 의복과 이부자리·약·코끼리·말·수레 같은 것을 공급하여 때를 따라 이바지하되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그러나 은혜는 고사하고 도리어 원망하였으며, 그러면서도 필경에는 죽고 마는 것이었다.
또 이 몸은 견고하지 못하여 이익 될 것이 없고, 밉기가 도둑과 같고 또 걸어 다니는 변소와 같은 것이니, 내가 오늘날 이 몸으로써 훌륭한 일을 하여서 나고 죽는 바다에서 큰 다리가 되게 하리라.
그리고 이 몸을 버리는 것은 곧 한량없는 등창이나 옴이나 백천 가지 무서운 질병을 떼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 몸에는 오직 똥·오줌이 가득하며, 이 몸은 견고하지 못하여 물 위에 뜬 거품 같으며, 이 몸은 깨끗하지 못하여 벌레집이 많으며, 이 몸은 나쁜 것이니 힘줄로 얽고 피로 발랐으며, 가죽·살·뼈·골수로 부지하는 것이니, 이렇게 관찰하면 근심거리요 싫증이 난다.
그러므로 내가 이제 꼭 이 몸을 버려서 위없이 고요한 열반을 구하고, 근심·걱정과 덧없이 변천함을 영원히 여의고, 나고 죽는 것을 쉬어버려 번뇌를 없애고 한량없는 선정(禪定)과 지혜·공덕으로 미묘한 참된 몸[法身]을 구족히 성취하고,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하여 부처님들의 칭찬을 받으며, 이와 같은 위없는 법신(法身)을 증득하여 모든 중생에게 한량없는 법의 즐거움을 주리라.’
이 때에 막내 왕자는 용맹한 결단으로 큰 원을 세웠으며, 훌륭한 자비심으로써 마음을 닦았다.
그러나 두 형이 마음에 무서운 생각 낼 것을 염려하고, 또는 자기의 하려는 짓을 억지로 말리면 일을 치루기 어려울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형님들은 어서 권속과 함께 처소로 돌아가십시오.'
막내 왕자 마하살타는 범 있는 데로 도로 가서 옷을 벗어 대나무 가지 위에 걸어 놓고 이렇게 서원을 세웠다. ‘나는 이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며, 가장 훌륭한 위없는 도를 증득하려는 것이며, 흔들리지 않는 대비심(大悲心)으로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리며, 보리를 구하여 지혜 있는 이의 찬탄을 받으며, 삼계의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나고 죽는 무서움과 모든 번뇌를 끊으려 하노라.’
왕자는 이렇게 서원하고 곧 몸을 던져 굶주린 범 앞에 누워 있었다.
그러나 왕자의 대자대비한 힘에 눌리어 범도 어찌하지 못하였다.
왕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이 범이 너무 야위고 기운이 없어서 내 몸의 피와 살을 먹지 못한다.’
그리고는 즉시 일어나 두루 다니면서 칼을 찾았으나 얻지 못하였다.
그러자 마른 댓가지로 목을 찔러 피를 내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범의 앞에 몸을 던졌다.
이 때에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해는 빛이 없어져서 마치 마후라·아수라왕이 손으로 해를 가리운 것 같았고, 또 여러 가지 꽃과 향이 비오듯 하였다.
이 때에 허공중에 있는 하늘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환희한 마음을 내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해 말하였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보살이여, 당신은 지금 참으로 대자대비를 행하는 이옵니다.
중생을 위하여서 버리기 어려운 몸을 버리니, 모든 수행하는 사람 중에 가장 용맹하십니다.
당신은 벌써 부처님들께서 찬탄하시는 항상 즐겁게 있을 곳을 얻었으니, 오래지 않아서 번뇌가 없고 시끄럽지 않은 깨끗하고 시원한 열반을 증득하리이다.' 범은 그 때 피가 흘러서 왕자의 몸을 적시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피를 핥아먹고, 또 살을 뜯어먹고서 뼈만 남기었다.
이 때에 맏태자는 땅이 진동함을 보고 둘째 왕자에게 이렇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땅이 진동하고
바다가 흔들리고
해는 빛이 없어
가리운 것 같으며
허공에서
꽃과 향기 내려오니
반드시 내 동생이
몸을 버렸나보다.
둘째 왕자도 또 게송으로 답했다.
저 호랑이 새끼
낳은 지 이레가 되었는데
일곱 새끼 둘러앉고
먹을 것 없어
기운은 쇠진하여
일어나지 못하고
오래지 아니하여
죽게 될 것을
내 동생 자비한 맘 그 모양 보았으니
그냥 두면 저 새끼 먹을까봐 겁을 내고
아까울사 자기 몸 범에게 던져
죽을 것 구원한 것 틀림없으리.
그 때에 두 왕자는 크게 걱정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였다.
얼굴이 핼쑥하여 서로 손을 잡고 범 있는 데로 가 보았다.
거기에는 동생 이 입었던 옷가지들이 모두 대나무 가지 위에 걸려 있었고, 해골과 머리털과 손톱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피가 흘러 땅을 적신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는 견딜 수 없어 기절하여 해골 위에 쓰러졌다.
얼마 뒤에 소생한 두 왕자는 일어나서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였다.
'우리 동생이 비록 나이는 어리나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고 유달리 부모님이 사랑하던 터인데, 이렇게 별안간에 몸을 버려 굶주린 범을 먹이었으니, 우리가 이제 궁궐로 돌아간들 부모님이 물으시면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나도 차라리 이 곳에서 나란히 죽어서 이 뼈와 머리털들을 보지 아니하리라.
무슨 면목으로 죽은 동생을 내버리고 돌아가서 부모님과 처자 권속과 친구들을 보겠는가.'
이 때에 두 왕자는 이렇게 통곡하고 한탄하다가 할 일 없이 떠나갔다.
막내 왕자가 데리고 있던 시종들은 제각기 여러 곳에 뿔뿔이 헤어졌다가 서로 만나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도련님은 지금 어디 계신가.'
바로 이 때 왕비는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젖이 잘리어지고 어금니가 빠지고, 비둘기 세 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매가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왕비는 꿈을 꾸다가 땅이 흔들리는 통에 놀라 깨었다.
마음으로 몹시 걱정하면서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은 무슨 일로
땅과 강물들이
모두 흔들리며
물건들이 덜덜 떨까.
해는 빛이 없어
아수라가 가리운 듯
내 마음 불안하고
눈시울 깜짝이네.
내 이제 듣고 본
여러 가지 조짐들은
반드시 재변일테니
불길한 일 있을까 걱정되네.
이 때에 왕비가 이 게송을 말하고 있는데, 밖에 있던 하인들이 왕자의 소식을 듣고는 놀라서 황급히 내전으로 들어와 왕비에게 아뢰었다.
'밖에서 듣기로는 모든 시종들이 막내 왕자님을 찾아 다녔으나 계신 곳을 알지 못하였다 하나이다.'
왕비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임금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아까 밖에서 전하는 말을 들으니, 우리가 사랑하는 막내 왕자가 없어졌다 하나이다.'
임금은 이 소식을 듣고 기절하였다.
정신을 차려 슬피 흐느끼다가 눈물을 씻으면서 말하였다.
'오늘이 무슨 날인데 내가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단 말인가.'
그 때에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다시금 이 뜻을 되풀이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지난 옛적
오랜 세월에
소중한 몸을 버려
보리를 구하였네.
임금도 되었었고
왕자도 되어서
버리기 어려운 이 몸 버려
보리를 구하였네.
생각하니 지난 옛적에
한 큰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 임금 이름
마하라타(摩訶羅陁)였네.
이 왕에게 아들 있으니
보시하기 좋아해
그 왕자 이름은
마하살타(摩訶薩埵)였네.
이 왕자에게 두 형 있으니
맏이의 이름은
마하파나라[大波那羅]요,
둘째의 이름은 마하제바[大天]였네.
3형제가 손에 손을 잡고
빈 산 속 놀러 갔다가
새끼 갓난 어미 범이
먹지 못해 굶주린 것 보았네.
이 때에 훌륭한 보살 마하살타가
가엾은 마음 생겨서 맹세하기를
나는 지금 여기서
소중한 몸 버린다 하였네.
이 범이 혹여 그러다가
굶주림에 몹시 시달리면
제가 낳은 제 새끼를
할 수 없이 먹으리니
그 길로 높은 산에 올라가
몸을 던져 범 앞에 떨어져
새끼 범 일곱 마리를
죽음에서 살려내었네.
이 때에 땅덩이와
모든 산들이
다 흔들리어서
벌레와 짐승들이 모두 놀랐네.
호랑이와 사자들은
뿔뿔이 헤어져 달아나고
온 세상 캄캄하여
광명이 없었다네.
이 때에 두 형님은
대나무 숲 속에 있다가
마음이 근심과 번민을 품고
시름에 겨워 눈물마저 흘렸네.
차츰차츰 동생 찾아
범 있는 데에 이르니
어미 범과 새끼 범들의
입에 피가 묻은 것을 보았지.
두 형은 사람의 해골과
머리털·손톱·이빨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고
붉은 피가 땅에 물든 것도 보았네.
이 때에 두 왕자는
이 일을 보고서
가슴이 답답하여 터지는 것 같아
저절로 땅 위에 곤두박질쳤네.
재·티끌·흙 되는 대로
온몸에 묻어서 흙투성이 되고
제 정신 잃어버려
미쳐서 갈팡질팡하였네.
따라 갔던 시종들도
이 광경 보고서
슬프고 아픈 생각 저절로
소리내어 울부짖었네.
찬 물을 가져다가
서로 얼굴에 뿜어주니
그제야 겨우 소생
다시 일어나게 되었지.
왕자가
몸을 버릴 때엔
내전에서
왕비와 채녀
5백 명의 권속들이
함께 즐겁게 놀았었네.
바로 이 때 왕비는
두 젖에서 젖이 흐르고
사지 골절이
바늘에 찔리듯 아프며
마음이 불안하여
아들 잃은 듯 하였네.
그래서 왕비는
임금 계신 데 급히 가서
자그마한 목소리로
울며불며 말하였네.
대왕이시여, 부디
자세히 들으소서.
근심과 수심의 불이 이렇게 치성하여
저의 마음을 태워주나이다.
저의 두 젖에서는
젖이 마구 나오며
온몸이 괴롭고 아픈 것이
바늘로 찌르는 듯 하니
제가 본 여러 가지
상스럽지 못한 일이
아마도 다시는
사랑하는 아들 못 볼까 두렵나이다.
지금 저의 몸과 목숨
대왕님께 바치오니
바라옵건대 사람 빨리 보내시어
저의 아들 찾아 주사이다.
꿈에 비둘기 새끼 세 마리가
저의 품에 안겼는데
그 중 가장 적은 것이
저의 맘에 들더니만
난 데 없는 매가 와서
그 비둘기 빼앗아 갔소.
이런 꿈 꾸고 나니
근심 걱정 태산 같네.
나는 지금 수심에다 무서움 겹쳤으니
죽을까봐 걱정일세.
어서 빨리 사람 보내
내 아들 찾아 주사이다.
이 때에 왕비는
이런 애원의 말 하고 나서
그만 기절하더니만
땅바닥에 쓰러졌네.
임금은 이 말 듣고
사랑하는 아들을
다시 못 보게 되어
근심 걱정 한 없었네.
대신과
벼슬아치들
모두 다 모여와
왕의 좌우에서
울고불고 법석치니
그 소리 천지를 진동하네.
그 때에 도성 안의
여러 백성들은
이 소리 듣고 나서
모두 놀라 밖으로 뛰어나와
각각 서로 말하기를
가엾어라 우리왕자
살아서 돌아왔나,
죽어 영영 못 오시나.
이렇듯 보살이신 우리 왕자님
언제나 부드러운 그 말씨
온 백성이 사랑터니
이제는 어디 가서 만나 뵈오리.
벌써부터 여러 사람
숲 속을 헤매면서
왕자님을 찾는다니
오래잖아 참 소식 듣겠지.
이 때에 여러 사람들
어쩔 줄 몰라 야단타가
또다시 슬피 울고 부르짖으니
귀신도 감동하여 애통해 하였네.
그 때에 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왕비 얼굴에 물을 뿜으니
얼마 있다 그제서야 되살아나네.
제 정신 다시 찾은 왕비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임금께 묻는 말이
여보, 내 아들 죽었소 살았소.
그 때에 왕비는
그 아들 생각 때문에
갑절이나 수심 걱정 더하여져
마음을 잠시도 놓지 못했네.
아깝다 나의 아들
잘 생긴 그 얼굴이
어쩌다 하루 아침에
나를 버리고 별안간에 죽다니.
어째서 박복한 이내 몸
먼저 죽지 못하고
이런 모든 고통과
흉한 꼴 보는 걸까.
내 아들의 고운 얼굴
연꽃과도 같더니만
어느 누가 너를 앗아가서
모자 이별 시켰는가.
이내 몸 옛날의
원수 아니었거늘
무슨 업연(業緣) 두터워
지금 너를 죽였느냐.
나의 아들 얼굴·눈
보름달 같이 깨끗했는데
하루 아침 불의에
이런 참화 당했네.
차라리 이내 몸
부서져서 가루 될지언정
나의 아들 목숨은
죽게 하지 않을 것을.
내가 꾼 꿈으로는
벌써 일은 당했으니
어찌 무정하게
이 고통 견딜손가.
내가 꿈에 본 대로
이빨들이 빠지고
두 젖에서 한꺼번에
젖 흘렸으니
반드시 나의 아들
잃은 것이 분명하네.
꿈에 안은 비둘기 새끼 세 마리에
한 마리를 빼앗겼으니
세 왕자 중에서
하나는 잃을 나쁜 징조.
그 때에 대왕님은
왕비에게 말씀하되
내가 지금 반드시
대신(大臣) 사자 보내어서
동서로 두루 다녀
아들 찾아 올 터이니,
왕비는 진정하여
크게 근심 걱정하지 마오.
대왕님도 이렇게
왕비를 위로해 달래 놓고는
당장에 수레에 말을 메워 타시고
대궐 밖으로 나섰으되
가슴에 맺힌 근심 걱정
참을 길 없어 애절하니,
대중 속에 있지마는
얼굴은 매우 초췌하네.
성 밖으로 나가서
아들 찾을 적에
한량없는
여러 백성들도
땅이 움직이도록 울부짖으며
임금의 뒤를 따랐네.
성 밖에
나선 임금
사방을 바라보며
그의 아들 찾았지만
속 타고 마음 산란하여
있는 데를 몰라라.
최후에 한 사람이
멀리 보이는데
머리에는 흙투성이
의복에는 피투성이
온몸에 먼지 쓰고
울면서 다가왔네.
그 때에
마하라타대왕은
이 사신을 보고 나서
더욱 슬픔 간절하여
머리 들어 하늘 보고
울부짖어 통곡하였네.
먼저 보낸 신하 한 명
조금 있다 돌아와서
대왕 앞에 읍하면서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부디 걱정 마옵소서.
왕자님이 아직 살아 있사오니
머잖아 여기 오면
두 분 상면하오리다.
잠깐 새에 또 신하
돌아와서 임금을 뵈오니
수심이 가득 차서
얼굴은 야위었고
몸에 입은 의복
때묻고 더러웠네.
대왕이시여, 아사이다
한 왕자는 벌써 이 세상 떠났삽고
두 왕자 살았으나
불쌍하고 가엾어라.
막내 왕자님
새끼 갓 난 범 보시고
이레 굶은 범이기에
그 새끼 먹을까봐 은근히 저어했네.
이 범 보시고서
대비심 깊이 내사
이 중생 제도하고
오는 세상에서
보리를 얻으시려
큰 서원 세우신 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몸을 던져 범 앞에 떨어지니,
배고픈 주린 범이
일어나서 먹었으니,
온갖 피와 살은
벌써 다 없어지고
해골만이 남아있어
땅 위에 흩어졌소.
이 때에 대왕님
이 신하 말 듣고 나서
다시금 기절하여
정신 잃고 땅에 쓰러졌네.
근심·걱정의 불
온몸을 태우니,
신하와 권속들도
모두 그러했네.
물을 뿌린 뒤에
대왕님 소생하여
머리를 겨우 들어
하늘 부르며 통곡했네.
또 한 신하 오더니만
대왕께 여쭙기를
저 숲 속에서
두 분 왕자 뵈었사온데.
수심 근심 고통 속에
울며불며 슬퍼하다
그만 정신 잃은 채
땅 위에 쓰러졌나이다.
신이 즉시 물을 떠다
왕자 몸에 뿌렸더니
얼마 동안 지난 뒤에
겨우 도로 소생했나이다.
사방을 바라보니
큰불이 이글이글
부축해서 일으켰으나
잇달아 다시 쓰러지더니만
머리 들고 슬퍼하며
하늘 부르며 통곡할 제
죽은 왕자 아우님의
공덕을 찬탄하더이다.
이 말 들은 대왕은
사랑하던 왕자를 여의고서
가슴 답답하고 마음 아파
기력조차 고달파졌네.
애통하게 울던 임금
다시 생각하기를
제일 작은 막내 왕자는
내가 가장 사랑했는데
무상대귀(無常大鬼)가
별안간 잡아갔네.
나머지 두 왕자
지금 살아 있지만
죽은 동생 때문에
근심불에
애가 타서
혹시나 죽지 않을는지.
어서 나는 빨리
저 대숲 속에 가서
두 아들 태워 가지고
대궐 안으로 급히 돌아가야 해.
제 어머니 뒤에 있어
근심 고통 절박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애통해 하다가
따라 죽지나 않을까.
하지만 두 아들 보게 되면
그 마음 위안되어
행여나 남은 천명 보전하여
끝마치지 않겠는가.
그 때에 대왕은
훌륭한 코끼리를 타고
시종들 호위 속에
대숲 속으로 떠나,
일행이 가던 중에
두 아들을 만났는데,
죽은 동생 이름 부르면서
하늘 부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그 때 왕은 앞에 가서
두 아들을 끌어안고
슬픔에 울며불며
길을 따라 환궁하여
지체 않고 두 아들을
어미에게 보여줬네.
부처님께서는 보리수신에게
이런 말씀하시었다.
범에게 몸을 버린
마하살타왕자는
지금 내 몸이니
이렇게 알아두라.
그 때의 임금이던
마하라타 대왕은
지금의 나의 부왕이신
수두단(輸頭檀)이 그 분이요.
그 때의 왕비는
지금의 마야(摩耶) 그 분이며,
맏왕자는 지금의 미륵(彌勒)이요,
둘째는 지금의 조달(調達)이다.
그 때의 어미 범은
지금의 구이(瞿夷) 부인,
일곱 마리 새끼 범은
지금의 다섯 비구와
사리불(舍利弗)
목건련(目犍連)이네.
그 때의 대왕
마하라타와
그의 왕비는
슬프게 울며 불면서
갖은 영락으로 치장한 옷을
말끔히 벗어 버리고
모든 대중과
대숲 속에 가서
죽은 왕자의 사리를 주워 모아
그 자리에다
이 7보탑을 세웠느니.
그 때에 왕자
마하살타는
몸을 버려 목숨을 마칠 적에
이런 서원을 세웠다.
원하건대 나의 사리는
오는 세상
헤아릴 수 없는 세월 동안
언제나 중생들을 위하여
모든 불사(佛事) 지어지이다."
이 경을 말씀하실 적에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祇) 모든 하늘과 인간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보리수신이여, 이것이 7보탑에 예배하는 옛날의 인연이니라." 이 때에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7보탑은 없어지고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18. 찬불품(讚佛品)
그 때에 한량없는 백천만억 보살들이 이 세계로부터 금보개사왕(金寶蓋山王) 여래 나라에 이르러,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경례하고, 한 곳에 물러나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똑같이 같은 목소리로 찬탄하였다.
여래의 몸
황금 빛으로서 미묘하시네.
그 광명 밝게 비추어
마치 금산왕(金山王)과 같네.
몸은 깨끗하사 보드랍고 매끄럽기
마치 금 연꽃처럼
한량없는 미묘한 상호(相好)로
스스로 장엄하시었네.
몸매 따라 고운 태도
빛나게 꾸미시니
깨끗하기 짝이 없어
마치 붉은 금산인 듯.
원만하고 구족하고 티 없음은
마치 깨끗한 보름달과 같네.
그 음성 맑고 우렁참은
묘한 범천(梵天)의 음성처럼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처럼,
큰 천둥소리처럼
여섯 가지 깨끗하고
아름다운 소리는
가릉빈가(迦陵頻伽) 소리인 듯
공작새 소리인 듯.
청정하고 티 없어
위엄과 덕을 모두 갖췄네.
백복(百福)의 모든 몸매로
몸을 장엄하시었네.
광명이 멀리 비춰
끝 단 데 없으시고
슬기롭고 고요하사
탐욕심이 없으시니,
한량없는 이런 공덕
세존께서 이루셨네.
깊기는 바다처럼
높기는 수미산처럼
모든 중생 위하여
어여삐 여기는 맘 내시사
오는 세상 긴 세월에
기쁨을 널리 주시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묘한 법문은
그 뜻이 가장 깊어서
중생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그들에게
한량없는 기쁨도 주시네.
위없는 감로법문
능난하게 설하시고
위없는 감로법문
활짝 열어 놓으시네.
온갖 근심 없는
저 집 속에 드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해탈 얻게 하시며,
삼계 중생들을
고통 바다에서 제도하사,
모든 근심 없는
바른 도에 머무르게 하시네.
여래 세존의
공덕 지혜와
대자대비의 힘,
정진하시는 방편은
한량이 없고
헤아릴 수 없사오매
우리들은 말할 수도 없나이다.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이
한량없는 겁 동안에
생각을 다하여 헤아려도
알아낼 수 없사오며,
여래께서 가지신
공덕과 지혜의
한량없이 큰 바다는
물 한 방울로 나누지 못하리.
내가 지금
여래의 공덕을 조금 찬탄했지만
백천억 분에서
일 분도 말씀 못하였네.
만일 내 공덕을
모을 수 있다면
중생에게 회향하여
위없는 도를 증득하여지이다.
이 때에 신상보살이 이 모임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어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찬탄하였다.
세존의 백복 상호(相好)
미묘하고 아름다워
천 가지의 모든 공덕으로
그 몸 장엄하시었네.
빛깔이 깨끗하여 멀리 비추니
아무리 뵈와도 싫증 안 나네.
천 개의 햇빛처럼
허공에 가득 찼어라.
광명이 맹렬하여
한량없고 가없음이
수많은 좋은 보배의
큰 덩어리처럼.
밝은 빛이 다섯 가지
푸른빛에 분홍, 빨강에 흰 빛
유리(琉璃)보배와 파리(頗梨)보배가
순금과 어울린 듯.
광명이 이글이글
모든 산(山)을 꿰뚫고
한량없는 부처님 세계에
남김없이 멀리멀리 비추네.
모든 중생들의
한량없는 고통 없애 주시고
또다시 중생에게
가장 좋은 기쁨 주시네.
모든 기관 청정하사
미묘하기 으뜸일세.
중생은 암만 뵈어도
싫은 생각 없나이다.
검붉은 머리 털 보드랍기는
공작새의 목과 같고
수많은 벌들이
연꽃에 엉겨 붙은 듯.
청정한 대비심과
공덕으로 장엄한 것
한량없는 삼매와
또한 대자비
이러한 공덕들이
모두 뭉쳐서
아름다운 상호로
그 몸 단장하시었네.
가지가지 공덕으로
보리도를 이루시어
여래의 신력으로
중생 조복받으시고
마음을 유순케 하여
기쁨 받게 하시네.
가지가지 깊고 묘한
공덕으로 장엄하시니,
시방세계 부처님들
모두 찬탄하시네.
그 광명 멀리멀리
모든 세계에 두루 비추니,
마치 해와 달이
허공에 가득 찬 듯.
많은 공덕 성취함은
수미산과 마찬가지
시방세계 간 데마다
몸 나타내 보이시네.
이는 희고 고르고 빽빽해서
흰 눈과 같고
높은 덕은 밝은 해가
허공에 환히 비춘 듯.
눈썹 사이의 흰털은
오른 쪽으로 돌아 굼실굼실
광명이 흘러 나와
유리(琉璃)구슬 같으시고
미묘한 그 빛은
해가 공중에 떠 있는 듯.
그 때에 도량에 있던 보리수신이 또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청정하신 부처님께
지심으로 귀의하나이다.
깊고 묘한 법을
그대로 깨치셨고,
나쁜 법과 그른 도를
모두 멀리 여의시고,
우뚝 혼자 뛰어나서
부처의 바른 깨달음 이루셨네.
유(有)와 비유(非有)의 본성이
청정함을 아시었네.
드물고도 진기한
여래 공덕
드물고도 진기한
여래 바다.
드물고도 진기한
수미산 같삽고
드물고도 진기한
가없는 부처님의 행.
드물고도 진기한
부처님의 세상 출현,
우담바라 고운 꽃이
어쩌다가 한 번 피듯,
희유하신 여래
자비심이 한량없는
석가모니는
사람 중에 태양일세.
수 없는 중생에게
이익을 주시고자
이러한 묘보경전(妙寶經典)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었네.
장하셔라, 여래시여
모든 기관 고요하사
적멸한 큰 성 안에
다시 들어가 노니시네.
때 없고 깨끗한
깊고 깊은 삼매에서
부처님네 가시던 길로
이제 다시 드시었네.
수많은 성문(聲聞)들이
몸이 다 비었듯이
거룩하신 세존의
행하던 곳도 비었네.
이와 같이
온갖 한량없이
많은 모든 법도
성품과 모양 따져보면
그도 모두 다 빈 것일세.
모든 중생들의
성품과 모양도 또한 비었건만
미치고 어리석은 마음 때문에
깨쳐 알지 못하네.
내가 항상 부처님을 생각함은
세존 뵙기를 좋아함이요,
부처님 곁 안 떠나려고
서원을 언제나 세우노라.
내가 늘 땅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뵈옵는 건
마음으로 사모하는
부처님 뵈옵고저.
나는 언제나
가장 높은 대비행을 닦아
슬피 울고 눈물 흘림은
부처님 뵈옵고저.
내가 항상 목마른 듯 우러러봄은
부처님 뵈옵고저
이 때문에 근심 불이
맹렬히 성하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맑고 찬 법의 물로
이 불 꺼 주사이다.
세존께서는 그지없는
자비하신 마음으로
이 몸이 언제든지
부처님 뵙게 해 주소서.
세존께서는 어느 때나
온갖 천상·인간들을 보호하시매
이런 까닭에 저도 지금
목마르게 우러러 뵙고자 하나이다.
성문들의 몸은
마치 허공과 같고,
아지랑이와 메아리 같으며
물 속의 달과 같네.
중생의 성품은
꿈에 본 물건 같지만
여래께서 행하신 곳
깨끗하기 유리보배 같네.
위없는 감로법에
부처님께서 드시었으니,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기쁨 주오리다.
여래께서 행하던 곳
미묘하고 매우 깊어
온갖 중생들은
누구도 알 이 없네.
다섯 가지 신통 얻은 신선과
모든 성문들과
모든 연각(緣覺)들도
또한 아무도 모른다네.
부처님의 행하던 곳
나는 의심 않사오니,
원하옵거니와 자비하신 마음으로
부처님 몸 제 앞에 나타내사이다.
그 때에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사
미묘한 목소리로
찬탄의 말씀하시었다.
좋고 좋구나
보리수신 선녀야,
나는 지금 쾌쾌하게
이 말을 하노라.
온갖 중생들이 누구나
이 법문을 얻어 들으면
모두 다 단 이슬 같은
나고 죽지 않는 법문에 들어가리라.
19. 촉루품(囑累品)
그 때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삼매에서 일어나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오른 손으로 여러 보살들의 정수리를 만지시고 여러 천왕과 용왕, 28부(部), 산지귀신대장군(散脂鬼神大將軍)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항하의 모래알과 같이 수많은 겁 동안에 이 금광명의 미묘한 경전을 닦아 익히었노라. 너희들은 마땅히 받아 지니고 읽고 외워서 널리 이 법을 퍼뜨리어라. 그리하여 다시는 염부제 안에서 끊이지 않도록 하여라.
어떠한 착한 남자나 착한 여인이 오는 세상에서 이 경전을 받아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는 이가 있거든, 너희들 모든 천신은 언제나 그를 옹호하여야 한다.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백천의 인간, 천상 중에서 언제든지 기쁨을 받을 것이라 알아두어라. 그 뿐 아니라 오는 세상에서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뵐 것이며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니라."
그 때에 여러 큰 보살과 천신·용왕·28부·산지대장들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와서, 두 무릎과 두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다 함께 소리내어 아뢰었다.
"세존께서 가르치신 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반복하여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여기에서 산지대장들은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만일 오는 세상에서 이 경을 받아 지니거나, 또는 스스로 제 손으로 쓰거나 남을 시켜 쓰는 이가 있으면, 우리들은 이 28부 귀신들과 함께 언제든지 이 사람을 따라다니며 모시고 옹호하되, 우리들의 몸은 숨겨서 보이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리고 이 경을 말씀하는 법사로 하여금 여러 가지 나쁜 재앙은 모조리 소멸하고 안락함을 얻게 하겠나이다. 원하옵거니와 부처님께서는 아무 염려 마시옵소서."
그 때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어 시방 한량없는 세계에서 여섯 가지 진동이 일어났다. 이 때에 모든 부처님들은 크게 기뻐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이 경을 부촉(付囑)하시기 위하여 법 지니는 이를 찬탄하시고 한량없는 신통력을 나타내셨다.
여기에서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보살마하살 대중과 신상보살 금광(金光)·금장(金藏)·상비(常悲)·법상(法上) 등과 사천대왕, 십천의 천자·도량 보리수신·견뢰지신과 온갖 세간의 천상·인간·아수라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서 모조리 위없는 보리의 도를 발하고, 기뻐 뛰놀면서 예배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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